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어나서 처음으로 당해보는 보이스피싱.

 

02)6267-7782 에서 전화가 왔다. 서울에서 연락오는 경우가 간혹 있어 별생각없이 받았는데 '김**씨, 첨단사이버범죄수사대 경찰'입니다. 하는 것이 아닌가? 그러더니 다짜고짜 1972년생 전남에 살고 있는 김동일씨를 아느냐고 묻는다. 태어나서 전라도는 가본 적도 없고 전라도 친구도 없기에 당근 '모른다'고 했더니 김동일이 현장에서 잡힌 범인인데 내 명의로 된 통장이 하나은행과 농협 통장이 발견되었다면서 가해자인지 피해자인지 확인하고 있다는 것이다. 형사 말투에 녹취까지 하고 있다고 하니 통화를 하면서도 괜시리 긴장하게 되어 묻는대로 대답하던 중 이상한 점을 발견, 현재 금융권에 사용하고 있는 통장을 다 알아야 한다며 잔액을 꼬치꼬치 묻는다. 내가 의심쩍어 반문하자, 태도가 불성실하다며 큰소리치기까지 하니 더 수상. 그러더니 갑자기 임인수 검사를 바꿔줄 테니까 피해자로서 상담신청을 하란다. 내 사건 번호는 2014조사 1005호라며, 임인수 검사에게 사건번호를 접수하라고 친절하게 안내까지 해 주는 형사. 임인수 검사는 내 명의로 하나은행에 3천만원, 농협에 800 만원이 개설되어 있다고 하며 가지고 있는 통장의 적금과 예금통장 종류 모두 말해줘야 더이상의 피해를 막을수 있다고 한다. 아무리 생각해도 이상하여 통화 하면서 인터넷을 뒤져보니 같은 방법의 '보이시피싱'이 있는 것이 아닌가. !! 통화하던 중에 내가 바쁘다며 전화하겠다고 했더니, 임인수 검사라는 사람이 3분안에 전화 안하면 가해자가 되어 조사받아야 한단다. 헐 ~~!!
솔직히 전에는 보이시피싱에 당하는 사람들 이해가 안갔는데, 인터넷에 피해자 사례를 보니 당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라는 거....... 다행이도 중간에 끊었으니 망정이지 안그랬으면 나도 모르는 일이다. ㅜㅜ
난생처음 당해보는 보이시피싱에 가슴이 두근반세근반.....
무서운 세상을 실감해 본다..... 여러분은 절대 당하지 마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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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ama 2014-11-14 13: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며칠 전에 비슷한 전화를 받았는데 순간 보이스피싱 같다는 감이 왔어요. 그래 어디까지 가나, 하는 약간은 호기심으로 참을성있게 들어주다가 녹취 시작할 때 끊었답니다. 순간적으로 판단이 흐려질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는데 어딘가는 어설픈 구석이 있어요. 참고삼아 전화번호 남깁니다. 다른 분들 속지 마시라고...02)535-3114

드림모노로그 2014-11-17 15:37   좋아요 0 | URL
어설픔을 감지하기 전에, 이들의 목소리 톤이나 대화하는 목소리에서 중압감이 느껴지는 기분이었어요.
게다가 일반사람들이 범죄와 연루되어 있다고 하면 심리적으로 압박감을 느끼는 걸 악이용하는 것 같아요.
제가 시사인 잡지를 구독하는데 , 이번 주에 저와 똑같은 방법으로 사기당하신 기자분의 이야기가 완전 똑같더라구요. 이렇게 전국적으로 사기치는 인간들이 많은가 봅니다.
게다가 저희 어머님 친구는 500만원 부치셨다고 하는 거 보니,
꽤나 극성인가봅니다.. ^^

nama 2014-11-21 19:24   좋아요 0 | URL
하긴, 몇년 전에 똑똑하고 야무지고 투사같은 제 동료도 당한 적이 있어요. 그것도 1,500만원이나.
 
