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일째 매미 사건 3부작
가쿠타 미쓰요 지음, 장점숙 옮김 / Media2.0(미디어 2.0) / 2009년 5월
평점 :
절판


이 책은 미쓰요의 작품 중 가장 최고라는 평이 따라 붙곤 하는데, 나 또한 전적으로 공감한다. 아이들 재우고 난 밤 10시에 앞부분 조금 읽고 자야겠다 하면서 잡았던 책이 ... 새벽 다섯시.  

비염기가 한번에 돋는 것처럼 코끝이 붉어졌다.

평범하고 여린 기와코야 네가 어쩌려고, 아가를 납치했어, 에구 어쩌려고. 측은해하면서 한장한장을 넘기다가 밤을 하얗게 새우고 끝을 본 책이다.  얼굴만 보겠다며 납치한 아기를 데리고 도망 생활을 하며 간난 아가에게 정성껏 분유를 먹이고, 기저귀를 갈아주고, 목욕을 시킨다. 철거 촌으로, 어딘지 수상쩍은 여자들이 종교 단체 비슷한 공동체를 이룬 엔젤 홈으로, 바다 저 너머 석양이 아름다운 섬으로. 범죄자의 쫒기는 신분이지만, 아이만큼은 지극정성으로 키운다.

시간이 흘러 4년, 그렇게 키운 아이가 결국 부모의 품으로 돌아가지만, 그곳에서도 아이는 겉돌게 된다. 성인이 된 그 때 그 아이는 원부모에게도 정을 못 붙이고, 자신을 유괴한 세상에서 제일 나쁜(?) 여자를 증오하고, 증오함으로써 위안을 얻지만, 유부남의 아이를 임신한 몸으로 기와코와 행복했던 어린 시절의 그 섬을 향해 떠난다. 아이는 지울 생각이었으나, 연세 지긋하신 의사 선생님께서 아이가 태어날 쯤에는 신록이 틀림없이 아름다울 것이라고 했다. 바다, 하늘, 구름, 빛, 나무, 꽃, 확 트인 풍경, 예쁜 것들 이 풍경을 뱃속에 있는 누군가(?)에게 보여 줄 의무가 있다고. 자신이 본 것은 물론, 보지 못한 것까지 다 보여 주어야겠다고. 그래서 낳을 결심을 한다. 

 

"8일째에도 살아 있는 매미는 다른 매미들은 보지 못하는 것을 볼 수 있으니까. 어쩌면 보고 싶지 않을 수도 있겠지. 하지만 눈을 꼭 감아야 할 만큼 가혹한 일들만 있는 건 아니라는 생각이 들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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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과 다의 환상 - 상
온다 리쿠 지음, 권영주 옮김 / 북폴리오 / 2006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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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온다 리쿠 작품 베스트 텐 중 일말의 고민없이 넘버원으로 꼽겠다.  

절친에게 선물했더니,  

"지금 읽고 있는데 이거 작가가 굉장히 불친절한 형이상학&고난도(?) 미스테리물이군. 작가가 배경 설명도 없이 사건을 이야기하니 내용 이해가 당최 어려워 죽겠으." 한다.
"그래? 추리물은 맞는데, 그렇게 어렵진,,,,설마 (당신 수준이) 그정도...? " 했었다.
몇 일 후 다시 연락이 왔다.
"내가 (하)권부터 읽었지 뭐여. (상)권 읽으니까 너무 이해가 잘 되네."
그렇다, 이 친구를 비호하려는 것은 아니고,상하권이 잘 구별이 안 되긴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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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녀고양이 2011-11-01 00: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카님, 제가 온다 리쿠의 매니아 아니겠습니까!
이렇게 반가운 책이라니. 저는 정말 3월의 붉은 구렁을 시리즈에 거의 미쳐서,,
정신을 못 차렸다니요. 지금도 리세가 나온다면, 단편도 홀랑 사본답니다.

아... 너무 좋아요, 이카님도 온다 리쿠를 좋아하시나봐요!

icaru 2011-11-01 01: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ㅎ 네, 최근에 불안한 동화 40자평 쓰신거 봄서 저, 짧은 몇 자에 격하게 동감했잖아요. 저도 온다 리쿠의 물꼬를 텄던 게 삼월의 붉은 구렁! 어쩜 표지하며, 물건이다!!! 했어요~
리세 ㅎㅎㅎ 라이온하트만 중도하차했고, 최근번역된 거 몇 개 아직이고, 저도 족족 다 봤어요. 그냥 흡입의 경지였어요. ㅎㅎ 근데, 리뷰는 정말 못 쓰겠더라고요 거참..ㅎ
 
오래된 연장통 - 인간 본성의 진짜 얼굴을 만나다
전중환 지음 / 사이언스북스 / 201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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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화 심리학이라고 한다. 그런데 국내에서는 저자가 첫 발자국을 찍었나 보다. 읽다보면, 마빈 해리스의 작은 인간, 문화의 수수께기에서 읽었던 내용을 한국 현대 방송 매체 및 저변 문화에 이론 적용한 버전 쯤으로 읽힌다. 그래서 어디서 읽어 봤던 이야기 같은 느낌이 드는 것일까.  

