괴짜경제학 - 상식과 통념을 깨는 천재 경제학자의 세상 읽기
스티븐 레빗 외 지음, 안진환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05년 6월
평점 :
절판


 수식어 붙은 경제학( *** 경제학,  경제학 *** 등등)에 알러지가 있는건지, 경제학 콘서트도 끝까지 못 읽었다. ‘괴짜’스러운 것을 아무리 즐긴다 한들 그게 경제학을 수식하는 단어라면, 일단 장막을 하나 치고 대할 수밖에.

그런데 어떻게 이 책을? 그것도 끝까지 무척 흥미롭게 읽어냈을까?

 

우연히 알게 되었다. 저자가 첫 아이를 어느 날 갑자기 찾아온 폐규균으로 하늘나라에 보냈다는 사실을, 그것도 아기가 한살을 갓 넘겼을 때.

아닌 게 아니라, 경제학자라는 저자의 이 책 삼분의 일 분량이 부모가 얼마나 중요한가! 하는 -좋은 질문이지만 지독하게 복잡한 질문이기도 한 - 물음에 답을 찾고 있다.

일례로 '부모와 아이 성적'의 상관 관계를 찾는 것이 그것인데...

사회 통념이 틀렸을지도 모르는 부분을 알아차리기 위해 이기적이고 조잡한 사고의 흔적을 뒤지고- 회귀 분석(다른 모든 점에서는 비슷하고 한 가지에서만 다른 두 아이를 조사하여 그 한 가지 요소 때문에 아이의 학교 성적에 차지가 나는지 알아보는 것)- 해서 드디어 나온 결론은 ‘아이의 성공을 위해 부모가 무언가를 해 주려는 노력’과 실제 아이의 성공과는 상관이 없다는 것이었다. (똑똑한 아이는 그 아이가 태어나기 전에 이미 결정지어진다는 의미다.)

노력을 통해서 부모들로서는 적어도 양육에 최선을 다한다는 위안을 줄 뿐이라는 결론을 내린다. 납득이 어렵다고 발끈해도 헛수고다. 스티브 레빗 왈, '데이터가 그렇다'고 말을 하고 있으니...


 전반적으로 이 책은 우리가 알고 있는 통념, 그리고 전문가 집단에 대해 회의를 품으라고 말하고 있다.

사실 아무런 소득도 가져다 주지 않을지언정 사물이 겉보기와는 어떻게 다른지 단서를 찾아 헤매며 스스로 많은 질문을 던져 보라고. (그리하면 모든 숨겨진 의미를 파헤질 수 있을 것이다. 때로는 낭패감이 들고, 때로는 빨대를 통해 세상을 들여다보는 것 같은 기분이 들겠지만...)


그랬을 때 우리가 발견하게 되는 아이디어 몇몇은 그것의 비윤리적인 성격(일테면, 낙태를 허용하는 게 범죄를 줄이는 길이라는 결론을 도출) 때문에 우리에게 껄끄럽게 느껴질 수도 있을 것이지만, 어차피 윤리학이 이상 세계를 반영한다면 경제학은 현실 세계를 반영하는 것이기에......

 

 

 

30~31

 

이 책은 아주 특별한 시각으로 쓰였으며, 그 기저에는 몇 가지 기본 전제가 깔려 있다.

첫째, 인센티브는 현대의 삶을 지탱하는 초석이다. 그리고 인센티브를 이해하는 것, 혹은 그것을 탐색하는 것이야말로 폭력범죄에서 스포츠 부정 행위, 온라인 데이트에 이르기까지 일상의 모든 수수께끼를 푸는 열쇠다.

둘째, 우리가 진실이라고 믿는 사회 통념 가운데는 잘못된 것들이 많다.

셋째, 전혀 예상치 못한 극적인 결과는 흔히 거리가 멀고 미묘한 요인을 원인으로 한다.

