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있지 말아요 - 당신의 가슴속에 영원히 기억될 특별한 연애담
정여울 지음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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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이 사랑하는 이에게 애절한 편지를 쓴다.. 보고 싶어 애타는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우편함이 가득 차도록 우체부는 오지 않는다. 시인의 편지는 바람에 날려 남의 집 담벼락에 붙거나 아이들이 종이비행기로 변신하여 허공을 날아다닌다. 그걸 바라보는 시인의 마음만 애가 탄다. 그래서 또 편지를 쓴다. 잘 있지 말라고..

 

안녕

오늘 안으로 당신을 만나야 해요

편지 전해줄 방법이 없소

 

잘 있지 말아요

그리운.........-이성복 [편지]

 

정여울의 문학 감성 에세이들은 꼭 챙겨보는 편이었는데 제목 잘 있지 말아요의 반어법을 영문도 몰랐을 때는 이 글귀가 참 귀엽다고 생각했다. 평소, 아무리 상대가 밉더라 하더라도 잘 지내라고 하는 것이 타인에 대한 예의이자 미덕이라 여긴다. 그런데 잘 있지 말아요라고 해도 부정적이거나 나쁜 감정이 들지 않았다. 오히려 그 안에 숨겨져 있는 반어법의 씨앗이 부디 잘 있어 달라는 기도의 언어로 파생되어 각인된다. 한편으로는 이 문장에서 보여지듯 사랑하는 이의 기쁨도 슬픔도 자기로 비롯되어야 한다는 이기利己의 반어법을 우린 얼마나 이해하며 살까?

 

알랭 바우디는 사랑을 둘의 경험이라 말한다. 둘의 경험이라는 것은 다른 사람의 눈치를 보지 않는다는 말과 같다. 서로에게 주인공이 되는 경험은 아무것도 가진 것 없는 사람이 모든 걸 다 가진 사람이 되는 것이다. 이 책의 제목 잘 있지 말아요는 사랑에 빠진 사람들의 마음속에 있는 이 뜨거운 반어법의 씨앗에 대해 정여울 특유의 감성필치로 들려준다. 숨이 끊어질 듯 사랑하면서도 나 없이는 잘 있지 말아요라고 속삭이고, 절절하게 사랑을 담은 편지를 쓰고 싶지만 차마 보내기는커녕 완성조차 하지 못하는 말하지 못하는 사랑이야기들을 구석구석 도처에서 건져 올린다.   

 

로맨스 영화 가운데 가장 좋아하는 영화는 《원데이》였다. 자신의 삶을 망가뜨리는 재미로 사는 덱스터에게 유일한 친구 엠마, 덱스터와 엠마는 사랑과 우정의 경계를 넘어서지 않지만, 마치 커다란 원이 작은 조각을 잃어버려 찾아다니는 것처럼 덱스터의 망가진 삶 저편에 항상 엠마가 기다리고 있었다. 덱스터가 결혼을 하고 딸을 낳고 이혼을 하는 동안 자신의 삶을 충실하게 채워가는 엠마를 보면서 자신의 가슴 한 편에 자리한 엠마의 존재를 깨달아가는 덱스터. 오랫동안 평행선을 그리던 두 사람이 서로의 선을 구부려 만나게 되지만 둘의 행복을 시간은 기다려주지 않는다. 엠마가 자전거를 타고 덱스터가 기다리는 집으로 돌아가기 위해 샛길로 가다 트럭에 치여 쓰러졌을 때의 충격은 엠마의 오랜 사랑에 비해 짧은 행복이 가여워서 더 크게 다가왔다. 만약 엠마의 죽음에서 영화가 끝이 났다면, 이 아름다운 연인의 사랑이야기는 비극으로만 남겨졌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영화는 엠마가 죽은 후 새 삶을 살아가고 있는 덱스터가 딸의 손을 잡고 힘차게 언덕을 오르는 것으로 끝난다. 마치 구름 뒤에 숨어있는 해의 모습이 더욱 눈부시게 빛나는 모습처럼 엠마의 죽음으로 더욱 단단해진 사랑의 힘이 느껴지는 영화였다.

