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국까지 100마일
아사다 지로 지음, 이선희 옮김 / 바움 / 200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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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서 들은 건지 모르겠지만 맞는 말이라고 생각된다. 이 작품은 일본판 <가시고기> 같은 책이라고.
아사다 지로의 작품은 이것이 두 번째다. <장미도둑>에 이은...
이 책 바로 전에 장미도둑을 읽고, 그리고 바로 같은 작가의 이 책을 읽은 이유는 아사다 지로라는 작가가 내게는 천상 이야기꾼 재주를 가진 소설가로 비쳐졌기 때문이고, 재미면에서는 보장을 받을 수 있으리라 생각되어서..

이 책을 읽고 펑펑 울었다는 사람이 더러 있었는데... 그 방식이 좀 대중적(난관에 부딪친 몰락한 인물이 좌절을 딛고 일어선다는)일지 몰라도 읽는 독자들에게는 감동을 준다는 이야기가 되겠다. 

젊은 시절 혼자 직장 생활을 하며 온갖 고생을 마다않고 사남매를 키운 어머니가 자식들이 장성한 후에 심장병으로 병원에 입원하게 되고 병세가 악화되어 가망이 없다는 의사의 진단을 받게 된다. 변호사, 의사, 은행 지점장 부인 등 경제적으로 부유하고 사회적으로 명망 있는 형들과 누나는 어머니를 정성껏 간호하기는커녕 부담스러워하고 있다. 이러한 형제들의 태도에 화가 난 막내 아들이 주인공이다. 이 인물은 잘 나가던 사업을 말아먹은 몰락한 인물이다. 그리고 어머니의 곁에서 끝까지 어머니를 살리기 위해 최선을 다한다. 최선을 다하고도, 더는 할 수 없겠다고 절망하고 있을 때, 그 때마침.... 세상은 그리 나쁘지는 않다고 말하려는 듯... 등장하는 조력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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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피드림~ 2006-06-10 00: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아사다 지로는 한번도 읽어본 적 없는데, 알라딘에서 좋다고 하시는 분들이
많더군요. 젊었을때 야쿠자였다는 경력도 흥미롭고,,,ㅋㅋ

2006-06-10 00:33   URL
비밀 댓글입니다.

icaru 2006-06-13 10: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영화 철도원 보셨어요? 원작자이죠~
근데.. 전 그 영화 .. 되게 피곤한 날.. 극장에서 봤는데... 당근..무지하게 졸며 봤죠 ^^

2006-06-13 17:0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6-06-17 19:12   URL
비밀 댓글입니다.

icaru 2006-06-20 11: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무슨 우연의~ 요즘 표정훈 씨의 탐서주의자 라는 책을 읽었거든요...흐...

8월...기대할께요~! 님 홧팅!!!
 
언니네 방 - 내가 혼자가 아닌 그 곳
언니네 사람들 지음 / 갤리온 / 200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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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 속의 주인공 언니들의 이야기가 참 잘 읽히고, 때때로 전율까지 일게 만드는 것은  이들이 하는 말이 마땅히 타당하고 옳아서도 아니고, 이들이 제기하는 생활 속의 이야기가 신선하고 생경하고 충격적이어서도 아니다.  (사실 어떤 부분은 많이 오버한다 싶기도 하다.)
게다가 이 책에 나온 몇몇 글들은 “아 이건 <이프>에서 읽은 것 같네.” 하는 것들도 있었는데, 잡지 <이프>에서 똑같은 글이 나와서 그런 것은 아니고, 여자들이 겪는 딜레마 라는 것이, 그 속에서 앓는 속내가 동질적인 것이기 때문에 그러리라 본다.

하지만 뭐랄까, 일기장에도 쓰기를 주저하게 되는 것들을 토로하고 있기에 말이다.  일기장에조차도 적기 무엇하다는 것은 그런 비밀스런 이야기가 너무 특별하고 소중해서 혹은 너무 충격적이고 놀라워서 꼭꼭 숨겨 두고 싶었던 것들이라서가 아니라, "편견과 사심없이 진심으로 내 말에 귀 기울여 주는 사람이 없기 때문에 나만의 것이 되어버리는 이야기들--프롤로그에서"이다.

그런 이야기들이 나눌 사람을 만나게 되면서, 가만히 바닥에 내려 놓을 수 있는 것이 된 상태가 바로 이 책 알맹이다.

