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대한 코끼리, 중국의 진실 - 백년의 꿈과 현실, 시진핑의 중국은 어디로 향해 가는가?
임명묵 지음 / 에이지21 / 201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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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간 막연히 의문으로만 품고 있었던 중국 정치체계에 대한 개념을 잡게 해 준 책. 지금 홍콩 시위를 둘러싼 대학가의 한중 학생간 갈등에 관래 중국인 교수와 이젠 좀 더 깊은 대화를 나눌 수 있을 듯 하다. 작가의 앞으로의 행보가 더욱 기대된다. 권미의 참고서적을 참고로 독서를 이어갈 수 있어 더욱 좋다.

1992년 말년의 덩샤오핑은 다음과 같은 24자 방침‘을 남겼다.
냉정관찰靜觀察, 참온각근站, 침착응 부沈着應付, 도광양회光義的, 선우수졸守拙, 절부당두他不當頭,
냉정히 상황을 관찰하며, 입장을 확고하게 견지하며, 침착하게 대응하며, 능력을 숨기고 때를 기다리며, 낮은 자세로 임하며, 결코 우두머리에 서지 마라

그러나 이제 집단- 권력의 형해화와 탈집중화를 통해 다른 종류의 위기를 만난다. 기존의 집단지도체제는 동등한 권위를 가진 관료끼리 복잡한 이면합의와 협상으로 문제를 풀어나갔다. 자연스레 전임자가 행사하 수 있는 영향력도 컸다. 장쩌민이 후진타오 시기 내내 행사한 영향력은 여기서 나왔다. 그리고 천량위, 보시라이, 저우융캉으로 이어지는 사건과 사고를 거치면서 당 지도부는 관행과 합의를 제도로 대체해야 함을 느꼈다. 중국의 성장이 야기한 새로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바야흐로 새로운 권력 모델이 요구되었던 것이다.

2014년 중국 국무원은 사회신용시스템 구축 계획‘을 발표했다. 이는 개인의 금융 데이터와 사회 연결망, 소비 행태 등을 종합하여 점스로 환산하고 시민에게 차별적으로 혜택을 부여하거나 처벌을 내리는 시스템이다.
사회신용시스템은 현재 알리바바Alibaba와의 합작하에 항저우 등지에서 시범적으로 운영 중이다. 예컨대 점수가 높은 사람들은 승진 기회를 얻을 수도 있고 주택 보증금이나 수수료가 면제될 수도 있다. 만약 더 높은 사회신용 점수를 얻기 위해 반발할 엄두도 내지 못한 채 정부에 순응하기만 한다면 어떻게 될까? 중국의 한 중산층을 상상해보자. 자신의 저항 행동이 자녀의 학교 진학에 영향을 줄 수 있다면 그는 과연 저항을 선택할까? 레닌과 스탈린이 꿈꿨던 당중앙의 노선 아래 통일된 사회가 전혀 생각지도 못한 방식으로 등장할지도 모른다. 이와 동시에 또 다른 가능성도 생각할 수 있다. 더 긍정적인 방향일 수도 있으나 더 섬뜩할 수도 있다. 만약 당국이 막대한 데이터 처리 능력을 바탕으로 대중의 요구에 선제적으로 대응한다면 어떻게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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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도시의 사랑법
박상영 지음 / 창비 / 201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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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11.14 ‘대도시의 사랑법 by 박상영’ 읽다. 일독 권유지수 ⭐️⭐️⭐️⭐️ 한 사람의 우주를 색깔로 표현한다면 흑백은 당연히 아닐테고 그렇다고 일곱빛깔 무지개로도 표현하기 한참 부족한. 불연속 색깔을 우리 언어와 개념은 분절적으로 표현하듯 삶과 사랑을 어떤 호칭으로 규정하고 단정하기엔 너무도 불완전하다. 팬톤 색체표처럼 다채로운 사랑, 그리고 인간의 이야기. 그래서 소설을 읽는다. 개념화하지 못하는 진실은 그저 묘사와 재현에 그칠 뿐이어서. 이것은 그저 사랑 이야기. 오직 그 뿐. #대도시의사랑법 #박상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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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데이터로 세상을 지배하는 사람들
스티븐 베이커 지음, 이창희 옮김 / 세종(세종서적) / 201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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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11.15 ‘빅데이터로 세상을 지배하는 사람들 by 스티븐 베이커 (원제: The Numerati)’ 읽다. 일독 권유지수 ⭐️⭐️ 2010년에 발간된 빅데이터를 주무르는 지식계급(Number + literati’ )의 출연과 적용 영역을 다룬다. 10년 전 책이다 보니 그사이 빠른 기술의 발전은 이 책의 예상을 대부분 실현시키는데 그치지 않고 더욱 발전해 있는 상황임을 현재 기준으로 알게 된다. 달리 말하면 10년전 이 흐름을 짚어본 저자의 안목이 괜찮았다는 이야기. 노동자, 쇼핑 구매자, 유권자, 블로거, 테러리스트, 환자, 연인의 영역에서 빅데이터 분석과 알고리듬,수학적 도구로 분석, 예측, 경향을 이끌어내는 일군의 전문가 집단을 다룬다. #stephenbaker #thenumerati #numerati #빅데이터로세상을지배하는사람들 #빅데이터 #빅데이터전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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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평등의 세대 - 누가 한국 사회를 불평등하게 만들었는가
이철승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1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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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작이다. 실증이 뒷받침된 세대간 불평등 분석을 통한 문제발견과 대안 제시까지 저자의 노력이 느껴진다.

