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픽팍 2005-03-19 12: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ㅋㅋ

icaru 2005-03-19 12: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픽팍 님 반가워요~
안에 있는 사람..진짜...애절하겠죠오?

비로그인 2005-03-19 20: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ㅋㅋㅋㅋ살아야지~~!!
 
커튼 애거서 크리스티 미스터리 Agatha Christie Mystery 13
애거서 크리스티 지음, 이가형 옮김 / 해문출판사 / 199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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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웃 팀에 경력 사원이 새로 들어왔다. 이쪽 분야도 좁다면 매우 좁아서 우리들 중,  새로 들어오는 사람에 대해 알만한 사람이 하나쯤 있게 마련이다. 그런데 이 경력 사원에 대한 사람들의 평가가 다음과 같아서 깜짝 놀랐다.
“그 사람이 끼면 원만했던 관계들이 악화되고 최종적으로는 분위기가 흉흉해진대.” 

그 사람의 실체는 차지해 두고라도, 정말 무서운 표현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드러내놓고 악한 것이라면 차라리 쌈빡하다. 이 말의 경우는, 파리 한 마리도 잡아 죽이지 못할 만큼 인간적이고도 심약해 보이는 낯빛을 하고, 뒤로는 사람들 간의 맘을 어그러지게 조종해 놓고, 거기에서 남모르는 희열을 느끼는 사람이라는 뜻일 터이다. 

하지만 또 드는 생각은 ‘악인’이라는 규정만큼 또 모호한 것이 있을까. 하는 것. 우리는 자신의 이해 관계에 따라 다른 사람을 일테면 악의 세계로 충동질하기도 하고 때로는, 다른 사람의 컴컴한 속내가 보이는 충동질에도 알면서 모르면서 그렇게 빠져서는 악행을 행하기도 한다.

사실... 이 책을 읽으면서 ‘악인’의 범주에 대한 딜레마에 빠졌다. 그리고 솔직히 좀 악인의 캐릭터가 약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가사 크리스티가 죽기 전(죽기 바로 한 해 전)에 쓴 마지막 작품이라고 한다. 주인공 포와로가 딱 작가의 운명과 맞아떨어지는 것 같아 좀 섬짓할 정도다. 어쩐지 크리스티는 자신의 각본대로 산 사람 같다. 후기에서 보면 아가사 크리스티가 포와로에 대해 언급한 것 중에 “포와로가 너무 귀엽기 때문에.... ****해서는 안 됩니다.”라는 말이 나온다. 극중 팔순의 노인이 귀엽다? (포와로는 크리스티의 전신인게야....)
 이 책 리뷰는 조심해서 써야 한다. 자칫 방심하면 스포일러를 터뜨릴 수 있다. 미리 리뷰를 읽지 않고, 책을 읽는 편이 좋고, 되도록이면 아가사 크리스티의 어지간한 작품을 모두 읽은 다음 이 작품이 맨 마지막이다 싶은 시기에 읽는 것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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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밀밭 2005-03-16 21: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 경력 사원에 대한 평 정말 흉흉하네요. 살다 보면 정말 선한 사람도 정말 악한 사람도 없다는 생각이 들어요. 추리 소설 속에서는 그런 느낌이 더 많고요. 님 글의 마지막 부분을 읽고 보니 저는 아직 이 책을 읽을 때가 안 되었네요. 아직 아가사 크리스티의 책 중 안 읽은 것이 많이 있거든요. 한 주의 중간 잘 보내세요.

icaru 2005-03-17 10: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호밀밭 님~ 오랜만예요~ 하시는 사업(?)은 잘 되시죠?
마지막에 읽는 게 좋다고는 했지만...저도...아직 읽고 싶은 크리스티의 작품이 많이 남아 있는 가운데서 읽었거든요~ 만약에 ... 사전 정보가 좀 있었다면...뒤로 미루어서 읽었을 것 같단 생각이.... 책에서... 지난 사건을 회고하는 부분이 더러 나오더라고요... 스타일즈 저택의 죽음이나 나일강의 죽음(?) 같은...