감상소설 (무선) 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 73
미하일 조셴코 지음, 백용식 옮김 / 문학동네 / 201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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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절없이 흘러가는 시간에 서운함이 밀려온다. 며칠 동안 의미없는 토론으로 시간을 보내고 나니 삶이 더없이 공허하게만 느껴진다. 하릴없이 서재를 서성이다가 배를 움켜쥐고 웃다가 끝내 눈물을 흘리게 하는 러시아 풍자문학의 걸작이라는 소개글에 반해 빼어든 소설이 바로 미하일 조센코의 감상소설이다. 웃음과 풍자의 대명사라니, 러시아 대문호로는 도스트예프스키, 톨스토이 정도만 알고 있었는데 체호프와 푸쉬킨, 고리끼와 동시대 작가이다. 널리 알려진 작가는 아니지만 <감상소설> 서문이 여러 판 실려 있는 걸로 봐서는 매우 인기있는 작품인 것 같다.

 

 1판 서문에 작가는 신경제정책과 혁명이 결정일 때 썼다고 한다. 작가는 독자의 소중한 시간에  변변찮은 인물들의 이야기가 실려 있다고 해서 실망하지 말라고 당부하고 있는데 이때부터가 작가의 입질에 슬슬 낚이기 시작하는 순간이다. 책에는 총 여덟 편의 단편이 실려있는데 이 단편들을 하나의 소설처럼 이어주는 느낌은 바로 화자로서 작가가 등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화자인 작가는 유쾌하며 마치 무성영화에서의 변사처럼 소설의 총체적인 이야기를 이끌어가는데 입심 좋은 작가의 설명에 지루할 틈이 없긴 하다. 여덟 편의 단편들은 고리끼가 사회주의 시대의 혁명소설을 썼던 것처럼 혁명 이후의 삶을 재조명하는 소소한 시민들의 소소한 이야기이다. 1920년 혁명과 내전으로 엉망이 된 러시아사회가 경제 회복을 위해 시행하게 된  신경제정책’은 이들의 삶을 조각조각 파탄내며 생존하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서민의 삶을 대변한다. 이들은 혁명시대의 영웅적 주인공이 아닌  비교양적이면서 때로는 속물적인 범상한 인간군상들이다.  (센코는 이들의 속되고 비문화적인 언어를 문학속에 끌어들여 새로운 문화현상의 위치를 부여하였다.-해설에서)

 

<아폴론과 타마라>에서는 피아니스트이자 음악가이며 아름다울 뿐 아니라 세련되기까지 한 젊은이가  1차 세계 대전과 내전을 거치며 뒤틀려버린 삶을 그린다. 전쟁에서 돌아오자, 그를 기다린 것은 결혼을 약속했던 여인 타마라의 배신과 참혹한 가난이다. 절망 가운데에서 방황하던 그를 받아준 것은 공동묘지 비정규직 산역꾼 일자리였다. 노동만이 남아있는 삶, 우아하고 아름다웠던, 명성과 화려한 삶을 꿈꾸었던 피아니스트의 마지막 모습이다.

인생을 필요한 대로 살지도 못했고, 일하지도 않았고, 말하지도 않았음을 깨달았다.

  그러나 어떻게 해야 했는지 그는 여전히 모르고 있었다.

톨스토이가 참회록에서 말하듯 인생에서 정직하게 고백할 수 있는 단 하나의 진실은 삶이 공허하다는 것이다. <사람들>의 주인공  이반 이바노비치 벨로코피토프의 삶 역시도 공허한 일상이다. 귀족으로 태어났지만, 아버지의 이른 죽음으로 막대한 재산을 유산으로 받게 되자 탕진하는 일에 몰두하며 혁명단체의 조직원들과 어울린다.  한때 작가로서 성공하는 듯 했으나, 혁명 사건에 연루가 되면서 외국으로 망명하는데  다시 러시아로 귀환하지만 그에게 남은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그가 쓰던 혁명소설은 이미 폐품으로 변해 버렸고, 스페인어와 라틴어,  하프까지 칠 줄 알았지만 먹고 사는 일에 그러한 능력은 아무 쓸모도 없었다. 직업도 없이 지내다가 아내와의 계속된 불화로 이반은 점점 자신감을 상실해간다. 계속된 가난으로 아내마저 떠나가 버리고 폐인이 된 그는 결국 동굴에서 생활하다 도시에서 사라져 버린다. 

