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누피의 글쓰기 완전정복 - 세계 유명 작가 32인이 들려주는 실전 글쓰기 노하우
몬티 슐츠.바나비 콘라드 지음, 김연수 옮김 / 한문화 / 2006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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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마음 잡고, 목표 잡았으면 다음 단계는 시간 투자라는 생각을 한다. 매사가 그런 이치로 돌아가는 게 아닐까? 글을 쓰는 일도 이것이 신 내림이 필요한 예술 영역의 아니라, 노동의 영역이기 때문에 뭐가 됐든 매일 엉덩히 붙이고 앉아 쓰는 일, 그리고 고치는 일, 그것을 ‘충분히 됐다는 생각이 들 때’까지 하면 될 거라는 생각을 한다. 겁 먹을 거 없고, 흥분할 것도 없고. 

근데 내가 쓰지 못하는 이유는 뭐냐고! 시간도 낼 수 있고, 응당의 노가다도 할 수 있으면서....그건, 마음 속 가장 깊은 곳에서 터져 나오려는 쓰고자 하는 열망이 없기 때문이라고 말한다면 이유가 될까? 아주 훗날 혹시 모른다. 그간 정체를 드러내지 않았던 어떤 열망 때문에 여러 제약에도 불구하고 쓰는 사람이 되고 싶어할런지도.

나에게도 소설가의 재능이 있을 법하다, 고 설핏 생각한 적도 있다. 정말 농담처럼 든 생각이다. 뭐냐면, 난 그럴싸한 거짓 이야기를 꾸며서 즐기는 재능 아닌 재능이 있었다. (과거형이다. ㅎㅎ) 그 증거를 어디서 찾냐면 어린 시절로 거슬러 간다. 나는 어릴 적에 지독하게도 불행했다고 생각하는 사람 중 하나다. 글쎄, 이거다 하고 내세울 특별히 불행의 씨앗이 될 만한 사건 같은 것도 없었고, 부모님들이 심각한 문제가 있으신 분들도 아녔고, 집이 찢어지게 가난한 것도 아니었고, 허나 행복하지는 않았다. -- 우리 엄마가 들으시면 섭섭하게 생각하실 거다.--

그래서 나는 ‘나’를 대타할 만한, 상상의 여자 아이를 만들어서 놀곤 했다. 그 아이 이름은 수민이거나 수진이거나, 수정 여하튼 앞에 ‘수’자가 들어간다. 예쁜 옷이 많고, 얼굴도 예쁘고, 친구들에게 인기도 많고, 뭐 하나 빠지는 거 없이 잘 나고 행복한 캐릭터다. 이 아이에게 일어나는 행복한 얘깃거리들을 만들어서 그걸, 즐기느라, 정신을 안드로메다에다가 놓는 일이 잦았다. 동생도 가끔 그 때의 내 모습이 기억나는지 말한다. 언니는 “멍 때리는 아이”였다고. 근데 이렇게 써놓고 보니, 정말 어불성설이다. 어린 시절 내적 불행이 큰 아이는 소설가의 재목이 보인다는 얘기를 하고 있는 거네?

잡설은 이쯤 해서 접고, 스누피에게 갖은 교훈을 들이대는 작가들의 이야기를 좀 옮겨 보자.

-새벽 세 시에 찾아오는 영감을 기다리지 마라 / 다니엘 스틸

: 글을 잘 쓰는 건 엄청나게 힘든 일이다. 이렇게 하면 베스트셀러를 쓸 수 있다는 식으로 말하는 사람들은 죄다 사기꾼 아니면 거짓말쟁이다. 책 한 권을 쓰려면 겁도 나고 흥분되 되고 마음도 다잡아야 하는 등 힘든 일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내 존재가 하찮다고 생각할수록 책은 더 좋아진다.

-대화에 녹여내라 / 클리브 커슬러

: 나는 등장 인물보다 플롯을 더 중요하게 생각해. 등장 인물이야 영화 감독이 배우를 선발하는 것처럼 나중에 선발하면 되는 거야. 악당이라면 주인공이 혼내주는 장면에서 독자들이 박수를 칠 수 있도록 정말 야비해야 해. 좋은 사람이라면 이웃집 아저씨처럼 친근해야 해.

