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의 별은 다 라사에 뜬다
강석경 / 살림 / 1996년 12월
품절


"난 처음 인도에 와서 베토벤이나 모짜르트 음악도 들었어요. 테이프를 몇 개 가져왔죠. 그런데 한국에서와 달리 베토벤과 모짜르트 음악이 가슴에 닿아오지 않았어요. 인도 땅과 그 음악들이 어울리지 않는다는것을 깨달았어요. 바하는 그렇지 않아요. 똑같은 감동을 주고 이 땅과 자연에 잘 어울려요. 왜 그럴까요."

"그건 바하의 음악이 우주적이기 때문이 아닐까. 베토벤도 위대하지만 우주적이라 말할 순 없지. 바하는 생명의 풍부함이 넘치는 음악의 광야요. 바하는 작은 시냇물을 뜻하지만 '바하는 바다다.....우리 모두가 언젠가는 돌아갈 곳'이라고 베토벤도 말했어요. 식물이 바하 음악을 좋아한다고 죤이 했던 말을 기억하오? 밀밭에 바하의 바이올린 소나타를 들려주니 생산량이 증가했다는 보고가 있어요. 인도 전통 음악엔 더욱 친화력을 보였다는 말도 했죠? 그러니 당신이 제대로 선택한 거요. 인도 노래를 계속 배워요." -123쪽

이탈로 칼비노의 <반쪼가리 자작> 중에서

완전한 것들을 이것처럼 반쪽 낼 수 있다면 모든 사람들은 그들의 우둔하고 무지한 전체성에서 빠져나올 수 있는 거야. 나는 완전했어. 그리고 모든 것들은 내게 공기처럼 자연스럽고 혼란스럽고 어리석었어. 나는 모든 것을 보고 있다고 생각했지만 그건 껍질이었을 뿐이야. 만약 네가 반쪽이 된다면 너를 위해 좋은 일이야. 넌 완전한 두뇌들이 알고 있는 일반적인 지식 너머의 것들을 이해하게 될 거야. 너는 너 자신과 세계의 반쪽을 잃어버리게 되겠지만 나머지 반쪽은 더욱 깊고 값진 수천가지의 양상을 가질 수 있지. 그리고 너 역시 모든 것을 너처럼 반쪽으로 만들고 싶어하는 자신을 발견하게 될 거야. 왜냐 하면 아름다움과 지식과 정당성은 오직 조각난 것에만 있기 때문이지. -272쪽


댓글(8)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파란여우 2005-08-18 15: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주인공의 사색적인 멋에 또 빠지셨군요.
전 읽은지 오래돼서 기억이 가물가물합니다.
별로 매력 없던 책이었지요. 배경이 너무 시니컬해서요.
이카루님 리뷰에는 어떤 멋진 모습으로 나올지 궁금궁금+.+

icaru 2005-08-18 16: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으하하하...파란여우 님..'또 빠지셨군요' 라고요?
음... 매력은 없으셨군요...
전 정말 재밌게 읽었어요.. 두 자매의 비슷하면서도 다른 삶의 모습하며...
그런데 좀 의외다 싶었던 것은... 책의 뒤에 붙은 작가의 말이었어요...
사람들은 소설가가 소설을 쓰면 그 내용이 다 자전적인 건 줄 아는데.... 그에 대한 항변 같은 거더군요.
음...근데...리뷰로는 안 쓸 듯 한데요 ^^

비로그인 2005-08-18 20: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272페이지에 나오는 말들은, 쉘 실버스타인의 이 빠진 동그라미 이야기와 비슷하군요.

icaru 2005-08-19 18: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아..저도 저 부분 읽을 때 동그라미 이야기 생각했어요... 그걸 쓴 사람이 쉘 실버스타인이군요... 얼룩말이란 시를 썼던? 맞남유?

플레져 2005-08-19 21: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 이 책 있는데...
알라딘의 별은 다 이카루님 서재에 뜨죠? ^^

미네르바 2005-08-19 21: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이 책을 아주 오래 전에 읽어서 기억이 가물가물했는데, 밑줄 친 님의 글을 읽으니 다시 저 문장들이 떠오르네요. 저 책은 책장 구석에 쳐박혀 있군요.

hanicare 2005-08-23 12: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불쑥)이카루님.
...그냥 불러봤어요. 눅진눅진하던 바람이 이젠 서늘하고 보송거리네요. 가을이 올 때면 괜히 마음이 설렙니다.님도 좋은 가을을...

icaru 2005-08-23 21: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하하.. 플레져님 서재에는 별들이 무성하대예~
미네르바 님.. 노트 보면서...저 속에 라사...도 있을법 하다 했어요..^^ 혹시 이탈리노 칼비노의 책도 읽으셨어요?
하니케어 님 의외로 싱거우셔 흐흐.. 그게 매력이실까나..
 