sayonara 2005-03-26 10: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솔직히 이 작품은 스포일러라고 할 것도 없을 것 같은뎅... 이미 포와로 최후의 작품(!?)으로 너무 유명하잖아요. 뭐, 그런 의미에서 읽으니까 나름대로 읽을만은 하더라구요. ㅋㅋㅋ

icaru 2005-03-28 13: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자요 마자...
스포일러 정도는 못되지만....책 껍데기에 써 있던걸요... 포와로가 나오는 마지막 작품이다...
그럼에도 그럼에도......이러구러한 사실들을 모르고 읽었더라면...더 재밌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 들었어요...
사실...피해 의식이...좀 있어요...제게..

2005-03-31 22:18   URL
비밀 댓글입니다.
 
소리의 황홀 - 윤광준의 오디오이야기
윤광준 지음 / 효형출판 / 200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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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사운드를 내는 스피커는 어떻게 가려내는가 하는 질문에,  ‘비올라의 음색을 제대로 구현할 수 있는 가의 차이이다.’ 라고 어디서 주워 들었던 기억이 난다. 이 말에 나는 그런 의문을 품었었다.  비올라 소리인지, 바이올린 혹은 첼로의 음색인지 구별해 내는 능력은 스피커가 만들어 내 주는 것이 아니라 비올라가 어떤 소리를 낸다~ 하는 지각, 인식 같은 것이 중요한 게 아닐까 하는.  맨눈으로도 저것이 비올라인지 바이얼린인지 구분을 못하는 판국이라면 더더욱.
나는 이렇다. 음악을 좋아하지만, 오디오에는 좀 ‘무식한’이다. 내로라 하는 오디오 파일인 윤광준은 오디오 기기를 바꾸는 과정에서 음악과 기기 그리고 인간에 대한 세 축을 정교히 하지만, 나는 음악만 생각하는 사람이다. 청각도 원체 무감각스럽고.....

 

사회 생활을 처음 시작했던 97년 첫 월급을 타서 내 소유의 미니컴포넌트를 샀었다. 그 전까지는 룸메이트의 대형 라디오를 귀동냥이나 하는 신세였다. (귓동냥의 설움을 아시는지, 피아니시모 부분에서는 볼륨을 약간 높여 듣고, 포르테시모 부분에서는 순발력을 발휘 볼륨을 최대한 줄여 듣는 경지를 말한다.) 아무튼 그때 샀던 그 제품은 97년이었는데도 LG가 아니라 ‘골드스타’라는 브랜드명이 박혀 있었다. 흐흐... 갓 출시된 따끈한 신제품이 아니었던 탓에 비교적 싸게 구입했던 거다. 99년 초 직장을 옮길 때, 전 직장의 퇴직금을 탈탈 털어 지금까지 내 좋은 벗이 되어 주고 있는 롯데 오디오를 구비했다. (아마 기계가 망가져 소리를 내지 못하는 일이 벌어지지 않는 한, 앞으로도 이 기기를 바꾸지 않을 성 싶은데..)

이 오디오로 음악을 듣고 있으면 마치 제1 바이올린 연주자의 분주한 손놀림이 보이는 듯하고, 중앙 위쪽에 위치한 금관 악기 소리 특유의 뻗어가는 듯한 에너지가 각인되듯이 귀에 들어온다. 무대 저 뒤편에서 바닥을 설설설 기는 듯이 낮게 깔려오는 베이스는 공기의 간질거림으로 전달된다. 콘트라베이스의 잔향이 묵직한 여운의 꼬리를 남기며 공간 속으로 사라져간다. 여리고 유약한 부분이 전혀 없다.

확실히 이 녀석은 첫 월급을 탔을 때 샀던 골드스타 컴포넌트하고의 확연한 차이를 주며, 실로 접신의 황홀경을 주었다. 나 자신을 잊어버릴 정도로 등골이 오싹하는 전율. 자신을 잊어버린다는 것, 그것은 원래는 저 선율 속에 살았는데.... 이 밖에 있는 나는 내가 아닌 거 같은 느낌이다.
하지만 한번 수준이 높아진 귀는 점점 고급으로만 치닫는다 하니, 귀가 둔감한 척 애써 점잔을 빼며, 더 좋은 오디오에 대한 갈망을 감추고 살아야 할까 보다. 비용이 많이 드니까.

