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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으로도 때리지 말라
김혜자 지음 / 오래된미래 / 2004년 3월
평점 :
리뷰를 쓸까 말까 고민 많이 했다. 어설픈 감상 몇 줄 나열할 바에야, 밑줄 긋기 리뷰로 내 마음에도 서재에도 남겨 놓는 것이 본질을 흐리지 않는 일이 되겠구나 싶었다. 하지만 이렇게 몇 자 적기로 한다.
언젠가 일요일밤 시사 프로그램에서 외국인 노동자 인권 개선과 망명자들의 인권 개선을 위한 전단지를 돌리는 한 파키스탄인을 취재한 적이 있다. 대다수의 사람들은 전단지 조차 받으려 하지 않았다. 리포터가 그 사람들을 따라가 간단한 인터뷰를 했다. 인터뷰어들은 대개 이런 말을 했다. “우리 나라에도 아직 못 먹고 굶주리는 사람들이 많다, 나부터도 넉넉하지 못한 살림 형편이기도 하고. 그런즉, 우리 나라부터 잘 살고 나야, 다른 나라의 기아니 뭐니에 대해 눈을 돌릴 여유도 생길 것이 아닌가.”
이렇게 말하는 사람들을 그저 비난하고 싶어서 하는 말이 아니다. 그야 말로 속이 상해 그러는 것이다.
세상에서 가장 먼 거리는 인간의 머리에서 가슴까지의 거리라고 한다. 머리에서 가슴으로 이동하는 데 더러는 평생이 걸리기도 하는 것 같다.
조금 다른 이야기지만, 우리 나라 사람들 중에 아직도 굶주림에 떠는 사람이 있다 해도, 지구의 한 켠에서는 3만 5천명의 아이들이 굶주림으로 죽어가는 것, 단 하루만이 아니라, 어제도 오늘도 내일도 날마다 3만 5천 명의 아이들이 죽어가는 것,2억 5천 명의 아이들이 고된 노동에 시달리는 것에는 견줄 수는 없을 것이다.
책을 읽기 시작했을 때 일단 나는, 불만 같지 않은 불만족스러움 몇 가닥을 뭔 투정이 그리도 많았는지, 나 자신에게 비난의 화살을 돌리었다. 또, 석유업자 몇 명의 배를 채우기 위해 전쟁을 일으키고 미사일을 쏘아 대는 무리들, 그리하여 수백만 명의 난민을 발생시키는 상황들, 양심 없고 비인간적인 정치 세력들의 야욕을 채우기 위해 아무것도 모르는 수많은 아이들이 총알받이가 되어 쓰러져가고 있는 상황들... 설상가상으로 이것을 방송과 신문들은 해외 단신으로만 내보내고, 무의미한 토크쇼로 말도 안 되는 오락거리로 황금 시간대를 채우고 사람들을 점점 저속하게 만들면서 정작 우리가 귀기울여야 할 이야기는 사람들이 다 잠든 시간에 내보내야만 하는 상황들... 그 모든 상황들을 그저 원망스러웠다. 나 개인의 무력함을 이렇게 외부의 탓으로 돌려 본다.
생각의 차이, 종교의 차이, 능력의 차이, 피부의 차이는 필요하다. 그건 다양성의 차원이다. 하지만, 먹을 것과 입을 것에 큰 차이가 나는 것은 다른 문제이다. 그것은 나눠 가져야 한다.
아메리카 인디언들 사회에서는 먹을 것을 훔쳐가는 것은 죄가 아니었다고 한다. 오히려 누군가를 먹을 것이 없게 만든 그 사회가 잘못이라 여겼다고... 최소한 굶어 죽지만은 않게 해야 한다고, 일단은 그 사회라는 것이 비단 난민을 속출시킨 정부만 지칭하는 말일까.
한 여인이 있었다. 세상에서 일어나는 온갖 전쟁과 가난으로 고통 받는 사람들을 보면서 그녀는 신에게 항의했다.
“왜 당신은 이 사람들을 위해 아무것도 하지 않는 건가요?
그러자 신이 그녀에게 말했다.
“그래서 내가 널 보내지 않았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