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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loud Bread 구름빵 (책 + CD 1장) - 영문판
백희나 원작, 한솔수북 편집부 구성 / 한솔수북 / 2006년 11월
평점 :
절판
이 책은 큰아이 백일 지나고 샀다. 어떤 책인 줄 몰랐고-심지어 영문판이었다는 것도 몰랐으니까- 엄마들이 입에 오르내리길래 얼떨결에 장바구니에 넣은 책.
그리고 나서 엄마인 나부터 이런 발상(구름을 반죽해 만든 빵이기 때문에 먹으면 하늘을 날 수 있고, 아침 식사도 안 하고 서툴러 나가셨음에도 비가 와서 교통을 지옥을 만나 지각하실 뻔한 아빠에게 빵을 전해 드려, 아빠 또한 늦지 않게 회사에 도착한다는)이 그리고 사진 배경에 평면 입체 인물들을 콜라주처럼 오려 붙였음에도 붕붕 떠 보이는 원근감을 잘 살린 기법 또한 너무 신선했다. 그리고 삽입된 cd에 두 번째 트랙에서 나오는 여자아이의 노래에 쏙 반했다. 아이가 볼 수 있게 된 건 1~2년 지나고 나서였는데, 아이들은 교통 지옥을 만나 도로 위에 정차한 버스 안의 코딱지 만큼 작게 보이는 아빠를 찾아내는 장면을 제일 좋아하고 반가워한다.
이 책의 주인공들처럼 아이들은 항상 아빠의 든든한 지원군이 되고 싶어 하고, 다른 사람보다도 아빠에게 인정받고 싶어하는 것 같다.
아이 유치원에서는 해마다 이맘때 동요경연대회를 한다. 말이 경연대회이지, 엄마아빠 할머니 할아버지 모셔 놓고, 무대 위에서 저 이렇게 노래 불러요, 하며 연습한 것을 보여 주는 발표회 자리이다. 이번에는 어떤 노래를 부르냐고 물었더니, 다람쥐 또미(?)라는 노래라고 한다. 작년 첫 발표회 때 아픈 기억(?)이 있어서, 조금 우려되는 마음이 들었다. 그러던 차 그 일을 알고 계신 선생님께서 먼저 선곡을 바꿔도 된다고 귀뜸해 주신다. 그래서 아이에게 정말 부르고 싶은 노래가 뭐냐고 물었더니, “아빠 힘내세요!” 란다. 아이 아빠는 아는지 모르겠지만, 나는 안다. 아이는 항상 아빠를 의식하고, 아빠와 좋은 팀워크를 갖고 싶어하며, 아빠에게 인정을 받아 칭찬 듣고 싶어한다 것을.
하지만 이 노래는 길고(우리 아이는 코 때문에 호흡이 짧고 숨차 하는 아이) 음역대도 넓다(고음 부분 소화 못함). 과연 잘 부를 수 있을까? 선생님은 아이가 특별히 선택한 노래이기 때문에 소화를 못할 것 같더라도 선곡을 바꾸지 말라고 하신다.
작년에 아이가 다섯 살이라서 처음으로 커다란 수박하나 잘 익었나 통통통 하는 노래(수박 파티)를 불렀었는데...물론 그 때는 그 자리가 그런 자리인지 몰랐다. 아이들 단체로 노래 부르는 건 줄 알고, 집에서 계속 연습시키라는 선생님의 말씀도 지키지 못했었다. 독창도 아닌 걸 뭘, 하면서 전혀 부담감을 갖고 있지 않았던 것.
일 년 전 처음 동요대회 대망(?)의 그 날이 떠오른다.
캠코더에 아이의 예쁜 모습을 담을 요량으로 준비해서 아빠 그리고 찬이와 유치원에 갔다. 조별 단체 합창일 줄 알았는데, 웬걸 5, 6, 7세 아이들이 무작위로 순서로 한명씩 독창을 하는 거였다. 그 때부터 가슴이 방망이질을 시작했다. 맨 처음 순서로 작년에 찬이와 같은 이슬반이라서 단짝친구처럼 지내던 여자아이 어진이가 부르기 시작했다. 입장도 예쁘게 하더니, 인사도 또박또박,,, 소개 끝에 아빠, 엄마, 언니 사랑한다는 말까지~ 그리고 “잉,잉,잉” 이라는 동요를 앙징맞게 부르고 퇴장도 예쁘게 했다. 강당에 들어갈 때 받았던 채점표에 찬이는 열다섯번째인가 그랬다.