넷째, 범죄학에서 부동산 중계업자에 이르기까지, 이른바 '전문가'들은 정보의 우위라는 강점을 자신의 아젠다를 위해 사용한다. 그러나 이들은 스스로의 게임에서 패배할 수도 이쓴데, 인터넷 시대의 도래로 말미암아 정보의 우위가 매일매일 감소하고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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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없는 이 안 2007-02-01 07: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멋, 이 책, 매번 보관함에서 간당거리고 있었는데 이카루님한테 땡스투하면 되겠어요! 다음번엔 꼭. ^^ 그런데 아이의 성공을 위해 부모가 해줄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다는 작가의 의견에는 웃음이 좀 나는군요. 부정할 수 없는 데이터로 반론을 막았다고요. 하하.

icaru 2007-02-01 08: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왜 웃음이 나는지 잘 알아요~ 이 이야기를 옆지기한테 했는데... 옆지기는 아예 흥분을 하며 언성을 높이더라고요. 내 견해도 아닌데..^^;;;ㅋㅋ 그러면서 이 책을 자기도 읽어봐야겠다고!!
 
직장인 10년차
김현정 지음 / 한국경제신문 / 200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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옆지기가 근속연수 10년 됐다고, 금 닷돈을 탔단다.

나도 (근속은 아니지만,) 이 업계에 투신한지 10년인데, 금닷돈은 고사하고, 경력 10년이란 걸 쉬쉬 하기 바쁘다. (경력 10년차인데 왜 직함은 ‘대리’냐고 되물을까봐....실은,,, 과장 직함을 달 시점에 회사를 그만두었다가 다른 곳에 입사를 하니 ... 결국 ‘만년 대리’ 모양새가 나오더군요. 만화책 ‘시마 과장’ 시마 씨도 제목만 과장이지 어느샌가 부장이 되어 있던데..)


경력은 10년인데, 마인드는 5년 정도 되는 거 같은 나.....

자학모드로 들어간 김에, 생각해 보니, 중학교 3년간을 제외한 나머지 기간의 학창 시절은 내게 ‘대충 버텨내기’였었다. 설마 대학 가서도 이딴식이겠어, 했으나 웬걸 자기 삶을 적극적으로 내면화하지 못하는 소극적인 모습의 정점이었다.


그러나 직장 생활은 ‘버틴다’는 개념으로 하면 즐겁지 않으니 당연 오래 가지도 못하고, 몸도 축나더라는. 


변화보다는 안정을, 새로운 것보다는 익숙한 것들을 선택하게만 되는 시점에서, 이건 아니잖아, 라는 판단이 들 때, 가슴보다는 머리가, 진심보다는 가식이 당장의 결과를 만들어내고 눈에 보이는 성과를 이루어낸다는 사실을 부인하기가 너무너무 어려워질 때, 그 때 이 책을 읽으면 나름 시기적으로 알맞지 싶다.


"한 집안에서 정승을 배출하려면, 삼대가 선행을 쌓아야 한다는 옛말이 있다. 이처럼 어떤 좋은 결과를 위해서는, 작고 작은 선업과 감동이 시내를 이루고, 강을 만들어, 바다로 나아가야 하는 것이다. 지금 당장의 결과에 급급하기보다는 늘 다가올 미래를 준비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

 

"자신의 성과에 대해 자랑스러워하지만, 과거보다는 현재와 미래를 위해 쉬지 않는다. 거만하거나 사람을 어렵게 하거나 계산하는 듯한 인상을 주기는커녕 매우 겸손하며, 자신의 얘기보다는 다른 사람의 말에 귀 기울이고, 상대방을 배려하고, 먼저 계산서를 집어들고는 카운터 앞에서 한참이나 유쾌한 승강이를 벌인다.

