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처럼 - 우리시대의 지성 5-016 (구) 문지 스펙트럼 16
다니엘 페낙 지음, 이정임 옮김 / 문학과지성사 / 2004년 4월
평점 :
구판절판


 황순원의 ‘소나기’나, 이청준의 ‘눈길’과 같은 작품을, 학교에서 배우는 교과서가 아닌, 개인적인 내밀함을 추구하는 읽기의 연장선상에서 먼저 만났더라면, 그 감동은 조금 달랐을 거라고 생각한다. 학교 교과목에서 그리하듯, 복선이 뭐냐, 주제가 뭐냐, 요약을 어떻게 할거냐에 혈안이 되어, 깨어있는 독서, 창조적인 독서를 왕왕 부르짖다 보면, 읽어내야 할 모든 글조가리들이 마음속에 부담으로 다가오기 시작하기 때문이다. 페냑의 말처럼 소설은 그냥 소설로 읽어야 맛이 난다. 우리는 이야기가 그립고 이야기에 굶주려 있으니, 그저 분석하는 고민에서 벗어나 이야기 자체에 흠뻑 빠지고만 싶은데.
책머리에는 이 책을 부디 강압적인 교육의 방편으로 삼지 말아달라는 작가의 간곡한 부탁이 있기는 하지만, 페냑은 읽기 교육에 있어서 여러모로 지침을 삼을 만한 말들을 많이 해 준다.

책과 담쌓은 아이들에게 읽기의 즐거움을 깨우쳐 주기 위해서는 어린아이가 처음에 글자를 배울 때 그러했던 것처럼, 다 큰 아이들에게도 소리를 내어 크게 읽어 주라고 한다. 그것이 읽는 즐거움의 시초였다고. 그런 다음 내용을 묻지 말고, 독후감을 쓰라고도 하지 말라 한다. 독서를 하면서 가장 먼저 누릴 수 있는 권리는 아무 말도 하지 않을 권리라고.

우리는 학교에서 읽기를 배우지만, 책 읽는 법을 좋아하는 것은 학교에서 비롯되지는 않는다. 그러면 어떻게 하면 책 읽는 일을 좋아할 수 있지.
작가는 이 책을 통해 책읽기란 무엇보다도 바로 이야기에 대한 갈구, 허기를 채우는 일이었다는 사실을 계속 상기시켜 준다.


어디 하나 버릴데가 없는 표현들로 20년 남짓 교사 생활을 했고, 여러 동화들을 써낸 작가가 술술 풀어내는 이야기에 귀를 귀울여 보는 재미가 그 어디 비할 데 없이 좋다. 게다가 안과 밖, 중심과 주변, 어른과 아이의 시각을 두루두루 아우르며 쓰여져 있기에, 처음에는 아이들에게 책을 읽히는 방법적 측면에서 이 책에 귀를 기울이다가는, 조금 읽다보면 성인이며, 책을 조금 읽었다는 우리 자신에게 그 목소리가 향함을 느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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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드 2005-05-02 17: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동감 120%요. 책에 나오는 그 멋진 단편들( 사실 사회 나와서 읽어본건 김승옥의 무진기행밖에 없지만요) 을 수능이란 지상최고과제의 하나로서만 분석하고 읽어야 했던건 그래서 소설을 소설로가 아닌 문제로 보았던건 정말 억울해요.

icaru 2005-05-02 18: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미스 하이드 님... 짜르르~~~! 감전된 거 같습니다..제말이 그렇다니까요..
무진기행...아... 그 작품이 맨으로 읽으면 참...괜찮은 거 아닙니까...
수능 ...논술... 하니까는... 조지 오웰의 <동물농장>도 생각나네요...
분석하고 논하라... ㅠ,ㅜ 투성이...

2005-05-02 21:0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5-05-02 22:21   URL
비밀 댓글입니다.

실비 2005-05-02 22: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절로 고개가 끄덕이네요.. 동감합니다.^^

icaru 2005-05-03 00: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속삭이신 님...아하아... 제가 이 작은 포켓 사이즈 북에 포옥 빠졌다지요... 어느것하나 버릴 게 없고...생각같아서는 밤이새고, 날이새도록... 책 전체를 문서로 남기고 싶단 생각까지 했을까요...제가 좀 오버쟁이긴 합니다만... 저 책은 진짜 보물이더라고요... 고마워요...님 ㅠ.ㅠ 제 호들갑을 귀기울여 들어 주셔서요 ^^
실비 님... 그죠오? ^^

2005-05-03 08:0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5-05-03 10:55   URL
비밀 댓글입니다.

icaru 2005-05-03 23: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님도 출장에서 돌아오신거래요? 저...잘 지냈어요~ 하아.. 지도 그 시를 쓴 시인은 시험문제를 어케 생각할까...궁금한데.....주변에 교과서에 작품을 낸 사람들 중 아는 사람이 없네요 ^^ 물어보고 싶은데...


2005-05-04 12:51   URL
비밀 댓글입니다.

비로그인 2005-05-04 14: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옳소! 옳소! 이카루님 말씀이 맞소. 요즘 아이들은 책을 많이 읽긴 하지만 자신만의 의미를 추려낼 시간이 없어요. 기계적으로 그냥 핵심을 외워버려야 하니깐요.

로드무비 2005-05-05 07: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복순이 언니님아, 페이퍼는 엇따 감췄슈?
이름도 바꾸시고.
내부수리중이시군요.
그건 그렇고 이 책에 대한 엄청난 칭찬에 할수없이(?)
보관함에 집어넣습니다.^^

2005-05-06 13:2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5-05-07 12:40   URL
비밀 댓글입니다.
 
