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p.12
헤르만 헤세는 이런 시를 썼습니다.
인생에 주어진 의무는
다른 아무것도 없다네.
그저 행복하라는 한 가지 의무뿐.
우리는 행복하기 위해 세상에 왔지.
p.38
"이 모두가 하느님의 뜻입니다. 그분의 뜻을 인간인 우리는 알 수 없습니다."
그 말을 들으면서 나는 생각했습니다.
'목사님은 참 좋겠다. 그렇게 간단히 이해할 수 있으니까.'
p.133
영화 <블랙 호크 다운>은 다음과 같은 자막으로 시작됩니다. 플라톤이 한 말이라고 적혀 있습니다.
'전쟁은 죽은 자에게만 끝난다.'

p.70
강자는 더욱 강해지고 약자는 더욱 약해진다. 거역할 수 없는 힘이다. 본능, 이 얼마나 강력한 생명에의 집착인가. 차지하지 않으면 빼앗긴다. (...) 식물사회에 애초부터 평화란 없었다. 그것은 사람들이 지어낸 허구이다. 아니, 몰상식이다.
자신이 살기 위해 다른 것을 파괴하고 심지어 종족을 해하는 일은 무릇 생명의 본성인가. 평화, 힘의 균형이란 허울에 불과하다. 자신들의 삶이 치열하면 치열할수록 평화에 집착하는지도 모른다. 사람들이 평화에 집착하고 숲을 평화로운 곳으로 이해하려는 것은 그만큼 그들의 삶이 치열하다는 반증인지도 모른다.
p.92
동물에게 있어 어느 부위의 손상은 전체 생명에 치명적일 수 있다. 뇌가 죽거나 심장이 잘못되면 동물은 죽어버린다. 전체 생명을 위협하는 기관이 뚜렷이 존재하는 것이다. 하지만 식물에게는 동물에게서와 같이 전체를 위협하는 기관이 없다. 몸의 어디에도 치명적인 조직을 만들지 않는 것, 그리고 어디서나 새로이 시작할 수 있는 복병을 배치하는 것, 이것이야말로 나무가 오랜 세월 지구상에서 살아남을 수 있었던 기본 힘이다.
p.236
남의 자리를 탐하지 않고 주어진 조건에서 자신을 적응시킨다. 나약하고 자기합리적이라 비난하는 이도 있을지 모르지만 때로는 체념과 수긍이 오히려 편안할 때가 있다. 고집은 모두를 긴장시키고 힘들게 한다.
사람이 다른 생물과 다른 점은 지칠 줄 모르는 욕심을 가진 것이라고 했다. 당단풍나무는 모자람을 선택했다.
p.243
잡초라는 말은 다분히 인간 본위의 발상이다. 나름대로 생의 역사를 가지고 생명을 일구는 '잡초'들로서는 심히 기분이 나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