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 서판 - 인간은 본성을 타고나는가 사이언스 클래식 2
스티븐 핀커 지음, 김한영 옮김 / 사이언스북스 / 200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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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7쪽 


 단순한 논리로 말하자면, 학습을 위한 선천적 메커니즘 없이 학습은 존재할 수 없다. 그 메커니즘은 인간이 성취하는 모든 종류의 학습을 설명할 수 있을 정도로 충분히 강력하다.

431쪽 


족벌주의는 인간의 보편적인 성향이자 대규모 조직의 보편적인 재앙이다. 그것은 세습 왕조가 지배하는 나라들을 도탄에 빠트리고 제3세계 정부와 기업들을 수렁에 빠뜨리는 대표적인 악습이다. 이에 대해 역사적으로 자주 등장하는 해결책은 가족적 연고가 없는 사람들, 가령 환관, 독신자, 노예, 집이 먼 사람 등에게 해당 지역의 권력을 주는 것이었다.

548쪽

흰개미들이 집의 대들보를 갉아먹거나 모기가 사람을 물어서 말라리아를 전염시킬 때 그 놈들은 비정상적으로 기능하는 것이 아니다. 녀석들은 진화적으로 설계된 행동을 그대로 행하는 것이고 그 결과 사람들이 고통을 겪는 것뿐이다.


661쪽

외모가 성격에 미치는 영향은 작고 제한적이다. 금발은 빗댄 농담이 유행하지만, 매력적인 모든 여성이 무식하고 허영에 들떠 있는 것은 아니다.

698쪽
사람들이 자신의 아이에 대해 이성적으로 판단할 때 이처럼 단순한 사실들을 종종 망각한다는 것은 현대의 교의들이 사람들을 얼마나 깊이 사로잡고 있는가를 보여준다. 사람들은 아이가 특별한 인간관계의 당사자란 사실을 쉽게 잊고 말랑말랑한 공작용 재료쯤 된다고 생각한다.





733쪽 ~735쪽

a.s 바이어트는 <뉴욕타임스 매거진>의 편집자들이 지난 1000년 동안 최고의 이야기가 무엇이었냐고 묻자 세헤라자데 이야기를 꼽았다.

<천일야화> 속의 이야기들은 사랑과 삶과 죽음과 돈과 음식과 그밖의 다른 필수품들에 대해 끝없이 이야기하는 이야기들이다. 인간에게 있어 이야기하기는 숨쉬기나 혈액 순환만큼이나 중요한 본성이다. 모더니즘 문학은 이야기를 제거하려 했다. 이야기를 저속하게 생각했고, 플래시백, 직관, 의식의 흐름 등으로 대체했다. 그러나 이야기는 생물학적 시간의 본질이어서 우리는 그로부터 탈출할 수 없다. 파스칼이 말했듯이, 인생은 동료 죄수들이 매일 처형당하기 위해 끌려 나가는 감옥에서 사는 것과 같다. 세헤라자데처럼 우리도 누구나 사형 선고를 받은 존재여서, 자신의 삶을 시작과 중간과 끝이 있는 이야기로 생각한다.

존 업다이크 역시 지난 1000년을 회고해 달라는 질문에 자신이 속한 문학의 미래로 그 답을 대신했다. “거짓말의 전문가인 소설가는 역설적으로 무엇이 진실인가에 집착한다.” 그리고 “진실의 단위는 최소한 소설가에게는 지난 10만 년 동안 변하지 않는 호모사피엔스라는 종에 속한 인간이라는 동물이다.”

진화는 역사보다 느리고 최근 몇 세기 동안의 과학 기술보다는 훨씬 느리다. 사회 생물학은 놀랍게도 학계 일각에서 악의적인 공격에 시달리고는 있지만, 어떤 특성이 선천적이고 어떤특성이 후천적인가를 밝히는데 유용한 역할을 하고 있다. 진화를 통해 정착한 인간의 하드웨어는 어떤 종류의 소프트웨어를 지원하는가? 소설은 암중모색을 통해, 개인이 공급할 수 있거나 공급하고자 하는 것보다 더 많은 것을 사회가 요구할 때 우리를 엄습하는 불안의 순간들을 포착한다. 보통 사람들이 경험하는 갈등이 소설을 쓰는 우리의 손과 심장을 뜨겁게 달군다.

인간은 팽팽한 긴장속에서 죽음을 예견하고 리비도를 의식하는 동물이다. 지상의 어떤 다른 존재도 그렇게 뛰어난 사고 능력을, 가능성을 상상하고 좌절하는 복잡한 능력을, 종족과 생물학의 명령을 의심하는 골치 아픈 능력을 경험하지 못한다.