강은일 (해금) - 오래된 미래 (Ancient Futures)
강은일 연주 / Kakao Entertainment / 2003년 11월
평점 :
품절


엄마가 나를 가지셨을 때, 태교라는 걸 하셨는지 모르겠다. 특별히 그런 데 신경 쓰며 살 여유는 없으셨겠지만, 나를 배 속에 담고, 전통의 피리와 해금이 어우러지는 풍악이 있는 장터 같은 델 많이 지나다니셨을 수도 있겠단 생각을 해 본다. 엄마 자궁 속에서의 편안한 느낌이 이랬을 거라는 생각든다. 이 음반의 해금 연주를 듣고 있으면.
 
해금 연주만 좋은 것이 아니다. 마치 든든한 성벽처럼 받쳐 주고 있는 피리와 그밖의 서양 악기랄 수 있는 클래식기타, 어쿠스틱기타. 피아노 등으로 구성된 반주. 이 반주팀은 편하게 다가가 음악을 듣는 사람들과 연주하는 사람이 ‘공감대’를 만드는 데의 중점을 둔 것 같다.  해설을 보니, 이 중 드럼을 뺀 이유는 상투성을 피하기 위함이고, 일렉기타와 키보드를 배재한 이유는 아날로그 사운드에 대한 갈증 때문이라고 한다. 그럴 법 하다.

강은일의 해금 연주에 받쳐 주는 피리 소리가 일품이다. 국악기 반주는 피리, 대금, 가야금을 사용하였지만 그 중 피리가 돋보인다. 피리 음색이 갖는 풍성함은 순도와 개성이 강한 해금의 돌출적 정서를 보완할 가장 적절한 동반자가 맞는 듯하다.

가장 마음을 울리는 곡은 ‘비상’과 표제작 ‘오래된 미래’이다. ‘비상’은 몽금포 타령에서 모티브를 취해서 불규칙적인 무속 장단으로 재구성한 것이라고 한다. 리드미컬한 사운드의 ‘오래된 미래’는 줄풍류 가락이다.

표정적이고 느낌이 강하지만, 부드럽게 아우를 줄도 아는, 시퍼렇게 날이 선 칼날 같은 활대로 치열한 음악을 들려 주는가 싶으면서도 극단적이지 않다. 음악을 듣다가 뜬금없이, '이 해금 연주처럼 살아야 하는데 말이야! '하는 생각을 한다.


댓글(16) 먼댓글(0) 좋아요(4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엔리꼬 2005-08-18 14: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모성애와 안식, 과거와 미래, 삶과 인생이 녹아든 리뷰에 추천 하나!

icaru 2005-08-18 17: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추천해주셔서 고맙습니다. 에구..과한 칭찬이심돠...

비로그인 2005-08-18 20: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복순 아짐 본인은 정작 모르고 계셨군요. 이미 해금 연주처럼 살고 계십니다.

잉크냄새 2005-08-19 13: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유행가 가락에만 귀가 열려있으니..참..
해금 연주처럼 살고 싶다는 열망이 어떤것인지 참 궁금하네요.

icaru 2005-08-19 17: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암....복돌언니한테만 전~ 해금 같은 사람 ^^
아...잉크냄새 님 ...그렇게 산다는 게....그러니까...음..
연주를 함 들어보셔야 해요!!

icaru 2005-08-19 18: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유행가. 유행가. 신나는 노래... 큭..

플레져 2005-08-19 21: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두 좋아해요, 강은일의 해금 연주.
정말 그러네요. 엄마 자궁속에 들어있던 기억나지 않는 편안한 나라의 느낌...

icaru 2005-08-23 21: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플레져 님...이 좋은 음악...님도 알고 계셨다니~
언젠가 한번은 글이 풀리지 않을 때가 오면...이 곡을 틀어놓아보세요...

미네르바 2005-08-24 22: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여기 저기 문외한인 전, 또 할말이 없구요. 엄마 자궁 속의 편안함이 어떤 것인지 알려면 이 음악을 들으면 되는 것이군요. 알았어요. 일단 보관함에 넣어두고, 다음에 사야겠어요. (그런데, 글이 풀리지 않을 때 이 곡을 틀어 놓으면 글이 술술 나오나 보죠? 그럼, 전 일이 풀리지 않을 때 이 음악을 들어야겠어요^^)

icaru 2005-08-25 21: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푸힛...미네르바 님도 ..! 자도 엄마 자궁 속에서의 기억은 없는데...(엄마 자궁 속 문외한 미투!!) 그 속이 젤로 편안했을 거 같단 생각...그러다 보니...
미네르바 샘님은 아이들 땜에 속상하실 때...들으시면 좋겠어요~

jj13 2005-09-05 11: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나 정숙이다.
ㅎㅎㅎ
너도 해금연주 좋아하니?
얼마전에 김애라님 연주 들었는데 좋더라~

icaru 2005-09-06 00: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앗 정숙 여기서 만나니..기분이 이상해~ 김애라 님? 엄 검색해봐야겠당 ^^

