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른과 마흔 사이 인생병법
노병천 지음 / 청림출판 / 201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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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유독 <마흔에 읽는 ..> 으로 시작되는 책들이 많다. 김형경 작가가 사랑을 선택하는 특별한 기준에서 말하였듯이 35세와 50세 사이에 찾아오는 중년의 위기를 어떻게 넘기느냐에 따라 삶의 후반부가 달라진다고 한다. 그래서 마흔의 시기는 무척 중요한 시기이다. 마흔의 나이가 되면 어느 정도의 인생에서 노하우가 생기기도 하고 직장에서는 커리어가 쌓인 나이이기에 더 이상 자기계발에 노력을 하지 않는다. 결국 남은 인생 후반전을 인생 전반전에 겪었던 폐쇄적인 자기 복제의 답습으로 채워가는 것이다아이들을 쫓아다니며 잔소리를 하는 어머니의 모습을 보면서 가끔 누군가가 내게도 잔소리를 해 주었으면 할 때가 있다. 이상하게 나이가 드니 잔소리를 하는 사람이 없다. 막다른 골목에 다다랐을 때, 내가 무엇을 해야하는지 모를 때, 무언가를 선택해야 할 때, 엄마가 쫓아다니며 잔소리를 해주었으면 얼마나 좋을까. 모든 것을 스스로 결정해야 하는 나이, 바로 마흔이다.

 

어제는 간만에 코미디 장르의 영화 <아부의 왕>을 보았다. 융통성 없고 눈치 없지만, 거짓말 할 줄도 모르고 순수하기만 한 주인공 오동식의 좌충우동 직장생활이다. 착하기만 한 주인공은 직장인들과 어울리지 못하고 오히려  순진한 오동식을 이용하는데 눈치도 없고 융통성이 없다보니 영업직으로 내쳐진다. 좁디 좁은 인간관계에서 살아남기 위한 고군분투는 비즈니스업계의 달인으로 통하는 혀고수에게 처세술을 전수받는데 혀교수역으로는 성동일이 나온다. 근데 이 혀교수의 처세술이 바로 손자병법이다. 이기기 위해 지는 방법을 가르쳐주며, 비굴해보이지만 생존의 묘책이며, 타인과의 공존하는 법이다 앞뒤가 꽉 막혀  직원들과  융화할 줄 몰랐고 남보다 항상 한템포 늦었던 오동식은 혀교수에게 배운 처세술로 순식간에 보험왕이 된다. 

  손자병법은 논어, 노자, 주역과 함께 중국 4대 고전으로, 리더들이 가장 아끼는 비서( )로 손꼽힌다. 손자병법에는 경영전략이나, 인간관계의 처세술등을 배울 수 있기 때문이지만 그 깊은 속으로 들어가보면 경쟁자와 함께 살아가는 동반자로 인정하는 철학이 숨어 공존하는 철학이 숨겨져 있다. 책의 저자인 노병천은 젊은 시절부터 손자병법을 연구하고, 상생의 원리와 공존의 철학의 손자병법을 37년에 걸쳐 1만 번 통독하였고, 1000번 이상 정독하면서 비로소 손자병법의 깊은 원리를 꿰뚫게 되었으며, 특히 서른과 마흔 사이의 인생에 주목한다.

 

이것은 서른과 마흔 사이가 전장의 소용돌이 한 가운데처럼 치열하며, 새로운 목표를 재정립해야하는 시기인 동시에 새로운 시작을 의미하는 시기이기 때문이다. 저자는 무언가 완벽해지기 위해 끊임없이 갈구하며 욕망하는 시기이고, 그렇기에 또 좌절하게 되는 시기인 이 서른과 마흔 사이를 현명하게 잘 넘어서면 기나 긴 인생의 항로에서 길을 잃지 않을 등대를 얻을 수 있다고 말한다. 바로 새로운 인생 후반부의 출발점인 것이다.

 

자보이전승自保而全勝 _ 스스로 보존하면서 온전한 승리를 얻어라.

