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은 당신 아이의 첫 번째 선생님입니다
라히마 볼드윈 댄시 지음, 강도은 옮김, 한국슈타이너교육예술협회 감수 / 정인출판사 / 200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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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기 낳기 전에는 아이가 태어나면 해주고 싶은 게 참 많았다. 그러나 아이가 태어나고 나서 금방 파악해버렸다. 난 그렇게 열혈 엄마가 될 수 없으리라는 것을.

부모는 누구인가. 다른 그 어느 종보다 연약한 생물체를 보살피는 시중꾼 아니던가. 더구나 갓 태어났을 때야 말로. 이로 인해 부모라는 존재는 단순히 걱정과 불안, 두려움 등에 자신의 양육 에너지를 소진시킨다.

비슷한 월령의 아기는 뒤집기를 했다던데, 아기 체육관 가지고 잘만 논다던데... 우리 아기는 뒤집기에는 관심은 커녕이고, 아기 체육관은 아예 무서워하는 기색이 영력...

늦되는 건가? 혹시 문제가 있는 건가? 하면서 종종 두려움을 느끼지 않아도 될 대상에 두려움을 느끼고는 한다.

많은 책을 읽은 것은 아니지만, 꽤 나름대로 몇몇의 육아서를 읽었는데 다른 분야의 전문가들과 마찬가지로, 전형적인 육아 전문가 역시 자신에 대해 과도하게 확신하는 경향이 있었다. 전문가들은 대개 문제의 어느 한 측면을 부각시켜 관점을 단단히 할 뿐, 다양한 각도에서 충분한 논의를 펼치려 하지 않는다. 아무래도 신중하거나 조심스러운 주장을 펼치는 전문가는 그다지 주목을 받지 못하기 때문일 것이다.
마치 자신의 소박한 이론이 사회 통념으로 바뀌기 바라기 때문에 뻔뻔해질 필요가 있음을 의식하는 듯했다. 어디서 읽은 구절이 생각났다. 독자들에게 호소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대중의 감정을 개입시킨다던가. 감정은 합리적 논증의 적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러한 감정 중에서 다른 어떤 것보다 큰 힘을 발휘하는 것이 바로 두려움이다.

부모만큼 전문가가 만들어 내는 공포를 잘 받아들이는 사람은 없을 것이고, 사실 두려움은 육아라는 행위의 주요 구성 요인일터다.

이 책은 아이를 잘 기르기 위한 육아책의 범주에 드는 책이지만, 현대 사회에서 성공할 수 있는 영리한 아이를 키우는 지침을 제시하는 류의 단도직입적인 책은 아니기에 충분히 공감은 했지만 고통도 따랐다. 아이에게 이렇게 해 주면 아이가 행복하겠구나! 하는 많은 깨달음도 주었다. 그러나 항상 아이와 함께 할 수 없어서, 아이를 기르는 기쁨을 내가 온전히 맛볼 수 없으리라는 것 때문에. 

아이의 첫 번째 선생님인 우리는 물론 아이에게 사랑과 따스함, 안정과 리듬, 흥미와 열정적인 생명력을 제공해야 할 것이고, 그러면서 만나는 여러 딜레마들을 겪으면서 이것을 통해 나를 성장시키고 나를 점검하는 시간으로 삼아야 할 것이다. 부모 노릇에 대해 거의 아는 바가 없던 나도 지금은 조금씩 배워 가고 있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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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12-20 17:3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6-12-21 09:46   URL
비밀 댓글입니다.

