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드보일드는 나의 힘 - 잔혹한 세상에서 살아남기 김봉석의 하드보일드 소설 탐험 1
김봉석 지음 / 예담 / 201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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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사회를 보면 맥 빠진다. 풍선 가득 희망을 불어 넣고 싶어도, 다시 풍선 바람 빠지듯이 빠져버린다. 토막살인, 성폭행, 연쇄살인에 대한 사건들이 신문 사회면을 가득 채운다. 언제부터 세상이 이토록 무서워졌을까? 라는 생각을 한다면 당신은 아직 순진한 것이다. 세상은 원래 무서운 곳이라는 거. 우리만 몰랐을 뿐이다.

 

자, 그럼 당신의 순진함을 마구마구 깨어주는 책을 소개한다.『하드보일드는 나의 힘』은 영화평론가이자 대중문화평론가 김봉석의 하드보일드 소설 서평집이다. 이 책은 2011년 1월부터 최근까지 인터넷 서점 웹진에 연재한 칼럼을 모은 것으로, 정통 하드보일드와 스릴러, 엔터테인먼트 소설에서 사회파 미스터리까지 우리 사회의 모순과 인간 심연을 꿰뚫는 당대의 문제적 소설들을 다루고 있다. (여기까지는 책소개다.^^)

이쯤에서 하드보일드 소설은 어떤 장르를 지칭하는 것인지 정확히 짚고 넘어가자.

하드보일드는 1930년 전후하여 미국 문학에 등장한 새로운 사실주의 수법을 지칭하는 말로 쓰였다. 영미 문학에서는 수식을 일절 배제하고 묘사로 일관하는 어니스트 헤밍웨이 식의 ‘비정한 문체’를 칭하기도 한다. 여기서 비정함이란 캐릭터나 사건이 비정한 것이 아니라 작가의 표현이 건조하고 냉정하다는 뜻이다. 하드보일드는 세계에 대한 절망에서 출발한 장르이다. 인간에 대한 불신과 미래에 대한 절망, 결국은 그런 회의와 절망이 하드보일드를 낳았다.

 

 

개인적으로 장르 문학 중에 유독 하드보일드 장르는 피해가며 읽은 듯하다. 책에 실린 32편중에 내가 읽은 책이 다섯 손가락에 꼽힌다. 하지만, 이 책을 읽고 나니 읽고 싶은 책이 너무 많다. 장르 문학이 가지고 있는 특성을 너무도 잘 이해하기 쉽게 설명해주기 때문이다. 어떤 면에서는 기존에 장르 문학을 읽지 않은 이유가 장르문학에 대한 무지 때문이 아니었나 싶을 정도로 하드보일드가 가지고 있는 특성 - 비정한 현실을 직시할 수 있고, 세상의 폭력에 맞서 싸울 수 있는 방법-에 대한 가장 적확한 방법을 제시해주고 있는 책이다.

 

그런 하드보일드한 세상에서 살아남기 첫번째 장은 우선 비정한 세계를 바라볼 줄 알아야 한다. 요시다 슈이치의 《악인》이라든지, 미나토 가나에의《고백》, 톰 롭 스미스의 《차일드 44》, 다카노 카즈아키《제노사이드》등을 통해 세상이 얼마나 비정한지를 배우게 된다.

 

★유아가 죽었을 때 1차 용의자는 부모이고, 배우자가 죽었을 때 1차 용의자가 남편과 아내인 것은 한국도 마찬가지다.

★세계는 악의로 가득 차 있다.

 

2장은 살아남는 법에 대한 강의다. 느끼고 배우고 행동하는 장으로 데니스 루헤인의《비를 바라는 기도》, 로렌스 블록의《무덤으로 향하다》,누쿠이 도쿠로《후회와 진실의 빛》등을 통해 이렇게 참혹한 세상을 어떻게 살아가며 어떻게 살아남는가를 보여준다. 패배자들에게는 딱 두 가지의 선택만이 남는다. 한 가지는 그대로 고꾸라져 남을 탓하거나 스스로를 괴롭히며 사는 방법이 있고, 한 가지는 아무리 시간이 오래 걸리고 고통스러워도 한 걸음씩 나아가는 것이다. 2장에 등장하는 하드보일러들의 캐릭터는 이렇게 두 가지를 보여준다. 그리고 어떤 자가 되고 싶은 지, 선택은 책을 읽는 독자의 몫이다.

