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
퍼즐 시계.
정해진 시간에 알람을 울리면서 시계 윗부분에 있는 네 조각의 퍼즐을 사방으로 튕겨 내보낸다. 알람을 멈추게 하려면 퍼즐 조각들을 일일이 찾아서 맞춰야만 한다. 건전지는 나사를 풀어야만 빼낼 수 있다. 알람을 끌 수 있는 방법은 오직 퍼즐을 맞추는 것밖에 없는 셈. 퍼즐을 맞추다가 오히려 지각을 할 수도 있겠지만, 잠은 확실히 깰 수 있다고.

[아래]
공중 부양 시계.
줄로 천장에 매달아놓는 이 시계는 알람을 끌 때마다 천장으로 조금씩 올라가 결국 일어서야지만 끌 수 있다. 처음에는 누운 채 손을 뻗어 끌 수 있지만, 두세 차례 알람을 끄고 난 뒤에는 시계가 이미 천장까지 올라가 있기 때문에 침대에서 벌떡 일어나지 않는 한 알람을 끌 수가 없다. 이 시계는 사용자가 잠들기 전에는 잔잔한 음악을 틀어주고 은은한 빛을 내보내며 숙면을 취할 수 있도록 도와주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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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룸 2005-04-01 18: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둘다 너무 재밌는 아이디어네요!! ^^ 그런데...흑, 그림이 안보여요...너무 궁금한데 안보여요...저만그런가...?

icaru 2005-04-01 18: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앗 죄송...다시 한번..

어룸 2005-04-01 19: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와!! @ㅂ@ 이제 보여요!!! 감사합니다(^^)(__)
아, 저는 좀더 코믹하게 생기지않았을까했는데 너무 멋지고 훌륭하군요!! 이거이거...진짜 갖고 싶어지는데요^^a

비로그인 2005-04-01 19: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처럼 머리 회전 느리고 몸땡이 굴리기 싫어하는 사람에게 저 시계는 완전 최신형 고문기군요..ㅡ_ㅡ;;

물만두 2005-04-01 19: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흠... 알람이 필요없는 인간인지라 ㅠ.ㅠ

진주 2005-04-02 11: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ㅎㅎㅎ잠결에 버벅대며 퍼즐을 맞추다니 ㅋㅋㅋ
 
장정일의 독서일기 5 범우 한국 문예 신서 55
장정일 지음 / 범우사 / 2002년 1월
평점 :
절판


 

사실 나는 본래부터 책 읽는 걸 좋아했던, 그러니까 타고난 책벌레 같은 사람은 아니었다. “쟤는 책만 끼고 살아. 밥 먹듯 책만 읽어. 어렸을 적부터 그랬어.”의 주인공이 결코 아님.
하지만 책을 좋아하는 사람이고는 싶었다. 직장이라는 데를 다니기 시작하고, 그렇게 하고 있는 일이 마뜩치 않고, 이 일이 내 길이 아닌 듯 상당한 이질감이 느껴지는데...... 당장의 수입원 때문에 돈벌이를 하고 있구나 하는 한탄조의 체념에 사로잡힐 때는 책보다 더 나를 위무해 줄 꺼리는 없는거다. 그 때부터 비로소 책 읽는 것을 좋아하게 되었다고 말할 수 있겠지.
그러나 가끔 회의적인 생각도 들었다. 일을 하면서 만났던 사람들(저자) 중엔 그런 사람도 있었다. 책을 좀 그러니까 책깨나 읽었다는 사람들..... 요렇게 조렇게  굴비 엮듯 단어들을 주워 꿰며, 찬탄을 금치 못하게 말 잘하는 사람들....그러나 지식은 산처럼 쌓았지만 그것이 인격으로 연결되지는 않는 부류의 사람들.... 보았다.... 그들은 무릇 책 좀 안 읽은 사람들에게 모욕을 주는 일도 더러 서슴치 않고 범한다. 음, 책을 많이 읽는다는사실 하나만, 부러울 뿐 저렇게 되지는 말아야겠다는 생각을 한다. 사람이 살면서 남보다 몇 권의 책을 더 읽는다고 해서, 내 인성이 더 빛나지는 것도 아니고, 책 많이 읽는다고 남들에게 인정받고 자랑할 일도 아닌 듯 하다.

 

이 즈음에 나를 보면, 양적으로 읽은 책의 가짓수를 높이는 데만 혈안이 되어 있다. 작은 예로 나는 옛날에 읽었던 책을 다시 꺼내 읽는 일을 하지 않는다. 그런 일은 마치 예전에 걸었던 오솔길을 다시 걷는 것과 같다 하던데, 음,,,, 나는 그런 재미를 영 모른다. 시간이 없어서, 라고 말한다. .... 과연 그런가...
 
책의 내용과는 영 상관없는 이야기들로 말을 풀었다. 이 책을 읽고 있노라니, 책이 주는 정보도 그러하지만, 책을 읽고 리뷰를 쓰는 자세랄까 하는 주변적인 것들에 생각이 흘러간다.

 

장정일은 참으로 지독하게 많은 책들을 읽었고, 비교적 경직되지 않은 사고의 궤를 보여 주는 통찰력 있는 글쓰기를 하고 있다. 시간이 지날수록 사람은 보수적이기 쉽지 싶다. 예전을 것들과 사고 방식을 고수하고 싶어지는.... 새로운 것을 받아들이는데도 한계가 있기 때문일 것이고, 날마다 자신을 새롭게 한다는 것이 얼마나 어려우냐의 반증일 것이다. 그러나 이이 장정일은 책에 대한 대단한 탐욕을 통해, 일신우일신을 하는 사람은 아닐까 생각을 해보면서... 그래서 그는 보수적인 것에 머물지 않을 사람인거 같다 라는 좀 오버스런 생각도 해 본다. 사실... <거짓말>과 <너에게 나를 보낸다>라는 영화를 보면서 나는 이 사람을 또 얼마나 깎아 보았던가. 확실히 평가 절하된 인물이다.

 

주로 외국계 소설 작품에 대해 서평 일기가 많았던 것 같은데, 이런 글은 사실, 아는 만큼 보이고 들린다고, 그닥 잘 읽히지는 않았다.  그런데 재즈나 음악 관련 서적 읽기에 관한 서평은 참으로 쫀득하게 잘 읽혔다. 나는 또한 재즈에는 문외한임에도.... 