차에 치인 개
기욤 게로 지음, 김지혜 옮김 / 자인 / 2000년 11월
평점 :
품절




천재 작가의 작품입네 하는 미사여구로 물들여, 제살을 깎아먹은 책 홍보문구, 분량도 얼마 되지 않고, 글자의 자간과 행간이 방방함에도 하드커버로 제작하는 과도함....만 뺀다면, 수준작은 아니고, 그럭저럭 괜찮은 책임에는 분명하다.
화자는 15살 소년으로 직업 체험 과목의 이수를 위해 신문사에서 실습 기간을 갖는다. 그곳에서 주인공이 목격한 것은 정치와 언론의 유착관계에 찌든 지방 신문의 실상과 권태로운 심심풀이 가십기사를 쓰기 위해 온종일 머리를 쥐어짜는 기자들의 모습이었다. 그 실습 기간 동안, 소년에게는 꽤나 충격적으로 여겨질 비리 사건을 정면으로 맞딱뜨리게 된다.  '나'는 언론과 기자들을 '차에 치인 개'와 같다고 말하며 '쓰레기 운반 차'보다 더러운 것이라고 비꼬는 신랄함을 보인다.
이 세상을 살아본 어른들은 알고 있다. 세상은 결코 호락호락하지 않을 뿐 아니라, 부정부패를 면전에서 겪게 되더라도, 청렴결백하기가 낙타 바늘구멍 통과하기보담 어렵게 느껴질 순간이 있음을, 때문에 어떤 이들은 미래를 포기하거나 아니면 삶을 겨우 살아내고 있다는 것을.
참으로 놀라운 것은, 부정과 부패의 장본인들이 바로, 사회적 정의감을 언제나 잊지 않고 살아야 할 경찰서장, 자선단체 회장, 그리고 신문사의 편집장이라는 것이다.

이 책의 작가는 실제로 한 지방지에서 기자로 일하다 너무 솔직하고 오만한 기사를 썼다는 이유로 해직된 전직 기자라고 하는데, 그래서인지, 책도 사회 고발 소설 같은 인상을 준다. 
그렇다고 어두운 결말의 골짜기로 이야기가 흘러 가지는 않았다.

프랑스 사회도 우리처럼 곳곳 어두운 곳에 부패가 만연해 있는지, 이렇게 타락한 패거리들이 기득권층에 전봇대처럼 우뚝 자리를 차지하고 있어, 소설은 자칫 암담한 결말로 흐를까 싶었다. 그러나 이 소년에게는 지원대가 있다. 시위를 주도하고 용기 있게 나서는 자선 단체의 젊은이가 있었고, 노조 활동 경력 때문에 직장을 얻는데 말못할 고충을 겪었던 아버지와 실제적인 도움을 준 어머니가 계셨으니까.

마지막으로 일주일 동안의 언론사 실습이 끝나고 나서 학교에 제출한 주인공의 보고서는 다음과 같이 짧막하다. "저널리즘은 개떡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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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그인 2005-05-01 19: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엇, 서방님도 개를 읽고 있었네요. [창백한 개]에다 [차에 치인 개]라니, 왜 개들이 다들 요로코롬 힘들게 사는 것인지, 원. 근데 저는 좀 암울한 인간이 되어 그런지 저런 결말이 좀 껄끄럽네요. 일종의 전망이나 희망이면 뭐 그러려니 하겠지만. 근데 저는 왜 자꾸 그런 희망 섞인 전망이 허위인 것처럼만 느껴지는 건지. -_-;

2005-05-01 19:41   URL
비밀 댓글입니다.

비로그인 2005-05-01 22: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어..자고 일어났더니 벌써 밤이네요. 크하하..마지막 문장이 압권이에요!

2005-05-01 23:35   URL
비밀 댓글입니다.

잉크냄새 2005-05-02 12: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지저분한 언론과 기자가 왜 " 차에 치인 개"로 묘사된 것인지 궁금하네요. 제 생각엔 차에 치인 개는 개값도 못받기 때문이 아닌가 싶기도 하네요.^^

2005-05-02 16:36   URL
비밀 댓글입니다.

icaru 2005-05-02 17: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개'들의 수난이네요~ 저런 결말... 글쿤요.. 님...역자 후기를 보셨어야 하는데...역자후기를 보면... "이 한 권의 프랑스 소설이 어느 날 문득 삶이 고단하다고 느끼는 누군가에게 하나의 의미가 될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라고 되어 있거든요...
뭐... 그 정도까지야 싶지만...^^
속삭이신 님...왜케 귀여우세요...신랑없을 때 혼자 먹어야겠다는 생각을..ㅋㅋㅋ
복돌이 언니... 그럼 어제 느즈막히 주무셨겠네요~
속삭이신 님... 제가 할 말을 또,또,또,,,, 책이 싸이즈도 딱 포켓 싸이즈고요... 얇고... 그런 게...빨리 읽어내는 데 단단히 한몫한거지요...

icaru 2005-05-02 17: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잉크냄새 님... 아, 그런 의미로군요... 동생이 군대 가 있을 때,,,, 텔레비전에서는 한참...모일병이 군대에서 죽은 의문사규명 이야기가 한참 있었지요... 그때, 들었던... 군대에서 죽으면 개값도 못 받는다는 이야기...너무 처참했지요~( 왜 뜬금없이 그 이야기가 생각나냐.. 나도 참... )

2005-05-03 10:48   URL
비밀 댓글입니다.
 
