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하하는 저녁
에쿠니 가오리 지음, 김난주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03년 10월
평점 :
구판절판


붉은 노을 색깔의 책 표지가 주는 기운.

미련, 집착, 그런 것들로 가득한 애정.

낙하하는 저녁. 하지만... 저녁의 냉철함이 느껴지는 소설이었다.


저녁의 냉철함. 나는 저녁이 되면 신체의 리듬은 최저치인데, 정신의 리듬은 고조를 달리곤 한다. 참 이상한 일이다. 에쿠니 가오리도 그랬나보다. 그 저녁에 낙하하는 것은 무엇이었을까.


여기, 누구든 한 번 보면 사랑에 빠질 것 같은 느낌을 주는 한 여자가 있다. 누구에게도 속하지 않았고, 스스로도 누구를 소유하려 하지 않으며, 먼저 베풀려 하지 않을 뿐더러, 타인의 애정을 갈구하지도 않는 그런 한 줄기 바람 같고, 연기 같은 존재.

정말 불행하게도 그 존재는 다른 이들의 사랑까지 깨뜨리게 된다. 어이없게도 이것은 ‘본의 아니게’이다. 여기서 비극의 씨앗이 시작된다. 그 남자들은 자신의 사랑까지 깨뜨리면서 자신의 존재의 뿌리까지 흔들림을 당하면서 그녀의 사랑을 갈구하며 달려오지만, 그녀는 아무것도 사랑하지 않고 소망하지 않으니, 말이다.


나, 리카는 학창 시절 만난 남자 다케오와 8년을 연애한 사이다. 연애하다가 결혼 비슷한 동거까지. 그런 다케오가 어느 날 산책 끝에 리카에게 이사를 나가겠다고 조용히 말한다. 왜 일까? 그렇지, 원인은 여자다. 다른 여자. 새여자라고 해야 하나.


나 리카에게서 다케오를 떠나가게 한 여자, 그녀는 하루코이다. 하루코.... 하루코는 다케오가 떠난 리카 네 집에 방세를 절반 지불하는 조건으로 들어와 살겠다 한다. 그리고 다케오와 달리 하루코는 다케오를 사랑하고 있지 않았다. 그런데 리카는 모든 것이 너무나 스스럼없고 자연스러운 하루코를 거부하지 못한다. ‘좋을대로~’ 연적인 하루코를 증오할수도 사랑할수도 없는 모호함에 사로잡힌 리카.  알고 보니, 다케오 말고도 아내가 있는 카츠야씨도 이혼남인 미오토의 아버지도 하루코에게 송두리째 끌림을 당하고 있다. 하루코 한번 보면 사랑하게 되는 여자...


다케오는 이제 옛애인의 집에 새애인을 보기 위해 찾아오는 형국이 되어버린다. 그리고 셋의 만남.  

언뜻 리카가 이해하기 힘들어진다. 자신의 남자의 마음을 송두리째 빼앗은 하루코를 꼴도보기 싫어질 것 같은데....

그렇게 사랑했던 다케오를 빼앗아간 여인에게 저토록 관대해질 수 있는가 라는 의문이 든다.

그렇게 천천히 장작 1년하고도 한 계절이 지나도록 서서히 리카는 다케오라는 사랑이 이제 완전히 떠나가는 것을 받아들이고 극복한다.


이 소설은 그 시간의 기록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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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레져 2005-03-09 23: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에쿠니의 소설을 다 좋아하지만, 이 소설만 생각하면, 즐겨듣는 슬픈 노래처럼 가슴이 에립니다. 그 언덕... 소설 말미에 나오는 그 별장... 낙하하는 저녁이면 한번도 가본 적 없는 그곳에 가고 싶어요. 사랑스러운 리뷰, 잘 보았습니다...:)

icaru 2005-03-10 00: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플레져 님~ 그간 미루었던 책들의 리뷰 좀 써볼까 우짜까...하고 있는뎁쇼;... 낙하하는 저녁의 애틋함을 리뷰로 살리긴 여간 벅찬게 아니로군요...쩝...
님..에쿠니 가오리를 좋아하시는거 저도 알듯허요...책에서 풍기는 전조랄까...하는것이 플레져 님의 글에서 나는 그 냄새와 유사하대요...
리카와 하루코를 합체시키면...님과 같은 캐릭터가 나올지도 모르겠단 생각도 해봄서요^^

근데..저녁이 되면 말똥해진단말 취소할까봐요...하요...졸리...ㅂ떠,,

2005-03-10 00:4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5-03-10 00:58   URL
비밀 댓글입니다.