내가 해 줄 수 있는 가장 좋은 충고는 다음과 같아. 전문적인 것을 자세히 설명하려고 지겹기 짝이 없는 묘사를 늘어놓거나 뻔한 얘기를 설교조로 이러쿵저러쿵 문장을 늘어놓지 말라는 거야. 독자들은 따분해서 그 부분은 읽지도 않을거야. 그런 게 있다면 대화로 녹여내는 거야.

-베스트셀러를 쓰는 공식 / 시드니 셀던

: 베스트셀러를 쓰는 공식은 간단하다.

*자기가 정말, 진짜로 좋아하는 글감을 택하라.

*멋지다는 생각이 들 때까지 그 글감을 발전시켜라.

*모든 단어들이 빛을 발할 때까지 1년이고, 2년이고 다시 써라.

-작가가 되기 위해 황소와 싸울 필요는 없다 / 토마스 맥구안

: 작가에게 딱 맞는 경험이란 없다. 작가가 되기 위해 로데오 경기에 나가거나 황소와 싸울 필요는 없다. 작가는 글을 잘 쓰고 자신이 말하고자 하는 바를 잘 이해하면 된다. 

-쓰든가 죽든가 둘 중 하나 / 레슬리 딕슨

작가들은 투덜투덜 괴롭다고 말할 뿐이야. 신기한 일이지만, 성공을 거두면 신음소리가 더 커지지. 성공하기 전, 진짜 고통스러울 때는 사실상 불평할 겨를이 없는 거야.

-거짓말도 공들여 만들어라 / 오클리 홀

스토리텔링이란 공들여서 거짓말을 만드는 일이다. 우리 거짓말쟁이들에게는 우리가 만든 허구를 진짜처럼 보이게 하는 일이 제일 중요하다. 이야기꾼은 자기가 만든 소설을 독자들이 진짜처럼 읽게 하기 위해서 할 수 있는 일이라면 다하려고 노력한다. 

-절름발이도 탭댄스를 출 수 있다 / 패니 플래그

잘 하는 것은 하나도 없지만 나는 글을 쓰고 싶었어. 그런데 놀랍게도 그 주가 끝나갈 즈음에 나는 대학의 학위나 어휘 능력이나 문장을 분석하는 일과 글을 쓰는 일은 완전히 별개의 문제라는 것을 깨닫게 됐어. 마음 속 가장 깊은 곳에서 터져 나오려는 쓰고자 하는 열망을 이길 수는 없는 거야.

-악평을 두려워하지 마라 / 윌리엄 F. 버클리주니어

자기 작품에 대해 악평을 쓴 사람에게 편지를 쓰기가 더 쉬워. 그 상황에서 할 수 있는 한 세게 받아치면 되는 거니까. 그러고 나면 정말 이상하게도 서로 친해진단 말이야.

-모든 글쓰기는 독학이다 / 수 그래프턴

작가를 꿈꾸는 사람에게 가장 어려운 문제는 도와주겠다고 나선 사람들이 던지는 이런 충고 중에서 받아들일 충고와 무시할 충고를 잘 알아내 자기 식대로 글을 쓰는 일이다. (...) 나는 아직도 자각라면 모름지기 모든 일을 스스로 결정해야 한다고 믿는다. 그을 충분히 써보면 좋은 문장과 설익은 문장을 구분할 수 있게 된다. 단편 소설을 스물다섯 편만 써보면 되는소설과 안 되는 소설의 차이를 알아낼 수 있다. 큰소리로 소설 속의 대화를 읽어보면 겉멋 들고 허황된 것과 ‘진짜’ 대화가 금방 구분된다. 

몸의 말에 귀를 기울여라 / 엘리자베스 조지

글쓰기를 배우는 학생들에게 내가 늘 하는 말이 있다. 글을 쓸 때 몸의 상태에 대해 늘 깨어 있으라고. 마음은 늘 거짓말을 하지만, 몸은 절대로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고 나는 말해준다.