 

저자는 손자병법의 13편의 글자를 모두 합치면 6,109자가 된다고 한다. 그중에서 핵심되는 딱 한글자를 남기라고 한다면 전이라고 한다. 완전은 하나도 빠짐없이 모든 것을 갖춘 상태를 말하지만, 온전이란 처음 형태 그대로 보존된 형태를 가리키는 말이기 때문이다. 진정한 승리란 이렇게 스스로를 무너뜨리지 않은 채 온전하게 얻는 승리를 말하기 때문이다. 쇼펜하우어가 가는 곳마다 적들은 매복해 있어 휴전 없는 전투, 결국은 손에 무기를 든 채 죽어가는 그것이 바로 우리네 인생.”이라고 하였듯이 우리의 인생에서 승리란 자보이전승을 지상 목표로 삼는 것이다.

 

자존심은 냉장고에 .

 

영화 <아부왕>에서 혀고수가 전수하는 처세술 중에 자존심은 냉장고에라는 말이 있다. 손자병법에서는 < 비이교지卑而驕之: 나를 낮춰 상대방을 교만케 하라>는 말과 비슷하다. 한나라의 명장으로 유명한 한신의 일화에서도 볼 수 있다. 가난하여 빌어먹는 처지였지만, 한신은 자신을 알아주는 주군을 만나면 자신의 뜻을 펼칠 수 있다는 포부와 희망을 가지고 있었다. 그런 한신을 보고 동네 불량배가 자신의 가랑이 사이를 지나가라며 시비를 걸었으나, 한신은 싸우지 않고 비굴하게 가랑이를 기어간다.(과하지욕) 인생을 살다보면 이런 비굴함을 겪는 순간이 온다.인생에는 이렇듯  한순간의 비굴함은 거뜬히 넘기고 더 큰 그림을 그릴 수 있는 지혜가 필요한 법이다.  

 

세상에 그 어떤 가치를 지불하고서라도 얻고 싶은 것이 있다면 그것은 바로 인간관계다.”

 

역사상 가장 위대한 리더들은 사람을 얻는 것을 가장 큰 가치로 여겼다. 현재도 그것은 불변의 진리이다. 손자병법에서는 전쟁에서 승리하기 위해 다스려야 하는 네 가지를 말하는데 치기(治氣), 치심(治心), 치력(治力), 치변(治變)이다. 먼저 마음을 다스리고 체력을 다스린 후에 사기를 다스리고 마지막으로 상황의 변화를 다스리라는 말이다. 이 다스림의 시작의 처음은 치심에서 비롯된다는 것은 세상을 다스리기 위해서는 수신을 해야한다는 말과 유기적으로 연결되는 느낌이다. 마오쩌둥이 사람들이 진실을 말하고 있다고 믿게 한다면, 말더듬이도 대중을 선동할 수 있다.” 하고 했듯이 사람을 얻기 위해서는 스스로가 진실되어야 한다는 사실도 기억해야할 내용이다서른과 마흔 사이 인생병법은 인류의 유명한 전쟁사와 더불어 손자병법의 문리를 트이게 하는 스토리텔링이 무척 뛰어난 책이다. 인생사를 쇼펜하우어가 말한 전쟁으로 표현한 것처럼 우리의 인생은 한편의 전쟁사인지도 모른다. 마흔이 되고 보니 때론 두려움과 알 수 없는 감정에 울컥거리곤 한다. 앞으로도 잘 살 자신 반, 두려움 반이다. 다만, 이제까지 살아온 인생을 답습하는 차원이 아니라, 조금은 더 나은, 조금은 더 지혜로운 인생 후반부를 살아가고 싶을 뿐이다. 인생병법은 사회생활에서 뿐 아니라 지혜로운 인생을 위해서는 꼭 읽어야할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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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담 : 두 번째 아이는 사라진다 문학동네 청소년 13
방미진 지음 / 문학동네 / 201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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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등만 원하는 더러운 세상이라는 유행어는 친구들과 만나면 가끔 농담처럼 하는 말이기도 하다. 이상하게 이 유행어를 농담처럼 내뱉곤 하면 왠지 모를 열등감이 해소되는 카타르시스를 느낀다. 하루가 다르게 변화하는 현실에서 일등이 아니면 버텨나기 힘든 사회적 구조, 그리고 그런 구조가 낳은 병폐는 다름 아닌 2등이라는 열패감이다. 그리고 지독한 열패감은 질투와 시기를 부추기게 되는 것은 당연한 이치이다. 그런 지독한 열패감은 또 하나의 이야기를 낳는다.