비로그인 2005-03-10 01: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니까 하루코에겐 일종의 도화살이 낀 거였군요. 한 번만 보고두 확 끌려버리다니..캬..좋겠다..
근데 아무래두 리카는 무너져내리는 자아를 추스릴 수 없었나 봅니다. 그러니까 블럭을 쌓듯 하나, 둘 자신을 일으켜 세우는데 조금 긴 시간이 필요했을 수도 있구요..타인들의 삶이란 것이 상식적인 기준으로만 재단할 수 있는 문제도 아니더라구요. 정말 이해 못하겠는데, 저렇게 살아가는 사람들 보면..음..근데 또 화딱지 나네..다케오 나쁜 놈.

2005-03-10 01:04   URL
비밀 댓글입니다.

icaru 2005-03-10 01: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다케오 이 나뿐 놈...!
복돌언냐 사람 배꼽빼는 재주는...둘째가라하믄..서러워 눈물빼죠.. 이 야심헌 밤에...잠든 누구 깰라...저 혼자 어깨를 들썩이면 키득거리고 있어요...

속삭이신 님...캬~ 세한도 라굽쇼... 치원성님이 로얄티 내놓으라 하겠어요? 어디, 인용해 줬다고 넙쭉 고마와 할꺼예요...복도사님...!

panda78 2005-03-10 02: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냉열사랑 당신의 주말은.. 이랑 반짝 반짝.. 읽고 가오리는 나랑 안맞는구먼... 했는데, 복순이 언니님 리뷰 읽고 나니까, 이 책만 볼까...? 싶어집니다. 으음... 고민 좀 더 해 보고..

icaru 2005-03-10 03: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실은요,....저는 에쿠니 가오리 작품은 이게 첨이걸랑요~ 냉열사는 사실 영화만 봤구요... 근데...이거.. 뭐랄까요... 옛사랑이 떠올려집네다...(에고...**가 이거 보믄 삐질텐데...)

내가없는 이 안 2005-03-10 07: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냉정과 열정사이만 읽었는데, 그나마도 파란책이 더 좋았어요. 지난번 웨하스 의자는 플레져님 리뷰 읽고 좀 동하다가 말았는데, 왠지 이 작가의 소설은 힘을 뺏는 듯하여... 이 책도 님의 리뷰는 참 좋은데, 정작 책을 보게 될지는 모르겠네요. ^^

icaru 2005-03-10 13: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00:44에 속삭이신 님... 그러고보니까, 그렇기도 하네요.. 다케오와의 끈을 놓치지 않기 위한 방책이기도 했었을듯... 가오리의 소설 속에 나오는 인물들은 너무 소설스럽죠... 헤어지는 남녀의 눈물콧물 속빼는 악다구니가 없어요... 너무나 처연하게 받아들이고... 그게... 이이 소설의 매력이라고도 하더만요~

이안 님.. 힘을 뺏는 소설.. 음... 기가 쎈 소설인건가요 ^^ 이 소설...저는 별을 네개 반 주고 싶었는데... 매력은 있지만, 가녀린 여성 취향스런 데가 있어,,, 또 좀 그렇고...일본 소설은 금방 읽히는게 또 매력이고요...

