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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두철미한 은지 - 2021 문학나눔 선정도서, KBBY 이달의 아동청소년책 선정, 2021 학교도서관저널 추천도서 ㅣ 마루비 어린이 문학 3
장성자 지음, 한아름 그림 / 마루비 / 2021년 4월
평점 :
《철두철미한 은지》
장성자 동화집 / 그림 한아름
마루비
콩군이 십 대로 접어들면서 재잘재잘 모든 것을 이야기하던 천진난만하던 아이의 모습이 조금씩 사라지고 있어요.
그렇게 변화해가는 콩군의 모습에 때론 섭섭하기도 하고 슬프기도 했지만, 콩군의 마음속에 어떤 이야기들이 자리잡아가고 있는지 완벽히 알아보지 못한답니다.
물론 저도 십 대를 지내보았기에 그 때의 고민과 마음들을 이미 알고 있다고 여길 수도 있지만, 지금은 우리가 보냈던 이전의 시간들과는 다르기에 더욱 아이들을 바라볼 때 낯설게 느껴질 때도 있잖아요.
그래서 콩군은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지, 또 요즘 아이들의 보편적인 생각이나 고민거리가 무엇인지 궁금해지더군요.
그렇기에 아이들 눈높이에서 읽을 수 있는 책들을 꼭 함께 읽어보게 되는 것도, 아이들을 이해해보려는 마음인 그런 이유에서인 듯 해요.
얼마 전 장성자 작가님의 동화집을 만날 수 있다는 소식이 반갑게 느껴졌어요.
장성자 작가님은 아이들의 눈높이에서 바라본 듯이, 아이들의 온 마음이 담긴 듯 이야기를 들려주시거든요.
그렇기에 이번 십 대 초반의 아이들을 위한 동화집을 만날 생각에 더욱 설레였던 것 같아요.
제가 설레이며 만났던 바로 이 책이랍니다.
마루비 출판사에서 '초등학생을 위한 창작동화'를 담아내는 『마루비 어린이 문학 시리즈』 중 세 번째로 만나게 된 《철두철미한 은지》 에요.
다섯 개의 단편 이야기들로 구성된 장성자 작가님의 '동화집'이죠.
한 편의 이야기가 그리 길지 않기에 읽기 호흡이 짧아도 무난히 읽어낼 수 있는 책이라 더욱 매력적이더군요.
총 다섯 편의 이야기 중, 콩군이 키득키득 웃어버렸다며 말해 준 동화를 소개해보려 해요.
바로 《철두철미한 은지》 책과 동명의 단편인 「철두철미한 은지」 였답니다.
그럼 은지라는 친구는 어떤 이야기를 들려줄지 한 번 들여다 볼까요?
4교시 수업을 마치면서 점심 먹을 준비를 하는 때에, 하필이면 배가 아파온 '은지'는 아이들의 눈치를 살피며 조용히 화장실로 향한답니다.
아침에 먹기 싫었던 계란 프라이를 억지로 먹은 탓인지 그 때문에 배가 아픈 것 같이 느껴져서, 엄마에게 화가 나기도 하고요.
한참을 화장실에 있었더니 점심밥 생각도 멀어진 그 때, 아이들이 들어와 화장실 이곳 저곳을 확인해보네요.
하지만 은지는 밖으로 나갈 타이밍을 놓쳤기에, 없는 척 조용히 문을 꽉 잡고 버텼죠.
문이 고장나 잠긴 것으로 여긴 아이들이 수근수근 이야기 하는 소리에 은지는 귀를 기울인답니다.
수근거리는 세 친구의 이야기를 듣다 보니, '세아'라는 친구가 중학생 오빠에게 쪽지를 건네고 답장을 기다린다는 내용이었어요.
그런데 은지는 몰래 엿듣게 된 이 이야기를 그냥 넘길 수가 없어요.
바로 은지가 남몰래 좋아하고 있던 '정민 오빠' 이야기였거든요.
혹시나 정민 오빠가 세아와 사귀게 되는 것은 아닐지 걱정되는 마음에 밤새 뒤척이며 잠도 못잔 은지는, 다음 날도 같은 시간에 화장실로 향하게 되죠.
나름 '철두철미'하게 준비해서 말이에요.
콩군은 「철두철미한 은지」 편을 보기 전에 도대체 어떤 내용이길래 이렇게 치밀하다고 제목에 나타낸건지 궁금해 했거든요.
그건 저도 마찬가지이구요.