미설 2006-12-21 13: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파악이 넘 빠르셨어요^^ 저도 열혈엄마 보면 부럽기도 하고 가끔은 왜 저러나 싶기도 하고... 나랑은 다른 인종인가 싶은 생각도 들면서 아이들이 제법 크고 나니까 왜 그때 난 그렇게 못했지 하는 후회도 살짝 들더군요. 뭐 사는건 후회의 연속이라니까...(얘기가 영 다른 길로 샌 듯한)

icaru 2006-12-21 16: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속삭 님.. 넵..자주 뵈어요~

속삭 님.. 조카가 만 세살? 이죠~ 남자아이 키우는데는 또, 비덜프 책이 많이 공부가 될 것 같더라고요. 님덕분으로 알게 된 비덜프 선생 ^^

미설 님. 기냥.. 본능적으로 파악이 되더라는 ㅋㅋㅋ
미설 님은 열혈엄마와는 다른 차원의 자애로운 엄마신데~

미설 2006-12-21 22: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흐억. 자애롭다는 말에 웃다 넘어질 지경입니다. 방금도 애들 재우면서 알도한테 얼마나 모진 말을 해가며 재웠는지요. 잠든 애보고 반성하고 머리 쓰다듬어봤자 다 소용없다는 걸 알면서 잠깐을 참지 못하고 말아요. 다 수양이 부족한 탓이죠 뭐-_-;;

icaru 2006-12-22 17: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ㅋㅋ 그림이 그려지는 거 있죠~
자애로운 거 맞아요... 미설 님이 아는 자애와 내가 아는 자애가 쫌 다른가 어쩐가..
 
노란 코끼리
스에요시 아키코 지음, 양경미.이화순 옮김, 정효찬 그림 / 이가서 / 2006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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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를 끌어가는 화자 나는 초등학교 5학년의 남자아이이다. 이 가족은 아빠가 다른 여자와 살기 위해 집을 나간 상황. 어린 딸과 초등학생 아들을 둔 엄마는 먹고 살기 위해 처녀 시절 하던 잡지사 일을 프리랜서로 되살려 하고 있는데, 다른 엄마들처럼 야무지고 억척이 아니라 일도 서툴고 덜렁대기까지 한다. 그래도 이 서툰 엄마는 크고 작은 사고를 치면서도 오래 풀이 죽어 있는다든지 낙담하지 않는다. 풀이 죽어 있다가도 금방 일어선다. 그래서 이 엄마 때문에 읽는 내내 더불어 힘이 났다.

‘노란 아기 코끼리’ 라는 애칭을 붙인 차를 구입하여 자가 운전을 하면서 몇 가지 황당한 에피소드를 겪게 되었지만, 오히려 이런 일들이 자칫  놀란 고슴도치처럼 몸을 동그랗게 말고 움츠려들기 쉬운 싱글맘 엄마에게 가슴 펴고 씩씩하게 살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해 주었다. 
 
“사실 이 노란 아기 코끼리는 엄마에게 큰 도움이 되었어. 우선 세상을 보는 눈이 넓어졌거든. 선뜻 어디로 떠나볼까 하는 마음이 들었으니까. (중략)
그리고 비참한 마음도 사라졌고, 엄마는 노란 아기 코끼리를 타고 있을 때면 늘 기분이 좋았단다. 엄마 노릇도 잘 못하고 아내로서도 부족했지만, 복잡한 도로에서 다른 차량의 물결에 섞여 함께 달리다 보면, ‘어떼, 나도 남들에게 뒤처지지 않고 잘하잖아’ 하는 기분이 들었거든. 엄마가 그럭저럭 생활을 꾸려 갈 수 있었던 건 모두 이 노란 아기 코끼리 덕분이야. 물론 앞으로도 사람들에게 이런저런 폐를 끼치게 될지도 모르겠지만, 우리도 남에게 의지하지 말고 어떻게든 씩씩하게 살아가야 해.“

내후년에 중학교에 입학하는 딸을 둔 아는 언니가 학군이 비교적 좋다는 지역으로 무리하게 이사를 했다. 이유는 지금 살고 있는 지역의 공립 중학교들은 황폐해져서 비행과 교내 폭력의 소굴인 모양이라나. (사립이든 공립이든 애들은 매일반 아닌가.)

이 책에도 나온다. 엄마의 친구이자, 주인공 친구의 엄마이기도 한 아줌마가 굳이 사립 중학교에 딸(친구)을 진학시킬려고 무리하게 학원 교육을 시킨다.

