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이 주말이 아니었다면, 초저녁 잠을 자뻐리지 않았을 거구ㅡ 자정이 되어서 일어나 앉지 않았을 거구- 알라딘 서재에 들어오지 않았을 거다.
그럼 글도 쓰지 않았을거고.. 쓴 글이 별것도 아님서 아니, 별것도 아니라는 사실이 부끄러워 다음날 부랴부랴 비공개로 돌리는 짓도 하지 않을텐데...
다음날 내가 이 글을 비공개로 돌릴 것이냐, 아니냐...단정은 하지 말자..... 당분간 인터넷 근처는 얼씬도 안 할듯허니까. (그냥 그대로 두겠지...)
알라딘서, 문학 베스트셀러 1000원 할인쿠폰 같은 걸 마구마구 쏠 적에, 여기저기서 입소문만 무성히 들었던 온다 리쿠의 작품 베스트 5라고 누가 뽑아준 목록을 죄 구비했었다.





삼월의 붉은 구렁을 기점으로,,, 다른 작품들을 곶감 아껴 빼먹듯 하나씩 읽었는데...
네버랜드나 밤의 피크닉처럼 고등학생이 주인공인 작품보단... 그렇다. 흑과 다의 환상이 내겐 제대로다.
어릴 떄는 소심했고, 친구도 없었는데,,, '친구'를 바라지 않으면서 친구가 생기기 시작했다는 세쓰코에게, 심히 반한다.
"친구, 우리는 이 말에 얼마나 큰 공포를 느끼고 살아왔을까. 이 악의 없고 진부한 말을 중얼거릴 때, 누구나 가슴 속에 복잡하고 씁쓸한 감정을 품을 것이다."라고 내레이션하는 세스코...
눈썹을 찡긋찡긋하면서 능란하게 대화를 뒷받침하는 세쓰코의 쾌활함....
그런걸, 나는 내가 바라는 내 모습으로 꼽고 있는 걸게다.
20대 후반인 친구들과 같이 일하는 30대의 나는 회사에서는 친구가 없다고 생각한다. 한때는 그 친구들과 일적으로 말고도, 개인적으로도 의기투합하여 잘 지내볼까 생각도 했었는데,,, 맞춰 주고, 잘 지내려 하다 보니, 매번 이 관계들이 아슬아슬하게 느껴지는거... 항상 자존심과 질투 같은 게 숨어... 불확실하다는 느낌...이랄까.
담담하게 생각하기로 하니, 편해졌다. 의사 표현도 자유로워졌고, 회사에서의 친구는 있으면 좋지만, 없어도 된다고 ...
그런데 또 이런 생각도 들었다. 내가 30대이기 때문에... 그것도 30대 여자이기 때문에 .. 20대 여자들과.. 안 맞는 게 있을지도 라고...
다음은 건축가 김진애 씨의 글....
30대 여자가 처한 상황은 그야말로 다양하다.
일하는 여자, 아이 기르는 여자, 출산 유보하는 여자, 아이 학수고대하는 여자, 결혼한 여자, 결혼 압력 받는 여자, 결혼 안 하겠다는 여자, 하루에도 몇 번씩 이혼을 생각하는 여자, 이혼해버린 여자,
사표 낼까 말까 고민하는 여자, 재취업에 고심하는 여자, 창업 고민하는 여자, 사표 압력 받는 여자, 남자에 지쳐 있는 여자, 아이 기르기에 지쳐 있는 여자, 친구 만나는 것도 잊은 여자, 친구 만나는 낙으로 겨우 버티는 여자, 너무 신나게 사는 여자, 너무 좌절되어 있는 여자,
피곤에 절어서 잠자리조차 싫은 여자, 쇼핑 중독증에 걸린 여자, 겉보기 여유와 달리 뒤쳐지는 느낌에 시달리는 여자, 24시간 내내 쫓겨서 자신에 대한 생각조차 못하는 여자 등등..
징그러운 것은 이런 다양한 상황의 대다수가 어느 여자에게도 적용된다는 것이다. 이른바 30대 여자의 복합 상황이다.
한 가지도 고민되지 않을 수 없는데 수많은 상황이 교차하니 얼마나 복잡한가.
그러니 그 많은 갈래 속에서 '자아 분열적'으로 느끼는 것은 당연하지 않을까?
게다가 세상은 30대 여자에게 말도 많다.
결혼해야지, 애 낳아야지, 집 장만해야지, 너무 늦었잖아, 너무 빠르잖아, 더 잘 해야하잖아, 그만 둬야잖아 등등..
20대 여자에게 주는 축복의 말, 격려의 말과는 달리 뭔가 침 돋은 말들이다. 찔리면 괜히 아프다. 괜히 찔리는 것 같다.