특정 지위와 신분에 진입함으로써 그러한 기회를 불균등하게 부여받고, 심지어는 다른 사람의, 하급자의 노동을편취할 수 있게끔 하는 구조를 고치자는 것이다. 동시대 한국 사회의 정규직은 포커 치고 싶을 때 치는 반면, 청년들과 비정규직,프리케리아트는 하루 종일, 밤새워, 시도 때도 없이 콜이 날아올때마다 공장 기계를 돌리고 있는 형국이기 때문이다. 이 선택의권리가 20대에 치러지는 한 번의 시험으로 한 번의 취직으로 결정되는 것은, 본인을 위해서도, 사회를 위해서도 불행한 일이다.
이러한 위험을 사회화하되 기회와 보상은 일정 정도 자유화하는 시스템은 한국 사회에서는 불가능한 프로젝트인가? 나는 가하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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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의 기쁨과 슬픔 - 장류진 소설집
장류진 지음 / 창비 / 201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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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어느날 '일의 기쁨과 슬픔'이라는 단편이 화제가 되었다. 우연한 경로로 그 전문을 전달받곤 단숨에 읽어 내렸다. 곧바로 메신저의 공유버튼을 눌러, 친한 친구들 특히 IT 기업에 하루 하루 '혁신'이라는 이름아래 고민이 많다 생각되던 친구에게 보냈다. 

30분 후, 속속 메신저 스크롤들이 줄달음을 치기 시작했다. 


4차 산업혁명이라는 단어처럼 갑자기, 준비도 없이 맞닥뜨린 장류진이란 작가의 소설이 한 권의 소설집으로 나왔다. 창비 SNS를 통해 들은 소식에 얼른 들어가 보니, 사전 서평단이라는 것이 있어 난생 처음 신청을 해 보았다. 순전히 먼저 읽고 싶은 마음이 앞서였다. 


사전 서평단으로서 받아 본 '잘 살겠습니다'는 어느 직장인이 결혼을 앞두고 마주하는 에피소드를 통해 직장내 관계망의 피상성과 경력과 스펙을 누구 못지않게 관리하며 살아온 화자의 현실재인식을 드러내주고 있다. 이러한 현실재인식은 최근들어 동년배작가들로부터 부쩍 자주 살펴볼 수 있는 흐름에 일견 부응하는 작품의 하나로 분류할수도 있다. 하지만 이 작가만의 장점은 관계의 서늘함과 정서의 건조함이 잘 배합된, 소위 현장에서 정말 '굴러본' 사람만이 볼 수 있는 현장성을 획득했다는 점이다.


판교라는 시공간에서 '혁신'과 '미래'라는 이름 하에 손쉽게 허용하고 자행하는 불합리를 드러낸 화제작 '일의 기쁨과 슬픔'에서처럼 '잘 살겠습니다' 역시 광화문 어디쯤, 또는 테헤란 로 어디쯤에 있을 만한 오피스 빌딩에서 일어날법한 현장성이 독자를 소설 화자의 마음 어딘가로 빠르게 소환한다. 그라운드에 한복판에 서 있는 사람은 안다. 저 공이 어떻게 흘러 흘러 나에게 툭 건네질지. 그리고 공 한 번 터치하려고 수 많은 어깨싸움과 태클을 건너 뛰어야 할지를. 저 멀리 관중석과 감독 벤치에서 보이지 않는 잔디의 결과 흙냄새, 부딛친 어깨의 충격이 갈비뼈로 전해지는 느낌까지도. 우리는 일 좀 해본 '선수'의 언어를 통해 본능적으로 알아챈다. 


한편, 이 작품에는 낯설게 바라볼 수 있는 시선이 있기에 독자의 현실인식은 한 걸음 더 나아간다. 심상히 여겼던 청첩장 돌리기 미션, 애자일 스크럽 미팅에 남다른 촉감을 통해 걸러진 시선이 가미되었다. 우리가 얻은 이 시선을 통해 심상한 행위는 더이상 심상하지 않은 공론의 대상으로 발전한다. 


감히 한 명의 독자로서 바라건데, 한 권, 한 권 상재해 나가는 작가의 소설을 통해 함께 그라운드에서 구르는 사람으로서 우리인식의 지평이 노동자로서의 계급정체성, 성 정체성 인식, 정치 주체로서의 인식까지 담아낼 수 있는 성찰로 이어지기를 기대해 본다.


p.s. 어제 저녁 소설집이 도착했다. 2편의 단편만을 읽었기에 아직 6편이 남았다. 오랫만에 이번 주말이 설렌다. 하나씩 우리 '선수들'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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