「철두철미한 은지」 편을 다 읽고 나니 정말 상상 못했던 결말에 저도 콩군도 웃어버렸답니다.
또 한 번 화장실로 향한 은지는 기대한 것처럼 친구들의 비밀 이야기를 몰래 엿들을 수 있을까요?
과연 은지가 어떤 일들을 '철두철미'하게 준비했을지 궁금해지죠?
그리고 좋아하는 정민 오빠에게 은지는 자신의 마음을 전할 수 있을까요?
《철두철미한 은지》 책 속, 「철두철미한 은지」 편은 풋사랑을 경험하게 될 아이들에게 공감을 안겨주는 이야기가 될 듯 하답니다.
아마 이 글을 읽게 되는 친구들도 설렘 가득, 미소 가득 지어볼 수 있는 시간을 만끽할 수 있을테니까요.
제가 학창시절 학교라는 공간 속에서도 유독 화장실은 모든 소문의 근원지 같은 역할을 했었어요.
소곤소곤 비밀 이야기를 나누기도 하고, 퍼뜨리고 싶은 소문을 문 안쪽에 낙서인 듯 써놓기도 하고 말이죠.
게다가 선생님과 친구들 눈을 피해 몰래 울어보기도 했던 경험... 혹시 저만 그랬던 건 아니겠죠? ^^
제게도 「철두철미한 은지」 편은 그 때의 추억들이 떠오르게 만들어주었던, 읽는 내내 미소 짓게 만들었던 이야기였답니다.
위에서 만나 본 「철두철미한 은지」 편과는 다르게 조금은 어둡게 느껴지기도 한 「왜 알은 척 하지 않았어요?」 이야기가 제게는 울림을 안겨주더군요.
선생님이나 어른들 이야기를 함부로 하거나 심지어 욕도 서슴치 않는 친구들과 어울리는 '선유'는, 조금씩 친구들의 이런 행동들이 불편해지기 시작했죠.
그래서 어떤 핑계를 대서라도 이 무리에서 빠져나가고 싶다는 생각을 했을 때, 엄마의 친구인 아주머니를 발견하게 되죠.
친구들의 눈치를 살피며 이 친구들로부터 자신을 데려가달라며, 슬쩍 아주머니께 자신을 알은 척이라도 해달라는 눈빛을 보내지만, 자신을 알아본 것 같은 아주머니는 바쁜 일이 있는 듯 선뜻 알은 체 해주시질 않네요.
과연 '선유'의 간절한 외침은 그 아주머니께 닿았을까요?
전 이 장면에서 제가 그 아주머니가 된 듯 민망하기도 하고, 미안하기도 한 그런 감정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더군요.
제가 선뜻 손내밀어주지 못한 것처럼 느껴졌거든요.
이렇게 선유처럼 도움의 손길을 내민다면 저도 선뜻 응해줄 수 있을지 고민하는 제 모습이 부끄럽게 여겨지기도 하고요.
《철두철미한 은지》 책속의 다섯 편의 이야기를 접하면서 아이들의 고민들을 들여다 볼 수 있는 계기도 되었지만, 어른으로서 제대로 된 역할을 해야겠다는 다짐도 하게 되더군요.
" 세상속으로 발돋움하는 아이들에게 위로를 전하는 이야기 "
《철두철미한 은지》 책 속의 다섯 가지 이야기들이 모두 밝고 경쾌한 것은 아니에요.
하지만 주변을 둘러보면 우리 곁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담은 듯 낯설지 않게 느껴진답니다.
가족과의 관계에서, 친구들과의 관계에서, 이웃들과의 관계속에서 일어날 수 있는 고민들과 방황들을 삼키는 사춘기 아이들의 이야기이기에, 이제 십 대의 반항기 초입을 걸어들어가는 콩군에게도 이 《철두철미한 은지》 책은 자신과 친구의 이야기인 듯 느껴졌나봅니다.
자신은 몰랐던 친구들의 고민을 듣는 것 같기도 했고, 너무나 현실감 있는 내용인 듯 느껴져서 《철두철미한 은지》 이 책을 친구들에게도 권해야겠다 하더군요.
《철두철미한 은지》 이 책은, 현재 십 대를 살아내고 있는 우리 아이들의 고민을 알아차릴 수 있도록 세심히 관찰하고, 그 고민을 들어주면서 함께 나누고, 그렇게 마음을 위로해주는 좋은 역할자로서의 어른이 되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만들어주는 책이었기에 아이들에게도 어른들에게도 읽어보길 권해봅니다.
- 마루비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