그가 언급한 명기들 골드문트나 마크 레빈슨 따위의 하드엔드 기기들 잘 모른다. 따라서 윤광준이 선정한 10대 명기 이야기인 3부 ‘하이엔드 오디오의 세계’는 사실 오디오 사진만 감상하면서, 눈이 호강하는 데만 그쳤다.
2부 ‘오디오 더 깊이 사랑하기’는 앰프, 스피커, 플레이어 등 각 파트별로 구체적인 이해를 도모하는 항목이다. 사실 이 책과 같은 전문 서적은 아는 사람에게는 물고기 물 만난 듯 반갑고, 모르는 사람에게는 그저 어렵게만 느껴지는 특징이 있다. 그럼에도 이 장을 읽다보면 윤광준이 오디오를 잘 모르는 대상으로 하고 있다고 생각이 든다. 그의 글은 친절하고 편안했다.
하지만 뭐니뭐니해도 가장 좋았던 부분은 맨 앞 1부 ‘추억과 열정의 오디오 편력기’ 편이다. 여기서는 그 기기를 만든 수많은 사람들의 취향과 고뇌가 얽혀 있는 오디오 이면의 고군분투하는 숱한 이야기들을 통해 인간의 열정과 도전이 어디까지 미칠 수 있는지를 볼 수 있다. 뭔가에 미친 사람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던. 이 책에는 인간에게 유보시킬 행복은 없다는 말이 나온다. 머뭇거리고 망설이다보면 결국 아무 것도 못하는 것이 사람의 삶이 때문이다. 꼭 오디오가 아니더라도 어쨌든 빠져 있는 만큼 생은 행복할 것이다.

 

오디오에 조예나 관심은 전무하지만 음악은 진지하게 듣고 싶은 이들이나, 인간의 다양성 만큼이나 다양한 오디오가 존재한다는 사실을 확인하고 싶으신 분들, 그리고 자신을 소멸하고 몰두시킬 수 있을 만큼 강력한 소리에 미쳐 있는 사람의 정신 세계를 엿보고 싶으신 분들이 이 책을 재미나게 읽으실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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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밖의 메모....

 

“글렌 굴드의 명연주로 널리 사랑받는 바흐의 골드베르크 변주곡엔 굴드 특유의 흥얼거림이 녹음되어 있다. 피아노 연주 도중 간간이 튀어나오는 그의 음성은 연주의 감흥을 높여 준다. 이 연주를 좋아하는 사람들은 피아노의 음이 아니라 굴드의 목소리에 더욱 매력을 느낀다고 한다. 그런데 이 곡은 스피커를 바꾸었을 때 굴드의 목소리는 더욱 분명하고 끊어짐이 없이 들린다고. 오디오의 기기가 음의 디테일와 뉘앙스를 더해 준다는 것이리라.” 

 
“영국제 스피커들은 보기와는 아주 다른 유려하고 매끈한 음을 들려 준다. 고유한 울림이 잘 반영되어 있다.”

 

아 이 책에서는 저자 윤광준의 친구로 김갑수 시인의 이야기가 나온다. 라디오 디제이이자, 시인인 김갑수도 한 오디오파일이라 한다. 얼마나 돈을 아끼고 아껴서 오디오와 음악에 투자했는지 화장지를 살 돈이 없어서 화장실에서 일을 본 후에는 샤워를 했다고 한다. 그런데 우째, 물값이 더 들겠다 싶은 거다. 돈이 없어서가 아니라 사러갈 시간이 없어서 아녔을까 싶은데..ㅋ 아무튼 그만큼 남 눈치 안 보고 좋아하는 것에 미쳐 있었다는 뜻이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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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03-16 17:15   URL
비밀 댓글입니다.

