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인생은 영화관에서 시작되었다 시오노 나나미의 저작들 1
시오노 나나미 지음, 양억관 옮김 / 한길사 / 200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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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가 지지부진하게 길어질 것이라는 예감이 든다. 경청할 구절이 많은 책들은 그 감상이 촌철살인으로 압축적이고 강렬하게 정리될 것 같지만 되려 쓰다보면, 이렇게 철철철 넘치게 된다.


......"인간이란 나이를 먹을수록 많이 보고 느껴야 한다. 젊은이의 감수성이란, 정신적인 나태에 빠진 어른들의 일시적인 항복 상태의 징표에 지나지 않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든다. 예민하고 깊은 감수성은 진실로 어른들에게만 허락되는 신의 선물이 아닐까.”


어른 말을 잘 들으면 자다가도 떡이 나온다고 했지. 떡 얻어먹을려고 그러는 건 아니고, 연륜 있는 사람들의 이야기는 그 명쾌한 통찰력 때문에 귀담아 듣게 된다.


시오노 나나미가 자신처럼 생각하기를 강제한 것도 아닌데, 이 작가의 확신에 찬 발언,이 문장의 끝에는 일말의 주저함을 보여 주지 않는 문체에 넙쭉 “소데스까~” 하고 응수해줘버릴 것 같은 압도하는 뭔가가 있다. 그렇다고 뭐 대단한 걸 시종일관 말하고 있는 것도 아니고, 퍽 쉽고 즐겁게 책장을 넘기게 된다고나 할까.


그녀는 영화를 소재로 참 많은 이야기를 했다. 사랑에 대해, 스타의 실상과 허상에 대해, 남녀간의 우정, 불륜, 학교 교육, 남창, 차별, 전쟁, 파워와 품격, 작가에 대해, 주거(의식주의 주)에 대해, 실업, 여가에 대해.


시오노 나나미의 글은 이 책이 처음인데, 이 에세이만 읽고도 어쩐지 그녀를 많이 안 것 같다는 느낌이 든다. 자신이 좋아하는 영화에 대해서는 확실히 피력하고, 이건 이래서 좋은 반면 나쁘기도 하다. 저건 저렇기 때문에 이해해 줘야 한다 식의 옹호를 한다거나 두루뭉실하게 포용하지 않고, 어떤 이야기를 꺼내든지간에 주저하거나 머뭇거림이 없다. 아주 자신 만만하다. 

 

 특별히 기억에 남는 부분은 다음과 같다.


작가로서의 스티븐 킹은 별로였지만, 영화 속에서 그가 그리는 작가상은 재밌었다고 하면서 이야기를 끌어내는 부분(왜냐 하면 그의 작품에 나오는 주인공은 늘 작가인데다가 제3자가 묘사하는 작가가 아니라 작가가 그리는 작가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제라르 드파르디외 주연의 프랑스 영화 <시라노 드 베르주라크> 영화 이야기를 하면서 그녀는 자신의 과거 남자 이야기를 곁들인다. 이탈리아 와서 이제 막 눈을 반짝이며 유럽을 즐기기 시작하던 시절에 미남에다가 케임브리지 출신다운 예절을 갖춘 그, 그는 동쪽 베이루트에서 서쪽 런던까지 화려한 유럽 사회를 맛보게 해 주었다고,. 그러나 그녀에게 역사 이야기를 쓸 마음이 없느냐는 제안이 들어오고부터 그녀의 생활은 바뀌었다고 한다. 오전에는 도서관이나 고문서고에서 공부를 하고 오후에는 미술관에 다니면서 그녀는 사색했으며 사색의 내용을 이야기하고 싶어졌지만.... 이렇게 되고 보니 그 남자는 대단히 좋은 사람이긴 하였으나 대화 상대로서는 만족스럽지가 않았다고.... 그때 한 의대생을(그녀가 결혼한 이탈리아인 전 남편인 듯...) 만나고, 그는 가난한 학생이었지만 대화 상대로 더없이 좋았다고 .... 그리고 그녀는 이 의대생과 결혼을 한 것이다.


그렇지만 그녀는 이 책에서도 너무 제1급의 인물들을 사랑하는 것 같다. 그녀가 그냥 유명인이라면 무조건 좋아하기 때문에, 위인이나 영웅이 아니면 존경할 수 없다는 속물주의에 빠졌기 때문도 아닌, 그들에게서 피가 통하는 인간의 모습을 보고,인간성에 대한 진정한 태도를 보기 때문이라고 한다. 그리고 진실로 상냥한 인물에게 더 많은 사람이 따르는 것도 당연한 귀결이라고 생각한다고.


괴테가 다음과 같은 말을 했다고...


"수수께끼 같은 로마 영웅의 이야기를 오늘날의 역사가들은 모두 만들어낸 것이라고 규정해버린다. 아마도 사실이 그럴 것이다. 그러나 설령 그렇다 하더라도, 그런 재미없는 걸 지적해서 뭘 하겠단 말인가. 그보다는 그런 멋진 이야기를 그냥 그대로 믿어주고 우리도 멋진 존재가 되는 것이 좋지 않을까."


천재가 아니라도 '멋진' 사람 정도는 되어 보자. 고 하면서 시오노 나나미는 이 글을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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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07-26 22:39   URL
비밀 댓글입니다.

비로그인 2005-07-26 22: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시 여사가 소개하는 영화에는 어떤 것들이 있나요? (영화 바톤 잇기의 여운을 아직도 가라앉히지 못하며..)

2005-07-27 01:12   URL
비밀 댓글입니다.

