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짓의 사람들
M. 스콧 펙 지음, 윤종석 옮김 / 비전과리더십 / 2003년 7월
평점 :
절판


 

아메리카 자전거 여행을 읽는 도중에 그런 글을 만났다. 저자가 미주리주에서 같은 라이더이자 요가 강사가 라이더들이 묶는 숙소에 남긴 메모를 옮기는 부분이다.

“사납고 나쁜 사람들을 피하기를. 그들은 영혼을 갉아 먹으니.” 라는.

세상에는 좋은 관계를 맺을 수 없는 사납고 나쁜 사람들이 있다. 이들을 미워하거나 경멸하기에 앞서 피하라는 말. 미워하거나 경멸하다보면, 그런 사람들을 닮아가기 쉽기에.

스콧 팩 박사는 이 책의 전작 <아직도 가야 할 길>에서도 그런 말을 했었다. 어떤 식으로든 말할 수 없는 고통, 보통 사람들이 겪는 것보다 훨씬 심한 고통을 겪고 있는 사람들이 대부분 정신적으로는 누구 못지 않게 건강하고 진보된 사람들이라고.

요즘 이 말처럼 나에게 위안을 주는 글을 없었다.

감정적인 고통을 겪지 않으려는 소극적인 마음을 떨쳐내보자 싶다.

사실, 악하다는 것은 자신들의 고통을 남에게 떠넘김으로써 자신에게 찾아올 죄책감의 고통을 깨끗이 거부하는 행위의 일종이다. 죄책감을 갖는다는 것은 자신의 죄, 부적절성, 불완정성을 일깨워 주는 고통스러운 인식이니까.

좌절과 혼란과 절망을 고스란히 경험하는 것은 자신감에 차 있고, 편안하고 자신에 만족하는 것 이상으로 정신적으로 건강한 삶인지도 모른다.

우리가 살면서 힘든 일과 부딪칠 때, 고통을 두려워하거나 피하지 말고, 정면으로 겪어내고 나면, 정신적으로 부쩍 성장을 이룬다.

완벽와 안정에만에 몰두하고 고통 받지 않으려고 애쓰는 것. 

신세를 좀 볶더라도, 참고 받아들여 보자 싶다.





p.53

여기서 잠깐 여덟 살짜리 내 아들의 말을 인용해 보자. 아주 단순하고도 독특한 시각이다.

"아빠, '악(evil)'이라는 말은 '산다(live)'라는 말의 철자를 거꾸로 늘어놓은 거예요."



p.160~161

악이란 '자신의 병적인 자아의 정체를 방어하고 보전하기 위해서 다른 사람의 정신적 성장을 파괴하는 데 힘을 행사하는 것'이라고 정의할 수 있다. 간단히 말해서 '희생양을 찾는 것'이다. 희생양을 찾되 강한 자가 아니라 약한 자를 찾는다. 악이 힘을 악용할 수 있으려면 우선 행사할 힘이 있어야 한다. 그리고 힘을 행사할 영역, 즉 피해자가 있어야 한다. 그 지배 관계로 가장 흔히 나타나는 것이 부모 자녀 관계다. 아이들은 약하고 방어력이 없으며 부모와의 관계에 꽉 붙잡혀 있는 존재이다. 그들은 태어날 때부터 부모에게 얽매여 있다. (...) 그들에게는 빠져나갈 자유도 힘도 없기 때문이다.


p.241

나는 악한 사람들이란 그 누구보다도 정치적으로 자기 자신을 과대화시키는 일에 혈안이 되어 있다고 생각한다. 동시에 그들은 그 어느 거에도 자기를 굽힐 줄 모르기 때문에 그들의 극단적인 자기 의지와 고집은 정치적 와해로 몰아가게 되어 있다.

p.278

무시무시한 대학살은 물론 아주 사소한 악에 대해서도 사람들은 종종 이렇게 묻곤 한다.

"사랑의 하나님이 어떻게 그런 일이 일어나도록 내버려 둘 수 있습니까?"