 

덱스터는 엠마의 죽음으로 인해 철저하게 부서져버린 자신의 삶을, 벽돌로 하나하나 집을 쌓아 올리듯 천천히 다시 쌓아 올리기 시작한다. 엠마가 살아 있을 때처럼, 엠마가 늘 곁에 있는 것처럼 그는 생각하고 말하고 행동할 것이다. 그것이 두 사람이 영원히 함께할 수 있는 유일한 길, 유일한 사랑이니까. 다만 돌이킬 수 없는 것은 '조금만 더 일찍, 조금만 더 열심히 사랑할 것을' 하는 후회일 것이다.-p139

 

영화로 보면서도 눈시울 적셨던 감동은 정여울의 감성터치로 되살아나 눈물을 훔치며 읽곤 하였다. 세상에 단 한 장뿐인 폴라로이드 사진처럼 남겨져 있는 이반 투르게네프의 첫사랑을 시작으로 하여 상처 사이로 보이는 아픔을 보여주는 드라큐라의 애면글면한 사랑과 흉한 외모로 가면을 쓰고 살아가는 에릭 앞에 나타난 매력적인 여가수 크리스틴의 사랑, 못생겨서 사랑을 포기하고 살았던 시라노와 시라노를 대신해서 사랑하는 크리스티앙의 사랑법, 온 생을 다바쳐 강렬한 사랑을 하면서 천국 같은 사랑과 지옥 같은 사랑의 모습을 보여주는 히스클리프의 사랑, 사랑의 메신저 역할을 자처하였던 장발장, 언니의 사랑을 질투해서 연인을 누명씌워 전쟁에 보내게 한 브리오니의 평생에 걸친 속죄의 고행은 '글쓰기' 안에서 그들을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연인으로 만드는 것이었다. 이렇게 사랑의 모습은 정말 너무도 다양하고 수많은 의미를 지닌 얼굴을 하고 있다.

 

사랑은 도처에 있다. 그러나, 내 삶에 개입되는 하나의 사건으로서 유일하게 '나'의 경험과 나만이 주인공일 수 있는 사랑은 이기적일 수 밖에 없다. 둘 만의 경험이 사랑이라 한다면, 나와 상대외에는 절대 눈에 들어오지도 , 들어 올 수도 없는 세상이기 때문이다. 그 틈새에서 정여울이 외친다. '잘 있지 말아요'라는 사랑의 진정한 의미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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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화처럼
김경욱 지음 / 민음사 / 201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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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과 결혼을 경계짓는 것은 이상과 현실이다. 이상은 미래처럼 추상적이고 결혼은 현실처럼 실제적이다. 사랑에는 이 두 가지 경계가 물과 기름처럼 공존하고 있는 감정이다. 결혼해서 살다보면 이상과 현실이 만나는 지점, 즉 현재와 미래가 충돌하게 되는 순간이 온다.  내게도 그랬던 것 같다. 멋지기만 했던, 동화속 백마탄 왕자님인 줄 알았지만 결혼하고 나서 철저히 깨어지는 이상의 파편은 척박한 현실을 환히 비추어준다. 

 

요즘 혼자 앓이하는 드라마가 있다.  결혼한 여자 일리와 두 남자의 사랑을 그린 [일리 있는 사랑]이다. 스토리상으로는 분명 비상식적인 사랑이지만, 결혼한 여성의 사랑과 삶을 너무 현실적으로 그리고 있어서 눈을 뗄 수가 없었다. 운명같은 사랑으로 만나 결혼에 성공하지만, 일리 앞에 던져진 현실은 냉혹하다. 시부모의 갖은 구박과 싸움, 철없는 시동생의 뒤치닥거리와 식물인간이 되어 버린 시누이의 병수발까지 도맡으며 막노동과 다름없는 페인트공을 하는 일리는 그래도 사랑하나로 만족하며 산다. 아니 살려고 했다. 김목수가 나타나기 전까지, 일리의 불행을 먼발치에서 안타깝게 바라보다가 사랑에 빠진 김목수는 일리에게 위로이자 숨통같은 것이었다. 일리와 김목수와의 관계를 눈치채게 된 선생님은 처음에는 분노하지만 어머니마저 치매에 걸리자 일리와 헤어지려 한다. 사랑하지만 일리를 더 가슴아프게 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때부터일까. 일리의 사랑과 현실은 물과 기름처럼 섞이지 않는 두꺼운 경계가 되어 장막을 두른다. 사랑과 현실, 그 가운데에 일리가 선택할 수 있는 것은 무엇일까. 반면, 두 남자를 사랑하는 일리는 사랑과 결혼이라는 접점을 찾을 수 있을까.