이야기를 어떻게 풀어갈까? / 버드 슐버그

행동하는 등장 인물들이 플롯에 필적하는 것이라면, 목적이 있는 플롯이 바로 주제가 될 것이다. 주제 따위는 치워버려라. 그걸 교묘하게 감추기 위해서 글을 쓰는 거니까.

연애소설에서 갈등을 증폭시키는 법 / 솔 스타인

작가는 플롯이 등장 인물의 성격에서 나온다는 사실을 늘 기억해야 한다. 등장 인물의 성격과 그들의 욕망을 , 그리고 이와 부딪히는 다른 등장 인물들의 성격과 욕망을 잘 이해해야만 연애의 각 국면을 제대로 묘사할 수 있다.


계속되는 폭풍우는 없다 / 레이 브래드베리

그뿐만 아니라 1937년과 1938년에도 거절 편지의 눈보라가 있었고, 내 나이 스물한 살과 스물다섯 살에는 더 심한 거절 편지의 눈폭풍이 몰아쳤다. 그 편지들을 보면 이렇게 나와 있다. 열다섯 살에 처음으로 단편소설들을 '에스콰이어' 같은 잡지에 투고하기 시작했는데, 그 사람들은 내 원고를 받기 이틀 전에 반송할 정도였다! (...) 집에 가면 거절 편지의 눈보라로 뒤덮인 벽이 한두 군데가 아니다. 하지만 그들은 내가 얼마나 강한 사람인지 몰랐던 모양이다. 나는 그 모든 것을 견디며 더 무시무시한 단편소설을 천여 편 썼는데, 그것들도 차례대로 퇴짜를 맞았다. 그리고 40대 후반이 되어서야 나는 비로소 단편소설들을 팔기 시작했고, 내 사십 평생 동안 몰아쳤던 눈보라에서 어느 정도 벗어날 수 있었다. 하지만 아직까지도 내가 최근에 펴낸 단편소설집을 보면 그중 일곱 편은 적어도 미국의 여러 잡지사들에서 퇴짜를 맞은 작품이다. 그 중에는 스웨덴에서 퇴짜 맞은 소설도 있다!


주인공의 욕망을 간파하라 / 레어드 쾨니그

이야기는 쓰는 게 아니라 계속 고쳐 쓰는 것이라는 것만 잊지 않으면 되는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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잉크냄새 2007-11-28 14: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음, 완전정복한것 같습니다.
완전정복은 동아전과,표준전과와는 좀 다르고 이달학습,다달학습 시리즈와 연관성이 있다는 거군요.^^

icaru 2007-11-28 14: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ㅎ 그런가요? 말탄 나폴레옹 아저씨가 한 손 높이 든 동상 같은 게 두둥! 하고 떠올라요~ 완전정복의 어원이 되는 인물인가?? (심한 동문서답)

2007-11-28 14:53   URL
비밀 댓글입니다.

투명인간 2007-11-28 15: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역시 너는 대단하다. 결혼하고 한 동안 책읽을 여유가 없더라. 어제는 신랑이 그림을 봤는데 그 그림 한 점을 사서 벽에 걸었으면 하더라. 어떤 그림이냐고 하니 한 번 인터넷에서 찾아보겠다고 하더니 찾아도 없다며 대신 다른 그림을 찾아 보여 주는데 책을 읽는 소녀라는 제목의 그림이더군. 내가 책 읽는 모습과 닮았다나? 요즘의 나의 생활에 반성을 하며 책 몇 권을 살까하고 요즘은 어떤 책이 좋은 거 써핑 중 니가 읽어 추천하는 책이라면 참 좋은 책일텐데 하는 생각에 혹시나 하고 들러보니 넌 계속 책을 읽고 이렇게 서재를 관리하고 있었구나. 역시 대단한 친구구나! 목표 12월 한 달 동안 책 5권 읽기!ㅋㅋ 가능할까? 신랑이 결혼하고 내 책을 보더니 묻더군. 이 책 다 읽은거냐고? 아니라고, 했더니 그럼 있는 책 다 읽고 책 또 사라고 했는데 ㅋㅋ 또 책 지름을 한다. 에구.. 사들이는 속도만큼이나 내가 책을 읽으면 좋으련만...

