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과 바람난 여자
아니 프랑수아 지음, 이상해 옮김 / 솔출판사 / 2005년 3월
평점 :
절판


 

이제 막 독립을 한 후배 집에 놀러갔는데... 아주 진풍경이 연출되었다. 책상겸 밥상겸 탁자겸 겸사겸사 여러노릇을 하던 큰 상에 상다리가 없었다. 그 아이는 상다리 대신... 과월호 잡지 핫뮤직을 탑처럼 쌓아서 마치 상다리처럼 상을 괴고 있었다. 책이 가구 노릇을 하는 모양...책에 대한 엄숙주의를 비웃는 재미난 풍경.... 잡지니까...그럴테니... 라고 생각했지만, 근본적인 이유는 거기에 있지 않은 것 같다. 책을 다루고, 사랑하는 방식이 천차만별.  


개인적이고 내밀한 것을 좇아가는 독서를 민망시럽게 만드는 경구는 참 많다. 대오각성을 위해 좀 읽어 줘야 할 책도 산처럼 쌓여 있는데.... 그런 따위나 읽으며 히히덕거릴래... 하고 정수리를 후려치는 것 같은 느낌을 주는 글들......


그러나 아니 프랑수아도.... 나와 같은 부류인가보다. 그녀가 이런 말을 했그덩...


“나는 왜 걸작 고전을 읽지 않을까. 통과의례에 대한 내 거부감 때문에 하지만 또한 이론적이거나 실제적인 중요성을 너무나 잘 알고 있는 위대한 작품에 푹 빠질 수 있게 해 주는 그 마음의 평온, 그 순수함 혹은 완전한 가벼움이 나에게는 결여되어 있기 때문에.”


이렇게 말하고 보는 사람에게 내가 또 한없이 약하지...않겠나.

이 책은 책과 바람난 어떤 여자의 이야기이긴 한데...  바람난 그 대상(책)의 됨됨이에 대해서 말하는 것은 차치해 둔다. 이 여자가 들려 주는 주요한 이야기는 그 대상에게 애정공세를 퍼붓는 그녀의 마음씀씀이와 광기어린 책에 대한 애정 공세의 향연, 그에 대한 아주 주변부의 이야기들이다.


p.85


향수나 기저귀의 경우도 마찬가지 아니냐고 이의를 제기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물론 그것은 그렇지가 않다. 그 경우에도 바코드는 분명히 있지만 그것은 포장지에 있다. 그런데 책에는 직접 새겨져 있다. 생살에, 낙인처럼.



p.106


어른이 된 지금, 나는 이제 더 이상 벌목을 하듯 책을 읽지는 않을 것이다. 병적인 허기증 환자가 먹은 것을 소화시키지 못하듯 책 마니아 역시 그 내용을 음미할 시간을 가질 수 없기 때문이다.


 

p.157~158


독서광은 이 모든 것을 어떻게 저장할 수 있을까? 그는 저장하지 않는다. 그는 기억상실증 환자다. 새것이 옛것을 대신한다. (...)


더 이상 늘어놓을 필요가 없겠다. 쥐스킨트가 이 모든 것을 아주 기가 막힌 솜씨로 묘사해 놓았으니까.


주13_ 국내에는 "깊이에의 강요"라는 단편 모음집에 '문학적 건망증'이라는 제목으로 실려 있다.



p.160~162


나는 사람들이 내가 읽고 있는 책 제목을 흘낏거리는 것을 참아내질 못한다.(...)


나는 누가 어깨 너머로 내 책을 읽는 것 역시 참지 못한다. 마치 목욕을 즐기고 있는데 누가 불쑥 들어오는 느낌이다. 무례한 시선에 기분이 상한 나는 아예 독서를 포기하고 만다.(...)


누가 내 책에 손대는 것도 용납할 수 없다.(...)


이 모든 게 사납고 새침한데다 히스테리만 늘어나는 노처녀나 하는 짓 같지만 나도 어쩔 수가 없다. 도무지 참을 수가 없다. 나는 이 허물없는 짓거리들을 역겨운 관음증과 연관시킨다. 그것은 섹스보다는 사생활 침해와 더 밀접하다.


그런데, 날 소름 돋게 하거나 모욕감을 주는 이 모든 행동들을 정작 나 자신은 아무렇지도 않은 듯이 한다. 거리낌 없음에 완벽한 위선까지 더해서(말하자면 근시인 내 눈이 허락해주는 만큼). 나는 다른 곳을 쳐다보며 태연히 안경을 꺼내 쓰고는 아무 일도 없는 듯 보통 책 상단에 적혀 있는 제목을 곁눈질한다. 그러고는 천박한 추측에, 즉흥적인 분석에, 말도 안 되는 성찰에 빠져든다.



그녀의 직함은 편집자다. 본래 저 류의 직업을 갖다보면, 심심풀이를 위해 집어든 책에서 마저 오류나 탈자를 잡아내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그런데 가끔 주름도 얼룩도 뒤집힌 페이지도 없는, 오류가 전혀 없는 책이 나오기도 한다. 마치 실수라곤 모르는 변종이 편집을 한 것 같다. 그런 일이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 하지만, 실제로 오류가 없었다기 보다는 자신이 못 잡아낸 것이다. 이럴 때는 되는 일도 하나 없다. 뜨거운 냄비에 데이고, 찔리고, 베이고, 부딪히고, 열쇠 약속 사람 이름을 까먹는다. 물건들도 -그들도 영혼을 가지고 있다.- 한몫을 하려고 끼어 든다. 식기 세척기, 컴퓨터, 자동차, 다리미, 배기 후드, 커피메이커 인터폰, 모든 것이 기다렸다는 듯이 고장난다. 온 우주가 짜고 골탕에 빠뜨리는 것 같다. 

바로 이럴 때, 읽는 책이 있다면 좋겠지. 호어스트의 '세상은 언제나 금요일은 아니지', 나 패터 빅셀의 '책상은 책상이다.', 성석제의 '재미나는 인생'. 이런 류의 책을 잡고 읽다보면, 경우에 따라 웃음도 울음도 터뜨린다. 그러면서 긴장도 풀린다.