어리석고 무지한 질문이다. 기독교의 대답은 우리의 취향에는 맞지 않을는지 몰라도 그리 모호한 것은 아니다. 하나님은 자신의 힘을 포기하셨기 때문에 우리 인간이 서로에게 행하는 악행들을 막는 데 있어서도 무능하시다. 그분은 다만 끊임없이 우리와 더불어 슬퍼하실 수 있을 뿐이다. 그분은 그분의 모든 지혜로 그분 자신을 우리에게 내주시지만, 우리가 그분과 함께 거하는 것을 선택하게 만드실 수 없다.


p.297

 

힘든 상황이 오래 계속되다 보면 우리 인간은 자연적으로, 거의 불가피하게 퇴행하는 경향이 있다. 심리적 성장은 역류하게 되고 성숙도 온데간데 없어지고 만다. 아주 급속도로 우리는 어린애가 되고 야만인이 된다. 힘든 상황은 곧 스트레스가 된다. 이를테면 인간이라는 유기체는 만성 스트레스에 접할 때 퇴행하려는 자연스런 성향을 가지고 있다.



p.311

징집제야말로 군을 건강하게 지킬 수 있는 유일한 길이다. 그게 아니라면 군은 필연적으로 기능 면에서 전문화가 될 분만 아니라 심리 면에서도 점점 더 전문화가 되어갈 것이다. 신선한 공기는 완전히 차단될 것이다. 그것은 계속해서 기존의 자기 가치관을 강화시켜 점점 자기 우물에 갇히게 될 것이고, 그러다가 다시 한 번 고삐가 풀어지는 날이면 베트남에서와 똑같이 피에 굶주려 날뛰게 될 것이다. 징병제는 고통이 뒤따르는 제도이다. 그러나 그것은 보험료 지불과 다를 바 없다. 징집 복무야말로 우리 군의 '왼손'을 건강하게 지켜 주는 유일한 방법이다.


p.336

투표 때 단 한 표가 당락을 결정지을 수 있는 것처럼, 인간 역사의 모든 과정도 고독하고 미천한 한 개인의 마음의 변화에 영향받을 수 있다. (...)




얼마 전 한 저녁 만찬에서 손님 가운데 한 분이 어느 유명한 영화 제작자에 대해 이런 말을 했다. "그 사람은 역사에 자기 발자취를 남겼어요." 순간 내 입에서 이런 말이 튀어나왔다. "우리도 다 역사에 자기의 발자취를 남긴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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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caru 2007-08-26 16: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히유~ 한글문서에서 그저 한줄 띄었을 뿐인데.. 저렇게.... 드문드문이라니..
(수정 완료)

2007-08-26 18:4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7-08-29 14:01   URL
비밀 댓글입니다.

hanicare 2007-08-27 08: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사납고 나쁜 사람들을 피하기를. 그들은 영혼을 갉아 먹으니

음..저 말이 지난 몇 주간 제 상태를 명료하게 표현했네요.
어쩔 수 없이 부딪히는 일 빼고는, 차라리 얼굴 붉히더라도 싫은 건 싫다고 단언했더니
신간이 편해요.

이카루님도 뭐 마음 복잡하셨던 일 있었나...혼자 생각해봅니다.

Simple life라는 일본의 브랜드는 최고의 네이밍을 했다 싶어요. 되도록 간소하게, 마음이든 몸이든. 요즘 스스로에게 자꾸 타이르는 말이거든요.

icaru 2007-08-29 14:06   좋아요 0 | URL
ㅎㅎㅎ..제게.. 명징한.. 메세지를 전달하시곤 하는 하니케어 님~
싫은 걸 싫다고 말하는 것.. 제가 잘 못하는 것이죠.
위에는 고분고분.. 아래로는 또 듣기 싫은 소리 못해대는...

남들은 이러구러 잘 해내는 그런 별스럽지도 않은 상황이건만, 남들이 느끼는 고통의 몇배를 느끼고 있는 거 같은 자신을 보면서... 이 책을 읽으면서...

그랬답니다.