잉크냄새 2005-03-16 23: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고등학교 시절 우연히 들린 친구의 방 한쪽 벽을 빼곡히 채우고 있던 LD 판과 한쪽 구석에 자리한 턴 테이블이 생각나네요. 얼마나 부럽던지요. 저는 첫 월급을 타서 산 것이 삐삐와 소니 휴대용 카세트였답니다. 미니컴포넌트와 카세트...음악적 수준의 차이를 극명하게 보여주네요.^^

하루살이 2005-03-16 22: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하, 저는 도대체 음감이 빵점이라. 노래방도 제일 가기 싫어하는 곳.
그런데 소리의 색감을 이해한다는 건. ^^;
저도 콤포넌트를 구입했던 기억이 떠오릅니다. 오직 DVD와의 연결을 위한 값싼 선택. 그래도 인켈이면 됐지 하면서 자족하고선 아직도 그 작은 보물을 소중하게 간직하고 있는데... 욕심도 알아야 부리는 것인지도 모르겠네요. 알면서도 초탈하면 크게 해탈?

내가없는 이 안 2005-03-17 03: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 첫번째 오디오가 롯데였어요. 대학 입학 선물이어서 부모님 취향이긴 했는데 아주아주 오랫동안 친구로 잘 지냈죠. 그런데 혹시 그런 거 아세요? 사실 아는 거 쥐뿔도 없는데 남들이 조금 기대해줄 때 느끼는 당혹감. 피아노 쬐금 칠 줄 알고 음악을 쬐금 듣는다 해서 회사 동료가 어느날 갑자기 오디오 사러가는 데 도와달라는 통에 나서긴 했는데, 그 친구가 바라는 저의 기대치가 너무 높아서 난감했던 경험. 미안도 하고 진땀도 나고. ^^ 복순이언니님은 참 독서폭도 넓어요. 감탄. 감탄. ^^

hanicare 2005-03-17 13: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친구에게 이문세5집을 선물했던 기억이 나는군요.느릿느릿 넘실거리며 돌아가던 턴테이블과 몇 번을 거듭 들어도 줄어들지 않던 한가한 오후도.지금 우리집 인켈은 턴테이블도 없고, 있다해도 바늘을 갈아줄 사람도 없습니다...

icaru 2005-03-17 16: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잉크 냄새 님~ 고등학교 적 님의 친구분... 대단하네요~ 열몇살에... 엘피 음반에 그토록 깊은 열정을 갖고 있기란... 혹시...부모님 꺼 아니었을까요?? 전 지인들네집 가면...음반을 주욱 뒤지고 다녔었요... 어떤 친구들을 자기가 가진 음반을 자랑할 기회가 생겨... 이것 저것 보여 주면 자랑하기도 하고... 어떤 친구들을 그렇게 유심히 들여다 보는 걸 싫어하기도 하고요.... 첫 월급으로 사람들은 참...많은 의미를 주는 것들을 삽니다~ 님은 휴대용 워크맨을... 저는 그 당시 뭘 또 샀나 더듬어보니... 엄마아빠 잠옷도 샀었네요... 재미난 건...집에 가보니까요... 엄마 입으시라고 고른 베이지 색 잠옷을 주로 아빠가 입고 계시고...아빠 입으시라고 산 네이비블루 색 잠옷은 장롱 속에 고이!~ 잠자고 있더군요.... 제가 부모님 취향을 몰라도 한참 몰랐던 건가봐요...


하루살이 님.. “오직 DVD와의 연결을 위한 값싼 선택!!” 탁월하심다 ~ ! 그래도 작은 보물이라고 말씀하시잖아요... 단순히 값싼 선택이 아녔던 게야요~

이안 님~ 님도 롯데!! 저도요... 그런데 부모님 정말 쿨~ 하세요... 입학을 축하하는 기념으로 오디오를 선물해 주시는 부모님... 님이 갖고 싶어한다는 걸 알고 계셨던 가봐요...!
저도.. 아는 거 하나 없는데... 오디오 어떤 게 좋겠냐고 골라달라는 친구 따라 매장엘 간 적이 있었어요...몇년 얼추 10년이 다 되어 가네요.. 제가 뭘 알아야죠... 친구가 뽑은 예산에 가장 걸맞는 걸 골라줬죠... 고른 이유는 디자인이 튀어서였어요... 밝은 야광색이 도는 청록색...아...그것도 롯데였는데..히히..