 

“대신 우리는 음악도 아니면서 음악만큼 아름다운 주제와 변주들을 만난다. 두 구절을 옮겨 적는다. “어떤 사람이 바로 그 사람으로 성장할 확률은 무한대 분의 1, ‘내가 나’일 확률은 무한대 분의 일. 내가 나인 것은 기적 그 자체인 것이다. 그 ‘기적적인 나’ 가 마찬가지로 기적적인 너를 만난다.” 


그리고 그의 독서 읽기를 통해서, 읽고 싶은 책들을 꽤 많이 소개 받았다. 그 중에 하나가  앙드레 드리쇼의 <고통>이다.
 


카뮈가 알제리 대학에서 문과 수업을 받던 때, 그의 스승이었던 쟝 그르니에 교수가 이 소설을 읽어보라고 권했던 일화를 옮긴이의 해설 가운데서 재인용한다.

 

"쟝 그르니에 교수를 만났다. 그 역시 나에게 책 한 권을 읽어 보라고 내밀었다. 처음 듣는 사람이었다. 그러나 나는 그 한 권의 훌륭한 책을 잊을 수가 없다. 그 책은 내가 경험해서 아는 것들, 즉 어머니라든가 가난이라든가 아름다운 저녁 하늘이라든가 하는 것에 대해 처음으로 나에게 이야기해 준 책이었다. 습관대로 하룻밤 새에 그 책을 다 읽어 치웠다. 다음 날 잠에서 깨었을 때, 낯설고 새로운 자유가 용솟음쳐, 머뭇거리며 미지의 영역으로 다가가기 시작했다. 책으로부터 얻어지는 것이 망각과 위안만이 아니라는 교훈을 터득한 것이다. 나의 집요한 침묵, 지독하지만 정체를 알 수 없는 이 고통, 그리고 기묘한 이 세상, 내 가족들의 그 고결성과 불행. 나만이 알고 있는 비밀 등 이 모든 것이 이야기될 수 있는 것이었다. <고통>이라는 책으로부터 나는 앙드레 지드가 나를 유인한 창작의 세계가 어떠한 것인지를 터득할 수 있었다. 김화영 편 알베르트 까뮈 문학과 지성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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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딧불,, 2005-04-01 12: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별 다섯 개*^^*

잉크냄새 2005-04-01 13: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 다음 날 잠에서 깨었을 때, 낯설고 새로운 자유가 용솟음쳐 " 아직 이런 경험은 못해본것 같아요.
위에서 님이 말한 작가들을 보니 문득 여우님의 서재 대문에 걸린 " 내면성이 없는 책읽기는 황구라다 " 라는 글이 떠오릅니다.

플레져 2005-04-01 16: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두 이 책 있어요. 덕분에 좋은 책 많이 알게 되었지요. 고통, 접수!!

2005-04-01 18:00   URL
비밀 댓글입니다.

icaru 2005-04-01 18: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반딧불 님...히힛...별 다섯 개!!! 반짝 반짝 반짝 반짝 반짝 *^^*
잉크냄새 님..저도 파란여우 님의 그 글...생각했었는데... 후후..
플레져 님.. 옮긴이의 재인용한 해설을 보고 있노라니...저 책 검색을 안 해볼 수가 없드랍지요... 님도 접수하셨어요? ^^

속삭이신 님~ 앗...저...춘아춘아 옥단춘아 에서...강유원 참 좋게 봤는데요...그리고...씨네21에서의 글들도 잼나게 봤고...그런 말을 했더란 말인가요? 지식으로 체계화...어째 먹물 냄새만 피우고 정말이지 누구말 마따나 내면성이 안 보이는게...
근데...님의 반박글이 막강한 포스~ 를 뿜어내는 글이었던가 봅니다~ 그저그런 비판 글이었음...홈피에 올리기까지 했을까 싶은...(앗 저 이거 님에 대한 칭찬이라고 하고 있는 걸까요~ㅋㅋ) 흐흐...그런 에피소드를 가진 님이 부럽다는...
전에 하늘연못에서 나온 그의 독서일기 3권을 읽었었어요...그런데...기억은 하나도 안 나네요...^^ 다시 읽어얄가봐요... ㅋㅋ 암턴...님...즐거운 주말 보내세요오~ !

!^^

2005-04-02 09:10   URL
비밀 댓글입니다.

sayonara 2005-04-02 09: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적당함이 없이.. 영 아닌 책에 관해서는 아무리 유명한 베스트셀러라도 사정없이 난도질하던 그의 터프함이 좋았습니다. 대략 3권까지 읽었던 기억이 나는데, 어느새 5권까지 나왔군요. 그것도 2002년도에.. 지금은 더 나왔겠지요..

icaru 2005-04-02 20: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예~ 6권까지 나온 것 같더라고요...
저는 책을 사면 꼭...소장해야 한다는 주의는 아니거든요...더러는 팔기도 하고 더러는 다른 사람에게 주기도 하고, 물론 책의 가치를 떠나 소유 욕심을 부리려하는 책이 더 많기는 하지만요... 각설하고... 이 책은...아는 후배 것을 빌려 읽은 것인데... 안되겠다 싶어... 장만해 소장하기로 했다지요~
두고두고 들춰보게 될 거 같더라고요... 책도 참고할 겸사겸사...

내가없는 이 안 2005-04-02 23: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장정일의 독서일기는 오래 전 1권 나왔을 때 얼른 사서 달게 읽은 기억밖에 없네요. 그 후로도 나올 때마다 마음이 동했는데 정작 2권부터는 보지 못했어요. 이 책도 나오자마자 손을 뻗칠까 하다가 쌓아둔 책들 때문에 부담스러워 못 샀더랬죠... 예전에 제 주위에는 어려운 책만 들입다 보는 사람들이 몇 있었어요. 그 사람들, 함께 이야기하면 한 시간이 후딱 지나갈 수 있는 재미있는 사람들인데 전 왠지 그들 내면 속의 에고가 느껴지더군요. 지금은... 한번 만났음 좋겠는데 많이 멀어져서... ^^ 님 리뷰는 늘 담백해요. 책 읽은 이야기를 이렇게 술술, 진솔하게, 할 수 있는 님의 리뷰가 그래서 매력 있는 것 같아요. ^^

2005-04-04 22:22   URL
비밀 댓글입니다.

icaru 2005-04-06 13: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님은 1권을 읽으셨군요... 저는 예전에 3권을 읽을 때는 책에 대한 부분은 건성건성 보고 주로 일상에 관한 짦다리한 글들만 휙휙 보았었거든요... 이번에 5권을 읽으면서는... 책들에 대한 평을 하는 방식이 좀 눈여겨 보아지더라고요...
히히... 맞아요... 책 많이 읽는 사람들...중에 알고 보면 무지 재미난 사람이 많지요~ 제가 책 많이 읽은 사람들 부류를 그닥 좋게 보지 않으며 말했던 것은...다시 읽어보니 어떤 사람 하나를 염두에 두고 쓴 거 있죠..