 

그는 불가사의한 삶 앞에서 경악했다. 삶이란 지상에서의 존재권리를 획득하기 위한, 목숨을 건 투쟁 같았다. 그는 죽음과 슬픔 속에서 문제는 바로 삶의 지속이라고 느끼며 자신의 능력,자신의 지식, 그리고 그것을 상기한 후, 그는 자신이 아무것도 모른다는 서글픈 결론을 내렸다.-p73

 

극단적 비관주의와 과대망상증 환자 [무서운 밤]의 주인공 이바노비치, [꾀꼬리는 무엇을 노래할까] 에서 산전 수전 다 겪은 빌린킨의 인생과 단편소설 가운데 유일한 해피엔딩인 [즐거운 모험]의 세르게이 페트로비치 페투호프의 이야기와  [라일락 꽃이 핀다] 주인공 블로딘의 결혼 성공기나 [지혜]의 이반 알렉세예비치의 축제일이 갑자기 상갓집이 되어버린 사건, 우연한 기회에 결혼하게 되었지만 염소 때문에 파혼당한 이야기 [암염소]까지 소설의 주인공들은 하나같이 불행하고, 무능하며 현실 부적응자들이다. 소설에 등장하는 화자이자 작가인 미하일 조센코는 소설 중간중간에 등장인물들과 소설적 장치들을 설명해주며 당시 사회에 만연하였던 자본주의와 사회주의의 충돌에서 방황하는 인물들을 재현하고 있다. 이들은 매우 현실적이며 광범위한 계층을 이루고 있는 문학의 저변에 속한 이들이다. 화자인 작가는 비평가를 비판하기도 하며 동시대의 문학을 논하며 창작의 방식과 주제 선택의 과정을 드러내 보이기도 한다. 이러한 일련의 장치들은 혁명이 지나간 자리에 남겨진 노동자들의 벌거벗은 삶, 있는 그대로의 현실을 말하고 싶었던 것이 아닐까. 웃음과 풍자의 거장이었으나 , 삶에서 비극의 주인공으로 살아갈 수 밖에 없었던 자신의 삶을 반추하듯 그렇게...

 

*기억하고 싶은 구절

인생이
, 단순하고 혹독하고 평범한 인생이, 단지 몇몇 사람에게만 웃음과 기쁨을 허락하는 인생이 있을 뿐이었다.-p46

 

즉석에서 그는 순응의 불가피성에 대한, 단순하고 원시적인 삶에 대한, 살 권리가 있는 인간 각자는 모든 생물과 짐승들이 그런 것처럼 시간의 변화에 따라 필연적으로 껍데기를 벗지 않으면 안 된다는 것에 대한 하나의 온전한 철학체계를 그들 앞에서 설파했다.-p76

 

심지어 날씨같이 변화무쌍한 것도 외국 소설에서는 늘 좋게 유지된다. 확실히 그렇다. 태양은 빛나고 온기를 준다. 무성한 녹음과 공기, 따뜻하다. 영혼의 오케스트라가 끝없이 음악을 연주한다. 바로 이것이 신경을 안정시킨다! -p157

 

