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으로 세상을 편집하다 - 기획자노트 릴레이
기획회의 편집부 엮음 / 한국출판마케팅연구소 / 200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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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23쪽

실현 가능한지의 여부를 결과로 추궁하지 않는다면, 그래서 독자들에게 산처럼이 대체 어떤 의미로 다가가기를 원하며 책을 만드느냐 물어와 허심하게 대답하라 하면, 카프카가 했다는 "우리 머리에 주먹질을 해대는 책이 아니라면, 우리가 왜 그런 책을 읽어야 한단 말인가"라는 말 대신에 감히 이렇게 외치고 싶은 것이다.
"우리 머리에 주먹질을 해대는 책이 아니라면, 우리가 왜 그런 책을 만들어야 한단 말인가!"

-윤양미(산처럼 대표)


110~111쪽
하지만 책이 만들어져서 늘 아버님 집에 갖다 드리면 첫 번째 책부터 지금까지 그 책의 첫 구매자는 늘 부모님이셨다. 부모님께 책을 드리고 돌아 나올 때면 문밖까지 나와 내 손을 슬며시 잡고 책값을  집어 주며 "내가 먼저 사야지 마음이 놓인다."고 말씀하시는 어머님의 마음을 나는 아직까지 헤아리지 못하고 있다.

-장은성(그물코 대표)


162~163쪽
표지를 바꾸면서 오랫동안 호흡을 함께하던 디자이너와 관계가 틀어졌다. 이는 어쩔 수 없는 일인 것 같다. 서로가 나빠서가 아니라, 관계는 꽃처럼 활짝 피었다가 지는 거니까.

-오지연(지호 전 편집장)


353쪽
누군가 불행한 유년의 기억은 뛰어난 작가를 낳고 행복한 어린 시절의 추억은 쓸만한 편집자를 만든다고 했던가. 어린이책 편집자들은 열이면 열 모두 어린 시절 책과의 행복한 만남을 이야기하지 않고는 못 배긴다.

-황현숙(아이세움 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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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씨에게
박경리 / 솔출판사 / 199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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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13쪽

이 세상에서 제일 나를 노엽게 하는 것은 어머니의 눈물, 어머니의 푸념이었으니까요. 왜냐구요? 모르겠어요. 굳이 이유를 찾아본다면 아마도 내 가까운 사람의 설움을 보는 것이 두렵기 때문일 거예요. 하기는 내 딸이 아팠을 때 나는 줄곧 화만 낸 것을 기억하고 있습니다.


58쪽

나의 모든 인간관계는 이런 식이죠. 마음 깊이 후회와 인간의 정을 간직하면서도 흔적을 내보이지 않고 인사치레를 못하는 내 게으름은 얼마나 많은 내 다정한 벗을 잃는 결과를 가져왔는지. 그래서 외롭지 않다면 그것만으로 나는 내 신념에 사는 자부라도 가지려 했지만 나는 이렇게 작은 봉우리 위에 혼자 앉아 그 숱한 오해와 가버린 시간들과 잘나지도 않은 내 작품을 생각하며 나는 이제 내 그림자조차 없는 외로운 인간이라는 것을 쓰디쓰게 씹어보는 것입니다.


77~78쪽

남에 비해 죽고 싶은 충동은 별로 느끼지 않는 편이며 술을 마시고 괴로움을 잊고자 하는 일이라든가 신바람 나게 놀아봄으로써, 혹은 화투나 그런 도박적인 것의 묘미에 끌려 현실을 잠깐 잊고자 하는 일이 없는 나는, 어떻게 보면 감정을 막다른 골목에까지 몰고 가지 않는 소심한 혹은 약삭빠른 일면이 있어 뭣으로든 자신을 마비시키지 않고는 견딜 수 없는 고통을 피해 왔는지도 모르겠습니다.


253쪽

육신적인 고통, 정신적인 고통, 어느 것이든 견디기 어려운 고통이 올 때 침묵해버리는 것은 내 오랜 습성이었습니다. 가파른 고개를 아무도 모르게 기어올라 가는 것처럼, 그것은 고통의 내 치유법이며, 함께 견디는 것보다는 혼자인 편이 덜 고통스러웠으니까요. 고개를 넘어서 내리막길에 접어들면은 비로소 침묵에서 풀려나는 것입니다.