속삭이신 님... 아효...참.. 님...왜...자꾸...내가 님께 해야 할 말씀을 하시어욧!!
사실과 달라요 님..
식목일엔 뭐 하셨어요? 저는 그냥...빈둥빈둥...
텔레비전에서 들리는 산불 소식은 너무 마음이 아팠답니다..ㅠ.ㅡ;;




요즘엔 뭘 쓰기가 영 거추장스럽네요~

하루살이 2005-04-13 15: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휴, 열흘이 지난 글에 댓글을 올리려니 조금 쑥스럽네요. 편지를 읽고 답장을 쓰는 것이라면 열흘정도면 늦지 않은 것일텐데... 인터넷이 재촉하는 시간의 강박을 느낍니다. 어~ 쓸데없는 소리를 하고 있네요.
암튼 장정일의 독서일기는 무엇보다도 내가 무슨 책을 읽을까에 대한 정보찾기용이었던 걸로 기억됩니다. 3권까지 읽은 기억이 나는데, 매 권 읽을때마다 장정일의 내공에 놀라곤했습니다. 철사장 한방으로 상대방의 내장을 터쳐버리듯 절대무공의 소유로 타인의 책의 행간을 독파하는 그를 부러워하며 그래, 나도 한번 읽어보자 하며 꼬불쳐뒀던 책들이 꼭 5,6 권씩 나왔던 걸로 기억됩니다.
이번에도 신선한 충격을 전해주리라 생각되는군요. 곶감 꺼내먹듯 조심스레 한권 두권 읽어가다보면 장정일이 느꼈던 맛과 다른 맛에 당황해하던 모습이 떠오를때도 있습니다. 님이 읽은 암퇘지마냥 말이죠... 그래서 님은 장정일이 아니고 복순이 언니이지 않겠습니까? ^^

icaru 2005-04-14 10: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하루살이 님...언제 또...이런 글줄을 써 주시고 가셨더래요오?
무슨 책을 읽을까에 대한 정보찾기용... 제게도 그런 의미가 있었던 거 같아요... 5권에 언급된 것들 중에서...앙드레 드리쇼..의 <고통>이라는 책하고...제가 최근에 읽은 ,암퇘지하고...꼭 읽어보겠다 했었어요...그런데...<고통>은 품절... 아무튼 구하기가 쉽질 않네요... 암퇘지는 가까스로 구해 읽었는데... 좀더 어릴적에 읽었음 좋았을껄 싶은거요~ 맞아요...님..하루살이 님이 하루살이 님이듯이...전 복순이언니였던거 있죠오~**
 
냉정과 열정사이 - 전2권 세트
에쿠니 가오리.쓰지 히토나리 지음, 김난주.양억관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00년 11월
평점 :
절판


밀라노인가 피렌체인가의 두오모를 가보면 아직도 관광객들 중 몇 명은 ‘준세이’ ‘준세이’라는 말을, 짧은 감탄사와 섞어가며 내뱉는다고 한다. 그렇게 냉정과 열정 사이는 일종의 관광 상품 모양새를 갖추고 있는 듯하다. 일종의 일본판 ‘겨울 연가’ 같은....

 이 소설은 하나의 연애담을 두 작가가 한 달씩 번갈아 쓰며 주고 받는다는 상업적인 전략이 돋보이는 대중 소설이다.
 
뉴욕, 밀라노, 도쿄, 피렌체 등 도시를 마음껏 누비는 주인공들의 학창 생활과 애정 생활은 지구촌 시대의 낯익은 풍속인가 보다. 독자들의 일상이 그렇다는 것이 아니라, 이제 소설 속의 인물들은 공부도 외국에서 출장도 외국으로이다. 장식적인 컨셉으로 유럽이 한번쯤은 등장해 준달까. 이 소설 속의 아오이와 준세이도 뉴욕, 밀라노, 도쿄, 피렌체 등을 안방 드나들 듯 하고 있다. 여기서 소설은 대충 기냥, 이 도시에서 한번이라도 벗어나기가 요원한 유학으로라면 더더욱 유럽에 갈 가망성이 전무한 나와 같은 한국 토박이 독자의 욕망을 적당히 대리 만족 시켜 준다.

 

하나의 연애담을 남녀 둘의 입장에서 나누어 기술하는 이 소설을 읽다보면, 심정적으로는 같은 성인 여성 아오이의 심리에 약간은 더 공감을 하게 되고, 그 외의 시각에서는 파란색 스지 히토나리 쪽이 글이 더 읽을만 했다는 생각도 드는데, 고미술 복원사로 설정된 남자 주인공은 자신도 고미술 복원이라는 과거와 편재된 일을 하면서, '이탈리아' 라는 나라, 넓게는 유럽의 변화 없음, 환경의 한결같음에 갑갑해하는 모습을 여기저기서 읽을 수 있다. 그리고 목욕과 책읽기라는 폐쇠된 상황 속의 여자 주인공 아오이의 심리 묘사가 흥미롭다. 

현재의 애인이 주는 편안함과 익숙함을 누리면서도 마음 한 구석으로는 젊은 시절의 치기어린 사랑 준세이를 잊지 못하던 아오이는 서른번째 생일날 두오모에서 만나기로 한 약속으로 그렇게 그리던 준세이를 만났지만, 결국 사람의 있을 곳이란 오직 자기 가슴 뿐이라는 것을 깨닫고 준세이를 다시 떠나보내려 하며, 메미를 아프게 했던 마찬가지로 아오이를 잊지 못하던 쥰세이는 훗날 아오이를 만나고, 더이상 과거를 되살리거나 미래를 기대하지 않고 현재에 울려퍼지게 하겠다고 결심을 하며, 떠나보낸 아오이를 다시 붙잡으려 하며 소설은 끝난다.

 

냉정과 열정 사이가 오락가락 하는 것이 뭐 연애술에서만 통용될까. 일상다반사가 냉정과 열정이라는 ‘열정’의 올라감과 빠짐 혹은 식힘 사이를 왕복하는 것이 아닐까나.
 