하니케어 님... 무척 시적인 표현입니다. “몇 번을 거듭 들어도 줄어들지 않던 한가한 오후도” ...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체감 오후는 짧아져만 가네요.... 지금은 퇴근을 기다리는 조바심 나는 오후입니다~

2005-03-19 01:20   URL
비밀 댓글입니다.

icaru 2005-03-19 02: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아...님..저도 이 시간에 잠안자고 이러고 있어요...앗...지금 넘어갑니다~

2005-03-31 22:14   URL
비밀 댓글입니다.

icaru 2005-04-02 20: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흐하하...님도 효녀시구낭.. 와아...전국 대학생 음악경연대회 요? 와...언제 그 에피소드 꼭 듣고파요...님 ^^
 
나는 걷는다 2 - 머나먼 사마르칸트 나는 걷는다
베르나르 올리비에 지음, 고정아 옮김 / 효형출판 / 200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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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마악 한 달 동안 조금씩 조금씩 읽었던 2권의 마지막 페이지를 덮었다. 그런데 이 책의 리뷰를 써야 할까. 잠시 고민한다. 내가 할 수 있는 말은 이미 1권의 리뷰에서 다한 것 같고, 그래, 이미 쇼부를 보았다는 생각이 드는 것이다. 그렇지만 한 켠에서 예순의 베르나르 아저씨에게 이제 갓 익혀서 배운, 엄청 센 고집이 스멀스멀 치고 오른다. 리뷰 뭐 있나, 그냥 쓰면 되는거지. 베르나르 올리비에가 이 기나긴 행군에 큰 의미를 세워 두지 않았듯이, 리뷰의 의의는 어디에나 있으며 아무데도 없다.


책읽기는 결과가 아니다. 과정이다. 베르나르 씨에게 있어서 걷는 게 그러했듯이. 이 노익장 아저씨에게만 고집이 있는 것이 아니다. 나도 고집이 있다. 나는 3권까지 다 살펴보고 그마저도 리뷰를 쓸테다다다다!! (악 쓰지 말고.)

 

“새벽에 보는 사막의 모습은 장관이었다. 황갈색의 둥근 형태가 연결되어 파도처럼 보이는 모래 언덕의 중간 지점을 걸었다.”


“가장 강한 향은 물론 향신료 시장에서 났고 가장 구수한 향이 나는 곳은 두툼한 석탄 위에서 수천 개의 샤실리크를 구우며 고기 익는 냄새를 풍기는 골목이었다. 가장 섬세한 향은 과일시장 골목, 가장 묵직한 향은 꽃시장, 가장 달콤한 향이 나는 곳은 대리석 탁자 위에서 망치로 정제 설탕 덩어리를 깨는 판매대 주변이었다.”


2권에서 그는 6000킬로미터를 걸어 여행했다. 이란에서 우즈베키스탄의 사마르칸트까지. 이 사람 걷고 또 걷는데 왜 걷는지 아직도 모른다고 한다. 사람들은 그를 이해 못할지도 모르지만, 베르나르는 대답 대신 혼자 이렇게 간직한다. ‘내 따뜻한 애인, 오래된 애인인 길이 날 속이게 될까? 길은 여행을 하는 동안 나에게 전 재산과 맞먹을 선물을 안겨 주었다, 길은 계속 앞으로 가고자 하는 욕망을 주었다’고.


지쳤지만 노력으로 자신을 초월한 몸이 마침내 자유로운 사고를 할 때의 신성한 순간을 다시 갖고 싶은 욕망. 더 멀리 가는 것, 나를 더욱 버리는 것. 내 단출한 보따리를 가볍게 하는 것. 준비하며 지혜롭게 죽음이 다가오는 것을 기다리면서.