소설처럼 - 우리시대의 지성 5-016 (구) 문지 스펙트럼 16
다니엘 페낙 지음, 이정임 옮김 / 문학과지성사 / 2004년 4월
구판절판


우린 정말로 아이가 걱정스러웠다.
어찌나 걱정스러운지 시도 때도 없이 내 아이를 또래의 다른 아이들과 시시콜콜 비교하곤 했다.
뿐만 아니라 비슷한 또래의 아이를 둔 친구 아무에게나...가 아닌, 학교 성적이 뛰어나며 죽어라고 책만 읽는다는 아이를 둔 친구에게 자문을 구해보기도 했다.
귀가 잘 안 들리나? 독서 장애가 아닐까? 아예 학교를 안 가겠다고 하는 거나 아닐까? 저러다가 영락없는 학습 지진아가 되어버리는 게 아닐까?
별의별 검사를 다 해보았다. ... 아무런 이상이 없었다.
그런데 왜?
둔해서일까?
단지 둔해서일 뿐이라고
아니다. 아이는 그저 자신의 리듬을 따라가고 있을 뿐이었다. 그 리듬은 다른 아이들과 반드시 같아야 한다는 법도, 평생을 한결같이 언제나 일정해야 한다는 법도 없다. 아이에게는 저마다 책읽기를 체득해나가는 자신만의 리듬이 있다. 때론 그 리듬에 엄청난 가속이 붙기도 하고, 느닷없이 퇴보하기도 한다. 아이가 책을 읽고 싶어 안달을 하는 시기가 있는가 하면, 포식 뒤의 식곤증처럼 오랜 휴지기가 이어지도 한다. 거기에 아이 나름대로의 좀더 잘 하고 싶다는 갈망, 해도 안 될 것만 같은 두려움까지 감안한다면....
교육자를 자처하지만, 실은 우리는 아이에게 성마르게 빚 독촉을 해대는 고리대금업자와 다를 바가 없다. 말하자면 얄팍한 지식을 밑천 삼아, 서푼어치의 '지식'을 꿔주고 이자를 요구하는 격이다.
되돌려 주어야만 한다. 아무런 조건 없이, 될 수록 빨리! 그렇지 않으면, 누구보다 바로 우리 자신부터 의심해보아야 할 것이다.

-60쪽~61쪽쪽

학생 여러분, 우리가 처음 문학에 끌리기 시작하는 건 한낱 단어 나부랭이나 문장 때문만은 아닙니다. 문학이 어떻게 우리의 삶 속에 스며들기 시작했는가를 생각해보십시오. 이야기의 시대는 그 옛날 기억마저 아스라한 시절, 갓난아이를 어르고 재우는 자장가를 그만둘 즈음부터 벌써 시작됩니다. 아이는 젖을 빨 듯 이야기를 빨아들입니다. 그러곤 그 경이로운 이야기들의 세계가 끝없이 되풀이되며 이어지기를 요구합니다. 아이는 냉철하기 그지없는 훌륭한 독자입니다. 나 또한 그 하고많은 마법사며 괴물, 요정 따위를 끊임없이 지어내느라 얼마나 많은 시간을 바쳐야 했는지 모릅니다.
-68쪽쪽

아이는 다시 마음을 다잡고 읽기 시작한다. 한 페이지, 한 페이지가 엿가락처럼 늘어난다. '책' 속의 낱말들이 워크맨의 이어폰 사이에서 춤을 춘다. 아무런 감흥도 없다. 한 자 한 자가 납덩이처럼 무겁기만 하다. 낱말들이 안락사를 당하는 말처럼 차례로 쓰러져간다. 전열을 가다듬는 드럼 연주로도 죽어가는 낱말들을 소생시키기엔 역부족이다(설령 드럼연주자가 그 유명한 켄들일지라도!). 낱말들은 의미를 반납하고 평이한 글자들의 세계로 돌아갔다. 낱말들이 눈앞에서 무참히 쓰러져가건만 아이는 겁날 게 없다. 오직 앞으로의 전진만이 있을 뿐이다. 읽는 것만이 자신에게 유일하게 주어진 당면과 제이자 의무이므로.
-p.81~82쪽

살아가려면 책을 읽어야 한다. 우리를 짐승이나, 야만인, 일자무식의 무뢰한 광포한 광신도ㅡ 자기 도취에 빠진 독재자. 탐욕스러운 배금주의자들과 구별짖는 것이 책을 읽는 것이다. 그것이 바로 독서의 절대적 필요성이다. 그러니 책을 읽어야 한다. 기필코 읽어야 한다. 왜냐하면·
·배우기 위해서
·공부를 잘하기 위해서
·지식을 쌓기 위해서
·우리 인간이 어디서 왔는지 알기 위해서
·우리 인간이 어떤 존재인지 알기 위해서
·타인들을 보다 잘 이해하기 위해서
·우리 인간이 어디로 가는지 알기 위해서
·과거의 기억을 간직하기 위해서
·현재의 우리를 직시하기 위해서
·지난 시대의 경험을 활용하기 위해서
·선조들의 잘못을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서
·시간을 절약하기 위해서
·자신에게서 벗어나기 위해서
·삶의 의미를 찾기 위해서
·우리의 문명을 이루고 있는 근원을 파악하기 위해서
·끝없는 호기심을 일깨우기 위해서
·기분 전환을 위해서
·교양을 쌓기 위해서
·서로의 생각을 교환하기 위해서
·비판 정신을 기르기 위해서
-p.92쪽

책 읽을 시간이 고민이라면 그만큼 책을 읽을 마음이 없다는 말이다. 따지고 보면 책 읽을 시간이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

책 읽는 시간은 언제나 훔친 시간이다(글을 쓰는 시간이나 연애하는 시간처럼 말이다).

대체 어디에서 훔쳐낸단 말인가?

굳이 말하자면, 살아가기 위해 치러야 하는 의무의 시간들에서이다.

(...)

책을 읽는 시간은 사랑하는 시간이 그렇듯, 삶의 시간을 확장시킨다.

만약 사랑도 하루 계획표대로 해야 하는 것이라면, 사랑에 빠질 사람이 어디 있겠는가? 누군들 사랑할 시간이 나겠는가? 그런데도 사랑에 빠진 사람이 사랑할 시간을 내지 못하는 경우는 한 번도 본 적이 없다.

(...)

독서란 효율적인 시간 운용이라는 사회적 차원과는 거리가 멀다. 독서도 사랑이 그렇듯 그저 존재하는 방식인 것이다.