시간 때우기에는 딱 좋은 소설이었지만, 적잖이 본전 생각나게 한다. 쓰읍... 빌려 볼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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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주 2005-03-28 12: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본전 생각하시는 님을 보니 웃음이 실실 나네요. 복순이 언니님, 반드시 본전 찾을 날이 올거에요. 적어도 앞으로 연애하시면서 한 가지 정도는 써먹을 있는(아니면 응용이라도 할 수 있는)팁을 무의식 중에라도 섭렵했을거야요. ㅎㅎㅎ
리뷰, 재미나게 잘 읽었습니다. 저는 아직 이 책 못 봤거든요.

잉크냄새 2005-03-28 13: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하도 유명세를 타는 소설이라 읽어볼까 말까 고민하다 그만둔 소설인데, 일본판 < 겨울연가 > 니, 본전 생각이니 하는 글들을 보니 그 선택이 그리 나쁘지는 않았던 모양입니다. 근데, 제목은 너무 근사하지 않나요? 그 옛날 무릎과 무릎사이 영화 이후 최고의 < 사이 소설> 이 아닌가 싶네요.

icaru 2005-03-28 13: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찬미 님~ 으하하... 저 그게...앞으로 연애~ 음...넓은 의미에서의 연애를 말씀하시는거죠?? 이 책요~ 이게...심심풀이 독서도 좋아하시는 분께는 선뜻 권할만한 데...진지한 독서를 하시는 분들께 권하기는 좀 엄할 듯...해요...

잉크냄새 님... 저는 제가 연애 소설을 잘 읽는 사람인 줄로 알았는데...이제 보니, 아닌듯 해요... 하하...제목 끝내 준다 아닙니꺼.....<사이 소설> 중에 또 으뜸의 제목 고렇슴다...하하..

플레져 2005-03-28 15: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진즉에 물어보셨다면 제가 빌려보시라 권했을텐데... 저는 빌려봤어요. 영화로도 봤는데, 뭐... 에쿠니 가오리를 좋아하지만, 이 소설은 예외지요. 사랑하는 사이란 느낌 보단 같이 어느 한때를 지루하게 보내는 연인 같아서요...

2005-03-28 15:05   URL
비밀 댓글입니다.

sayonara 2005-03-28 15: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한번 읽어보려고 지금 블루편을 펼쳤습니다.
좋은 평이 별로 없어서 몇 달을 망설였습니다. 부디 건투를... ㅋㅋㅋ

icaru 2005-03-28 19: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플레져 님~ 흐... 님도 영화와 책 둘다 보셨군요... 저도 영화 보고... 원작과 비교해볼까 싶어, 책을 샀어요... 전... 책보다 나은 영화는 아주 드물다는 통념으로..... 영화가 그러저럭 봐 줄만해서...책은 또 어떨까 보았던 것인데... 책의 느낌은 위와 같다지요~
근데... 이 리뷰 올리고 조금 있다가...즐찾 수가 줄었네요...리뷰와 연관짓게 되요~ 제 리뷰가 마음에 안 드신 분이 있으신 듯...(뭐 다른 이유가 있었을 수도..있었겠고..) 틱틱거리듯 쓰지 말걸 싶고요 안 그랬담 그 분이 제 서재를 제거하지 않았을 듯 싶은 아쉬움요...~ 역시...남아 있는 아흔아홉마리의 양보다 잃은 한 마리의 양이 마음에 쓰이는 법인가봐요... ㅠ.ㅠ

사요나라 님...에~ 건투를 빌어요!!! ^^

2005-03-28 19:13   URL
비밀 댓글입니다.

하루살이 2005-03-28 19: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영화는 그냥 봐줄만했던걸로 기억되는데... 생각해보니 기억나는 장면이 별로 없네요. 그래도 주위의 여자 동기들은 침이 마르도록 칭찬하는 사람들이 있긴 하던데. 역시 연애담은 사람마다 그 감성의 차이가 큰 것 같습니다. <러브레터>나 한번 더 볼까나?

2005-03-28 20:3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5-03-28 20:38   URL
비밀 댓글입니다.

비로그인 2005-03-28 20: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크하하하..[사이 소설]..아, 그 [무릎과 무릎 사이]란 영화 포스터, [바람난 가족] 포스터처럼 참 발칙(!)했었죠. 흐..ㅠ,,ㅠ 근데 저 소설이 [겨울연가] 정도의 수준이라면 쫌 고려를 해 봐야겠는데요. 준세이도 꼭 준상이, 처럼 읽히는구만요. 저도 그닥 읽고 싶은 마음이 들지 않았는데 소설도 저처럼 구박하는 독자에게 읽히느니 차라리 읽히지 않는 편이 더 낫겠어요.

파란여우 2005-03-28 21: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 이거 별로였어요...
저하곤 코드가 영 안맞더라구요...
다행히 복돌아우의 코드도 안맞는 것 같아 더 반가운...^^

2005-03-29 02:5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5-03-29 02:54   URL
비밀 댓글입니다.

비로그인 2005-03-29 11: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니, 이거 여우성이랑 저랑 조직적으로 가오리상을 음해하려는 세력으로 몰리면 어쩌죠..흘흘..

icaru 2005-03-29 13: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하루살이 님 말씀이 맞습니다... 연애담에 대한 감응은 사람마다 큰 차이가 나는고만요~ 러브레터 쪽은 그래도 한번보고 두번보고 자꾸만보아도.. 좋았었는데... 역시..누군가 한쪽은 죽어야 이야기가...절절해지는가 봅니다...(에공 말이 영...)

준세이 = 준상이 푸하하.. 가오리상의 다른 작품은 괘안은 것도 많다하더라고요~
근데 영화 무릎과 무릎 사이에는 배우 누가 나왔을까나..

파란여우님도 보셨더랬구만요... 제가 좀 깎아 말했는데... 님도 그러셨다니...휴 다행이다...싶은 것은 뭐죠??

속삭이신 님... 혹시.. 같은 사람이 아닐까요~ 그 분요~ 빠져나가신 그 분~ 이...오셨어요..띵...

또 속삭이신 님... 님의 리뷰 전 많이 공감하면서 읽었거던요... 님과 드라이는 어울리지 않습니다... 드라이는 제 쪽이에요...ㅠ.ㅜ 근데근데 님, 진짜 방금 전 님의 또 다른 모습을 본 거 같고마요... 너 없으면 죽어버리겠다는 멘트를 날리기도 듣기도... 햐... 저는 들어본 적 없고요... 해 본적도 읎어라... 그래서....그래서... 이 소설에 크게 감응을 못했던 것일까나요...