 

3장은 교육이 제대로 된 인간으로 만들어주지 않는다는 것을 직시하게 한다. 기시 유스케의 《악마의 교전》이나 마쓰모토 세이토의 《짐승의 길》, 대실 해밋의《붉은 수확》을 통해 학교의 교육이 인간을 만드는 전인교육 즉, 인간으로서 필요한 다양한 교양과 지식을 불어 넣어주는 장소가 아니라, 또 하나의 경쟁 사회로서 사이코패스가 길러지는 거대한 상황극을 통해 냉혹하고 비정한 사람을 길러내는 곳이 학교일지도 모른다는 것이다. 어째 좀 그럴싸하게 느껴진다. 요즘 학교에서 폭력에 관한 뉴스를 워낙 많이 접하다보니, 부모로서 참 걱정되는 부분이다.

 

3장까지 세상이 아름답지 않은 이유를 마구마구 깨우쳐 주었다면 4장에서는 이제까지 보고 배운 진실을 통해 살아남아야 하는 장이다. 그래서 하드보일드의 주인공들은 고독할 수 밖에 없다. 세계의 진짜 얼굴을 알았기 때문이다. 그래서 하드보일드의 주인공들은 홀로 고독을 감당해야 한다. 세계를 믿지 않고 타인을 믿지 않은 채  혼자, 그 길을 걸어가야 하는 것이다. 제프리 디버의 《본 콜렉터》의 여형사, 로버트 그레이스 《워치맨》의 주인공 엘비스 콜이, 리 차일드의 《추적자》잭 리처가 그렇다.

 

자신을 굳건하게 세우는 것, 자신이 선택한 것을 후회하지 않고, 책임을 다하는 것. 그것이 이 비정한 세상을 살아가는, 최고의 방법이다.

 

 

마지막으로 남는 것은 이제 즐기는 것이다. 결론은 고독도 즐기고, 고통도 즐기고 최고의 복수는 내가 잘 살아남는 것이다. 이렇게 즐기기 위해서는 고독과 친해져야 하고 생존하려면 강인함과 인내심을 가져야 하며 추락과 흔들림은 이겨내야 한다. 이사카 고타로의 《골든 슬럼버》, 미야베 미유키의 《이유》를 통해서 오로지 생존을 위한 살아남기를 볼 수 있다. 마지막 렌조 미키히토《조화의 꿀》에 대한 작가의 극찬이 있는데, 이 책은 꼭 읽어봐야겠다.

 

 

하드보일러 장르라서 인지, 비정한 이야기들이라 그런지(대체로 그런 이야기들은 집중이 잘되는 ^^;;)  첫 장을 펼치자마자 이렇게 몰입돼서 읽은 책은 드물다. 그리고 저자가 말해주는 영화이야기는 무척 재미있다. 영화를 볼때 아쉬웠던 부분이 영화가 뜻하는 깊은 뜻을 이해하지 못할 때이다. 책이야 이해가지 않으면 읽고 또 읽는 방법이 있지만, 영화는 감독이나 평론가들의 평을 읽어보지 않는 한 일반인들이 이해하는 데에 한계가 있다고 생각한다. 이 책은 내게 두 가지를 가르쳐 주었다. 하나는 서평집은 이렇게 써야하는구나 라는 것이고 또 하나는 영화를 읽는 방법이다. 좋은 책은 좋은 책을 연결해주듯이 이 책을 통해 또 다른 책을 알게 되어 기쁘다. 하드보일드를 통해 세상바라보기, 즐거운 모험을 한 기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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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대! 가격으로 승부하지 마라 - 싸게 팔지 않고 고객을 꽉 잡는 장사의 기술
다케우치 겐레이 지음, 김정환 옮김, 김중민 감수 / 와이즈베리 / 201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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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격파괴 매장`의 등장은 불황의 장기화를 알리는 시그널이다. 지갑을 닫는 소비자들을 잡기 위해 유통업체들은 변신을 꾀할 수밖에 없다. 가장 잘 먹히는 카드는 역시 `저렴한 가격`이다보니 이 같은 매장이 속속 등장하는 것이다. -5일자 매일경제 신문-

