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랫만에 손에 쥔 시집이 퍽이나 만족스러워 시와 잠시 멀어진 지난 시간을 후회한다. 사라지는 것들을, 잊고 싶었던 것들을 다시 소환해 내어 아이러니와 해학으로 장식해 주었다. 지금은 너무도 옛 시간이 되어버린 2005년 삼선동 재개발을 기념하는 이 시집. 그 이후 사라진 월곡동, 을지로, 종로, 둔촌, 아현 등등 수많은 동네 골목들을 살아간 사람들을 기념할 시는, 소설은, 문학은 있을까. 영상과 사진으로만 추억할 수밖에 없다면, 아, 문학의 역할이 희미해진 이 사회는 너무 슬픈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