잉크냄새 2005-03-10 19: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가오리가 홍어 정도만 되었어도 덥석 집어 읽었을지도 몰라요.^^

2005-03-11 00:1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5-03-11 00:15   URL
비밀 댓글입니다.

icaru 2005-03-11 16: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잉크 냄새 님!!! 앗싸 가오립니다... 지갑으로도 이름을 떨친...
속삭이신 님!!! 님은 제게 브이아이피입니다... 고런 깜찍한 숫자를 잡으셨어요 그래~

실비 2005-03-12 22: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에쿠니소설중 가장 좋아한답니다. . 보통 상상하기 힘들것이야기지만 아무렇지 않게 세사람이 지내는게 오히려 이상하지 않게 보인다는게... 그게 이소설의 매력인것 같아여.. 리뷰가 너무 맘에 들어 이렇게 글을 남겨요.^^

icaru 2005-03-15 16: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실비 님은 에쿠니 소설 중에서 이 작품을 젤로 좋아하시는구만요~
보통 상상하기 어려운 관계지요~ 우리같은 범상한 사람들에겐... 전, 저게 일본인이라 가능한 건가 라는 조금 우매한 생각도 해봤슴다...

아..'반짝반짝 빛나는~ ' 이거 책 표지가 참 예쁘던데요~ 읽고 싶었어요...효주 님이 가장 재밌게 읽으셨다니깐 또... 목록에 꽉!! 올려놔야쓰겠네요~
 
낭만적 사랑과 사회
정이현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0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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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거 정말 낭패로세...

이 책에 붙은 여러 님들의 멋진 리뷰를 읽고는,

내가 한껏 기대를 해버렸던 모양인지,

아무튼, 여러 님들은 정말 리뷰를 잘 쓰신다.

아니면 정이현이라는 이쁜 작가에게 호의적이시다. ^^

 

(그렇담 난 책날개에서 보인 그녀가 이뻐서 좀 박하게 굴며, 읽었는가? 그랬을지도 모르는 일..)


책의 내용이 생각했던 것과 다르다.

뭔가 좀 어긋나 버린 것 같은 느낌.

난 뭘 생각했던 걸까. 여러 님들의 리뷰를 읽으면서

도데체 난 이 책의 내용이 어떠하리라고 혼자 꿈꾸고 있었던 걸까.

 

주인공들이 꼭 착해야 하는 법은 없다. 하지만

욕망의 개인 전략에 따라 사고하고 행동하는 그녀들일지라도

일말의 기찬 상상력이 그녀들의 무기이기를

그런 앗싸한 면이 있는 나쁜 여자들을 .... 나는 보고 싶었던 거다....

기만하고 결국 되로 주고 말로 받는 형국으로 기만당하는 것 같은...

그 여자들에게서 고개가 스윽 하고 반대 쪽으로 돌려진다.


그래도 여러 단편 중에서 감정 이입을 할 수 있는 여주인공 하나쯤 만들어 주면

좋았을텐데...

그러니까 나는 소설 속에서 조차 내가 보고 싶어하는 것만 보려하는 것이다.


아무리 하늘 아래 새로울 것은 아무것도 없다지만,

여자와 남자가 만나서 만들어내는 로맨스, 결혼, 가족이라는 체제가 이리도

구태의연하냐...( 이건 작가 탓하는 건 아니다....)

이 작품도 좋게 말해 고발 문학이라고 봐야 할까.

그러니까,  21세기 정이현판 <도시의 흉년> 쯤...

 

워낙 최근 우리 나라 작가들의 소설을 읽은 게 없다보니,

뭐라 비교해서 말할 밑천은 좀 딸리는데... 

놀라운 건 그렇게나 읽은 게 없는 나같은 사람 눈에도 다른 소설에서 본 것 같은

플롯이 있다는 것이다.

일테면 김영하의 <오빠가 돌아왔다>의 콩가루 집안이나,

이 책의 <소녀 시대>나 비슷해 보이는 것.


 

설상가상으로 소설보다 더 느낌이 좋지 않았던 것은 이광호의 해설이다.

“그러니까 이 소설의 사회적 위상과 이 소설이 60년대 70년대 여성성의 변천사적인 면에서 차지하는 의미는 정말이지 대단~ 어쩌구 말이죠...."투의..."이  이 소설집 단편 하나하나에는 블러블러~ 한 블러블러~ 이중 장치가 있었다지 뭔가“ 라고 설득당하는 느낌.

 

이 독자가 착하게 끄덕거리며 “오호라 그런 의미가 있었구나! 하며 끝에 와서

탄복할 줄 알았나.