잉크냄새 2005-03-29 22: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음.... 아마도 뻐꾸기 밤에 울다 인가 뻐꾸기 두번 울다에 나온 배우가 아닐런지요?^^

icaru 2005-03-30 11: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효주 님 그죠오~... 남자 배우 생김하며 분위기 정말 좋았습니다... 한참 전에 일본 무슨 드라마에 나오는 걸 보았는데.. 영화에서와 같은 분위기는 또 안 나대예..
잉크냄새 님...쌍 비읍 들어가는 영화를 두루 꿰고 계신군요??

2005-03-31 22:31   URL
비밀 댓글입니다.

실비 2005-03-31 23: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책은 2권다 읽어야 한권 읽은느낌이 나더라구여.ㅎㅎ 나중에 영화볼까 생각중이지요^^

icaru 2005-04-02 20: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속삭이신 님~ 마자유...빌려 보는 게 좋을 듯합니다... ^^.. 저 거 읽을 당시에 좀 바빴거든요... 산만하게 읽어냈던게...감흥을 떨어뜨리는 주요 원인이었던 것도 같고... 제 감성이 많이 메말라진 탓도 있고.. 블라블라... 그래도 유명한 책인데...쩝.. 하긴 얼마전에...장정일의 독서 일기를 읽었는데요...거기 그런 말이 있긴 하더라고요... 푸코의 장미의 이름이나, 쿤데라의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처럼... 유명세를 타는 책들은..사서 보지 말고..도서관 같은 데서 빌려 읽으라~! 하는... 그리고.. 나왔다가 절판될거이 뻔한 책들... 인기 없는 번역본들 종류를 사서 읽고, 소장하는 것이 좋다... 하는... 소장이라니까 거창한데... 뭐 불쏘시게 같은 걸로 쓰지는 말라는 정도의 뉘앙스였던거 같아요 하하..

icaru 2005-04-02 20: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실비 님도 읽으셨군요 ^^ 네에~ 영화는 책보다...생략된 부분이 (예를 들면...인관 관계가 ... ) 많긴 한데... 음악도 있고, 볼거리도 있고, 무엇보다 남자 배우가 출중하고 하하...그래서..영화로 꼭 챙겨보셔도~ 나쁘지 않을 듯 허요~~
 
네루다의 우편배달부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104
안토니오 스카르메타 지음, 우석균 옮김 / 민음사 / 200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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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29

"제가 시인이면 말하고 싶은 것을 다 말할 수 있잖아요."

"무슨 말이 하고 싶은데?"

"바로 그게 문제라니까요. 시인이 아니라서 그것조차 말할 수 없는걸요."

 

p.63

"번드르르한 말처럼 사악한 마약은 없어. 촌구석 술집년을 베네치아 공주처럼 느끼게 만들지. 그리고 나중에 진실의 순간이 오면, 즉 현실로 되돌아오면 말이란 부도수표일 뿐이라는 걸 깨닫게 되지 .네 미소가 나비보다 더 높이 난다는 말보다 술주정꾼이 주점에서 네 엉덩짝을 치근덕거리는 게 천만번 낫지."

베아트리스가 펄쩍 뛰었다.

"나비처럼 '번진다'고 했어요."

"난다고 하든 번진다고 하든 그게 그거야. 왠지 알아? 말 뒤에는 아무것도 남지 않기 때문이야. 허공에서 사라지는 불꽃놀이일 뿐이라고."


p.106

"장모님은 글을 읽는 게 아니라 삼켜버리잖아요. 글이란 음미해야 하는 거예요. 입 안에서 스르르 녹게 해야죠."

 

p.152

"좀 어떠세요, 선생님."

"죽어가고 있어. 그 외에는 별일 없지."
....
                                                   
“이봐 편안히 죽을 수 있게 절묘한 메타포 하나 읊어보게.”

 

 

 

 

 

 ---------------+++++++++++++++++

 

오늘은 월요일이다. 어제의 초기 감기가 오늘은 중증으로 넘어가다. 어깨가 뻐근하고, 눈이 피곤하고, 계속 재치기를 한다. 내 목소리가 내 목소리 같지 않다.

이 말을 네루다와 네루다의 친애하는 친구 전임(?) 우편 배달부 마리오가 쓰던 메타포를 실어 표현해 볼까?  ‘온 세상이 다 무언가의 메타포’라고 한다면 말이다.
 
‘뻐근하다’나 ‘피곤하다’ 대신 ‘감기 도깨비가 어깨 위에서 작신작신 작두춤을 춘거 같다.’ 거나, ‘콧속에서 솜털들이 끊임없이 코 속을 간질거리고 있다.’, ‘귀에 전화 수화기를 달았다. 제자리에서 30바퀴 돈 것처럼, 어질어질하다.’

흠냐.... 썩 훌륭하지는 않으나, 재미는 있다.
단조롭고도 골골거리는 인생이 갑자기, 넘실넘실 신명이 난 느낌도 든다.
 
난 이 책이 왜 좋으냐 하면, 메타포가 사라졌다고 하는 이 시대에, 내 속에서 아직 시를 읽을 수 있는 터럭의 희망을 끄집어내 주어서이다.

학교 다닐 적에, 난생 처음으로 너무나 자연스럽게 몸에 익듯 외우게 된 첫 시는 김남조의 ‘겨울 바다’였다. 그 일이 아니었다면, 김남조의 겨울 바다는 암기식으로 소화해야 할 수많은 입시 문제 시 목록 중에 하나에 지나지 않았을 것이다. 그러니까 그 계기는 열 몇살 적에 치렀던 어떤 시험에서 낭패를 보고, 우연히 찾아든 그 해 어느 날의 겨울 바다에서였다. 그 시가 내게 그렇게 들어왔다. 그 바다를 보면서 나는 매운 해풍에 진실마저 얼어버리고, 보고 싶던 미지의 새들은 이미 죽고 없나 보다 하고 생각했다. 그렇지만, 시간이 지나면 지금 나는 나의 이 바보스러움에 통탄해 마지않고 있지만, 언젠가 이것을 두고 나에게 필요한 통과 의례였을지도 모른다는 이해의 폭을 갖게 될지도 모르겠다 하면서. 시인의 말처럼 시간이 나를 가르쳐 줄 거라고 생각하면서.