 

 

보너스 팁...


책을 읽으려 하지 않는 아이들에게 다음과 같은 방법을 권하면 아이들이 책을 읽으려 할 것이라네요. 부모의 서재에 아이들을 들어오지 못하게 하라고 아니는 말하네요. “아직 고추에 털도 나지 않은 것들이 감히!” 라는 모욕적인 말로 그들을 쫓아내라고요. 그러나 이렇게 해도 책에 흠뻑 취하는 방식으로 반항하지 않는 아이는, 셋 중 하나랍니다. 진정한 반항아이거나 호기심도 없는 아둔한 녀석, 혹은 자극해봤자 씨도 안 먹히는 철학자이거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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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04-22 08:46   URL
비밀 댓글입니다.

icaru 2005-04-22 09: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앗 예엡...! 역시 님도 편집자!!! ㅋㅋ 충성!

stella.K 2005-04-22 11: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나도 이 책 읽고 싶었는데...!

하이드 2005-04-22 11: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재밌죠! 근데, 제목 바꾼건 좀 마음에 안들어요. 근데, 원제를 우리 제목으로 바꾸면 어떻게 해야할까 괜히 혼자 고민했어요. 이 책이랑 저자가 또 죽고 못사는 '담배'에 관한 책이 있다지요? ( 담배를 안 펴서 별 공감은 안갈것 같긴 하지만)

2005-04-22 12:01   URL
비밀 댓글입니다.

잉크냄새 2005-04-22 12: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천박한 추측에, 즉흥적인 분석에, 말도 안 되는 성찰에 빠져든다.
--> 이거 푹 찔리는 이야기입니다. 우짜스까...

2005-04-22 13:24   URL
비밀 댓글입니다.

진주 2005-04-22 17: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리 영이는 씨도 안 먹히는 철학자 타입인가봐요 ㅠㅠ

icaru 2005-04-22 18: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스텔라님 이 책 재미는 뭐, 보장할 수 있당게요...
미스 하이드 님... 헛...원제목이 어케 된데요? 그러게요...담배에 관한 책도 썼다지요~ 그 책도 이 책처럼...소소한 맛이 날까요?
잉크냄새 님...저도요...! 지하철 안에서 모르는 다른 사람이 내 책을 흘끔보는 건 좀 불쾌한데...저는 흘끔흘끔 다른 사람 책을 보다니... ! 뭔 지맘대로 심뽄지..

속삭이신 님... 님이...제 리뷰의 쏘스구먼요... 저도 궁금하당게요... 원제... 불어를 모릉게...

진주 님... 거렇죠!! 영이는 진정한 반항아(엄마 말을 을매나 잘 듣는뎅...)나~ 아둔한...는 결코 아니니까요...

2005-04-22 18:31   URL
비밀 댓글입니다.

icaru 2005-04-22 18: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속삭이신 님...지붕 바뀐 거...알아채셨네 ^^ ㅋㅋㅋ ... 누가누가 알아봐 주나 했는데...!

비로그인 2005-04-22 21: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 이 책 재밌겠는데요! 특히 인용하신 것 중 p.157~158과 p.160~162 부분은 꼭 저를 두고 하는 말 같아 엄청 찔립니다.
근데, 서방님, 저는 진정한 반항아이고 싶은데...ㅋㄷㅋㄷ
글고 서방님, 저도 지붕 바뀐 거 얘기하려고 했당께요.
페이퍼 보고 왔는데, 중대한 결심을 앞두고 있다구요? 호혹시, 우리덜 결혼 발표? 안 되는데, 그럼 나도 서방님도 우리 여보야(복돌이님)한테 죽지 않을 만큼 맞고 세 대 더 맞습니다. 허헉, 여보야, 내가 잘못해써! 살려줘, 살려달랑께. ㅜ.ㅜ

실비 2005-04-22 21: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p.160~162 이부분을 절대동감합니다.ㅎㅎㅎ 한번 읽고싶어지네요 꾸욱^^

icaru 2005-04-23 11: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노파 님..그 부분에 찔려 하는 사람 많다우~ 나도 그렇고.. 결혼 발표...푸하하..난 아직 우리 옆지기 좋은데...우짜스까..ㅠ.ㅠ
실비 님...읽어보세요~ 님께 재밌는 책이 될꺼라고...믿어의심치 않아요..

2005-04-23 21:17   URL
비밀 댓글입니다.

실비 2005-04-23 22: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번에 복순이언니님 믿고 책 바로 구매합니다.^^

실비 2005-04-24 00: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늘 지하철에서 책을 읽고 있는데 옆에서 어떤 아저씨가 계쏙 보던군여.. 기분이 참...그냥 바로 덥고 서있었땁니다.ㅎㅎ

icaru 2005-04-24 14: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실비 님..흐..믿고 구매하신다니...또...아주 쪼매만큼의 걱정이 들지 않는 것도 아니네요...에궁... 아냐요~ 흡족하실거외다..흐흐...
글케...흘끔거리는 사람이 있다니까요...은근히..불쾌하죠오?

비로그인 2005-04-25 10: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읽고 싶어요...!!^^

icaru 2005-04-25 11: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

2005-04-27 23:20   URL
비밀 댓글입니다.
 



한강 시민공원엘 가다...떄마침...2호선이 합정역에서 당산역 쪽으로 들어오고 있다... ( 그 반대일지도.. )

 



동생의 뒤통수...음...실하군...

 



한강...

 



커플의 뒷모습이 좋아서...찰칵!

 



버드나무 사이로 해는 지고, 모르는 여인의 뒷모습 또 찰칵!

 



들판 가운데 우리 삼녀...코딱지 만해 보인다...

 



윤중로엔 사람들로 미어터지고...