 

억어지로 끼워 맞추나 싶은 ‘진정성’과 ‘여성성’과 ‘악녀’라는 말의

홍수 속에서 또 한번 고개를 외로 틀어버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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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03-02 01:06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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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03-02 02:01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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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03-02 08:36   URL
비밀 댓글입니다.

잉크냄새 2005-03-02 11: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복순이 언니님 리뷰를 쭈욱 읽어왔지만 이렇게 혹독하게 비판받은 작가와 글은 처음인것 같네요.^^

icaru 2005-03-02 17: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01:06에 속삭이신 님.. 님은 오늘 어떤 출발이셨을까나~ 몹시도 궁금해지네요..저도 당분간 책 한 줄 못 읽는 생활이 시작됩니다. 몇일만 달게 참을까 합니다~ 그러니 님도 오래 못 들어올 것 같다는 말씀은 하지도 마세요 ^^

02:01에 속삭이신 님... 전 님의 하루 시간대가 몹시 궁금하답니다. 올해 골몰하고 계신 일도 어떤 건지 많이 궁금하고요~ 하지만 님이 말씀해 주실 때까지 ‘기다릴거예요...’
한참 부족한 글도 너무 오바하는 글도 어느 글 하나 빼시지 않고 읽어 주시는 님께. 늘 고마운 마음이지요.. 음~그런데 이 책...그렇게 엉망이 아닌지도 몰라요...
저 리뷰는 밤에 써서 감정의 과잉이고요...,또 제가 무척 고대하며 책을 읽었는데 기대에 부흥해 주질 않았고.... 그래서요..


08:36에 속삭이신 님 아하...그런 비하인드 스토리가 있었군요... 무슨 실태 보고서 읽는 거 같았거든요 음.... (그랬군...흠흠흠..) 님의 리뷰도 전에 인상적으로 읽었었거든요...리뷰쓰면서 다시 읽었지요... 님의 리뷰는 뭐랄까 상냥했거든요...작품에 대해서도, 작가에 대해서도....거기에 트렁크가 좋았다고 쓰셨었지요~ 푸드득 날아오르는 새의 날개짓이 느껴지는...아아..

잉크냄새 님...
그러게요...보기드물게...혹평이죠... 어지간하면...좋게좋게 말하는데... 근데... 이런 모양새로밖에 말할 수 없었던 속사정인즉슨.... 음... 작품에 기대를 걸었었기 때문이죠... 아마...아무 사전지식없이 우연히 읽게 된 책이었더라면.. “흠 뭐 이런 내용의 책도 있구먼...나쁘진 않구먼...”했을지도 몰라요...

비로그인 2005-03-02 18: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앗. 읽으셨구나..저도 이거 읽긴 했는데 영 별로더라구요. 속도감 있는 문장 제외하곤 사고의 반전이나 문학적인 감동은 그닥 찾아볼 수 없었던 듯 해요. 크흐..씹을 땐 좀 씹어줘야죠..크흐..

호밀밭 2005-03-02 21: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님, 정이현의 소설 요즘 다른 곳에 실린 것을 읽었는데 너무 평범해진 느낌이 들어요. 이 소설집은 신선하고 느낌이 괜찮았는데. 미사여구가 많지 않은 문장이라는 점은 좋지만 깊이가 안 느껴져서 아쉬움이 있어요. 님의 리뷰 읽으며 반성도 하고 가요. 가끔 그 작가의 친척도 아니면서 칭찬만 잔뜩 하곤 하는데 그건 제가 착해서가 아니라 비판할 능력이 안 갖추어져서 그런 것 같아요. 님의 톡쏘는 리뷰 잘 읽고 가요.

2005-03-03 04:01   URL
비밀 댓글입니다.

kleinsusun 2005-03-03 22: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낭만적 사랑과 사회>. 책장에서 쿨쿨 자고 있는데... 저도 리뷰 읽고 샀는데 왠지 읽기가 싫더라구요. 근데....복순이 언니님의 리뷰를 보니 읽고 싶어요. 어떤 책인데 언니를 화나게 했나 보려구요.ㅋㅋ

2005-03-08 08:23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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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caru 2005-03-10 01: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속삭이신 님도 이 책 읽었군요...맞아요맞아요 제말이 그말이에요...캐릭터에 대한 애정이 없다는...너무 튀기만 하믄 어디다쓰겠슴둥...그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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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네르바 2005-03-01 22: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흑백 사진은 왠지 많은 말을 하고 있는 듯해요. 침묵 속에서...

icaru 2005-03-01 23: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음~ 음~ 여긴 아산만 방조제가 있는 곳이래요...