로드무비 2005-07-27 07: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시 여사 마음에 안 들어요.
이유도 설명 안함.^^
(전 마음에 한번 안 든 사람은 거들떠보지도 않는 나쁜 성질이...^^;;)

icaru 2005-07-27 09: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복돌 언니... 엄청 많죠... 저는 이름도 처음 듣는 옛날 영화에서부터~ 죽은 시인의 사회...해리가 샐리를 만났을 때... 샤이닝하고 미저리...도 있고요...

속삭이신 님...우짠데요... 추천 돌려 드려야 할 것 같음 ^^

로드무비 님.. .흐흐흐...그러시군요~ 시 여사님...마음에 안 들어 하는 사람들 더러 많이 봤어요.. 그녀에게서 엘리트주의에...제국주의 성향까지... 읽어내더라고요..
근데..우짜하튼 시여사는 작가고...글을 일단 쉽고 재밌게 읽히도록 쓰니까...
저 책은 별 다섯야요~

hanicare 2005-07-27 09: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마 귀족적이고 엘리트적인 나나미 여사의 성향때문이 아닐까요. 좋아하는 건 아니더라도 귀를 기울이게 하는 통찰력이 있는 사람이에요.나는 로여사와는 달리 적이나 싫은 사람에게서도 좋은 점을 잘 찾아내는 편이에요.(으음..써놓고 보니 로여사 깍아내리고 나 추켜올리는 것 같군요..하핫)
옛날에 '남자들에게'를 읽고는 끄덕끄덕했던 기억이 있어요.그러나 로마인이야기를 읽고는 대륙을 짓밟으려던 일본제국의 군화가 생각나 책장을 덮었던 기억.
그러나 저 작은 책 제법 알차거든요.저도 작년 여름에 읽었었죠...

icaru 2005-07-27 13: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내가 하고 싶은 말 하니케어 님이 다 해 주셨네요~
시여사 님.. 의 "남자들에게"도 한번 읽어보고 싶다 합니다~
근데 로여사는 자기는 수재가 아니라고...그러면서 수재를 바라보면서 느끼는 안타까움에 대해 토로하는 부분이 많은데... 로여사 정도도...뭐, 엄청 잘난 축에 속하는 거 아닌가 하는 생각..^^

2005-07-27 10:39   URL
비밀 댓글입니다.

로드무비 2005-07-27 11: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케하니 여사와 복순 여사의 대화가 아조 재밌슴다.
웃고 가요.^^

2005-07-27 15:29   URL
비밀 댓글입니다.

icaru 2005-07-27 15: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므흐흐..15:29 님 안그래도 이쁘신데..

플레져 2005-07-27 16: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안그래도 이쁜 플레져 왔슴다 ^^ (위에 님과 다름 ^^;;;;)
잘난 여자가 늠 많아 저같은 피래미는 매일 죽만 쒀요.
대화 상대로 결혼 상대자를 찾는 것 부터 무지 다르네요. 우린 기냥 끌려서 결혼하지 않나요? 이 남정네다... 란 말 외에 무슨 말이 필요할꼬~ !!
역쉬 괴선생이 한 수 위여요.

icaru 2005-07-27 16: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때마침 안그래도 이쁜 플레져 님이 오셨네요~**
우리 시 여사님께 피래미의 압박을 보여 줄까요~
귀족 학교를 나오고 블라블라 출신인 시 여사님의 말씀 중에...친구들은 남편감으로 회사의 오너나 사회에서 한 자리 하는 사람들을 물망에 두었지만... 자기는 그런 기준을 두지 않았다구 하대요...품위 있는 행동이라든지, 유머 감각이라든지, 절묘한 균형 감각을 가지고 모든 일에 대처하는 능력 있는 사람이면 좋겠다고.... 하지만...
후자가 아무나 될 수 없는 훨훨훨 까다로운 조건이 아니던가요...^^

2005-07-27 17:24   URL
비밀 댓글입니다.

잉크냄새 2005-07-27 17: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로마인 이야기를 워낙에 재미있게 읽어서 시 여사의 이 책이 나오자마자 샀어요. 로마인 이야기와 관련해서 시 여사님의 성향이 제국적이니 뭐니 말들이 많았지만 제가 5권에서 그만 둔 것은 순전히 카이사르의 죽음 이후 더 이상 로마사에 대한 흥미를 가질 수가 없어서 였지요. 읽은지가 그리 오래 되지도 않았는데 기억이 별로 나지 않네요. 책속에 있던 케리 쿠퍼의 하이눈 과 더스티 호프만의 졸업 포스터가 있던 기억만 가물거리네요.
근데 시 여사님...신달자 여사와 비슷하게 생기지 않았나요? 갑자기 그런 생각이...

icaru 2005-07-27 17: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17:24 에 속삭 님.. 앗...역시나..어제밤 졸면서 입력한 걸...복사했드만... 수면 부족 정말 고질적이지요오?

오늘 오후는 알라딘에서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어요~!
일요~ 야근할 거걸랑요... 일은 좀 나중에 생각하고픈...오후네요! 오후가 뭐람... 야근밥 먹을 시간인디...
카이사르의 죽음 이후 잉크냄새 님이 상심하셨는갑네요~
아...그러고 보니 신달자 여사랑 닮았어요...결정적으로 머리스타일 하며...눈매 하며 입매하며... 갑자기 드신 생각~ 음.. 예리하십니다~

내가없는 이 안 2005-07-28 02: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마키아벨리만 궁금해서 저자의 책은 그것만 하나 달랑 읽었는데요, 시오노 나나미에 대해선 암 생각도 없어요~ ^^ 이 책 리뷰 보니깐 궁금해지네요.

icaru 2005-07-28 10: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시오노 나나미에 대해선 암 생각도 없으시군요~ 히히^^
일본의 달자 언니... 시여사...

