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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로테스크
기리노 나쓰오 지음, 윤성원 옮김 / 문학사상사 / 2005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기록에는 이 책을 2년전 11월 29일에 읽었다고 되어 있다. 이 책은 제목그대로 내용은 상당히 그로테스크하고, 책 부피가 베고 잠을 자는 용도로 써도 만큼 두꺼운 데다가 글씨 폰트는 깨알 같다. 하지만 전혀 지루함을 모르는 전개와 묘사는 압권이다. 당시 시간적으로 이 책을 읽는 것이 어렵지만도 않았던 것이 그때 당시 내 팔자에 삼재(?)랄까 하는 게 끼어 있던 시기였기 때문에. 불운과 사고에 점철된 시기. 우연히 얻게 된 이틀의 무단 결근 시기에 읽었다. 무채색의 그로테스크한 날씨의 나날이던 11월. 표지도 불길한 얼굴이 그려진 회색톤 무채색 하며.
실화를 바탕으로 한 모델이라고 한다. 낮에는 일류 기업의 커리어우면이지만 밤에는 시부야의 마루야마 초에서 거리의 여자가 되어 몸을 팔다가 마지막 손님에게 살해당했다는 도쿄전력 여사원 살인 사건의 피해자. 그녀가 가즈에이다. 시점은 가즈에와 명문 Q대학 부속여학교 동창인 ‘나’라는 인물이 자신의 치부까지 다 드러내는 심술궂은 서술형태로 사건이 발단부터 전개에 이르기까지의 과정을 서술한다.
명문 Q대학 부속 여학교 그 곳에 다니는 학생들은 공부를 잘하거나 세도가의 자제이거나 부유한 집안에 사는 아이들이다. 초등학교부터 Q학원에서 진학해온 학생과 중학교나 고등학교부터 Q학원에 다니게된 아이들이 있는데, 학교 내부에 엄연히 계급 차별이 존재한다. Q초등학교 출신 아이들이 주류이고, 나머지 중,고등학교때 부터 다닌 아이들은 비주류에 속하는 것이다. 여기서 그려지는 혐오스러운 인간 관계와 그에 대한 날카로운 관찰과 묘사는 절정이다. 생각해볼 일이다. 그들만의 리그에 멋모르고 들어갔다가, 결국 이상한 인간이 되어버리는.
'나'를 중심으로 각자 그들의 입장에서 이야기 하는 것이 소설의 전개 방식이다. 관능적인 외모를 무기로 남성 편력을 즐기다가 자멸해가는 ‘나’의 동생 창녀 ‘유리코’의 일기, 가즈코의 수기, 유리코와 가즈에를 살인한 용의자 중국인 ‘장’의 조서. 이 모든 것이 서로의 관점에서 상대적인 것이라, 작품의 결말은 진실은 알 수 없다 로 끝나는 구조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