문제는 내가 책 읽을 시간이 있느냐 없느냐가 아니라(그렇다고 아무도 시간을 가져다주지는 않을진대), 독서의 즐거움을 누리려는 마음이 있느냐 없느냐이다.

-p.159~161쪽

입사 시험에서든 학교 시험에서든, '이해한다'란 말의 의미는 시험관이 수험자에게 기대하는 바가 무엇인지를 이해한다는 뜻이다. '제대로 이해한' 답안이란 그러므로 요령껏 타협을 본 답안이다.

(...)

그러므로 '열등생'이란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지극히 정상적인 보통의 아이일 경우가 허다하다. 단지 전술적인 대처 능력이 결여되어 있을 뿐이다.


-p.175~176쪽

책을 끝까지 읽지 않을 권리
.....
한권의 소설책을 끝까지 읽어내지 못하고 던져버릴 만한 무려 36000가지의 이유들이 있다.
이를 테면 전에 어디선가 읽어본 듯한 느낌이 들어서, 그다지 주의를 끌 만한 이야기가 아니라서, 작가가 주장하는 바에 전혀 동조할 수가 없어서, 혹은 닭살이 돋을 만큼 문체가 역겹다거나 반대로 더 이상 읽어나갈 이유를 찾지 못할 만큼 문체가 진부해서라는 둥. 이유는 헤아릴 수 없이 많다.
책이 우리의 손에서 떨어져나간다면?
그것으로 그만이다.
어쨌거나 제아무리 몽테스키외라한들, 마음에도 없는 책을 억지로 1시간씩 읽어가며 마음의 위안을 삼을 수는 없는 노릇일테니 말이다.
하지만 읽기를 포기하는 숱한 이유 가운데 한 가지만은 좀더 시간을 들여 곰곰이 생각할 필요가 있다. 어렴풋이나마 패배한 느낌을 받아 책을 다 읽지 못하는 경우이다. 책을 펼쳐 들고 읽기 시작한 지 얼마되지도 않아 나 자신보다 완강하게 느껴지는 무언가에 의해 점점 밑으로 가라앉는 느낌이 들 때가 있다. ...... 위대한 소설이 쉽게 읽혀지지 않는다고 하여 그 소설이 반드시 다른 소설보다 어려운 것은 아니다. 단지 그 책과 -제아무리 위대한 소설이라 할지라도- '이해'할 수 있는 지적 소양을 충분히 갖추었다고 자부하는 우리들 사이에 모종의 화학적 반응이 일어나지 않았을 뿐이다.

-p.203~ 205쪽

소설은 그냥 소설로, 소설처럼 읽어라.
아이들은 다들 무엇이 되고 싶어 하는, 혹은 무엇이 되어가는 과정들이다. 아니 어른인 우리도 언제나 나 아닌 다른 무엇이 되는 꿈을 꾸며 살아간다. 책은 그런 우리의 꿈을 은밀히 부추기고 공모하는 동반자의 역할을 해 줄 따름이다. 그러니 어떻게 그것을 우격다짐으로 강요할 수 있겠는가. 그래서 ‘읽다’는 ‘사랑하다’나 ‘꿈꾸다’처럼 명령문이 먹혀들지 않는다는 것이다. 하지만 그는 책과 담을 쌓은 아이들을 위해서 구체적인 방안 하나를 우리에게 던져 준다.
-역자후기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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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드 2005-05-01 16: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이 책이 너무너무 좋아요 ^^

icaru 2005-05-01 22: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앗 미스 하이드 님도요?? 찌찌뽕^^
근데 이거 타이핑 하느라고 죽는줄 알았슝...ㅠ^ㅠ

비로그인 2005-05-01 22: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흘흘..애쓰셨구만요. 전 독서의 의미를 따져본 적은 별루 없는데 기냥 '심심풀이 땅콩'의 의미가 더 강한 거 같아요. 아, 근데..소설은 지적 소양관 관계없이 화학적 반응이 잘 일어나던데 사회과학은 물리적 반응이 더 잘 일어나곤 하더라구요. 책 내던지고 바닥에 발랑 누워서 '도저히 못 읽겠어! 당췌 몬 소리냐구!' 라면서 버둥대며 앙탈..

icaru 2005-05-01 23: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추천 한 방으로 저의 노고를 치하해 주신...복돌언냐!!
'도저히 못 읽겠어! 당췌 몬 소리냐구!' 라면서 버둥대며 앙탈.. 후후... 작가가 화학적 반응을 언급하니, 복돌언냐는 물리적 반응의 예로 응수를 해 주시누만요 ...역쉬 ..누가 응용의 귀재 아니랄까베...
암턴...뭔반응이건 설령 역반응이건...간에... 무반응보담은 나아요 글쵸??

2005-05-01 23:41   URL
비밀 댓글입니다.

진주 2005-05-02 11: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허걱~ 놀랫시요....첫 수업 항상 제가 묻는 질문에 애들이 하는 답들이 여거 있어서..책을 왜 읽느냐? 배우기 위해..우짜고저짜고......
근데 저 많은 걸 워드로 쳤다구요? @@굉장히 맘에 들었나봐요.

하루살이 2005-05-02 12: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독서도 사랑이 그렇듯 그저 존재하는 방식인 것이다.
맞습니다, 맞고요... 근데 왜 둘 다는 힘들죠???