사람이 한숨을 쉰다는 것은, 방해를 받아 소원 성취가 어려워짐을 의미한다. 사랑이 충분히 허용되지 않았던 옛날에, 연인들은 푹푹 한숨을 쉬지 않을 수 없었다, 그러나 지금은 한숨 쉬는 일이 가끔씩 있을 뿐이다. 우리 삶의 흐름은 그토록 단순하고 멋지게 진행되고, 우리 유기체의 소박하고 평범하고 영웅적인 움직임도 그렇게 이루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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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눈 - 삶의 진실을 볼 수 있는 또 하나의 눈을 여는 법 데이비드 호킨스 시리즈
데이비드 호킨스 지음, 문진희 옮김 / 판미동 / 201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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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로 살아내기 위해서는, 화려한 페르소나를 약속하는 거짓된 인문학보다는 페르소나를 벗고 맨얼굴로 자신과 세계에 직면할 수 있는 힘을 주는 인문 정신이 필요하다.  이렇게 강신주의 철학은  '맨얼굴의 나'를 찾으라는 주문으로 시작한다. 그렇다면 현재의 나는 무엇일까?  태어나면서 씌어지는 사회적 가면, 이것을 다른 말로 '에고'라 한다. 그럼 우리의 본래의 나, 실존의 나는 어떤 모습일까. 데이비스 호킨스는 《의식혁명》에서  이런 본연의 나 (참나, 큰나, 실존의 나, 영적 자아) 를 되찾기 위해서는 끊임없는 '에고'와의 싸움으로 성취될 수 있다고 하였다.  우리가 흔히 말하는 '에고'는 인식할 수 있는 자아이다. 그러나, 이외의 '또 다른 자아' 를 되찾을 수 있을때 우리의 의식은 가장 높은 수준에 머물게 된다.   분리 되어 있는 '에고' 의 나는 모든 괴로움의 원천이지만 '실존의 나' 는 가장 높은 깨달음의 영역에 머물고 있는 실존이다.   따라서 실제의 나가 아닌 나와 분리된 또 다른 나를 깨닫는 것, 의식의 이원성을 극복하고 높은 의식 수준에 이르게 되는 비이원성에 도달하는 의식이 바로 저자가 말하는 삶의 진실을 볼 수 있는 또 하나의 눈이다.

 

놓아버림》에서는 이러한 비이원성에 다다르기 위한 실천적 방법을 제시하고 주고 있다면 이 책 《나의 눈》에서는 의식에 대한 본질적인 토대를 제시하여 준다.  저자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커다란 사고나 고통을 겪은 후에나 '실존의 나'를 만나는 것과는 달리 일상에서 '실존의 나'를 만나는 가장 쉬운 방법으로 '놓아버림'을 권고하고 있는데 이 '놓아버림(부정적 감정을 놓아버리고 자유로워질 수 있는 방법)'은 일상의 장애를 벗고 '실존의 나'를 만날 수 있는 가장 탁월한 방법이라고 한다. 저자는 놓아버림으로서 가장 손쉽게 의식의 가장 높은 깨달음에 다다를 수 있으며 결국 깨달음의 도달점은 우리의 내면의 자아, 즉 영적자아를 되찾는 것에 있다. 일반적으로 삶에서 고통과 슬픔을 겪은 후에야 실존에 다다를 수 있는 것과 달리 의식의 높은 수준은 일상의 장애를 깨닫는 것만으로도 도달할 수 있음을 역설하고 있는 것이다.

 

 

 

 

1부 영적인 앎의 주관적인 상태들에 대한 진술

2부 영적인 길

3부 의식의 본성에 대한 이해를 통해서 깨달음으로 가는 길

4부 세계각국의 다양한 영적 탐구자들 및 집단들과 함께 이루어진

강연, 대화, 인터뷰, 그룹 토의

 

자신들이 의식하지 못하고 있는 소프트웨어 프로그램들에 따라서 움직인다고 할 수 있고, 개인마다 저마다의 의식 진화 과정 속에 있다. 각 개인은 서로 다른 조건들 하에서 의식의 전개상을 보여주며 따라서 밖으로 드러난 모습의 수준도 각기 다르다. 각 개인은 마치 일정한 어떤 수준에 붙잡혀 있고 의지의 동의,결정, 혹은 승인 없이는 다른 수준으로 발전해 나갈 수 없다. 비유컨대 사람은 하드웨어와 같고 그들의 행위나 믿음은 소프트웨어와 같기 때문에 순진무구한 상태에 머물러 있다.  하드웨어는 그들이 자신들의 행위의 의미나 중요성을 알지 못한 채 맹목적으로 따르고 있는 소프트웨어 프로그램들에 의해 아무 영향도 받지 않는다. 그렇기에 '앎(자각)'은 곧 실존의 나를 깨달을 수 있는 지름길이다.