 

계속된 불황에 너도나도 가격파괴라는 카드를 들이밀고 있다. 하지만 이 책은 "절대 가격으로 승부하지 말라"고 충고한다. 현재 창업을 한다해도  대형마트나 공룡 기업에 밀려 소상공인들은 찬밥신세를 면하기 어렵다. 한편으로  선진국에 비하여 유독 우리나라는 자영업자들이 너무 많다. 고급인력들이 기업에서 일하기보다 개인사업자를 지향하는 편이고 창업을 해도 삼년안에 50%이상은 문을 닫는다고 한다. 내가 사는 곳이 워낙 작은 곳이고 젊은 사람들이 일할 수 있는 분야도 지극히 한정적이라 대부분이 소상공인으로  창업을 하지만, 젊은 사람들은 창업을 해도 오래가지 못한다. 나는 그  이유를 사업을 자신의 것이라 생각하고 노력하지 않는다는 데에 있다고 생각한다. 젊은 사람들은 자신에게 사장이라는 직함만을 자랑스러워하지 사장이라는 직함에 따른 책임은 지지 않으려 한다. 사장이 되기 위해서는 시장의 흐름을 알아야 하고 시장의 선호도와 시장의 요구사항등, 다양한 정보를 가지고 있어야 한다.  

 

너도나도 가격파괴 하고 있는 마당에 가격으로 승부하지 말라 ? 이 책의 저자는  오히려 비싸게 물건을 팔라고 충고한다.  싼 것을 비싸게 받으라는 말이 아니다. 제 값의 물건값을 받으라는 말이다.  쉽게 말해 싸게 파는 것은 그냥 팔면 된다. 아주 쉽다. 그러나 제값을 받으려면 그만큼의 노력을 해야되기 때문에 머리를 써야 한다.

 

책에서는 라면 하나에 2만원임에도 없어서 못파는 수타 라면집과 파산 직전의 평범한 여관이 다양한 스토리와 특색있는 간판으로 홍보효과를 톡톡히 보면서 유명하게 된 마스가타소 여관, 다른 곳보다 열배는 비싸도 전년 대비 100% 이상의 매출을 기록하는 메이드복 판매점을 통해 성공하는 가게들의 다양한 사례들을 볼 수 있다.  이 대박가게들이 보여주고 있는 공통점은 단 한가지,  부가 가치가 높은 상품을 판매하고자 한다면 직원이 전문가가 되어야 한다는 것. 그렇지 않고서는 고객이 만족하는 상품을 제공할 수 없다. 그리고 첨하자면,사장의 생각이 무조건 옳다는 편견을 버려야한다.

 

 VJ 특공대 < 대박가게>을 보면 그들만의 스토리가 있다. 똑같은 비빔밥을 팔아도 대박가게는 재미있는 스토리가 있다.  예전에는 맛만 좋으면 장사가 잘된다고 생각했지만, 지금은 재미요소가 필수 조건이다. 예를 들면 같은 음식을 먹거나 같은 옷을 입어도 내가 하는 것들은 무언가 남다른 것이 있다고 믿게 하는 것이다.

 

★사람과 상품중에서 사람에게 부가 가치를 부여한다.

★상품의 가치를 전달한다

1,서툴러도 좋으니 열심히 전한다.

2,좋은 광고 문구를 흉내 낸다.

3,연습을 많이 해본다.

4,다른 사람의 의견을 귀담아듣는다.

