[eBook] 나의 문화유산답사기 7 : 돌하르방 어디 감수광 나의 문화유산답사기 7
유홍준 지음 / 창비 / 201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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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사랑의 향수를 느끼게 해주었던 영화 <건축학개론>에서는 주인공이 나의 문화유산답사기 1편을 펼쳐 보이는 장면이 나온다. 영화의 시대적 배경이 90년대라는 뜻이다. 세월이 흘러 2012년 나의 문화유산답사기는 7편이 나왔다. 그 오랜 세월 베스트셀러의 자리를 굳게 자리 잡고 있으며 《나의 문화유산답사기》는 인문서 최초 밀리언셀러라는 기록을 남기고 있다.

 

7권을 읽으면서 그동안의 1권부터 6권까지 책들을 다시 펼쳐보았는데 역시나 그때의 감동 그대로 살아난다. 1권에서 저자는 우리나라의 문화를 문화 그 자체로 보지 않고 주입된 지식으로서만 문화를 바라보는 것에 대해 안타까움을 말했었다. 우리나라의 전국토가 박물관이라는 명언을 남기며 우리의 문화유산의 소중한 가치를 깨닫게 해주며 생생한 충격을 남겨주었다. 2권에서는 문화재를 하나의 미술품으로 바라보볼 수 있도록 저자는 미술품이 시각적인 상을 언어로 표현하고 그 이미지가 선명하게 부각되며 침묵의 물체를 생동하는 영상으로 다가오는 시각으로 문화재를 볼 수 있도록 안내해주며 대표적인 미술품으로 석불사를 보게 한다. 석불사에 담긴 세계적인 문화예술로서의 가치에 대하여 알리고자 하는 애정이 듬뿍 느껴지는 2권이다. 6권은 3권의 후반부와  연결하여 '건축'에 대한 설명이다. 답사란 결국 건축을 보면서 한 시대를 읽어내는 일이기에 답사의 몸통으로서의 건축의 미를 알려주고 있다. 자연과 인공의 조화로움의 방점을 찍는 경북궁부터 역사의 산증인인 광화문까지 들여다보며 우리나라의 문화유산들이 이루 말할 수 없이 아름다운 상징이지만, 동시에 아직도 멍들어 있는 문화유산의 상처 또한 깊음을 느끼게 해주었던 장이었다.  <나의 문화유산답사기 >전 권을 통해 흐르는 우리 문화의 정체성을 찾기 위한 저자의 노력은 7권에서도 더 빛이 난다.

 

 

신혼여행을 피치 못할 사정으로 제주도로 갔지만, 가고 나서 반해 버린 곳이 제주도였다. 이후 콘도회원권을 구매해 해마다 놀러가는 곳도 제주도이다. 가끔은 배를 타고 가기도 하고, 어쩔 땐 비행기를 타기도 하고, 사정이 여의치 않으면 렌터카를 빌리기도 한다. 렌터카를 빌리면 자동차 앞 번호표가 ‘허’로 시작하는데 나의 문화유산 답사기 7편의 소제목은 ‘제주 허씨’를 위한 ’제주학‘ 안내서’이다. 나의 문화유산답사기를 읽을 때마다 언제나 감탄을 하는 것이지만 기존의 문화유산답사기처럼 내가 알고 있던 제주가 제주가 아니었다는 것. 모르고 볼 때는 내 인생과 별 인연 없는 남의 땅이지만 알고 보면 우리의 땅으로 가슴깊이 다가온다는 것이다.

 

 

동창 중 하나가 제주출신이 있었다.  친구는 유독 제주도 남자를 무척이나 싫어했는데 제주도여자들은 대부분이 제주도남자를 싫어한다고 한다. 아무래도 생활력의 차이인 듯 보였는데 주변이 바다로 둘러싸인 섬이다보니 남자가 할 일보다는 여자가 할 일이 많아 여자중심의 사회가 되다보니 상대적으로 남자가 무능력해 보이기 때문인 듯 하다.