엄마는 친구에게 “왜 꼭 사립 중학교에 가야 하냐”고 하다가, 노란 코끼리를 타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아들에게 “너도 내년에 사립 중학교에 시험 쳐 볼래?” 한다. 큭.. 어느새 영향을 받은 엄마.

아들이 공부라면 딱 질색이라면서 싫다고 정색을 하자, 엄마는 웃으면서 “그래 공립중학교면 뭐 어때. 학생들 모두가 비행과 교내 폭력을 일삼는 것은 아닐 텐데. 사립도 마찬가지야.” 라고 말한다. 아들이 다시 “어쩜 내가 제일 먼저 학교에서 주먹을 휘두를지도 몰라요.”하고 절반은 진심을 담아 말했는데 엄마는 “그래도 그게 가정 폭력 보단 낫다.”하고 말하며 웃는다. ^^ 정말 낙천적인 엄마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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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 - 영국 BBC 다큐멘터리, 행복 전문가 6인이 밝히는 행복의 심리학
리즈 호가드 지음, 이경아 옮김 / 예담 / 200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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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사람은 왜 태어날까. 노랫가사처럼, ‘사랑받기 위해서 태어났을까.’ 사랑받으면 왜 좋아? 행복하니까 좋지.
나는 행복할 자격이 있고, 행복은 내 인생에서 가장 우선 순위를 두고 싶은 항목이다.
하지만 나는 성격 급한 비관론자이다. 비관론자라서 행복할 수 없다. 없다, 라고 못박아 말하고 있는데, 사실 나는 뭐든 어쩔도리가 없다고 규정 짓는 게 싫다. 일테면 성인이 되어서 그의 인생관을 결정짓는다는 유아기의 트라우마 같은 것. ‘유년 시절을 잘못 보내면, 성인이 되어 인성에 문제가 있다’ 식의 말들. 꼭 그런 건 아니며, 설령 그렇더라도 좋아질 여지는 충분이 있는거다. 

우리가 살면서 힘든 일과 부딪칠 때, 고통을 두려워하거나 피하지 말고, 정면으로 겪어내고 나면, 정신적으로 부쩍 성장을 이루듯이, 행복이라는 감정도 연습할수록 느는 일종의 습관 같은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습관? 음 기술이랄까, 돈으로 살 수 없는 행복의 진정한 요소에 눈뜰 수 있는 ‘기술’이 있고, 이것을 겪어내는 수단은 분명 “배움”일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이 책을 읽었다.

행복에 이르는 기술을 15가지를 키워드를 가지고 풀었다. 친구, 돈, 일, 사랑, 성, 가족, 아이들, 음식, 건강, 운동, 애완동물, 휴가, 공동체, 미소, 웃음, 종교, 나이.

공감 가는 부분에는 밑줄을 박박 그으며 읽었는데 책을 다시 훑어보니, 웬걸 “돈”에 관한 챕터에 제일 많이 밑줄이 죽죽 그어져 있다. 읽을 당시에 금전적인 문제로 가족들과 신경전을 치뤘던 것이 여실 반영이 되었나보다.

친구가 속을 썩일 때는 “친구”에 대한 부분을, 아이와 마찰이 있을 때는 “아이들” 부분을, 곁에 두고 그때그때 이 책에서 실마리를 얻어와도 좋겠다 싶다. 

가장 열심히 읽었던 “돈”에 관한 부분으로 돌아가 이야기를 하자면, 돈과 지위를 얻기 위한 경쟁은 제로섬 게임이다.

연봉이 올라가서 기쁘다가도 동료가 자신보다 더 많이 받는다는 사실을 알게 되는 순간 기분이 나빠지고 마는 것이다. 순위, 성적표, 광고처럼 비교할 대상이 많을수록 불행은 더 커진다. 그 결과 우리는 친구나 이웃 혹은 동료보다 더 많이 가지려는 목표를 중요하게 여기게 된다.