 

고객서비스에 관해서는 일본을 따라갈 수 없는 듯 하다. 일본 사람들은 가게를 하여도 대를 이어 하는 경우가 많다. 우리나라와는 대조되는 부분이다. 우리가 가볍게 생각하는 라면가게 하나도 장인정신으로 하는 일본사람들의 서비스정신은 분명 배울 필요가 있는 듯 하다.  반드시 성공하는 대박 마케팅 12가지 원칙이라든지, 책의 마지막에 비밀 부록으로 나온 '할인 판매에서 벗어나는 3개월 플랜'도 무척 도움이 될 만한 내용이다.창업을 앞두고 있다면, 또는  서비스직에 있다면, 꼭 읽어보라고 추천해주고 싶은 마케팅 실용서이다.

미소 짓는 법을 배우지 못했다면 가게 문을 열지 마라 -탈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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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성프리 - 우리를 병들게 하는 독성화학물질로부터 가정과 건강을 지키는 법
데브라 린 데드 지음, 제효영 옮김 / 윌컴퍼니 / 201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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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고모는 집을 거의 무균실로 만들고 산다. 먼지 하나 없이 깨끗하여 갈 때마다 신기하다. 먼지가 꼭 있을 것 같은 곳에도 없다. 비결은 하나다. 잠시도 가만이 있지 않는다는 것. 끊임없이 쓸고 닦고, 심심할 틈도 한가할 틈도 없이.. 그러면서 어딜 가도 청소걱정이다. 고모가 환경에 집착하게 된 이유는 단 한가지, 몸이 많이 안 좋기 때문이다. 고모는 (병명까지 밝힐수는 없고) 간이 밴 음식을 먹지 못한다. 오랜 식이요법과 피나는 노력으로 보통사람의 체력을 유지하고 있지만, 잠시라도 환경에 긴장을 늦추지 못하는 것은 식구들도 마찬가지다.

 

우리 집은 넓다. 이유는 가구가 거의 없다. 우리가 그렇게 사는 이유는, 소비하지 않기 때문이다. 넘쳐나는 물건들, 집집마다 미어터지는 물건들을 보며 놀라곤 하는 이유가 사실 일상생활에 그 많은 물건들이 필요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왜 그렇게 많이 사는 걸까?  현대인들 대부분이 물건을 사는 것에 만족을 하고 산다는 것은 무척 씁쓸한 일이다.

 

“삶에서 정말 중요한 것이 당신이 갖고 있는 소유물이 아니라 당신 자신이 누구인가 하는 것이다. 나는 그 사람이 어떤 사람이냐, 어떤 행위를 하느냐가 인생의 본질을 이루는 요소라고 생각한다. 단지 생활하고 소유하는 것은 장애물이 될 수도 있고 짐일 수도 있다. 우리가 가지고 있는 것이 아니라 그것으로 우리가 어떤 일을 하느냐가 인생의 진정한 가치를 결정하는 것이다.”

                                                   《아름다운 삶, 사랑 그리고 마무리 중에서 -》

 

어느 날 , 두통에 시달리고 불면증에 사로잡히고, 이성을 잃은 듯 울음을 터트린다면, 당신은 독성화학물질에 노출되어 있다고 생각해봐야 한다. 그리고 놀라운 것은 우리 주변을 가득채운 물건들이 모두 독성화학물질이라는 사실이다.

 

침대에 깔린 매트에는 포름알데히드가 , 담배연기속에는 벤젠, 일산화탄소,포름알데히드, 암모니아,시안화수소등 4,000종 이상의 화합물질이 포함되어 있다. 우리가 마시는 와인에는 아황산염이 섞여 있다. 아황산염은 즉각적인 호흡곤란을 유발할 수 있으며 알레르기 반응도 일으킬 수 있다. 이 아황산염은 포도 발효과정에서 자연적으로 생성된다. 더욱 큰 문제는 와인 제조업체에서 산화와 부패를 억제하기 위해 일부러 아황산염을 첨가한다는 것이다. (와인을 구매할 때 아황산염이 10ppm이상 함유된 경우 "아황산염 함유"라는 문구를 법적으로 반드시 표기해야 한다.)