현대인의 심리를 진화의 관점에서 생물학적으로 접근한 학문 분야라는 이야기인데, 본문에서도 창조론에 견주어 진화 심리학에 대해 알 수 있겠끔  설명하는 부분이 있다. 과학적 이론으로서의 창조론이 가치가 없는 이유는 어떤 현상에 대해 설명하고 싶은데, 설명이 안 될 때, 창조론은 '태초 그렇게 만들었답니다. 원리에 대해서는 신경끄삼'이 되버리지만, 진화 심리학의 경우 여러 예측들을 통해 인간의 지식 범위를 넓혀 주기 때문이라고. 

종종 부연 설명이 더 있어야 하는 게 아닐까 싶은 부분도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보다 재미있게 그리고 풍부하게 실례를 들기 위해 노력하는 저자의 노력이 느껴져 소소한 아쉬움들에 대해서는 반쯤 눈감아 주고 읽을까나. 

"최근의 한 연구에 따르면, 남녀 모두 자신의 애인이 뛰어난 유머 감각을 지니고 있기를 바라지만, 여기서 뛰어난 유머감각이 의미하는 것은 정반대된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남성은 남을 잘 웃기는 여성보다 자신이 던지는 유머를 잘 이해하여 즉시즉시 큰 웃음을 터뜨려 주는 여성을 배우자로서 선호한다. 반면에 여성은 자신이 던지는 유머에 잘 반응해 주는 남성보다 무조건 자신을 잘 웃겨 주는 남성을 배우자로 선호한다. 두 결론을 종합해보면 신봉선이나 강유미 같은 개그우먼들이 얼마나 어려운 처지에 놓여 있는지 저절로 동정심이 생길 것이다. 남성 시청자는 개그맨이 나왔건 개그우먼이 나왔건간에 웃음에 인색하다. 그나마 잘 웃어주는 여성 시청자는 개그우먼보다 개그맨의 입담에 웃음을 잘 터뜨린다. " 

"물에 대한 정서적 반응은 단순히 머릿속에서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실생활에서 벌어지는 사회적 행동도 변화시킨다. (...) 청개천이 제대로 복원된 자연 하천이 아니라 억지로 물을 끌어다 쓰는 인공 하천임에도 불구하고 어쨌든 청계천을 복원한 이가 전 국민에게 좋은(?) 인상을 심어준 기현상도 물에 대한 별스러운 애착이 인간 본성의 일부에서 진화했다는 사실에서 그 원인을 찾을 수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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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 비테 영재 교육법
기무라 큐이치 지음, 임주리 옮김 / 푸른육아 / 2006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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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이 책에서 나온 칼 비테 아버지나 스토너 부인의 교육법처럼, 언어는 눈이 아닌 귀로 배워야 하기 때문에 생후 몇 개월부터 언어를 가르쳐 만 몇 세가 되면 몇 개국어를 할수 있도록 해야 하고, 몸은 어린 아이지만 정신은 어린아이가 되지 않도록 힘써야 한다는 점 등등에 연연하며 읽으면 결국 상실감과 허무함에 사로잡히게 된다. 그런 결정적인 시기는 놓쳐버렸고, 다시 돌아간다고 해도 아이에게 온 시간과 정성을 매달리기 만무하기 때문이다. 시간과 정성 투자만으로 끝나는 것도 아니다. 엄마라면 부모라면 아이를 상대로 외교관이 되어야 하는 것이다. 왜냐 아이도 어른과 마찬가지로 무엇이든 하지 말라고 명령하면 반감을 갖기 때문에. 하라고 명령하지 않으면서 하게 하고, 하지 말라고 금지하지 않으면서 하지 않게 하는 법 묘안을 생각해 내야 한다. (이부분을 쓰고 있자니, 비상대책위원회의 김원효로 빙의한 것 같음..)

이 정도면 부모는 아이를 상대로 도덕가, 외교관, 놀이 친구까지 되어야 하는 것이다.