 

 

 

"너 그 얘기 알아?“

이야기의 시작은 언제나 질문으로 시작한다. 대답을 기다리지 않는 질문이다. 그리고 다시 묻지 않아도 이야기는 이미 시작되었다. 지금 생각해보니 학교 다닐 때 유일한 낙이라 하면 아마도 삼삼오오 모여다니며 머리를 맞대고 소문이나 괴담을 말하는 것이었다. 유난히 여고시절 괴담이 많은 이유도 아마 늘 사방이 하얀 벽으로 갇혀져 공부만하는 지루한 일상에 유일한 감정해소의 방법이 아닌가 생각해본다. 그때에 괴담이 주는 카타르시스는 경쟁이라는 프레임 속에 있다는 사실도 잊게 해 주는 재미난 놀이와 같은 유희였다. 사춘기 시절, 우리는 늘 재잘거렸다. 참 이상한 건 그 괴담의 모토는 언제나 2등이 1등을 죽이고 1등이 되지만, 죽은 1등이 항상 2등의 어깨에 앉아 있다던지, 교실 어딘가에서 바라보고 있다는 단순한  이야기인데 그때는 그 괴담들이 이야기가 아닌 현실처럼 생생하게 느껴져 괴담을 들은 날은 화장실도 못갔던 것 같다.

 

"연못 위에서 형제가 사진을 찍으면 둘째가 사라진대.’

연못 위에서 일 등과 이 등이 사진을 찍으면 이 등이 사라진대.’

연못 위에서 첫 번째 아이와 두 번째 아이가 사진을 찍으면 두 번째 아이가 사라진대

 

괴담은 현실이 된다.

그럼 괴담은 왜 끊임없이 재생되는 걸까? 이유는 간단하다. 모두들 주인공이 되고 싶기 때문이다. 누구나 주목받고 싶고 남보다 뛰어나고 싶은 욕망이 있다. 소설 <괴담>에서는 성악을 하는 서인주의 죽음이후  학교에 떠도는 괴소문 "연못 위에서 1등과 2등이 사진을 찍으면 2등이 사라진다.“ 이 떠돈다. 이  괴담은 십대들의 불안한 심리와 경쟁 심리속에 절묘하게 파고들어 공포로 발아한다. 괴담의 시작 너 그 얘기 알아?“ 라고 말하는 순간, 이야기는 실체가 되어 학생들 사이에 다가가 실제와 실존이 된다. 절대음감을 가진 지연과 아름다운 외모를 가진 연두 , 존재감은 희미하지만 뛰어난 재능을 타고났던  인주. 고등학교 합창부인 이들은 서로를 경쟁하면서도 친한 친구라는 허울을 유지하고 있었다. 그러나  괴담은 이들의 사이에 끼어들게 되면서 1등이라는 욕망에 부채질을 하고,  절대음감을 타고 났고  남부러울 것 없이 유복하게 자란 지연과 성악의 재능보다 더 눈에 띄는 아름다운 외모의 연두, 그와 반대로 평범한 비쥬얼을 지니고 있지만, 뛰어난 재능의 인주. 인주의 그런 재능을 합창부의 경민 선생과 지연과 지연엄마가 알게 되면서 이야기는 현실이 된다.  성악을 하는 세 친구들- 지연,연두, 인주-와 또다른 세 친구- 치한, 보영, 미래-는 친구의 이름이 아니라 경쟁과 질투의 상대에 더 가깝다. 이들의 삼각형의 구도는 서로를 상호보완하며 견제하는 안정적인 구도다. 그러나, 인주가 통학로 옆 샛길 연못에서 시체로 떠오르게 되면서 삼각형의 안정적인 관계는 이지러지기 시작하고. 치한과 보영과 미래 역시 이지러지기 시작한다. 이렇게 이지러지기 시작한 틈새에   괴담은 이들에게 다가가 최고가 되어야 한다는 갈망과 1등에게 주어지는 천부적인 능력에 대한 질투와 시기는 2등의 마음속에 자리잡아간다.