그렇게 많은 갈등과 영리함을 지닌 존재로서 인간은 허구적인 생각에 초점을 맞추며 끝없이 즐거워한다. 아마도 호모 사피엔스는 아무리 아름다운 유토피아에 도달해도 자신의 모든 갈등을 풀거나 온갖 심술의 원천인 궁핍함을 제거할 만큼 만족하지 못할 것이다.  

모든 사람이 운명이나, 유전자, 또래 집단 등 개인이 통제할 수 없는 영향력을 인정하지는 않는다. 한 어머니는 <시카고 트리뷴>에 이렇게 말했다. “이것이 사실이 아니기를 하느님께 기도한다.  그러나 진실은 우리의 소망과 무관하고 때로는 그 소망에 의지하도록 우리의 등을 떠밀기도 한다.

사실 아이가 행복하고 능력 있는 사람으로 성장할 수 있는 알고리듬이 없다는 것은 실망스러운 일이다. 그러나 우리는 정말로 자녀들의 특성을 미리 지정하기를 원하는가? 그래서 모든 아이가 예기치 않은 재능과 성공으로 우리를 깜짝 놀라게 하기를 바라지 않는가? 사람들은 인간 복제를 두려워하고 부모가 유전 공학을 통해 자식을 설계할 수 있다는 미심쩍은 약속을 끔찍하게 여긴다. 그러나 그것은 부모가 양육을 통해 자식을 설계할 수 있다는 환상과 얼마나 다른가? 현실적인 부모라면 오히려 시름을 덜 수 있다. 아이를 자극하고 사회화하고 아이의 성격을 향상시키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하는 대신 아이들과 즐거운 시간을 보낼 수 있기 때문이다. 아이에게 동화 책을 읽어 줄 때도 그것이 뉴런에 유익한 영향을 주기 위해서가 아니라 즐거움을 주기 위해서라는 사실에 마음이 넉넉해질 것이다.

마지막으로 “그렇다면 내가 우리 아이를 어떻게 대하든 중요하지 않다는 말인가?” 라는 질문을 생각해 보자. 이것이 사실이라면 얼마나 불행하겠는가? 물론 부모의 양육은 매우 중요하다. 해리스는 독자들에게 그 이유를 설명한다.

첫째, 부모는 자식에게 막강한 힘을 가진 존재이고, 부모의 행동은 아이들의 행복에 대단히 중요하다. 양육은 무엇보다 윤리적인 책임이다. 부모가 자식을 때리거나 무시하거나 학대하거나 방치하는 것은 옳지 못하다. 크고 강한 사람이 작고 힘없는 존재를 그렇게 다루는 것은 끔찍한 일이기 때문이다. 해리스의 말대로, “우리는 아이들의 미래를 쥐고 있지는 않지만 아이들의 현재를 쥐고 있는 것은 분명하다. 그리고 아이들의 현재를 아주 비참하게 만들 힘도 쥐고 있다.”

둘째, 부모와 자식은 인간적인 관계로 맺어져 있다. 남편과 아내가 서로를 보살피는 것은 상대방의 인성을 원하는 대로 변화시키기 위해서가 아니라 깊고 만족스런 관계를 형성하기 위해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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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이퍼가 술술~저절로 써지던 때가 있었고,
책을 읽으면 숙제처럼 리뷰를 쓰던 때가 있었다.
사실이야? 그럴 때가 있었단 말이? 싶지만...
거짓말이 아니라,
그때의 흔적들이 찾으면 고스란이 남아 있으니까
여기, 그리고 저기에....


요즘엔 없다.
흠뻑 빠질~ 내 마음의 조각이 없다.
시간이야 내자면 있고,
책이야 읽자면 읽는데,

분명 여유 한 옴큼도 없다.

회사 생활
이건 분명
먹고 살기 위해  

하는 거지.

그런데, 오늘 모처럼 여유 한 조각이 빼꼼 하고 서명을 비치다.  

오늘은 사수하리라!  


밖에 나가야만 신나 하는 우리 형제.

밖에 나가야만 의좋은 형제가 되는 아이들.

사진 두 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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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로 2010-07-15 12: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흠뻑 빠지실만한 두 아이들이 있으셔서 그런거겠지요~~.^^
넘 귀여워요!!!깨물어 주고 싶어요,,,웃는게 너무 이쁘잖아욧!!!

icaru 2010-07-15 14:49   좋아요 0 | URL
하하... 네, 하나를 얻으면, 하나를 잃는 게 인지상정이겠지요~
나비 님 서재 눈팅만 열심히 하는 구독자인데 ㅋㅋ 찾아 주셔서 영광이어요!

stella.K 2010-07-15 12: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웅~ 귀여워라! 이카루님 첫째 낳다고 페이퍼 올린 게 어제 같은데
그세 둘째까지 보셨군요. 보기 좋습니다. 이렇게 반가울대가...!^^

icaru 2010-07-15 14:49   좋아요 0 | URL
ㅎㅎ 그랬죠~ 첫애 낳았다고 사진 올리고 축하도 받았었죠~ 그게 2006년 여름이네요 와우~
그때나 지금이나~ 한결같이 따뜻하게 공간을 메우고 계신 스텔라 님 홧팅!

hanicare 2010-07-15 12: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워낙 사진찍는 걸 싫어했지만
요즘은 더더욱 멀리합니다.
이카루님이 쓰셨듯이 찌들고 냉냉한 모습
시간을 잘 쓰지 못하고 시간에 휩쓸려 부유하는 모습을 확인해보는 시간이니까
아무래도 내키지않더군요.

