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밥바라기별
황석영 지음 / 문학동네 / 2008년 8월
평점 :
절판


감히 선생이라 칭할 수 있는 소설가. 황석영. 그가 새소설을 상재했다. 하지만 이미 많은 독자들은 그의 글을 읽고 있다. 인터넷시대의 새로운 연재. 과거 신문연재 소설의 황금기에 대하소설 '장길산'을 연재했던 황석영은 네이버에 소설을 연재함으로써 새로운 소설연재 패러다임을 형성하는데 일조하고 있다. 아직도 그는 배가 고픈 것인가. 새로운 시도를 하는 것, 그것도 정치적 논란이 극심한 우리나라의 거대한 포털에 소설을 연재하는 것은 그가 황석영이기 때문에 가능했을 것이다. 기존 문단에서는 활성화되지 않은 형식-이미 박범신의 '촐라체'가 성공적으로 연재를 했었지만-을 문단의 가장 큰어른 격이 시도했다는 것 역시 이야기거리라면 이야기거리일 것이다. 

여하한 배경과 뒷말을 빗겨서서, 소설 그 자체를 바라볼 때 아마도 많은 사람들은 산전수전 겪은 소설가의 젊은 시절을 다시금 엿보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감사할 것이다. 이미 많은 독자들은 그의 젊은 시절 중단편을 통해 그가 겪었던 방황과 일탈, 거기서 나오는 성찰에 열광하고 감동을 얻었기 때문이다. 그가 겪었던 가출과 방황을 통해 '입석'이 나올 수 있었고, '삼포가는 길'의 눈쌓인 길이 나올 수 있었고 '객지'에서의 이글거리는 생명력이 나올 수 있었다. 기나긴 영어의 세월과 의욕에찬 문단으로의 복귀가 어느덧 10여년이 훌쩍 넘은 이 때에 황석영이 담아내는 성장소설은 그가 준비하는 또다른 도약과 비상의 조짐이라고 조심스레 예상해본다.

개밥바라기 별, 금성, 샛별, 이름은 다르지만 새벽녘과 해질녘에 어슴프레 빛나는 별이다. 아니 행성일 것이다. 자체에 빛을 발하지 못하는 불완전한 존재. 그리고 언제나 희미하게 흔들거리는 존재. 주의깊게 바라보아야만 발견하는 존재. 그리고 무엇보다 우리 곁에 항상 가까이 있는 존재.

젊은 시절의 방황을 되돌아보며, 그리고 인터넷을 통해, 그리고 책을 통해 글을 읽을 현재의 젊은이들에게 황석영은 무엇을 말하고자 하는 것일까. 공교롭게도 이 소설이 연재되는 기간, 그리고 책으로 엮어지는 순간에 우리는 오래간만에 겪어본 욕구의 공론화, 민주주의에 대한 근본적 물음, 그리고 삶에 대한 질문을 던지고 있었다. 거리를 누비며 자유를 느끼고 살아 숨쉬는 느낌을 공유했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젊은 중고생들이 있었다. 그들이 지금 근본적인 물음을 던지고 있을 때, 오랫동안 억눌려오고 터부시되어왔던 그들의 사회참여가 점점 주류적인 시각을 밀어내고 있을 때, 황석영은 어떻게 이 사회를 바라보았을까. 얼마나 따스한 애정어린 시각으로 젊은이들을 바라보고 있었을까. 

이번 소설의 주인공 준의 방황은 작가 자신이 겪은 청춘의 길이다. 결국 작가는 작품을 통해 그간 가슴속에 묻어둔 청춘의 기억들을 끄집어 내어 그 시절과 맞대면한다. 그는 4·19의 현장에서 총 맞은 친구를 껴안았고 한일회담 반대시위를 하다 유치장에 갇힌다. 그곳에서 만난 일용직 노동자를 따라 전국을 떠돈다. 그 고독과 방황의 시간들 속에서 날것의 문장들과 날것의 생생함은 소년에게 스며든다.

...'사람은 씨팔...누구나 오늘을 사는 거야..'...


오징어잡이배를 올라 밤새 오징어을 잡기도했다. 격랑에 흔들리는 갑판에서 밤안개를 안주로 쓴 소주를 마시며 세월을 탓하기도 했다. 고등학교 자퇴, 선원으로의 생활, 베트남전 참전 등 황석영의 개인사는 버거운 불행이었을지 모르지만 독자들에게는 살아 넘치는 삶의 생명력으로 넘쳐흐르는 선물일 것이다.

이문열의 젊은날의 초상과의 비교를 아니 할 수 없다. 똑같이 문단의 거목으로, 혹은 문단에서의 좌와 우를 각각 대변하는 대가들의 젊은 시절을 바라보는 관점은 어떠한지.가족사의 비극에 사로잡혀 허무와 관념으로 가득차 산하를 떠도는 것을 그렸던 이문열의 젊은 날과,  시대의 비극과 운명에, 그리고 삶의 생생한 현장을 찾아 떠돌았던 황석영의 젊은 날. 비록 앞의 것이 작가의 초기작이었고, 후자는 작가의 전체 작품활동에서 후반부에 속하는 작품이라는 차이가 있겠지만 개인적으로는 후자에 손을 들어주고 싶다. 무엇보다 젊은이에 대한 열정과 애정이 건강하게 남아있다는 점에서, 그리고 과거에 대한 관심이 결코 복고가 아닌 새로운 시작의 열정이 된다는 점에서.

마지막으로  작가의 말을 들어보자.

젊은 시절에 방황을 하면서 저녁무렵 해가 지자마자 서쪽하늘에 초승달과 더불어 나타나던 정다운 나의 별을 기억하고 있다. ...땅거미 질 무렵은 세상이 가장 적막하고 고즈넉해지는 순간이다...금성이 새벽에 동쪽에 나타날 적에는 '샛별'이라고 부르지만 저녁에 나타날 때에는 '개밥바라기'라 부른다고 한다. 즉 친구들이 저녁밥을 다 먹고 개가 밥을 줬으면 하고 바랄 즈음에 서쪽 하늘에 나타난다 해서 그렇게 이름 붙여진 것이다...나는 개밥바라기 별의 이미지가 이 소설을 읽은 여러분의 가슴 위에 물기 어린 채로 달려 있게 되기를 바란다...

모두들 이 책을 읽어보기를 바란다. 굳이 책이 아니더라도, 컴퓨터 모니터를 통해서라도...

왜냐하면, 세상이 인정하는 황구라의 소설은 여전히 에너지가 넘치고 읽을만 하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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