2005-08-06 03:57   URL
비밀 댓글입니다.
 
빨간 양철지붕 아래서
오병욱 지음 / 뜨인돌 / 200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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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의 처음부터~ 227페이지까지(책의 사분의 삼)

미국의 여류화가 조지아 오키프가 이런 말을 했다고 한다.
“우리는 꽃을 보지만 어떤 점에서 아무도 꽃을 제대로 보지 못한다고 말할 수 있다. 꽃은 아주 작고, 우리는 아주 바쁘다. 그리고 본다는 것은 시간이 걸리는 일이다. 친구를 사귀는 일이 시간이 걸리는 일인 것처럼.”
사랑한다고 말할 시간도 없이 바쁘게 살아 왔지만 여전히 제대로 하지도 못한 일들만 잔뜩 쌓여 있다는 걸 어느 날 갑자기 깨닫게 된다. 아니 너무 바빠서 그런 걸 깨달으며 살 수나 있으신지....

꽃을 자세히 들여다 볼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 세상일에 치여 내가 그렇게 하며 살기 벅차다면, 꽃을 자세히 들여다 보면서 살고 있는 사람의 이야기라도 나직히 귀기울여 듣고 싶었고....

비바람에 후둑후둑 감꽃이 떨어지는 소리를 듣고, 소나기가 그친 뒤 뒤뜰에 나가 젖은 이끼 위에 이리저리 흩어져 있는 하얀 감꽃을 본다.

가을 겨울에 걸쳐서 이따금씩 딱따구리가 찾아와 감나무 둥치를 쪼아댄다. .... 그 소리가 들릴 때마다 언제나 귀를 기울이게 된다. 무게 있게 딱딱 소리가 나면 멀쩡한 둥치이고, 통통통 울림이 있으면 속이 빈 둥치, 퍽퍽 뿌직뿌직 나무 뜯는 소리가 나면 썩은 둥치다. 나무 종류에 따라서 딱따구리 소리도 조금씩은 바뀌겠지만 그 차이를 알아들은 만큼 내 귀는 섬세하지 못하다. 나무마다 바람소리가 다르고 그 소리 또한 계절마다 다를 것이다.
딱따구리는 머리에 충격 완충 장치 같은 게 있어서 나무를 쫄 때 생기는 지속적인 충격으로부터 자신의 머리를 보호한다고 한다. 그러니 다른 새가 함부로 딱따구리 흉내내다가는 그야말로 골치가 아프게 된다.


딱따구리 소리의 차이를 알아들을 만큼 자신의 귀가 섬세하지 못함을 실토하는 저 단백함. 다른 새가 딱따구리 흉내내다가는 골치 아플 거라고 에둘러 말하는 묘미.

그리고 그는 1998년 8월 그해 물난리 때, 폐교 된 초등 분교에 잡았던 작업실이 통째로 떠내려가는 물난리를 맞는다. 비가 온 다음날 작업실을 찾으니, 그 안에 있던 그림들이며, 물감이며, 이런 재료들이 모두 떠내려간 작업실. 교실 바닥이 패이고 커다란 웅덩이만 남아 그 안에 물이 고여 있었다니. 게다가 몇년만의 전시를 그 해 가을 앞두고 있던 터라 전시회 일정을 취소를 해야 했었을 텐데. 그 상실감이란...참... 내가 옮기기엔 송구하다....

나는 갑자기 거대한 폐허 앞에 홀로 서 있게 된 것이다. 이 사람들은, 이 동네 사람들은 어떻게 되었을까.
저쪽 아래에 뭔가 있다. 동네 앞에 있는 자갈밭 모퉁이에 사람들이 하얗게 앉아 있었다. 그게 그렇게 고마웠다. 8월 중순 뙤약볕 아래 새카맣게 그을린 노인들이 옹기종기 모여앉아 이제 막 배급받은 마른 빵을 뜯고 있다. 물도 우유도 없다. .... 노인들의 흰 옷과 하얀 모래밭이 너무나 눈부셨다.


이 책은 227페이지까지만 참 좋다.

227페이지가 넘어가면, 맑고 담담하게 느낌이 조금씩 퇴색된다. 은근히 자기 자랑이 뭍어 나고(학교 다닐 때, 기타를 잘 치고, 노래를 잘 불러 어딜가나 힘 안들이고 사람들의 이목을 사로잡았다는 이야기, 그에 딸려 나는 인연들 성공회대 교수이자 노찾사 창립 멤버인 김창남은 그에게 전도되어 음악 노래패에 가입했다고, 김창남이 그날 밤 기숙사에서 그의 기타 소리에 홀리지 않았더라면 그래도 ‘메아리(서울대 노래동아리)’가 노찾사가 되었을까? 하고....홀로 묻고 있다. 서울대 음대 친구들과 음악을 같이 한 이야기... 이런 이야기를 질펀히 듣고 난 터라 그 이후의 페이지도 그 수수하고 담백했던 느낌이 조금 변색되어 다가오는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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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그인 2005-07-26 22: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본다는 것은 시간이 걸리는 일이다'.... 얼마 전에 어디선가 읽은 사진에 관한 글이 생각 얼핏 생각나네요. 시간을 두고 오래오래 곱씹고 바라보는 진득함, 요즘 우리들 내면에는 바로 이게 필요할 때인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요. 시간과 공간을 압축하는, 그럼에도 더더욱 조급하게 만드는 이곳, 현재.(자꾸 뭔가를 재촉하는 듯한 이놈의 커서!)
서방님을 오랜 시간을 두고 천천히 가만가만 보고 싶다는 생각이 문득 스쳐요. ^^
저도 '다른 새가 함부로 딱따구리 흉내내다가는 그야말로 골치가 아프게 된다'는 구절을 읽었을 때 키득키득 했는데...