 

눈물의 여왕 장미와 침묵의 왕자 명제

 

 

사랑과 결혼의 경계에서 고민하는 장미와 명제의 이야기는 동화속의 이야기를 닮았다. 그러나, 이들은 동화속의 주인공이 아니라 조연이다. 너무 평범하여 초라한, 화려한 동화속 주인공이 아닌 현실의 우리와 같은 모습을 한 이들이다. 엄마의 괴팍한 성격으로 힘든 어린 시절을 보낸 장미와 아버지의 인색함 아래 우울하게 자란 명제와는 누구나 다 알고 있는 동화처럼 통하는 구석이 많다. 슬픔이나 어려움에 처했을 때마다 동화의 한 구절을 떠올리며 위로하는 버릇도 같다. 동아리에서 만난 명제와 장미는 평범한 연애를 하고 평범한 결혼을 한다. 아주 사소한 말다툼으로 이혼을 하고 다시 만나게 된 명제와 장미는 두 번째 결혼을 한다. 첫 번째 실패의 경험이 용기가 되어주었지만 라이벌의 등장과 명제의 실수로 불거진 오해는 장미에게 우울증을 심어주고 결론은 다시 이혼이었다.

 

동화속 주인공들 처럼 결혼하면 행복하고 오래오래 살게 되는 엔딩을 꿈꾸지만 막상 결혼의 현실은 지치고 힘든 삶의 무게를 버티는 데에 있다. 명제와 장미가 두 번의 이혼과 세 번의 결혼으로  깨우쳐가는 사랑의 의미는 바로 여기에 있다.  타인의 얼굴에서 내 안에 들어온 타자는 내 안에서 타자를 위해 짐을 짊어질 수 있도록 나를 키워낸다. ”라고 강영안이 말하였듯 장미와 명제는 두 번의 이별을 통해 타자를 위해 짐을 질 준비를 하는 방법을 배운다. 미성숙한 아이와도 같았던 이들은 세 번째의 만남에서야 이상의 파편을 깨고 현실에 눈을 뜨게 된 것이다.  한 사람을 통해 세상을 발견하는 것, 어쩌면 그것이 결혼의 참의미이자 본질이 아닐까한다. 어른들을 위한 동화처럼 단순하고 유쾌한 필치의 소설이지만 그 안에 담긴 결혼의 의미는 가볍지 않다. 우리가 흔히 이상적이라 말하는 아름다운 사랑은 오래오래 행복하게 살았다는 엔딩이 아니라 행복하고 오래 살기 위해 '나'를 내려놓고 타자의 짐을 질 수 있는 성숙된 과정에 있지 않을까. 바로 그 순간이 이상과 현실이 만나는 지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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윈터홀릭 - 백야보다 매혹적인 스칸디나비아의 겨울 윈터홀릭 1
윤창호 글.사진 / 시공사 / 200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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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에는 영원히 채워지지 않는 무언가가 있다."