달팽이 2005-10-13 22: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성의신씨의 해금 연주곡을 가끔 듣는데...음역이 길고 처량한 선율에 어울리는 해금은 가장 세계화될 수 있는 우리 악기란 말이 이해될 것 같았어요.
피리소리가 해금 선율의 틈새를 어떻게 메꾸어가는지 듣고 싶어요..
이카루님 덕분에 씨디 추천도 잘 받게 되었군요..
감사해요..

icaru 2005-10-18 11: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가장 세계화될 수 있는 우리 악기라~ 아하...끄덕이게 되는 말이네요...
아휴~ 제가 감사합니다. 달팽이 님~

qkqhznls 2007-04-15 22: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ㄲㅑ~ 너무 감동이에요 ㅠㅠ

icaru 2007-04-17 22: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qkqhznls sla wjfkd xhdgktuTrnsdy.

 
스퀴즈 플레이
폴 오스터 지음, 김석희 옮김 / 열린책들 / 2000년 8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이 책을 읽는 것은 폴 오스터의 치기어린(좀 진부한 데가 없지 않고) 데뷔작임을 확인하는 과정이기도 했지만, 오소독소한 글맛은 작가의 초창기부터 다져져 있었다는 것을 알게 하기도 했다.

스퀴즈 플레이 : 야구 경기에서 사용하는 용어로, 주자가 3루에 있을 때 득점과 연결시키기 위해 타자가 기습 번트를 하는 전법을 말한다. 일반적으로 양팀 사이의 점수 차가 적어 매우 긴장된 경기를 하는 경우에 많이 시도한다.
즉 노 아웃이나 원 아웃 상태에서 3루 주자는 타자의 사인을 주의 깊게 살피다가 투수가 공을 던짐과 동시에 홈으로 내닫고, 타자는 그 공을 반드시 번트함으로써 주자가 득점할 수 있도록 하는 작전을 가리킨다.
이 경우 타자는 1루를 밟을 수도 있지만, 비롯 아웃되더라도 희생타로 기록되어 타점을 인정받는다. 야구 외에 카드놀이에도 스퀴즈플레이가 있는데, 으뜸패를 가지고 상대방의 중요한 패를 내놓게 하는 게임 방식을 말한다.               (네이버 지식 사전 중)

주인공은 야구의 스퀴즈 플레이를 보면서 사건 해결의 단서를 얻는데서 제목을 가져왔다.

탐정소설이 그렇듯 복병은 조금은 의외인 곳에 숨어 있었다. 스퀴즈 플레이를 풀어낸 주인공에게 복병이 말한다.

“진실을 알고 싶으면 연락 주세요. 이야기해 드릴께요.” 

그러나 복병과 주인공은 다시 만나지 않으면서 이야기는 끝난다.  난 생각했다. 주인공은 누가 누구를 죽였는가를 풀었냈지만,  그것이 진실이라고 말할 수 없다고.  누가 과연 무엇으로 진실을 말할 수 있을까.

 

그는 재능의 포로였다. 나는 어떤 분야에서 일인자가 되는 것, 특정한 일을 너무 잘해서 그것을 오히려 원망하게 되는 것이 어떤 기분인지를 상상해보려고 애썼다. 채프먼은 한 인간에게 가능한 모든 성공을 이루었지만, 어떤 면에서 보면 그가 성공한 게 아니었다. 성공한 것은 그의 재능이었다. 그의 내부에 살고 있는 일종의 괴물인 그 재능은 자신의 목적을 이루기 위해 그를 도구로 이용했다. 그는 자신과 분리되어 있는 듯한 기분, 자신의 삶에서 소외되어 있는 듯한 기분, 자기는 자신의 행동에 대한 책임을 포기한 가짜 채프먼인 듯한 기분을 느꼈을 게 분명하다. 지배권을 갖고 있는 것은 재능이라는 괴물이었다. 그 괴물은 그에게 모든 것을 주었고, 그리고는 모든 것을 빼앗아 갔다. 그러다가 갑자기 괴물이 살해되었다.   --186쪽


댓글(11) 먼댓글(0) 좋아요(5)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물만두 2005-08-18 11: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재미있었던 작가의 작품입니다^^

히피드림~ 2005-08-18 16: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책에서 옮겨온 문장들이 인상적이네요.
저도 저런 생각한적 있어요. 조수미를 볼때요. (좀 뜬금없나?)

icaru 2005-10-06 00: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물만두 님도 잼나게 보셨군요 ^^
펑크 님..앗 조수미...헐..제대로 가격하셨습니다. 뜬금없지 않어요..