 

늘 사라지는 건 두 번째 아이. 남은 건 첫 번째 아이. 지연은 언제나 남았다. 하지만 지연은 한 번도 첫 번째 아이가 될 수 없었다. 두 번째 아이가 눈앞에서 사라져 가는 그 순간조차도 지연은 자신이 첫 번째 아이라는 것을 확신할 수 없었다. 그래서 언제나 두 번째 아이였다. 두 번째 아이가 사라진다. 어쩌면 이 괴담은 위험할 정도로 끝이 없는 거짓말인지도 모른다. 우리는 모두 두 번째 아이니까. 사라지는 것도 남는 것도 모두 두 번째 아이.’ p. 238

 

<꽃들에게 희망을>이란 동화를 보면 정상에 올라가기 위해 애벌레들은 다른 애벌레를 짓밟고 밀치며 필사적인 모습이다. 그러나, 정상에 올라간 애벌레는 아무것도 없다는 것을 보고 실망감을 감추지 못한다. 정상에 올라가는 것보다 자기 안에 나비가 될 수 있는 능력이 있다는 것을 깨닫고 나자, 애벌레는 아름다운 나비가 된다. 우리의 인생역시 마찬가지다. 일등이 되기 위해 기를 쓰고 공부하지만 일등이 되면 또 다른 경쟁자가 기다리고 있다. 경쟁은 언제나 새로운 경쟁자를 등장시키기 때문이다. 무한경쟁이라는 프레임에 갇혀 동료애벌레를 짓밟고 올라간  정상의 꼭대기가 아닌, 우리는 모두  아름다운 나비가 될 수 있는 능력을 가지고  있다. 소설에서 지연이 1등이 되기 위해서 1등을 죽이지만 한번도 1등이 되지 못한 것처럼, 정상의 꼭대기는 원래부터 존재하지 않았다. 한편으로  소설 <괴담>은 무서운 이야기다. 우리 내면의 욕망을 거울처럼 반추하고 있기 때문이다. 나보다 더 뛰어나보이거나, 잘 사는 모습을 보면 축복보다는 시기와 질투가 속에서 꾸물꾸물 올라온다. 그리고 그 사이를 여지없이 괴담이 파고든다. 그리고 속삭인다. “너 그 얘기 알아? 하며... 이야기를 듣는 순간, 괴담은 현실이 된다책을 덮은 순간, 서늘한 기운이 뒷덜미를 맴도는 기분에 사로잡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소설이 말해주는 현실은 무서우리만치 생생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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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우 강의
왕리췬 지음, 홍순도.홍광훈 옮김 / 김영사 / 201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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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우를 두고 역발산(力拔山)은 기개새(氣蓋世)라고 하듯이, 항우는 기는 패왕의 기였다. 그러나 패왕의 위치까지 간 그가 왜 멸했을까. 천하의 영웅이되 실패한 영웅이라 불리우는 항우. 그의 비참한 죽음으로 인해  불후의 예술적 향취를 물씬 풍기는 전형적인 인물로 회자되고 있는 인물이다. <사기>를 기술한 사마천 또한, 항우의 실패를 아쉬워하는 마음을 담았을 정도로 천하를 재패한 유방보다 항우에게 더한 애정을 갖고 있음을 느낄 수 있다. 저자 왕리췬은 이 책을 통해서 항우가 실패 한 이유를 살펴보고 있다. 그리고 그 실패를 통해서 삶의 지혜와 혜안을  넓혀주고 있다. 저자 왕리췬은 항우가 실패한 첫 번째 이유를 정치적 유치함을 둔다. 병법에는 능했고 기개 또한 대단했던 항우가 지나치게 자신을 믿으면서 문(文)을 경시하였는데 항우는 지나치게 자신을 과신한다. 결국 실패의 요인 '정치적'으로 유치할 수 없었던 것 첫째가  기초를 다지지 못했음을 말한다. 다시 말해 자신을 닦는 공부를 게을리 하였다(수신 修身) 둘째는 자의적 성격 탓으로 보았다. 이렇게 개인에 대한 지나친 독단성은 천하는 그를 영웅으로 태어나게 하였지만, 스스로 화를 자초한 것임을 말한다. 쉽게 예를 들면 항우는 분명 똑똑하고 한눈에 봐도 천하의 재목이었을 것이다. 학생들에게 공부를 가르치다보면 유난히 똑똑한 학생이 눈에 띈다. 하지만, 대부분이 똑똑한 학생은 열심히 하지 않는다. 오히려 조금은 앎에 대해서 늦되더라도 성실하고 조금은 미련한 학생이 나중에 박사가 되는 경우가 많다. 비교하자면 성실하고 미련한 학생이 유방이다. 욕을 입에 달고 살고  여색을 밝히고, 천박한 품성을 가진 유방은 분명  천하의 재목이 아니었지만, 결국 천하를 재패한 것은 유방이었다는 역사가 보여주는 진실은 현실을 사는 우리에게도 무척 큰 교훈을 남긴다.