 

 겨울엔 유난히 삶의 여백이 더 크게 느껴집니다. 그래서일까요. 겨울이 오면 그 여백에 무엇이든 채우지 않고는 견딜 수 없는 충동이 일어나곤 합니다. 그래서 겨울에는 훌쩍 떠나고픈 유혹이 더 많아집니다. 그나마 겨울 풍경사진이라도 있어 여행의 유혹을 달래보는 것도 좋은 위로가 되곤 합니다. 흔히들 남는 게 사진이라고 하잖아요. 여행사진은 삶의 여백을 채워주는 기분 좋은 위로입니다. 서재를 서성이다가 겨울 여행의 방점을 찍어주었던  북유럽 여행기 《윈터홀릭》을 보면서 마음에 채워지지 않았던 감성여백이 메꾸어지는 기분을 받았습니다.  십여 년간 전 세계를 돌아다니며 사진을 찍었던  여행사진가인 저자는 북유럽 겨울의 매력 그대로를 사진과 글로 담았습니다. 유럽의 북단에 있는 스탄디나비아 반도인 스웨덴 ·노르웨이 ·덴마크 ·아이슬란드의 겨울의 아름다운 풍광을 보면 스칸디나비아에 대한 동경이 절로 생긴답니다. 

 

 

 

 아이슬란드의 대표적인 명소 블루라군에서 지하수를 데워 사용하는 특이한 방식의 인공온천에 몸을 담그고 게이시르의 간헐천에서 솟아오르는 물기둥의 위용에 터져나오는 함성을 그대로 담은 듯한 사진은 감탄이 절로 나옵니다. 전 국토가 온천인 아이슬란드에서는 수돗물에서도 유황냄새가 나고 북해의 고독한 섬나라 아쿠레이리에서만 맛볼 수 있는 세상 끝의 고독에서 그리움을 타전하는 여행자의 글은 마음을 따뜻하게 합니다. 푹신한 의자에 몸을 폭 파묻힌 채 너른 바다를 바라보는 시간의 고요가 묻어나는 헬싱키의 겨울과 오로라를 볼수 있는 로바니애미, 숲과 호수의 도시 탐페레, 흠모와 동경의 대상인 모스크바까지 저자의 시선에 머물러 있는 겨울은 가슴을 콩닥거리게 할 정도의 설레임입니다.

 

 모스크바에서는 도스트예프스키와 톨스토이,푸쉬킨,같은 러시아의 대문호와 각별한 인연이 있는 도시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는 도스트예프스키가 살았던 집과 소설 속 라스콜리니코프의 우울한 그림자들을 같이 공유하는 기분이 들게 합니다. 안데르센 동화에 나오는 덴마크에서는 마치 동화가 현실이 된 것 같은 기분에 사로잡히게 하는 동화같은 집과 동화같은 호수, 그림책에서 빠져 나온 듯한  덴마크의 병정들은 꿈과 현실의 경계를 허물게 합니다.

 

"누군가 여행이란 나를 버리는 일이라 했다.

내 인생에 있어서 소중한 한 뭉치의 기록들이

시간 저편의 창고에 던져지고 자물쇠를 채우는 기분이 들었다.

그래,뒤돌아보지 말자.

나를 버리자."

 

 

북유럽 겨울 여행의 모든 로망이 이 책에 모두 담겨져 있습니다. 순백의 설원과 짙푸른 밤하늘에 수놓아져 있는 환상의 오로라를 보며 저자가 들려주는 북유럽 겨울여행과 함께 하다보면 어느새 삶의 여백이 아름다운 순백의 풍광으로 가득 채워지는 것을 느낍니다. 생생하게 살아있는 스칸디나비아의 매혹적인 겨울과 함께 하는 동안 어느새 가슴 가득 겨울의 낭만에 물들어가고 있는 나를 만나게 됩니다. 스칸디나비아의 겨울에 물들고 싶다면, 윈터홀릭을 만나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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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05-08 14:49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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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05-08 14:53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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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몽영, 삶을 풍요롭게 가꿔라 - 임어당이 극찬한 역대 최고의 잠언집
장조 지음, 신동준 옮김 / 인간사랑 / 201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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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마트폰을 옆에 끼고 다닌다. 2년 전만 해도 스마트폰 중독에 대한 경고를 도처에서 들었지만 이제는 그 경고가  무색해질 만큼이나 생활의 많은 부분을 의지하고 있는 처지다. 그도 그럴 수 밖에 없는 것이 운동, 학습, 요리,음악,  쇼핑, 카드결제와 같은 앱과 소셜 네트워크는 일상과 늘 연결되어져 있는 생활밀착형이기 때문이다. 그러다보니 책을 읽을 시간이 점점 더디어지고 있다. 게다가 책을 읽는 일이 다른 일을 할 때보다 더 많은 집중력이 필요함을 새삼 느낀다. 시간을 가리지 않고 무차별적으로 이루어지는 스마트폰의 접속으로 가끔 고독할 자유를 침해당하는 기분도 든다.  그래서 지그문트 바우만은 우리에게 고독을 잃어버린 시간들에 경고를 날렸던가. 《유몽영》은 디지털이 선사한 광속의 시간 안에서 느림과 절제의 시간을 되찾아 주며 잃어버리고 있었던 고독한 사유의 기쁨을 만끽 할 수 있도록 해주는 철학서이다. 