금기를 떼버리는 이 위험한 이야기들을 보고 있으면, 그것을 털어놓은 용감함에 매료되고, 어느덧 그 용기에 전염되어 있는 나를 만난다. 숨은 욕망을 거침없이 드러내고, 마음껏 분노하고 지혜롭게 삶을 꾸려가는 모습들로 가득 찬 공간에서 사람들은 차오르는 에너지를 만끽한다.                     
                                                           

나도 하나 솔직히 폭로하면, 만약 다시 태어난다면 또 여자로 태어나는 것은 별로다. =.=
자신이 없어서다. 세상이 뭐라던 제멋대로 살 자신이.
외모 중심주의 사회에서,, 자기 치장하고 꾸미는 것을 만족이나 기쁨 혹은 재미로 알기보다는 귀찮은 무엇마냥( 귀찮은 글쎄...치장한다고 능사가 아니라 옷걸이가 좋아야 한다는 이유로 좌절 혹은 포기부터 하는 경향이 나에겐 농후하다.) 여기는 나 같은 여성이 행복할려면 자신의 몸을 사랑하고 원하는 만큼만 치장하는 할 줄 알고, 세상이 뭐라던 제멋대로 살 줄 알아야 할 터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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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레져 2006-06-09 11: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세상에 내 말 들어줄 수 있는 그 귀, 그 귀는 있다가도 없어지고
없어지면 찾아내기 힘들고... 암튼, 그 귀, 스테레오타입만 아니라면 환영해요.

2006-06-09 17:40   URL
비밀 댓글입니다.

히피드림~ 2006-06-10 00: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카루님 리뷰읽고 어떤책인가 구경하고 왔는데요, 인터넷에 올라온 글들도 책으로 묶여져 나오는 세상이네요. 전에 어떤 분이 알라딘에 올라온 좋은 글들도 책으로 묶어져 나왔으면 좋겠다고 했었는데, 우리가 대학다닐때만 해도 그런 생각 못했었는데, 세상이 참 빨리 변하네요.그죠?^^

icaru 2006-06-13 10: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스테레오타입만 아니라면~ ^^
속삭님.. 공연은 좋았어? ~ 거른 리뷰도 많은데... 나에게도 원칙 같은 게 있다우... 특히 h를 통해 입수되거나 알게된 책은 반드시 리뷰화한다!!! 두둥..
펑크 님.. 이 책.. 재밌어요 ^^ 알라딘에 올라온 좋은 글을 모아서라.. 돌아다니다 보면... 몰랐던 그러나 존재하는.... 반짝하는 리뷰들이 많아요~

써니 2006-06-30 16: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얼마전에 시니언니 손에 들려져 있던 걸 봤었는데.. 언니가 빌려줫나봐여?? ㅋㅋㅋ
 
모성 혁명 - 아기를 지키기 위해 모성은 무엇을 해야 하는가?
산드라 스타인그래버 지음, 김정은 옮김, 궁미경.이승헌 감수 / 바다출판사 / 200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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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임신의 경험은 흥분과 기쁨도 있지만, 그 보다는 불안과 초조가 더 압도하기도 한다. 개인적으로 한 번의 실패를 안고 시작한 것이기 때문에 이번에는 임신을 끝까지 유지해야 하고 무슨 일이 있어도 소중한 아기와 만나야 한다는 중압감이 더 커서일수도 있고, 성격적으로 노심초사 좌불안석하는 느긋하지 못한 성격 때문일수도 있을 것이다.

지금 28주하고도 3일째를 달리고 있으니 임신 후반기에 접어들었다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처음에는 한 쪽 배만 유난히 아파서 혹시 자궁외임신이 아닐까 병원에도 가보지 않은 상태에서 몇 날 며칠을 혼자 걱정했고, (임신 초기 5주도 안 되었을 때 그러니까 무척 일찍 산부인과에 검진을 갔다가 아기집이 보이지 않는다는 둥, 자궁외임신일수도 있으니, 피검을 해봐야겠다는 둥의 말을 듣고 충격을 먹었었던 1년 전 봄의 기억 때문에 6주가 지난 뒤에 병원에 가보기로 맘먹었었다.) 3개월 무렵까지는 입덧으로 세상의 모든 냄새와의 전쟁에 돌입하고, 17주 무렵의 혈액 검사(기형아검사) 때는 혹시 정상이 아니면 어떻게~ 하며 결과를 기다리던 일주일은 거의 7년과도 같았다. 20주가 넘어가는데도 태동을 못 느껴서 나만 뭐가 잘못된 걸까. 동동거리고, 26주에 임신성 당뇨 검사를 하니 정상 커트라인에 딱 걸려서 식이요법을 하라는 의사의 지시를 받기까지... 산너머 산이라는 표현은 여기에 쓰는 거겠지 싶다.

