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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 다섯 인생 - 나만 좋으면 그만이지!
홍윤(물만두) 지음 / 바다출판사 / 2011년 12월
평점 :
아, 물만두 님은. 빨간캡 모자를 옆으로 돌려쓴 통통한 볼에 악동의 미소를 하고 있던 사진이 제일 먼저 떠오른다. 서재라는 것이 있기 전 그러니까 온라인 책 구매자로 알라딘을 들락날락하던 시절 이야기다. 메인 화면의 한 귀퉁이에 최다우수리뷰를 올리는 사람들을 소개하는 명예의 전당이라는 코너가 있었는데, 거기서 그 사진으로 처음 뵌 물만두 님. ( 그 사진을 좀 저장해 둘 걸 .. 그립고 보고 싶다)
추리 분야에서는 어마어마하게 다독하는 것은 물론이거니와, 닉네임처럼 글에서도 코믹함과 아이같은 진솔함이랄까 해살스러움이랄까 글에서 그런 게 반짝반짝였다. 왜 닉네임은 물만두이실까? 물만두를 어마어마하게 좋아하시나 보다. (이 책을 읽어보니, 정말 그랬을 법하다. 책 중간에 그런 이야기가 있다. 물김치에 중독된 나날을 보내는데, 근래 알라딘에 가입했더라면 닉네임은 물김치였을거라고.) 어떤 분이실까? 그런데 보이는 것이 전부가 아니었다. 여유 있게 자라서 생활고라든가 전혀 일상의 사사로움에 구애를 받지 않아 좋아하는 것은 무엇이든 할 수 있고 그래서 그 분야의 책을 엄청나게 읽을 수 있는 유한 계급의 우아한 백조 쯤 되시는 것으로 생각했나 보다.
나중에 물만두 님의 상황에 대해 알게 되었을 때는 확실히 그건 어떤 경지이구나 했다. 그리고 만두님의 일상에서 만순 만돌 형제 자매와 어머님 아버님 비화들. 특히 자매지간에 서로를 동물(코알라?)에 비유하며 갈구고, 만순님 졸고 있는 모습을 협박용으로 몰래 찍었다가 사전에 모의가 잘 안 되어서 들키고. 캐릭터 확실한 시트콤 같았던, 하지만 분명 실화들(?). 웃음을 주고, 눈물도 주었었다.
기리노 나쓰오의 미로 시리즈를 다크부터 읽으면서 의문이 팽배했던 부분에 대해 남긴 리뷰에서 댓글로 여러 가지를 알려 주셨던 분. 히가시노 게이고의 레몬을 읽고, 제목이 왜 저래 라고 혼자 지껄였던 말에 번역 제목이 그렇게 붙게 된 뒷이야기를 댓글로 남겨 주셨던 분. 개인 소장용으로 써왔던 리뷰들에 종종 댓글 달아주면서, 마치 아무도 안 읽는다고 생각하겠지만, 그렇지 않아요. 나도 읽고 있으니 좀 써봐요 라고 리뷰를 독려해 주시는 것 같았다. 항상 알라딘으로 하여금 피드백할 수 있도록 지원해 주고 있는 것 같았다고나 할까. 뿐만 아니라, 물만두 님이 심취하고 계신다셔서 한때 나도 상하이 마작 폐인이었던 적도 있다. 지나고 보니 다 추억...
내가 알라딘 서재에서 지인님들과 다정하게 지낼 때도 시간이 흘러 소원하게 되었을 때도 항상 변함없이 같은 자리에서 온기를 발산해 주시던 분.
물만두 님이 있으니까 알라딘 서재 마을이지. 라고 생각했다. 그러니까, 내게 알라딘 서재는 물만두 님 있기 전과 후로 나누어지는 게 자연스럽다. 호오를 따지려는 것이 아니다. 그때가 좋았어 돌아갈래, 그런 이야기를 하고자 하는 것도 아니다. 이유를 설명할 수 있는 성질의 것이 아니라 이해할 수 있는 사람은 이해할 수 있고, 할 수 없는 사람은 할 수 없는 그런 것이다. ‘글만 둥둥 떠다니는다고 해서 여기가 사람 사는 곳이 아닌 건 아닌데’ 라던 말이 계속 마음에 남는다. 누군가에게 서재마을은 글만 둥둥 떠다니는 집합소 같은 곳일 수도 있고, 누군가에게는 간절한 오늘 하루의 일상일 수도 있었던 것이다.
이 책을 읽으면서 황우석 박사 사건으로 낙담하셨던 일도 기억에 생생하고, 무엇보다 같은 서재 생활을 하는 사람으로서의 애환들 일테면 즐찾 숫자가 빠졌을 때 이야기 같은 것, 그 때 그 기운 빠지는 그 느낌도 공감한다. 먹는 것에 얽힌 첩보를 방불케 하는 에피소드들도 왁더글덕더글 사남매로 산 사람으로써 아주 많이 공감하고.
그냥 만두님 이야기뿐만 아니라, 내 그간 서재 시절을 포함하여, 뒤돌아보는 것 같아 어쩐지 아련한 그런 독서였다.
물만두 님의 예쁜 마음 한 가지, 누군가 피토하며 썼을 작가에 대해 감사하고 미안해하는 물만두님의 마음이다. 그리고 그동안 안 읽은 책에 대한 미안함들. 그 중에 얼마나 많은 보석이 숨어 있을까 그 보석을 알아보지 못하고 빛내지 못한 것에 가슴 아파하는 모습들.
만두님이 남기신 이 글들 보면서 새삼 그 이쁜 마음 닮아야지 한다.
“나, 너, 그리고 사랑이 있다가 사랑이 사라진다 해도 나와 너는 남았으니 그건 그것대로 좋은 것이다. 나와 네가 사라지고 사랑이 남는다 해도 그 사랑또한 좋은 것이니 족하다. 나, 너 그리고 사랑이 모두 사라진다 해도 모두 함께 사라졌으니 슬픔은 남지 않아 좋지 않을까. 나와 사랑만 남거나 너와 사랑만 남는다면 그 남은 한 자리는 슬픔이고 그리움이고 아쉬움일 테니.”
물만두 님은 제게 여전히 알라딘 서재의 이웃 물만두 님으로 남아계십니다~ 영원히 !!!
출판사에 덧붙임, 재판 찍으실 때 수정해 주셨으면 하는 사소한 오타들 몇 개를 봤네요. 천의무봉한 만두 님의 책이 되길 바라는 마음을 담아, 주저하면서도 그 중 표시해 놓은 것 적습니다.
62쪽 셋째줄 : 만순이과 내가 --> 만순이와 내가
62쪽 마지막 줄 : 사춘기때 만순이과 무지 싸웠다 --> 만순이와 무지 싸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