 

동양철학은 수신의 학문이다. 서양철학의 출발은 그 대상이 신이던 자연이던 밖으로만 치닫고 있는 반면에 동양철학의 출발은 내면세계를 향한다. 수신이라는 나무에 제가와 치국, 평천하라는 열매가 열린다는 개념으로 자신의 삶을 완성하는 것이 최고의 미덕이자 가치이다.

 

조용히 앉아 생각하는 정좌를 하지 않으면 바쁜 행보가 얼마나 빨리 정신을 소진시키는지 알 길이 없고, 이리저리 불려 다니는 범웅을 당하지 않으면 한가한 행보가 얼마나 참되게 마음을 길러주는지 알 길이 없다.” -유몽속영 제 24-

 

유몽영은 청나라 강희제 때 장조가 쓴 소품 잠언집이다. 장조는 자가 산래, 호가 심재로 순치 17년 안휘성 흡현에서 태어났다. 우리나라에는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조선시대만 해도 실학자인 유득공과 이덕무 , 정약용이 유몽영을 읽었다. 게다가 청조에는 조석수가  <유몽속영>을 짓기도 하였다. 역자는 유몽영을 내용별로 분석한 후 총 305칙에 달하는 <유몽영><유몽속영> 의 잠언을 네가지로 나누었다.

첫째, 독서와 문학( 57칙)

둘째, 자연과 예술(83)

셋째, 꽃과 여인(43칙)

넷째, 인생과 처세(122칙)

 인생과 처세를 논하는 내용이 많은 것은 <유몽속영>의 내용이 이와 관련된 게 많기 때문이다.

 

책을 수장하는 장서가가 되는 것은 어렵지 않으나 필요할 때 능히 찾아보는 간서가가 되는 게 어렵고, ‘看書가 되는 것은 어렵지 않으나 능히 책을 읽고 이해하는 讀書(독서)가가 되는 게 어렵고, ‘독서가가 되는 것은 어렵지 않으나 책을 통해 배운 지식을 능히 실제에 활용하는 (능)가가 되는 게 어렵고,‘능용가가 되는 것은 어렵지 않으나 능히 머릿속에 체계적으로 정리해 기억하는 (능)가가 되는 게 어렵다.”

 

장자사상의 핵심어 '물화'는 만물이 모두 같다는 뜻으로 '나'와 외물의 경계를 허물고 하나가 된 일종의 무아지경에 해당한다. 불가에서 말하는 물아일체와 같다. 노자의 무위자연과도 일맥상통한다. 책은 채근담처럼 인생과 처세에 관한 잠언들로 이루어져 있으며 풍류를 즐기며 자연과 더불어 살아가는 유유자적한 삶이 주는 의미를 반추하게 한다. 채근담보다 쉽게 쓰여져 있고 간결한 문장에 삶의 철학을 응축해 놓아 읽고 나서도 여운이 많이 남겨지는 명문장들이 많았다. 채근담 이전 시대인지는 모르겠으나 통상적으로 사용하는 한자어가 아닌 느낌도 들었다. 유몽영 잠언집으로 가출했던 고독의 시간들이 제자리를 찾아가고 있다.