어렸을 때는 시간의 농도가 진했었죠?
우모악처라 이카루님 애들 사진보니 많이 찔립니다 ㅎㅎㅎㅎ

icaru 2010-07-15 14:48   좋아요 0 | URL
제 페이퍼가 울 하니케이 님께 우모악처의 느낌을 갖게 했다믄,,,, 증말로 바람직하지 못한 거예요~~ 잉잉...
사진은 의도하는 것에 따라 젊고, 예쁘고 단란한 모습만 강조할 수 있으니 참 편리하기도 하죠 ㅋ 하니케어 님 댁의 대찬 똑순이도 이제 고학년 된다고 그러겠어요! 저는 뭐 늘, 우리집의 꼬물꼬물한 것들 언제 학교 보내나 하고 있고요...

조선인 2010-07-15 12: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국립중앙박물관인가요? 아이들 정말 다정해 보여요.

icaru 2010-07-15 14:52   좋아요 0 | URL
아... 맞아요! 같은 용산에 있으니까용~ 용산 전쟁 기념관인데, 밖에서는 나름 형아가 동생 챙기는 포즈를 취하곤 해요 ㅋㅋ

2010-07-16 00:5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07-19 09:31   URL
비밀 댓글입니다.
 


욕하고 싶은 사람 있을 때, 불운한 일들이 겹쳐서 일어날 때,

난 꼭 그럴 때만 쓰고 싶은 욕구가 샘솟는다.

욕하고 싶었던 사람을 객관적으로 낱낱히 해부하여 그 사람에 대한 섭섭함과 일말의 오해를 희석시키고, 불운한 일들을 구구절절하소연 하면서 그러했으나 이젠 좋아질 거라고 주문을 거는 모양이다. 페이퍼로 쓰면서 말이다. 

 나는 월요일부터 수요일까지 3일 병가다. 백발마녀 차장님으로부터 어렵사리(말을 떼는 게 어렵지, 그 이후 절차는 일사천리~) 오케이 사인 받은 병가.

목요일날 출근할 때, 병원에서 만원 주고 발급받은 전치 2주 진단서를 총무부에 제출하면 병가는 간단하게 절차를 마치게 된다. 차장님은 쉴 때 확실히 쉬라며 입원을 그리고 일주일 이상의 휴가가 어떻겠냐고 권하시더라. 많이 흔들렸지만 4월말 하판 앞두고 있는 이 시국에 팀원들의 원성어린 눈길도 심히 밟히고, 그래 내맘도 편하지 않을듯하여 절반 3일 병가다.  

 오늘의 불운한 일 퍼레이드는  이렇다.

어제 일찍 잠들었음에도 오늘 눈을 뜨니까, 9시였다. 새벽에 건이가 느닷없이 우는 바람에 일어나서 토닥이고 분유 타 먹이고 했던 일 때문이었을까? 그것도 이유가 된다면.... 아무려면 어떤가 출근 준비로 서두를 일도 없는데. 그러나 집앞에서 어린이집차가 9시 20분에 찬이를 데릴러 오는데, 그 때까지 준비를 마치지 못할 거 같아서 유치원에 전화를 했다. 오늘은 찬이 차량 등원 안 하고 직접 데려갑니다.

그러나 9시 20분이 되자, 기사 아저씨와 선생님이 연락을 못 받은 모양. 크락션을 빵빵거리고 하기에, 수첩 뒤져서 차량 핸드폰으로 전화를 해서 오늘 안 탄다고 다시 말하고 돌아서는데, 찬이가 쉬아가 마렵다며 발을 동동 구른다.

손에 들고 있던 핸드폰을 남방 가슴 주머니에 넣고 아이 쉬아시키다가 그만 세수물 받아놓은 대야에 핸드폰을 퐁당 한거다. 신속하게 밧데리를 분리시키고, 드라이로 말려 줬어야 하는데 정신나간 아침 시간에 찬이 등원 준비시킨다고 마저 씻기고, 하는 와중에 회사에서 전화가 온거다. 