시가 말하는 그 현장에 찾아가서 나를 시인의 메타포 속에 대입해 놓고 보니, 비참함 속에서도 처연한 아름다움이 피어나는 것이었다.
시란 이런 것이라고 생각했다. 꽃 한 송이가 가장 밑바닥을 은은하게 훑는 것.

네루다가 부인 마틸다를 위해 쓴 시를, 마리오가 도용했다고, 네루다가 마리오에게 화를 내자, 마리오가 하는 말이 가관이다. “시는 쓰는 사람의 것이 아니라 읽는 사람의 것이에요.”
이것이 시의 힘이고, 네루다의 힘이기도 하고, 시의 효용이기도 하다.  시를 알고 나자, 마리오는 정말 똑똑하게 말을 한다.~ 어느 자리에서건 겁내지 않고!!!

이슬라 네그라의 소리가 그립다는 네루다의 부탁에 따라, 마리오가 녹음을 하는 것은, 이 작품에서 가장 마음에 울림을 주는 장면이다. 영화에서도 그랬다. 그 녹음에는 종소리, 파도 소리, 갈매기 소리, 벌집의 윙윙거림 등 네루다에게 시상을 떠올려 주던 자연의 소리가 주로 담겨 있다. 그리고 원하는 소리를 얻지 못해 욕설을 하는 마리오의 인간미가 실린 소리도 담겨 있다.

졸업을 하고 사회 생활을 해를 더하면서, 더 이상 시집을 들춰보지 않는 나의 모습에 익숙하지만, 이제는 음, 그러니까 예전에 읽던 시집들을 다시 열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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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일 포스티노를 보았을 때,,, 식은땀이 이마에 촉촉하던 우편 배달부 마리오...역의 마시모 트로이시가 자기 역할 분의 촬영분을 먼저 찍고, 영화가 완성되기 전에 유명을 달리했다는 사실을 들었다. 자신의 예정된 짧은 나머지생을 이 영화를 위해 아낌없이,,,늘 그래왔듯이 임하고,,, 가는 자의 모습.

 

..지구촌 영화계는 생명의 불꽃이 꺼져가는 마지막 순간까지 영화에 대한 열정을 불태운 한 배우에 경의를 표하고 있다. 화제의 순교자는 이탈리아 영화 '우체부'(Il Postino)에서 열연한 마시모 트로이시(41).

심장병을 앓아 온 그는 10주간에 걸친 '우체부'의 촬영을 끝낸 다음 날 영화의 한 장면처럼 이 세상을 떴다.

지구촌 영화인들이 그의 죽음에 특히 관심을 갖게 된 것은 마이클 래드포드감독의 '우체부'가 올 아카데미 영화제에서 화제작으로 부상하면서 부터.

'우체부'는 이탈리아의 한 섬으로 망명한 칠레의 공산계 시인 파블로 네루다와 평범한 우체부의 따뜻한 우정을 축으로 전개된다.

네루다가 섬에 도착한 이후 우편물이 늘어나자 임시로 고용된 우체부가 시인의 도움을 받아 詩의 오묘한 세계에 몰입하고 결국에는 대시인에게도 감동을 주는 수준에 이른다는 스토리.

영화에 대한 열정을 불태워 온 트로이시는 심장병 때문에 하루에 1-2시간 정도 밖에 일할 수 없었으며 1미터도 제대로 걷지 못했다고 한다.

젊어서 부터 심장병을 앓아 온 그는 93년 심장 판막 교체수술을 하면서 발작을 일으키는 등 매우 병약한 상태였다. 그런 그가 영화에 발을 들여놓은 것은 우울증에서 벗어나기 위해서였다.

그의 수척한 모습과 연민을 자아내는 눈빛이 관객들을 알 수 없는 심연으로 인도하는 이 영화 '우체부'는 아름다운 풍광과 민속음악까지 어우러져 극적인 재미를 더한다.

그의 촬영현장에는 심장병 전문의 2명이 항상 대기했으며 응급상황에 대비해서 산소텐트도 설치됐다. 게다가 그의 얼굴이 정면으로 나오지 않는 장면 등 거의 절반을 대역으로 처리할 정도로 건강이 악화된 상황에서 촬영은 진행됐다.

트로이시의 사망소식에 접한 래드포드 감독은 "그의 건강이 아주 나빴던 것은 사실이나 만약 영화를 찍지 않았더라면 아직 살아있었을 것"이라며 그의 죽음을 애도했다.

'우체부'는 올 아카데미영화제 작품상, 감독상, 각본상, 남우주연상, 음악상 등 5개 부문에서 후보에 올라있는데 할리우드 영화계는 잉그마르 베르히만 감독의 '절규와 속삭임'(Cries and Whispers) 이후 22년 만에 처음으로 외국작품이 작품상 후보에 오른 것을 주목하고 있다.

소품에 머물 가능성도 없지 않았던 '우체부'가 하루 아침에 시선을 끌게 된 것은 디즈니계열로 이 영화의 배급을 맡은 미라맥스의 절묘한 전략에 힘입은 바가 큰 것으로 관계자 들은 평가하고 있다.

미라맥스는 영화와 관련된 판촉물을 유력인사들과 팬들에게 보내는 통상적 방법 대신에 영화의 바탕이 된 동명의 소설(안토니오 스카메타著, 85년 출간)의 판촉전에 나서 3만부를 팔았다. 또 네루다 시집도 2만5천부나 팔아 분위기를 조성했다.

아카데미영화제 심사위원들에게는 네루다의 시를 유명인들이 녹음한 CD와 함께 영화의 비디오테이프를 우송했다. 또 제작사가 외국어영화상 분야에 기한내에 미처 출품하지 못했다고 밝혀 아예 작품상 후보에 지명해 달라는 무형의 압력을 가했다.

미라맥스의 전략은 맞아 떨어졌다. 아카데미상 규정에 따라 적극적인 영향력을 행사하지는 못하나 그래도 영향력을 무시할 수 없는 아마 심사위원들 사이에서 화제가 되면서 일약 작품상 등 주요 부문의 후보에 오른 것이다.

그러나 무엇보다 예비심사위원들의 마음을 움직이게 한 것은 트로이시의 주검과 관련된 이야기였다는 것을 부인할 수 없다.

예년에 비해 뚜렷한 작품이 눈에 띄지 않는 가운데 홀연히 타난 '우체부'가 올 아카데미영화제에서 어떤 평가를 받을지 두고 볼 일이다.