이러구러 찬이 바로 앞 순서의 남자아이가 나와서 부르는데, 5살이라는 나이가 믿기지 않을만큼 키와 덩치가 좋았고, 노래도 잘 불렀다. 기립박수를 받으며 들어간 다음, 우리 찬이....
아........
그런데,
입장할 때 다른 아이처럼 손 허리, 왼발 오른 발 뒤꿈치 콕콕 찍으며 입장하지 않고, 먼저 고개만 빼꼼 내밀어 엄마를 찾는다. 나와 딱 눈이 마주쳤고, 아이는 마이크 앞으로 가지 않고, 곧 객석에 앉은 나에게 달려올 것처럼 망설이고 있었다. 나는 작은 소리로 입모양만 보이게 찬아! 괜찮아~ 괜찮아~
무대 앞으로 가기까지 엄청난 시간이 걸린 듯하다. 가까스로 마이크 앞에 선 아이는 떨리는 눈동자로 촉촉이 젖었고, 나를 바라보면서 작은 소리로 입모양만 보이게 “엄마” 하였다. 아이가 자기 소개할 기색도 없이 울 것처럼 엉거주춤하고 있으니, 진행하시는 선생님 “자기 소개 없이 노래 들어가겠습니다.” 했다. 반주가 나가도 찬이는 딱 얼어붙어서 노래를 하지 않는다. 급기야, 선생님 “아시는 분은 따라 불러 주세요!” 하신다. 물론 노래 중반부에 아이 목소리는 들리지 않았지만, 입을 빠끔 거리면서 노래를 하는 것도 같았다. 반주가 다 끝나고 입장 때처럼 퇴장하지 않고, 그냥 꽁지가 빠져라 뛰어서 들어가는 아이. 우리 아이.
순서가 다 끝나고 단체로 옷을 입고, 합창을 부르는 마지막 순서가 있었다. 무대에 입장하는 찬이의 얼굴이 눈물로 얼룩져 있었다. 작은 얼굴의 두 눈동자가 객석의 엄마를 열심히 찾고 있었다. “찬아, 엄마 여기 있어!” 다른 아이들은 생글거리며 노래를 부르는데, 아이는 속이 상해서 인 듯 두 손으로 연신 얼굴을 훔친다. “찬아! 괜찮아!” 하면서 나는 연신 고개를 끄덕였다. 아이도 입을 꾹 다물고, 알겠다는 듯 대견하게 고개를 끄덕여 답해 주었다.
순서가 다 끝나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
아이에게는 괜찮다고 하며 밝은 내색을 했지만, 부부가 의기소침해 있었던 것은 숨길 수 없었다. 집에 오니 1시무렵이 되었다. 피곤하다며, 방으로 들어가 버리는 아빠. 나는 아이와 스티커를 붙인다고, 어쩐다고 두서없이 놀아주다가 다른 방으로 들어가 누워버렸다. 조금 있으니 찬이가 따라 들어와서는 엄마, “나 노래 부를께요. 속상해하지 마세요!” 나는 아이 마음을 헤아릴 계제가 아니었다. “다 끝났는데, 무슨....” 그러자 아빠가 나오며 “찬이야. 맛있는 거 해줄게! 나와라~” 아빠가 먼저 정신을 차렸나 보다.
참치, 두부 햄 계란을 넣어 부쳐 만든 아빠의 특식 전을 먹고 나서 다시 누워 있는 나에게 온 찬이가 자리만 차지하고 갖고 놀지 않아, 책장 맨 위에 올려둔 장난감 피아노를 꺼내 달라고 한다. 내둥 눈길도 안 주던 것을 왜 찾을까? 내려 줬더니, 피아노에 달린 마이크를 떼어내 달라고 한다. 그리고는 마이크를 잡고, 수박파티를 불러줬다....
ㅠ.ㅠ)
아이 아빠는 지금도 아이에게 협박(?)한다. 나중에 커서 사춘기 때 속 썩이면, 네 미니홈피나 블로그에다가 다섯 살 적 수박파티 동영상 올려 놓을 거라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