 전화를 받고, 여보세요~ 나는 상대의 목소리가 잘 들리건만,,,,, 내 목소리가 들리지 않는가보다. 핸드폰이 고장난 거지. 집전화로 회사에 전화를 하니, 같이 일하는 대리가 암울하게 탁한 목소리로 "큰일났다"고 하는거다. 

 인쇄 사고다. 3학년에서 과목명과 학년이 들어가는 맨 첫장이 백지로 나가게 생겼다. 그 페이지가 백지로 나간다고 애들이 책보고 공부하는데 하등지장 없고, 그 페이지가 아녀도, 표지에서 표2에서 속표지에서 이 책이 뭐고 몇 학년인거 다 나오니까.... 그래도 책이 좀 우습긴 할 거다. 

 잘잘못을 가려 뭣하나 내 불찰이다. 디자인 표지팀과 확실하게 의사소통을 하지 않은 불찰, 제작부와 제판실 부장님께 직접 말씀드리지 않은 불찰( 그 페이지만 뒤늦게 디자인 표지팀에서 작업이 되어서, 표지팀에서 제작부에 직접 넘기기로 말이 되었다가, 내가 1학년 화면 보러 외근 중인 사이 우리 조판소에서 작업해 내리고 했었던거다. 그래서 늦게 나온 그 페이지를 같이 일하는 대리에게 대신 제판실에 내려 달라고 했고 나는 병가를 냈지.) 그 친구는 제판실 부장님에게도 다 이야기가 된 줄 알고, 제판실 부장님이 자리에 안 계시니 그냥 자리에 내려 놓고 온 것이고. 

 그때부터 사정없이 뒤골이 땡기고 머리에서 딱따구리가 콕콕 쪼기 시작하면서 은근하게 허리 통증과 다리 저림이 시작되었다. 눈앞에 산적한 해결해야 할 과제 중. 무엇부터 해야 할까? 일단 찬이부터 유치원에 데려다 준 다음, 나머지 일을 처리하자는 생각에 아이 손을 잡고, 집을 나서는데, 아이가 유치원 차를 타고내리는 집 근처 바로 그 자리에서 움직이질 않으며, 차를 타고 갈 거라고 고집을 부리기 시작했다. 평소에는 입속에 혀같이 착착 안기는 맛도 있는 아이인데, 하필이면 이런 날. 영문을 알 수없는 떼부림. 정말 네 머릿속에 들어가 네 생각을 일일히 헤아려 주려 하는 엄마 마음 십분 그 이상임에도 도저히 가늠할 수 없는 그 고집....

우리가 늦어서 유치원 차가 먼저 갔다고 해도, 타고 거야 한다는 거다. 어르고 달래며 용케 유치원 현관 앞에 도착했는데, 집에 도로 가겠다며 대성통곡을 하는 아이. 거의 억지로 담임 선생님에게 떼매어 주며, 엄마가 교실 앞에서 서 있을께 라 하며 선생님과 아이가 교실로 들어가는 걸 확인하고,  버스 정류장 쪽으로 향했다. 핸드폰을 손봐야 하니까. 평소에 버스를 타며 출퇴근길에 봐 두었던 핸드폰 서비스 센터가 서울대입구쪽에 있었다는 기억을 더듬어 찾아가기로 했다. 버스를 타고 세정거장에서 내렸다. 우쒸 한정거장 더 왔다. 거슬러 걸어 올라간다. 드디어 도착. 저 멀리 입간판이 보였다. 건물 근처까지 걸어 갔는데, 도통 입구처럼 생긴 곳이 아리까리. 스포츠 맛사지 해 준다는 층만 크게 입구표시를 해놓고, 건축 자재 같은 건이 건물 1층에 널부러져 있는 것도 불길... 2층이라고 표시되어 있길래 가보니, 입구에 "3월 30일부로 폐점합니다. 구로점과 삼섬점을 찾아 주세요."

 

검색 좀 하고 와 볼걸, 어디서 나온 자신감이냐....!  

갑자기 허리와 꼬리뼈가 시끈시끈...

금방 좌절모드로 바뀐 나는 정신을 차리고 보니, 정류장으로 세 정거장이나 되는 집쪽으로 하염없이 걷고 있더라. 집 근처 병원에서 1시간여 물리치료를 받고, 집에 돌아오니 시간은 12시 30분을 향하고 있었다.

엄마가 기운없는 목소리로 내가 나가고 바로 회사에서 전화가 왔었다고 전하신다. 아침부터 춥고 목구멍이 아프시고 입맛도 똑 떨어지셨다고 하시는 엄니는 느닷없는 감기의 방문에 컨디션이 속절없이 다운되신거다.

 

(이러니까 내가 불행은 겹쳐서 온다고 말하는 거다. )

 

회사로 아무리 전화를 걸어도 받지 않는다. 세상에 국어부에 인원이 40여명인데, 우리 팀원 없으면, 다른 데서 내선으로 땡겨 받기라고 해야 할 것 아닌가.

