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인 이야기 6 김명호 중국인 이야기 6
김명호 지음 / 한길사 / 2017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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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12.4 ‘중국인 이야기 6 by 김명호’읽다. 일독 추천지수⭐️⭐️⭐️⭐️⭐️ 이번에 쟁쟁한 혁명가, 고승, 과학자들의 이야기 중에서 개국 5인 중 하나 런비스에 마음이 오래 마문다. 중국 인민의 낙타, 오랜 기간 무거운 짐을 등에 지고 고생만 하다 신중국 성립 얼마 되지 않아 젊은 나이에 세상을 등진 지독한 원칙주의자. 런비스, 마오쩌둥, 둥비우, 개국5로 쉬터리, 중국 로켓의 이버지 췐세썬 모두 독서의 중요성을 빼놓지 않고 말했다. 중국 공산당은 무기로만 싸우지 않고 글로써도 싸운 셈이다. 중국 현대사를 빛낸 인재들에게 빠지지 않는 수식어, ‘어려서부터 중국 고전을 섭렵했다’는 설명이 자못 의미가 묵직하다.

"새로운 역사는 성실과 교양을 겸비한 황당한 사람들의열정에 의해탄생한다."

예젠잉이 울면서 추도사를 읽었다. "런비스 동지는 우리 당의타였다. 동시에 전 중국인의 낙타였다. 평생 무거운 짐을 진 채 이려운 길만 걸었다. 하루도 편하게 쉰 날이 없었고, 누리지도 못했다. 그저 애통할 뿐이다." 세월이 흘러도 런비스에 대한 평가는 변하지 않았다. 생김새가흉하고 사나워 보이다 보니 다들 무서워했다. 만나보면 딴판이었다. 부드럽고 세심하기가 봄바람 같았다. 공금 낭비하고, 패거리 지는 사람에게는 엄격했다. 나라 망칠 놈들이라며 국물도 없었다.

양복에 가죽구두 신은 남편과 거리에 나오면 주눅이 들었다. 자신의 모습이 어찌나 초라한지, 남들이 웃을까봐 고개도 들지 못했다. 그럴 때마다 런비스는 어깨를 두드렸다. 고개를 들어라. 숙일 이유가 없다. 내가 새로운 세상을 만들면 그때는 고개를 숙여라."

혁명과 전쟁은 난관의 연속이다. 이탈자가 속출하기 마련이다.
불필요한 희생을 피하려면, 상황을 제대로 파악하고 현실을 존중하는 판단과 결정이 따라야 한다. 그러다 보면 단결과 투쟁을 거론할 자격이 저절로 생긴다."
많은 사람이 비슷한 말을 남겼다.
"런비스에겐 묘한 매력이 있었다. 황당한 사람도 그와 마주하면 진실한 사람으로 변했다. 연약한 사람은 강해졌다."

런비스는 흥분하지 않았다. 참석자들에게 호소했다. "진리는 별게 아닙니다. 현실을 직시하는 것이 진리입니다. 최후의 승리자는 진리입니다."
2개월 후, 천두슈는 당에서 축출당했다. 당의 책임자로 부상한취추바이는 런비스에게 손을 내밀었다. 천두슈를 비난하며 청년단의 각오와 담력을 치하했다. 런비스는 취추바이에게도 실망했다. ‘과장이 심하다. 천두슈는 나의 정치적 성장에 스승과 같은 분이. 존경에는 변함이 없다. 나는 스승을 사랑한다. 애석하게도 진리를 더 사랑할 뿐이다."

마오쩌둥에게 간했다. "반혁명세력이 우리의 혁명대오를 추월했다니 믿을 수 없다. 엄밀한 조사와 연구가 필요하다. 실사구시(實事求是)를 견지하자. 우리는 외부에 강한 적이 있다. 내 부에도 매사에 소극적인 사람이 많다. 이들은 좌를 기준으로 정리해야 할 대상이 아니다. 돕고 끌어안아야 할 동지들이다. 병을 치료하고, 사람을 구하는 자세를 취함이 마땅하다."