비로그인 2005-08-18 20: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스퀴즈 플레이, 를 유도하는 타자..우어~ 멋있군요. 전 맨날 병살타만 때리니 팀원들에게 원망만.. 쩝.

icaru 2005-08-19 11: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무사만루에 삼진아웃 당하는 씨추에이션보담야!!! ...
복돌언냐...가 울팀원이면 참 좋겠는뎅... 설령 병살타만 연발하두~ 질펀하게 잼나는 사람이 나는 좋당게~

잉크냄새 2005-08-19 13: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스퀴즈 번트하면 떠오르는 사람이 현대야구단 감독 여우 김재박입니다. 80년대 세계 야구선수권 우승당시 김감독의 개구리처럼 폴짝 뛰어오른 스퀴즈번트로 동점이 되고 다음타자 한대화의 삼점홈런으로 우승....야구사 최고의 명장면이죠. 근데 폴 오스터가 추리소설작가인가요?

icaru 2005-08-20 10: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80년대 야구사에 그런 일이 있었구만요... 히햐...그땐 지가 야구를 몰랐어라~
정말 기가막힌 순간이었겠다 함돠~
하루키도 ..야구장 가서 야구를 보다가...그러니까..어느 선수가 2루타를 치는 순간 소설가가 되어야겠다는 결심을 했다더군요...그 순간...뭐에 쨍 했는지...
아...오스터는 추리소설가라 볼 순 없는데... 이 책은 자뭇 추리물 같은 냄새를 피우지요~

플레져 2005-08-19 21: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제 다 올리신거네요? 우와우와~~~
잉크냄새님이 말씀하신 그 명장면 꼬마 플레져는 목격하였답니다 ^^
제가 야구를 얼마나 좋아하는지 모르시죠? 호호~
폴 오스터의 소설에는 늘 추리의 냄새가 나요. 그가 만드는 인물은 모든 것을 다 가졌다 또 빼앗기고 마는... 인물들이 많은듯 해요.
그 밑바닥에 있는 그것의 정체가 무엇이길래 그걸 보게 하려는 의도가 왠지 짠~

icaru 2005-08-23 21: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호...몰랐어요..플레져 님 히야~ 혹시 두산...이건 나중에 쏙닥..
폴오스터 속의 인물들은 플레져 님 말처럼...가졌다가 빼앗겼다가...흠...
바닥을 치기도 하고..하늘을 찌르기도 하고.. 그래...갈 데 까지 가보는거야...하는 것만 같답니다..

미네르바 2005-08-24 22: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야구에 문외한인 미네르바... 할 말은 없고요, 조 위에 인용한 글... 참 멋진 말이네요. 재능에 포로가 되는 것이 행복한 것인가 아닌가 생각해 보았는데, 재능이 없는 저로선 그렇게 포로라도 되보고 싶지만, 또 그게 결코 행복은 아닐 것 같은 생각도 드네요. 그나저나, 님이야말로 1년에 한 365권의 책을 읽지 않나요? 궁금해요

icaru 2005-08-25 21: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릴 적부터친했던 사촌동생이 야구 선수라...시카고컵스에 가 있답니다. (내년쯤 출국한다지만..) 아끼는 사촌동생이 야구 선수임에도 전 야구의 룰도 잘 모르겠고..그러니 좋아하지도 않고 뭐 그랬다지요... 그런데 작년에 처음으로 어쩔수 없이 사람들을 따라 야구장에 갔다가... 야구의 재미를 알게 되었어요... 텔레비전에서 보는 야구하고 야구장에서 보는 야구는 많이 틀리더라구요~
ㅎㅎㅎ 근데...울 미네르바 님..재능이 왜 없어욧!!
조목조목 차분차분 질서정연... 이것도 필시 능력이라구욧!
음.. 저도 그런 생각하지요...포로라도 좋으니..저렇게 재능이라는 게 꽃피울 만큼만 가 보았으면~ 하고요...
 
파이 이야기
얀 마텔 지음, 공경희 옮김 / 작가정신 / 2004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작년 여름 휴가 때 난생 처음으로 배를 타고 멀리 바다 낚시를 갔었다. 그 날 태양은 작렬했고, 바람이 한 점 없어 파도도 잔잔했다. 이런 날 고기잡이를 나가면 물고기가 많이 잡힌다고. 그래서였을까. 배멀미를 약간하는 와중에도 갯지렁이를 미끼로 놀래미를 세 마리나 잡았다. 고기를 낚은 기쁨으로 배속의 울렁느글함이 눈 녹듯 사라지는 건 당연한 수순이었다.