 

제자백가의 학문은 크게 수신제가와 치국평천하로 나눌 수 있다. 수신제가는 독경, 치국평천하는 독사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 헤겔의 말을 인용해 표현하면 '독사'를 배제한 독경은 맹목적이고, 독경을 배제한 독사는 공허하다'고 표현할 만하다. 

 

제35칙 대상완월 臺上玩月 (노년 독서는 누대 위 완월과 같다)

소년 독서는 문틈사이로 달을 엿보는 극중규월, 중년 독서는 뜰에서 달을 바라보는 정중망월, 노년 독서는 누대 위에서 달을 감상하는 대상완월과 같다. 누대 위에서 달을 감상하는 까닭에 천지 사방을 두루 밝히는 달빛을 제대로 감상할 수 있다. 모두 살아온 세월에 따라 터득한 바도 천심이 있기 때문이다.

 

속36칙 습정축망 習靜逐忙 고요함을 익히며 바쁘게 지내라

고요함을 익혀야 하루가 긴 줄 알고, 바쁘게 지내봐야 하루가 짧은 줄 알고, 독서를 해야 하루하루가 아까운 줄 안다.

 

속37칙 중년한경 中年䦘境 한가한 중년이 되지 마라.

소년에는 순탄한 순경에 처해서는 안 되고, 중년에는 한가한 한경에 처해서는 안 되고, 노년에는 껄끄러운 역경에 처해서는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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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레이야 2015-05-07 15:0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한가한 행보가 얼마나 참되게 마음을 길러주는지‥ 부산스러운 날들에 필요한 절제술일 것 같네요. 드림님에게도 그런날들이시길요~

드림모노로그 2015-05-07 16: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잘 지내시지요~~^^
어느새 꽃이 지고 신록이 푸르러지는 입하를 지나고 있네요~~
바쁜 시간들에 마음을 뺏기기 보다는 그 시간들을 누르며 여유롭게 지낼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프레이야님도 바쁘신 가운데 여유로운 5월을 누리시길요~^^
 
인문/사회/과학/예술 주목 신간 작성 후 본 글에 먼댓글 남겨 주세요.

그레이트 인문학 세트. '세상을 읽는 4가지 방법'이라는 부제가 단 이 세트는 현대 사회 구조의 토대가 된 정치사상서, 4권으로 구성되어 있다.

 

역사상 가장 혁명적인 저작으로 평가받는 <자유론>, 군주의 정치교사 마키아벨리가 전하는 냉철한 현실정치론 <군주론>, 민주주의 원칙을 최초로 선언해 프랑스대혁명의 사상적 토대가 되었던 <사회계약론>, 인간사회 속 불평등을 근원적으로 파헤친 <인간불평등 기원론>이 그것이다. 이 책들은 소득 불평등과 표현의 자유, 보수와 진보의 대립이 그 어느 때보다 극심한 현 시대에 여전히 유효한 해답을 제시해 줄 것이다.- 출판사 서평 중에서-

 

 

세계에서 가장 독창적인 사상가 중 한 명인 대니얼 데닛이 고안한 직관펌프는 ‘번쩍’ 우리의 직관을 작동시키는 생각의 도구다. 책은 영미 지식계에서 가장 창의적이고 쉽게 쓰는 철학자가, 생각을 할 때 혹은 타인과 논쟁할 때 갖춰야 할 연장을 소개한다. ‘지구 최고의 지식요리사’의 반짝이고 실용적인 생각의 도구를 사용하면 주제의 핵심에 다가서는, 지적이며 꼼꼼한 방법을 배울 수 있다.
도구를 잘만 구사하면 손이나 발처럼 쓸 수 있다. 생각의 도구는 더욱 그렇다. 직관펌프에 딸린 여러 손잡이를 돌리면서 우리는 생각의 근거와 전제를 의심해보는 힘을 키우게 된다. 직관펌프는 내가 정확이 아는 것이 무엇인지, 상대가 정확히 어떤 생각과 이야기를 하는지, 정밀하고 꼼꼼하게 또한 이성적이며 과학적으로 점검할 수 있는 생각의 매뉴얼이다. 리처드 도킨스의 말마따나 데닛의 직관펌프는 “머리를 단단한 망치로 내려치는” 지적 자극제다.- 출판사-