이제 2권을 마치고 천천히 3권을 걸어나가야겠다??!! 아니, 읽어야겠다. 베르나르가 그랬듯이 책 자체를 부단한 떠남과 행군의 연속으로 인식하고 길목마다 목적지마다에서 찾을 수 있는 그 무엇을 함께 해 나가고 싶다. 그리고 작은 결실도 함께 만나고 싶다. 기대하지 않았던 순간에 믿기 힘든 존재를 만나고, 예상하지 못한 시골 구석의 소박한 조화로움에 충격을 받거나, 지금껏 결코 할 수 없으리라 생각했거나, 생각 자체를 하지 않았던 그 무엇에 대하여 생각을 하고 있는 베르나르를 아니 나 자신을 만나면서 깜짝 놀라게 될 것이다.

어떤 일이 있어도 서두르지는 말아야겠다. 천천히 읽어야겠다. 단 끝까지 가 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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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란여우 2005-03-14 23: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정말 대단하셔요. 이미 1권에서 손을 들어 버린 저는 님의 2권 완독을 축하하오며 3권까지 가는 대장정을 기원합니다.^^

내가없는 이 안 2005-03-15 03: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천천히 읽어야겠다. 단 끝까지 가봐야겠다. 삶을 이렇게 살아야겠다고 마음 단도리를 하신 거죠? 복순이언니님 멋진 글에 저도 제 늘어진 삶에 위안을 받으며 갑니다. 서두른들, 끝까지 못 가면 무슨 소용이겠냐, 하면서요. ^^ 복순이언니님이 어떤 분인지 잘 알게 하는 독서의 자세.

2005-03-15 09:07   URL
비밀 댓글입니다.

잉크냄새 2005-03-15 13: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떤 일이 있어도 서두르지는 말아야겠다. 천천히 읽어야겠다. 단 끝까지 가 봐야겠다." 저 또한 그 리뷰를 따라 끝까지 가볼랍니다.

icaru 2005-03-15 16: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파란여우 님... 대단은 무신요...^^;; 리뷰 쓰는 거 하나에도...이 무신 *고집인가 싶고 그래요~ ! 잉크냄새 님~ 네에 기다려 주셔요.. 3권도 읽을터이니... 단, 그게 언제가 될진 예측할 수 없겠나이다...

이 안 님.. 님은 제가 *떡 같이 이야기를 풀어도, 항상 찰떡 같이 잘 이해해 주시고, 아울러 물밑까지 훑어 헤아려 주세요... ^^ 제가 하고 싶은 말이 그거였거든요...더디더라고 서툴더라도 좀 모자라 보이더라도... 천천히 끝까지 가보자는...

2005-03-15 17:46   URL
비밀 댓글입니다.

icaru 2005-03-16 13: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속삭이신 님~ 님이 말씀하신 그 것... 저의 신념이기도 한데~ 우리 찌찌뽕이에요~~!! 그리고 항상 고마워요.. 님이 말씀 들으니까...힘이 나요 ^^
 
가랑비 속의 외침
위화 지음, 최용만 옮김 / 푸른숲 / 200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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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그리하여 난 비로소 삶과 죽음 사이의 갈림길을 확인할 수 있었다. 계속 살아갈 자들은 태양을 똑바로 바라볼 수 없고, 오직 죽음을 앞둔 자의 눈만이 햇발을 뚫고 태양을 볼 수 있다는 사실 말이다.”

이 소설을 읽으면서 요전 날에 본 쿵푸 허슬 생각이 마구 났다. ‘악다구니, 허풍’ 그런 것들이 닮았다. 쿵푸 허슬의 유쾌 통쾌함은 좀 예외로 둔다면 둘 다 중국 민초들의 대륙성 기질다웠기에 그리 느꼈었던 것 같다고 돌려 말해도 될까.
   