실제로 내가 잘 아는 K양이 그랬다. 누구라도 다음 상황에서는 고민을 하고 상처를 받으리라 여겨진다. 동종업계 다른 회사에 다니는 대학 1년 후배가 개인사정으로 일을 그만두면서 K양에게 자기 후임으로 와 달라고 부탁을 했단다. 그런데 그 후배가 받던 연봉이 지금 회사에서 K양이 받던 연봉보다 훨씬(500만원 정도?) 많았나 보다. 연봉뿐만이 아니라 회사 복지나 여러모로 더 괜찮았나 보다. 그래서 K양은 후배의 제의를 수락하고, 그 쪽 사무처장과 면담에 들어갔는데 연봉을 이야기하면서 사무처장은 전임자였던 후배보다 약 100만원 가량 적은 금액까지 제시를 했었나보다.  K양은 지금 있는 곳보다 400만원의 돈을 더 받을 수 있었지만 후배보다 100만원 덜 받고 간다는 사실에 상처를 받고 그 곳으로 옮겨야 할지를 심각하게 고민중이었다.
 
돈에 너무 연연하는 거 아니냐고 말할 수도 있을텐데 우리들 누구나 이 상황이 되고 보면 저런 불행한 느낌에 빠지게 될 것이다.  돈은 여러 가지 면에서 중요하다 그러나 시간이 지남에 따라 우리는 돈 때문에 불행해지고 불만은 커지고 만다. 특히 자신의 소득과 남의 소득을 비교할 때 더욱 그렇다. 물론 남보다 돈이 많으면 더 행복하다. 하지만 그것은 소유한 부의 절대적인 규모 때문이 아니라 단지 남보다 더 가졌기 때문이다. 남보다 적게 가진 사람들은 그 사실로 인해 상처를 받는다. 소득 경쟁은 승자를 더 기쁘게 하는 반면 뒤처진 사람들을 실제보다 훨씬 불행하게 만든다.

삶에서 의미 있는 일이 아닌 돈을 좇는 태도는 불행으로 가는 길이다. 돈으로 살 수 없는 행복의 진정한 요소에 눈뜰 수 있다면 변화의 잠재력은 무궁무진하다. 돈으로 소유할 수 있는 것들에 점점 더 많은 시간과 노력을 쏟아붓느라 우정을 키우고 타인을 도우며 정신적인 면을 성숙시키는 활동이나 인생의 진정한 목표를 도외시하는 삶을 사는 건 참 어리석은 일일터다.

이 책을 보아도 알 수 있듯이, 인간을 실제로 행복하게 만드는 것들을 살펴보면 그것이 너무 사소해서 놀라움을 느낄 것이다. 일에서의 성공, 일확천금, 권력이나 명성을 얻는 일 등 거창한 것이 아니라, 편안하고 친밀한 가족 공동체 사랑하는 사람과의 사랑, 쾌적한 환경, 사람에 대한 신뢰 스트레스가 적은 출퇴근처럼 훨씬 단순한 것이다.

또한 인생은 경쟁이 아니라는 점을 기억해야겠다. 완전한 행복은 남들과 비교할 때가 아니라 더 높은 목표나 기준에 도달할 때 얻을 수 있다. 즐거운 인생은 스스로 창조해내야 한다. 다른 사람의 방법을 그대로 한다고 얻을 수 있는 것이 아니다. 현재를 즐기면서 미래를 계획하고 과거에 너무 집착하지 않으면 보다 행복해질 수 있고, 그리고 무엇보다 나 자신을 사랑해야 할 것 같다. 만약 자신의 가치에 대해서 의문을 품고 있다면 자신을 소중히 여기고 인정하는 것을 배우야 할 것이다. 배워야 한다. 가만히 있으면 찾아오는 것이 행복이 아니기에. 


77쪽
꿈은아무관계도 없는 → 꿈은 아무관계도 없는

201쪽

13. 사람이 아닌 섹스를 거절하라 → 사랑이 아닌 섹스를 거절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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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12-14 17:20   URL
비밀 댓글입니다.