제가 바라는 것도, Simple life Simple life Simple life

히피드림~ 2007-08-29 17: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악한 사람들이 '정신적 성장'을 멈추고 모든 것을 남의 탓으로 돌려버리는 데 익숙한 사람이라는 것에 대해 충분히 동의할 수 있겠는데요... 그나저나 live의 철자를 거꾸로 한 것이 evil이라는 것은 뭔가 생각해 볼 여지를 주는 것 같아요.

icaru 2007-09-14 19:09   좋아요 0 | URL
그죠? 그랬단 말인가...거꾸로였단 말인가... 하는 생각이 다시 한번 들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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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의 피크닉
온다 리쿠 지음, 권남희 옮김 / 북폴리오 / 200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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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람들은 서로 다른 표정과 마음가짐으로 저마다의 삶의 질곡이 고스란히 묻어나는 일상을 겹겹이 빚어낸다. 그러나 대부분의 경우, 인생을 즐기고 사랑하기보다는 점점 딱딱하게 두터워지는 아집 안에 갇혀 무기력과 독선을 꼴사납도록 토해낸다는 점에는 별반 차이가 없을 듯 싶다. 오늘도 돌이켜본다. 여전히 하고 싶은 것 한번 제대로 손대보지 못한 채 상황의 노예가 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밤의 피크닉에 나오는 이 친구들을 보면서 내가  뭔가를 시작하기 전 (대학 진학이 되었건, 사회 생활을 하기 전이건)에는 어땠나, 생각도 해 보는 것이다.  

순수했냐, 아니냐가 아니다.

 

뭔가의 끝은 언제나 뭔가의 시작이라고,  그 아이들의 ‘인생’은 아직 멀었다. ‘인생’이라고 부를 만한 것에 전념할수 잇는 시간은 아주 조금 밖에 없다. 기껏해야 수험 생활의 궁핍한 빈 시간을 변통하여 ‘인생’의 일부인 청춘인지 뭔지를 맛보자고 생각하는 것이 고작이다.

그러나, 그 아이들의 보행제가 곧 끝나듯이, 그 시기도 금방 지나가리라.


이미 다른 시작을 맞이하고 있는 나는 밤의 피크닉 속의 고등학생들을 지금 내 현실 세계로 불러들여 보는 것이다.  지금의 나또한 아직 자신의 위치도, 자신이 어떤 조각인지도 모른다.

도오루의 감정은 복잡했다. 물론 고교 생활은 즐거웠지만, 장래를 서두르는 그에게 2년 반은, 조금씩밖에 나아가지 않는 답답한 세월이었다. 빨리 대학으로 빨리 취직하여 사회로, 빨리 독립하여 자신만의 세계로 도오루는 언제나 장래를 선망하고 있었다.

도오루 군, 장래를 선망하는 것은 좋지만, 지금 당장,, 들려오는 여러 잡음들을 무시하지 말라구~


안나는 귀국자녀여서인지(그 외의 이유는 잘 모르겠지만,) 모든 것으로부터 자유로우며, 언제나 그녀의 주위에만 다른 바람이 불고 있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그녀에게는 천성적인 활달함, 환경에 단련된 강인함과 더불어 타인에 대한 관대함이 있었다. 많은 나라를 돌아다닌 만큼 오히려 일본적인 시스템을 갖춘 고등 학교의 일종의 불합리하게조차 생각되는 인습 같은 전통에 동경을 갖고 있었던 것이다.


너의 오픈 마인드를 닮고 싶어라~

 

  

154쪽

일상생활은 의외로 세세한 스케줄로 구분되어 있어 잡념이 끼어들지 않도록 되어 있다. 벨이 울리고 이동한다. 버스를 타고 내린다. 이를 닦는다. 식사를 한다. 어느 것이나 익숙해져 버리면 깊이 생각할 것 없이 반사적으로 할 수 있다.

오히려 장시간 연속하여 사고를 계속할 기회를 의식적으로 배제하도록 되어 있을 것이다. 그러지 않으면 자신의 생활에 의문을 느끼게 되며, 일단 의문을 느끼면 사람은 앞으로 나아갈 수 없다. 그래서 시간을 촘촘히 구분하여 다양한 의식(儀式)을 채워 넣는 것이다. 그러면 의식은 언제나 자주 바뀌어가며 쓸데없는 사고가 들어갈 여지가 없어진다.