잉크냄새 2005-05-02 12: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읽다가 포기하는 것은 좀 그래요. 왠지 오기가 발동해서 끝까지 물고 늘어집니다. 오기로 읽고 나면 남는것은 악 밖에 없는 것을...이것을 오기의 법칙이라 합니다.
그리고 전 책 읽는 의미는 "삶의 의미를 찾기 위해서" 에 가장 큰 비중을 두는것 같아요.^^

icaru 2005-05-02 18: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속삭이신 님... 저는 이 책을 빌려봤거든요... 근데... 사 두어야겠다는 생각했답니다..... 저 많은 글자들을 타이핑하면서 말이죠...
진주 님...하핫 정곡을 찌르셨어요..! 예에~ 굉장히 맘에 들었거든요... 님께 단연 추천해드리고 싶은 책이어요... 읽으면서... 진주 님이 읽으시면 딱이겠다 그럼서 봤는데...님은 아이들에게 책읽기 지도를 하는 선생님이시니까요~
하루살이 님... 독서도 사랑도...훔치는 시간으로 한다 하니... 참..훔치는 요령은요~ 이 책에 나와 있습니다.^^ 어허..이 책 님께도 추천도서요!!
잉크냄새 님... 오기...님께 그런 오기가 있을 법하다는 생각... 체게바라의 평전 리뷰 보면서 들었다지요... 헉...전 정말 오기로 읽었어요...중간까지만요... 문제는 중간까지 이어오는데도.... 당최 뭘 읽었는지 모르겠다는 거...
 
청춘표류
다치바나 다카시 지음, 박연정 옮김 / 예문 / 2005년 3월
평점 :
품절


다치바나는 그의 책 <나는 이런 책을 읽어왔다>에서, 그는 책을 읽는 기쁨 중에 픽션을 제외해 두고, 논픽션의 읽기의 즐거움에 대해 강조하여 말했었다. 픽션보다 더 흥미로운 일들이 실제 생활 속에서 벌어지는데 굳이 픽션을 읽을 필요가 없다고.
이 책도 그것의 일환이 아닐까. 극적으로 표류하는 청춘은 소설 속에만 있는게 아니라고, 더 생생한 젊은 날의 분투기들을 보여 주려 한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

내가 새파랗게 젊었던, 그러니까 스물 하나 둘 시절이지 싶다. 같이 놀았던 친구들 중에 한 아이의 어머니가... 점집 매니아(?)인 분이 계셨다. 그 친구 고3일 때, 언니 시집갈 때, 오빠 장가 보낼 때, 큰 일이 있을 적마다 어머님이 찾는 용하다는 점집. 어느 날인가 한 번 그 친구를 따라 각기들... 생애 처음으로 친구들과 함께 우루루 그 점집에 몰려 갔었다. 그냥 재미로.... 그런데.... 점을 봐주시는 아줌마가 우릴 유심히 살피시더니, 조곤조곤 다그치셨다. 젊은 애들이 벌써부터 이런 데 와 버릇하면 못 쓴다 하시었다.... 마무리는 젊은 날엔 실패와 실수가 다반사이지... 다 깨지면서 성숙하리라는 훈계도 잊지 않으셨다.
젊은 날에 젊은 사람들이 가장 많이 던지는 물음은, ‘과연 나는 무슨 일을 하며 살 것인가’이고, 설령 그 ‘무슨’이 무엇이 될지를 알았다 해도, 그것을 과연 해도 되겠는가, 전망이 있는가라는 의문을 품을 것이다.

사실, 전망은 차치하고라도....살아가면서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찾는 사람은 크게 축복받은 사람 축에 속하지 않을까?  즉, 위와 같은 의문을 갖을 수 있는 사람은 그래도 행운인 것이다.  이 책에 나오는 주인공들은 그 일을 찾았다는 점에서 성공한 사람이다. 그런데 이 성공이란  돈벌고, 명예 드날리는 그런 성공이 아니다. 실패는 성공의 어머니 할 때의 그 성공을 말한다. 진정 좋아하는 일을 찾기까지 진창에서 고역 같은 생활을 하고, 그런 기간을 거쳐서 결국에 희열을 느끼게 된 일이, 깊은 산 속에 들어가 동물의 움직임을 사진으로 담거나, (매가 잡아오는 고기를 먹고, 모자라는 생활비는 막노동으로 벌더라도 자연 속에서 살아가는 게 좋은 그런, ) 하는 일이다. 돈이고, 명예고 간에...우짜하든... 내가 그 속에서 기쁘면 그만인거다. 물론 그들도 ‘가끔은 정말 이 일이 싫을 때가 있어요. 몇 번이나 어째서 나는 이런 곳에서 이 짓을 하고 있는가, 그런 생각이 들죠. 아무런 수확도 없이 수십 일 계속되는 경우가 허다하거든요.’라고 말한다. 나는 이상하게도 이 부분에서 필이 받았다. ^^;;;---- 마냥 좋은 것은 아주 극도의 짧은 순간인지도 모른다. -- 자기 인생이 자체가 ‘망망대해’라는 것을 안 자만이 자기의 의미에 대한 물음에 답할 수 있다. 이 책에 나온 모든 이에게는 출범의 시기가 있었다. 이렇다할 뚜렷한 목적은 없지만, 자신만을 의지하며 자신의 인생을 내건 항해에 망망대해를 향해 배를 저어나가는 시기. 그런 출범의 시기는 바로 지금이 되더라도 큰 지장이 없다. 

이 책에는 여러 사람이 나오는데 그 중 20대 청춘에 몇 번이나 죽으려고 했던 어떤 이는 지금은 아주 긴 안목으로 생을 살아가고 있다.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하며 살아가는 사람들에게는 그 사람이 아무리 겸손한 표정을 보이고 남루한 옷차림을 하고 있어도, 그들에게는 알 수 없는 빛이 난단다.

자기 인생을 자기 이외의 어떤 것에 맡겨버리는 사람일랑 되지 말자. 자신 이외에 누군가 의지할 수 있는 사람, 의지할 수 있는 조직, 또는 스스로 해결하지 못하는 상황 그러한 것들, 타자에게 자신의 인생을 내걸지 말자. 라고 속으로 작게(?) 외쳐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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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04-26 21:01   URL
비밀 댓글입니다.