심상이최고야 2006-12-15 01: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행복은 일종의 연습, 기술과도 같다는 님의 말에 동감합니다. 최근에 빚을 지게 되어 '돈' 좀 많았으면 좋겠다 생각했는데 님의 글을 읽으니 연연해 하지 말아야 겠구나! 그런 마음이 듭니다.

icaru 2006-12-15 10: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속삭 님.. 책에 나온 저 오타~ 처음엔 동물과 사람이 ...는 안 된다. 로 이해했다가 그 다음 설명보니까.. 그게그게 아니었던거죠..
그 소설가 이야기. 에휴~ 꿈을 쫒는다는 게 그렇게 눈물나는 일인지라...
애엄마 되는 것은 금방이네요. 작년 이맘 때까지도... 예측 못했던~ㅎㅎ

심상이 최고야 님.. 저도 본의아니게(?) 빚이 좀 있는데, 너무 연연하지 않기로 했어요. 대신 다른 부분에서 즐거움을 느껴볼까 하고요~ 그나저나 복이도 무럭무럭 잘 크죠?

2006-12-15 14:04   URL
비밀 댓글입니다.

icaru 2006-12-16 10: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야말로 자폐적인 성향이 농후한데~ 그 속에 고치를 틀고 들어앉아 있으면서 평화를 느낄 때도 있고, 다른 무엇과도 견줌의 대상이 되지 않고, 그 안에서 평화를 찾는거 ... 그거 말씀하시는 거죠?
그나저나 노다메 칸타빌레.. 들어는 봤는데, 님의 말씀 중에 나온 책이면 아주 쏠깃해진다니까요. 퇴근길에 대여점에서 빌려 놔야지 ㅋ

2006-12-16 11:09   URL
비밀 댓글입니다.
 
퍼레이드 오늘의 일본문학 1
요시다 슈이치 지음, 권남희 옮김 / 은행나무 / 200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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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레이드>는 같은 집에 사는 다섯 명의 동거인들이 차례 차례로 화자가 되어 스토리가 진행되는 구성으로, 화자가 바뀌어서 같은 시간대로 되돌아가 다른 시점에서 이야기를 하는 방식이 아니라, 시간은 계속 흐르고 이야기도 진행된다.

이 소설 속의 동거인들과 나의 직장 인간 관계와 유사한 점.

- 싫으면 나갈 수밖에 없다. 그러나 있을 거라면 웃으며 생활할 수밖에 없다. 물론 인간인 만큼 모두들 선의와 악의를 동시에 가지고 있을 것이다. 아마 미라이도 나오키도 요스케도 여기서는 모두 선인인 척 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이런 걸 두고 '계산된 교제' 라고 하는지도 모르겠다. (94)

다른 사람 앞에서 그런 센티하고 심각한 면을 내보이고 싶어 하지 않으면서 타인들의 요구에 맞추어 어떤 행동이나 태도를 취하는 일종의 가면 같은 것을 쓰게 되는 것은 자신이 특별히 위선적이어서가 아니라 어쩌면 이 사회 생활이랄지 공동 생활은 그런 것들(진짜 얼굴, 진정한 속내)을 끌어 들이지 않아야 지속 가능하기 때문에 그런 건지도 모르겠다. 이야기 하고 싶은 게 아니라 이야기 해도 괜찮은 것만 이야기하기 때문에 이렇게 순조롭게 살아갈 수 있는지도.

그러나 보여지는 '나'에만 치중하여 진정한 자기로부터 소외되면, 결국 어떻게 흘러는가를 보여 주는 것이 바로, 이 소설의 뒤통수 때리는 반전이라고 해야 할까.  


어쨌거나 자기 짐을 다 풀어서 부려 놓지 않고, 언제든 떠날 수 있는 가방을 한 켠에 두고 사는 것. 뭐 그런 거지.
 
 나 떠난다고 당신들 나무라지 마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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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12-13 17:54   URL
비밀 댓글입니다.

icaru 2006-12-14 09: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책은 읽지만 리뷰는 쓰지 못하는 날들이었거든요.... 리뷰 쓰기 왜 그렇게 어렵나요?
웃으실지 모르겠지만, 캬- 저걸 써놓고 나름대로는 해냈다는 성취감이 들었다는 거. (내용은 완전 무시하고요--)
근데 저 책 님은 예전에 읽으셨군요!