 





벛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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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레져 2005-04-20 22: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코딱지 치곤 좀 큰...ㅋㅋㅋ
언제나 한번 윤중로에 가보려나요. 벚꽃 나무 아래에 서면 홀린다던데...
말짱하셔요? ^^

어룸 2005-04-20 22: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 너무 좋네요!!
벚나무 가지가 정말 예술적으로 자랐어요, 역시 자연만한 예술가는 없나봅니다!!
모르는 여인의 뒷모습 사진, 분위기 너무 근사합니다...커플 뒷모습도 좋고^^

2005-04-20 23:00   URL
비밀 댓글입니다.

panda78 2005-04-20 23: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벚꽃이 레이스 같은 게 정말 아름답네요--- 벚꽃 구경 가고 싶어집니다. ^^

플레져 2005-04-20 23: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판다님, 벚꽃 레이스라니!! 표현 죽입니다~ ^^
투풀님, 그죠그죠? 혹시 복순이 언니님이 아닐까 하는 의혹이...ㅎ

울보 2005-04-20 23: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언제 한번 저기에 가보나요
우리신랑은 사람이 너무 많다 싫다고 합니다,
정말 즐거운 하루를 보내셨군요..

실비 2005-04-20 23: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한강시민공원은 가본 기억이 나는데 윤중로는 첨이네요^^
하여튼 구경 잘하셔겠어요 꽃이 잘 피었는걸요^^

잉크냄새 2005-04-21 08: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모르는 여인의 뒷모습, 버티고 선 다리 모습이나 허리옆에 단호하게 내린 팔과 먼곳을 응시하는 시선이 장군의 동상을 연상케하네요.

icaru 2005-04-21 09: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플레져 님... / 저..말짱해요 ^^ 사람들이 너무 많아서...벚꽃에서 뿜어나오는 귀기가..사방팔방 흩어진게 아닐까....헙니다~ 벚꽃 한 가지 꺾어 플레져 님의 손에 보낼진대,....하려다가...꾹 참았씨유..

toofool 님 / 아...투풀님은 ‘가지’도 보시는구나.... 저도 몰랐는데... 가지의 뻗은 선이 선이... 멋지다는 것도 오늘에사 느낌이 왔습니다~. 투풀님은 심미안을 가졌어요...

판다판다 님 / “벚꽃 레이스”.. 홀...써먹어야지... 주말을 피하시면... 좋은 꽃귀경이 될거같어요~~ 저는 홍콩 가고 싶다는....ㅋㅋ

울보 님 / 지난 토요일에 훌쩍 동생하고 손잡고 갔다와 부렀는데... 평일에 하루 월차내고...가서... 자전거 좀 타 볼까 하는 생각을 했씨용... 인라인 스케이트를 많이들 타던데... 전 고건 안 되고... 울 옆지기도... 사람 많은 곳 가는데는 극구 피합니다... 전 동상이랑 둘이 나다녀요 ^^

실비 님... 과천서울랜드 다녀오신 사진도 얼릉 올리랑게요~!!!

잉크 냄새 님../ 그죠오? 제 추측으로 저 아래서 놀고 있는 아이들을 부르는 다부진 엄마가 아닐까.... 하는데...



hanicare 2005-04-21 09: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한강 사진 보고 눈을 시원하게 식혔어요.
버드나무 사이로 해는 지고, 모르는 여인의 뒷모습이라...제목부터 근사하네요.




로드무비 2005-04-21 11: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주말에 제사 지내러 형님댁에 가는데 전철 안이 미어터지더군요.
여의도 부근을 지날 무렵.
형님댁에 가면 꼭 들르는 막걸리 라이브 주점에도 못 가고
벚꽃 구경도 못하고......
한 가지 낙이라면 김치를 한 보따리 얻어온 것.^^;;

icaru 2005-04-21 16: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하니케어 님...눈을 시원하게 해 드렸다니...저 한강물 사진...갑자기 기특해질라 그러네요 ^^ 흐흐...

로드무비 님... 그죠...주말엔...피해야 것드라고요... 흐미..벚꽃구경을 온 건지 사람구경을 왔는지...헷갈렸어요..! 가끔 사람들 구경 오지게 하는 것도 신나긴 하지만요~ ... 김치 한 보따리라.... 아 맛나게 짭짭.. 좋으시겠당... 아... 생각해보니...저도 지금껏 묵은 김장김치를 꾸역꾸역 먹구 있다는 하하...

2005-04-21 21:4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5-04-21 21:53   URL
비밀 댓글입니다.

icaru 2005-04-21 21: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기다릴꼬예요~^^

2005-04-21 22:19   URL
비밀 댓글입니다.

icaru 2005-04-21 22: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히햐~! 님 멋재이~~!!

플레져 2005-04-21 22: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흠~ 글씨가 너무 크군요... 저의 한곕니다 ㅋ
그래도 걸어주시니 황공하옵니다.
저 이쁜 그림들이 다 안나오는게 아쉽네요 ^^

2005-04-21 22:29   URL
비밀 댓글입니다.

비로그인 2005-04-21 22: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엇..깜딱 놀랐어요. 저 시커먼 잠바 입은 총각 말입네다. 처녀 궁뎅이 스리슬쩍 만지려는 치한인 줄 알고..
언젠가 여의도 벚꽃이 피던 시기였나봐요. 사람들이 장사진을 치는 바람에 유희열이란 가수가 '음악도시' 진행을 못하고 거리에서 휴대전화로 오프닝 멘트를 하던 생각이 납니다. 글케 미어터지나 보죠? 아름다운 윤중로 옆으로 방폐장(청와대)이 있어서 자칫 사람들까지 오염될까, 참 껄쩍지근하지만 시민들의 모습이 여유로와 보여 좋아요. 근데 동상분들은 죄다 서울로 상경하신 거래요? 삼녀출똥이라면..뭔 날이래요? 복순인 어따가 내비두고 일루 모이셨을까..별 씨잘데기 없는 게 또 궁금..

icaru 2005-04-22 00: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기...지붕에다가 새길 수 있음 새길라고 했어요... - ***님 작.. 이렇게요...근데 할 줄 몰라서~*

복돌언냐~.. 엄청 미어터진당게로요...잘하면..사람이 사람헌테 밟힌당게요... 앗...울삼녀는 우리집 길 건너 살아유.... 삼녀가 아직 아이같아서..(흐미..쫌있음 서른인데 말이쥬...) 저의 자장이 미치는 범위에 있어야 해요...