 

 

사기를 들여다보면 유방을 세가지 신분으로 기록하였는데 패공,한왕,한고조이다. 그러나 유방을 가리켜 공통된 기록은 어느 신분에 있던지 욕을 잘했다는 기록이 있다. 게다가 유방의 인격이 의심되는 기록 또한 많은데 유방이 그다지 인덕이 많거나, 인품이 훌륭한 패자는 아니었다. 심지어 도망갈때 자신이 빨리 도망가기 위해 자신의 아이를 마차 밖으로 버린다거나, 여색을 유난히 밝혔다거나, 잔인한  면모도 많지만 유방이 가장 유능한 점은  권모술수에 능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항우는 유방의 그런 면모를 전혀 모르고 있었다. 초한전쟁 초기에 유방을 없앨 세 번의 기회가 있었음에도 유방을 자신의 라이벌로 생각지 않은 것은 그의 거칠고  직선적인 성품으로서는  죽었다 깨어나도 몰랐을 면모였던 것이다.  이것만 보아도  항우와 유방은 게임이 안되는 승부였는지도 모른다. 

 

여차저차해서 초패왕이라는 최고의 자리까지는 해봤지만, 워낙 제멋대로인 성격에 충신과 간신의 구분도 못하고, 유일한 모사 범증까지 유방의 반간계로 내치기까지 한 항우는 자신의 일생의 가장 중요한 전투 거록과 팽성의 전투로 군사적 천재성을 여지없이 보여주지만,  이 전투 또한 정치적인 미숙함은 그대로 보여주는 전투임을 알게 되는데  저자는  이 전투를 통해서도  항우의 실책을 면밀하게 살펴보는데 위에서도  언급했듯이  항우의 가장 큰 실책은 유방을 진정한 라이벌로 생각하지 못 한데에 있다. 남의 말을 듣기를 싫어했으며 , 자신을 너무 과신하여 사람을 판단할 줄 몰랐으며, 도량이 좁아 관용할 줄 몰랐다. 결국 항우의 실패는 유방이 강해서가 아니라, 자기 자신에게 패한 것이 직접적인 원인이 되었다는 것이다.

   

기존의 항우와 유방의 이야기는 항상 민심을 얻는 자가 천하를 얻고 민심을 읽는 자는 천하를 잃는다는 불후의 진리를 떠올리게 하였다. 이제까지 항우가 유방에게 패한 원인을 민심을 얻지 못해 패한 것으로만 알고 있었는데  저자는 항우의 패한 원인은 바로 '정치적 유치함'일 뿐임을 강조한다.  잔인함과 폭력면에서는 항우는 진시황과 매우 닮은 면을 지니고 있었는데 진시황의 망국의 원인을 살인으로 보지 않는 것과 같다고 한다. 물론 항우의 폭력도  실패한 요인 중의 하나이다. 그러나 가장 절대적인 실패의 요인은 다시한번 말하지만 정치적 유치함이다만약, 항우가 정치적으로 성숙하였다면, 유방을 견제할 수 있었던 세 번의 기회를 그렇게 어리석게 보내지 않았으며, 초한전쟁의 역사는 새로 쓰게 되었을 것이다.   

 