비로그인 2005-07-26 22: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작가 되는 냥반은 좀 기분 나쁘실 거 같은데 책표지 사진 봄서 '사람 거, 되게 말 안 듣게 생겼네..'하고 혼자서 실실 쪼개고 있었거든요. 인간을 바라보는 따뜻한 시선이 고마운 책이네요. 이 책도 '쿠오레'에서 봤었던 거 같아요!

icaru 2005-07-26 22: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님들...이 시간 서재에 계시군요...

노파 님.. 깜빡 대는 커서를 보고 있음... 맘에 조급증이 일지요~ 얼릉 써재끼야는데 함서요... 이 책엔 그의 시골 생활이 함빡 묻어나 있는데... 그 재미가 좋아요~ 농사만 안 짓다 뿐... 자연에 푹 취해서 살더라고요... 아들녀석 공부책상도 나무로 직접 만들어서 주고, 우체통이랑 새집도 만들고... 우리가 좋아하는 백구도 키우고...쫑이와 슝이던가...뭐던가...

푸후후... 복돌 언냐 사람보는 눈이 나랑 찌찌뽕이네요...
책속의 그와 사진 속의 그는 판이하게 달라버려요!! 그죠~ 저도 로드무비 님 포토리뷰로 먼저 보았었더랬어요...

플레져 2005-07-27 01: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캬~ 이 책은 227페이지까지만 좋다! 요거요거 소설 제목이로군요.

로드무비 2005-07-27 07: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 나는 잘난척하는 걸로 안 읽혔는데......
아무튼 반갑고 재밌는 리뷰.(이건 추천!^^)

인터라겐 2005-07-27 09: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로드무비님 리뷰보고 보관함속에 넣어둔 책이랍니다.. 급할게 없다 싶어... 1년지나 할이 시작하면 살려구요... ㅎㅎ 그런데 어떤 내용일지 무지 궁금해 지네요..

icaru 2005-07-27 09: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플레져 님...제목을 확 바꿀까요~ 이 책은 227페이지까지만 좋다! 로...

로드무비 님.. 어..그러게요...그런 뉘앙스로 굳이 안 읽어도 되는데... 암튼..내가 듣고 자팠던 이야기는 아니었더래요..저도 가만 보면...자기 자랑하는 이야기 듣는 거에 알레르기 있나봐요...^^

icaru 2005-07-27 09: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엇...인터라겐 님...코멘트를 우째 못 봤을까나요~
엇...그거 알뜰한 생각인데요~ 당장 읽을 책두 많은 시국에~ 이건 좀 두었다가 여유있을 때...^^

잉크냄새 2005-07-27 13: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자연속에 있으면 속이 실한 둥치, 빈 둥치, 썩은 둥치에서 나는 소리도 구별할수 있나 보네요. 그런 통찰력이 인간 세상에도 적용될 것이고..
전 작가 사진 보고 인도차이나 어디메쯤이 아닐까 생각했어요.

icaru 2005-07-27 17: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죠...좀 이국적인 외모지요~
그러니까 님들 말씀을 종합해 보면... 말 되게 안 듣게 생기신 인도차이나~ 분이시네요... 작가분이...
저도 머리 밀면... 말 되게 안 듣게 생긴 인도차이나 여자로 볼지도 모르겠어요...흐흐..

내가없는 이 안 2005-07-28 02: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햐, 독특한 리뷴데요. 227쪽을 기준으로 둘로 나누어서 리뷰를 쓰시다니! 이카루님 기발해요, 기발해... 댓글들도 너무 재밌네요. ^^

icaru 2005-07-28 10: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두 놀랬어요...어떻게 227페이지 이후가 넘어가면서... 어쩜 그렇게 제 태도가 싸악...변해, 읽는 둥 마는 둥 해질 수 있게 되는지... 227페이지 전까지는 담백하고~ 소탈하다 아!! 좋아~ ...
전...있죠... 사람들만 이상하게 봐 주지 않는다면... 삭발해보고 싶어요... “그래 그렇담 내 너에게 죽을 때까지 머리털 한 올 안 나게 해 주겠어~....” 이것두... 아조 곤란한 일이지만...한번쯤 삭발하고 리버럴하게 살아봤음...^^
님 말씀 듣고 댓글들을 주욱~ 읽어봤는데... 어...정말 재밌네요... 역시 님들과 공명하는 이 맛이야...리뷰 쓰는 맛이란~
 
해변의 카프카 (상)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김춘미 옮김 / 문학사상사 / 2003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어딘가에서 본 서평에 이 책은 ‘하루키식 종합선물세트다.’ 라고 하는 표현에 무릎을 쳤다. 이 말은 다소 어깃장을 놓는 무엇이 되겠다. 하늘 아래 새로울 것없이 그간 써먹은 설정을 한 데 모아 이쁘게 포장까지 했다는 말이니까... ... "어디가 그래?" 라고 의문을 던지고, 또 굳이  따지자면, 뭐 이런 거다. 홀수장과 짝수장을 중복 교차하여 시점을 표현하고, 꿈과 현실, 과거와 현재의 경계가 모호하다는 점에서는 ‘세계의 끝과 하드보일드 원더랜드’를. 그리고 고양이와 대화하는 나카타 상의 모습은 ‘태엽 감는 새’에서 본 듯도 한 것(고양이의 가출과 아내의 가출로 시작되는 모험, 그리고 나카타 상이 조니워커 상을 죽이는 몽환적인 살인 장면 묘사). 그밖에 꿰어다 대자면 많겠지... 그런데 그런 생각이 든다. 이런 지적들은 미야자키 하야오의 만화영화에서 <미래소년 코난> 중의 ‘나나’와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에서 ‘센’의 얼굴 모습과 캐릭터가 유사하다고 퉁을 놓는 것과 매일반이 아닐까.