 

 

『나의 유럽 나의 편력』은 이광주의 가장 ‘개인적’인 책이다. ‘편력’이란 말이 내포하듯, 평생에 걸친 그만의 고유한 지적 유랑을 오롯이 담아낸다. 젊은 시절부터 그는 “편식이 심한 확신범(確信犯)”이었다. 철학이나 사회과학서는 몇 권을 정독하는 데 그쳤지만, 괴테, 발레리, 보들레르 등의 작품은 대표적인 문학작품뿐 아니라 일기나 서간집까지도 탐독했다. 『나의 유럽 나의 편력』을 통해 이광주는 일생을 통한 독서와 사유가 고스란히 녹아 있는, 오직 그만이 쓸 수 있는 멋스러운 글로써 그의 각별한 스승들의 이야기를 펼쳐 보인다. -출판사 서평-

 

오늘날 한국 사회에 가장 부족한 것은 반듯한 예절과 사회적 비전을 바탕으로 자유로이 이야기가 오가는 ‘담론문화’가 아닐까. 저자 이광주는 “정치적 언어와 대기업의 시장 원리, 그에 더해 이데올로기적 신념이 폭력이 되다시피 하고 막말이 범람하는 오늘날”을 한탄하며 진정한 이야기문화가 우리 땅에도 자리 잡기를 바란다.

그래서 우리는 유럽을 배우고자 한다. “상황에 따라서 유연하게 연동하는 지혜롭고 반듯한 담론문화”가 있기 때문이다. 이것은 유럽을 다른 문명권과 구별 짓는 가장 큰 특징이다.
-출판사 서평-

 

 

 

 

 

다른 책들은 출판사 서평만으로 충분한 소개가 될 것이라 생각해서 출판사 서평을 발췌하여 올렸는데 공교롭게도 <죽음에 관한 철학적 고찰>은 출판사 서평이 없이 목차만 있다.

알라딘 신간평가단 14기를 시작할 무렵부터 매일 새벽 산을 올랐으니 벌써 1년하고도 서너개월이 지났다. 산에 다니면서 좋은 점은 매일 아침 눈부신 생명을 맞이하는 것이고 두번째는 매일 아침 죽음과 가까워지고 있다는 이 불변의 진리를 겸허히 받아들이게 된다는 것이다.

 김광석이 서른즈음에서 노래하였듯이 매일 이별하며 살아가는 삶이, 더는 아무 것도 찾을 수 없는 삶의 의미에서 죽음과 매일 가까워지면서도 생을 포기하지 못하는 육신의 형량을 감내하며 살아가는 가운데 조금은 여유롭게 죽는 존재에 대한 고찰, 어쩌면 내가 늙어가는 길목에서 꼭 필요한 한번쯤의 사색이 아닐까. 

 

"신생아의 분당 심장 박동 수는 120회인데, 그것이 죽음을 향한 카운트라는 걸 사람들은 자주 잊는다. 자신이 죽는 존재라는 걸 잊어버릴 정도로 바쁘게 살기 때문이다. 지구 위에 사람이 생겨난 것은 25만년 전부터다. 그동안 900억명이 살다 죽었다.  지금 이 글을 읽고 있다면 당신이 초파리나 도롱뇽이나 열대어가 아니라 문자를 읽고 쓰는 호모 사피엔스라는 증거다." -[일상의 인문학- 장석주] -

다음은 구입을 해서 추천목록에서 제외한 책들인데, 기왕이면 이 책들이 선정되어도 좋을 것 같다.

겹치는 책은 도서관에 기증하면 되고 , 추천의 이유가 굳이 필요없는 책들이라 도서만 올려놓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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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irdky 2015-05-04 18:0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인문학세트 서점에서 봤는데 참 깔끔하게 만들어놓은 것이 보자마자 사버리고 싶더군요.

드림모노로그 2015-05-04 18: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펭귄클래식에도 가끔 괜찮은 인문서가 많이 나오더라구요~~요책도 신경 많이 쓴 것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