 

위에 말하였듯 데이비스 호킨스 박사가 말하는 의식의 가장 높은 수준으로 이르는 가장 쉬운 방법은 에고를 자신의 참자아와 동일시하는 것을 놓아버리는 것이다. 저자는 우리가 흔히 믿고 있는 마음은 현실만을 

인지하는 것이 아니라 과거에도 습관적으로 그렇게 해 왔으며 자신이 기억하고 있는 것은 과거의 환상들을 기록한 것에 지나지 않는다는 사실을 깨달(앎)아야 하며 실상이 경이로운 자명함과 무한한 평화 속에서 드러날 때 깨달음에 방해가 되는 것은 마음 그 자체라는 사실을 밝힌다. 결국 마음이란 곧 에고이며 그 둘은 하나이자 같은 것이다.  모든 괴로움의 원천은 바로 '마음'에서 비롯된다.  마음(에고) 가 주는 굴레에서 벗어나 참된 평안과 삶의 진리에 눈을 뜨게 하는 영적 지침서이다.  

 

모든 것은 하나같이 현존을 알고 의식하고 있으며 영원성의 실현과 그로 인한 기쁨을 공유하고 있다. 삶이 지속될 운명이라면 삶은 스스로 알아서 나아가고 저절로 지속된다.

 

모든 진리는 주관적인 것이라는 아주 중요한 진술을 받아들이는 것으로부터 시작하십시오. 객관적인 진리라는 것은 존재하지 않으므로 그러한 것을 찾는 일로 인생을 허비하지 마십시오. 설혹 그런 것이 존재한다 해도 그것은 그에 대한 완전히 주관적인 체험에 의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결코 발견될 수 없습니다. 모든 지식과 지혜는 주관적인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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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시로 현암사 나쓰메 소세키 소설 전집 7
나쓰메 소세키 지음, 송태욱 옮김 / 현암사 / 201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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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골에서 나고 자라 처음으로 도시라는 곳에 발을 디딘 촌놈 산시로, 덜컹거리는 기차에 기대어 바라보는 풍경은 낯설고 어색하다. 전차의 땡땡 울리는 소음과 같은 인파들, 끝도 펼쳐지는 도시의 살풍경 속에서 모든 것이 파괴되고 동시에 모든 것이 건설되는 도시가 낯설기만 하다. 세상이 풋사과처럼 떫고 수줍게만 느껴졌던 사회초년생인 산시로는 대학에 갓 입학하며 느꼈던 설레임과 교차하며 시골과 도시의 문화충격을 경험하게 된다. 설레임과 낯섦이 크로스 되며 청춘이 시작되는 곳, 그곳이 바로 산시로 연못이다.

 

신선한 입김과도 같은 시작은 여관에서 처음 만난 여자에게 당신은 참 배짱이 없는 분과 같은 어설픔이다. 낯선 남자를 보고도 부끄러워하지 않는 여자를 신기하게 바라보며 알수 없는 불안함을 느끼는 산시로의 내면이 마치 수면위에 일렁거리는 잔물결처럼 일렁인다. 대학에 입학하며 사귀게 된 친구들 역시도 시골에서 온 산시로를 놀리기 일쑤이다. 검정색 커튼을 치고 상자만을 바라보며 물리학에 빠져 있는 노노미야와 철학적이지만 괴짜인 요지로에게 속아서 숙박비를 날려 버린 후 좋아하던 여자 미네코에게서 돈을 빌려야 하는 상황은 산시로를 더욱 혼란하게 만들어 버린다.