이제 80여일만 기다리면 아기와 얼굴을 마주할 수 있을 것이다. 아.......

이 책의 저자는 물론 우리와는 처한 환경이 다르지만. 구체적인 상황은 놀랍도록 감정이입이 된다. 저자의 임신 상황은 그다지 좋지 않았다. 일단 38세의 임신이었고, 생태과학자로서 유독 물질에 노출되었던 경험이 있고, 무엇보다도 암에 걸렸다가 항암 치료에서 쾌유한 경험 등. 그러나 이 모든 굴곡을 지혜롭게 헤쳐나가는 저자를 보면서 느끼는 것이 적지 않다. 그리고 의학 지식이나 산부인과 의사가 들려주기 어려운 많은 이야기들을 해 준다. 

그리고, 임신과 출산 육아의 과정이 자연스럽게 우리 주변의 생태계 및 영향과 함께 흘러 이어진다는 전개 방식상 흥미로운 책이다.

그런데 부작용 하나. 나는 이 책을 읽고나서부터 입맛이 변했다. 조기와 참치 등속을 좋아하는 사람이었던 나는 이제 아예 등푸른 생선을 먹지 않게 되었다. 김이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잘 구운 고등어구이를 면전에 두고, 군침이 꿀꺽 하는게 아니라 '저게 납수은 덩어리인데...' 하는 생각이 먼저들고 보면, 가히 젓가락이 쉽게 가지 않는 ..

모두가 이렇게 조심해서 임신을 하더라도 태아의 건강이 엄마의 영양상의 희생에 의존하는 이런 방식은 사실 말이 되지 않는다. 생선을 먹지 않는 것은 담배나 맥주를 금하는 것과는 다르다. 생선은 좋은 음식이다. 생선은 포화 지방산 함량이 낮고, 단백질, 비타민E, 셀레늄이 풍부하며 혈압과 콜레스테롤을 감소시키는 오메가 쓰리 지방산의 공급원이기도 하단다.

생선살에 존재하는 물질이 태아 뇌의 건강한 발달을 촉진하지만, 인간이 전 세계의 생선을 신경 독성 물질로 오염시켰기 때문에 뇌 성장에 필수적인 지방산을 갖고 있는 생선이 해로운 독소를 갖게 되었다니... 
 
안 먹으면 그만, 이건 아니지 않을까... 참.. 안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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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피드림~ 2006-06-09 23: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얼마전에 tv에서 보니까, 평소에 생선을 많이 먹은 아이들의 머리카락에서 중금속수치가 높게 나왔데요. 자폐의 원인도 정확히 알려져 있지 않지만 자폐아들의 머리카락에서 중금속 수치가 보통아이들보다 많이 높데요. 아토피도 환경병이라고 하고,,,
그나저나 이카루님에 비하면 전 평화로운 임신기를 보냈군요.ㅎㅎ

icaru 2006-06-13 10: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평화로운 임신기를 못 보내는 거 말이죠... 그게 암만 생각해도 성격탓인 거 같아요... ^^

비로그인 2006-06-13 17: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 오랜만입니다! 올리신 글에서 엄마와 아기의 건강함이 느껴져 기쁘네요. 날이 점점 더워지고 있는데, 지치지 않게 잘 드시고, 잘 쉬시구요.
아는 게 병인지, 모르는 게 약인지.... 여하튼 맘 편히 홧팅!

icaru 2006-06-16 10: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냉열사 님~ 아주 가끔씩 얼굴 보여주셔서 너무 감칠맛 나게 하십니다~
하긴 드문드문인 걸로 치자면 저도 그렇구요...
고마워요~ 항상 따뜻한 말 잊지 않으시구~! 에구..
 