런비스는 원칙을 준수하는 사람이었다. 원칙에 어긋나면 상대가 누구라도 양보하지 않았다. 간부들에게 엄격했고, 자신에게는더했다. 옛말을 자주 인용했다. "윗사람의 몸가짐이 바르면 시키지않아도 아랫사람이 행한다. 바르지 못하면 시켜도 복종하지 않는다." 그러다 보니 많은 일화를 남겼다.

당 중앙위원회를 베이징으로 옮긴 후 런비스는 남들처럼 중난하이(中南海)에 입주하지 않았다. 이유가 분명했다. "황제가 살던 곳에 살려고 혁명하지 않았다. 군중과 접촉할 기회가 없어진다. "

"장정 초기, 등비우는 건강이 안 좋았다. 그래도 험한 길을 마다하지 않았다. 30여 명의 여전사들에게 틈만 나면 중국 고전과 서구의 아름다운 서정시를 읽어주곤 했다. 그렇게 소탈할 수가 없었다.
말이 떨어질 때마다 우리는 입을 헤벌렸다. 좋은 책 많이 읽으면 그렇게 되느냐고 물었더니 책 많이 읽은 사람 중에 나쁜 사람도 많다며 고개를 저었다. 실천이 제일 중요하다며 웃었다."

축시에 "그간 쌓인 문장이 모두를 놀라게 했다"는 구절을 발견하자 화들짝 놀랐다. 즉석에서 답신을 보냈다. 속내를 토로했다. "과찬이다. 얼굴이 화끈거리고 두렵다. 사람은 끊임 없이 전진해야 한다. 어제와 오늘이 달라야 한다. 간밤에 읽은 것이날만 새면 쓸모없는 경우가 허다했다. 오늘 읽으며 무릎을 친 내용도 내일이면 의심을 품어야 정상이다. 충분하다고 생각하는 순간낙오자가 된다."
이런 말도 덧붙였다. "독서인은 겸손해야 한다. 건성으로 아는사람일수록 아는 척하기 좋아한다. 독서는 공격적이어야 한다. 이해 안 되는 부분은 반복해 읽고 사색도 게을리 하지 말아야 한다. 그러다 보면 명확하지 않았던 것도 명확해지고, 책 내용 중에 뭐가잘못됐는지를 식별할 수 있다." 독서의 좋은 점도 지적했다. "머리는 쓰면 쓸수록 잘 돌아간다. 쓰지 않으면 둔해지게 마련이다. 특히 노인들은 머리 쓸 일이 없다.보니 쉽게 치매에 걸린다." 5로는 노인이 돼서도 노인 취급을 받지않았다. 비결은 독서였다.

쉬터리의 독서는 효과를 중요시했다. "결과보다 과정이 중요하다고 말하는 사람이 많다. 세상 이치가 뭔지 모르는 허황된 사람들 이다. 무슨 일이건 결과가 있어야 한다." 제자들에게 방법도 제시 했다. "책은 사람과 비슷하다. 세상에 꼭 필요한 사람과 없어야 될사람은 극소수다. 있어도 그만 없어도 그만인 사람이 대부분이다. 대화를 나누다 보면 즐거움보다 재미만 있는 사람이 많은 것처럼,책도 흥미만 유발시키는 책이 더 많다. 아무리 좋은 책이라도 건성으로 읽는 것은 시간 낭비다. 그냥 열 권 읽느니 그 시간에 한 권 정독하는 편이 낫다."
독서를 많이 한 쉬터리는 인간사 별게 아니라는 것을 진작 깨닫고 젊은이들에게 관대했다. 혁명 시절이다 보니 평소라면 해서는 안 될 일을 부득이하게 할 때도 야비하지 않고 품위가 있었다. 독서 덕이었다.