로드무비 2005-04-26 21: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빨리도 읽으셨네요.
재밌게 잘 읽었어요.
점집 이야기 나오니까 갑자기 홍상수의 <생활의 발견>이......^^;;;

icaru 2005-04-26 21: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헉... 멋져.... 메니아랬다...매니아...랬다...마니아 라고 했다가...암튼.. 딴에고민하다가...쓴거였는데...찍기를 잘 할것을.....^^

icaru 2005-04-26 21: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하하하....생활의 발견 저도 생각납니다....
김상경더러.... 점 안 봐도...될만큼...재수가....없다고...그랬었죠...ㅋㅋ

로드무비 2005-04-26 21: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니아가 바른 표기라는데 전 '매니아'를 고집해요.
카디건을 가디건이라고. 자장면을 짜장면이라고......
물론 우리끼리 쓰는 사바사바 글에서만...ㅎㅎ

달팽이 2005-04-26 21: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직도 청춘의 표류속에 자신을 던질 수 있는 자에게 축복있기를....
잘 읽고 갑니다...다음엔 항아리로 대접할께요...ㅎㅎㅎ

icaru 2005-04-26 22: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사바사바 글^^ 로드무비 님...고맙습니다... 이 책을 읽을 수 있게...선물해 주셔서요~**

icaru 2005-04-26 22: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달팽이 님...항아리..요? ^^::: 읽어 주셔 고맙습니다~

진주 2005-04-26 23: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내가 좋아하는 일'을 하고 사는 편인것 같아요.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하기 위해선 하기 싫은 일을 해야하니까 하기싫은 일조차도 하고싶은 일에 속하는 건가요...?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하고 산다는 건-참 대단한 행운인 것 같아요...

비로그인 2005-04-27 01: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옳소! 의지하지 말고 삽시다! 등 가려우면 효자손으로 자기가 직접 긁을 수 있어야지 말야, 헤헤..저 지금 등 긁고 있걸랑요..으으..거기..거기..무지 걔랐는디 워매.. 쎤헌그~
근데 리뷰 읽고 곰곰 생각해보니까.. 국민 스스로가 하고 싶은 일을 할 수 있게끔 국가가 좀 도와줬으면 좋겠어요. 정작 하고 싶은 일을 할 수 없는 이유 중의 하나가 그닥 돈벌이가 되지 않으니까 지레 포기해버리고 마는 경우도 많을 거 같아요. 다양한 가치를 지닌 사회적 활동들이 서로 상호교류해야 국가도 골고루 발전할 거 같은데.. 내가 원하는 일을 하면서 그 안에서 어떤 창조성과 희열을 맛본다는 것은 굉장한 엑스터시를 느끼게 해 줄지도 모른다구요. 나쁜 놈들..(맨날 사회탓..ㅡ_ㅡ;;)

2005-04-27 10:35   URL
비밀 댓글입니다.

잉크냄새 2005-04-27 11: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표류...이상하게도 묘한 매력을 풍기는 단어입니다. 왠지 청춘이란 단어랑 붙어야 멋이 날것만 같은 단어이기도 하고요.

플레져 2005-04-27 14: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하며 살아가는 사람들에게는 그 사람이 아무리 겸손한 표정을 보이고 남루한 옷차림을 하고 있어도, 그들에게는 알 수 없는 빛이 난단다. → 공감해요. 자신의 일에 푹 빠져있는 사람들에게서 볼 수 있는 눈빛이죠. 그들의 몸은 늙어도 마음과 눈빛은 전혀 달라질 기미가 없지요. 저두 그렇게 되기를 바라오며...

icaru 2005-04-27 16: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진주 님...예에~ 그러신 거 같아요...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하는 사람에게서 느껴지는 특유의 여유로움... 그런 게 있으신 거 같아요... 좋아하는 일을 할 때 부수적으로 따라 붙은 싫은 일들....그것도 기꺼이 껴안아주어야는데... 쉽덜 않아서 ^^;;;;;

복돌언냐 옳소!! --맨날 사회탓..ㅡ_ㅡ;; 헤헤..
언냐 혹시 집에서 장녀신가요, 막내신가요?
음...우리 나라에서는 보통 장남이나 장녀들은 자기 좋아하는 일만 생각하며 살기 힘든 거 같아요... 가끔적이면 직업도 부모님이 무람없이 여기는 일로 골라잡고, 놀아도 부모님께서 염려하지 않는 한도 내에서 하고 싶어지는.. 꼭 착한 딸 착한 아들이 아니래도요...뭐 꼭 제가 그렇다는 것은 아닙네당 ^^

** 님... 아 저에게도 돌아가고 싶지 않은 시절이 있거든요... 저는 그때 잠시 살았던 동네 조차도 발걸음 하고 싶지 않아지지요... 아직도요...
근데 정말 제가 왜 작게 외쳤을까요... 소심해서 그래요... ^^;;;; 아님..크게 외친다...그럼, 진부해질까봐 그랬나아?

잉크냄새 님.. 청춘은 표류와도... 어울리지만...문장에도...어울리는지~ ㅎㅎ
님께서 리뷰로 쓰신 책 <청춘의 문장들>도 꼭 읽어야 할 책 저의 목록에 당당히!! 있습니다~*

플레져 님...
님도 그러세요~? 저도요...제일 바라는 것은 그렇게 늙어가는 것이에요... 눈빛은 죽지 않고... 살아 있는...

2005-04-27 17:5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5-04-27 23:06   URL
비밀 댓글입니다.

비로그인 2005-04-28 12: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부끄러움 없는 청춘은 청춘이 아니라고 하던데... 왜 이리 그 말이 사람을 두근거리게 만들까요.. 다치바나 다카시 만세-.-/

icaru 2005-04-28 14: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 님... 시인과 촌장이라는 이름이 거기에서 탄생한 것이구나! 하고 오늘 또 배웁니다. 이번에 여성 영화 상영작이었다는 ‘나만의 숲’이라는 독일 영화 생각이 납니다.... 영화의 결말이 좀 안타까워서...ㅠ.ㅜ 좀 그렇지만....
아... 음.. 몸은 멀리 계셔도...마음은 가까이서 느낄 수 있기를... 항상 바란답니다... 님 파이팅요!!