 

 

제주도는 바람,돌,여자가 많아 삼다도라 하고 도둑,거지,대문이 없다고 해서 삼무(三無)를 말하고 있다. 여기에 더해 제주에는 삼보(三寶)가 따로 있다. 그것은 자연,민속,언어이다.이 세가지를 모르면 제주도를 안다고 할 수 없고,이 세가지를 쓰지 않으면 그것은 제주도 답사기일 수 없다.-p7

 

 

 

과거 나의 문화유산답사기를 읽으면서도 문화유산에 대한 무지함이 그렇게 나를 부끄럽게 하더니 이번에는 그 부끄러움이 더하다. 그렇게 제주도에 자주 갔어도 이국적인 느낌의 야자수나무가 즐비한 거리만 기억나지 제주도의 문화유산에 대한 관심은 전혀 없었던 것 같다. 차창으로 보여지는 풍경에 관심만 보이면 얼마든지 볼 수 있는 제주도의 ‘오름’조차 잘 모르고 있었다. 제주섬 어디를 가나 오름이 없는 곳이 없는데 한 섬이 갖는 기생화산의 수로는 세계에서 으뜸이라고 한다. 오름은 자생식물의 보고며 , 지하수 형성지대다(p.82) 책에선 칼라판으로 다랑쉬오름과 용눈이오름, 오름의 물결과 같은 아름다운 제주의 오름의 풍광이 한 눈에 들어오도록 하였는데 이런 오름뿐만이 아니라 우리가 잘 몰랐던 제주도의 속살들이 책안에 모두 들어가 있다.

 

 

 

탐라국에서 제주도가 되기까지의 역사를 되집어보며 들려주는 구수한 입담은 마치 할배(?)에게 옜날이야기를 듣는 기분이 든다. 이 책으로 하멜표류기가 사실 보상금을 타기위한 보고서였다는 것도 처음 안 사실이었는데 나는 하멜을 떠올리면 언제나  하멜이 표류했을 때 하멜을 죄인취급하지 않았더라면 근대라는 동아시아역사가 바뀌었을 지도 모를 일이라는 생각을 해보곤 한다. 이어 진시황에게 불로초약을 구해온다고 해놓고선 동남동녀와 수많은 금은보화를 가지고 사라진 서불을 제주도에서 만나볼 수 있는데 서불이 제주도나 일본으로 갔을 것이라는 추측이 있었다는 정도는 알고 있었는데 서불의 흔적을 제주도에서 찾을 수 있었다. 그러나, 이것은 서귀포시가 중국 관광객을 유치하려고 1999년부터 2007년까지 서복공원, 중국식 정원 등을 조성한 것(서복전시관)이다.  게다가 김만덕기념사업회를 만들어 표준영정까지 제작하며 세간을 이목을 끌기 여념이 없더니 정작 김만덕 할머니의 묘소는 방치되어 있으며 그 옆으로는  엄청난 규모의 기념탑이 세워진 것을 보고 저자는 이런 것들이 바로 우리나라 문화유산의 현주소라는 사실을 다시 한번 짚어주고 있었다.  저자의 말마따나 우리 고유의 문화가 얼마든지 많음에도 역사적 사실로 증명되지 않은 것을 돈벌이로 전락시켜 문화를 형성한다는 것은 우리나라 고유의 문화유산을 해치고 문화적 정체성을 혼란하게 하는 것이다. 제주는 세계7대 자연경관에 속하는 우리나라의 보물이다. 이런 제주도의 아름다움은 국제적으로나 객관적으로 인정을 받은 것이다. 그러나 항상 진정한 가치로서의 제주를 보지 못하고 있었다. 저자의 제주학은 제주라는 땅과  그 땅의 역사와 삶을 보여주며 그동안 감추어왔던 제주의 속살을 보여주고 있기에 다음에는 관광지로서의 제주도가 아닌 문화유산으로서의 세계적인 가치를 지닌 천혜의 문화 답사지로서 방문을 해보고 싶다. 언제나 그렇듯 , 모르고 보는 것과 배우고 나서 보는 것은 천지차이 일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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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한 걸음은 혼자서 가야 한다 - 정진홍의 900킬로미터
정진홍 지음 / 문학동네 / 201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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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이 이상하게 허허로왔다. 드문드문 찾아오던 허허로움은 드문드문 찾아오더니 나이 불혹이 가까워지니 시도때도 없이 찾아오곤 한다. 그러다보니 이제는 마음이 허허로울 때가 다가오면 그냥 그 느낌을 즐기게 된다. 허허로움에 너무 빠지면 우울함을 동반하기 때문에 그냥 가만히 있다보면 아무 일 없이 지나가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다보니 슬픈 일도 그렇게 견디고 아픈 일도 아무 일 없듯 견디게 된다. 그런 허허로움이 다시 나를 괴롭히던 중이었다. 그냥 마음 한 구석이 텅 빈 느낌이었다. 낙엽들이 뒹군다는 이유로, 바람이 차가워졌다는 이유로, 마음을 달래기에는 너무 촌스러운 변명들이다. 그렇게 다시 찾아온 허허로움을 주체할 수 없던 차에 마음에 살뜰하게 다가온 <마지막 한 걸음은 혼자서 가야 한다>는 읽는 내내 가슴 깊은 곳에 있던 이 공허함의 정체를 깨닫게 해주었다. 그것이 삶의 뿌리 깊은 근원적인 이유라는 것을.....