마오쩌둥은 최고 지도자감으로 손색없었다. "간부 교육이 전쟁보다 중요하다’며 간부들에게 독서를 장려하고 몸소 시범을 보였다. 틈만나면 책을 읽고 문건을 정리했다. 틈만 나면 사방이 노출된 바위에 앉아 책을 읽었다. 주변에서 위험하다고 말려도 듣지 않았다. "밥 먹다 죽은 봤어도 책 읽다 죽은 사람은 못 봤다."

"치국(治國)은 별게 아니다. 치리(治吏), 관리를 제대로고 다스리는 것이 치국" 이라는 『자치통감』의 의 한 구절을 읽고 또 읽으라고 권했다. 이어서 "간부들이 예의와 염치를 모르면 나라가 아니다. 비적 집단과 다를 바 없다. 간부 선발에 엄격해야 한다.

. "빼어난 인재가 많은 곳이다. 경쟁하며 한걸음씩 나아가라. 작은 걸음으론 창신(創新)이 불가능하다. 긴보폭으로 빠르고 높게 뛰어야 한다. 남들이 생각 못 하는 것을 생각하고, 남들이 말한 적 없는 것을 말해라. 그것이 바로 창신이다."

카먼은 성격이 급했다. 한번은 첸쉐썬과 논쟁을 벌인 적이 있었다. 견해 차이가 심하자 물건을 집어던지며 화를 냈다. 첸쉐썬은 말한마디 없이 자리를 떴다. 이튿날, 카먼이 첸쉐썬을 방문했다. 얼굴에 미안한 기색이 가득했다. "어제는 내가 틀렸다. 네 주장이 맞다." 이날을 계기로 두 사람은 가까워졌다. 학생으로 시작해 신임하는 제자, 조수를 거쳐 공동 연구자가 되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스승이며 동료였던 카먼이 제일 기뻐했다. "너는 학문적으로 이미나를 추월했다. 조국으로 돌아가면 더욱 분발해라. 과학은 국경을가릴 필요가 없다." 훗날 저우언라이는 이런 말을 했다. "중·미 대사급 회담은 세계 외교사에 남을 마라톤 회담이었다. 15년간 136차례 열렸다. 실질적인 성과는 없었지만, 첸쉐썬을 돌려받은 것 하나만으로도 충분한 가치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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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인 이야기 6 김명호 중국인 이야기 6
김명호 지음 / 한길사 / 2017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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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12.4 ‘중국인 이야기 6 by 김명호’읽다. 일독 추천지수⭐️⭐️⭐️⭐️⭐️ 이번에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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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인 이야기 7 김명호 중국인 이야기 7
김명호 지음 / 한길사 / 201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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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권 한 권 덮을 때마다 사람들의 이야기가 장강물결처럼 굽이친다. 어쩜 그렇게 기구한지. 근현대 중국의 혁명, 대장정, 항일전쟁, 국공내전, 문혁과 개혁개방까지 대륙에 역사의 수레바퀴에 짓눌리고 피어난 사람들이 이야기가 꽃과 같다. 건너 뛴 6권을 어서 읽고 싶어 조바심이 난다.

*주요 인용

‘용기와 희생의 시대였다. 주위에 부모 잃은 애들이 널려 있었다. ‘
‘마하이더는 아버지와 우리 남매의 유일한 사진을 찍었다. 아버지는 이 사진을 좋아했다. 마오 주석도 샹잉의 일생에 가장 찬란한 모습이라며 즐거워했다.샹잉은 가족사진을 여러 장 현상했다. 동지들에게 나눠줬다. 반응이 한결같았다. 샹잉도 웃을 줄 아는구나.‘
-홍군 신4군 정치국장 재임 중 암살당한 샹잉과 딸의 일화. 길고긴 혁명의 와중에 샹잉과 그의 딸은 단 14일을 옌안 홍군 해방구에서 함께 하였고 그 사이 아비와 딸의 기구한 사연은 괜시리 눈물이.