 

그럼 청소할 때 쓰는 청소도구들은? 청소세제는 가정에서 발견되는 것 중 가장 독성이 강한 제품들이다. 오래 전 TV에서 왁스로 욕실 청소를 하면서 문을 잠그고 청소하다가 질식사망한 주부가 있었다. 배수관 세정제는 더 위험하다. 배수관 세정제의 주요 성분은 가성소다(잿물)이라 피부에 닿게 되면 살이 녹아버릴 정도로 아주 강한 독성물질이다. 곰팡이 제거제나 좀약등은 모든 피부접촉시 유해한 성분들이다. 이 제품들은 유독하다는 경고에도 불구하고 펌프형이나 분사할 수 있는 분무기로 되어있다는 것을 보면 우리가 얼마나 안전불감증이 심각한지를 보여주는 부분이다.

 

우리가 자주 사용하는 세탁세제도 예외는 아니다. 세탁세제에 사용되는 인공향은 피부발진을 유발하고 염소표백제는 독성학 관련서적에 "흡입시 피부자극을 유발하는 독성물질'로 분류되어 있다. 섬유유연제에 사용되는 향은 신경 독성물질이 다수 함유되어 있다. 그리고 우리가 늘 마시는 커피에는 유독한 농약을 다량 사용하는 나라에서 재배된 것이 대부분이다.  커피에 함유된 카페인은 심장발작, 두통, 소화시 질환, 궤양, 불면증, 고민증, 우울증 등 여러 질병의 원인이 된다. 그외에도 우리가 사용하는 일상생활의 모든 것들이 독성물질 투성이이다. 백열전구,사무용 유성펜, 책상, 의자,양초,조리기구, 페인트, 다리미, 향수, 기타등등...

 

세상이 탄생한 후 역사상 처음으로, 이제는 모든 인류가 수정된 순간부터 삶을 마감할 때까지 위험한 화학물질과 접촉하고 있다. -레이털 카슨-

 

 

마크 트웨인은 문명이란 사실 불필요한 생활필수품을 끝없이 늘려가는 것라고 하였다. 책에 나열된 독성물질들이 함유된 물건들은 대부분이 새로 발명되거나, 편리를 위해 만든 물건들이다. 그러나, 그 물건들이 이제 우리를 위협하고 있다. 이런 독성물질들을 많이 사용하면 할 수록 지구는 점점 더 오염되고 , 우리는 그 오염된 공기를 마시고 오염된 땅에서 나는 것들을 먹고 오염된 물을 마시며 산다. 그러나, 다행이도 책에는 오염에 대체하는 방법 또한 제시하고 있다. 독성물질에서 벗어나는 법을 보면 원래의 , 최초의 모습으로 돌아가는 듯 하다. 이제까지 쓸데 없이 늘려왔던 소모품들을 모두 줄이고 자연에서 나는 것으로, 자연에서 만든 것으로 대체해야 하는 것은 자명해보인다. 

 

저자 데브라 린은  처음 독성화학물질에 대해 30여년간을 지속적으로 독성화학물질에 대하여 연구하였다고 한다. 그런 연구의 결과물은  여러 권의 책으로 출간되어 독성화학물질의 위험에서 벗어나 건강한 생활을 유지하는 데 많은 도움을 주고 있다. “녹색혁명가”라고 불릴 정도로 환경에 대한 경각심을 깨워주는 데 이 책은 학술적이지 않은데다가 일반대중들이 이해하기 쉽게 설명하고 있어 읽는 데에 전혀 어려움이 없다. 앞으로는 우리를 위해서도 그렇고 우리 다음세대를 위해서도 환경친화적인 생활을 해야 할 때라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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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로베르의 앵무새 열린책들 세계문학 56
줄리안 반즈 지음, 신재실 옮김 / 열린책들 / 200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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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 멋진 책은 말이죠,

다 읽은 후에 작가가 엄청 친한 친구처럼 느껴져서 내킬 때마다

전화를 걸 수 있을 것 같은 생각이 들게 만들어요.

자주 있는 일은 아니지만 말이죠.

 

                              -호밀밭의 파수꾼 中에서-

 

내게 줄리언 반스는 그런 작가다. 책을 다 읽고 나서 작가와 대화하고 싶다는 생각을 만들게 하는 ...