하루키의 소설 몇 편을 읽었지만, (그것도 최근 1~2년 사이에 읽은 게 그 전에 읽은 것보다 많지만) 줄거리를 대략 기억하고 있는 작품은 몇 편 되지 않는다.


줄거리보다 언제나 먼저 매료되고 마는 것은 그의 소설에서 줄줄 흐르는 ‘가벼움’, ‘무국적성’, ‘상실감’, 재즈 음악과 음식과 패션에 대한 세심한 표현같은 것.

이것이 하루키를 읽는 내 독서 스타일의 한계이고, 어쩜 하루키의 한계일지도....


하루키는 꽤 오래전부터 열다섯살 소년의 이야기를 써 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었단다. 아직 정신 상태가 고착되어 있지 않고, 어디로 흐를지 모르는 열다섯 그러나 정신 안에서는 맹목적으로 자유를 모색하고, 신체는 격렬한 속도로 성숙을 해가는 그 나이의 인물과 상황을 픽션이라는 그릇에 넣어 그려보고 싶었다고...

하지만... 이 소설 속의 열다섯 소년 카프카는 몸만 열다섯살일뿐 정신연령은 하루키 연배로 보여진다. 기왕 열다섯의 픽션에 넣으실 작정이었음 좀더 열다섯살다운 모습을 그려 주시지 않고, 하는 아쉬움도 든다. 물론 주인공 카프카 소년은 여느 열다섯과는 다르다. 어머니에게는 어린 시절 버림받았고, 아버지는 그에게 이상한 저주를 내렸다. 그래, 소년은 세상에서 가장 터프한 열다섯이 되기로 결심을 한 것이다. 

  

본격적인 이야기는 카프카가 집을 가출하면서 시작된다. 따뜻한 고장으로 무작정 가보자고 해서 도쿄를 떠나온 곳이 바로 시코쿠. 그리고 저녁 때까지 시간을 보낼 요량으로 도서관을 찾는다. 이 소년 떠나기 전에 도서관의 위치를 찾아두는 꼼꼼함까지...

이 곳 도서관에서 만나고, 일자리를 얻게 해 준 오시마(가장 매력적인 캐릭터)는 카프카에게 많은 것을 일깨워 주는 스승이다. 오시마는 피신을 하려는 카프카를 깊은 숲 속 오두막으로 안내한다. 전기가 들어오지 않는 이 오두막에서 혼자 지내며 카프카는 음식을 해 먹고, 차를 마시며 책을 읽고 음악을 듣는다.

다른 한 쪽에는 카프카의 반쪽 그림자이기도 한 초로의 노인 나카타 상이 있다. 선천적으로 우수하게 태어났고, 능력이 있다는 이유로 주위에서의 기대치가 높았던 어린 시절 나카타는 그만 전쟁이 있던 시절(1944) 산으로 버섯을 따러 갔다가 원인모를 기억상실증에 걸리고, 과거의 기억을 모두 잃은 채, 시청에서 주는 연금으로 생활을 한다.

이 소설을 읽는 사람은 누구나 자기가 원하던 것을 얻어 갈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플롯의 새로움이나 하루키 습작 스타일의 일보 진전을 굳이 찾으려 했던 사람에겐 오이디푸스 신화 차용이라던지하는 것을 볼 수 있겠지만 또 그것의 식상한 적용을 확인할 수 있을 것이고, 하루키만의 명대사를 보려 했던 사람들에게는 그런 구절들을 군데군데서 여지없이 발견하게 되는 기쁨을 누릴 것이다.

우리의 운명이라는 게 끊임없이 진로를 바꾸는 모래 퐁푹 같다고 했다. 모래 폭풍은 아무리 '네'가 도망치려 해도 진로를 바꾸어도 계속 '너'를 쫒는다고 . 그 폭풍은 먼 곳에서 불어오는 것이 아니라, '네' 안에 있게 때문이다. 그래서 네가 할 수 있는 일은 모든 걸 체념하고, 그 폭풍 속으로 곧장 걸어들어가야 하며, 하루키는 주인공 카프카가 걸어들어간 그 길을 장장 800여 페이지에 걸쳐 보여 주려 했다. 헥헥헥....


“오시마 상은 예언하는 능력이 있습니까?”

“없어” 하고 그는 말한다. “행인지 불행인지 나에게는 그런 능력이 없어. 내가 만일 불길한 것만을 예언하는 것처럼 들린다면 그것은 내가 상식이 풍부한 현실주의자이기 때문이야. 나는 일반론으로 연역적으로 말을 하지. 그러면 그것은 결국 불길한 예언으로 들리게 되거든. 왜 그러냐 하면 우리 주위에 있는 현실이란, 불길한 예언이 실제로 이루어진 것을 모아놓은 것에 지나지 않기 때문이야. 어느 날짜 어느 신문이라도 상관없으니까 신문을 펼치고, 거기 있는 좋은 뉴스와 나쁜 뉴스를 저울에 달아보면, 그런 건 누구나 쉽게 알 수 있어.”

---오시마의 명 대사...