기억을 잘 더듬어 보니, 오늘 5일부로 신입사원이 6명 입사한다고 했는데, 점심 환영 회식이 있는 모양인기라. 그래서 1시가 넘기를 기다렸다가 회사에 전화해서 대리와 후속 처리 문제를 논의하고, (후속 처리랄 것도 없다. 3학년은 인쇄가 이미 끝났다고 한다. 그러니까 일은 되돌릴 수 없는거다.) 내 책임으로 일어난 사고니까, 시말서를 쓰든 사직서를 쓰든 책임도 내가 지고, 차장님께 보고도 내가 드리기로 했다. 일이 생기면 집전화로 연락 달라고 했다. 그러고 나자, 이 친구의 목소리가 조금 기운을 차리는 듯.

 

점심을 먹어야 하는데, 음식에 대해서 아무 생각 없기도 오랜만이다. 목이 유난히 뻣뻣하니 뻐근해질 때 동반하는 것이 있는데, 속이 울렁~ 하는 증상이다. 속시끄러운 일들 투성이인지라 입맛도 딱 떨어지고.

 

하지만 약을 먹어야 하니까 몇 술을 떠 본다. 이제 삼성역 1번 출구로 나와 미래에셋생명 건물 1층에 있다는 핸드폰 수리 고객 센터를 찾아가 보기로 한다. 그런데 지하철 타고 갔다고 오기 싫다는 생각이 드는거다. 그러니까 내가 어떤 사람이냐면, 구로 애경백화점에서 산 남편 가디건이 사이즈가 맞질 않아서 바꿔야 하는데, 2호선 타면 분주한 신도림역에서 1호선으로 갈아타고 구로역에 갈 일이 깝깝스러워서 집앞 버스 정류장에서 서울대입구 방향으로 가는 아무 버스 잡아탄 다음, 서울대입구 역에서 내려 20여분 기다려 (배차 간격도 참 지랄같지 공항버스 라니깐 뭐...) 6003번 공항버스로 다시 갈아타고 구로역에서 내려 애경백화점 찾아간 위인이지.

마침 근방에서 근무하는 남동생에게 전화를 해서 네 회사 근처 갈 건데, 한번에 가는 버스는 없을테고, 갈아타고 갈 수 있는 버스가 있냐고 묻자, 무슨 그런 터무니없는 노선을 바라냐는 듯 없다고 모른다고 하네. 근처 가면 잠깐 얼굴은 볼 수 있냐고 물으니, 외근이라 하네.

 
핸드폰을 맡기고, 역에서 지하철이 오기를 기다린다. 정신이 안드로메다로 외출중인데다가 어깨통증이 허리와 발끝까지 찌릿찌릿한 것에 대해 몹시 신경 쓰고 있던 와중이었다. 하여 몸에 밴 감각에 따라 발길 닿는대로 걷고 들어오는 지하철에 몸을 실었을 뿐인데, 어느덧 정신을 차리고 보니 집과는 반대 방향인 종합 운동장역이더라. 이제 이 정도 되면, 헛걸음 헛수고는 그냥 애교라고 생각되는 경지라 나오느니 헛웃음이다.


집에 돌아왔다. 건이는 자고 있다. 엄마가 몸이 많이 힘드신지 기운없는 창백한 얼굴로 누워 계신다. 아이가 잘 때가 유일하게 나를 위한 차 시간을 갖을 수 있을 때다. 게다가 오늘은 힘들었잖아. 얼른 믹스 두 개를 털어넣고 머그컵에 물을 잔뜩부어 과하게 커피를 타 가지고 책상 앞에 앉고, 노트북을 켠다. 커피를 채  두 모금도 마시지 않았는데, 잠에서 깨어난 건이가 기분이 좋은지 벙싯거린다. 아이에게 달려간다. 부비부비 하고 어쩌고 하다가, 아침에 아이 등원시킬 때 서랍칸에서 아무렇게나 빼놓은 옷들 마른 빨래들이 너저분하여 그거 정리하다보니, 누워 계시던 엄마가

"쟤 컵들고 저방(컴퓨터 방)에서 뭐하는 거라니?"

하........   


책상과 방바닥이 커피로 맛사지를 제대로 받는 와중이었던 거다.  조금만 늦었어도, 노트북 마저 에이에스 맞길 뻔... 

 
건이의 요즘 일과 중에 하나다. 식탁이나 책상위에 있는 것들 장님 코끼리 만지는 손 쭉 뻗어 더듬더듬해서 다 내려놓고 내용물 쏟아내기. 지난번에는 식탁위에 올려둔 조림 반찬 그릇을 내려서 방바닥에 쏟아놓고는 철벅철벅 손으로 절구질을 하더라.  