영화 '해리가 샐리를 만날 때'에서 샐리의 여자 친구들이 모여서 하는 말처럼 '째깍째깍' 시계 소리가 들리는 것이다.
바로 이래서 30대 여자들은 푸근하기 보다 공격적일 수밖에 없는지도 모른다. 노처녀 증후군이 아니라 30대 여자 증후군일지도 모른다.
자칫하면 자아 분열적이 아니라 아예 진짜 분열할 지도 모른다. 물론 공격적인 것이 백 배 낫다. 좌절을 안으로 누르고 실망을 내색하지 않고 안으로만 접어두는 것보다는 공격적인 것이 훨씬 건강하다.
내향 '내'보다 외향 '외' 할수록 진짜 분열할 위험은 줄어들 것이다. -공격적이라는 말이 싫으면 팽팽하게 바람넣은 공이라고 해도 좋겠다.
나의 30대도 그렇게 공격적이었따.
팽팽한 긴장감의 연속이었다. 스트레스도 상당했다.
사방에서 내 뒷다리를 잡으려드는 것 같고, 내 머리를 쑤셔 박으려는 듯 싶었고, 폐기물 처리하려는 듯 싶기도 했고,
내가 조금 움직임이 느려지면, 금방 표가 나는 게 보여서 피곤했고,
주위에서 외형만 조명하려 드는 게 못마땅했고,
사회에서의 내 자리가 어디인가 고민했고,
몸과 정신과 마음이 다 팽팽한 긴장 상태였다.
그렇게 팽팽했던 30대를 나는 전혀 후회하지 않는다.
실제로 30대를 팽팽한 긴장 속에서 보낼 수 있어야 비로소 아주 괜찮은 마흔살 성년으로 넘어갈 수 있다는 게 내 지론이고 보면 말이다.
사십대에는 조금 푸근해져보자 하고 생각했고, 하기는 실제로 사십대에는 나름대로 푸근해졌다. (고백하자면 아주 조금..)
이런 자아 분열적인 30대 여자에 대해서는 아예 품평을 하지 않는 것이 맞을 듯싶다.
"괜찮지, 싹수 있어, 멋져, 당당해, 근사해?"
과연 어떤 말로 품평을 할 것인가.
이 힘든 시간을 보내는 30대 여자들에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30대 여자를 품평하는 기준은 딱 한 가지이다.
근사한 40대로 넘어갈 만큼 될성부른가?
"40대에 일하지 않고 있지 않으면 전혀 일을 안 한 것이나 마찬가이다"라는 소신이 뚜렷한 나다운 협량한 기준이지만 혜량해 주시라.
('일'의 정의는 물론 넓다.)
자식의 미래에 목을 맬 것 같은 여자는 질색이고,
자기 남자의 진짜 인생에 무관심할 것 같은 여자는 정말 싫다.
땀흘려 일하는 귀중함을 모르는 여자, 자기 얼굴과 분위기 그대로에 책임지지 않을 것 같은 여자는 피하는 게 상책이다.
남편과 자식 얘기밖에 못 하는 여자는 괴롭고,
자기 소신대로 사회 평론 한 가닥 못 뽑는 여자는 재미 없다.
(이런 징후가 30대에는 드러난다.)
30대 남자보다 30대 여자들이 눈에 띄는 것은 사실이다.
작가, 방송인, 영화인 등..
사회에서 30대 여자를 일부러라도 주목해준다.
감사해야할 변화인지 아니꼽게 봐야할 변화인지는 모르겠지만 세월 좋아진 것으로 치자.
하물며 여자 35살이 되어야 비로소 매력적이라는 말도 있을 정도이니 우리도 성숙해진 것 아닌가.
잊지 말자.
30대를 팽팽한 긴장감으로 잘 보낸 여자들이 비로소 매력적인 여성이 된다. 물론 그 팽팽한 긴장감만으로도 매력적이다.
여자 30대는 흔들리는 게 아니라 중심을 찾아가는 가장 중요한 시간이다.
남자는 주어진 '중심'이 있기에 흔들리지만, 여자는 자신의 중심을 만들어 가기에 비록 분열적인 상황에서 훨씬 더 괴롭지만 훨씬 더 창조적이다.
다중의 압력 속에서 여자 30대는 지나간다. 10년이 긴 것 같은가?
쏜살같다.
화살 같은 30대를 꾸려 가는 당신의 비결은?
'늦기 전에' 누드집을 만들건, 더 늦기 전에 '성공 스토리'를 쓰려 하건, 또는 일찍 창업을 하려 하건,
30대 여자여, 당신의 '외향 외' 공격성은 위대하다.
-건축가 김진애씨의 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