270쪽

죽음 그 자체인 것만 같은 헐벗은 나무들, 하얀 눈이 날아 내리는 도시의 지붕, 대지가 함몰된 듯이 냉엄하게 번들거리는 빙판, 우중충한 잿빛에 갇혀버린 동천, 모두가 비애의 빛깔이요 폐쇄인데 영혼만은 치열하게 타는 글너 계절이 겨울 아닌가 싶어요. 따뜻한 모닥불 따뜻한 온돌 따뜻한 인간의 살갗을 그리며, 나무야 너도 헐벗었구나, 새의 너의 깃털은 추위를 견딜 만하니? 우리는 가장 고독했을 때 자비로워지고 사랑을 갈구하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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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대한 고독 - 토리노 하늘 아래의 두 고아, 니체와 파베세
프레데릭 파작 지음, 이재룡 옮김 / 현대문학 / 2006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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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작가 서문(프레데릭 파작)

이 책은 한 사람의 전기가 아니고, 두 사람의 전기도 아니며, 자서전은 더더욱 아니다. 역사적 책도 아니고, 역사책도 아니며, 지리책도 아니고, 소설도 아니며, 만화도 아니다.
코를 길게 그렸지만 웃기지 않고, 고아의 고독, 죽음, 광기, 자살 그리고 치유할 길 없는 아픔을 이야기했기 때문에 당연히 암울하게 보여야 하는데, 그렇지도 않다.
프리드리히 니체와 체사레 파베세에 대한 입문서도 아니다. 독자의 이해를 돕기 위한, 그들이 쓰고 겪었던 것에대한 것도 여기에는 전혀 없다.
나는 긴 몽상에 잠기듯 이 책을 쓰고 그렸다.  (...)
4년이 넘도록 웅장한 광장, 강력한 환각적 힘을 지닌 열주 녹슬고 그늘진 건물벽, 저멀리 소실점으로 사라지는 곧은 거리. 어둠 속에서 불쑥 나를 덮치는 조각들이 늘어선 이 도시와 더불어 니체와 파베세의 단어들을 다시 읽으며 몽상에 잠겼다. 나는 흔히 말하는 생각의 끈만 따랐을 뿐 그 어떤 주제나 방향도 없이 몽상에 잠겼고 자, 이제 깨어날 시간이 되었다. 

 

 

21쪽
파베세는 그의 <삶이란 직업>에서 이렇게 썼다.
"우리 모두 죽음의 체험 앞에서 초보자,
죽음은 난데없이 우리의 뒤통수를 친다는 말은
사실이 아니다. 우리 모두 태어나기 전에는 죽어 있었다."

263쪽
"인간은 더 이상 예술가가 아니라, 인간 자체가 예술 작품이다."
디오니소스의 '보편적 조화의 복음'에서 곧바로 튀어나온 신비스러운 금언, 오! 얼마나 야심적이고 과대망상적인 이상주의인가... 니체는 마치 미치는 것이 두려운 듯 본질은 건드리지 않고 변죽만 울렸다.

294쪽
같은 날, 그(파베세)는 이렇게 쓴다.
"자살은 수줍은 타살이다. 가학성 대신 피학성을 택한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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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망의 인문학 - 클레멘트 코스 기적을 만들다
얼 쇼리스 지음, 이병곤.고병헌.임정아 옮김 / 이매진 / 2006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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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3~34쪽
국가가 어떤 이유에서든 가난한 사람들의 고통을 덜어주는 일에 관심을 두게 될 때마다 쓰는 방법은 항상 똑같다. '훈련'이 바로 그것이다. (...) 복지 정책이 이런 식으로 흐르는 것은 가난한 사람들이란 일반인들과는 뭔가 다른 존재, 즉 능력이 부족하거나 별 가치가 없는 사람들, 또는 이 두 가지 문제를 모두 가진 존재라는 편견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편견에 기초한 복지정책은 그 사회에 매우 분명한 이득을 가져다 준다. 그것은 가난한 사람들을 쥐꼬리만한 임금으로 부려 먹을 수 있다는 것이다. 가난하지 않은 사람들이 하기 싫어하는 일들을 가난한 사람들에게 시키면서 말이다.
(...) 인문학을 부자와 중산층이 독점하고 가난한 사람들에게는 그림의 떡으로 만들어 놓은 채, 그저 훈련만 시킴으로써 가난한 사람들을 계속해서 순종적인사람들로 묶어놓는 것이 가능해진다. 가난한 사람들이 때때로 물건을 훔치거나 심지어 다른 사람을 해치는 사건(이것도 대개는 그네들 사이에서 발생한다)이 발생하기는 하지만 그렇다고 해도교육받지 않은 가난한 사람들이 세력들에게 경제적이거나 정치적인 위협이 되는 경우는 거의 없다.