‘대중은 덩샤오핑에게 기대가 크다. 덩샤오핑 비판을 중지하면 민심이 순응한다. 그간 억울하게 당한 사람이 많았다. 억울함을 풀어주면 대중은 자기 일처럼 기뻐한다. 먹고사는 일처럼 중요한 것도 없다. 생산에 집중해라. 그러면사람들의 마음에 꽃이 핀다.
-마오쩌둥 실각 후 예젠잉의 자문요청에 대한 후야오방의 말

‘성공만 하면 혁명이 아니다. 성공할 때까지 해야 혁명가 소리 들을 자격이 있다. ‘
-류즈단이 시중쉰에게 혁명의 성패에 대한 조언. 돌이켜 보니 이 책에서 가장 오래 곱씹어본 문장이 되었다. 내 경험과 생각에 비추어 다음과 같이 풀어서 적어본다. ‘성공만 하면 개혁(변화, 혁명)이 아니다. 성공만 했다면 충분하게 개혁하지 않았거나 성공의 기준이 충분하지 않았다는 뜻이다. 둘 다 실패보다 오히려 나쁘다. 전자는 개혁(변화, 혁명)의 껍질만 가지고 있고 후자는 성공의 실질이 거짓에 기반하기 때문이다. 성공할 때까지 개혁(변화, 혁명)하기 위해서는 지속의 명분이 있어야 한다. 개혁(변화, 혁명)이 실질에 근거해 진정성을 가질 때 지속할 수 있다. 실패는 실질과 진정성을 찾아가기 위한 대가이다. 그런 점에서 쉼없이 흔들리며 실패하는 과정에서 개혁(변화, 혁명)의 길은 찾을 수 있다.

‘군중의 갈채에 현혹되지 마라. 독이 들어 있다. 인간의 능력은 하계가 있다. 절대 강제적인 방법은 취하지 마라. 돼먹지 않은 명령으로 강행하려다간 불신만 살 뿐 될 일도 안 된다. 소수민족이 스스로 깨우칠 때까지 기다리는 것이 상책이다. 민족주의라는 어설픈 병이 도지지 않도록 군중들을 토닥거려야 한다.‘
-시중쉰의 서북지역 군정에 대한 지침. 시중쉰의 아들 시진핑이 집권하는 현대 중국의 서북지역 정책을 비추어볼 때 아쉬움이 가득할 수 밖에 없는 이유.

‘이론과 실천은 함께해야 한다. 이론이 실천을 독려하고 실천을 통해 이론이 풍부해질 수 있다. 실천이 따르지 않는 이론은 아무 가치가 없다. 마르크스나 레닌의 서적을 아무리 많이 읽어도 실천과 결합되지 않으면 의미가 없다. ‘
-광둥 특구에 대한 시중쉰의 지침

‘특구가 좋겠다. 시중쉰은 특구 전문가다. 반세기 전, 시중쉰이 만든 산간닝 변구도 처음에는 홍색특구였다. 이번에는 경제특구를 만들어라. 지원할 돈은 없다. 재주껏 살길을 찾아라‘
-광둥 선전 경제특구 설치에 대한 덩샤오핑의 말

‘회의는 소규모로 하고 짧게 끝내라. 준비 안 된 회의는 하지 마라. 발언은 짧을수록 좋다. 의제에서 벗어난 발언은 듣는 사람을 피곤하게 한다. 찬성과 반대를 분명히 해라. 회의는 문제 해결이 목적이다. 이것도 좋고 저것도 좋다는 눈치꾸러기는 기회주의자다. 퇴출시킴이 마땅하다. 결점과 약점을 인정하는 것이 문제 해결의 기점이다. 약점과 결점 극복의 기점이기도 하다. ‘
-1980년 덩샤오핑의 형식주의 비판. 지금까지 보아왔던 회의문화에 대해 문제를 제기한 여러 담론들을 읽어봤지만 30년 전 한 노 혁명가의 말 만큼 것이 없었다.