<예감은 틀리지 않는다>가 그랬다. 줄리언 반스와 나이듦에 대해서 말하고 싶었고 역사를 토론하고 싶었고 기억에 대해서 공유하고 싶어지는 그런 작가였다. 보바리 부인을 읽은 이유도 줄리언 반스와 대화하고 싶은 마음이었다고 할까.이 책 <플로베르의 앵무새>는 굉장히 독특한 구성이다. 전통적인 소설과는 판이하게 다른 픽션, 문학비평, 전기를 뒤섞어서 경계선이 뚜렷하지 않은 소설이다. 읽는 내내 충격적인 소설이었다. 한번은 구성에, 또 한번은 ,상상력에 또 한번은, 작가의 삶에 대한 통찰에 놀라게 된다.

 

어느 날 우연히 루앙에 들린 주인공. 플로베르가 태어난 그 곳에서 우연히 플로베르 사무실에 박제되어 있는 앵무새를 보며 플로베르를 상상하기 시작한다. 그는 플로베르를 이해하려 한 것이다. 왜냐, 주인공의 아내가 마담 보바리였기 때문이다. 주인공의 직업도 소설에 등장하는 보바리처럼 의사이다. 간통한 아내를 둔 남편의 마음을 백년전의 보바리부인을 통해 이해하고자 하는 작업은 플로베르의 모든 것을 해체하여 수술하는 수고를 아끼지 않는다. 이 책은 플로베르의 모든 것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삶은 왜 이렇게 끔찍하단 말인가? 삶이란 머리카락이 둥둥 떠다니는 수프와 같다. 그렇지만 여러분은 그 수프를 마셔야 한다.

 

 

그는 인류를 증오했다.

 

그는 민주주의를 싫어했다.

그는 진보를 믿지 않았다.

그는 정치에 충분히 관심을 갖지 않았다.

그는 코뮌에 반대했다.

그는 애국자가 아니었다.

그는 사막에서 야생동물을 사냥했다.

그는 일상적인 삶을 겪지 않았다.

그는 상아탑에서 살려고 했다.

그는 염세주의자였다.

 

이렇게 죽은 지 백년 되는 플로베르를 이해하는데도 주인공은 정작 자신의 아내 엘렌을 이해하지 못하는 것에 이상하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여기서 주인공은 텍스트를 읽는 것은 삶과 무관하다고 말한다. 삶은 엘렌이 행동하는 것만 보여주지만, 책은 일어난 일을 설명해주는 곳이고, 삶은 설명이 없는 곳이다. 책은 삶을 의미있게 하지만, 책이 의미를 부여하는 삶은 바로 '나 자신'의 삶이 아니라 다른 사람들의 삶이라는 점이다.<부르주아에 대한 증오가 모든 미덕의 시작이다> 라고 플로베르가 적은 것과는 다르게 명문 가문들의 묘 사이에 묻혀 있는 것과 <보바리 부인>에서 부르주아의 상징인 약제사 오메가 '레지옹 도뇌르 훈장'을 받은 것처럼 플로베르도 '레지옹 도뇌르 훈장'을 받았다.  플로베르는 쓰인 텍스트의 객관성과 작가 개성의 무의미성을 신봉하였다. 플로베르는 <예술가란 자신이 존재한 적 없다고 후세가 믿도록 노력해야 한다> 는 말을 하였지만. 플로베르는 위대한 작가로 동상까지 만들어 후세들이 추앙하고 있다.

 

 우리는 한 사람의 인생이 뒤에 남긴 것은 , 무엇인가 부족한 것을 보충하는 진실을  갖고 있다고 생각하는 것일까?  