그 이후로 꼬박 1년을 별렀다. 팽팽한 낚시줄에서 고기가 입질을 할 때 느껴지는 손맛을 잊을 수 없었고. 그래서 올 여름에도 배를 타고 바다낚시를 할 계획을 세웠다. 하지만 배를 타게 될 대망의 날 몇일 전부터 날은 흐렸고, 바람은 남서풍이 계속 불어왔다. 서해에서 출어를 나갈 때 남서풍이 불면 배가 뜨기 어렵다고 한다. 맞바람과 높은 파도를 무릅쓰고 항해를 해야 하니까, 배를 타고 바다에 나가던 당일은 여전히 하늘은 구름을 잔뜩 끼고 앉아 있었지만, 남서풍은 좀 자자들어 갔다. 다시 돌아오는 한이 있더라도 일단 배를 띄워보자는 말이 나왔고, 기어이 배를 타고 바다 낚시를 나갔다.


그런데 파도가 그렇게 무섭다는 것을 난생 처음 겪었다. 그동안 나를 물로만 보았냐고 시위라도 하는 것 같았다. 배가 심하게 오르락내리락했다. 파도를 따라 2미터도 더 되게 올라갔다가 떨어졌다가를 반복했다. 같이 탔던 다른 가족들은 바이킹이라도 탄 기분이었는지 환호성 비슷한 소리를 질러댔고, 나는 경악의 비명을 질러댔다. 작은 섬 주변에 고기가 많다고 해서, 배가 멀리까지 나아갔다. 정말 공포스러웠다. 육지와 멀어지는 것이...  그 이후로는 말하지 않으련다. 다른 이들이 고기를 잡기 위해 낚시줄을 드리우고 줄의 감촉을 느끼고 있을 때, 나는 배 한 켠에서 배타기 세 시간 전에 챙겨 먹은 아침밥을 위장에서부터 뿜어 바다 속 물고기들에게 밑밥으로 나누어주느라 정신을 잃고 있었으니까. 내가 멀미를 심하게 하느라 정신을 못 차리고 있던 탓에 출항한 지 채 두 시간도 지나지 않아, 입항했다.    

다시는 바다낚시 간다고 설칠 일이 없을 것 같은데, 또 모르겠다....

 

새로운 세상의 꿈을 품고 캐나다로 이민길에 나아갔지만 배가 표류하고 하루아침에 부모형제 모든 것을 잃은 파이가 느끼는 슬픔과 고통, 아니다 그보다 무서운 건 두려움이었겠지.

상냥한 네가 공포를 만나다니 이건 맞지 않는 일이야. 네가 그대로 죽었다면 차라리 나았을걸. 너를 보니 얼마나 가슴 아리도록반가운지.

때론 성난 듯, 때론 한없이 잔잔한 무섭도록 막막한 망망대해가 배경이다. 그리고 구명보트안에서 위풍도 당당한 뱅골 호랑이 리차드 파크와 지내며 살아남아야 하는 것이 파이에게 남은 숙제다. 이것은 파이가 호랑이 리차드 파크보다 그야말로 심리적으로 우세한 위치에 놓여야 살아남을 수 있는 싸움이다. 그밖에 악조건이 널렸지만, 일단은 급한 것이 한 배를 탄 호랑이를 견제하는 일. 파이가 이 싸움에서 지는 순간, 귀머거리에 장님 후각을 잃은 살덩어리 수준으로 전락하고 만다.

공포심에 대해 천착하게 되었다. 공포심, 그것 공포심만이 생명을 패배시킬 수 있다. 그것은 명민하고 배반 잘하는 적이다. 관대함도 없고, 법이나 관습을 존중하지도 않으며, 자비심을 보이지도 않는다. 그것은 우리의 가장 약한 부분에 접근해, 쉽게 약점을 찾아낸다. 공포심은 우리의 마음에서 시작된다. 언제나 우리는 잠시 차분하고 안정되고 행복을 느낀다. 그러다가 가벼운 의심으로 변장한 공포심이 스파이처럼 어물쩍 마음에 들어선다.
공포심에 대적할 수 있는 것은 무엇인가. 이성? 이성은 최신 병기를 갖추고 있다. 하지만 뛰어난 기술과 부인할 수 없는 여러 번의 승리에도 불구하고, 놀랍게도 이성은 나자빠진다. 우리의 힘이 빠지고 흔들리는 것을 느낀다. 초조감에 끔찍해진다.
인상에 불과한 공포심이 드디어 승리를 거둔다.
이것은 말로 옮기기가 어렵다. 근본을 흔드는 공포, 생명의 끝에 다가서서 느끼는 그것에 대한 말까지도 썩게 만든다. 그래서 우리는 그것을 표현하기 위해 힘껏 싸워야 한다. 거기에 말의 빛이 비추도록 열심히 싸워야 한다. 공포는 욕창처럼 기억에 둥지를 튼다. 그것은 모든 것을 썩게 한다.
절망은 호랑이보다 훨씬 무서운 것이 아닌가. 파이가 아직도 살 의지를 갖고 있다면, 그것은 리처드 파커 덕분이었다.
 