내가없는 이 안 2005-04-26 03: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근데요, 님 사진도 올려주시지 그랬어요? 하긴 사진 하나 더 올라오면 복순이언니 인기가 미어터지긴 하겠다. ^^ 그런데 참 신기하죠. 우린 요즘 꽃 보면서 그래요. 어디서 그렇게 다 숨어 있다가 이렇게 때 되면 살아 있다고 죄 나오는 걸까... ^^
 
어느 날 내가 죽었습니다 (반양장) 반올림 1
이경혜 지음 / 바람의아이들 / 2004년 4월
평점 :
구판절판


엄밀히 말하면 중학생 대상 소설이다. 올챙이 시절을 기억 못한다고, 중학 시절이 지난지가 한참이라, 그 나이의 감성을 잊은지 오래지 싶다. 그러다가도, 사실... 이 책이 사고로 인한 ‘죽음에’ 대해 말하고 있음을 생각할 때, ‘죽음’ 받아들임은 나이를 불문하는 것인지도 모르겠다는 생각도 슬몃 한다. 이것은 내가 중학생 대상의 책을 읽은 하나의 핑계이지만, 한편으로는 ‘다른 이’의 죽음을 목도하고, 내가 앞으로 죽을 것이라는 사실을 받아들이는, 이 생의 본질적인 이야기 앞에선 연령 대상이 누구를 했던 간에 그 앞에 납작 엎드리고 보는 심정이 되는 것에 대한 고백이다.

 

"사람들은 쉽게 말한다. 마음 속에 품고 잊지 않으면 그 사람은 죽은 게 아니라고, 우리 마음 속에 살아 있는 거라고......웃기는 소리다. 마음을 달래느라 만들어 낸 수많은 거짓 위로 중에서도 가장 짜증나는 말이다. 차라리 재준이가 완벽하게 사라졌다는 사실을 내가 받아들여야 하는 게 아닐까. 그리고 나 또한 언젠가는 그렇게 씻은 듯이 사라질 거라는 사실을......"

 

죽은 친구의 빈 자리를 느끼며 크게 허망해하는 그와 가장 깊은 우정을 나눈 친구 유미의 탄식이다.

나와 가까웠던 어느 분이 돌아가셨을 때, 내게 처음 든 생각은 ‘믿기지 않는다’ 였다.
그 사람이 이제는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다는 사실이 ‘실감’이 안 난다는 것, 지병이 있으셔서 그 전부터 죽음을 예견하였지만 막상 저 세상으로 가셨을 때는 ‘가셨다’는 게 믿기지 않았다.

 

유미도 그랬다.  유미는 “고양이고, 금붕어고, 뱀이고, 코끼리고 모두 모아다가 각자 잘하는 걸 더 잘하게 하는 게 아니라 그 모든 동물들을 똑같이 만들게 하는 ” 학교 교육에 대해 갑갑함을 느끼는 친구이다.

이혼한 엄마, 새아빠, 그리고 새아빠와 엄마 사이에서 태어난 젖먹이 동생 그리고 유미, 이렇게 네 식구, 유미는 세상에 대해 조금 불만이고 조숙한 친구이다. ‘그렇게 자라다가 술집 여자가 될 거라고’ 귀를 뚫은 것에 대해 막말을 하며 다그치는 선생님께, 유미는 ‘그럼, 선생님도 술집 나가세요?“ 라고, 선생님께 대거리를 하는 통에 단번 전학온 학교에서 찍히고 만다. 전학 오기 전 학교에선 친구도 많았는데 이 학교에선 친구들도 접근을 안 한다. 하지만 유일하게 유미에게 먼저 다가온 친구가 있었는데, 그 친구가 재준이다. 소심하면서도 자상한 재준이와 공부도 같이 하고, 실연(각각 서로 다른 여학생과 남학생을 짝사랑하고 있음.)의 아픔 또한 서로 위로해 준다.

 

이런 유미가 재준이의 죽음을 통해서 철이 들었다고 생각되는 지점은 바로, 재준이가 혼자 많이 많이 좋아했던 소희라는 친구에 대한 유미의 감정이 바뀌던 지점에서였다. 유미는 ‘소희’가 청순가련한 외모로 남자 아이들의 마음을 잔뜩 흔들어놓으면서 그걸 실컷 즐기는 여우 같은 아이라고 마득치 않게 생각해 왔었지만, 재준이가 소희가 오토바이를 잘 타는 남자를 좋아한다는 사실을 알고 잘 타지도 못하는 오토바이에 속력을 내다가 그만 죽음을 맞게 되었다는 사실을 재준이의 일기장을 통해서 알게 된다. 어떻게 보면 소희가 재준이의 죽음에 원인을 제공했다고 몰아부칠 수도 있는데 하지만, 재준이 살아 생전의 사랑이라는 감정을 느끼게 해 준 소희에게 고마움을 느끼며, 재준이가 얼마나 소희를 좋아했는지 이해하기에 결국 미워할 수는 없다는 생각을 하게 되는데, 이 지점이 바로 유미가 세상과 소통하고 화해를 하는 계기가 아니었을까 생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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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04-12 17:21   URL
비밀 댓글입니다.

울보 2005-04-12 19: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죽음이란 무엇일까요..
내주위의 많은 이들이 저기 하늘로 올라갔지만 시간이 지나면 어느 순간 치유가 되더라구요,,,,
그런데 생각해봅니다,
어느날 내가 이세상에서 사라질때 날 위해 진정으로 울어줄이가 몇이나 되나하고요,,

아영엄마 2005-04-12 23: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조만간 읽어볼 책으로 꼽아두고 있어요.. ^^ 추천 하옵고~

진주 2005-04-13 07: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중학생 대상의 죽음을 주제로 한 책이라니 무쟈게 끌리는고만요...하지만....얼마전에 모리와 함께 죽음을 너무 심각하게 나눈터라...내년쯤에는 한 번 생각해야봐겠군요^^ 리뷰 잘 봤습니다.