그런 의미에서 이 보행제는 얻기 힘든 기회라고 생각한다. 아침부터 만 하루, 적어도 선잠을 잘 때까지는, 계속 걷는 한 사고한 한줄기 강이 되어 자신의 속을 거침없이 흘러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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잉크냄새 2007-08-13 12: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오히려 학창시절에 삶의 기준이 더 잡혀있었던것 같아요. 질풍노도의 시기에 흔들리지 않았는데, 나이를 먹을수록 뭔가 뿌리가 빠지는 느낌이네요.

icaru 2007-08-13 16:25   좋아요 0 | URL
저도요, 이 소설 속 주인공들은 참 괜찮아요-- 그러니까 멋지고 아름다운 고딩이라고 해야 할까요. 당시의 저하곤 비교하기가 어려운... 잉과장님하고 어케 견줄 수 있을지도 모르겠네요 ㅋㅋ
요즘.. 저야말로.. 마구 흔들리구 있어서요.

hanicare 2007-08-14 09: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이만 그런 줄 알았는데 이카루님의 얼굴도 사랑스럽군요.
어찌 그리 동안이신지요.
(이카루님 맞다는 가정하에서 썼어요^^;)

icaru 2007-08-18 11:57   좋아요 0 | URL
ㅎㅎ.. 하니케어 님~ 알라딘에 자주 좀 나타나 주세요. 징징징...
하니케어 님, 항상 저를 호감으로 대하시니.. 넘~ 쑥스럽고, 기분이 부웅--ㅋ

2007-08-17 12:3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7-08-18 11:58   URL
비밀 댓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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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이 주말이 아니었다면, 초저녁 잠을 자뻐리지 않았을 거구ㅡ 자정이 되어서 일어나 앉지 않았을 거구- 알라딘 서재에 들어오지 않았을 거다.

그럼 글도 쓰지 않았을거고.. 쓴 글이 별것도 아님서 아니, 별것도 아니라는 사실이 부끄러워 다음날  부랴부랴 비공개로 돌리는 짓도 하지 않을텐데...

다음날 내가 이 글을 비공개로 돌릴 것이냐, 아니냐...단정은 하지 말자..... 당분간 인터넷 근처는 얼씬도 안 할듯허니까. (그냥 그대로 두겠지...)

알라딘서, 문학 베스트셀러 1000원 할인쿠폰 같은 걸 마구마구 쏠 적에, 여기저기서 입소문만 무성히 들었던 온다 리쿠의 작품 베스트 5라고 누가 뽑아준 목록을 죄 구비했었다.

 

 

 

 

삼월의 붉은 구렁을 기점으로,,, 다른 작품들을 곶감 아껴 빼먹듯 하나씩 읽었는데...

네버랜드나 밤의 피크닉처럼 고등학생이 주인공인 작품보단... 그렇다. 흑과 다의 환상이 내겐 제대로다.

어릴 떄는 소심했고, 친구도 없었는데,,, '친구'를 바라지 않으면서 친구가 생기기 시작했다는 세쓰코에게, 심히 반한다.

"친구, 우리는 이 말에 얼마나 큰 공포를 느끼고 살아왔을까. 이 악의 없고 진부한 말을 중얼거릴 때, 누구나 가슴 속에 복잡하고 씁쓸한 감정을 품을 것이다."라고 내레이션하는 세스코...

눈썹을 찡긋찡긋하면서 능란하게 대화를 뒷받침하는 세쓰코의 쾌활함....

그런걸, 나는 내가 바라는 내 모습으로 꼽고 있는 걸게다.

20대 후반인 친구들과 같이 일하는 30대의 나는 회사에서는 친구가 없다고 생각한다. 한때는 그 친구들과 일적으로 말고도, 개인적으로도 의기투합하여 잘 지내볼까 생각도 했었는데,,, 맞춰 주고, 잘 지내려 하다 보니, 매번 이 관계들이 아슬아슬하게 느껴지는거... 항상 자존심과 질투 같은 게 숨어... 불확실하다는 느낌...이랄까.