 

  "잘 들어, 싸움을 끝내기 위한 싸움이란 어디에도 없어." 하고 까마귀 소년은 말한다. "싸움은 싸움 자체 속에서 성장해 가거든. 그것은 폭력에 의해 흐른 피를 마시고, 폭력에 의해 상처 입은 살을 뜯어 먹으며 성장해 가지. 싸움이라는 것은 일종의 완전 생물이야. 너는 그것을 알아야 해."

---까마귀(라 불리는) 소년의 명 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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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07-22 09:41   URL
비밀 댓글입니다.

icaru 2005-07-22 09: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가 이 거 쓴 시각 보셨죠...? 네 그렇습니다... 도중에 졸았어요 ^^
바로잡았습니다... 항상 고마..고맙습니다...우웁...... ㅠ.ㅠ

비로그인 2005-07-22 10: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지막 까마귀 소년의 비유가 끝내주는 걸요. 싸움은 완전 생물이다..오~왠지 디스토피아적인 뉘앙스가 마구마구 풍겨요.

2005-07-23 07:3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5-07-23 08:4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5-07-23 13:33   URL
비밀 댓글입니다.

미네르바 2005-07-30 22: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리의 운명이라는 게 끊임없이 진로를 바꾸는 모래 폭풍 같다고 했다. 모래 폭풍은 아무리 '네'가 도망치려 해도 진로를 바꾸어도 계속 '너'를 쫒는다고 . 그 폭풍은 먼 곳에서 불어오는 것이 아니라, '네' 안에 있게 때문이다. 그래서 네가 할 수 있는 일은 모든 걸 체념하고, 그 폭풍 속으로 곧장 걸어들어가야 하며...> 이것이 운명이라는 것이군요. 피할래야 피할 수 없는... 왜 나이를 먹으면서 운명론자가 되는지... 인간의 한계를 느끼는 것이겠지요. 전 이상하게도 하루키에게 그리 감명을 받지 못했어요. 일본 소설을 많이 읽은 것도 아니고, 겨우 하루키 몇 작품 읽었는데... 이 책은 오래 전부터 알고는 있었지만 읽지는 못했어요. 하루키식 종합세트라고요... 흠...
 
텔레만을 듣는 새벽에 - 김갑수의 음악과 사랑 이야기
김갑수 지음 / 웅진지식하우스 / 2001년 10월
평점 :
절판


작가와 같은 연배의 남성 독자라면, 두루두루 공감은 못하더라도 감정 이입은 좀 될 법한 책인 거 같다.
역으로 말하면, 나는 감정 이입까지는 좀 그렇고, 뭐, 문학과 음악에 자칭 조예가 깊다는 어떤 아저씨의 개인 기록 노트를 훔쳐보았다는 느낌이다. ‘훔쳐보다’라는 표현은 여기서 썩 어울리지 않는다. 독자들 읽으라고 펴낸 책을 당당하게 본 것인데...무슨....하지만, 훔쳐본 느낌이 드는 까닭은.... 흡사 다른 이의 일기를 몰래 엿봤을 때와 유사한 느낌을 받아서이다.

“좀 편벽된 나에게는 일없이 전화하는 사람이 아무도 없다.” 단 한 명(‘소리의 황홀’의 윤광준)의 친구만을 만나면서 지내는 생활을 몇 년째 하고 있다고 말한다.
김갑수를 친구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이 책을 읽으면 적잖이 섭했을 거 같다. 그렇게 단칼에 말할 수 있었을까.... 그리고 꼭지꼭지마다 틈만 있으면 김갑수를 떠나간 옛애인에 대한 이야기를 한다.(현재 의사 부인과 초등학교에 다니는 아들을 두었다는데,) 보통 그 옛날 죽고살자하던 과거지사 애인에 대한 이야기가 후일담 형식으로 전해질 때는, 대개 “그땐 그랬지...”조로 덤덤하게 서술되던데, 김갑수 씨는 아직도 상처입은 사슴 모양새이다.
“베티는 죽었다. 그녀 생각하면 눈물이 난다. 한없이 캄캄한 베티. 그런데 정작 그녀는 귀국해서 아들 낳고 강남에서 잘 산다더라. 바보 같은 거지 같은 베티. 나 자신의 누추한 살아 있음이여.” --- 사랑에 속고 돈에 울고... 에고고...

그러나, 영화 <러브레터>를 보고 많이많이 울었다는 이 아저씨, 통속과 순수를 이제 양극단에 놓고 보지 않을 만큼의 나이를 먹은 사람의 이야기. 세월을 되돌이킬 수 없듯이 그렇게 마음이 낡아가는 쓸쓸함을 말하는 이 아저씨의 이야기가 왜 이렇게 마음에 착착 와닿는지....

“그렇다고 싸구려 인생론에 젖어들지는 말아야지. 어떤 삶을 지향할지, 어떤 자아와 스스로를 동일시할 것인지 쉽사리 해답을 구하려 들지 말아야지. 결핍은 나의 힘!”