  위화는 이제 나이 40대 초반이라는데, 쓰는 글을 보면 인생을 살만큼 다 살아본 사람 같다. 이 소설은 광림이라는 어린 소년이 청년의 나이가 될 때까지 일을 생각나는 대로 쓴 회상 소설이다. 생각나는 대로라 하는 것은, 시간을 이리저리 오락가락 하면서 이야기를 꺼내기 때문이다. 기억이란 속세의 원한과 은혜를 뛰어넘어 저 홀로 오는 것이기 때문인지라, 광림은 아버지나 형에게 맞은 기억, 믿었던 친구에게 배신을 당한 기억을 생각해 내고도 노여워하거나 복수의 눈빛을 다지지는 않는다.


이 소설 속에 나오는 몇몇 인물은 어찌나 파렴치인지, 주인공 광림이의 아버지 광재는 자신의 아버지 유원이 늙어서 일도 못하고 밥만 축낸다고 온갖 잔머리를 써서 자신의 늙은 아버지가 밥을 못 먹게 수작을 부린다. 할아버지도 할아버지 대로 잡아떼거나 골탕을 먹이는 은근한 방식으로 아버지의 하극상에 우스웁고 완곡하게 대응하는데 이게 또 이 소설의 재미이다. 아버지는 어머니가 계신데도 불구허고, 과부와 정을 통하여 바람을 피우는데 설상가상으로 형마저도 그 과부와 정을 통한 사이라, 어머니와 과부가 한 판 붙었을 때 두 남자는, 과부에게 일방적으로 얻어터지는 어머니를 보호해 주지 못하고 줄행랑치기에 바쁘다. 공중에 방 떠버린 허망한 어머니. 이 모든 것을 속수무책으로 묵묵히 지켜보기만 하는 나는 숫기 없는 천덕꾸러기이다. 이런 아버지가 최후의 운명을 맞이할 때는 똥통에 빠져 죽는다. 아버지는 파렴치한 잡범 같은 사람이었으나, 처음부터 그런 사람이 아니었고, 또 비참하고도 어이없게 죽음을 맞이하는 불쌍한 사람이기도 했던 것이다. 

 이 소설은  <허삼관 매혈기>처럼 해학과 풍자가 넘실대지는 않는다. 무엇보다도 중국적인 것 대륙적인 것을 잘 보게 하는 소설이지만, 어째 유쾌해지지만은 않는 것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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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드무비 2005-03-10 18: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오늘 <닭털같은 나날> 읽고 있는데요.
찐득하니 붙어앉아 책 읽으면 좀 좋아요?ㅊㅊ
위화의 주인공들과 닮은 인간들이 많아요.
이 책도 우선 보관함에......

잉크냄새 2005-03-10 20: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위화의 소설은 묘한 매력이 있는것 같아요. 저도 <허삼관 매혈기>에 이어서 <살아간다는 것은>을 읽어볼까 폼잡고 있습니다. <닭털같은 나날>도 보관함에 슬그머니 넣어야할까 봅니다.

2005-03-11 00:21   URL
비밀 댓글입니다.

icaru 2005-03-11 16: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로드무비님... 닭털같은 나날이라~ 음...검색을 해서 보니 평도 좋고, 대체로 좋네요~ 위화보다 두 살 위의 작가로군요. 같은 세대의 인물...그래선가...위화의 소설 속 주인공들과 닮은 인물들이 많이 나온다고요... 저도 언제 한번 읽어봐야 겠습니다~ 저도 보관함에....

잉크냄새님... 묘한 매력..맞아요...인생에 대해 허심탄회하다는 것...살벌한듯하면서도 무상한 느낌을 주는 것..... 번역자는 우리가 그의 소설을 읽을 때 인생을 살아간다는 것-> 가랑비 속의 외침-> 허삼관 매혈기 순으로 읽는게 작가에 대한 이해도 높이고 또 효과적인 작품 감상도 할 수 있을 거라고 하네요...

그렇담 저는 거꾸로의 순서로 읽는 게 되는 거 있죠..

속삭이신 님...정말...위화의 최고의 작품은 역시 허삼관 매혈기가 아니었는가 하는 생각을 해봄서,,,, 이 책도...재미있어요... 허삼관 매혈기하고 조금 다른 점에서요...