지금 이대로도 괜찮아 - 유쾌한 정신장애인들의 공동체 '베델의 집' 이야기
사이토 미치오 지음, 송태욱 옮김 / 삼인 / 2006년 1월
품절


자립이나 사회 복귀는 대부분 이른바 정상인이 주창하고 계획하며 추진하는 것이 아닐까? (...) 조금이라도 정상인에게 다가가는 것, 병을 치료하는 것, 환각이나 망상을 없애는 것, 훌륭한 사람이 되어 의젓하게 제 몫을 하는 것, 그런 이미지가 정착되어 있다. 그러한 모든 것은 "병에 걸려서는 안 된다", "지금 이대로의 당신이어서는 안 된다"라는 메시지를 계속해서 질리도록 발산하는 것이 아닐까? (...) 많은 사람들이 평생 이 병과 함께 살아가야 한다면, 병을 고치라, 정상인이 되라, 이런 말을 계속해서 듣는 것은 그 사람이 평생 "지금의 당신이어서는 안 된다"라는 말을 계속 듣는 일이다. 그런 것이 아니라 병이 있든 없든 "그대로도 괜찮다"는 생활 방식도 있지 않을까?

-p.80쪽

충돌과 만남을 반복하면서 거기에는 어느새 느릿하고 불확실하며 변덕스럽지만 피부로 느낄 수 있는 하나의 ‘장’이 만들어져 있었다. 그것은 결코 강고한 연대로 지탱된 장도, 명석한 이념으로 지탱된 장도 아니었다. 그저 약한 사람이 그 약함을 유대로 연결된 장이었다. (...)
하지만 거기에는 누가 정한 것도 아니고 또 목표로 한 것도 아닌, 처음부터 변함없이 관통해온 하나의 원칙이 있었다. 결코 "누구도 배제하지 않는다"는 원칙이었다. 뒤처진 채 따라갈 수 없는 사람을 만들지 않는다는 생활 방식이다. 애당초 그들 안에는 배제라는 말이 의미가 없었다. 그들은 이미 여러 겹으로, 그리고 몇 번이고 이 사회에서 배제되어 밀려난 사람들이었으니까. 서로가 더 이상 밀려날 수 없는 사람들의 무리가 약함을 유대로 연결되어 결코 배제하지 않고 또 배제당하지 않는 인간관계를 만들어왔을 때, 거기서 나타난 것은 한없는 평등성이라고도 할 수 있는 인간관계였다.


-p.86~ p.87쪽

그대로도 괜찮다는 것은 결코 그 사람을 내버려둔다거나 돌보지 않는다는 의미가 아니다. 그 사람을 그냥 그대로 받아들인다는 뜻이며, 또한 그 사람의 문제나 말썽거리, 사귀기 힘든 그 사람의 성격 등을 남김없이 모두 받아들인다는 의미다. 그것은 실로 성가신 일이다. 품이 드는 일인 것이다. 정상적인 사회에서라면 그런 일은 절대 불가능하다. 정상적인 사회는, 문제를 막고 말썽의 싹을 잘라버리며 불거져나온 부분을 억누르는 등 모든 것을 관리하기 쉽게 하려고 온갖 수단을 궁리해 쌓아올린다.

-p.226쪽


정신장애인이란 누구보다도 정밀도가 높은 센서를 가진 사람들인지도 모른다. 한편 정상인이라는 사람들은 그 센서의 감도가 낮은 것일까? 그 때문에 분발하고 마는 것일까? 아니면 감도가 낮아 인간관계를 애매하게 하고 얼버무리는 것인지도 모른다. 병에 걸릴 수 없는 사람들은, 겉과 속마음을 약삭빠르게 구분해서 대응하고 타인에 대해 가면을 쓰며 어느새 갑옷을 걸치고 있다. 정신장애인은 그런 요령 좋은 생활 방식이 불가능한 사람들이다. 위로 오르고 성공하고 계속 상승하는 것이 당연시되는 이 사회에서 그것을 할 수 없어 뒤처지고 밑바닥에 머물러 있는 사람들이다.


-p.265~266쪽

거기서 살아가는 것은 항상 하나의 질문을 품고 있다.
어떤 부조리로 자신은 정신병이라는 병에 걸렸고, 절망 속에서 여전히 이 세상에 살아 있어야 하는가. 병을 안고 사는 인생에 대체 무슨 의미가 있는가.
프랭클린의 말을 인용.
"이 인생을 살아가는 데 무슨 의미가 있는가"라고 생각해서는 안 되고, "이 인생이 자신에게 무엇을 묻고 있는가"를 생각해야 한다는 말이다.