그들은 업무에서만 프로페셔널이 아니라 인간적 매력 면에서도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꾸준히 자기 발전을 위해 노력하고 든든한 인맥으로 무장하고 있다. 하지만 이 같은 요소들은 늘 유동적이라는 사실에 결코 방심하지 않으며, 위기를 철저하게 기회로 만들 줄 아는 지혜와 성찰을 갖고 있다. "


"낮에는 요조숙녀,ㅡ 밤에는 요부를 원한다는 우스개소리처럼 조직은 사실 주어진 일을 묵묵히 수행하는 동시에 혼자 알아서 척척 무언가 창의적인 성과를 이끌어내는 인재상을 요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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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rky 2007-01-23 16: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 직장 10년차이시군요. ^^ 찬이 보랴, 일하시랴 많이 바쁘시겠어요. (저는 아기낳고 파트타임으로 돌렸었는데, 조만간 다시 풀타임으로 복귀한답니다. 흑흑.)

icaru 2007-01-24 12: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 좋으시겠다. 여기에도 파트타임 제도가 있다면!!! 젤 먼저 손들겠어요~ .. 풀타임 복귀 전까지.. 채린에게 사랑 뜸뿍~주시고요..

잉크냄새 2007-01-24 13: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작년에 10년차의 고개를 넘었답니다.^^

icaru 2007-01-24 15: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잉과장님...(나는 언제 과장 다나~잉) .. 그렇담 이 책 읽으실 차례구먼요~!
 
사랑해 파리 - 황성혜의 파리, 파리지앵 리포트
황성혜 지음 / 예담 / 2006년 12월
평점 :
품절


 

기자가 쓴 글이라선지 기승전결이 뚜렷하달까. 군더더기가 느껴지지 않는 글임엔 분명하다.  유학생으로, 기자로, 혹은 관광객의 입장으로 쓴 글이다. 독자의 입장에서는 이렇게 타이틀이 많이 붙는 글쓴이의 글에는 좀더 기대를 해보는 것도 사실이다.


인공적이고 코즈모폴리턴한 그곳에서는 여느 대도시의 도심을 걸을 때 느껴지는 뻥 뚫린 시원함이 있었다. 사람들 사이에 파묻혀 영화 한편 보고, 마가리타 피자에 콜라를 곁들여 먹고, 대형 서점에 가서 책과 씨디를 사다보면 답답하던 마음이 풀리곤 했다. ...처럼 낯선 곳(샹젤리제 거리)에서 느끼는 객창감도 빵빵하게 표현되어 있다. 그러나 파리에서 생활하면서 느낄법한 개인적인 에피소드가 많이 축소되어 있는 것 같다(2년 씩이나 살았다는데 말이다.). 일테면,  ‘지단의 박치기’ 사건 이야기나, (재밌었지만 한국땅에서 컴퓨터 앞에 앉아서 검색만 열심히 해도 찾을 수 있지 않나), 파리지앵들이 모국어를 사랑하는 것. 파리의 보수적인 학제(그랑제콜)에 대한 이야기에도 글쓴이 자신이 겪어 느낀 무언가는 빠져 있다.

 

글쓴이는 파리에서의 생활이 어설펐고, 그래서 많이 아팠다고 했고, 또 파리가 착한 데 매력 없는 게 아니라 못됐지만 매력 있는 사람이라고 비유를 했는데, 글쓴이만이 느꼈을 파리의 ‘정서적인’면이 그다지 잘 살지 못한 게 아닌가 하는 느낌. 파리에서의 힘듬은 ‘언어’에서 비롯되었을거라고 추측되지만 그럼에도.


책으로 낼 정도라면, 자신만이 파리에서 느낀 소회를 독자들에게 더 아낌없이 제공해야 수지가 맞지 않겠나 하는 느낌이 들었다. 뭔가 더 나올 수 있었겠건만, 뽑다만 느낌이라는 것을 지울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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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레이야 2007-01-16 11: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뽑다만 느낌... 이 책 받아두고 아직 안 보았네요. 파리,, 동경하는 곳 중의 하나인데... 잘 읽었습니다.^^

잉크냄새 2007-01-16 12: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목과는 다르게 파리를 별로 사랑하지 않았나봐요. 가래떡도 다 뽑아야 맛이거늘....ㅎㅎ

icaru 2007-01-17 08: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배혜경 님은 어떤 감상을 남기실지 궁금해요~ 저런 장르의 책은 꼭 이래야 한다 저래야 한다, 따로 형식이 있는 건 아니겠지만,,, 더 재밌게 쓸 수도 있었을 거 같은데 하는 아쉬움.