잉크냄새 2006-12-14 11: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직장인이라면 공감할만한 부분이네요. 근데 전 뒷통수에 반골의 기질을 타고난지라 좀 버티는 편입니다요~~~

2006-12-14 18:33   URL
비밀 댓글입니다.

반딧불,, 2006-12-14 23: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흑흑..저는 아예 절필 상태여요..ㅠㅠ;

icaru 2006-12-15 10: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잉크냄새 님은 반골 기질이 매력이시죠~ 뭐~ 글쎄나~ 저도 버티는 건 잘 하는데... 더불어 뜨네기 기질도 좀 있거든요 ㅋㅋ

속삭 님 앗!!

반딧불 님 얼렁 절필을 풀어주세요...!!

픽팍 2006-12-16 01: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나'에만 치중하여 진정한 자기로부터 소외되면, 결국 어떻게 흘러는가를 보여 주는 것이 바로, 이 소설의 뒤통수 때리는 반전이라고 해야 할까.
이 말 완전 대박 공감입니다. 이렇게 글 잘 쓰시면서 무슨 소리 하시는지
전 갠적으로 요시다 슈이치 좋아하는데 그 이유가 현실을 과장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 보여준다고 할까요? 어떤 특정한 태도가 없다는 점이 무척이나 마음에 들어요 ㅋ

icaru 2006-12-16 10: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요시다 슈이치 작품은 지금껏 두 개 읽었는데... 음~ 저도 이 사람에게서 매력을 느껴요... 다음엔 동경만경을 읽어볼까 하고 있답니다. ㅋ

픽팍 2006-12-17 11: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동경만경도 재미있습니다. 동경만에 대한 묘사가 압권인 책이지요. 드라마로도 나온 걸로 알고 있는데 저는 책으로 봐서 드라마는 안 봤지만 암튼 장소묘사가 상세한 듯함다. 갠적으로는 일요일들을 강추하고 싶네요 ㅋ

icaru 2007-01-04 11: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일욜들 ㅋㅋ 은 읽었어요~
 
아직도 가야 할 길
M.스캇 펙 지음, 신승철 외 옮김 / 열음사 / 2007년 3월
절판


어떤 부모들은 아이들을 훈련시킬 목적으로 '버리고 간다'는 위협을 공공연하게 사용하곤 한다. 그런 부모들이 아이들에게 주고자 하는 의미는 대개 이런 것이다.

"내가 하라는 대로 하지 않으면, 나는 너를 더 이상 사랑하지 않을 테야. 그게 무얼 의미하는 것인지 알겠지? 자, 그렇다면 이제 네가 해야 할 일은 뭐지?"

이런 부모가 시키는 대로 하지 않을 때 오는 결과가 무엇일까? 어린아이에게 있어서 그것은 버림받는 것이고, 죽음을 뜻하는 것이다.

이런 부모들은 자기 아이들을 조종하고 지배하려고 사랑을 희생시키는 것이고, 그 대가로 아이들은 장래에 대해 엄청난 공포심을 갖게 된다. 이런 아이들은 심리적으로 늘 버림받았다고 느끼기도 하며 세상이 안전하고 보호받을 수 있는 장소라는 믿음 없이 성인이 된다.

-p.32쪽

우리의 문화권 내에서는 누구나 다 약간은 남을 사랑하는 마음을 갖는다. 그러나 많은 경우 이것은 진정한 사랑이 아니다. 따라서 나는 사랑하려는 욕구 자체는 사랑이 아니라고 결론짓겠다. 사랑이란 행위로 표현되는 만큼만 사랑이다. 사랑은 의지에 따른 행동이며, 의도와 행동이 결합된 결과다.
-p.115쪽

어떤 경우에(모든 경우에서는 아니고) 사랑에 빠지는 행동은 일종의 퇴행이다. 사랑하는 사람과 하나가 되는 경험은 우리가 아기였을 때 어머니와 하나가 되었던 기억과 같은 것이다. 이런 일체감과 더불어 우리는 어렸을 때 성장하면서 뼈아프게 포기해야만 했던 전지전능함을 다시 경험하게 된다.