파이는 말한다. “멍청하거나 못생긴 동물과 끝을 맞이해야 했다면 어땠을까? 멧돼지나 타조, 칠면조 떼와 생을 마감했다면”

파이는 그렇게 생을 마감하지 않았다.

난 죽지 않아. 죽음을 거부할 거야. 이 악몽을 헤쳐나갈 거야. 아무리 큰 난관이라도 물리칠 거야. 지금까지 기적처럼 살아났어. 이제 기적을 당연한 일로 만들테야. 매일 놀라운 일이 일어날 거야. 힘들어도 필요하다면 뭐든 할 테야.

그 이후 파이는 어떻게 되었나. 궁금하신 분은 책을 보십시오. 이 책은 ‘희망’을 이야기하는 책입니다. 


댓글(32) 먼댓글(0) 좋아요(59)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비로그인 2005-08-18 10: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죽음 직전에서도 파이는 미모를 따지는군요! (역시 이쁘고 볼 일인가!!) 나 자신을 이겨내는 삶에의 굳센 의지가 본능일 수도, 희망일 수도 있겠어요. 글고 절망은 호랑이보다 더 무서운 것, 에 한 표요. 몸과 마음을 완전히 아작내버리더라구요. 문득 사십대에 들어서 느끼는 절망은 어떤 것일까, 궁금해집니다. 갑자기 초조해지는 느낌..

hanicare 2005-08-18 13: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인간은 품위를 유지해야 하는 동물이란 것이 못내 괴롭더군요.

내가없는 이 안 2005-08-18 13: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카루님의 파이 이야기도 무척 흥미로운데요. 가끔 배를 타고 중국으로 건너가봤음 좋겠단 생각을 해볼 때가 있는데 아직 배멀미를 겪어보지 못해서 그런 편한 상상이 가능한지도 모르겠군요. 리뷰 멋져요. 절망이 호랑이보다 무섭죠. 암요.

인터라겐 2005-08-18 15: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책은 계속 뒷전으로 밀려 있어요.. 앞장 읽다가 자꾸 다른것에 밀려서 말이죠...
빨리 보고 싶단 생각이 절로 들어요..

히피드림~ 2005-08-18 15: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카루님 리뷰가 하도 강렬(?)해서 어떤 책인가 하고 방금 구경하고 왔습니다.
유명한 책인거 같더군여^^;; 영화화도 준비되고 있다고 하고.
위에 이안님 말씀처럼 절망이, 공포가 호랑이보다 무섭죠.^^

icaru 2005-08-18 16: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복돌언니의 사십대에는 어떤 절망이 찾아올까 하는 물음에 저, 감히 이런 대답을 드립니다~ '마음은 미래에 머물고 모든 것은 순간이다..' ----푸쉬킨 '삶' (제대로 '반사'지요?)

하니케어 님... 내가 동물처럼 먹어댄다는 것을 깨닫고 마음이 아팠던 날 내가 얼마나 밑바닥까지 추락했는지 분명히 알았다... 저 이 문장에 밑줄 쫙~ 그었더랬죠...

이안님...전 공포심에 대해서만 좔좔좔 거렸고~ 님은 넓게 아우르셨어요~ 이안 님은 참으로 넓어라~ 배를 타고 중국으로요? 흐아...전 좀 생각해봐야겠슴돠 ^^?

인터라겐 님..제가 딱...그랬어요... 파이라는 이름을 갖게 된 내력에 관한 이야기를 하던 앞부분은...자꾸 중간에 정신이 딴 길루 새는 바람에 읽은 데 또 읽고 그러다가 건너뛰고 막 그랬거든요... 그러던 게 어느새...중반을 달리며...두두두두... 가슴이 뛰더군요...