 

 

문득 어디론가 떠나고 싶어질 때 과감히 산티아고의 길로 떠난 저자는 50여일의 일정속에 느끼고 깨달았던 삶의 궤적들을 고스란히  이 책 한권에 쏟아놓았다. 지금 하지 않으면 평생 하지 못할 두려움에 시작된 이 여정은 인생의 무게만한 배낭을 짊어지고 순례자의 길에 오르면서 시작된다. 저자는 피레네 산중에서 길을 잃고 눈보라를 맞으면서도 멈추지 않은 채 절대 고독속을 걸으며 살아 있음의 경이로움을 느끼며, 동틀 무렵 페르돈 고개 위의 철동상 순례자들을 찍기 위해 극한의 어둠을 보내고 온몸이 얼어붙어 여명을 맞이하며 드디어 순례자들의 모습을 찍게 되었을 때 발견하게 순례자들의 모습속에서 아픔과 고통 그리고 번민과 고뇌의 모습에서 우리네 삶의 모습을 순례자들의 얼굴에서 발견해낸다. 아픔으로 일그러진 얼굴은 다름아닌 바로 우리들 삶의 본모습이었기에..  

 

나 역시도 무조건 걷는 것을 좋아한다산이던 들이던 걸으면서 느껴지는 자연과의 속삭임의 순간들이 너무 좋다. 그러다가 가슴이 두근거릴 정도로 숨이 차오를 때면 알수 없는 성취감에 빠져 가슴 그득해지는 순간이 올때가 가장 행복할 때이다. 가끔은 걷는 행위가 삶에서 발견하는 무수한 의미들을 동반하여주기도 한다는 것을 깨달을 때도 있다.  산티아고 900킬로미터를 저자와 함께하면서 그 느낌들이 오롯이 느껴지는 기분이 들었다. 묘지를 걸을 때, 죽음이 주는 삶의 의미들, 눈보라 치는 피레네산맥을 걸으며, 가장 안전하다고 생각했을 때 엄습하는 위험들, 템플기사단의 역사가 살아숨쉬는 곳, 아베르게에서도 저자는 눈으로 보는 것과 긴밀하게 삶을 연결하여 가는 길마다 지혜의 자양분을 뿌려놓았다.

 

자기만의 페이스를 유지한다는 것은 인생 레이스에서 가장 중요한 덕목이다.

레이스 제1원칙은 자기 페이스를 잃지 말라

레이스 제2원칙은 구간기록을 체크하라

레이스 제3원칙은 이미 지난 레이스에 집착하지 말라

레이스 제4원칙은 길가의 시선을 의식하지 말라

레이스 제5원칙은 가장 소중한 것을 위해 레이스를 펼치라

레이스 제6원칙은 상대를 보지 말고 목표를 보고 나아가라

레이스 제7원칙은 포기하지 말고 끝까지 달려라

 

저자는 산티아고 가는 길이 인생 레이스와 닮았다고 한다. 나는 이 레이스의 원칙을 기억하고 싶어졌다. 많은 순간 멈추고 싶은 순간들이 시시때때로 찾아온다. 무엇이든지... 도망치고 싶을 때도 있고 벗어나고 싶은 유혹도 있고, 때론 그렇게 흔들리지만, 그 흔들림이 삶을 송두리째 흔들어놓는 것이 아니라 풀잎이 바람에 흔들리면서 균형을 잡아가듯이,  바람을 사랑하는 풀의 흔들림처럼 살아가고 싶다.