이 책은 중국 국영방송 CCTV'고급지식의 대중화'를 모토로 기획한 인기 교양 프로그램 백가강단의 강의를 엮은 것으로 이번 편은 <항우강의>이다. 중국 역사학의 거장으로 사마천 연구의 세계적 석학 왕리췬의 강의는 <사기강의>로 만나본 적이 있다. 저자 왕리췬은 '사마천'에 대해서는 중국 사학계에서 독보적 연구가로 자리매김하고 있으며  세계적 석학으로 탁월함을 인정받고 있다. 저자의 역사를 보는 시선은 기존의 역사를 보는 시각과는 차별화 되어 있으며 역사를 통해 현재를  바라보게 하는 교훈을 남겨준다. 역사는 미래의 과거라는  말도 있듯이 초한전쟁의 성패를 통해  배우는 교훈은 두고두고 기억할 만한 소중한 가치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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뱀파이어, 끝나지 않는 이야기
요아힘 나겔 지음, 정지인 옮김 / 예경 / 201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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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에 가장 핫한 아이템은 아마도 뱀파이어 영화가 아닐까 한다. 해마다 여름만 되면 블록버스트급의 흡혈영화들이 봇물이 터지듯 쏟아져 나오는데 , 그때마다 뱀파이어는 듣도보도 못한 종으로 진화를 거듭한다. 그 수많은 뱀파이어영화 가운데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영화는 로베르토 로드리게즈 감독의 <황혼에서 새벽까지>이다. 제목만 보고는 가족드라마인 줄 알고 빌려왔던 비디오 <황혼에서 새벽까지>는 서부사막의 황량한 곳이 뱀파이어들의 요새로 변신하는 것을 시작부터 넋을 잃고 보았던 것 같다. 눈을 뗄 수 없을 정도로 자극적이고, 화려하고, 지루할 틈 없었던 1편을 보고 2편,3편도 봐야했는데, 최신 뱀파이어 영화와는 색다른 묘미가 있다. 최근 등장하는 뱀파이어들은 지나치게 진화한데다가 기계적인 느낌이라 과거 뱀파이어처럼 친근감?이 없다. 트와일라잇의 뱀파이어는 지나치게 힘이 세고 바로 옆에 맛있는 먹이를 두고도 욕망을 참는 뱀파이어 캐릭터로  물론 인간미는 느껴지지만, 초스피드, 초인적인 힘을 가진데다가  과거 흡혈귀에 불과한 뱀파이어가 세계를 구원하는 미래전사의 모습을 띠는 것은 조금은 불편하게 느껴졌다. (물론 지극히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  게다가 <블레이드>에서는 신종 뱀파이어 리퍼가 등장한다. 인간의 진화론처럼 뱀파이어도 진화를 거듭한 모습이다. 단, 대중문화 속에서만 그렇다는 이야기이다.

 

 

최근 한 아티스트가 소설에 묘사된 드라큘라의 형체를 실제 모습 그대로 복원해 내어 화제가 된 적이 있었다. 뱀파이어가 가지고 있는 이미지와는 상반된 이미지라 의외라는 생각을 했는데 영화속에서 지나치게 강조 되어왔던 섹시함과 도시적인 이미지와는 다른 선한 이미지로 그려졌기 때문이다.

 

21세기에 독보적인 문화 흡혈귀 문학과 영화는 대중문화를 선도하고 있다. 21세기의 대중문화를 말하면서 뱀파이어 문화를 빼놓을 수 없다. 《뱀파이어, 끝나지 않은 이야기》는 독특하게도 21세기 대중문화의 중심에 있는 뱀파이어에 대한 집중탐구이자, 대중문화사이다. 현재까지도 끝없는 진화를 거듭하고 있는 뱀파이어 이야기의 역사적 기원을 거슬러 올라가보면, 고대의 흡혈귀 선조는 수메르와 바빌로니아에서 숭배와 두려움의 대상이었던 릴리트로 보고 있다. 창조의 과정에서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 탓에 낙원에서 추방당하고 이후 악행을 저지르며 어느 곳에도 정착하지 못하고 떠돌아다녔다. 릴리트는 이후 여러 가지 문학작품과 문헌으로 남겨져 있으며 그림의 소재로도 많이 사용되었다.

 

고대에서 릴리트와 같은 존재는 흡혈귀의 존재를 어느 정도 신빙성 있는 존재로 받아들이게 되며 여기에 죽음의 영역에 속한 신들에 대한 믿음이 더해지면서 릴리트의 이미지에 샤머니즘과 신비주의가 결합된 형태와 문학적 상상력이 가미되면서 뱀파이어는 더욱 생생한 존재가 되어간다. 이 미신은 발칸반도 국가들과 남쪽의 도나우 강에 면한 나라에서 활개를 친 이유를 중앙유럽의 지리적 특성 때문으로 보았다. 중앙유럽의 문화권에서 멀리 떨어져 고립되어 있어 유럽에 불어 닥친 계몽주의의 영향을 받지 못한채 중세의 봉건적인 사회구조가 강하게 남아있었기 때문인 것이다. 게다가 중세에 퍼진 흑사병,페스트,콜레라같은 전염병은 사람들을 공포에 떨게 했고 질병에 대한 공포와 뱀파이어를 연상지어 이야기를 만들어내곤 하였다. 그래서 탄생하게 된 것이 아마도 드라큘라 백작이 아닐까 한다.