진주 2005-03-02 14: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찔리믄 아프것당......(어릴적에 제가 개구져서 저런 델 넘나들다 옷에 구멍이 많이 났었죠)

icaru 2005-03-02 17: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히히 찬미 님 .. 호기심이 왕성하셔서...그냥 지나쳐 가지는 않으셨을것 같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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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레져 2005-03-01 21: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 비공개 방인데... 댓글 남기면 안되는건가요? 사진이 넘 좋아서...^^

icaru 2005-03-01 23: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하하..댓글 남겨 주세요!!!
 
살바도르 달리 - 어느 괴짜 천재의 기발하고도 상상력 넘치는 인생 이야기, human RED 001
살바도르 달리 지음, 이은진 옮김 / 이마고 / 200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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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달리가 쓴 자신의 이야기이고, 그의 작품은 한 점도 수록되어 있지 않다. 이 책에서 무엇을 얻을 수 있으리라 기대하며, 무엇은 얻어가지 못하리라 생각했었더라?

일단 기대할 수 없는 것에 대해 말하자면, 첫째 그의 나이 36세 때에 쓴 것이기 때문에 한창 조명 받던 인생 후반기(그는 84까지 살았습니다.)에 대해서 들을 수 없다. 즉, 달리가 달러와 예술성을 맞바꾸었다는 평가에 대해 이 책에서 그 이야기의 진원을 알아차리기 힘들다.
둘째, 달리는 자기가 ‘세계의 배꼽’이라고 생각하는 자기 도취적인 사람이기 때문에, 여느 자서전에서 볼 수 있는 한 인물 개인의 고뇌와 회고 같은 걸 볼 수 없다. 

그럼에도 이 책을 통해 기대하여 들을 수 있는 것은 다음과 같은 것들이었다.
달리에 대해서 알지 못했던 나와 같은 사람도 무리 없이 읽을 수 있는, 그러니까 달리에 대한 특별한 배경 지식 없이도 읽을 수 있을만큼 부담을 주지 않았다는 것. 그리고 한 인물의  ‘천재성’이라는 것이 무엇인가를 생각해보게 했다는 것. 그의 특이한 행동들을 통해서....진짜...괴상망측한 사람이로구나... 
 
달리는 천재였다. 이 천재라는 말 뒤에, 광대, 쇼맨, 괴짜 세 단어도 붙여 주어야 할 듯하다.  만약 하느님이 우리에게 천재성을 주겠노라고 한다면 오롯이 그 천재성을 받아들이겠다고 할 수 있을까?
외줄을 타는 것과 같은 험하고 아슬아슬한 길을 걸어나갈 수 있는 용기가 내겐 없을 것 같다. 달리가 싫어하던 말, ‘둥글둥글 세상 그렇게 사는 거야’라던, 나는 그렇게 사는 게 천성이고 팔자 같아서. 하지만 이렇게 튀어나온 못과 같은 예술가의 삶의 접하노라면, 마음 속에서는 이상한 일렁임이 일어난다.

“나는 오직 두 가지만을 원한다. 내 아내 갈라를 사랑하는 것, 그리고 너무나 많은 사람들에게 그렇게도 불가능하고 미묘한 기술, 늙어가는 법을 배우는 것이다.”
---> 달리의 천생배필이었던 아홉 살 연상의 여인 갈라는 이 책에서 달리 못지 않게 중요한 인물.  스물 두살에 달리는 시인 폴 엘뤼아르의 아내 갈라를 운명적으로 만난다. 이후 갈라는 달리가 유년과 청소년 시절의 자뭇 철없어보이는 각종 기행들과 무분별과 빠이빠이 할 수 있도록 해 준다. 그는 갈라를 통해 생을 사는 기쁨의 원칙들을 다시 배운다. 그는 그의 개성을 몰살시키지 않고도 그를 괴롭히던 여러 괴벽들을 내던졌다. 이 모두가 갈라 덕택이었다.