‘모두가 형식주의에 빠져 있다. TV 켜면 온통 회의에 관한 얘기뿐이다. 회의가 지나치게 많다. 지위가 높을수록 말ㅇ르 너무 오래 한다. 같은 내용이 반복되고 새로운 언어를 찾아보기 힘들다. 중복된 발언을 하려면 간결하고 핵심을 찔러야 한다. 우리는 관료주의를 부정해 왔다. 형식주의는 관료주의와 다를 게 없다. 시간은 황금이다. 일은 많이 하고 말은 적게 해야 한다. ‘
‘세상이 변하면 하는 일도 달라진다. 다른 일을 하려면 준비해야 한다. ‘
‘평생 무모한 일만 골라서 한다는 말을 많이 들었다. 무모하지 않으면 할 일이 없고, 되는 일도 없다. ‘
-덩샤오핑 남순강화 중

‘보검의 날카로움은 연마를 통해 생겨나는 것이고 매화의 진한 향은 매서운 추위를 견뎌 나오는 것이다.’
-화뤄궝, 서점 점원으로 있던 중 중국 물리학계 태두 예치쑨과 서점에서 만나 친분을 쌓고 심상치 않은 총기를 알아챈 예치쑨의 조언으로 칭화대 수학과 직원으로 재직하며 수학청강, 학위없이 예치쑨의 천거로 칭화대 수학과 강사를 거쳐 영국에서 세계적인 수학자로 거듭남.

‘자유,평등,정의를 모든 가치 위에 두는 사람. 재물보다 인간을 존중하지만, 제물이 인류의 교양과 복지 촉진에 적극적인 작용을 할 수 있다고 믿는 사람. 변덕이 심하다는 이유로 권력을 불신하는 사람. 권위가 허상이라는 것을 아는 사람. 진리, 이성, 사실을 존중하는 사람. 변화를 인정할 줄 아는 사람. 타협을 치욕이라고 생각하지 않는 사람. 비판 정신을 유지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여기는 사람. 질서를 존중하는 사람. 과학구국은 시간이 필요하다며 인재 양성을 가장 큰 명예로 여기는 사람‘
-중국 물리학계의 태두 예치순에 대한 중국 중앙연구원 주자화 원장의 인물평

‘무슨 일이건 명분이 중요하다. 인간이라는 동물은 허술한 구석이 많다. 명분과 핑계를 혼동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인류 역사도 마찬가지다. 핑계를 명분으로 둔갑시킬 줄 아는 사람에게 후한 점수를 줬다 .난세의 지도자들은 명분 만들어내는 기술이 탁월했다. 중국도 그랬다. 쑨원, 장제스, 마오쩌둥 할 것 없이 모두가 명분 제조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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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차세계대전 교유서가 첫단추 시리즈 6
마이클 하워드 지음, 최파일 옮김 / 교유서가 / 201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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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세기 말까지 이 강대국들은 사회적으로 동질적이었다. 여전히 지주 귀족층이 지배하고, 국교회에 의해 정통성을 확보한 유서 깊은 왕가들이 통치하는 농업 사회였다. 100년이 지나 이 모든 것은 완전히 바뀌거나 급속하고 불안정한 변화의 길을 걸었다. 그러나 변화의 속도는 나라마다 크게 달랐고, 우리는 이제 이를 살펴볼 것이다.

도시 환경에서 근무하는 직장인들이 잠시나마 지루한 일상에서 벗어날 수 있는 기회가 되기를 고대했다. 서유럽의 민주주의 체제에서 정부의 선전으로강화된 대중의 여론은 전쟁에 덜 열성적인 소수의 목소리를휩쓸어버렸다. 더 후진적이고 교육을 덜 받은 동유럽 사회들들에서는 전통적인 봉건적 충성심이 종교 집단의 승인에 더욱힘을 얻어 대중 동원에 효과적으로 작용했다.

여기에는 간단한 대답이 하나 있다. 바로 모든 교전국 국민들의 지속적인 지원이다. 그들은 막대한 군사적 손실을 감내했을 뿐 아니라 전쟁 수행에 따른 곤경과 통제를 불평하지 않고 받아들였다. 각국 정부는 전례가 없을 뿐 아니라 전에는 장상조차 할 수 없을 정도로 막강한 권한을 보유했다. 정부가 이악하지 않은 영역은 자발적 조직이 접수했다. 전쟁 발발과 디께 예상되었던 재정 파탄 사태는 일어나지 않았다.