잉크냄새 님... 웬걸요~ 많이 사랑했다던데요!!

내가없는 이 안 2007-01-17 15: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파리에서의 생활이 어설펐고, 그래서 많이 아팠다는 부분은, 그래도 공감이 가요. 어설프고 부자연스런 곳에선 꼭 아프게 되거든요. 그게 사랑하는 곳이든 아니든 말이죠. 근데 찬이는 잘 지내요? ^^

2007-01-17 20:26   URL
비밀 댓글입니다.

icaru 2007-01-18 16: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속삭님... 저도요~ 사는 게 아무리 팍팍해도... 세상이 좋아졌는데... 동경해오던 도시에 여행 가는 거 뭐 그리 호사냐 싶고요~

humpty 2007-01-20 15: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별 생각없이 대문에서 제목만 보고는 저 빠리가 아니라 정말 fly를 생각했지 뭐예요. ㅋㅋ

2007-01-20 16:44   URL
비밀 댓글입니다.

icaru 2007-01-22 10: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당신은 동물(곤충포함) 애호가라서~ 그런겨...ㅋㅋ
 
바람의 그림자 1 잊힌 책들의 묘지 4부작
카를로스 루이스 사폰 지음, 정동섭 옮김 / 문학과지성사 / 2005년 3월
구판절판




그는 과거 속에 사는 사람 같았어요. 자기 추억 속에 갇혀서 말이에요. 그는 개인적인 내밀함 속에서 살았지요. 자기 책 속에서 마치 호화로운 수감자처럼 말이죠.
-266쪽

만일 누군가 그를 파괴하려 한다면 이야기들과 그 인물들을 파괴해야겠지요.

-275쪽



"언젠가 누가 그랬어. 누구가를 사랑하는지 생각해보기 위해 가던 길을 멈춰 섰다면, 그땐 이미 그 사람을 더 이상 사랑하지 않는 거라고."
-282쪽



그때까지 그것이 외로운 사람의 이야기이며 부재와 상실의 이야기였다는 걸 알지 못했다고, 그 때문에 그 이야기와 내 자신의 삶이 혼동될 때까지 나는 그 이야기 속에 피신해 있었다고, 사랑해야 할 이들이 단지 이방인의 영혼에 살고 있는 그림자뿐일 것 같아 소설 속으로 도망가는 사람처럼 그렇게 했다고.
-287쪽



이 삶은 서너 가지이유로 인해 살만하고 나머지는 들판의 비료 같은 거야. 난 이미 바보 같은 짓거리들을 많이 저질러왔어.
-299쪽



돈이란 바이러스와도 같지. 그것을 가지고 있는 사람의 영혼을 부패시킨 다음에는 신선한 피를 찾아 떠나니까. 이 세상에서 명문가는 설탕 입힌 아몬드보다도 더 오래 못 가지. 한창 때, 즉 대략 1880년에서 1930년 사이에 산 가브리엘 학교는 돈 지갑에서 소리가 좀 나는 명문 가문의 최고 도련님들을 받아들였어. 알다야 가문과 그 동료들은 자기와 비슷한 이들과 교제하고 미사를 드리며, 또 자기들이 지겹도록 반복하기 위한 그런 역사를 배우기 위해 이 기숙학교로 몰려 들었었지.
-31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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느티나무 2007-01-16 11: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책 읽으시나요? ㅎㅎ 재미있는 책이었는데, 항상 읽고 나서 시간이 조금만 지나면 줄거리가 가물가물~^^

stella.K 2007-01-16 12: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항상 읽겠다고 해 놓고 여태 못 읽고 있습니다요. ㅜ.ㅜ

잉크냄새 2007-01-16 12: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바람의 그림자라...책보다는 바람의 그림자를 느껴보고 싶네요.

icaru 2007-01-17 08: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느티나무 님~ 머리 모양이 이쁜아가 진복이는 무럭무럭이죠? 2권을 읽고 있는데, 생각했던 거 보다 재밌어서 진도 잘 나가 좋아요!