“<기억의 영속성>은 달리의 그림이 반대중적이라 팔리지 못한 것이라 예언했던 쥘리앙 레비의 빗나간 예측을 입증하지 못했고 팔리고 또다시 팔리면서 결국에는 현대 미술관에 안착되었다. 내 그림은 그 미술관에서 필경 가장 대중적인 작품일 것이다. 나는 지방 아마추어 화가들이  그 그림을 모사한 것을 자주 목도했는데 흑백 사진으로만 나의 그림을 보았던 화가들인지라 색깔은 마음대로 칠해져 있었다.”
---> 우리에게 ‘잃어버린 시간’이라고도 알려진 그의 흐물흐물한 시계 그림은 그의 초기 작품이었다. 이 그림은 사실 한번 보면 잘 잊히지 않을 정도로 인상적이다. 달리가 두통에 심하게 시달리던 어느 날, 식탁에서 치즈를 보다가, 잎 하나 남아 있지 않은 올리브 나무를 보다가, 그림이 그려지지 않아, 불을 끄고 잠자리에 누웠는데 무슨 계시처럼 어둠 속에서 흐물거리는 시계 두 개가 떠올랐고, 두통에도 불구하고 다시 일어나 이것을 그림에 옮긴 것이 우리가 보고 있는 <기억의 영속성>이다.   이 당시만 해도 달리는 유명세는 있었는데, 수중으로 돈이 들어오지는 않았던 모양으로 이 책에서는 돈에 쪼들려하는 달리의 목소리가 나온다. 하지만 달리와 갈라는 그 사실을 다른 사람이 알도록 내색하지 않는 것이 자신들의 힘이라고 생각한듯하다. “옆사람의 동정은 사람을 죽인다”라고 갈라는 달리에게 말하곤 했다고 한다. 진짜 힘은 연민을 불러일으키는 것이 아니라 수치심을 불러일으키는 것이라고 (마지막까지도 천재성과 기품을.) 
 
스페인 내전은 나의 사고의 흐름이나 그 상승 곡선을 바꿀 수는 없었다. 다만 내 마음속에 모든 혁명에 대한 혐오감을 더욱 강렬하게 심어놓았다. 그렇다고 반동이 되고 싶지도 않았던 나는 불활성 물질처럼 피동적으로 반응하지 않았다. 나는 늘 달리이고 싶었다. 내 주변에서는 하이에나 같은 여론이 내게 선택을 강요하며 짖어댔다. 히틀러냐, 스탈린이냐., 나는 오직 달리일 뿐이다.”
 --->그의 나라 스페인이 내전과 세계 대전을 치루며 죽음과 파괴의 문제에 몰두하고 있는 동안 달리는 르네상스라는 미래의 스핑크스에 대해 골몰했다. 그는 얼핏보기에 반인도주의적이다. 실용적인 실리주의의 세계에 반대하는 사치스러운 상상력의 복수의 카드를 내밀곤 하는 인물이다. 귀족적이고, 미학적이며, 편집증적이다. 이것이 그의 독창성의 전말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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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읽는나무 2005-03-01 18: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얼마전에 이사람의 전시전을 보고 왔었는데...그의 작품들은 꽤나 충격적이더군요!
정말 광기어린 천재성이 깃들어 있는듯 하더이다.
그리고 어느정도 괴짜기질도 있었구요!
그렇기에 그만의 독특한 예술작품들이 쏟아져 나온게 아니었을까? 란 생각을 해봅니다...그런 그가 이책을 썼단 말이지요?..음~~~^^

kleinsusun 2005-03-01 18: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책 산지 한참인데 아직 안 읽었네요.
달리 전시회 다녀온 날 바로 주문한 책인데....
멋있네요. 오직 내 아내 갈라를 사랑하는 일....어디 달리 같은 남자 없나? ㅋㅋ

2005-03-01 22:22   URL
비밀 댓글입니다.