** 님... 그건...님이 아직.. 청춘이라서~ 이지 않을까요오?
사실 저도 망망대해 라는 것은 아는데... 왜 아직도 표류해야 하나는 모릅니다 ^^ 모르는 것 투성이!!

비숍 님... 음하하... 다카시 만세요??!! ^^
비숍 님은 아무래도 청춘의 한복판에 자리잡고 계신 듯 ^^

2005-04-28 16:12   URL
비밀 댓글입니다.

비로그인 2005-04-29 00: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 막낸데요..전 사실 부모님의 기대가 미치지 못한 편이거덩요..아마, 내심 속으론 기대하셨겠지만 자식에게 부담가지 않게 하려구 침묵하셨는지도 모르죠. 그렇다 하더라도 내가 좀 노력할 걸..요 모냥 요 꼴인 게 좀 후회가 돼요. 제가 어떤 일에 매력을 느끼고 있고 잘 할 수 있는지 이제야 알게 됐다면 넘 늦은 건지.. 으흑..돈 떨어지면 돈 벌고, 돈 벌면 놀구..허구헌날 놀았던 기억 밖에 없어서..5월은 가정의 달! 효도하며 삽시다!

2005-04-29 16:51   URL
비밀 댓글입니다.

icaru 2005-04-29 16: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놀 줄 안다는 것! 얼마나 멋진 일인가요!! 복돌언냐...똥침 그만놔요~!! 5월은 가정의 달...효도 허자구요!! ㅋㅋ
 
장정일의 독서일기 6 범우 한국 문예 신서 56
장정일 지음 / 범우사 / 2004년 11월
평점 :
절판


 

내가 진정으로 책과 바람이 난다면... 아마 나는 장정일의 독서일기를 무쟈게 편애하는 사람이 될 거 같다. 장정일의 독서일기가 그렇게 훌륭하냐고 묻는 것은 우문이다. 사실.... 세상의 모든 독서일기는 다 훌륭하다. 내가 지금껏 먼지처럼 쌓아놓은 리뷰들도 그냥 그 존재 자체만으로도 의미가 있다고 생각을 하는 것처럼. 장정일이라는 한 개인이 특별히 대단해서가 아니라, 그가 꾸준히 일기를 내고 있다는 이유 때문이다. 그리고 그의 독서일기를 높이 사는 이유는 다시 읽는 의의가 있고, 한 권의 책에 대해서도 내 생각의 변화를 그의 일기를 통해 지표 삼을 수도 있지 않은가. 가령 그의 서평일기 책 중에서 이미 읽은 책들은 내 느낌과 비교하며 읽으니까 재미있고, 이 느낌이라는 게 일치할 때는 되게 반가운데(윤광준의 소리의 황홀에서 일치함.) 완전 어그러질 때도 있다.(암퇘지와 냉정과 열정 사이는 서로 딴소리...) 아직 읽지 않은 책들은 소개를 받으니까 좋고.


이번 6권을 통해 만나니, 장정일이 조금 변했다. 그의 독서관은 개인적이고 내밀한 것을 좇아가는 독서에서 약간 다른 것으로 진화했다.

“민주 사회란 여러 가지 의견이 존재하는 사회라고 말한다.  시민이 책을 읽지 않으면 우중(愚衆)이 된다. 책과 멀리하면 할수록 그 사람은 사회 관습의 맹목적인 신봉자가 되기 십상이고 수구적 이념의 하수인이 되기 일쑤다. 책을 읽지 않는 사람은 내밀한 정신의 쾌락을 놓치는 사람일 뿐만 아니라 나쁜 시민이다.”

(이 사람 어째 책을 읽을수록 점점 목뼈가 뻣뻣해지는가 보다.) 선택한 책들도, 황간의 <주자행장>, 소동파의 <마음 속의 대나무> 같은 중국 고전도 있다. 좀 이례적이다. 문화일보에서 <삼국지>를 연재하기 위한 준비 작업의 일환이려니 싶은데....


154쪽

시오노 나나미의 <나의 인생은 영화관에서 시작되었다.>

- 처음 읽는 시오노 나나미의 이 글들은 무척 쉽게 그리고 즐겁게 읽힌다. 뿐만 아나리 몇몇 감상문은 어떤 글에서도 읽어보지 못한 통찰력을 제공한다. <죽은 시인의 사회>를 본 많은 관객들은 키팅 선생의 열정에 찬사를 보내며 그런 선생이 성공하지 못하는 융통성 없는 교단과 창의력이 말살된 교육을 비난하기 쉽다. 하지만 시오노 나나미는 키팅을 경탄의 눈으로 바라보면서도 그의 비현실적인 교수법을 문제 삼는다. 키팅식의 교수법은 가르치는 쪽이 자신의 머리로 생각해야 하고 게다가 학생들의 잠재된 욕구를 자극해야 하기 때문에 커리큘럼 순으로 소화해 나가는 일반적인 교사와 달리 쉽게 지칠 수밖에 없다고 말한다.

한 반도 아닌 대 여섯 개의 반을 그렇게 가르친다는 게 불가능하기 때문에 학교의 선생들은 아주 여유만만하게 “그들 자신의 존재를 부정하는 듯한 그 영화를 태연히 학생들에게 보여 줄 수 있었”다고 말하는 저자는, 학교 교육은 ‘뼈대’를 세우는 데 목적이 있으며, 학교에서 기대할 수 없는 ‘피와 살’은 학교 이외의 장소에서 보충할 수밖에 없다고 말한다. 그러면서 “교과서 이외의 책이 존재하는 이유는 키팅 선생적인 것을 갈구하는 사람이 끊임없이 존재했기” 때문이며, 바로 그것이 “교과서외의 책이 출판되는 이유”라고 말한다. 그래서 ”키팅 선생에게 공간을 제공해 줄 학교는 없다. 그는 작가가 될 수밖에 없지 않을까 하는 생각마저 든다“는 결론은 퍽이나 수미일관하게 여겨진다.