 

삶을 썩게 만드는 것은 아픔이나 시련이 아니라

성공의 이력과 주변의 찬사다.

그것을 흘려버릴 수 있어야 진정한 삶의 고수다.-62p

 

허허로움이 가득한 가을날 만난마지막 한 걸음은 혼자서 가야 한다 는 가슴을 가득 채우고도 긴 여운이 남아 몇 자 끄적거려 놓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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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과 선
마쓰모토 세이초 지음, 김경남 옮김 / 모비딕 / 201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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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과 선을 빼고 세이초와 일본 미스터리를 말하는 것은 난센스다.

사회파 미스터리는 쉽게 말해 사회 구조를 테마로 삼아서 거기서 비롯된 사건을 소설화 한 것으로 사회의 비리와 모순을 고발하는 소설이다. 주로 트릭과 반전 위주의 추리소설장르에서 더 나아가 보통 사람들이 일상적으로 범죄를 일으키는 배경이 되는 사회의 구조적인 문제를 다룬다. 현대 사회는 사이코패스와 같은 범죄인만 있는 것이 아니라  지극히 일반적고도 평범한  사람들이 범죄를 일으키게 되는 사회이다.  사회파 미스터리의 가장 특징은 현대인들의 일상을 지배하는 권력이나 음모에 휘말리게 되는 지극히 평범한 우리 주변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는 이들의 이야기를 그리고 있다. 이는 다른 추리소설과는 달리 범죄를 저지르는 배경에 주목하게 되며 사회 전체를 덮고 있는 모순이 존재함을 알게 해주는 것이다.

 

사야마와 오토키는 떨어져 있는 두 개의 점이었습니다. 그런데 그들이 거의 끌어안고 있는 것을 보고, 저희는 잘못된 선을 그어서 둘을 묶은 겁니다.

 

초등학교 시험지에는 점과 선을 연결하는 문제가 많이 나온다. 우리는 어렸을 때부터 이런 사고에 익숙해져 있다. 같은 것과 묶는 것, 또는 다른 것과 묶는 것만을 배우는 것이다. 그러나, 우리가 살아가는 사회는 그보다 더욱 복잡하게 되어있다. 그 복잡함을 이해할 수 있는 것은 각자 자신이 상상하기에 달려있다.

 

기차가 교차하는 것은 시간적으로 필연이지만, 타고 있는 사람들이 공간적으로 교차하는 것은 결코 우연이다. 나는 지금 이 순간 여러 고장에서 펼쳐지는 스쳐 지나가는 인생을 한없이 공상할 수 있다. 타인의 상상력이 만든 소설보다도 자신의 공상이 훨씬 흥미롭다. 꿈이 떠다니는 고독한 즐거움이다.

 

여자와 남자가 밀월여행을 떠났고 둘의 곁에는 청산가리를 탄 오렌지쥬스병이 뒹굴고 있다.

한 여자와 남자가 서로 끌어안은 채 죽어있다. 이것은 두 개의 점이다.

이 두 개의 점으로 연결할 수 있는 선은 동반자살이라는 선이다. 그러나, 이것은 오답이다.

 

 