스텔라님~ 잘 지어논 추리물 땡기실 때 읽으셔요~~

잉크냄새 님 오랜만요!!! 바람요~? 바람에 실려 잉크 향기가 예까지 왔네요~

히피드림~ 2007-01-17 20: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름다운 문장들이네요...
이카루님 잘 계시져?^^;;

icaru 2007-01-18 16: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우 펑크 님 너무 오랜만이유~ ㅠ.ㅜ
 
천 개의 공감 - 김형경 심리 치유 에세이
김형경 지음 / 한겨레출판 / 2006년 12월
평점 :
구판절판


 중3 담임인 동생은 이미 방학이 시작되었어도 마음은 그닥 홀가분하지 않아 보인다. 입시에서 떨어진 아이들의 원서를 써 주어야 하는 것도 그렇고... 어느 날인가는 수심이 얼굴에 가득해서 물어보니 한 아이의 아버지가 자식이 입시에서 떨어지면 다른 지역에 다시 지원하지 않고, 아예 고등 학교를 보내지 않을 생각이라고 했댄다. (이 아버지는 딸아이가 공부를 못한다고 애를 심하게 때려서인지, 아이에게는 멍이 가실 날이 없으며, 어딘가 늘 멍하니 정신을 놓고 있거나 속없이 배시시 웃는다고 한다.)

그 동안은 아이의 어머니와 상담을 했었는데, 지난 신정에는 집에 방문한 친인척들을 등에 업고 엄마가 넌지시 ‘딸아이가 다른 지역에 원서를 넣어야 할 것 같다고, 이 지역(과천안양)에 넣으면 떨어질 거라고 선생님이 전하더라’는 말을 했었나보다.

그러자 되려 친인척들 다 보는 앞에서 아이를 뺨과 몸을 무차별적으로 때리기 시작했다고. 그러면서 만약 아이가 선생님이 하는 말과 달리 학교에 붙기라도 하는 날엔 떨어질거라고 말한 담임도 가만 놔두지 않겠다고 했단다.

 

동생은 이 아버지를 어떻게 설득하여, 아이를 고등학교에 보낼지 고민하였다.


“아버님, 정신 분석가에게 상담 한번 받아 보시라고 해.”


딱! 이 말을 해 주고 싶었다.


비단 이 아버지만의 특별히 앓고 있는 질환이라 그런 게 아니고 모든 인간들에겐 마음 관리가 필요하고 자기 치유의 경험을 여러 차례 갖는 것이 중요할 터. 게다가 이 경우 딸과 아내의 관계까지 두루 행복*불행이 엮여 있지 않은가.


아이는 부모로부터 그토록 폭력적인 일을 당해도 분노를 표출하지 못하고(아버지의 학대를 회피하기 위해 가출을 하고 무단결석을 한 적이 있다고 했다.),  분노를 참고 마음 깊숙이 억누른다. 분노를 품고 있기가 너무 고통스러우면 아예 분노가 있다는 사실조차 의식에서 지워버린다.


사실 정도의 차이가 있을 뿐 모든 사람의 내면에는 그런 분노가 있다. 이런 분노 때문에 아이는 전적으로 무력하고 의존적이며 미숙한 생존법을 가진 성장기를 보내게 된다.


내면의 분노는 분석 치료의 출발점 혹은 중점에 두어야 하리라는 생각이다. 내면의 그 분노를 어떻게 처리하느냐에 따라 우리의 삶의 질은 판이하게 달라지니까.


 

억압된 내면의 분노는 생의 에너지를 앗아가며, 일하는 분야에서 능력만큼 성과를 내지 못하거나, 게으르고 무기력한 일상을 영위하거나, 타인을 의심하고 세상을 믿지 못하거나, 냉소적이고 신경질적인 말투를 갖거나, 자신과 무관한 일에서 이유 없이 화를 내는 이유가 된다. 무엇보다도 가장 믿을 만한 사람에게 표출되어 친밀한 관계를 망가뜨리곤 한다.


 

이 책은 분노를 해결하는 방법을 의식적으로 행하는 단계를 보여 준다. 처음에는 자신에게 표현하기 그 단계 다음으로 타인에게 표현하기, 타인에게 표현하기의 좋은 예로 텔레비전 토크쇼에 출연해 대중들에게 자신의 고통스러웠던 과거를 이야기하며 자연스럽게 눈물을 흘리는 이들을 들었다.