 
5시가 조금 지나서 찬이가 유치원에서 돌아왔다. 오전에 유치원 현관앞에서 '오늘 잘 놀면, 장난감 트럭 사 준다'고 순간 면피용으로 귓속말 했었는데, 그 때는 시끗도 안 하더니만, 날 보자마자

"엄마가 이따가 장난감 트럭 사준다고 그랬죠오~?" 하며 확인하는 거다. 무서운 녀석.

'일단 밥먹자.' 하니까. " 밥 잘 먹어야 엄마가 사주는 거죠오~?" 하며 끝을 길게 늘이는 말투다.  

밥 다 먹고 나서 장난감 언제 사러 가냐는 채근을 견디기 어려워, '응 설거지 다하고~ '

설거지 다 한다음에는 방책이 안 떠올라 "찬아, 우리 아빠 마중 나갈래?" 라고 물으니, 좋다고~ 트럭이고 뭐고 다 잊어버린 눈치.... 

버스정류장으로 아이 아빠마중을 나갔다. 그 시각이 8시 30분쯤.... 조금 있으니, 아빠가 9번 버스에서 내린다. 그냥 들어가기 아쉬워 하는 내 눈치를 헤아린 걸까, 오늘 정신없고 의기소침했노라 전화 통화로 했던 말들이 걸렸던 걸까. "우리 시장 갈까?" 하는 남편. 

돌아오는 길에, 보드람 치킨 집에서 (헉,,, 저녁에 삼계탕 해 먹었거늘) 아이와 두 내외 후라이드 반마리 뜯고 생맥주 한 잔씩 걸쳐 주시고.... 남편 님 왈

"아무래도 너 조만간 그만 두는 게 좋겠다." -그럼 이렇게 시간적인 여유도 더 부리며 살 수 있지 않겠냐는 문맥의 말인듯- 그 말에 만감이 교차하는 나.

다사다난 했던 하루였지만 마무리는 그래도 나쁘지 않았다. 찬이도 예의 그 장난감을 득템하고야 말았고, (트럭이 아니라 뽀로로 불자동차라고 편의점에서 파는 9000원짜리로 쇼부쳤다.) 내 꿀꿀함을 헤아려 준 남편이 고마웠다. 

남편으로 말하자면, 요즘 부쩍 피곤해하고 늘 제자리이던 몸무게 마저도 빠지는 거 같아 참 안타깝다는 생각을 하던 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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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anicare 2010-04-06 09: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입산수도?
사바세상이 곧 도 닦는 곳이지요.^^
힘내시고!

icaru 2010-04-06 22:21   좋아요 0 | URL
ㅎㅎㅎ 작년에는 눈물 쏙빠지게 힘들어서 올해는 괜찮겠지 했는데, 아휴~ 언제나 경지에 오를지요~

춤추는인생. 2010-04-06 10: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카루님 이게 얼마만인가요?^^
밥 잘먹어야 엄마가 사주는 거죠오..~~ 와.. 찬이가 벌써 그렇게 컸나요 이카루님.?ㅎㅎ
전 아직도 가엾게 울던 찬이의 이미지가 지워지질 않네요.ㅎㅎ 정말 힘겨운 하루이지 않았나 싶어요. 이카루님 수고하셨습니다.
참 찬이동생 건이도 보고싶어요...^^

icaru 2010-04-06 22:24   좋아요 0 | URL
ㅎㅎㅎ 찬이는 이제 좀 커서 저랑 툭탁툭탁 할 지경이죠.
제가 비교적 점잖은 사람인데, 아주 도발을 시킨다고나 할까요.
건이는 무던한듯 하면서 말썽쟁이예요. 생김새는 곰돌이 같은데, 하는 짓은 생쥐라... 딱 곰쥐...

프레이야 2010-04-07 18: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욕해주고 싶은 사람, 저도 오늘 있는데
정작 그래주진 못하고..ㅠ
미안하단 말도 옆구리 찔러 억지로 받고 참 어이없어요.
출판사 여직원이요.
이카루님 물리치료 잘 받으세요.

icaru 2010-04-09 10:49   좋아요 0 | URL
ㅎㅎ 지금쯤은 풀리셨나 몰라요. 무슨 일인지 모르겠지만, 상식과 교양의 양날인 혜경 님을 화나게 만들었다면, 그 여직원이 얼마나 어이없는 과실을 했는지는...
물리치료는 꾸준히 잘 받겠습니다~ 후유증 정말 무섭잖아요 ^^;;

순오기 2010-05-13 20: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음~ 완전 머피의 법칙이 적용된 날이군요.

2010-05-13 20:44   URL
비밀 댓글입니다.
 


사람의 앞일은  정말 알 수가 없나보다.