신원확인을 위해 남자의 몸을 수색하던 형사가 발견한 기차안에서 일인식사 영수증은 노련한 도라카이 주타로 형사의 예민한 촉을 발동케 한다. 죽은 두 남녀의 밝혀진 신원은 고급 요정에 다니던 접대부 오토키라는 여자와 밀월여행을 떠난 ○○과의 과장 대리 사야마이다. 사야마는 회사 비리에 연루되어 있어 압박을 받고 있던 중이라 비관자살할 가능성이 농후하였다. 그런 사야마와 동반자살하기 위해 떠난 기차안에서 사야마 혼자 밥을 먹었다는 것이 아무래도 이상했던 것이다. 더군다나 둘이 떠나기 직전의 모습을 기차역에서 목격한 목격자도 있다. 목격자는 같은 요정에서 일하는 두 접대부와 야스다. 여기서 또 한가지 의문점이 생긴다. 기차역은 기차선로가 네 개이기 때문에 기차가 교차하지 않는 상대편의 역을 바라볼 수 있는 시간은 단 4분이라는 기가막힌 타이밍이 있어야 목격할 수 있다. 도라카이형사는 야스다가 고의적으로 두 접대부를 기차역에 데려갔고 오토키를 처음 발견하여 목격케 한 사람도 야스다라는 사실을 알아내고는 사건 당일 야스다의 알리바이에 집중하기 시작한다. 그러나, 야스다의 알리바이는 완벽했다. 왜냐하면 처음부터 잘못된 점과 잘못 연결된 선이었으니까.......

 

우리가 잘 인지하지 못하고 있는 사회의 내면에는 자본주의 판 피라미드구조가 자리하고 있다. 이런 구조의 먹이사슬에서 가장 손쉬운 먹잇감은 가장 아래에 있는 하층민들이다. 점과 선은 우리가 볼 수 있는 표면적인 부분을 상징하지만, 그 이면을 들여다보면 가장 윗층을 차지하고 있는 이들의 음모가 도사리고 있다. 사회파 미스터리는 이런 이면의 사회의 배경과 모순을 면밀하게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소설 속에 등장하는 또 다른 주인공 야스다의 아내 료코가 자신만의 세계에 갇혀 살며 지적이고 우아한 이미지의 여성임에도 이런 여인조차도 사회는 범죄에 휘말리게 하는 것이다. 범죄를 일으키는 배경은 따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의 일상에서 얼마든지 일어날 수 있다는 것을 시사한다. 또한 료코의 타인의 상상력이 만든 소설보다도 자신의 공상이 휠씬 흥미롭다’ 는 말을 통해 자신의 공상(상상력)이 존재해야만 올바른 답으로 연결해줄 수 있는 것을 말하는 것이다. 보이는 부분을 바라보는 것이 아닌 자신의 공상을 곁들여 사회의 이면을 바라보라는 작가의 충고처럼 느껴진다. 보이는 것과 사회의 이면을 이해한다는 것 사이에는  많은 간극들이 존재한다점과선1957년 작품이다. 참 놀라운 것은 그 시대의 구조적 문제와 모순이 낯설지 않다는 것이다. 좀 고전적이고 낡은 느낌일 것 같은, 기계로 치면 구닥다리나 다름없는 골동품 냄새를 풍길 것 같은 이 소설이 말해주고 있는 사회적 배경이 지금과 별반 차이가 없다. 강한 자만이 살아남는 세상. 여전히 건재하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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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인생 후회되는 한 가지 - 우리 시대 명사 50인이 지난날에 보내는 솔직한 연서
김정운.엄홍길.안성기.박경철.공병호.조영남.김창완.정민.승효상.김형경.이지성.김홍신.조수미 / 위즈덤경향 / 201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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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인생 또한 후회투성이이다. 그중에 가장 후회하는 한가지 일이 있는데 사랑하는 친구를 미워한 일이었다. 유난히 내성적인 성격에 (아줌마가 된 지금은 그렇지 않지만) 학창시절 내내 친구라고는 딱 세 명 있었다. 학년마다 반이 달라져도 우리는 늘 붙어 다녔는데 그 중에 정말 사랑한 한 친구가 있었다. 대학교도 같이 갔다. 우리는 학업과 아르바이트를 병행하며 밤낮으로 고단한 날들을 보냈지만, 그래도 친구가 있어 행복한 나날들이었다. 그러다가 자취를 하게 되었는데 같이 살다보니 아주 사소한 부분으로 싸우게 되었다. 마치 신혼부부가 치약 짜는 하찮은 일로 싸우는 것처럼 우리는 매일 싸우기 시작하였다. 한번 틀어지기 시작한 관계는 걷잡을 수 없는 미움이 되어 서로를 헐뜯는 지경까지 가게 되었다. 물론 서로 억울함을 호소하는 차원이었지만, 둘 사이의 어긋남은 영원할 것 같았던 우리 사총사의 사년간의 우정 또한 박살을 내었다. 그리고 그 일은 두고두고 가슴에 후회로 남아있다. 친구를 이해하지 못한 것. 나는 그때 왜 친구의 마음을 헤아리지 못하였는지, 왜 우리는 서로에게 터놓고 말을 하지 않고 친구들에게 험담을 하고 다녔을까하는, 후회를 아직까지 하고 있다.