icaru 2005-04-13 13: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맨위 속삭이신 님~ 님...하핫.. 이실직고 하면...... 이 책이 분량이 하루저녁 나절을 온전히 바치면 소화할 수 있을 적량이거들랑요~ 요즘 신영복 님의 <강의>를 옆에옆에 앉은 사람이 빌려줘서 그걸 읽는다고 깽깽거리고 있는데... 제가 생각하기엔 <강의>는 이 속도로는 한 달 꼬박 걸려얄 것 같습니다.... 아....정말 책도 책 나름이구나 하는 생각 드네요~

울보 님... 그죠오~ 무슨 조화 속이었는지...이 소설 속 재준이는 일기장에서 보면 소위 ‘시체놀이’같은 걸 하거든요... 굉장히 속상하고 화가 날 때, 지금 이 순간 내가 죽었다 라고 생각하고 시간을 버티는거죠... 그렇게 죽은 척 하고 살아보다 보면, 삶이 오히려 더 소중하게 느껴지고, 주변 사람들에게도 더 잘하게 된다는 것을 깨달은 거죠....
정말 내가 죽으면...누가누가 울어 줄까요... 핫...음..

속삭이신 님... 맞아요...... 소중한 친구가 죽었다면, 그 허전함을 어디에 비할까요...
이 책 읽으면서...죽음을 미리 준비함으로써, 남은 지금의 삶을 더 값지게 살 수 있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들었고요.... 또, 내가 죽은 후에 혹은 주변의 누군가가 죽은 후에 후회하지 않으려면 남에게 모질게 하지 않고 살아야겠구나 하는 생각도 들데요~ 흠...

아영엄마 님.... 중학생 대상 소설이 일천한 와중에... 중학생과 소통하는 좋은 작품 같았어요~ 님의 공주님들도~머지 않아, 중학교에 들어갈테고... 엄마와 함께 책읽고, 이야기 나누는 것도 좋을 거 같아요... 엄마들이 읽기엔 좀 밋밋할 수도 있는 내용이지만, 아이들에게는 그 느낌이 클거란 생각 들어요...

진주 님... 하아~ 저도 모리 할아버지와 죽음 심각하게 나눈 전력이...^^ 흐흐... 모리 할아버지는 죽음이 삶의 끝이 아니라 삶의 완성이라셨죠... 흠...죽음은 삶을 이해하는 키워드라는 말... 생각나네요...


내가없는 이 안 2005-04-13 10: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복순이언니님, 이 책은 미네르바님 리뷰로도 봤는데 유미와 소희의 갈등은 꽤 가슴에 와닿네요. 제가 유미에게 속할까요, 소희에게 속할까요? ^^ 이 책을 아직 읽어보지 못했지만 작가는 유미가 재준의 죽음을 받아들이는 과정을 말하고 싶었던 듯하군요. 죽은 사람을 기억하는 데는 여러 과정을 거치잖아요. 그 사람이 좋았다거나 싫었다는 데 초점이 맞추어져 생각되다가 곧 그 사람의 죽음을 통해 자기 삶의 방식도 변하고 인식이 바뀌죠. 요즘 전 그래요. 막상 제 죽음은 그리 큰 의미를 두지 않아도 제 주변인의 죽음은 대단한 의미로 다가오거든요. 이참에 미루지 말고 이 책 읽어야겠어요! ^^ 그런데 리뷰 참 잘 써요, 복순이언니님은.

잉크냄새 2005-04-13 13: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목을 보고 문득 " 소하 몇년 나는 죽었다 " 로 시작하는 < 반딧불의 묘>가 떠올랐네요. 죽음을 받아들이게 되는 것은 인지하든 못하든 분명 어떤 계기가 있는것 같아요. 고등학교 시절 친구의 죽음을 인지하지 못하고 약간 맛이 간듯 지내던 어느날 꿈에 친구가 나타나 홀로 떠나더군요. 새벽녘에 일어나 한바탕 소리죽여 눈물을 흘리고 등교하는 길에 문득 그 친구가 떠났구나 하는 생각을 하곤 빈 하늘에 잘가라고 인사를 했답니다. 그리곤 자연스럽게 친구의 죽음을 받아들였죠. 아마 정을 떼고 가는 모양입니다.

2005-04-13 13:38   URL
비밀 댓글입니다.

icaru 2005-04-14 10: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안님은 유미와 소희 뿐만이 아니라...재준이의 캐릭터까지 함축하고 계신 분이 아닐까나요? 소희처럼 새침하고, 유미처럼 쿨하고, 재준이처럼 다정다감하세요 ^^
저도 미네르바 님...리뷰 읽고, 읽으려고 찜했었거든요~ 리뷰 읽을 때,,,, 그 아래...파란여우 님하고 호밀밭 님 그리고 그리고... 님의 코멘트가 있었는데... 리뷰도 리뷰였고...아울로 코멘트가 제 기억에 오래 남았더랬습니다... 특히...님께서는... 죽음에 대해 생각해 보는 것은 어릴 때부터 하는 게 필요하다고 말씀하셨어요...그리고..제가 어느 분 리뷰에서 님의 코멘트를 보았었는데 거기에도...그런 말 있었거든요... 구구절절하게 기억은 안 나지만... 죽음에 대한 예행 연습을 해보고 싶다는... 하... 재준이처럼요~ 아휴..너무 무거운 야그만 주절주절...한 것 같습니당


잉크냄새 님...페이퍼에서 친구의 죽음에 대한 글을 읽었던 기억이 나네요~
“새벽녘에 일어나 한바탕 소리죽여 눈물을 흘리고 등교하는 길에 문득 그 친구가 떠났구나 하는 생각을 하곤 빈 하늘에 잘가라고 인사를 했답니다. 그리곤 자연스럽게 친구의 죽음을 받아들였죠. 아마 정을 떼고 가는 모양입니다.”
모두모두 잘 가기를...너무 일찍 떠난...청춘들이여.....

속삭이신 님... 너무 고맙지 뭐유~ 어제 본 <엄마를 찾아서>는 어땠수? 님 갈 때 얼른 따라 나서야는데...그래야...나도 어데가서... 그 영화제 가본 적 있다고 생색 쫌...ㅋㅋ
난 완전 생색용이에요~
그죠... 나두 실은 그 생각했어요.... ‘재준’이가 너무 천사스럽게...사람스럽지 않게... 유미에게 접근을 하는 바람에... 리얼리티가 쫌 떨어지기는 했어라우~ 자연낭만적이기도 하기한데 말이우...