담담하게 생각하기로 하니, 편해졌다. 의사 표현도 자유로워졌고, 회사에서의 친구는 있으면 좋지만, 없어도 된다고 ...  

그런데 또 이런 생각도 들었다. 내가 30대이기 때문에... 그것도 30대 여자이기 때문에 ..   20대 여자들과.. 안 맞는 게 있을지도 라고...

다음은 건축가 김진애 씨의 글....  

 

30대 여자가 처한 상황은 그야말로 다양하다.

일하는 여자, 아이 기르는 여자, 출산 유보하는 여자, 아이 학수고대하는 여자, 결혼한 여자, 결혼 압력 받는 여자, 결혼 안 하겠다는 여자, 하루에도 몇 번씩 이혼을 생각하는 여자, 이혼해버린 여자,

 

사표 낼까 말까 고민하는 여자, 재취업에 고심하는 여자, 창업 고민하는 여자, 사표 압력 받는 여자, 남자에 지쳐 있는 여자, 아이 기르기에 지쳐 있는 여자, 친구 만나는 것도 잊은 여자, 친구 만나는 낙으로 겨우 버티는 여자, 너무 신나게 사는 여자, 너무 좌절되어 있는 여자,

 

피곤에 절어서 잠자리조차 싫은 여자, 쇼핑 중독증에 걸린 여자, 겉보기 여유와 달리 뒤쳐지는 느낌에 시달리는 여자, 24시간 내내 쫓겨서 자신에 대한 생각조차 못하는 여자 등등..

 

징그러운 것은 이런 다양한 상황의 대다수가 어느 여자에게도 적용된다는 것이다. 이른바 30대 여자의 복합 상황이다.

 

한 가지도 고민되지 않을 수 없는데 수많은 상황이 교차하니 얼마나 복잡한가.

 

그러니 그 많은 갈래 속에서 '자아 분열적'으로 느끼는 것은 당연하지 않을까?

 

게다가 세상은 30대 여자에게 말도 많다.

결혼해야지, 애 낳아야지, 집 장만해야지, 너무 늦었잖아, 너무 빠르잖아, 더 잘 해야하잖아, 그만 둬야잖아 등등..

 

20대 여자에게 주는 축복의 말, 격려의 말과는 달리 뭔가 침 돋은 말들이다. 찔리면 괜히 아프다. 괜히 찔리는 것 같다.

 

영화 '해리가 샐리를 만날 때'에서 샐리의 여자 친구들이 모여서 하는 말처럼 '째깍째깍' 시계 소리가 들리는 것이다.

 

바로 이래서 30대 여자들은 푸근하기 보다 공격적일 수밖에 없는지도 모른다. 노처녀 증후군이 아니라 30대 여자 증후군일지도 모른다.

 

자칫하면 자아 분열적이 아니라 아예 진짜 분열할 지도 모른다. 물론 공격적인 것이 백 배 낫다. 좌절을 안으로 누르고 실망을 내색하지 않고 안으로만 접어두는 것보다는 공격적인 것이 훨씬 건강하다.

 

내향 '내'보다 외향 '외' 할수록 진짜 분열할 위험은 줄어들 것이다. -공격적이라는 말이 싫으면 팽팽하게 바람넣은 공이라고 해도 좋겠다.

 

나의 30대도 그렇게 공격적이었따.

팽팽한 긴장감의 연속이었다. 스트레스도 상당했다.

사방에서 내 뒷다리를 잡으려드는 것 같고, 내 머리를 쑤셔 박으려는 듯 싶었고, 폐기물 처리하려는 듯 싶기도 했고,

내가 조금 움직임이 느려지면, 금방 표가 나는 게 보여서 피곤했고,

주위에서 외형만 조명하려 드는 게 못마땅했고,

사회에서의 내 자리가 어디인가 고민했고,

몸과 정신과 마음이 다 팽팽한 긴장 상태였다.

 

그렇게 팽팽했던 30대를 나는 전혀 후회하지 않는다.