icaru 2005-03-01 23: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책읽는 나무 님 오랜만이죠^^ 반가워요~ 저도 책 읽으면서 전시회에 가서 직접 그림 보면 정말 좋겠다 했었어요.. 누구는 그의 그림이 경건하다고 하더라구요... 이 책만 봐서는 그의 그림이 어떠했을지 예측이 안 되거든요... 경건할 거라는 생각은 더더욱 안들고요 ^^ 그가 쓴 자서전은 이거 말고도 또 있는거 같아요... 전방위 예술가 라는 수식어가 붙던데... 이 사람이 각분야에 달려 들었나봐요...하기는 서른 여섯살부터 자서전을 쓴다고 하는 사람인데 ^^

클라인 수선님... 이 책 있으시군요... ^^ 아홉살 연하의 남자... 예전 같으면 연인으로는 상상이 좀 안 되었는데... 이제 제 나이도... 하하 아홉살 연하면 대학생인거 있죠... 군대 안 가는 케이스로 치자면 그것도 졸업반이구요 .,..

속삭이신 님.. 호오... 저도 다른 지인들 뵈면서 그런 생각했었거든요... "저 분은 리뷰 쓰는 게 직업 아닐까... "
음...전 좀...걱정입니다... 이 노릇이 무슨 강박증 같아서요...

파란여우 2005-03-01 23: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달리 전시회에 갈 때 이 책을 먼저 읽고 갔더라면 그나마 그림을 보는 안목이 생겼을것을....그리고, 정말 수선님의 말씀마따나 어디 달리같은 남자 또 없어요? 복순이 언니님은 닉네임을 바꾸세요. 서평의 복덩어리가 어떠심이...제가 이래뵈도 추천 단추는 누르고 요런 말을 하고 있다죠...흐흐^^

내가없는 이 안 2005-03-02 01: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소위 예술을 한다는 사람들 중에서도 달리는 언제 보더라도 유쾌한 사람처럼 보이니 그것도 참 톡특한 일 아닌가요? 며칠 전에 도서관에서 달리와 마그리트가 나오는 그림책을 한 권 봤는데 역시 거기서도 유쾌함이 철철 넘치는 사람들로 나오더군요. 그것도 재주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자신의 내면에선 분명 유쾌함이 치고 나오기 위해 얼마나 많은 고통을 거쳐왔을까 싶은데 이렇게 철없이 바라보는 저같은 관객에겐 마냥 유쾌한 화가로 보이니 말이죠. 전 그래서도 천재란 생각이 들었다는. 하하.

잉크냄새 2005-03-02 13: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무슨 서부영화 주인공 같은 이름의 이 양반이 사뭇 유쾌하게 여겨집니다. 천재, 괴짜... 이 두 단어는 분명 엮이어 살아가는 운명의 단어들 같아요.

icaru 2005-03-02 17: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파란여우 님...아직 달리 그림을 전시회를 통해 본 일이 없는 저는...... 그나마 순서를 지킨건가 몰라요... 책은 어떠하거나 읽었으니까는요 ^^ 파란여우님...또 칭찬해 주셨네요...에고 쑥쓰러워 그치만...이맛에 삽니당..

아...달리와 르네 마그리트가 공동작업한 그림책이 있군요...정말 보고 싶어요....
이 책에서 르네 마그리트 이야기도 나오거든요...둘이 처음 만났을 때 그녀에 대한 첫인상을 삐적마르고, 말수가 적다....라고 표현했더라고요.....
잉크냄새 님...옷...! 서부 영화 주인공?? ㅋㅋ 달리..

2005-03-03 04:09   URL
비밀 댓글입니다.

icaru 2005-03-03 11: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님...르네 마그리트는 남잔가 봅니다.  >.< ..
이 김에 르네 마그리트에 대한 관심이 동하네요...
 굉장한 그림 하나를 검색했어요~ ~

 



▶뭘 봐? 아예 벗어줄까?◀    내용출처 : 미술 칼럼니스터 "김영숙" 님의 글 중에

노골적으로 얘기해서, ‘그만 좀 봐라’. 아무리 본능이라지만 야릇 한 눈매하며, 손가락 만지작거리는 것까지. 여성 특유의 직관에 모조리 포착되는 남성들의 ‘성욕’에 모욕감마저 느껴진다. 어째주랴. 다 벗어줄까? 그럼 보려우?