내가없는 이 안 2005-04-14 11: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앗, 복순이언니님 제 댓글을 다 기억하시는 통에 앞으로 서재주인보기로만 써야겠당. ^^ 잉크냄새님은 반딧불의 묘를 얘기하셨네요. 처절해서 도저히 다시 돌아보기 힘든 책이었는데... 오늘 아침 어느 지인 서재에서 아픈 글 읽고 지금 계속 가슴이 쿡쿡 쑤셔서 이리 돌아다니고 있어요... 그런데 죽음에 대해서요, 제가 중학교 때 이런 일이 있었답니다. 국어시간에 왜 사는지, 에 대해 이야기를 했었는데 제 대답이 뭔지 아세요? 죽음 이후가 두려워서. 선생님이 저를 찬찬히 보시더니 요약을 하시더군요. 그러니까, 죽지 못해 산다는 거냐? 그게 그건가요? ^^

icaru 2005-04-14 11: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가 좀..뭘 기억하는 데는 티미한데... 특정인 부분에서는 또...집요하게 기억을...^^ 무섭지라아??
"죽음 이후가 두려워서.." 하아... 선생님이 왜 한참 바라보았는지... 알겠어요~ ㅋㅋ

2005-04-16 10:3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5-04-16 11:55   URL
비밀 댓글입니다.

로드무비 2005-04-16 11: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책 읽어보고 싶네요.
이런 책이 있단 것도 몰랐어요.^^

실비 2005-04-17 19: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죽음이라면 한번쯤 진지하게 생각하게 되지요.. 먼가를 말하고싶은데
머리속에서 정리가 안되네요.ㅠㅠ

icaru 2005-04-17 21: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로드무비 님~ 중학생을 위한 소설이라고 해서...반올림시리즈인데... 성인이 읽기에도 무람없드라고요~
실비..님... 죽음...참.....어려운 얘기지요~

2005-04-17 22:0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5-04-17 22:19   URL
비밀 댓글입니다.

비로그인 2005-04-18 15: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러니까 말이죠. 늘 붙박이 장롱처럼 뒤돌아보면 언제나 변함없이 그 곳에 있을 것만 같은 존재들이 어느 날 갑자기 사라질 것을 생각하니까..많이 슬프고..그렇게 나두 외로워질 거구..죽음에 대해 조금 더 가깝게 생각하는 요즘입니다. 낯익고 친근한 존재가 사라진다는 것을 인정해야만 한다는 사실이, 그것을 받아들여야만 한다는 사실이.. 솔직히 좀 힘듭니다. 기냥 짧고 굵게 살다 가고 싶습니다..
핫..근데 댓글 다신 분들은 12분이신데 나머지 숨겨진 7분은 누구실까..하핫..이거 괜시리 신경이 씨잘떼기 없이 다른 쪽으로 튀네요..으흐..

2005-04-19 04:1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5-04-21 11:12   URL
비밀 댓글입니다.

비로그인 2005-04-21 20: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책을 보고 말았습니다...리뷰 쓰기가 쉽지 않네요. 계속 묘한 것이.. 여튼, 청소년들을 위한 (더불어 어른도 함께 읽을 수 있는) 좋은 책들이 많이 나오기를!!!
 
암퇘지 - 양장본
마리 다리외세크 지음, 정장진 옮김 / 열린책들 / 2001년 3월
평점 :
구판절판


책의 마지막 장을 덮으면서, 참으로 묘한 울렁거림이 일었다.  먹은 것을 쏟기 직전의 어지럼증 같은. 이 책은 정신이 아니라 육체의 소리를 옮겨 보려는 시도가 돋보인다고도 보인다. 다른 변신 모티브 소설들을 보면, 몸은 변신을 했으나, 사유는 인간의 사유를 하기 마련이다. 그러나 이 소설의 여주인공은 이런 표현 가능할지 모르겠지만, 육체의 사유를 한다. 자기가 빠져 있는 혼란에 대한 정신적 자각 증세를 나타내지 않는다. 둔감의 극치랄까.

 

앞부분 여자 주인공이 나날이 암퇘지 면모로 거듭나는 과정은 그닥 읽을 만했다. 그리고 수간을 묘사한 아수라장, 다른 사람이 토한 배설물을 다시 먹는 혼교 파티장의 모습을 표현하는 부분은 정말 혼란스러웠다. 그리고 작가가 무엇을 말하고 싶었는가 쉽게 와 닿지 않았다. 후반에 숫퇘지를 만나는 장면에서는 영화 <울프>나 <헐크>의 모티프를 빌어다 썼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아무래도 작가에게 영향을 주었을 프랑스의 시대 상황과 시사적인 배경 지식들이 따라 주었다면 읽는 재미가 좋았을지도 모르겠지만... 나는 일개 평범한 대한민국 독자에 지나지 않고, 세계사 공부를 하는 마음으로 소설책을 읽는 호사를 누릴 바지런함이 없다.
 
역자가 뒤에 밝혀 말했듯 소설은 변신의 테마에 의존하고 있는데, 이는 그리 새로운 것도 의미있는 것도 아니다. 따라서 사회를 풍자하기 위해서 변신 테마를 빌어다 쓴 것은 전혀 조명할 것이 못 된다는 이야기. 그럼에도 번역자는 이 소설이 찬사를 받을 수 있는 이유는, 채 서른도 안 된 여인이 썼다고 보기에는 의심이 들 정도로 죽음에 대한 꽤나 격렬한 경험을 적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서른이 되기 전에 읽을 걸 그랬나 보다. 그랬으면, 역자처럼 나도 이 소설에 심히 감탄했을까.) 그러나 내가 읽은 어느 구절에도 죽음에 대한 격렬한 경험이라 붙일 수 있는 사유, 한 자락도 나오지 않는다. 알고 보니, 죽음에 대한 ... 운운은... 작품에서가 아니라, 작가의 인터뷰에서 나온 말일 뿐.