그러나 거슬러 올라가 보자면, 대체로 '행복한 사람'이란 어떤 사람인고 하니, 타인에 대한 사랑과 동정을 배운 사람이며, 어려서부터 근육을 부지런히 움직이고, 두뇌를 써서 지식을 쌓았던 아이인 것이다. 또한 플라톤의 말처럼 사람이 악인이 되는 것은 대부분 부모의 교육이 나빴기 때문이기에 따라서 부모는 아이가 어렸을 때부터 근면한 습관을 들이도록 해야 하거나 자녀 교육이 매우 중요하다는 것은 벗어날 수 없는 기본 명제인 것이다. 

“교육은 지능의 계발뿐 아니라 동시에 품성을 양성하는 것이다. 대음악가나 대미술가, 대문학자나 대과학자가 조기 교육에 의해 생겨나듯이, 훌륭한 품성도 아이가 요람 속에 있을 때부터 길러진다. 세상에는 어린아이의 품성을 양성해 주는 기관이 없기 때문에” 이 임무는 말할 것도 없이 부모 몫으로 귀결되는 것이다.

또한 공교육(학교)에 의지하면, 아이를 그르치게 됨을 역설한다. 왜냐 하면 교사는 수업 시간에 수업 분위기를 조성하느라 많은 시간을 할애하고, 반의 중하위권 수준의 아이들에게 수업 내용의 포커스를 두기 때문이라고. 바른 교육도, 아이가 한가지쯤 내로라 하는 사람으로 성장시키기 위한 교육의 역시 부모몫이다. 전적으로 부모몫이라고 말하는 책이다. 
 

가정은 어린아이의 낙원이어야 한다고. 가정이 어린아이의 낙원이어야 한다는 말은 절대로 아이를 방종하게 놔 두라는 것이 아니다. 예의범절을 소중히 여기고, 신중하게 행동하며, 아이가 방종으로 흐르지 않도록 해야 한다. 사랑으로 아이에게 예절 교육을 시키면 절대로 어렵지가 않다. 불량 청소년은 냉담한 가정의 산물이기 때문이다. 

볼테르는 바쁜 것은 행복의 비결이다 라고 말했다는 점은 인용하면서 '어린아이의 경우도 마찬가지여서 할 일이 많은 아이는 행복하다. 그렇기 때문에 아이의 마음 속에 공포, 근심, 증오, 분노, 불만족 등의 감정이 들어가지 않도록 해야 한다. 이런 감정은 아이의 심신을 허약하게 만들고, 병에 걸리게 하거나 성장에 방해가 되게 하기도 한다.'고 하는 부분이 있다. 이 부분은 버트런트 러셀의 <행복의 정복>에서 나왔던 내용과 정반대의 의견이기도 하다. 그 책에서는 지루함을 참을 줄 모르는 아이는 허약하므로, 아이가 아무것도 하지 않는 지루한 시간이 있어야 한다고 했었다.

비단 육아서를 읽으면 읽을수록 갈피를 잡을 수 없는 부분이 이것 하나 뿐은 아니지만, 요점은 그것이다, 어떻게 하면 행복한 아이로 길러내는가 하는 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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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읽는나무 2012-03-11 08: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리딩으로 리드하라 책을 읽으면서 거기서 언급한 칼 비테 교육서가 갑자기 궁금해졌어요.구입하려니 두 권이 뜨네요.일단 님의 별 다섯 개를 보고서 이책으로 결정했어요.^^
오랜만에 육아서를 한 번 잡아보네요.ㅋㅋ
 
고슴도치의 우아함
뮈리엘 바르베리 지음, 김관오 옮김 / 아르테 / 2007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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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76쪽

내가 보기엔 냉소적인 사람보다 더 유치한 건 없다. 왜냐하면 그런 사람은 여전히 세상엔 어떤 의미가 있다고 악착같이 믿고 있고, 또 유년 시절에 들었던 유치한 관념들을 포기하지 못하기 때문에 그와 정반대의 태도를 취하게 된다.

"인생은 개같고, 나는 더 이상 아무것도 믿지 않고, 나는 질리도록 인생을 즐길 거야"라는 말은 불만에 가득 찬 유치한 인간의 말일 뿐이다. 

186쪽

'모든 행복한 가정은 서로 비슷하지만, 불행한 가정은 저마다 불행한 이유가 다양하다.'

이것은 <안나 카레니나>의 첫 문장이다. 나는 모든 평범한 수위처럼 이것을 몰라야 했다. 우연히 문장의 두 번째 구절이 내가 말한 첫 부분과 연결되었을 때, 그것이 톨스토이의 문장임을 몰랐더라면 마치 은총의 순간처럼 소스라치게 놀랄 일도 없었을 것이다.

279쪽

끝으로, 청소년들은 어른을 모방하면 어른이 된다고 믿고 있지만 정작 어른들은 아직도 어린애들이고, 인생 앞에서 도피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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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10-28 16:53   URL
비밀 댓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