   

 

격렬한 활동 그 자체가 다름 아닌 현실 세계라 한다면, 이제까지 자신의 생활은 현실 세계에 털끝만큼도 접촉하지 않았던 셈이 된다. 운명이 갈리는 중요한 시점에 수수방관하며 낮잠만 잔 꼴이다. 그렇다고 이제부터 낮잠에서 깨어나 활동을 시작할 수 있느냐 하면 그것도 아니다. 자신은 지금 활동의 중심에 서 있다. 하지만 단지 자신의 전후좌우에서 벌어지는 격렬한 움직임을 보고 있어야 하는 위치에 놓인 것일 뿐, 학생으로서의 생활은 예전과 달라진 것이 없다. 세상은 이렇게 동요하고 있다. 자신은 이 움직임을 보고 있다. 하지만 거기에 가담할 수는 없다. 자신의 세계와 현실 세계는 하나의 평면에 놓여 있으면서도 전혀 접촉하지 않는다. 그리고 현실 세계는 자신을 내버려둔 채 격동하고 있다. 산시로는 몹시 불안했다. 

 

 

산시로의 세계는 세 개의 세계가 첨예하게 갈등하는 세계다.  현재와 과거와 미래라는 세계가 교차하며 갈등하는 가운데 첫사랑 미네코가 등장함으로 인해 동요하는 청춘의 설익음이 행간마다 배어 난다. 우연히 연못에서 만난 여인 미네코를 두고 선배 노노미야와 설픈 질투를 하면서 갈등을 겪지만, 동등한 관계가 아닌 그야말로 서툴기만 한 감정일 뿐이다.  처음부터 무엇이든 서툴고 어색했던 촌놈 산시로와는 달리 박학다식하며 여유있던  선배와는 너무도 격차가 있었던 갈등이었기 때문이다. 신여성을 대표하는 이미지의 여자 미네코 역시도 산시로를 '호소에 가득찬 관능적인 눈동자' 또는 ' 기분에 따라 모양이 변하는 쌍커플' 같은 변화무쌍한 표정으로 산시로를 헤매게 만든다. 산시로는 도쿄 한복판에서 그야말로 길 잃은 어린양, 스트레이 십이다. 요컨대 고향에서 어머니를 모셔오고 아름다운 아내를 맞이하고 몸을 학문에 맡기면 그 세 세계를 뒤섞어 하나의 결과는 만드는 셈이라던 나이브한 생각을 하고 있던 산시로에게 미네코라는 존재는 일종의 스트레이 십이었다. 

 

데미안에서 싱클레어가 알에서 깨어나려면 하나의 세계를 깨뜨려야 한다고 하였듯이, 산시로는 자신의 세계를 깨뜨리고 있는 하나의 성장소설이다.  영화 '건축학개론'에서 승민이 서연을 좋아하면서도 말한마디 못하고 떠나버린 첫사랑처럼 산시로 역시도 미네코를 향해 마음만 졸이다 끝내버린 방황하는 청춘을 반추한다. 성장하기 위해 자신의 세계를 깨뜨리기 위해서는 누구나 스트레이 십(길잃은 어린 양)을 거친다. 방황과 설레임이 공존하는 산시로 연못위로 오래 된 추억하나 돋아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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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11-06 16:53   URL
비밀 댓글입니다.
 
자전거여행 1 자전거여행
김훈 지음, 이강빈 사진 / 문학동네 / 201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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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처럼 문장도 풍화의 과정을 거친다. 김훈의 문장과 사진이 잘 어우러진 여행에세이, 책 받고나자마자 설레이는 맘~ 어쩔거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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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꽃나무 2014-11-04 16: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다시 재출간되었구나..자전거 여행, 남는 글귀하나, 잘가거라 나의 풍륜이여~ㅎ

드림모노로그 2014-11-06 16:40   좋아요 0 | URL
ㅎㅎㅎ 아휴, 진짜 11월 되니까 책 읽을 시간도 그렇지만 서평 쓸 시간이 없네....
이 책 품절이라 나오자마자 예약구매 했더랬지...
날 추운데 잘 지내?
여전히 눈코뜰새 없이 지낸다..ㅠ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