정부 공채는 초과 모집되었으며, 지폐가극을 대체하고, 노동력 부족으로 임금이 가파르게 올랐으며, 정부와의 계약은 일부 사업 부문에서 전례 없는 번영을 낳았다. 농업생산자들은 노동력 부족으로 어려움을 겪었지만 농산물에 대한 수요가 어느 때보다 컸다. 아닌 게 아니라 전쟁

여기에 가장 잘 대처한 쪽은 서유럽의 잘 조직되고 결집력이 강한 사회들, 즉 독일, 프랑스, 영국이었다. 사실, 전쟁은 이 나라들이 더 잘 조직되고 더 단단히 결집되도록 만들었다.
20세기의 첫 10년 동안 어디서나 정치문제의 중심이었던 자본가와 노동자의 계급투쟁은 유예되었다. 노동계급 지도자들은 행정적·정치적으로 책임 있는 자리를 맡게 되었다. 노동력 부족으로 그들은 새로운 협상력을 얻었다.

입대한 사람들이 일하던 자리는 부분적으로 여성들이 메웠다. 여성들은 투표권을 요구하는 참정권 운동을 통해 전쟁이일어나기 전에 이미 자신들을 조직하고 있었고, 그 운동의 지도자들은 전쟁 수행에 영향력을 발휘하기 시작했다. 여성들은 간호와 복지 분야뿐 아니라 사무실과 공장, 농업 부문에서도 갑자기 없어서는 안 될 존재가 되면서 사회의 균형 전체를바꾸고 있었다. 1918년에 이르자 그러한 변화는 새로운 인민대표법에 반영되어 30세 이상의 여성을 포함해 유권자가 700만 명에서 2,100만 명으로 늘어났다. 거의 전쟁의 부산물로서, 영국은 완전한 민주주의에 근접한 나라가 되어갔다.

9월에 최고사령부는 제국의회가 바라는 체제개혁에 반대하고 병합주의적 강화를 지지하기 위해 ‘조국당‘ 이라는 신당 창당을 후원했다. 그들이 원하는 강화의 조건은 8월9일에 작성된 크로이츠나흐 강령에 제시되었다. 거기에 따르면, 동부에서 독일은 독일 군대가 이미 점령하고 있던 모든 영토쿠를란트, 리투아니아, 폴란드 동부 지방 를 완전히 자국에 병합하고, 서부에서는 벨기에와 룩셈부르크를 보유하고그 국경 지대에 있는 롱위와 브리에 지방을 프랑스로부터 획득한다고 되어 있었다. 힌덴부르크와 루덴도르프가 카이저에게 설명한 대로, 목적은 ‘독일인의 힘을 강화하고 우리의 국경을 개선함으로써 우리의 적들이 앞으로 오랫동안 다른 전쟁을 감히 일으키기 못하게 만드는 것‘이었다. 조국당은 라인란트 산업가들의 아낌없는 재정 지원을 받았지만, 그렇다고 지배계급의 단순한 간판에 불과한 것은 아니었다.

없는 것은 애초에 연합국이 전쟁 피해 배상금을 부과한 근거, 바로 이른바 독일의 전쟁 책임 조항이었다. 여전히 대부분의 독일인들은 전쟁이 적들에 의해 강요됐고, 지난 5년 동안자신들의 희생은 대의명분을 위한 것이었다고 생각했다. 더나아가 많은 이들은 자신들이 패배하지 않았다고 생각했다.
그들은 오로지 휴전 조건을 놓고 연합국에 기만당했고, 제국1 적들(Reichsfeinde), 즉 권력을 장악하기 위해 당시의 곤경을 이용한 사회주의자와 유대인들한테 ‘등 뒤에서 찔렸기 때

문에 마땅히 자기들 차지인 승리를 빼앗겼다고 주장했다.
지어 이같은 돌히슈토스(Dolchstofs: 등 뒤에서 찌르기) 신한받아들이지 않는 사람들에게도 이후 집권하는 독일 정부이정통성은 조약이 부과한 예속 상태를 변경할 수 있는지 여부에 달려 있었다. 나중에 아돌프 히틀러가 그렇게 폭넓은 지지를 이끌어낸 것은 그 일에 성공했기 때문이다.