-p. 281쪽

만약 베델의 집이 절망이 아니라 희망에서 시작되었다면, 그 길은 전혀 다른 길이 되었을 것이다. 구성원은 내일을 믿고 서로를 격려하며 병을 치료하고 생활을 제대로 갖춰 기술을 익혀 일에 도전하고, 그리고 어려움을 극복하고 계속 상승하여 사회 복귀를 이뤄내는 일을 목표로 했을 것이다. 하지만 절망에서 시작된 접근을 정반대 길을 걸으려고 한다. 거기서는 최후에는 죽어야 할 존재인 인간이, 병을 앓고 있으면서도 고생하고 고민할 것을 요구받고, 한 사람 한 사람이 살기 힘든 것을 살지 않으면 안 되며, 약함을 유대로 해 서로 관계를 맺고, 한없이 내려가 넓은 대지에 내려서려고 한다.
절망에서 시작해 깊은 환멸을 빠져나가 오로지 내려가기만 하는 생활 방식이기 때문에 베델의 집에서는 고생이 주어지고 고민이 권유된다. 절망하는 것이 원조를 받고, 병이라는 것이 긍정되며, 그대로도 괜찮다는 생활 방식, 또는 그대로 있을 수 밖에 없다는 생활 방식이 제창된다. 신기하게 아니면 당연하게 그렇게 되는 것일까.

-p. 28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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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05-23 18:53   URL
비밀 댓글입니다.

icaru 2006-05-24 09: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리가 달리 교정쟁이 인가요? ㅎㅎ
단순한 게 가장 어려운 거 같아요...
이 책을 읽고, 아주 조금은... 옹졸해지려는 마음이... 느슨하게 풀리는 느낌을 받았고, 또 그것이 좋았답니다.
 
렉싱턴의 유령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임홍빈 옮김 / 문학사상사 / 200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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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나는 어떤 관계의 어려움을 앓고 있다. 부디 이 글을 쓰고 난 다음에 그런 곤란한 느낌을 떨쳐버리게 되었으면 하는 바람도 있지만, 오늘도 내일도 눈 뜨고 있는  삼 분의 이의 시간을 보내는 그 사람에 대한 이 애매하고 찝찝한 느낌을 어떻게 단박에 떨구나.

그런 애매함에 대해 생각하다보면, 어떤 공식의 단계처럼 그 다음엔 ‘나’라는 사람에 대해 생각한다. 대인 관계에서 ‘나’에게 어떤 결함이 있길래. 하는 그런 여러 복잡다단한 느낌을 안고 맞이하는 주말 하루키의 렉싱턴의 유령을 읽었다.

하루키, 하면 장편이 좋지! 라고 생각했는데..
단편도 참 좋구나! 했던 책이다.
그리고 이런 작품들을 참 좋아하는 것을 보니, 나란 사람도 무척 외로운 사람이야! 하는 생각도 한다.
표제작 <렉싱턴의 유령>도, <토니 타키타니>도 좋았지만, <침묵>을 읽으면서 나는 또 한번 심각해져버렸다.
화자인 오사와 씨에게는 딱 한 번 사람을 때린 일이 있다. 그것에 얽힌 이야기이다. 그가 때린 남자는 중학교 2학년 때의 같은 반 학생 아오키였다. 왜 인지 모르겠지만 처음 보았을 때부터 그 남자가 싫어서 견딜 수 없었던... (오사와 씨는 본래 누군가를 이유 없이 싫어하는 인간은 아니라고 생각했는데 그에게도 그런 상대가 있을 수 있음을 알게 되었다.) 
아오키는 반에서도 눈에 띄었고, 선생님의 귀여움을 받았고 성적이 좋은데 우쭐거리지도 않고, 성품도 시원스럽고 부담없는 농담도 잘 하는 그런 남자였지만, 그 남자의 배후에 보이는 잔꾀와 본능적인 계산벽이 오사와 씨는 못마땅해 참을 수가 없었다.
머리가 좋은 아오키 쪽도 그런 오사와의 심리를 암암리에 알고 있었던 것이다.
그리고는..... 일이 벌어진다. 주인공 오사와 씨가 모함을 당하는 것이다.
  
아오키는 “기회가 올 때까지 잠자코 끈질기게 기다리는 사람, 기회를 포착하는 사람, 사람의 마음을 실로 교묘하게 선동하는 사람.”이다. 사실 무서운 쪽은 아오키가 아니다. 아오키 같은 사람은 어디 어떤 집단에 가든지 한둘 쯤 만날 수 있으니까.