아무튼 역자는 이 소설이 작가가 대중적인 언어를 구사하여 작가가 흡수한 거의 무의식적인 이미지들과 모티프들과 인식의 틀들을 드러내었기 때문에 대중적이면서도 동시에 철학적이라고 이야기한다. (에고 이게 무신 풀뜯어 먹는 소린지...)

장정일의 독서일기에서 보고 이 책 재밌겠다 싶어서, 골라놓은 책이다. 그런데 결과는 이리도 신통치 않다.

 

인상 깊은 구절 하나

 

 “부자들은 우리들의 피를 빨아먹고 있으며 우리에게는 단지 그들이 먹다 남은 뼈다귀와 울 수 있는 눈 이외에 남는 것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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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레져 2005-04-07 16: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ㅎㅎ 장정일의 독서일기...신통치 않은 결과... 저는 다행이라고 말해야 하나요? ^^ 변신 모티프에 대한 님의 얘기는 아주 평론가 같습니다, 그려~

2005-04-07 16:24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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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04-08 06:53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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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anicare 2005-04-08 10: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젊었을 때니까 망정이지 지금 같아서는 절대 읽지 않을 책이었다는 기억이 납니다.그러고 보면 젊은이들이 더 포용력이 있는 것일까요? 저는 이제 제 취향의 책이나 예전에 읽던 책 등속을 뒤적뒤적 갉작갉작 거린답니다.

icaru 2005-04-08 11: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플레져 님..히히..제가 저 껀으로 장정일씨한테 쫌 삐졌어요..

속삭이신 님... 천부당만부당여요... 그렇게 된담... 말할 나위없이 좋겠고~ 턱 뿐이당가요...한상 차릴깝쇼~ 인데요 ^^

효주 님...흐흐...빌려보세요~ 아니다 아니다...님께 흡족한 책이 될지도 몰라요... 이럴 때 나이탓 하는 것은 쫌 모양새가 좋진 않지만...암튼...저런 책을 읽기엔...내 사고가 굳었구나 싶은 거요~ 왕성한 사고를 하실 나이의 효주 님 구미에는 딱 맞을지도요...

속삭이신 님...그게 글치가 안. 어. 요. 누구(?)의 경지 따라갈라면.. 애깨나 써야 한다는 ㅋㅋ .. 근데... 요즘 님 그로테스크가 구미에 당기시는군요.. 호호..

님..너무 오래만이라..반가움에 글썽...합니다...님도 이 책 읽으셨군요...그 느낌 저 아주 잘 알아요~ 어릴적에 읽었으면...조금은 쇼킹도 했겠다 싶었거든요...
‘예전에 읽던 책 등속을 뒤적뒤적 갈작갈작...’ 흐흐...사실... 제가 절실히 해 보고 싶은 것인데요... 그건...옛날 걸었던 오솔길을 걷는 기분이라하대요~^^

비로그인 2005-04-09 09: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장정일의 [너희가 재즈를 믿느냐?] 후반의 난교파티 장면이 생각납니다. 밀교파티, 라고 해야 하나..남의 배설물을 먹는 장면.. 으..쫌 드러워요..제가 헤로인에 취한 듯한 느낌이..@,.@ 암튼 장정일 책 읽으면서 이거 무지 어렵구만, 그런 생각했드랬는데..난해한 거..필요하다 싶으면 읽긴 하는데.. 개인적으론 좀 쥐약급..

icaru 2005-04-11 13: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복언니... 하하..."으 쫌 드러워요.." <너희가 재즈를...>에도 그런 장면이 있구만요...하항...장정일이...읽은 책들이 자산이 되었는가 보네요...

2005-04-17 22:28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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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년의 눈물 - 서경식의 독서 편력과 영혼의 성장기
서경식 지음, 이목 옮김 / 돌베개 / 200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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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준식의 옥중서한에 이어서, 서씨 형제들의 가족사를 들여다보는 연장선상에서 책을 집어들지만, 이 책은 실은 이 쪽에 속하면서도 저 쪽에 속하는, 어쩌면... 양 쪽에 모두 속하지 못하는 경계인인 재일조선인이 소년 시절에 읽었던 책을 통해 소년 시절을 추억하는 기록이다.

추억 속에는 기쁨도 아픔도 버무려지게 마련이다. 압박과 차별을 받는 일본 사회에서의 소수자로서 갖었던 소년의 의기소침하게 굴절된 심정들, --“조선은 만사가 공정하지 못한 것. 조잡한 것, 어딘지 뒤끝이 씁쓸한 것, 볼썽사나운 무엇을 가르키는 대명사였다.”, 조국을 향한 그 복잡다단한 애증의 추억들-- 이 담겨 있다.

 

성장의 기억을 더듬을 만한 구절 중 몇을 옮겨 본다.

 

재일 조선인인 시인 허남기의 시 등이 포함되어 있던 시집에서 스즈키 기로쿠라는 시인의 ‘용서’라는 시를 읽고, 나는 이 부분을 읽을 때 ‘주위의 일본인 학생들에게 절대로 내 마음을 허락하지 않겠다’ 결심하며 몸과 마음을 가다듬었던 어린 시절을 떠올렸다. 이 시의 마지막 행에는 ‘나는 사랑은 못 하겠다’고 씌어 있었다. 누군가를 좋아해버릴 것만 같은 그런 때에는, 나는 언제나 마음속으로 이 시구를 읊조렸다. 그만큼 마음이 약했던 것이다.

 

마의산--- 하지만 책을 읽기 시작하자마자 죽고 싶을 정도로 지루해져버려 곧바로 내팽개치고 말았다. 마의산은 본질적으로 끝나지 않을 그 무엇을 묘사하고 있었다.

---> 그와 같은 학교에 다니던 책을 꽤나 읽었다는 여학생이 “마의 산, 그 책만큼은 영 읽고 싶지 않아.” 라는 말에 “넌 이 책을 읽을 마음이 없다지만, 여차여차하고 이러저러해서 난 재미있게 얽었단다‘ 라는 말을 꼭 그 친구에게 전해 주고 싶었했던 경식. 그렇지만 그에게 마의산은 사춘기 콤플렉스의 상징이요, 끝까지 등정할 수 없었던 영원한 미답의 봉우리였다.