 

작가가 앵무새를 처음 본 순간부터 시작한 이야기들은 무척이나 염세적이면서도 끊임없이 생각을 유도한다. 작가란 무엇일까? 저자는 텍스트와 작가와의 연계성에 대해서 플로베르의 삶을 통해 바라보고 있다. 그러나, 끊임없이 스스로에게 묻고 플로베르에 대해서 생각하면 할수록 주인공은 절망하게 된다. 플로베르의 과거를 이해할 수 있는 상징으로 앵무새가 등장하지만, 앵무새는 두개이다. 어떤 것이 진짜 플로베르의 앵무새인지 모르는 상황에서 자신이 진짜라고 믿었던 앵무새가 플로베르의 앵무새가 아니고, 자신이 알던 플로베르의 삶 역시 작가가 텍스트에서 보여주는 삶과는 동떨어져 있다는 사실은 주인공을 절망케 한다. 작가는 '타인의 이야기'를 남긴 것이고 우리의 고통은 생생한 , 날 것 그대로인 '삶'인 것이다. 주인공은 결국 아내를 이해하기 위해 플로베르를 연구하였지만, 과거에서 자신의 삶에 대한 해답을 얻으려 했던 것이 얼마나 헛된 것인지를 깨닫고 아내의 생명 스위치를 꺼버린다. 삶의 진실은 언제나 끔찍한 법이다. 줄리언 반스의 《플로베르의 앵무새》란 결국 플로베르를 통해 삶의 본질에 직면하게 되는 경험을 하게 되는 소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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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바리 부인 문예출판사 세계문학 (문예 세계문학선) 52
귀스타브 플로베르 지음, 민희식 옮김 / 문예출판사 / 2007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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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책은 좋은 책을 연결해준다.

<세계가 두번 진행되길 원한다면> 을 읽으면서 <플로베르의 앵무새>를 읽고 싶었다. <예감은 틀리지 않는다>로 만난 줄리언 반스의 작품을 읽고 이 작가의 다른 책은  어떨까하는 호기심을 남아있었다. <세계가 두번 진행되길 원한다면>에서는 플로베르의 앵무새 주인공이 보바리부인을 떠올리면서 소설속의 주인공을 찾아 떠나는 이야기이다. 그래서  플로베르의 앵무새를 읽으려면 보바리부인을 읽어야 했다.그러나, 사치와 향락으로 연상되어지곤 하는 보바리부인이 이제는 다르게 보여지기 시작했다. 예전의 나는 참 한심한 여인이라 생각했었다. 불륜, 간통, 향락과 사치, 현실적이지 않은, 꿈속에 사는 여자 보바리.

문득 책을 다 읽고 떠올리는 생각은 누가 이 여인에게 돌을 던지겠는가? 이다..

 

 

수녀원에서 생활하던 엠마는 늘 낭만주의 작품을 읽어왔다. 그녀가 생각하는 결혼생활은 멋진 남자와 시를 읊고 문학을 이야기하고 분위기 있는 식탁에서 우아한 생활을 하는 것이었다. 소설처럼, 그러나 결혼한 후에야 보바리가 멋지지 않다는 것을 그리고 시를 읊거나 문학을 이야기하는 일은 더더구나 일어나지 않았다. 우연히 오페라에 참석하게 된 엠마는 그곳에서 가면무도회와 북적거림과 황홀함, 대담한 쾌락과 같은 미지의 흥분에 사로잡힌다. 이때부터 시름시름 앓기 시작하자, 의사는 신경성 병으로 환경을 바꿔주라는 충고를 하는데 이에 보바리는 조금 큰 마을 용빌이라는 곳으로 이사가기로 한다.

 

이삿날이 가까워진 어느 날, 엠마는 서랍을 정리하다가 뭔가에 찔렸다. 그것은 결혼 꽃다발의 철사였다.엠마는 꽃다발을 불속에 던져버렸다. 그것은 마른 짚보다 더 빨리 타버렸다.그리고 잠시 후 재 위에 새빨간 덤불 모양이 만들어지더니 서서히 무너졌다.

 

이것은 앞으로 펼쳐질 엠마의 결혼생활에 대한 복선이다. 결혼 꽃다발이 무너지는 것처럼, 그렇게 엠마의 현실은 무너지기 시작한다.