“고상과 우아를 견지하느라 애써 피하는 것이 신문, 텔레비전 저녁 약속 같은 것들이다. 끊임없이 알려 주는 신문, 사정없이 보여 주는 텔레비전, 한없이 불러내어 먹어대는 저녁 약속 같은 것에 휘둘리면 세월이야 잘도 가련만 허망함만이 남는다. 세상 돌아가는 걸 꼭 알고 살아야 하는 건 아니지 않는가. ”

맨 마지막에 ‘에필로그를 대신하여 클레식 음악 편지’라는 챕터가 있는데, 이 장이 그래도 제일 제목과도 맞고, 내용도 걸출하다. 그는 소나타 형식의 음악을 들을 때는 ‘주제의 제시부, 발전부(전개부) 따져 가면서 피곤하게 음악을 공부하며 들을 필요야 없겠지만, 작곡가나 연주가의 생애와 성향, 음악사적인 맥락 같은 인문적인 사항을 많이 읽고 친근해지는 것이 필요하다는 말을 하는데, 옳은 말씀인 것 같다. 물론 순서는 그 역일 수도 있지 않을까 라는 생각을 해본다. 음악을 듣다보니, 자연 뮤지션에 관심이 가게 되고, 뮤지션의 생애라든가 음악 이야기를 찾아 읽게 되고, 그렇게 찾아 주워들은 지식 때문에 같은 곡인데도 배경을 몰랐을 때와는 또 달리 귀에 감겨 들리게 되는 것.

그의 인생에 여자들을 설명하는 챕터도 있다. 그에게 있어서 세상의 모든 여자는 정확히 두 종류. 상상력을 자극하는 여자와 그렇지 않은 일상의 여자. 물론 대부분의 여성들이 일상파로 보인다고.... 그러면서 그는 영화 속의 여자들을 불러 모아 소개해 준다.
닥터지바고의 라라, 개선문의 조앙 마두, <겨울 나그네>의 여주인공 다혜, 베티블루 속 베티, 그렇게 많고 많은 속에서도 홀연 <조지아>속의 새디...를 말하는 부분에서 확 시선이 집중되었다. 욕망의 키에 미달하는 자신을 못 견디게 괴로워하는 한 자아의 몸부림이 적나라하게 드러나고 있는 조지아 동생 새디. 우상의 그늘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언니에게 자신의 자아 정체감을 의탁해 놓은 미운 오리새끼.

나는 잠깐 착각했다. 김갑수는 새디라는 메타포를 통해 우리(김갑수거나 독자 나이거나)의 실체랄까 하는 것을 말하려고,  영화 <조지아>를 꺼냈다는... 이 책의 시작이든 중간이든 귀결이든 그 속엔 두루두루엔 ‘새디’로 통하는 길이 사방으로 있는 게 아닐까.

못 부르는 노래를 부르지만 않는다면 새디도 최소한 조롱은 면했을 것이다. 과연 새디는 노래를 부르지 않는다고 다른 일로 행복해질 수 있었을까. 가령 착실한 직장인이 되었거나 얌전한 주부가 되었거나 그냥 부유한 언니집에 얹혀 잔일을 거들며 살았다면 새디는 불행을 모면할 수 있었을까. 사람이 느끼는 행복감은 어디에 근거를 두고 있는 것일까. 짐작건대 새디는 어디서 무엇을 하건 크게 다르지 않은 삶을 살았을 것 같다. 자기 객관화가 되지 않는 자아 집중형 인물들의 공통점이 그것이다. 그들은 실패와 좌절 혹은 타인의 손가락질이라는 외형을 선택해 내면의 평온을 얻는 기이한 존재들이다.
그들의 겉은 불행해 보일지도 모르지만 그 내면에는 뜻밖의 충족감과 상식으로는 이해되지 않는 평온함이 있다. 좌절감, 열등감, 패배감의 외피 속으로 뫼비우스의 띠처럼 연결된 정반대의 통로가 은밀하게 자리잡고 있다. 거기에 통상적으로 사용하는 행복이라는 단어가 적용될 수 있을지는 모르지만, 적어도 그런 심리 세계의 비밀을 모르는 사람은 알 수 없는 어떤 깊숙한 자기 충족의 기제가 작동하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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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란여우 2005-07-21 22: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가 비교적 안쓰럽게 생각하는 여자들이군요. 하늘하늘한 쉬폰 소재의
여린 여자들..그러나 그런대로 잘 사는 여자들..남자들은 이런 여자들에게
관심이 가나봐요. 그렇다면 나도?..아서라. 생긴대로 살자꾸나....^^

비로그인 2005-07-21 23: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이거 리뷰가 정말 장난이 아닌데요. 뭐냐, 이거..절정을 맞은 듯 매우 단호해 보이구 강해진 듯한 이카루표 리이뷰우~
세상 속의 두 여자의 부류. 전 지금도 후자이고, 앞으로도 후자이고, 계속 후자처럼 살래요! 아, 글고 이 책, 쿠오레(로드무비님 서재)에서 봤어요.

2005-07-22 09:1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5-07-22 09:19   URL
비밀 댓글입니다.

잉크냄새 2005-07-22 09: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얼마전 이안님의 페이퍼에서 <조지아>의 새디에 대한 부분을 읽은 적이 있는데, 마지막 문단을 읽고보니 꼭 보고싶다는 생각이 드네요. 아웃사이더라고도 할수 있을까요?

icaru 2005-07-22 09: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여우 님... ㅎㅎ.. 세상 모든 남자들의 선호도가 그렇지는 않겠지...라구 바랄 뿐인데... 타인의 취향을 가타부타 할 수도 없고 참...글쵸... 아서라...저두 생긴대로 갑니다~~

복돌 언니... 전 정말 님이 읽어주시는 것만으로도 진심으로 고마움을 느끼고 있어요... 에고 띄워 주시기까지 하시고... 고마 어지럽소... !!