<저작권자(c)연합뉴스. 무단전재-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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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그인 2005-03-21 16: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에잇, [원스 어폰 어 타임 인 어메리카]를 봐야 되는디, 복순 낭자 리뷰 읽고 나니까 [일 포스티노] 또 보구 싶잖아욧? =333 고뿔 걸린 걸 두고 '인생이 갑자기 넘실넘실 신명이 난 느낌'이라니, 저도 그 기분 알만 합니다. 그러곤 혼자 실실 쪼개며 무슨 대단한 우스갯소리라도 생각해낸 것처럼 웃곤 하죠. ㅋㄷㅋㄷ 그려도 감기 빨리 낳으시길... 아, 나도 감기나 좀 앓아 봤으면...^^

잉크냄새 2005-03-21 22: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시인이 부러운 것은 우리가 보지 못하는 또 다른 세상을 바라보는 눈과 가슴을 가졌기 때문이라고 생각했죠. 시인이 될수는 없겠지만 시인이 던져놓은 여백속을 유영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감사하고 있답니다.

내가없는 이 안 2005-03-22 04: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책 지금 읽으려고 옆에 놔둔 책들 중 하나예요. 님 유머러스한 리뷰를 읽고 나니 얼른 읽어치워야(?)겠다는 생각이 드는군요. ^^ 그런데 감기 앓으셨어요? "귀에 전화 수화기를 달았다. 제자리에서 30바퀴 돈 것처럼, 어질어질하다." 이거 참 보기드문 훌륭한 시로군요. ^^

2005-03-22 13:41   URL
비밀 댓글입니다.

icaru 2005-03-22 15: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노웨이브 님...건강체질이시군요? 저는 떡대는 딱 건강체질인데 어후.......뼈가 골았나봐요..골골이에요.. 님도 저랑 같은 꽈시군요... 혼자 속으로 생각하고 혼자 재밌어하고... 흐흐.. 참...검색한 거는 뭐 좀 수확이 있으셨어요?

잉크냄새 님... "시는 쓰는 사람의 것이 아니라 읽는 사람의 것이에요.”라는 마리오의 말에 동감하신다는 거지요? ^^

이안 님..그렇지않아도...님의 리뷰를 기다리고 있었다구요!! ㅋ... 어느 분 글의 댓글에선가 읽었거든요~ 민음사 문학 선집 저...시리즈는 저 저게 처음이었거든요~ 님의 리뷰에서...거미여인의 키스도 같은 출판사의 선집이었지요? 아, 저 그리고 저 시리즈 중에 '고도를 기다리며' 를 사놨는데... 뭐...언젠가는 읽어지겠지 함서요~

속삭이신 님 그렇지요~ 그런 걸 보면, 작가의 글과 얼굴은 어딘지 모르게 닮는 거 같다는 생각이 들어요... 이 작가의 얼굴에서, 저는 여유 같은 걸 본 것 같아요... 그래서 얇은 책이지만, 오래오래 두고 썼을 거 같은 느낌... 그리고 님 고마워요 ^^

비로그인 2005-03-22 18: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저는 건강 체질하고는 거리가 멀어도 한참 먼 사람이에요. 키, 몸무게, 시력 때문에 군대도 면제 받았는 걸요. ㅋㄷㅋㄷ 어릴 때 좀 많이 아파서 그런지 커가면서는 병원에 가본 적이 거의 없네요. 대학 때는 환절기만 되면 감기도 앓고 했는데, 요즘엔 감기 걸려본 기억이 가물가물 하네요. ^^;;

검색한 건 수확이 조금씩 보이네요. 오늘은 타피올라 합창단 홈피를 찾아냈습니다. 우헷. 이 합창단은 핀란드 합창단인데, 어린이 합창단까지 있고 음반도 여러 장 발표한 걸로 봐서 유럽 특히, 핀란드 국내를 비롯해 스웨덴 등 북유럽이랑 프랑스까지 활동이 아주 활발한 것 같습니다. 다운 받아둔 사진 한장 올릴게요. 파란 사제복이 인상적이죠. 핀란드 하면, 리눅스의 펭귄을 먼저 떠올렸는데 이제 타피올라 합창단까지 떠오르겠네요. ^^;;


 

 

 

 

 

 

 

 

 

 

 

 


2005-03-22 19:24   URL
비밀 댓글입니다.

icaru 2005-03-23 09: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노파 님...노획물을 제게도 전해 주시다니... 고마워요~ 소년 아니고...파리가 아니고...그 둘이 아닌....소녀 십자가 합창단 쯤??!! ... 저도요..핀란드 하면 자이리톨을 떠올렸건만... 파란색 긴 원피스(?)의 라피올라 합창단도... 껴줘야겠다..
속삭이신 님...님 요즘 골몰하는 일 있으신가 버당... 네루다와 마리오가...읽어달라 아우성이구만요~ 님은 저 책의 리뷰를 어케 쓰실지 그게 또 가장 궁금코만요~ 그리고....아휴~ 제가 고맙지요~ 항상요~~!

2005-03-23 15:1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5-03-24 13:0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5-03-25 20:10   URL
비밀 댓글입니다.

비로그인 2005-03-25 21: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시는 쓰는 사람의 것이 아니라 읽는 사람의 것이에요' 크아..이걸 리 마리오 식으로 발음한다면..갑자기 김치가 먹고 싶어지겠죠? 전 개인적으로 모든 수사중에서 은유를 가장 으뜸으로 칩니다. 매우 자의적이고 때론 인간적이며 아름답기까지 하쟎아요. 깜짝깜짝 놀라게 하는 싯구를 대할 때마다 이 싯구를 만들기 위해 고민했을, 그리고 섬세한 관찰력과 통찰력을 가진, 이 나라에서 시만으로는 먹고 살기 힘든 우리의 시인들이 새삼 존경스럽더만요. 글고 핀란드 하니까 전, 북유럽 전설이 떠오르네요. [반지의 제왕]도 북유럽 전설을 바탕으로 쓰여진 거고. 아니면 활엽수림, 자일리톨, 사우나, 고딕 메탈에 등장할 것만 같은 신비스러운 여성 보컬이나 코러스 정도요.