172쪽
가난의 이유에 대한 비니스의 대답 속에는 가난한 사람들이 가난에서 벗어날 수 없는 진짜 이유는 바로 '가난한 사람들은 움직일 수는 없기 때문이라는 현실 진단이 도사리고 있었다. 그런데 그 진단은 거꾸로 그들만 움직여질 수 있다면 가난 문제도 해결할 수 있다는 암시가 된다. 즉, '자율적'으로 행동할 수 있을 때 비로소 가난한 사람들은 가난에서 벗어날 수 있을 것이라는 사실을 비니스는 직감하고 있었던 것이다.

196~197쪽
인문학과 성찰적 사고, 그리고 정치라는 세 가지 개념을 하나로 통합한 말이 많이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내가 아는 한 공적인 인간 세계의 기질이나 경향을 잘 나타낸 '자기 통제'만한 개념이 없는 것 같다. 인류가 주어진 운명을 숙명처럼 받아들이던 상태에서 벗어나 '자치'를 실행하기까지의 과정에서 정치가 어떻게 생겨나게 되었는지 그 역사를 '자기 통제'의 개념에서 추적해낼 수 있다. '자기 통제'라는 개념 속에는 인문학, 평온함, 그리고 인간의 삶에서 지워낼 수 없는 어려움들을 성찰을 통해 극복하는 것 등과 같은 뜻들이 담겨 있다. '자기 통제'는 무력에 맞설 수 있는 방어 수단이며, 진정한 '힘'에 대한 정의이고, 인간다움 그 자체이다.

418쪽
사실 우리는 눈송이들만큼이나 차이가 나면서도 눈만큼이나 흡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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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이 인간인가 - 아우슈비츠 생존 작가 프리모 레비의 기록
프리모 레비 지음, 이현경 옮김 / 돌베개 / 2007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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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7~58쪽
수용소는 우리를 동물로 격하시키는 거대한 장치이기 때문에, 바로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동물이 되어서는 안 된다. 이곳에서도 살아남는 것이 가능하다. 그렇기 때문에 나중에 그 이야기를 하기 위해, 똑똑히 목격하기 위해 살아남겠다는 의지를 가져야 한다. 우리의 생존을 위해서는 최소한 문명의 골격, 골주, 틀만이라도 지키기 위해최선을 다해야 한다. 우리가 노예일지라도, 아무런 권리도 없을지라도, 갖은 수모를 겪고 죽을 것이 확실할지라도, 우리에게 한 가지 능력만은 남아 있다. 마지막 남은 것이기 때문에 온 힘을 다해 지켜내야 한다. 그 능력이란 바로 그들에게 동의하지 않는 것이다.

201쪽
오늘은 바람이 불지 않는게 그나마 다행이다. 이상하게도 인간은 어떻게 해서든 자신이 운이 좋다고 생각한다. 어떤 상황이 어쩌면 아주 보잘것없을 수도 있는 상황이 우리로 하여금 절망의 문턱을 넘지 않도록 해주고 계속 살아가게 해준다.

276쪽
정보를 얻을 수 있는 가능성이 다행하게 존재했음에도 불구하고, 대부분의 독일인들은 알고 싶지 않았기 때문에 알지 못했다. 아니, 더 정확히 말해 모른 척하고 싶었기 때문에 알지 못했다. 물론 공포정치는 가장 강력한 무기로, 거기에 저항하기란 매우 어렵다. 그렇지만 독일 국민은 전체적으로 저항하려는 시도조차 해보지 않았던 것 역시 사실이다. (...) 그들은 입과 눈과 귀를 다문 채 자신들이 아무것도 모른다는 환상을 만들어갔고, 그렇게 해서 자신은 자기 집 앞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의 공범자가 아니라고 생각했다.
(...) 그리고 나는 바로 이런 고의적인 태만함 때문에 그들이 유죄라고 생각한다.

298쪽
100여 년도 더 전에 독일계 유대인인 시인 하이네는 이렇게 썼다. "책을 불태우는 사람은 조만간 인간들을 불태우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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잉크냄새 2011-08-25 16: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서경석 선생의 프리모레비를 찾아서를 읽고난후 릴레이로 읽게된 책이네요.

icaru 2011-08-31 09: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가 프리모레비를 알게 된 것도 잉 과장님 덕택인듯~
전에 제 서재 간판 문구가...
나는 날마다 좋아진다, 였는데, 그것도 그에게서 갖고 왔었어요.
한 4년은 달고 있었으니... ㅎㅎㅎ 정말 날마다 좋아지는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고 하면, 믿어들 주시려나 흠..

그리고~ 서경석~ 헤에.... 석이나 식이나.. 전 알아들었어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