모든 일들이 가능해 보인다. 사랑하는 사람과 하나가 된다면 우리는 모든 장애를 극복할 수 있다고 느낀다. 우리는 사랑의 힘이 복종과 굴복과 암흑과 같은 모든 반대세력들에 저항하고 물리칠 것이라고 믿는다. 모든 문제가 극복될 것이다. 장래는 온통 찬란하게 빛날 것이다. 우리가 사랑에 빠졌을 때의 이러한 비현실적인 느낌은, 두 살 난 아이가 자신을 집안에서나 세상에서 무한한 권력을 가진 왕으로 착각하는 비현실적인 느낌과 본질적으로 똑같다.

-p.121~122쪽

일반적으로 성적 행동과 사랑은 동시에 일어날 수는 있으나 근본적으로는 다른 현상이므로 대개는 아무런 관련이 없는 별개의 것으로 발생한다. 성행위 그 자체는 사랑의 행위가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성교, 특히 오르가슴(자위행위에서까지도)의 경험은 크고 작은 정도의 차이는 있어도, 자아 영역이 붕괴되고 황홀감을 준다. 육체적 관계에서 우리가 절정에 도달했을 때는 일시적으로 자아 영역이 붕괴되기 때문에 우리는 애정이나 매력을 갖고 있지 않은 창녀에게도 '당신을 사랑해'라고 하거나 '오, 하느님'이라고 외치게 된다.

-p.133쪽


우리는 지금까지 단순히 꼭 잡고 놓지 않는 것(애착)이 사랑은 아니며, 사랑은 그 애착을 초월한다는 것을 말해 왔다. 이것이 사실이긴 하지만 그러나 사랑은 시작을 위해서 무엇인가 잡는 것(애착)을 요구한다. 우리는 무엇인가 우리에게 중요한 의미를 갖는 것만을 사랑할 수가 있다. 그러나 무엇인가 잡으려면 거기에는 항상 잃어버리거나 거부당할 위험이 있다. 당신이 누군가를 사랑하고 관심을 갖지만 그 사람은 그 사랑을 거부하고 떠날지도 모른다.

어떤 것이든 살아 있는 것을 사랑해 보라. 사람이건, 동물이건, 식물이건 그것은 언젠가 죽을 것이다.

누구든지 믿어 보라. 그러면 당신은 상처를 입을는지도 모른다.

누구에게는 의존해 보라. 그러면 그가 당신을 실망시킬지도 모른다.

애착은 고통인 것이다.

어떤 사람이 만약에 고통을 감내하고자 하지 않는다면 그런 사람은 많은 것들을 삶에서 제외시켜야만 할 것이다. (...) 충만한 생활은 고통을 배제할 수 없다.우리는 삶을 충만하게 살든지 아니면 삶을 완전히 포기하든지 둘 중에 하나를 선택할 수 있을뿐이다.

-p.190~191쪽

모든 삶은 그 자체에 무수한 위험을 내포한다. 사랑하고 살면 살수록 더욱 많은 위험에 직면하게 될 것이다. 일생 동안의 셀 수도 없이 수많은 위험들 중에서 가장 큰 위험은 성장에 따른 위험이다.
-193쪽

내가 인생에서 가장 깊이 절망하고 있던 바로 그 때, 내 무의식속에서 나의 목소리가 아닌 어떤 영적인 신의 계시 같은 목소리가 울려왔다.