비로그인 2005-03-25 21: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근데 복순 아짐, 요즘 골골이 아니라 아예 겔겔인 거 같으요. 아..복순 아짐의 고통이 제게도 느껴지는 듯 합니다. 어서 원기를 회복하쏘오서~

icaru 2005-03-28 10: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복돌언냐...아는 것도 많아요~ 이래서 제가 복돌언냐를 거시기 한다는 ㅋㅋ
어서어서 겔겔에서 벗어나얄텐데요 쓰읍...

icaru 2005-03-28 10: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03-25 20:10 에 귓속말 하신 님~
아깝다...증말 아까워요...한참 전에 써 놓았다는 그 리뷰요...꼭 찾아보세요~ 그리고 님의 서재에서 살려 주세요~그 리뷰요... 사실...저도 그 명성에 잔득 쫄아서...그저 책등을 바라보고만 있는데...그럼 어디~ 읽어 볼까요~

2005-03-31 22:28   URL
비밀 댓글입니다.

icaru 2005-04-02 20: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속삭이신 님...아무리 그래도...님의 리뷰가 아니었다면...제가 이 멋진 책을 읽으려 덤볐을까나요~
 
내가 있어도 없어도 1
료 이케미 지음 / 서울미디어코믹스(서울문화사) / 2002년 10월
평점 :
절판


 

일요일 오후는 너무 짧다.

예전에는 시간이 지루할 정도로 많아서 어떤 오후는 주체할 수 없을 정도였는데...

내게 점점 주물럭주물럭 할 수 있을 만한 오후가 짧아지고 있다.

독서에는 크게 두 가지 종류가 있을 것이다. 독서 그 자체가 목적인 책읽기와 독서를 하나의 수단으로 활용하는 책 읽기. 첫째의 목적으로 그러니까 책 읽는 것 자체를 즐기는 읽는 일의 대표적인 예는 문학 작품 읽기이고, 수단으로 읽는 책읽기는 자기 관리 서적이나 요리책 같은 실용서. 비즈니스 관련 책들과 자연과학 책들도 이 범주에 속할 것이다. ++++++++++++++++++++++++++++++++++-----------

그런데 딱히 둘 중에도 속하지 않는다고 생각되는 독서가 있으니, 그건 만화책 읽기이다. 그러나 만화도 문학 작품에 속하는데! 라고 이의를 거실 분도 있으실거다. 자투리 시간 책을 주물럭거리며 한가하게 읽을 수 있는 책. 그러나 다 읽고 기록을 하려치면, 책이 주었던 강렬한 메타포가 무엇이었을까 한참 생각하다가 떠오르는 게 없어, 그냥 말자하는 게으름으로 일관하게 하는 만화 읽기. 하지만 그런 느슨함마저 사랑스럽게 느껴지는 게 또 만화라는 장르이다.


이 책의 주인공 쇼코는 이제 고등 학교를 졸업한 열여덟살의 백조이다. 남자 친구. 친구, 일 어느 것 하나 마음처럼 되어지는 게 없지만, 그렇다고 덮어놓고 심각해지지도 않는다.

우리와는 비슷하면서도 다른, 일상과 사고 방식을 보는 재미가 있다. 엄마는 오빠만 떠받들고, 딸에게는 무관심이고 그저 시큰둥이다. 그럼에도 오빠는 엄마와 잘 지내지 못한다. 엄마의 사랑을 숨막혀하고 엇나가기만 하는 오빠. 엄마와의 불화 끝에 오빠는 집을 나가고, ‘나’ 마저도 엄마와의 골이 깊어져 집을 나온다. ‘나’는 이제 열여덟의 나이이지만, 일을 해서 돈을 벌기 위해 여러 아르바이트를 전전한다. 만화책을 보다보면 일본 친구들은 금전적인 면에 있어서는 독립심이 강한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우리는 보통 부모님의 돈을 타 쓰면서 학교에 다닐 나이 아닌지... 아니면...

 

우리가 흔히 겪는 감정의 혼선이랄까. 잘나는 만화가 친구와 친구의 어시스트로 파트타임을 하게 되는 ‘나’ 사이의 감정 문제, 나와 사귀는 와중에도 다른 여자와 바람을 피우는 애인과 사후의 처리 문제. 결국 이들은 친구로 남는다. 이들은 참 어정쩡하다. 헤어진 것도 아니고 여전히 애인 사이도 아니고, 결코 다시 만나지 않는 것도 아닌 관계.

그러다가 잘나가던 만화가 친구의 애인에게 어떤 감정을 느끼고, 셋은 삼관 관계 비스무리한 것에 빠지게 된다.


참으로 익숙하면서도 낯선 광경들에 빠져 들어 후딱 세 권을 읽다. 자투리 시간을 참으로 흡족하게 보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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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레져 2005-03-20 21: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근사한 오후였군요. 어정쩡한 관계를 지양해왔는데, 어정쩡한 것두 나쁘진 않아보여요, 요샌.

파란여우 2005-03-20 22: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일요일 오후를 한 열시간은 늘려줘야 한다는게 제 생각입니다.
오후가 짧은 일요일 정말 싫어요.
그럼에도 이리 독서를 하시다니요....저에게는 불가사의한 일입니다.
저 추천했어요..잘했죠?^^

2005-03-21 07:53   URL
비밀 댓글입니다.

icaru 2005-03-21 16: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플레져 님...어제가 춘분이었다고 하던데... 어제 집안으로 들어오는 오후의 햇살은 오래도록 잡아 두고만 싶더라고요...다음날의 이 시간에... 이 햇살을 즐길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뭐 그런 생각도 함서요.... 님도 이 자투리의 재미를 안겨주는 책을 읽으실 날이 오리라 ^^
파란여우 님..음하하.. 이 책은 예전에 읽었던 것인데...마치...오후 타임에 읽으며 쓴 것마냥...약간의 위장을.... ^^ 파란 여우님 추천 고맙심다... 두 배로 값아야...님이 흡족하실텐데...므흣!

속삭이신 님...저도요...저도요... 제목이 참 멋진 것 같다는... 그런데 저 글에서 그 말은 쏙 빼버렸네요..흐흐흐... 님 덕분으로 제가 이런 유희에 가담합니다~

2005-03-31 22:2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5-04-01 11:09   URL
비밀 댓글입니다.

icaru 2005-04-01 12: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ㅋㅋㅋ.. 아무턴... 제목이 화제를 불러 일으킨다 아입니꺼!!!
음~ 근데 님의 해석 멋져요... "내가 있어야 하는" 을....역설한 제목이라... 땅땅땅....!

실비 2005-04-09 20: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혹시 완결인가요? ^^

icaru 2005-04-11 12: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3권 완결이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