 

“양친의 학력을 기입할 때 결연하게 공란에 없음이라고 써넣고 나니, 부끄러움보다는 오히려 어머니를 위로해 드려야겠다는 마음이 끓어올랐고 어느덧 나 자신이 당당한 어른으로 성장한 듯한 기분이 들었다.”

 

“하나의 다리를 건설하는 일이, 만일 그곳에서 땀 흘리며 일하는 이들의 의식을 풍요롭게 하지 못할 양이면, 차라리 그 다리는 만들지 않는 편이 낫다. 시민들은 예전처럼 헤엄을 쳐서 건너든가 아니면 배를 타고 강을 건너면 된다. 다리는 하늘에서 떨어지거나 땅에서 솟아오르는 것이어서는 안 된다. <대지의 저주받은 사람들>프란츠 파농”

 ---> 서경식은 형 준식의 친구 K를 통해서 프란츠 파농의 책들을 접한다. 위의 구절 속에는 각 인민이 어떻게 자기 삶의 주인공이 될 것인가가 화두이다. 프란츠 파농은“먼저 자신의 소외를 의식하지 않는 한 결연하게 전진하기란 불가능하다”고 또, “민족주의 아닌 민족의식이야말로 우리에게 범세계적인 확산을 가능하게 하는 유일한 길이라고 설명한다. 자신이 재일조선인이라는 사실, 바로 그 소외의 상황을 의식하는 일이야말로 전진을 가능하게 한다. 그 전진이란 다름 아닌 답답하고 옹색하게 굴절된 일상에서 광활한 보편의 세계로 나아가는 것이다.

 

그가 대학 3학년이 되던 1971년 봄, 한국에 유학 중이던 둘째형과 셋째형이 한국 정부에 체포되었다. 그는 그 사실을 “학원에 침투, 학생 데모를 배후에서 조종한 스파이 체포되다”라는 제하의 신문 기사를 통해 알게 된다. 그 뒤부터 그는 두 형을 위해 정신없이 뛰어다녔지만, 재판이 종결되고 두 형이 각각 무기형과 7년형을 언도받자 더 이상 할 수 있는 최소한의 일마저 사라지게 됨을 느낀다. 그러나 아무것도 할 수 없던 중에도 형들이 어두컴컴한 독방에 갇혀 때때로 모진 고문을 당하고 있다는 사실은 한 순간도 잊을 수 없게 된다. 그럭저럭 1년 늦게 대학을 졸업하기는 했지만 재일조선인의 취직은 간단한 문제가 아니었다. 그 즈음 그는 루쉰이 일생동안 부대꼈을 ‘암흑’에 그 역시 몸을 담고 있는 심정이 되고. 그리하여 루쉰의 <‘분’의 후기>, ‘꽃없는 장미’ ‘어떻게 쓸 것인가-밤의 기록1’ 등을 읽고 또 읽고 한다.

 

“루쉰이 “희망이란 본래 존재한다고도 존재하지 않는다고도 말할 수 없다”고 할 때 그는 희망은 ‘없다’고 말하는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적어도 ‘거의 없다’라고...... 인간은 희망이 있기 때문에 걸어가는 것이 아니다. 인간이 걸어가는 이상, 희망이 없다고 단정할 수 없다. 그것이야말로 진정한 희망이다. “


“한 순간 한 순간 삶의 소중함을 인식하면서, 엄숙한 자세로 반드시 읽어야 할 책들을 정면으로 마주하는 독서. 타협 없는 자기연찬으로서의 독서. 인류사에 공헌할 수 있는 정신적 투쟁으로서의 독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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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ella.K 2005-04-07 14: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재밌겟어요. 보관함에 찜해놨다는...^^

icaru 2005-04-07 14: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예에~ ^^ , 예민하면서도 담담한 필치가 좋고 아무튼 읽는 재미가 좋아요~

울보 2005-04-07 16: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보관함에 넣을래요..

2005-04-07 16:2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5-04-08 07:00   URL
비밀 댓글입니다.

잉크냄새 2005-04-08 10: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서준식의 옥중서한....아마 " 사람다운 삶은 얼마나 어려운가" 라는 제목의 리뷰로 올라왔죠? 구랍도서관에서 경건하게 읽으셨다는 그 책... 제가 서재 초기에 읽은 가장 감명깊은 리뷰였는데...여기서 서씨 집안의 글을 또 보내요.

icaru 2005-04-08 16: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울보님 흐으 ^^

속삭이신 님~ 이리도 좋은 책을... 어기야 ... 어강도리..아흐아 다롱디리...
그 아래 속삭인 님.. 제가 그랬어요~ 읽어보고 싶은데...그 정도의 내력을 갖었다고 해서 찾아 읽을거면...참...여러책 봤겠네~! 싶었던 거요... 각설하고~ 생각보다 더 많은 것들을 읽어낼 수 있었던 담담한 아름다움을 주는 책이었던듯 하단 생각..... 서양순례 흠... 저 이 책도 아직이거든요...이 것도 읽고프고...저것도 읽고프고... 이거 무슨 걸신병인지...흐흐..

잉크냄새 님...아따...구립도서관에 앉아서 이 책 읽었다고 쓴 것까지 기억허시네... 감동먹었어요 ㅠ.ㅠ....

비로그인 2005-04-09 09: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다른 분들의 좋은 리뷰 보면서 이건 읽어봐야지 저건 꼭 구입하리라, 했다가도 책이고 나발이고 멍청하게 하늘만 바라보고 있는 제 자신이 한심해 죽겠습니다..으흐..저도 삘 받았응게 쫌 땡겨봐야쥬..

icaru 2005-04-11 13: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님...천천히 하시얍~* 지금은 다른 일들로 무척이나 바쁘시니깐두루요...
저도 제가 책을 통 못 읽을 땐... 다른 분들...읽어낸 성과물들을 들여다보기가 두려워지곤 하죠...

2005-04-17 22:39   URL
비밀 댓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