이렇게 거창한 문장으로 시작할 만큼 큰 일은 아니지만서두...

지난 28일 일요일 오후 세시 회사에 출근하던 길에 연희미용고등학교 앞 횡단보도에서 신호가 바뀐 걸 확인하고 걸음을 떼려다, 그만 신호를 위반하고 가려는 차를 피하려던 오토바이와 충돌하다. 

오토바이와 부딪힌 쪽은 오른쪽 다리이고, 그 충격에 넘어졌다가 툭툭 털고 일어났다. 검정 정장바지가 흑먼지로 쫄쫄해졌다. 오토바이 운전자는 나이가 아주 지긋해보이셨는데,  인도에서 쓰러져 다리를 부여잡고, 뒹굴고 있었다. 그후 꼭 우리 필자 중에 까칠한 아줌마 김모선생 하고 똑같이 생긴 중년의 여인이 차에서 내려 쓰러진 아저씨에게 가서 뭐라뭐라....한다.

'빨리 회사 가봐야 하는데, 뭐가 이리 꼬인담!'하면서 ' 늦었는데 그냥 갈까, '하다가 막상 크게 다친 데가 없어 보이더라도 그 자리에서 운전자의 명함이라도 받아서 가라던 옛사람들의 조언'이 생각나던 참이었다. 게다가 지나가던 구경꾼 아줌마들이 내게 와서 '아까보니, 크게 넘어지는 것 같던데, 그거 굉장히 오래가요. 우리  신랑도 다쳤었잖아! ' 뭐 이런 훈수들을 두시고. 

그래서 '나도 다쳤거든요!' 하는 얼굴로 운전자 아줌마에게 '나는 오토바이에 치였다. 명함을 달라....!' 하니, 아줌마가 그런 거 없고, 같이 병원 가잔다. 조금 있으니, 구급차가 달려와서 쓰러진 아저씨를 실어 가고, 오토바이 운전자 아저씨의 고용주인 듯한 남자가 와서, 아줌마와 실갱이하고, 경찰이 오고, 아줌마는 병원이 아니라 경찰서부터 가야 하는데, 차에 타라고 하니.... 나는 그럼 아주머니 이름하고 핸드폰 번호를 알려 달라하여 받고 후덜덜 떨려오는 사지를 지탱하며, 회사에 출근했다.

아니, 그 몸으로 출근하냐고 혹시 의아해하고 있을 당신에게...

지난 학기 작업 막바지 화면 오케이 앞두고, 벌어진 집단 식중독 토사곽란 사태와 그 심각성이 유사하다.고 한마디로 설명하면 될까?

회사에 가서 일요일 저녁에라도 보자 싶은 교정지... 집으로 싸들고 오겠다는 생각에....

회사에 가서 정신을 수습하고 보니, 오른손에 들고 있던 가방으로 오토바이를 막아서 그랬던지, 보라색 가죽 가방 앞판이 쓸리고, 검정바지 무릎 부근에 보라색 물이 들었더라. 종아리와 무릎은 멍이 들어 있었다. 가방 안에 있던 내용물 중에 그 와중에 뭐가 쏟아졌을 거라는 사실은 생각도 못앴었는데, 늘 갖고 다니는 파우더팩트 하나가 보이질 않는다. 무엇보다 왼쪽 겨드랑이부터 시작되어 좌측전체에 전해지는 경련....

놀라고 멍해서 그런 거라 생각하며, 그날은 저녁먹고 후딱 잠자리에 들었다. 

다음날 월요일 확실히 좌측어깨를 위시하여 목과 왼쪽 팔 손가락 끝까지 땅기고 저릿저릿한데다가 두통까지.....

하지만, 짬이 안 나서 병원을 가보지 못하다가....

화요일 더 명명백백해지는 증상들 때문에 어느덧 단골(지난 김장 때 깍두기 썰다가 손가락 잘린 사건을 계기로)이 되어버린 동네 김철신 정형외과를 찾았다.

김철신 정형외과의 김철신 선생님은 우리 식구들 사이에서는 우리 가족 주치의로 통한다. 김철신 선생이야 그 사실을 알턱이 없으실테고 ^^;;; 울엄마는 혈압약 처방전 때문에 정기적으로 가시지, 나나 남편도 감기 같은 내과 진료마저도 김철신 정형외과를 찾으니까. 이분은 아픈 데를 진지하게 살펴주며, 과잉 진료를 하지 않는다. 말씨마저도 소박하기 이를데 없는...

그런 의사가 내린 진단인 즉, 목뼈 7개가 보통은 구부정한데, 나는 꼿꼿하게 서 있단다. 좀 오래 갈 것이고, 시시종종 아플 것이고, 후유증도 올 수 있다 라는....    