펑크 님.. 강렬...? 하하 제가 오바이트 한 걸 주저리 썼기 땜에 더..^^?
사마란트 감독의 영화로 나오면...꼭 봐야 할 것 같습니다. ^^

perky 2005-08-19 01: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 이후 파이는 어떻게 되었나. 궁금하신 분은 책을 보십시오. 이 책은 ‘희망’을 이야기하는 책입니다. <- 한참 재밌게 읽고 있는데, 갑자기 이문장으로 끝나니까 더 궁금해져요. ㅎㅎ 아, 정말 읽어보고 싶게 만드는 리뷰입니다. ^^

잉크냄새 2005-08-19 13: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절망보다 더한 것이 좌절이지요. 절망하더라도 한조각의 희망함이 남아있으면 인간은 다시 일어섭니다. 두려움, 공포...그러한 것이 인간을 진화하도록 만들었다는 것은 참 아이러니하지 않나 싶네요. 저도 조만간 파이를 만납니다.

icaru 2005-08-19 18: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차우차우 님..흐흐...다시 보니 저 멘트 좀 웃긴 구석이 있네요~ 마치 책장수처럼 ^^
잉크냄새 님---- 하! 파이 녀석 제게 참 여러 얘기를 들려 주었죠~ 님에게도 그런 책이었음 하네요~

비로그인 2005-08-19 20: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너무.. 좋은 책입니다..;; 그리고 너무.. 좋은 리뷰에요..;;

2005-08-19 21:20   URL
비밀 댓글입니다.

미네르바 2005-08-19 21: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님도 이 책을 읽으셨군요. 지난번 제 페이퍼에 읽고 있다는 글을 보았는데... 정말, 파이는 읽는 사람마다 보는 눈도, 감동받는 부분도 많이 다른 것 같아요. 오랫동안 전 그 책에서 빠져 있었던 것 같아요. 좋은 리뷰에요

2005-08-19 23:12   URL
비밀 댓글입니다.

icaru 2005-08-23 21: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비숍님... 좋은 책이지요~ 마자요 ^^ 아.. 21:20에 속삭이신 님..귀신이야... 리뷰로는 잘 표현할 수 없었지만.. 읽으면서 즐거웠고...어인일인지 모르게 책과 교감하는 뿌듯한 느낌요... 그런 거 있었거든요... 아...인생은 정말 왤케 헤쳐나가얄게 많은건지..조금은 빌어먹을 이지만...푸힛.. 좀 용기를 내서 살아보는거지요 뭐... ^^
흐흐...미네르바 님도~ 그렇게 느끼셨군요.. 십인십색..그러나 우리가 파이 이야기에서 감동을 받았다는 부분에서는 찌르르르 통하지 않았겠나요~

icaru 2005-08-23 21: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23:12 속삭님.. <친절한 금자씨> ㅎㅎ

icaru 2005-08-26 03: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효주 님 오셨구랴...!
맞아요 맞아... 저도 리처드 파커 그 이후에 무지 궁금했는데...좋은 곳...훌륭한 초원(?)에 가서 느름히 잘 살고 있겠죠?
효주 님아...얼굴 좀 자주 보여 주소!

2005-09-01 16:49   URL
비밀 댓글입니다.

히피드림~ 2005-09-01 21: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주의 마이리뷰] 당선 추카추카!!^^

2005-09-01 23:29   URL
비밀 댓글입니다.

icaru 2005-09-01 23: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속삭이신 님들...그리고 펑크 님..정말 고맙습니다. ㅠ.ㅜ

panda78 2005-09-02 03: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 이제사 봤네요. 진심으로 축하드려요--- ^^

아영엄마 2005-09-02 08: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 이카루님, 축하!!축하!!

설박사 2005-09-02 10: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꾸준히 이주의 리뷰에 당선되시네요..축하합니다. ^^

icaru 2005-09-02 10: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하 그러게요...판다 님도...축하드립니당 ^^*...
아영엄마 님 고맙심더... 고등어는 맛나게 드시고 계신 중이시래요?
설박사 님..고맙습니다... 이번에는 눈먼 행운의 여신이 저에게 온 것 같네요.. 에구...남의 말씀 하십니다..

인터라겐 2005-09-02 12: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 저도 오늘에서야 봤어요.. 축하 드립니다..

하루살이 2005-09-02 14: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빰빠빠빰빰빰빰 축하의 트럼펫 소리입니다. 근데 이거 자판 두드리기 힘드네요.ㅋㅋ 님의 당선에 혹 제가 한몫 하지 않았을까 괜히 으쓱^^ 우리 모두 희망을 잃지 말자구요하고 얘기하면서도 한편으론 그 희망의 깊이만큼 떨어질 절망의 늪이 두렵기도 합니다. 으, 성격 나오네 ㅎㅎ.

비로그인 2005-09-02 19: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옷! 저도 지금 봤어요..;;
축하드려요^^

야클 2005-09-02 19: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같은 책을 보고도 전 어째서 이런 리뷰를 못쓸까요? 부럽고, 축하드립니다. ^^

icaru 2005-09-03 09: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인터라겐 님 고맙습니다... 스팀청소기 사용 소감 올려 주셈!! 참고 많이 할께요!!