실제로 30대를 팽팽한 긴장 속에서 보낼 수 있어야 비로소 아주 괜찮은 마흔살 성년으로 넘어갈 수 있다는 게 내 지론이고 보면 말이다.

 

사십대에는 조금 푸근해져보자 하고 생각했고, 하기는 실제로 사십대에는 나름대로 푸근해졌다. (고백하자면 아주 조금..)

 

이런 자아 분열적인 30대 여자에 대해서는 아예 품평을 하지 않는 것이 맞을 듯싶다.

"괜찮지, 싹수 있어, 멋져, 당당해, 근사해?"

과연 어떤 말로 품평을 할 것인가.

 

이 힘든 시간을 보내는 30대 여자들에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30대 여자를 품평하는 기준은 딱 한 가지이다.

 

근사한 40대로 넘어갈 만큼 될성부른가?

 

"40대에 일하지 않고 있지 않으면 전혀 일을 안 한 것이나 마찬가이다"라는 소신이 뚜렷한 나다운 협량한 기준이지만 혜량해 주시라.

('일'의 정의는 물론 넓다.)

 

자식의 미래에 목을 맬 것 같은 여자는 질색이고,

자기 남자의 진짜 인생에 무관심할 것 같은 여자는 정말 싫다.

땀흘려 일하는 귀중함을 모르는 여자, 자기 얼굴과 분위기 그대로에 책임지지 않을 것 같은 여자는 피하는 게 상책이다.

 

남편과 자식 얘기밖에 못 하는 여자는 괴롭고,

자기 소신대로 사회 평론 한 가닥 못 뽑는 여자는 재미 없다.

(이런 징후가 30대에는 드러난다.)

 

30대 남자보다 30대 여자들이 눈에 띄는 것은 사실이다.

작가, 방송인, 영화인 등..

사회에서 30대 여자를 일부러라도 주목해준다.

 

감사해야할 변화인지 아니꼽게 봐야할 변화인지는 모르겠지만 세월 좋아진 것으로 치자.

 

하물며 여자 35살이 되어야 비로소 매력적이라는 말도 있을 정도이니 우리도 성숙해진 것 아닌가.

 

잊지 말자.

 

30대를 팽팽한 긴장감으로 잘 보낸 여자들이 비로소 매력적인 여성이 된다. 물론 그 팽팽한 긴장감만으로도 매력적이다.

 

여자 30대는 흔들리는 게 아니라 중심을 찾아가는 가장 중요한 시간이다.

 

남자는 주어진 '중심'이 있기에 흔들리지만, 여자는 자신의 중심을 만들어 가기에 비록 분열적인 상황에서 훨씬 더 괴롭지만 훨씬 더 창조적이다.

 

다중의 압력 속에서 여자 30대는 지나간다. 10년이 긴 것 같은가?

쏜살같다.

화살 같은 30대를 꾸려 가는 당신의 비결은?

 

'늦기 전에' 누드집을 만들건, 더 늦기 전에 '성공 스토리'를 쓰려 하건, 또는 일찍 창업을 하려 하건,

 

30대 여자여, 당신의 '외향 외' 공격성은 위대하다.

 

                                                           -건축가 김진애씨의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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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07-28 07:4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7-08-05 15:47   URL
비밀 댓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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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일 전 저녁.

밖에 나와서는 혼자 밥 먹는 걸 잘 못하는 내가, 그런 내가 구내 식당에 혼자 가서 밥을 먹었다.

씩씩하게 혼자서도 잘 해요~ 가 아니라, 다 꼴배기싫다. 그래도 밥은 먹어야 하니...혼자라도 좋아.. 하는 마음으로..

배식 시간 끝나갈 무렵이 임박해서 간 덕인지, 사람도 열여너명 정도 밖에 없었다. 그래선가 밥을 거의 먹어갈 무렵, 식당 아줌마가 한 구석에 앉아 식판만 보고, 우적우적 열심히 퍼먹고 있는 내 앞까지 오셔서 밥 위에 금방 부쳐 낸 계란 후라이 하나를 얹어 주고 가셨다. 뭔가 속에서 울컥한다.



