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햄스터키우기
햄스터 키운지 근 일년이 되간다.
시원이가 키우고 싶어해 데려오긴 했지만
개인적으로 짐승을 키우는 일은 반대하는 편이라
그닥 이쁘다 귀엽다는 느낌은 전혀 없었다.
근데 한 두 마리 데려오다 정신차려보니
어느 덧 네 마리를 키우고 있었는데
쌀.보리(애칭 애기).떡.콩 곡류가 다 모여있게 되었다.
근데 이 네 놈이 다 다르다.
한 가지에 자란 나무가 모양새가 다 다르고
한 뱃속의 자식들이 성격이 모두 다르듯이
네 놈이 모두 특이하다.
쌀은 주특기가 멍때리는 건데
하다못해 쳇바퀴를 돌리다가도 멍~ 때리고
물을 마시다가도 멍~! 때린다.
그 모습이 너무 우습다가도 귀여워
얼굴 한 번 쓰다듬어 주게 된다.
보리 이놈은 맨 마지막에 입양돼서
제일 작아 애기라 불렀는데
오자마자 도망쳐서 한 달만에 잡혀 우리에 넣어줬다.
도망다니는 동안 야성만 키웠는지
사람만 다가가면 물려하고 경계심이 높다.
쪼만한게 성질부리며 물어봤자 아플리가 있겠냐만
깨물리면 기분나쁘다. 그래서인지 애들도 보리는 안 건드린다.
요즘은 지 좀 봐달라 딴에 애교 부린다고
철창에 매달려 아양같은 걸 떠는데
태어나자마자 싸돌아다닌 탓에 길들이기 가장 힘든 놈이다.
애정결핍이 약간 있다.
떡이 ~ 요놈은 가장 사랑받는 녀석으로
애교뿐 아니라 귀염성, 발랄함, 사랑스러움
모든 것을 다 갖춘 놈이다.
녀석도 사랑받는 걸 아는지 사람손을 두려워하지 않는다
손바닥 내밀면 무조건 올라타 재롱부린다.
햄스터 재롱이야 부려봤자라 생각하겠지만
떡이는 그런 면에서 ‘난‘ 놈이다.
지도 사랑받는 걸 아는지
한동안 살이 너무 쪄서 애들이 떡아 너 살 좀 빼야겠다~~
맨날 그러니까 이 놈이
며칠 밤낮을 쳇바퀴를 돌리더니
홀쭉해졌다.
쌀이나 보리보다 지금은 더 작다.
쌀이랑 보리는 먹는 걸 넘 밝혀서 뚱뚱해졌는데
아무도 이 놈들한테는 살 빼란 말을 하지 않는다.
그런 거 보면 ‘살빼~‘ 이런 말을 해주는 것도
당사자는 기분 나쁠지 몰라도
관심이 있고 애정이 있으니 하는 말이니
너무 기분 나빠할 필요는 없다.
정말 관심없으면 절대 아무 말도 하지 않는다.
여튼 그래서 떡이는 살을 무진장 뺏다
밤마다 쳇바퀴 백만번 돌리는 놈은 떡이니까.
떡이가 살을 빼고 쪼끄마해지자
아이들의 사랑을 독차지하게 됐다.
( 뚱해도 이뻐했겠지만 떡이도 사랑받기 위해 노력했다고 해주자)
햄스터도 자기가 사랑받는 걸 아는 걸까?
떡이는 이상하게 이뿌다. 자꾸 보아도 귀엽다.
지도 사랑받는 걸 안다.
알기에 저런 애교스러운 몸짓을 보내겠지?
마지막으로 콩이 이야기를 하자면,
쌀, 보리,떡과는 다른 종자다.
콩이는 세피아과이고 다른 애들은 화이트인데
화이트애들은 친화력이나 사람과 교감능력이 있지만
얘는 그런 거 제로다.
처음에는 애가 좀 모지란, 지능이 좀 떨어지는 애라 생각했는데
이제보니 지능이 모자라기보다는 그냥 타고난 성향같다.
혼자 통안을 엄청나게 빠름 속도로
마라토너들보다 더 빠른, 파파팍 튀는 속도전으로
사람을 도망다닌다.
쳇바퀴를 넣어줬더니 무서워서 도망만 다니다가
첫 날은 할 줄 몰라 패스
둘째 날은 건드려보다 패스
셋째 날에야 옆 통의 쌀이 쳇바퀴 타는 걸 유심히 보다가
타다가 우리가 보고 있는 거 눈치채고는 자기 집에 들어가서
나오질 않더니 넷째 날, 미친듯이 쳇바퀴를 타고 있는 콩이를 보았다. 그제서야 쟈는 모자랐던 건 아니구나 싶었다.
아침에 애들 베딩 갈아주면서 얘들이 하나의 즐거움이 되어 있다는 생각에 나도모르게 웃음이 난다.
살아있는 생명들은 살아가는 방법은 다르지만
생명이 있음으로 공통된 감정이 있는 것 같다.
쌀,떡,보리,콩이 햄스터이지만 서로 다른 성질을 가지고 있는 것처럼 인간사 역시도 같다는 걸 새삼 되돌아본다.
각자의 ‘나‘를 인정해주고 타인의 삶을 응원해주는 것외에는
그 어느 것도 가치없는 일이다.
하찮은 햄스터에게도 삶의 철학이 있는 법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