 

엠마는 언제나 꿈을 꾼다. 수도원에 입학할 때도 토스트에 도착했을 때도 보비에사르에서도 어디서나 새로운 생활을 꿈꾼다. 자신이 겪은 이제까지의 생활은 늘 지루함 투성이였고 언제나 우울했으며, 소설처럼 환상적인 일이 아직 일어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더 행복한 일이 있을 것이라는 기대가 엠마를 꿈꾸게 했다. 용빌에서 만난 젊은 서기 레옹은 자신이 늘 찾아헤매던 조건을 갖추고 있는 아름다운 남자였다. 그는 시를 읽어주고 문학을 말하며 태양을 볼 때는 눈이 반짝반짝 빛나는 사람이었다. 보바리 부부는 레옹과 같이 어울리곤 하였는데 그때마다 레옹에 비해 한없이 촌스럽고 초라한 ,그러나 우직한, 그리고 미련한 보바리에게 더욱 싫증을 낸다.

 

그녀의 마음은 욕망과 극심한 고통과 증오로 가득 차 있었다. 주름이 똑바로 잡힌 옷은 동요하는 마음을 감추고, 정숙해 보이는 입술은 미칠 것 같은 괴로움을 털어놓지 않았다. 그녀는 레옹을 사랑했다.

이리하여 육체적인 욕망도, 금전적인 욕망도, 그리고 정욕에서 오는 우울증도 모조리 하나의 괴로움 속에 한데 뒤엉켜버렸다.

 

레옹이 갑작스레 떠나고 엠마앞에 나타난 카사노바 로돌프. 로돌프의 눈에는 엠마의 그런 욕망들이 보였나보다. 엠마를 처음  본 순간 자신의 여자로 만들겠다는 장담을 한다. 엠마의 눈에 로돌프는 용빌의 다른 사람과는 다른 뭔가 세련된 것들이 있었다. 아무도 안 입는 꽉 끼는 조끼라든지 가죽장화라든지 , 허영심이 강한 엠마는 그의 풍채에 매료된다. (참 이런걸로 사람에게 반한다는 거 , 웃기는 일? ) 하지만, 로돌프는 카사노바라는 거. 엠마는 결국 버림받는다. 그리고 다시 나타난 순정남 레옹. 둘은 사랑에 빠지지만 젊은 남자와 사랑하는 데에는 그만한 댓가가 있어야 한다. 엠마는 결국 파산하고...............

 

그러나 뭐라 해도 그녀는 행복하지 않았다. 지금까지 한 번도 행복한 적이 없었다.

어떠한 미소에도 권태의 하품이 숨겨져 있다.어떤 환희에도 저주가,  황홀한 키스에조차 충족되지 못한 더 큰 쾌락의 욕망이 입술에 남는 법이다. 

 

 보바리즘의 저자 쥐 드 골티에에 따르면 보바리즘이란 자신과 자신이 실제로 그러한 것과는 다르다고 스스로 믿는 능력이라고 한다. 플로베르의 소설에서 엠마의 전 생에 영향을 미쳤던 것은 처녀 시절 수도원에서 매일 읽었던 낭만주의 문학의 영향이었다. 그녀는 소설이 주는 이상을 꿈꾸며 세상을 바라보았지만, 현실은 녹록하지 않았다. 현실과 이상이 엠마에게 주는 선물은 오로지 좌절뿐이었던 것이다. <세상이 두번 진행되길 원한다면>의 저자 정혜윤은 플로베르의 주인공들은 모두  인간의 본질을 이루는 '자신은 자신이 그러한 것과는 다르다고 스스로 믿는 능력'이 병리학적 양상을 제시하면서 나타난 모습을 하고 있다고 한다. 보바리도 아내의 권태와 증오는 모른채 행복한 가정이라는 믿음을 포기하지 않는다. 가장된 삶을 살아가고 있는 것은 다른 주인공들도 마찬가지다.   약제사 오메는 더한 속물캐릭터이다.  오래 전에 엠마를 시쳇말로 된장녀로 생각했던 것 같다. 하지만, 이상을 꿈꾸고 늘 자신의 세계를 확인하고 싶어하며. 책을 사랑하고, 스스로 우아함을 잃지 않았던 엠마에게 누가 돌을 던지겠는가? 엠마는 단지 꿈을 꾸었을 뿐이다. 깨어나지 못한 지독한 꿈을. 그리고 그것이 자본주의가 주는 선물이라는 것을 몰랐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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