모든 인간은 얼룩덜룩하고 울퉁불퉁한 내면을 가지고 있는 불안하고 부족한 존재이지 않은가. 때로는 ‘좋은 사람’이라는 자기 이미지를 적극 포기할 줄 알아야 하고, 순진하고 순수하다는 것이 반드시 좋은 일은 아니라는 것도, 또한 우리가 생각만큼 긍정적인 존재는 아니기에 우리의 부정적인 면을 성숙한 자아가 알아차리고 돌봐줄 필요도 있다. 내면에서 시기하고 분노하는 마음은 성장기에 상처 입은 어린 자기라고 하니까.


내가 나인 것이 좋아야겠다. 주변 정리정돈을 잘 못해도, 엄마 노릇 제대로 못해도, 직장에서 유능하지 못해도 괜찮다. 설령 남들로부터 비난이나 비판을 듣더라도, 남들이 하는 그런 종류의 얘기는 대체로 그들 내면이 투사된 현상이거나 그들의 시기심일 뿐인지 모른다고도 생각해보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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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01-19 23:1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7-01-04 17:29   URL
비밀 댓글입니다.

달팽이 2007-01-21 12: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 님 동생분께서 중학교 교사였군요..
삶의 상처와 갈등은 그 사람이 어떤 위치에 있든지
기본적인 인격과 사랑이 갖추어지지 않으면
해결되기 어렵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온 세상 어떤 사람하고도 공감하고 살 수 있는 마음의 넉넉함이
절실해지는 세상입니다.
그리고 나도 절실해집니다.
새해에는 글로 복 많이 지으시기를...

2007-01-15 08:0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7-01-15 11:4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7-01-19 22:0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7-01-19 23:17   URL
비밀 댓글입니다.

야클 2007-01-20 12: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안녕하셨어요? ^^

마이리뷰 뽑히신 거 축하드려요.

프레이야 2007-01-20 15: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카루님, 당선 축하드립니다. 멋진 리뷰입니다. 나를 사랑하는 법을 배워야겠어요.
담대함과 겸손함을 겸비하고 싶어요.^^

humpty 2007-01-20 15: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 메일에 떡하니 뜨네. 반가워라, 축하축하!!

icaru 2007-01-22 10: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01-19 23:16에 속삭님.
저도 받아볼까 하는 마음은 늘 있는데, 살면서 정말 중요한 것은 내 마음 관리하는 일인 거 같아요. 그리고 고마워요!!

01-04 17:29에 속삭님.
토요일에 아이가 제대로 몸을 뒤집었어요!!! 한시름 놓았네요. ㅡ.ㅡ;;;



달팽이 님. 님도 새해에는 글로 복 많이 지으세요. 늘 한결같으셔서 부럽고, 또 배워야지 한답니다.

01-15 08:06에 속삭 님
어떻게 아셨어요? 그 아버지는 정부청사 고위공무원이래요. 딸이 둘인데, 큰애만 그렇게 잡는다더군요.

01-19 22:08에 속삭 님.
야구의 세계에 포옥~ 빠지셨군요. ㅎㅎ 그 아이는 지금 기아 소속이거든요~ 연고지는 인천인데...ㅋㅋ

야클 님..의 선녀 이야기 잘 읽고 있어요.
추어탕과 장어구이였던가? 저도 좋아하는 메뉴인데 ^^

배혜경 님!!! 저도요~ 참, 이기회에 드리고 싶은 말씀...님의 “옆지기사진이 물고 온 짧은생각” 페이퍼 너무 좋아요.

humpty! 자네에게 제대로 한턱 내야 할듯헌데~~~

Kel 님! 고맙고, 또 반갑습네다~ 거의 1년만이어요. 이렇게 댓글을 보게 된 지가....

2007-01-22 19:50   URL
비밀 댓글입니다.

stella.K 2007-01-23 15: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앗, 이제야...늦었지만 축하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