"인생에 있어서 유일하게 진정한 안정이라고 할 수 있는 것은 생의 불안정을 맛보는 데에서 발견되는 것이다."
-196쪽

참으로 사랑하는 사람이라면 그렇게 대책없이 비판하고 사태를 일깨우려고 하지 않는다. 진정한 사랑은 다른 사람의 개성과 고유한 특성을 알아 주고 존중해 준다. 정신적인 성장을 촉진하기 위해서는 우선 살 그대로를 당당하게 직면해야만 한다. 생각 없는 비판이나 비난이 진정한 성장에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 것처럼 아무런 말도 해주지 않는 행동도 사랑하는 데는 실패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남편과 아내가 서로에게 최선의 비판자가 되지 않는다면 어떤 결혼도 참으로 성공적으로 볼 수 없다.

-219쪽



확실히 현실적으로 하느님을 둘러싸고 있는 그 주위에는 많은 더러운 목욕물이 있다. 성전들, 종교 재판, 동물 제물, 인간 제물, 미신, 파문, 교리주의, 무지, 위선, 독선, 강직, 잔인, 책 불사르기, 마귀 불태우기, 성무 집행, 공포, 복종, 병적인 죄의식, 정신 이상 등등 그 항목은 거의 끝이 없다. 그런데 이 모든 것이 하느님이 인간에게 행한 것인가 아니면 인간이 하느님에게 저지른 것인가? 하느님에 대한 신앙이라 믿어졌던 것들이 사실은 파괴적인 교리주의에 불과하다는 것은 분명하다. 그러면 인간들이 하느님을 믿는 경향이 있는 것이 문제일까, 혹은 인간들이 독단적인 것이 문제일까? 무신론자를 알고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어떤 신앙인이 자신의 신앙에 대해 독단적인 만큼 그도 독단적일 수 있다는 사실을 알 것이다. 우리가 제거해 버릴 필요가 있는 것은 하느님에 대한 믿음인가, 혹은 독단주의인가?

-p.327쪽

교육 education은 라틴어 educare에서 파생된 단어인데, 글자 그대로라면 '밖으로 드러내다' 혹은 '앞으로 이끌다'의 뜻이다. 즉 우리가 누구를 교육한다고 할 때, 말 그대로라면 그 사람의 마음 속에 뭔가 새로운 것을 넣어 주는 것이 아니라 마음 속에서 무언가를 끄집어내는 셈이 되는 것이다. 무의식 속에 있는 것을 의식의 세계로 옮겨 나오게 하는 것이다. 이처럼 무의식은 모든 지식의 창고였던 것이다.
-p.36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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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딧불,, 2006-11-29 18: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렇게 어려운 책으로 벌써부텀 힘들게 하지 마시고, 쉬운 책들 읽으셔요^^

2006-11-29 23:10   URL
비밀 댓글입니다.

히피드림~ 2006-12-01 21: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좋은 말들이 많네요. 현명하고 지혜로운 엄마 밑에서 자라는 찬이는 분명 행운아일 거예요~^^

icaru 2006-12-07 11: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반딧불 님~ 이 책은 애 낳기 전까지 읽은 건데, 천천히 읽었서 그랬는지 쉽게 써져서 그랬는지... 잘 읽혔고 좋았어요.
단, 리뷰 쓰기는 역부족이더래요. 에휴~

속삭님!!! 축하드려요~ ㅎㅎ

펑크 님.. 에구 넘 오랜만이라 눈물 날라카네~ 고마워요..

2006-12-12 01:18   URL
비밀 댓글입니다.

픽팍 2006-12-16 01: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구절구절이 다 명언이네요. 너무나 좋은 책 같습니다. 이런 책 읽으시는 님도 분명 좋으신 분일 듯 ㅋ

icaru 2006-12-16 10: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픽팍 님!! 오랜만요~ 아직 복무 중이신거죠? 얼마 안 남으신거죠?
예~ 저렇게 좋은 책을 만나면 밑줄 긋느라 정신없어져요 ㅋㅋ 좋은 책 맞아요! 두고두고 보게 될~ 좋은 책 읽고 좋은 사람 되고 싶은 바람은 있는데... 님도 아다시피.. 좀 별개죠 큭

픽팍 2006-12-17 11: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많이 남았어요 아직도 7개월이라는 시간이 제 앞으로 펼쳐져 있답니다
눈물만 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