2007-11-28 17:13   URL
비밀 댓글입니다.

자일리 2007-11-30 16: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제 총정리 끝내셨으니, 실기 평가로 들어가셔야겠는데요^^
영감과 글감과 마감이 함께 임하시길~

icaru 2007-11-30 19:23   좋아요 0 | URL
아웅 지가 실전에 약해서요~ ㅎㅎ
3감이 늘 함께 임하길요~ 배트마담 님에게도 ^^
 
공부의 즐거움 - 우리시대 공부달인 30인이 공부의 즐거움을 말하다
김열규.김태길.윤구병.장영희 외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06년 5월
평점 :
품절


아마 이렇게까지 책 소개에서 저자 소개 란이 길어지는 책은 드물듯...


박진숙 편 빼고 다른 이들을 글은 크고작게 신금을 울렸다.

박진숙 님의 글이 왜 이상하냐면, 다른 사람들의 글들과 위상이 맞지 않아서다. 공부에 관한 이야기를 하는게 아니라, 혼자만 성공스토리를 읊는다.  모든 걸 수월하게 잘했던 (매사 순탄하게 풀린다. 이런 사람은 췟..) 자신의 화려한 경력을 이력서로 풀어 제출한다는 심정으로 쓴 모양. 여튼 한국 디자인의 우수성을 전세계에 알린 혁혁한 공을 세운 사람인 모양인데....

" 다섯 살 때부터 배워오던 피아노가 갑자기 일로 느껴지면서 새로운 미술 공부가 하고 싶었던 것이다. 나는부모님께 피아노를 치고 있겠다고 거짓말을 하고는 몰래 산으로 들로 그림을 그리러 돌아다녔다. 미술은 틀리면 개칠(?)이라도 하는데, 피아노는 손이라도 삐끗하는 날에는 그간의 모든 공부가 헛수고가 된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무엇보다 음악을 들으면서 그림을 그리는, 그야말로 '행복한 공부'가 너무나 하고 싶었다. (쭝략) 사생대회에 나가기만 하면 줄곧 입상 이상은 했다. 결혼하고 미국으로 갔고, 남편이 출강하는 학교에 강사로 따라 출강하는 행운을 얻었고, 남편이 한국으로 오자 해서, 왔고, 은사님이 운영하는 기업로고 전문회사에 들어갔고, 교수채용 광고를 보고 교수가됐고, 작년부터는 서울대에 신설된 디자인학 박사과정에 입학해서 같은 학교 다니느 두 딸과 함꼐 공부하고 있고... 어떤 길을 가든 공부만 열심히 하면 그 과정에서 모든 것이 자기의 능력으로 쌓이기 마련이라면서 그것이 성공한 삶으로 이어진다면서....

나머지 인물들 중 특히, 장명관 교수의 글은 닮고 싶은 글쓰기의 한 모범이기까지 했다.

 

p.62~64

어째서 혁명의 열정은 바리케이트 위에서만 들끊는 것일까? 바리케이드가 걷히면 왜 모두들 다시금 중산층의 무기력한 일상으로 되돌아가는 것일까? 80년대를 주름잡던 ‘진보적 학자’들 상당수가 제도권에 진출했는데, 그럼에도 왜 ‘인문학의 위기’라는 유령은 끊임없이 대학 주변을 배회하는 것일까?

 

연구실의 이웃이자 큰집이기도 한 가산불교문화연구원의 지관 큰스님은 이렇게 말씀하신다.

"불교에 외부란 없다. 따라서 불교에서 개종이란 자비심을 잃는 것을 뜻할 뿐이다." - 고미숙

 

p.83

나는 철부지 농사꾼 흉내로 지난 10년을 살아왔다. 그 동안 나는 하루도 같은 일을 되풀이하지 않았다. 날마다 새롭게 익히면서 어제 배우고 익힌 것들이 오늘 쓸모없어지는 상황 속에서 살아왔다. 그렇게 자연과 함께 살면서 “새로워지고 또 새로워져라”는 공자의 말씀 뒤에 생략된 말이 무엇인지 어렴풋이나마 알게 되었다.     - 윤구병