......"인간이란 나이를 먹을수록 많이 보고 느껴야 한다. 젊은이의 감수성이란, 정신적인 나태에 빠진 어른들의 일시적인 항복 상태의 징표에 지나지 않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든다. 예민하고 깊은 감수성은 진실로 어른들에게만 허락되는 신의 선물이 아닐까”

- (아아, 얼마나 확신에 찬 발언인가! 이 문장의 끝에는 일말의 주저함을 보여 주는 물음표조차 없다!)


 


읽고 싶은 책

 

 

시오노 나나미의 <나의 인생은 영화관에서 시작되었다.>

이완 맥완의 <암스테르담>

주명철의 <지옥에 간 작가들>

제임스 리어단의 <올리버 스톤>

p.브루노의 <천재와 광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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릴케 현상 2005-04-22 04: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장정일이 삼국지 준비작업으로 중국고전들을 읽었다고 밝힌 걸 봤어요

icaru 2005-04-23 21: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아..그렇구먼요...아직 완간된 건 아닌가보네요~

잉크냄새 2005-04-22 12: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시오노 나나미의 <나의 인생은 영화관에서 시작되었다.> 이 책속에 저런 내용이 있었군요. 전 읽는 동안 내내 나나미 아줌씨가 로마인 이야기나 빨리 쓸일이지...했답니다.

하루살이 2005-04-22 14: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님 덕분에 나나미의 '나의 인생은...'에 대한 리뷰를 다시 한번 훑어보았습니다. 이야기보다는 인물에 치중한 영화보기, 그리고 그 인물의 품격에 대한 집착 정도로 정리되어지는 것 같습니다. 영화를 그렇게나 많이 볼 수 있었던 작가의 어린 시절을 부러워했던 기억이 떠오릅니다. 그리고 영화는 그렇게 사람마다 다르게 읽혀지는 맛에 보는구나 하는 생각도...

icaru 2005-04-22 18: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나나미 아줌씨가 로마인이야기나 빨리 쓸일이지...캬캬캬..
님 로마인이야기 읽어보셨어요? 저요? 아니요~ㅠ.ㅜ

하루살이 님... 아...님의 리뷰 얼렁 찾아가서...차근히 읽어보아야겠네요... 예~ 잘은 기억 안 나는데.... 시오노 나나미는 냉철한 사람인 듯 보입니다... 그러게요...어린시절이라... 나나미는 세칭...귀족 계급이었더군요...

릴케 현상 2005-04-22 18: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 삼국지는 이미 다 출간되었잖아요...

icaru 2005-04-22 18: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그래요오...? 몰랐어요...ㅠ.ㅜ

내가없는 이 안 2005-04-22 18: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복순이언니 웬일이세요, 삼국지 출간 소식을 모르시다니! ^^ 역시 님은 장정일 독서일기도 꾸준히 읽으시는구랴~ 전 중국에서 온 편지, 품절될까봐 부랴부랴 사놓고 한 달째 옆에 놔두고 있는데... ^^

icaru 2005-04-22 18: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하핫... 이안 님꺼정...^^;;;; ,,,
삼국지 이야기 꺼내지도 말것을...
뒤늦게 후회해 무엇하나....^^

오호...중국에서 온 편지 라...
그죠... 품절의 우려가........누가 그랬는데...누구더라...'명불허전'이라고...말이죠.. 이런 작품은 빨리 사놔야 된다고 말이죠..

릴케 현상 2005-04-22 18: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중국에서 온 편지 나왔을 때 서점에서 서서 다 읽고 참 감탄했었죠^^그런 거 사 줘야 하는 건데...

icaru 2005-04-22 18: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자명한 산책 님..거렇습니다... 그런 책을 사줘야 한다고 생각해요... 아주 유명세가 하늘을 찌르는 거 말고요...

로드무비 2005-04-23 13: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커피 한잔 어때요?ko-hi-.gif

 

    복순이 언니님, 딸기 드세요.^^


로드무비 2005-04-23 13: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추천은 저예요.^^

2005-04-23 21:13   URL
비밀 댓글입니다.

icaru 2005-04-23 21: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아..로드무비 니임~! 너무 구여워요...방금 커피 한잔 또 타왔어요..'커피'라는 말 한마디...이모티콘에도 저는 커피를 마시고픈 강력한 필을 받죠...딸기도 냠냠...... 아하...그리고말입죠....(추천 고맙심더어~^^ )

icaru 2005-04-23 21: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귓속말의 님...오늘 좋은 시간 보내셨겠당 으앙^^
시오노 나나미의 글을 읽은적은 없는데...장정일의 이 독서일기를 보고, 많이 동했답니다.... 꽤 칼로 무 자르듯 명쾌하게 말하는 작가인듯~
앗...님까지... 삼국지...어허..영원히...잊지 못할 장정일의 삼국지여어~!

2005-04-27 23:13   URL
비밀 댓글입니다.

icaru 2005-04-28 14: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삼국지껀을 이해해 주시는 님... 고맙심더 (ㅠ^ㅠ 대성통곡)

2005-04-28 17:59   URL
비밀 댓글입니다.

파란여우 2005-04-29 17: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리뷰의 백미는 서두에 있습니다.
아주 요약이 뛰어난 것 같아요.
아무리 제가 장정일 왕팬이라고 해도 그렇지 훌륭한 책을 요약한다는 일은
아무나 하는게 아니라는게 제 생각입니다.^^

icaru 2005-04-30 09: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파란여우 님! 제 서재에서 뵈니, 곱절로 반가심더!!
에고...파란여우 님...진짜...넘치는 말씀이셔요... ^^
저는 장정일의 독서일기를 읽으면서.... 파란여우 님의 내면성없는 책읽기는 황구라다 라는 말을 여러번 새긴답니다~^^

2005-05-02 12:37   URL
비밀 댓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