 

사실 서울에서 바쁘게 살 때는 후회라는 감정을 잘 모르고 살았다. 하루가 어떻게 가는지도 모르고 살았기에 세월이 지남에 따라 나이를 먹는 자명한 이치도 깨달을 여과가 없이 지냈던 나날이었다. 시골이 좋은 점은 시간을 셀 수 있다는 것이다. 처음 시골에 낙향하였을 때, 매일 밤마다 나를 괴롭히던 상념의 대부분이 후회였다. 시골에 와서 보니 서울에서 일상에 바빠 잊고 지나쳤던 지난 날들이 하나 둘씩 떠오르게 되면서  내가 잘못한 일이 잘한 일보다 더 많은 것을 깨달았다. 그때의 심정은 눈앞의 나무만 보고 숲을 보지 못하듯이 눈앞에 보이는 것만 볼 줄 알았던 우매함이 가슴을 내리치는 것이었다. 데리고 있던 직원들한테 좀 더 잘해줄 것을, 회사를 좀 더 즐거운 마음으로 다녔을 것을, 좀 더 야무지게 살았을 것을 하며 근 일 년을 후회로 보냈었다.

 

하나의 행복의 문이 닫히면 다른 문이 열린다.

그러나 가끔 우리는 그 닫힌 문만 너무 오래 보기 때문에

 우리를 위해 열려 있는 다른 문을 보지 못한다.

-헬렌 켈러-

 

그러나, 그런 시간들이 흐르고 나니, 지금은 후회라는 것이 우리의 인생을 더욱 가치 있게 만들어주는 것 또한 깨닫게 되었다. 우리 인생에 완벽한 인생이란 존재하지 않듯이 후회를 통해 지난 시절들을 돌아보고 다시 삶을 살아내는 것이 우리의 인생사가 아닌가. 이렇게 자신을 다시 되돌아보게 하는 행위자체가 바로 후회인지도 모르겠다. 내 인생에 후회되는 일은 이토록 수도 없이 많으나, 이런 후회로 나는 삶을 배웠다.

 

 

이 책은 이런 후회에 대한 50인의 이야기다. 우리 시대에 멘토이자 명사들은 인생에 후회 한 번 하지 않을 것 같은데도 이들에게도 저마다 후회하는 일 한가지가 있다. 시골의사로 잘 알려져 있는 박경철 의사를 필두로 전 한국은행 총재 박승, 가수 조영남, 산악인 엄흥길, 바이올리니스트로 세계적인 명성의 정경화, 역사학자로 가장 존경하는 분 이이화 선생님, 배우 안성기, 성악가 조수미까지 자신들의 일생에 후회되는 한가지 일들을 진솔하게 들려주고 있다. 나는 이들의 솔직한 모습을 통해 후회란 우리의 인생에서 삶을 되돌아보게 해 주는 동시에 더 나은 삶으로서의 길을 열어주고 있는 소중한 과정임을 알게 되었다. 각계각층의 명사들의 다채로운 삶의 무늬를 띠고 있는 후회의 이야기들은 결국은 자신을 돌아보게 함으로 우리 인생에 지난 날 잊고 있었던 것은 무엇인지를 떠올려주게 하여 더 나은 삶으로 인도해주는 멘토와 힐링으로 가슴을 따뜻하게 어루만져주고 있다.

 

 

 

 

  비관주의자들은 별의 비밀을 발견해낸 적도 없고,

지도에 없는 땅을 향해 항해한 적도 없으며,

영혼을 위한 새로운 천국을 열어준 적도 없다.