 

루마니아에서는, 뱀파이어가 될 만한 소지가 있는 망자들은 아예 불에 달군 쇠로 심장을 꿰뚫은 다음 매장하는 관습이 오랫동안 행해졌다.

 

아일랜드의 소설가 브램 스토커는 뱀파이어 소설 장르에서 많은 업적을 이루어내었지만 가장 큰 업적은 소설 《드라큘라》로 인하여 독특한 캐릭터를 창조해낸 것이라고 한다. 드라큘라백작은 역사상 실재했던 폭군을 모델로 삼아 창조하였기 때문에 실존인물과 같은 무게감과 더불어 신에게 당당하게 맞서는 적수와 추락한 천사이자 창조주에 반항한 모반자로서의 루시퍼를 둘러싼 신화에 바탕을 둔 하나의 문학적 은유로 탄생하게 된 것이다. 브램 스토커에 의해 탄생된 드랴큘라의 이미지는  21세기 영화역사의 주인공으로서의 캐릭터를 완성시킨 것이다.

 

뱀파이어는 살아 있는 존재의 피를 섭취하는 한 계속 번성하지. 우리가 보았듯이 그는 심지어 더 젊어질 수도 있어. 그림자도 생기지 않고 거울에도 비치지 않지. 게다가 수백 년 동안 교활함도 계속 발달했기 때문에 보통 사람들에 비해 훨씬 더 간계에 능하다네. 죽은 혼령들을 불러낼 수도 있고, 죽은 존재들에게 접근하여 자기 명령을 따르게 만들 수도 있어.게다가 쥐나 올빼미, 박쥐, 늑대 같은 하등한 동물들을 지배하는 힘도 있다네. 그에게 물린다면 우리 역시 그처럼 역겨운 밤의 피조물이 될 것일세.

- 브램 스토커의 《드라큘라》 중에서

 

이렇게 전설과 신화와 문화적 상상력으로 탄생된 뱀파이어는 최근 들어서도 여전히 스크린 속에서 진화를 거듭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최근 김옥빈과 송강호 주연의 <박쥐> 수사시리즈 <뱀파이어형사> 등 영화소재로 여전히 매력적인 존재이다. 여전히 나올 때마다 흥행에 성공하는 <레지던트 이블>이나 <언더월드> , <블레이드>시리즈는 시리즈를 거듭할 때마다 진화한 뱀파이어의 모습으로 색다른 재미와 볼거리를 제공하여 준다. 이제 상상의 존재에 불과하던 뱀파이어는 엄연한 대중문화의 한 장르로서 우리에게 친숙한 문화로 잡아가고 있음을 볼 수 있다. 그것은 인간의 깊숙한 곳에 자리한 욕망의 집합체로서 금기된 욕망의 한 자락과 영원한 생명에 대한 갈망, 터부시된 성적 욕망의 표현과  아름다움에 대한 욕망등 욕망을 향한 인간의 복합적인 갈망의 집합체로서 치명적인 매력을 느끼게 하기 때문인 듯 하다. 매혹적인 존재로서  현재까지도 변화와 변신을 거듭하며 흡혈문학이라는 하나의 장르를 굳혀가며 이제 어엿한 대중문화의 선두주자로서 자리잡아가고 있는 뱀파이어의 이야기는 앞으로도  끝나지 않는 이야기로서 우리곁에 존재해 줄 친숙하고도 다채로운 문화이다. 신화와 미신속에만 존재해 온 상상속의 존재인 뱀파이어를 예술과 문화를 통해서 살펴보는 뱀파이어 문화사는 무척 흥미롭고 신선한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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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대한민국 모바일, 위기와 기회의 징후들
문재승.이석진 지음 / 커뮤니케이션북스 / 201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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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인들에게도 쉬운 모바일 시장에 대한 입문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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