하루살이 님 흐흐.. 희망의 깊이만큼 떨어질 절망의 늪이라... 크흑..
사는 게 마치 산을 오르락 내리락 하는 거 같단 생각 드네요.. 아무리 평정심을 유지하고 싶어도... 외부의 환경에 따라...기복이 생겨요... 그나저나..님의 덕도 있지요... 그럼요..
속삭님 당신의 행복은 나의 플레져여요...
비숍 님...고맙습니다. 꾸벅! 스키너의 심리상자 열기가 드디어 도착했어요...재고가 없었는지..주문하고 5~6일 만에야 받았습니다.
야클 님 이런 해석도 가능합니다요..정말 같은 책을 읽고도 전 님처럼 재미나게 못 쓰지요~ 부럽고요.. ^^

icaru 2005-09-04 15: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캘리 님 고마워요~ 잘 지내시죠?

humpty 2005-09-07 13: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앗싸, 뒷북!!! 축하축하~~ 사람들 인삿말 남긴거 보고서 뒤늦게 알았구만요.
지금 가방에 저거 들어 있는데, 들어간 지가 언젠데 통 나오질 못하고 있네요. 본격적으로 흥미진진해지고 있는데, 일이며 놀거리며 발목 잡는 게 너무 많네 --;;

icaru 2005-09-07 16: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험프티 그러게...우린 너무 발목 잡는 게 많다...그지?
 








댓글(11)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2005-08-18 01:06   URL
비밀 댓글입니다.

히피드림~ 2005-08-18 01: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것두 수덕사에서 찍으신 건가요? 근데 왜 옥수수를 말리죠?^^;; 사료로 쓰나?

비로그인 2005-08-18 10: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헤헤. 아마 내년에 씨를 뿌리려고 종자를 내려했던 것은 아닐까요?
캬..토실토실한 강냉이를 보고 있자니, 어린 시절 생각이 납니다. 밭에 가서 옥수수 딸 때 똑, 소리가 나면서 한 번 살짝 비틀어주면 그대로 치맛자락 안으로 떨어지거든요. 마루에서 껍질 벗기다 아래를 내려보면 고말고말 기어오는 옥수수 애벌레들이 징그러워 도망치던 기억두 나구요. 저희 엄니는 젊은 시절부터 이가 부실하셔서 손가락을 비벼 알맹이를 털어 드시고, 전 뜨거운 게 싫어 일단 찬물에 적신 후, 갉작갉작 긁어 먹습니다.

내가없는 이 안 2005-08-18 13: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찰옥수수보단 노란 옥수수를 더 좋아하는데요, 이런 말 하면 누군 꼭 그러더라구요. 노란 옥수수는 원래 사료용으로 많이 쓰거든. 입 다물어야죠. 큭.

파란여우 2005-08-18 15: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말려둔 옥수수 네 자루 있슴돠!!
내년엔 많이 심어야 할텐데..그래야 택배로 부쳐 드릴 수 있을텐데..
울 조카녀석은 저 말린 옥수수 알갱이를 보고 진주알같다고 하더군요.

icaru 2005-08-18 17: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속삭이신 님...혹시 옥수수 드시다 체 하신 건 아니구요~? 기억해 봐봐요!!
펑크 님...옥수수는 음...복돌언냐가 말씀 다 해주셨넹... 글구 가루내서 먹기두 한다고... 참.. 물 끓일 때 넣기도 하죠...
복돌안냐 뜨거운 거 잘 못드시는구나... 언제 제가 뜨거운 커피 한 잔 꼭 사드립죠!!

이안 님..하하하... 누군...이 누굴까... 궁금해 죽겠네요~

조카 분 표현 딱이십니다... 알갱이를 보고있노라면 뭐가 연상된다 싶더니...진주알이었어요...

잉크냄새 2005-08-19 12: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상한 이야기지만 저 어릴때 옥수수 가루 주식으로도 먹고 개밥도 하고 그랬어요.
밥위에 얹어 옥수수 빵 만들어 먹고 또 개밥 끓일때 넣어주고....개밥은 제 전문이었어요.

icaru 2005-08-19 18: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ㅎ... 잉크냄새 님 막내셔요? 개밥 주는 거는... 쫄다구가...
훈훈한 이야기네요~

실비 2005-08-20 13: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왠지 시골에서 느낄수 있는 풍경 같아요^^
저거 쪄먹을수 있는거죠?+_+( 먹는생각만 하다가 도망감==3)

sayonara 2005-08-23 13: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옥수수는 소화가 잘 안돼서... 그래서 먹는 즐거움은 모르지만, 님 덕분에 보는 즐거움은 충분히 느낄 수 있네요. ^_^

icaru 2005-08-23 21: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실비 님...아마도요~ 하~ 다 먹고 살자고 하는 일인데요~~~!!
사요나라 님..에구 고맙지 뭐유~ 옥수수는 소화가 잘 안 되는군요... 흠...맛있는뎅..아쉽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