-헬렌 켈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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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리학 클래식 - 물리학의 원전을 순례하다
이종필 지음 / 사이언스북스 / 201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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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에 책의 제목을 보고는 물리학과 클래식이라는 장르의 융합정도로 상상을 했었더랬다. (이런 무식 ㅠ.ㅠ) 제목이 물리학 클래식인 이유를 저자에게 들을 수 있었는데 클래식음악을 하는 사람들은 지구가 멸망하게 되어 우주선으로  탈출하게 된다면 바흐의 <평균율 피아노>만 챙기면 클래식 음악을 모두 복구할 수 있다는 말이 있다고 한다. 바흐의 음악처럼 지구가 멸망하여도 이 논문 10편만 있으면 기존의 물리학을 모두 복원할 수 있는 독보적인 논문만을 선정하여 이 책 <물리학 클래식>에 실었다고 한다. 저자는 논문 10편을 선정하는 기준을 세가지로 정하였는데 바로 획기적인 발견과 인식의 혁명,이론의 완성이다.

 

1, 획기적인 발견

 

기존의 패러다임을 깨는 획기적인 발견으로서는 아이슈타인의 상대성이론을 빼놓을 수 없다. 천동설로부터 우주론의 역사는 시작되었지만, 뉴턴의 중력이론에 의해 마침내 근대과학의 영역으로 편입되었다.이어 아인슈타인의 상대성이론이 뉴턴의 역학을 무너뜨렸지만, 이론의 결과는 같았지만,  아인슈타인은 상대성이론뿐만이 아니라  특수상대성이론과 일반상대성이론을 통해  정적인 우주에서의 시공간에 대한 인식과 시공간의 기하학적 특성을 밝혀 현대 우주론으로 향하는 문을 활짝 열었다. 한동안 절대지식으로 받아들여졌던 아인슈타인의 이론은 이후 천문학자 에드윈 허블의 팽창하는 우주이론에 의해 우주는 정적이지 않고 팽창함을 받아들이며, 비로소 빅뱅이론이 탄생되는 배경이다.  

<해당논문>

1장 뉴턴 역학이 무너지다: 알베르트 아인슈타인, 「움직이는 물체의 전기 동역학에 관하여」(1905년)

5장 팽창하는 우주, 20세기의 가장 위대한 발견: 에드윈 허블, 「외계 은하 성운들의 선속도와 거리 사이의 관계」(1929년)


 

2,인식의 혁명

 

획기적인 발견으로 새로운 과학 혁명을 이끌었으며 이것은 결국 인간 인식의 새로운 지평을 놀라우리만큼 넓혀 놓았는데 이 의식의 혁명에 해당하는 이론은 양자역학이다. 양장역학에 대해서는 그동안 다른 책에서도 잘 이해가 안 갔던 부분인데 저자의 아주 쉬운 예를 통해 양자역학이 이제야 이해가 가는 기분이다.

 

아주 멀리서 백사장을 바라보면 눈으로 개개의 알갱이를 볼 수 없을 정도로 작은 모래알들이 연속적으로 모여서 미끈한 백사장을 이루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백사장에 가까지 다가가 모래알에 돋보기를 들이대면 멀리서는 볼 수 없었던 울퉁불퉁한 입자들이 보이기 시작한다. 이것을 보고 나면 백사장을 미끈하다거나, 연속적이라고 할 수 없을 것이다. 백사장은 모래알의 모임일 뿐이다.-145p

 

멀리서 백사장의 모래를 보는 것을 거시 세계의 뉴턴의 고전 역학이라 할 수 있으며 가까이에서 모래 알갱이의 미세하지만 불연속적으로 양자화된 양들이 모인 것이 양자역학이다. 이런 미시 세계의 연구로 인해 20세기 이전까지 지배했던  뉴턴 역학의 자리를 20세기에는 양자역학에 자리를 내주었다.