강화 조약의 조항들이 공표되었을 때 혜안이 있던 한 영국의 만평가가 윌슨과 로이드 조지, 클레망소가 파리 강회 회의장에서 나오는 모습을 묘사했다. 세 사람 중 누군가가 이렇게말한다. "이상하군. 어디서 아이 울음소리가 들리는 것 같은데. 아니나 다를까 기둥 뒤에서 한 꼬마 아이가 엉엉 울고있고, 아이의 머리 위로는 1940년도 동기생‘이라는 글자가박혀 있었다.

학교를 졸업한 뒤에 우리 가운데 누가 가장 출세할 것인지 하차시절에 종종 생각해보곤 했다. 그러나 전쟁으로 내 예측은 모두빗나가버렸다. (…) 내 동기생들은 셋 중 한 명꼴로 전사했다.
-로버트 그레이브스, 『저 모든 것과의 이별 Good-bye to All Thaty그것은 민주주의의 시대에는 전장에서 단순히 군대를 패배시킨다고 해서 전쟁에서 승리할 수는 없다는 것을 보여주었다. 전쟁을 지탱하는 국민들한테서 싸울 의지를 완전히 뿌리 뽑아야 하는것이다. 1차세계대전에서 그것은 군대 자체를 소모시키고 민간인을 굶주리게 함으로써 가능해진다.
- 마이클 하워드, 『보불전쟁The Franco-Prussian Wary

주목할 점은 이 교착 상태에서 사상자만 늘어가는데도 기존의 전쟁과 달리 국민들이 계속해서 전쟁 수행을 지지했다는 사실이다. 흥미롭게도 여기서 저자는 클라우제비츠의 권위자답게 클라우제비츠가 말하는 전쟁의 세 요소를 거론한다(저자는 『전쟁론』을 영역한 바 있다). 즉 "전쟁이란 정부 정책과 군부의 행위들, 그리고 ‘민족들의 열정‘으로 이루어진 삼위일체"
이다. 이 요소들 가운데 셋째 요소인 민족들의 열정이야말로전쟁을 정책 결정자들이나 군부의 문제만이 아니라 전 국민적 사안으로 탈바꿈시켰다. 이와 관련해 19세기는 민족주의의 시대였고 민족주의를 추진력 삼아 수립된 근대 국민국는 국민 개병제와 공교육 제도 등을 통해 국민들에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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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차세계대전 교유서가 첫단추 시리즈 6
마이클 하워드 지음, 최파일 옮김 / 교유서가 / 201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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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11.24 ‘제1차세계대전 by 마이클 하워드’ 읽다. 문학동네 임프린트인 교유서가 첫단추 시리즈는 ‘세계 경제사’ 통해 접한 바 있다. 세계제1차대전의 배경과 경과, 이로 인해 초래할 다음 대전을 초래한 분석을 간명하게 드러낸 점을 보건데 다른 주제도 입문을 위해 보기엔 믿을만한 시리즈인 듯 하다. 전쟁 그 자체의 경과보다 전쟁을 추동하고 지속시킬 수 있는 정치구조, 사회동원구조 등을 더욱 유심히 살펴보게 된다. 대전 전 기술 발전에 따른 전술전략 교리개발이 러일전쟁의 경험으로부터 빚지고 있다는 것도 새로 알게 된 사실. 일독권유지수 ⭐️⭐️⭐️ #교유서가 #교유서가첫단추시리즈 #제1차세계대전 #마이클하워드 #교유서가첫단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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