손이 솥뚜껑만하게 나왔네--




쟨 뭐가 저렇게 서러웠을까?

내가 저렇게 울면 많이 추해 뵈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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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인 2007-07-25 16: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가끔 부럽죠? 저렇게 대성통곡해본 게 언제인지. 쯥.

icaru 2007-07-25 16: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요, 언제였더라~~!!
한바탕 울고나면.. 퍽 시원해질텐데요.

프레이야 2007-07-25 21: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ㅎ 이카루님, 마음 아픈 페이퍼인데 전 왜 자꾸 웃음이 나죠?
그럴 때 있어요. 사소한 친절에 왈칵 울음이 쏟아지려던 순간이요..
찬이 우는 모습이 전 왜 이케 귀여운 거에요?^^

icaru 2007-07-27 11:49   좋아요 0 | URL
헤헤..정말 웃기죠?
입은 함지박 만하고... 손은 솥뚜껑만하고..

2007-07-26 17:09   URL
비밀 댓글입니다.

icaru 2007-07-27 11:48   좋아요 0 | URL
ㅋㅋㅋ.. 그렇죠!

2007-07-27 00:01   URL
비밀 댓글입니다.

icaru 2007-07-27 11:48   좋아요 0 | URL
조언을 못해주시다뇨... 푸념을 귀기울여 들어주신 그 자체 댓글 달아주신 그 자체가 제겐 힘이고 조언이구 그래용... 찬이...툭하면 저래용..어휴~

실비 2007-08-16 17: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머 저렇게 많이 큰거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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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육에 이르는 병 시공사 장르문학 시리즈
아비코 다케마루 지음, 권일영 옮김 / 시공사 / 2007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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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예상치 못한 결말이기는 한데, 그 트릭이 참으로 아연실색하게 만든다.

기발하다거나 어떻게 이런 걸 생각해 냈지, 대단히 영리한 작가로구나!  라기보단 이거 ‘반칙 아닌가?’ 하는.

 

 작가는 시종 거짓말을 했다. 말을 하면서 생기는 거짓말만 거짓말이 아니다. 이렇게 언급하지 않고, 그냥 입을 닫아버림으로써 생기는 거짓말이 얼마나 위력이 큰데!!!

작가에게는 소설을 구성하는 요소 가운데 인물 사건 배경 시점이 있다면, 작가는 이 중 하나를 선택하여, 독자들을 상대로 한판 속임굿을 했다고나 할까. 

* 같이 사는 가족들이라면서 아들과 딸과 남편에 대한 이야기는 계속 늘어놓으면서 시어머니에 대한 언급은 한번도(맨마지막 장면에서 제외) 하지 않는 아내이자 어머니 마사코.

* 같이 살고 있는 자신의 아내와 자식(물론 딸 이름을 언급한 적은 있다. ‘아이(딸 이름)는 대학생이나 되어서 히나 마쓰리(전통 인형 축제??)에 열을 올리다니 한심하다. 라고) 대해 한번도 언급을 하지 않으면서 집에서 어머니와 관련된 일만 들어놓는 ***.

 

광고 문구처럼 물론 나도 처음으로 다시 돌아가 읽었다. 왜냐면,,,, 처음 읽을 때 끔찍하고 잔인한 묘사들이 더러더러 있어서, (고혹적인 부분이 배제된 이런 잔혹함은 그저 더러운 인상만 줄 뿐이라... 싫다.)  그런 부분들은 건너뛰고 읽다보니, 정작 힌트가 될 만한 부분들을 놓쳐기 때문에 맨 마지막에서 황당했던 게 아닐까 하는 생각 때문이었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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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만두 2007-07-21 19: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복기가 필요한 책이죠^^;;;

2007-07-21 19:28   URL
비밀 댓글입니다.

icaru 2007-07-22 02: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만두 님이 쓰신 이 책 리뷰는 정말!! 제대로던데...
전..기냥~ 모랄까요. 이 책이 대단하다는 거 인정은 하지만, 내 취향이 아님을 알겠다는 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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