<해당논문>

4장 이상한 양자 나라의 하이젠베르크: 베르너 하이젠베르크, 「운동학적 역학적 관계들에 대한 양자 이론적 재해석」(1925년)

10장 양자 중력의 새로운 돌파구: 후안 말다세나, 「큰 N 극한에서의 초등각장론과 초중력」(1998년)

 

3,이론의 완성

 

새로운 이론이 탄생할 때마다 기존의 이론은 폐기처분 되는 줄 알고 있었으나, 과학이론은 그렇지 않다는 것 또한 이 책을 통해 처음 배웠다.. 과학 기술의 발전에 따라 과거의 이론으로 설명할 수 없는 새로운 영역이 생겨나면 새로운 이론이 등장해 그 영역을 메우게 된다. 많은 경우 새로운 이론은 기존의 이론을 자신의 특수한 경우로서 포함하게 된다. 낡은 이론 속에서 새로운 이론이 싹트고 새로운 이론이 낡은 이론을 포함하게 되는 이러한 과학사적 전개 과정은 물리학 뿐만 아니라 ,과학의 발전에서 중요한 요소이다. 과학 이론의 역사는 폐기와 대체의 역사라기보다는 확장의 역사에 가깝다는 것이 저자의 설명이다.

<해당논문>

2장 핵의 시대를 열다: 어니스트 러더퍼드, 「물질에 의한 알파 및 베타 입자의 산란과 원자의 구조」(1911년)
3장 우주의 구조를 꿰뚫어 보다: 알베르트 아인슈타인, 「중력의 장 방정식」(1915년)
6장 트랜지스터, 전자 혁명의 방아쇠를 당기다: 존 바딘, 월터 브래튼, 「트랜지스터, 3극 반도체」(1948년)
7장 고체 물리학의 새 장을 연 초전도 이론: 존 바딘, 리언 쿠퍼, 존 슈리퍼, 「초전도성 이론」(1957년)
8장 대폭발의 화석을 줍다: 아노 펜지어스, 로버트 윌슨, 「4,030Mc/s에서 초과 안테나 온도의 측정」(1965년)
9장 대통합을 향한 첫걸음: 스티븐 와인버그, 「경입자 모형」(1967년)

고에너지 물리학자로 기본 입자의 세계를 탐구해 온 이종필 박사는 이렇게 세가지 기준으로 논문을 선정하였는데 20세기의 한 획을 그었던 10가지의 원전을 실으며 일반인들에게 기초과학을 전수하기 위해 친절한 설명을 아끼지 않는다. 책이 어렵다면 서문과 저자의 마치는 글만 읽어도 책의 핵심주제를 이해할 수 있으며, 약 백년 사이에 자연과학의 역사적 흐름의 틀을 잡아주고 있어 기존의 자연과학에 대해 흥미가 있거나 조금 이해하기 쉬운 자연과학책을 접하고 싶었다면 무척 많은 도움을 줄 책이다.  저자는 이 논문들이 지난 20세기, 물리학의  성공과 영광의 세기를 가져다주었지만, 아직까지도 밝혀지지 않은 자연과학부분의 미래역사를 새롭게 쓰는데에 많은 도움이  될 것을 자신의 20년간의 물리학 연구로 확언하고 있다.  21세기에는 우주 공간을 뒤덮고 있는 정체불명의 암흑물질과 암흑 에너지의 규명이 필요하며 , 은하와 별의 기원이나 우주 자체의 기원등 알아야 할 부분이 우리가 이제까지 알고 있는 부분보다 더 많이 남아있다.  아주 작은 부분에서의 관심이 이 지구의 엄청난 발견을 가져오기도 하였듯이, 전문가나 일반인에게 자연과학의 관심을 불러일으키기에  좋은 책이다.  물론 자연과학 분야는 사실 일반인들에게는 낯설고 어려운 학문이다. 내가 최근에 읽어본 자연과학 분야의 책들은 주로 외국 석학들의 논문을 번역한 것들이었는데 대부분이 어려운 용어남발과  번역의 오류로 두서없는 단어들이 나열되어 있는 경우를 종종 보아왔다. 무엇보다도 이 책은 한국인으로서의 자연과학의 긍지를 심어주고도 남을 책이다. 저자의 상세한 설명은 또한 일반인들과 전문분야의 간극을 좁혀주는 가교역할을 톡톡히 해 줄 것으로 보여진다. 무엇보다 저자의 노고가 느껴지는 책이었다.  


오타 56p빨리지는→빨라지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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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11-01 14:16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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