 

p.97~ 100

'자기암시법'을 창안한 프랑스 약제사이자 심리학자 에밀 꾸에의 말처럼 "나는 매일 모든 면에서 점점 더 좋아진다(Everyday, in every way, I am becoming better and better)"를 마음속으로 다짐했다. 꾸에는 환자들에게 자꾸 이 말을 되풀이하게 해서 병을 고쳤다고 한다.                                                 

 엘리어트의 <번튼 노튼>을 읽으며 ‘box circle'의 의미가 의아해었다. 그런데 실제로 작품의 무대가 된 고가에 방문해 보고서야 그것이 회양목(box)이 있는 반원형 연못임을 알았을 때 그 기쁨이라니!

유명한 노래 “greensleeves"는 셰익스피어의 <즐거운 아낙네들>에 두 번이나 나오는 사랑했던 남자를 배신한 여자이름인데도 ‘푸른 옷소매’라고 지금도 음악책에 오역되어 있다.

                                                                         -  이재호

p.193~198

또 한가지 조건이 있는데, 집이 충분히 커야 한다는 것이다. 큰집 싫어할 사람이야 없겠지만 내게는 좀 특별한 이유가 있다. 책을 정리해 둘 공간이 필요한 것이다. 주변에서는 자꾸 책 좀 버리라고 하지만, 나는 내 책들을 버릴 수가 없다. 아직 내 공부가 덜 끝났기 때문이다.

일찍이 공자는 “아침에 도를 깨치면 저녁에 죽어도 좋다”는 말을 했다. 나 또한 이를 목표로 생애를 걸고 있다. 그러나 나는 그 깨달음을 깨달음으로 그치게 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 깨달음조차도 온전히 내 것이 아니다. (중략) 깨달음을 얻는 나는 당연히 또 다른 사람의 깨달음을 위해 말로 또는 글로 그 무엇을 남겨놓지 않으면 안 된다. 혼자 깨달아 그것을 무덤으로 가져간다면 중요한 그 무엇을 훔치는 행위와 다름 아니다. 그래서 나는 공자의 말씀을 이렇게 바꾸고 싶다. “아침에 깨닫고 낮에 이를 글로 적어놓았으면 저녁에 죽어도 좋다.”

                                                                                                         -  장회익

p.173

 

학문은 예술과 같아서 독창성이 가장 중요한 분야이다. 가장 깊은 곳으로 들어가면 기존의 것을 따라하는 것은 의미가 없다. 자기만의 새로운 것을 내놓아야 한다. - 임지순

p.257~258

학문의 깊이는 우선 폭이 넓어야 한다는 생각은 지금도 변함이 없다. 땅을 깊이 파자면 표면부터 드넓게 파야 한다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이치다. - 김열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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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드무비 2007-11-22 11: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늘 우리 동네 이동도서관이 오는 날인데 이 책이 있었으면 좋겠네요.
서재에 내거신 인용 문구도 근사합니다.^^

icaru 2007-11-22 14: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 우리 동네는 이동 도서관 안 오나 몰라요~ 허긴 와도 이용하기 쉽지 않겠지만,, 이동 도서관하면, 영화 빌리 엘리어트 생각나요. 거기서 빌리가 처음으로 발레 동작에 관한 책들을 빌려다 보던가? 아예 훔쳤던가? ㅎㅎ
인용 문구도 한번 더 봐주시고, 이 책에서 가져왔다는 것도 알아차려주시는 센스! 역쉬 로드무비 님 ㅎㅎ
그동안 제가 말 부칠 데가 없어 외로웠는지... 넘 수다스럽네요 ^--^
 
상식과 교양으로 읽는 미국의 역사
실비아 엥글레르트 지음, 장혜경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06년 5월
절판