2005-03-11 20:01   URL
비밀 댓글입니다.

비로그인 2005-03-12 01: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더 이상 나에게 너만을 강요하지는 말아줘~
서둘러 가야할 이별에 눈물은 장애가 될 뿐이야~
...
내 맘속에 고요함을 깨뜨리고 널 두고 난 떠나네~
운명처럼 받아들인 헤어짐이 눈~물~로~
헤이헤이~

복순 아짐, '고요 속의 외침'이란 노래를 아십니까? 꽤 오래된 노래인데 R. EF란 땐쑤 그룹이 불렀고 표절혐의를 받았죠. 아마 복순 아짐께선 아실 것두 같고. 그 친구들이 유행시켰던 춤동작 하나 알려드립죠. '내 맘 속에~'할때는 다리를 어깨넓이로 벌리고 일단 거수경례를 할 때처럼 팔굽과 손을 일자로 뻗고 곧바로 무언가를 깍아치듯 내리치기를 반복하는 동작이 이어집니다. 중간엔 대충 알아서들 개발한 막춤 퍼레이드(제 개인기는 일명 스케이트춤이었는데 무표정한 얼굴로 스케이트 타듯 몸을 앞으로 내밀고 팔과 다리를 엇갈리며 그 동작만 반복하는 검돠, 그러다 '내 곁에 맴도는~' 그 부분에선 다들 똑같이 남철, 남성남춤으로 통일!). 마지막은 크게 점프하고 왼쪽 다리 세우고, 앉은 자세에서 한 쪽 팔로 땅 짚고 고개 숙이며 휭키하게 마무리. 크하하..꿍꿍이가 쫌 농후해서 재수(삼수던가ㅡ,.ㅡ;;)할 때, 하라는 공부는 안 하고 친구들이랑 단골 탁구장에서 몸도 안 따라주는 춤추고 그랬었네요. 헛. 근데 여기 신성한 리뷰공간에서 책 이야기 말고 이런 얘기해두 될랑가 몰겄어요..죄송해요. 근데 정영문의 단편 속에서도 화장실에서 똥 싸다 죽는 아버지가 등장해요. 뭐, 물론 위화의 소설관 전혀 다른 내용과 분위기지만 '아버지는 자신의 전 생애를 똥구멍으로 밀어내고 죽었다.'던가..그 문장이 떠오릅니다. 내 맘 속에 고요함을 깨트리고오오~~

icaru 2005-03-12 11: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속삭이신 님... 예에... 하나가 끝나고... 조금의 시간 여유가 생겼어요... 님은 여전히...매진 중이시죠? 힘내세요!!! 속삭이신 님 홧팅!!!!
글고...그건 제가 겁이 많아 그래요... 어흑... 조심조심 건강조심...입니다... 그럴려면 ...커피부터 끊어야는데.. 단디~ 중독이라...

복돌언냐... 어맛...미치겠다...그 춤...탁구장에서 수련하신 그 춤...알이에프의 노래에 맞춰....보고 싶어...죽겠네요 >@<
뭐 그럴줄 알았다지만.. 복돌언냐는 춤에도 일가견이.. 예전에 보았던 날렵한 단화...춤꾼의 단화였던 거예요...하하하...이젠 추억의 알이에프네요~ 음냐..
정영문의 단편에 그런게 있는가보네요... 저도...한때 정영문에게 관심이 동해서... 책 몇권을 샀었는데... 한 권도 읽어내지를 못했어요... 그게 삼년전 얘기네요...
시간이 흘렀으니...이제 그의 소설을 무람없이 읽을 수 있을지도 모르겠는데... 어째.. 좀 망설여지네요...
근데..'아버지는 자신의 전 생애를 똥구멍으로 밀어내고 죽었다.' 이 문장 하나는..명문이네요...명문... 님...이런 걸 다 외우시고... 역시...복시스터즈는 똥에 강하지요!!

2005-03-12 11:48   URL
비밀 댓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