속삭이신 님 아!! 바로잡았습니다... 저는 또 이럴 때가 젤루 기쁩니다...
지적이 아니셨음... 저는 알아채지 못했을 겁니당 ^^

잉크냄새 님.... 아.. 저도 이안 님의 페이퍼 인상 깊게 보았었댔죠... 새디 역을 했던 제니퍼 제이슨 리를 예전에 아주 많이 좋아했었는데.... 글쎄....페이퍼를 읽어 보니, 이안 님도 그러셨더라구요.... 아 글고 그 영화, 기분 꿀꿀할 때는 피하세요... 자학용이니까요 ^^


로드무비 2005-07-22 09: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정말 남의 일기장을 훔쳐 읽는 듯 재밌었죠?
근사한 리뷰여요.^^

hanicare 2005-07-22 11: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김갑수씨도 이 리뷰를 보면 반가와하실 훌륭한 리뷰입니다. 하지만 볼지 안 볼지 모를 김갑수씨는 저기 밀어놓고 사실은 제가 좋은 리뷰보고 즐겁답니다. 바로 조 위의 로드무비여사서재에서 읽고는 장바구니에 넣었던 기억이 나요.후후...

2005-07-23 13:31   URL
비밀 댓글입니다.
 
호박과 마요네즈
나나난 키리코 지음, 문미영 옮김 / 하이북스 / 2000년 11월
평점 :
절판


리뷰를 쓰기에 앞서... 알라딘에서만인 것 같지만 어쩌커나 많은 분들이 쓴 멋진 리뷰들이 수두룩한 판국에 별스럽지도 않은  리뷰  하나를  보태는 일이 적잖이 망설여진다. 하지만 음, 뭐...십인십색이라지 않더나.

배경도 없고 연고 없이 그렇게 조용히 맨땅에 헤딩하며 사는 미호와 세이.

미호와 지금 함께 살고 있는 현재 남자 친구 세이. 과거만 먹고 산다고 일이 되는 것도 아니고.... 헌데 음악을 만드는 일을 하고 또 좋아하지만, 그가 추구하는 것은 돈이 되질 않는다고 어디서도 받아 주지 않는다. 같이 시작한 친구들은 돈이 되는 음악을 해서 그에게 뻐기는 소리나 한다. 금전적인 능력이 없는 연고로, 아아.... 나는 세이의 그 힘없이 처져 있는 어깨가 너무 슬퍼 보여 혼났다.

미호는 하필...
“넌 항상 사랑해 달라고만 해서, 옛날에 난 너랑 있어도 재밌지가 않았어.”
라고 말을 하는 남자에게 마음을 비끄러매었었다. 이런 젠장... ! 바보 같은 미호, 왜 저런 따위를 좋아했니... !

“우리들의 이 흔해빠진 일상은 실은 아주 망가지기 쉬워서 끝내 잃어버리지 않는 건 기적이다”

책을 읽고 나서, 내 일상은 잘 돌아가고 있나 훅 뒤돌아봤다. 잘 돌아가고 말고가 어딨나.
뭐 대단한 인생 살았다고.... 그러나 죽은 모 시인의 말처럼, 지금까지 살아온 게 꽤 기적처럼 여겨진다. 항상 어딘가에 나를 비끄러매어 놓기 위해 조바심쳐 오지 않았었나 싶다. 그리고 ‘기적’이라고 말하는 것은, 아슬아슬하게 였지만, 내가 만들어놓은 좁은 행동 반경과 내 주변부로 돌아가는 세상이 크게 충돌해서 어느 것 하나가 피를 흘리고 죽어 없어지거나 하지 않은 것이.... 기적이라는 것이고....

지금 몇 자 적고 있는데,,,, 미호가 주방에서 설거지 하는 그림 컷과 베란다에 나가 쪼그리고 앉아 담배 피우는 옆모습 컷. 언뜻 호박과 마요네즈를 생각하면 떠올려지는 컷이 자꾸 눈앞에 삼삼히 떠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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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라겐 2005-07-21 21: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절판이라서 구입할 수 없는 책이라 안타까웠는데...

파란여우 2005-07-21 21: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림이 눈앞에 선해지는 리뷰입니다.
부서지기 쉬운 일상..알고보면 참 애틋한 거죠.

비로그인 2005-07-21 22: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가치없어 보이는 사람을 사랑한다는 것. 스스로 생각해도 참 안타까운 일이죠. 그런데..정작 마음은 어떻게 해 볼 수 없는 거란 생각이 들어요. 세상에서 제일 무서운 건 이길 수 없는 내 마음..아, 그나저나 이카루님의 리뷰는 어째 더 반짝반짝해진 거 같아요. 더욱 강해진 내공, 짱이요!

비로그인 2005-07-21 23: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어쩌커나, 또 삼삼히 주겨요! 삼삼...삼삼...흐흐...@,.@ 여보야, 오늘 볼 살이 고저 삼삼하구만! 토까라, 토끼!=3=3=3

잉크냄새 2005-07-22 09: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부서지고 망가지기 쉬운 일상이라서....산다는 것은 기적이라는 거군요....

hanicare 2005-07-22 11: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맞는 말씀이에요. 우리는 잘 쓰기 위해 리뷰를 쓰는 게 아니라 자기 느낌을 표현하는 거니까요.그리고 그 리뷰에 주루룩 달린 리플을 캐먹는 재미는..이 세상에서 주파수 영역이 비슷한 사람들끼리의 무해한 소통일테니까요.

플레져 2005-07-23 12: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부서지고 망가진 일상으로 다시 돌아왔습니다...

humpty 2005-07-23 12: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보다가 익숙하지 않은 만화컷이 등장해서 '이게 뭐지?'하면서 한참 들여다 본 장면들이 있었어요. 하릴없이 처진 채 앉아있는 다리 같아 보이는 그런, 영화 같은...
위에 분 말씀하신 마냥 이길 수 없는 내 마음, 아니란 거 번연히 알면서 움직이는 미호 마음이 고스란히 전해진 것만 같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