화요일을 기점으로 난생 처음 물리치료라는 받고 있는 중이다. 수요일쯤 되니, 보험회사에서 전화가 온다. 내 상태를 묻고, 치료 잘 받으시라~ 한다. 오토바이 운전자는 크게 다쳤단다.

의사가 했던 말들을 그대로 전하면서, 병원 치료는 계산하지 않지만, 약값은 일일 내가 계산하고, 나중에 보험회사 측에 영수증 모아 청구해야 한다니, 복잡해진다 싶은 거다. 뭐 그런 뉘앙스로 말을 하니, 보험사 측에서는 그럼, 합의를 하잔다. 이런 통화를 앞으로 계속 하지 않는 길은 합의 뿐이다. 라는 생각에 그쪽에서 제시는 방향으로 순순히 오케이 해버렸다. 3년 내에 후유증이 생기면, 연락 달라 하더라.

너무 쉽게 합의를 해버렸다는 후회가 막급해지는 것은 하루하루가 지날수록 증상이 점점... 심각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우리 주치의 선생님(?)마저도 "계속 아프시면, 정밀한 검사도 받으셔야 하고 할텐데, 왜 벌써 합의를 해 버리셨어요?" 하며 나무라시니까 민망해서 식은땀이 다 나려 하더라.   

삼재, 라는 게 있다던데,,, 내가 지금 그건가보다.

사고가 끊이질 않는다. 액땜?

혹시 지금 작업하고 있는 책이 대박나려나?

우아~ 이 와중에도 사고를 일과 연관을 짓는 나는 정말 훌륭한 직업 마인드를 겸비했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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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레이야 2010-04-03 12: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후유증까지 있을 수 있다니 정말 작은일은 아닌 거에요.
교통사고는 그래서 무섭군요. 작은 거다 싶어도 그게 아닌가 봐요.
부디 잘 치료받으시고 아무 일 없이 잘 나으시길 빕니다.

icaru 2010-04-06 01:37   좋아요 0 | URL
아~ 옛날의 혜경 님이시죠? ㅎㅎ 우선 인사부터 드려요~
너무 오랜만이라는...
네.. 정말 사고 당일은 몰랐어요. 이렇게 하루하루 지날수록 아픈 데가 생기는 줄은...

잉크냄새 2010-04-03 20: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런, 교통사고는 휴유증 관리를 잘해야 합니다.
빨리 쾌유하시길 바랍니다.

icaru 2010-04-06 01:38   좋아요 0 | URL
아유~ 잉크냄새 님 오랜만입니다...!!!!
좋은 소식 들었어요~ ㅎㅎ
넵, 잘 쉬어야 할텐데.. 그게 쉽지 않은 상황이라 에긍

느티나무 2010-04-04 17: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런 큰일날 뻔 하셨네요. 그래도 일단 그만하길 다행입니다. 친구들 사고 난 거 보니까 꽤 오랫동안 입원해 있던데...(땡겨서~) 얼른 나으시길 빕니다. 다시는 사고 같은 거 당하시지 마시구요.ㅋ

icaru 2010-04-06 01:39   좋아요 0 | URL
아..! 고맙습니다. 저도 참 오래 살았구나... 이런 일도 겪고, 했지 뭡니까~ ㅎㅎ 이만하기 천만 다행이죠. 그렇게 돌려서 생각하고 있어요. 그래도 사고는 기왕이면 안 겪는게 좋았을 것을...
 
행복의 건축
알랭 드 보통 지음, 정영목 옮김 / 이레 / 2007년 5월
평점 :
구판절판


158~159쪽   
 

우리가 아름다운 것들에 가장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은 우리 인생이 여러 가지 문제로 가장 심각할 때일지도 모른다는 것이다. 낙담한 순간들은 건축과 예술로 통하는 입구를 활짝 열어준다. 그러한 때에 그 이상적인 특질에 대한 굶주림이 최고조에 이르기 때문이다. 정신이 잘 정돈되어 너저분한 데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사람이 콘크리트와 나무로 이루어진 하고 텅 빈 공간에 햇빛이 환하게 쏟아져 들어오는 것을 보고 깊은 감동을 받지는 않을 것이다.

... 아름다운 것을 구매하려는 것은 사실 그것이 우리에게 불러일으키는 갈망을 처리하는 가장 무미건조한 방식일 수도 있다. 어떤 사람과 자려고 하는 것이 사랑의 감정에 대한 가장 무딘 반응일 수 있는 것과 마찬가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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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3-28 17:04   URL
비밀 댓글입니다.

icaru 2010-03-30 15:56   좋아요 0 | URL
기다리셨다는 말씀 부분에서 그만, 울컥해졌어요. 주책 ^^*
말씀처럼, 편하게~ 쓸 수 있게 되었으면 좋겠어요.
뭐 그리 신경 쓰여 하고 있는 건지 참나, 저도 잘 모르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