좌충우돌 개척시대

백만장자들은 아무 거리낌 없이 부를 과시했다. 성 같은 집을 짓고 대리석과 금으로 내부를 장식했다. 뉴욕의 백만장자 클럽에서는 100달러짜리 지폐로 담뱃불을 붙였다. 집에서 키우는 개도 다이아몬드 목걸이를 걸고 다녔다. 브로드웨이의 번화가나 센트럴 파크에는 귀부인과 신사가 순수 혈통 말을 자랑하려고 마차를 몰고 나왔다.
이들에게 양심의 가책은 없었다. 수십 년 동안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했던 사회진화론의 철학에서 도덕적 정당성을 찾았기 때문이었다. 사회 진화론은 사회 역시 일종의 진화를 통해 완전하게 발전한다고 주장한다. 영국 철학자 허버트 스펜서의 주장에 따르면 이는강자가 득세하면서 나타나는 현상이다. 따라서 스펜서는 돈 많은 기업인이 사회를 발전시키고 선행을 베풀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127 쪽

본격적인 흑인 집단 운동의 시발점은 앨라배마 주 몽고메리의 버스 안에서 일어난 사건이었다. 1954년 12월 1일 흑인 여성 재봉사 로사 파크스가 버스를 타고 집으로 돌아가고 있었다. 하루 종일 일을 했기 때문에 몹시 피곤했다. 한 백인 남자가 버스에 올랐다. 만원이라 앉을 자리가 없었던 남자는 파크스에게 자리를 비켜 달라고 요구했다. 공식적인 규정에 따라 흑인은 백인에게 자리를 양보해야 할 의무가 있었다. 눈을 내리깔고 백인의 명령에 복종해야 마땅할 그녀가 백인 남자의 요구를 거절했고 그녀는 체포당했다. 그런데 이번에는 몽고메리 시의 흑인이 이 사건을 그냥 보고만 있지 않았다. 그들은 덱스터 에비뉴 침례교회에 모여 버스 승차 거부 운동을 벌였다. 몇달이 흘렀다. 버스는 텅텅 비었고, 인도는 사람으로 가득했다.-21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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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년 12월-나를 부르는 숲
나를 부르는 숲
빌 브라이슨 지음, 홍은택 옮김 / 동아일보사 / 200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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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일전 “빛의 속도로 일을 하시네요.” 라는 말을 들었다.

요즘 내가 붕붕거리는 벌처럼 일하게 된 데에 화근이 되는 말이다. 

당시 그렇게 무섭게 속도를 내서 해야만 했던 개인적인 이유가 있었는데(하루 휴가 쓰려고), 그 말에 순진하게(?)도 탄력 받고는 그 이후로도 일의 의뢰한 사람의 기대치를 만족시키기 위해 열심히 팽이를 돌렸다. 오늘 문득 바보짓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요즘은 계절이 계절이라 굳이 내장산이 아니고, 지방 국도로 차를 몰고만 나가도, 산의 때깔이 정말 다르다. 산 중에 으뜸은 가을산이라는 생각을 한다. 사향 냄새가 나고, 빠삭빠삭하며 톡 쏘는 가을 대기. 푸른 하늘, 햇빛에 선명하게 반짝이는 나뭇잎들을 올려다보며, 숲길을 걷는 게 요즘의 로망인데. - 이걸 실천하는 데 발목 잡는 것들이 마치 수학 공식처럼 꾸역꾸역 발생한다. 

나를 부르는 숲.

참 근사한 제목이다. 약간은 멜로 분위기가 나면서, 수목원 같은 데서 광합성하는 사람들의 무리가 떠오르게도 하는. 사실 그런 느낌 때문에 빌 브라이슨의 이 책과 나는 오랫동안 만나지 못했었다. 그러다가, 홍은택의 아메리카 자전거 여행을 읽고, 빌 브라이슨의 이 책이 두둥 존재감을 짙게 드러내었다. ‘나’를 읽지 않으면 후회할 걸.  


살아남을 수 있다는 보장을 전제하고, 일생에서 딱 한 번이라도 좋으니, 정면으로 죽음과 대면하고 싶다는 생각을 해 본 적이 있는지.