정말 무서운 것은 아오키 같은 사람이 하는 말을 비판없이 받아들이고 그대로 믿어버린는 사람들이다. 말주변이 좋고 받아들이기 쉬운 타인의 의견에 좌지우지되면서 집단으로 행동하는 사람들. 그들은 그런 자신의 행동이 어떤 결과를 초래하든 아무런 책임도 지지 않으니까.

아마, 나도 본의 아니게 백에 한 번쯤?? 아오키처럼 얍실하게 행동했을 때가 있을 것이고, 싫어했던 사람이 파놓은 함정에  피치 못해 걸려든 오사와 같은 입장에 처한 적도 있을 것이고, 말주변 좋은 다른 사람말만 믿고 생각 없이 쉽게 남을 판단해버린 적도 있겠지.
 
그리고 오사와가 당한 이런 일들은 사람을 좋은 쪽과 나쁜 쪽 둘 모두로 인도하는 것 같다. 좋은 방향은 참을성이 강한 인간으로 거듭나는 것일테고... 나쁜 쪽은 사람을 끝까지 신용하지 못하는 것이다. 불신 같은 게 아니고, 뭐랄까. 지금은 내 옆에서 나를 이해해주고 위안을 주는 남편이 언제까지나 평화로운 나의 사랑으로 남을 수 있으리란 보장이 없고, 언제 무슨 흉폭한 일을 계기로 바라지 않던 나쁜일이 급기야 일어날, 그럴 가망성이 없지 않다는 것을 마음 한 구석에서 잊지 않고 기억해 두는 것이다.

나머지 작품들은 생략....

생각보면, 그의 작품엔 뭐 중뿔난 스토리가 담겨 있어서, 누구 앞에서 줄거리를 얘기할 수준의 것들이 분명 아니다. ‘장님 버드나무와 잠자는 여자’는 2년전 <화요일의 여자들>라는 단편집에서 읽었던 것을 또 읽는데도... 읽었었다는 느낌만 날뿐 세세한 것이 하나두 기억이 안 나는 것을 보면 말이다. 커피 잔은 한참 전에 치워졌는데 향은 그 자리에 남은 듯, 여운만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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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딧불,, 2006-05-20 11: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지름질하게 하지 마옵소서;;ㅠㅠ

2006-05-20 11:53   URL
비밀 댓글입니다.

플레져 2006-05-20 16: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왓. 커피 잔은 한참 전에 치워졌는데 향은 그 자리에 남은듯 여운만... 공감해요. 이런 느낌은 자주 느끼는건데 문장으로 쓰지 못했었어요. 훗~ 너무 좋아요.
렉싱턴의 유령, 저도 무척 좋아하는 소설집이에요.
고단백 영양과 감동의 소설집!

히피드림~ 2006-05-21 00: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렉싱턴의 유령이 품절되었다고 해서 조금 아쉬웠는데, 문학사상사에서 다시 나왔나 보네요. 정말 아오키같은 사람도 밉지만 그런 사람의 얕은 수를 알아보지 못하고 그냥 믿고 좋아하는 사람들이 더 답답하죠. 사람은 겉모양보다는 내면이 더 중요한 법인데,,, 요즘 책 많이 읽으시는 것 같아 부러워요.저도 많이 읽어야 할텐데,,,^^;;

icaru 2006-05-22 11: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지름신아! 반딧불 님께 붙어라~!!!

속삭 님.. 요즘 님의 글이 무르익으셨어요~ 재밌게 읽고 있어요. 결의에 찬 뭔가가 느껴지는... !! 힘찬 출발하시길 바랄께요~ 연수도 잘 받으시고요..

플레져 님.. 그러게.. 작년 가을 쯤에였나요.. 님께서 강추하셔서..비로소 나에게 존재감이 느껴지던 책인걸요..

펑크 님. 작년에 구하려고 할 때는 품절이었는데.. 서점서 사고... 리뷰쓸려고 보니.. 다시 나왔네요.. 표지만 바꿔서.. 전엣것은 하루키 옐로사전이랑 표지가 똑같은 하루키 얼굴이 나와 있었죠...
요즘~ 책 많이 읽는다구요? 아휴~ 그냥 말랑말랑한 책들만 들여다보고 있어요... 안 그래도.. 요즘 너무 멍~해서...저에 대해 불만여요... 건망증도 심해지고.. 이것도 예비엄마가 되어가는 과정일까요?

2006-05-23 15:11   URL
비밀 댓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