나는 그냥 민둥민둥 심심한 산들을 좋아하지, 절경에다가 험악한 악산을 등반하는 것은 좋아하지도 즐기지도 않는다. 험악한 악산이라, 기억나는 등반은 지당하게도 13년 전 2박 3일 코스로 지리산 등반이다. 같이 갔던 선배들이 사고 위험이 많은 험한 등반이 될 거라고 엄포를 놔서, 크고 작은 봉우리를 오르락 내리락 하면서 매순간을 긴장하며, 발을 디뎠던 기억이 난다. 엄청난 양의 땀을 쏟고, 갈증에서 벗어나기 위해 어마어마한 물을 마셔대고, 배낭은 무겁고, 힘들게 정상에 올라서서 고목에 걸린 운무를 내려다보며 철푸덕 앉아서 담배 한 가치를 피우는 사람들이 무지 부러웠던 기억도. 잠은 텐트를 치고, 별빛 아래서 잤다. 한여름이었지만, 겨울 파커를 껴입고, 냉기가 올라오는 바닥에 이랑곳하지 않고, 눈감기가 무섭게 잠이 들곤 했다. 

노고단에서 시작해 돼지평전, 토끼봉, 새석평전을 거쳐 뱀사골(당시 여명의 눈동자라는 드라마가 공전의 히트를 기록하고 난 후라 많이 유명해져서 찾는 사람들이 꽤 많았다.), 천왕봉으로 해서 마지막 날 산을 내려오다가 진주 어디메쯤, 일듯 사람이 사는 작은 마을을 처음 봤을 때, 그 반가움은 돌아가신 외할머니가 살아 돌아와 만나는 것과 맞먹을 수 있을 정도였다.

크고 작은 등산 혹은 등반 경험 이후로, 완주! 정상 정복! 이런 데 연연하지 않게 되었다. 악산을 정복하는 희열 같은 거 굳이 내가 체험해야만 맛인가, 이런 식(빌 브라이슨의 책을 읽는 등의, 하긴 이 아저씨도 엄밀하게 말하자면 애팔래치아 종주에 성공했다고 보긴 어렵다.)의 대리 만족으로도 감지덕지다.

다시 책 이야기로 돌아와서, 이 책은 지적이고, 우스꽝스럽고, 간결하며, 구비구비마다 기막힌 반전까지 갖추고 있다. 게다가 이 책에서 양장피 겨자 소스와 같은 역은 브라이슨의 등반 동반자 ‘카츠’다.

이이가 산에서 펼치는 대책없는 어떻게 보면 엉뚱한 돌아이 같은 짓. 하하....! 처음엔 브라이슨의 동반자로서는 맞지 않는 우려하는 마음까지 들었으나, 점점 브라이슨에게 뿐만 아니라, 카츠에게까지 감정 이입하고 있는 나를 보게 된다. 

등반의 마지막(중도 하차)이 될 것임을 예고하던 날 브라이슨과 카츠의 대화다.

“하지만 나는 술을 좋아하거든. 어쩔 수가 없어. 내 말은, 브라이슨, 나는 그걸 사랑해. 그 맛을 사랑하고 2병을 마셨을 때 취하는 기분을 사랑하고, 냄새와 선술집의 분위기를 사랑해. 나는 음담패설과 주변 당구대에서 공이 부딪치는 소리. 밤에 술집의 어둠 침침하면서 푸른빛 도는 분위기를 그리워했어. 내 앞에 기다리고 있는 것의 전부는 TV 디너뿐이야. 마치 만화속의 한 장면처럼 끊임없이 늘어선 그게 춤추며 나한테 다가와. TV 디너 먹어 본 적 있어? 정말 쓰레기야. 그리고 정말 삼키기 힘들어. 그걸 보면 때때로 내가 바보 멍청이라는 생각이 들어. 그런데 도대체 어떻게 된 줄 아니? 지금은, TV 디너를 먹을 수 있다면 살인이라도 저지를 기분이야. 정말 살인을 할 수 있다고.”


그렇게 해서, 그들은 트레일을 포기한다. 그렇지만 그들은 시도를 했다!!!!! 어쨌든 많은 경험을 축적했다. 비록 짧은 기간이나마 자랑스럽게도 몸이 날렵하고 튼튼해졌다. 삼림과 자연, 그리고 숲의 온화한 힘에 대해 깊은 존경을 느꼈다. 그게 중요하다.


인생이 그러하듯 트레일 또한, 지겹지만 여전히 이상하게도 그것의 노예가 되어 버리는, 지루하고 힘든 일인 줄 알았지만 불가항력적이 되버리는, 끝없이 펼쳐진 숲에 신물이 났지만 그들의 광대무변함에 매혹되고 마는, 그만두고 싶지만, 끊임없이 되풀이하고 싶기도 한 것. 침대에서 자고 싶기도 하고, 텐트에서 자고 싶기도 한 것, 봉우리 너머에 무엇이 있는지 보고 싶으면서도 다시는 봉우리를 안 봤으면 싶은 것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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잉크냄새 2007-11-07 14: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산이 바라다보이는 곳에서 막걸리 먹는 것이 제일 좋아요. 정상에 오르거나 하는 것은 무지 싫어합니다.ㅎㅎ

icaru 2007-11-07 17:23   좋아요 0 | URL
기왕이면, 도토리묵 무침도 껴 주세요 ^^
정상에 오르고 나면, 뿌듯 뭐 이런 맛도 무시못하겠지만, 죽자사자는 글쎄, 산악인이 아니라선지요.흣

2007-11-07 14:2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7-11-07 17:22   URL
비밀 댓글입니다.
 
토론은 기싸움이다 - 탁석산의 글쓰기 5 탁석산의 글쓰기 5
탁석산 지음 / 김영사 / 2006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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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읽는다고 해서, 꿔다논 보리자루가 청산유수가 되리라곤 기대하지 않는다.

하지만, 너무나 절박한 사람에게 적어도 말하기의 두려움을 줄이는 데는 약간의 효험이 있다. 게다가, 도사님 풍의 멘토와 조금은 까칠한 제자가 우스개스러운 대화를 나눠가며, 토론에 대한 썰을 차근차근 풀고 있기 때문에 읽는 재미도 있고.

현대를 소피스트의 시대라고 한다고. 소피스트는 원래, 이 세상에 절대적이고도 객관적인 진리란 없다 라고 말하는 사람들이다 보니.

개개인의 생각은 저마다 다르고, 진리도 시대마다 변한다.

토론이나 대화를 통해서 참된 무엇가를 말하기 보다는 나쁜 의견을 좋은 의견으로 대체해 나가는 정도를 구현할 수 있다면 만족이다. 

이 책에서 인상적이었던 것은, 가장 좋지 않은 발표는 아무런 인상도 남기지 못하는 발표라는 것이었다. 인상적이라는 말은 보통은 좋은 의미로 쓰이지만 나쁜 의미로 인상적이어도 상관없다는 것이다.

최근에 마케팅 팀에서 경쟁 회사의 개발자 팀워크나 작업 환경의 전반적인 실태를 조사한 보고서 발표를 들었을 때가 생각난다.  

‘그런 발표를 하다니 도저히 이해가 가지 않는구먼. 발표자는 개발자들의 업무 환경을 너무 모르는구나!’

하면서 흥분했던 적이 있는데 이 경우 또한 나쁜 인상을 남겼다기 보다는 청중을 자극시켰다는 쪽으로 이해해야 하면 되려나. 정말 인상적이긴 했다. 발표자는 남 눈치 볼것없이 - 그게 회장님이라도- 소신껏 자신이 하고픈 말을 모두 하고 있었다.

사실, 발표나 토론 전에는 소신을 말하리라 다짐을 하고 들어가지만 막상 시작하고 나면 청중의 태도라던지, 그때 그때 상황에 따라 마음이 바뀌는 수도 많이 있으니까. 그에 굴하지 않는 것이 좋겠다. 거기다가 비유나 사례 중심으로 말한다면, 말짱!으로 추대할 수 있겠다.

말짱은 회의나 토론의 분위기를 바꾸는 사람이며, 참된 의견을 말하는 사람이라기보다는 더 나은 의견을 제시함으로써 사회라는 공동체의 유익을 증대시키는 사람이라고 할 수 있다.

 

회의 : 보통 권력 관계가 성립되어 있다.

토론 : 회의에 비해 대등한 관계의 구성원으로 되어 있다.

발표 : 1인 발표, 집단 발표, 공식적 발표, 비공식적 발표, 연설 등을 포함한다.

면접 : 권력 관계가 개입되어 있으며 자신을 증명해야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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