가끔 TV 오락프로를 보면 짓궂은 질문이랍시고, ‘당신은 여자를 볼 때 어디를 먼저 보시나요?’ 라고 묻는다.

어떤 이는 눈을 본다고 한 다. 호수처럼 맑은 눈이면 그 사람 성격도 맑을 거라는 식의 서정적 풀이도 당연히 뒤따른다.

손을 본다는 사람도 있다. 손의 섬세함을 보면서 상대의 됨됨이를 느낀다는 거다.

  그 외에도 오똑한 콧날, 전 체적인 얼굴형, 헤어스타일, 옷 입은 모양새 등등. 여자를 보는 눈에 대한 혜안을 자랑한다.

아마 원시시대에 똑같은 질문을 받은 남성들은 ‘아이를 잘 낳을 수 있는 엉덩이나 그밖에 가슴이요’ 라고 대답했을 거다.

그러나 요즘 처럼 성이 상품화되어 곳곳에 넌더리나게 걸려 있는 상황에서는 남성 이 여성에게 가지는 첫 느낌은 ‘성(gender)보다는 성교(sex)’가 아 닐까 싶다.  

물론 배우잣감을 선택함에 있어서는 여러 가지 사회학적 인 요소들이 등장할 것이다. 기본적 외모나 호감도 이외에도 학벌, 집안, 능력 등등. 이 점에서는 여성도 마찬가지이다.

그러나 총체적 으로 남성들은 생물학적인 본능의 결과인지, 아니면 도처에 광고문구 보다 더 다양한 성의 상품화 탓인지, 여성을 자기와 같은 인간으로 보기에 앞서 정복하고 싶고, 가지고 싶고 또 그로 인해 쾌감을 느끼고 싶은 성적 대상으로 보는 경향이 심한 것 같다.

▶은밀한 시선에 대한 반성◀

 르네 마그리트는 벨기에의 초현실주의 화가이다. 초현실주의자들은 곧잘 꿈의 세계, 인간의 무의식, 그리고 의식과 무의식의 경계에 놓인 아슬아슬한 삶의 철학을 표현하는 데 주력했다. 극도로 사실감 있 게 묘사한 그의 그림들은 붓끝 자국 하나 느낄 수 없을 정도로 완벽 해서 마치 사진을 보는 듯한 착각을 느끼게 할 정도이다.그러나 그가 그려낸 세계는 우리의 무의식이나 꿈에서나 존재하는 어떤 환상들 이다. 아마도 ‘강간’이라는 이 작품에서 화가는 남성들의 여성을 보는 시각을 꼬집고 싶었거나, 좀더 좋게 말하자면 자신의 여성을 보는 시각 을 반성하고 싶었던 모양이다.

 혹은, ‘남자들은 당신네 여자를 다 이렇게 쳐다보고 있으니 조심하시오’ 라는 경고를 담은 것일 수도 있다.

 길 가다가 늘씬하게 잘빠진 여자가 지나가면 십중팔구 남자들은 여자 의 머리끝부터 발끝까지 ‘휘익’ 훑어본다. 점잖은 척 고개를 뻣뻣이 하고 못 본 척하는 나머지 한두 명의 사람도 사실 머리 속에서는 르네 마그리트가 그린 그림처럼 벗겨놓았을 때의 모습은 어떨까 하고 상상하고 있을지 모른다. 상대 여성 얼굴을 쳐다보면서도 섹스를 떠올리는 남성들이 다 잘못된 것은 아니다. 왜냐면 그들 역시 성이란 관념을 팔아먹으려는 사람들과 지독한 물신주의에 빠진 여성들의 자기 팔아먹기에 너무 길들여진 탓도 있기 때문이다. ‘그렇게 보고 싶어? 그래 아예 보여주마’하고 벗고 나서는 여자들의 적극적인 공세에 남성들은 거의 무의식적으로 성의 노예가 되어버 린다. 그런 점에서 한편으로는 현대 남성들의 지극히 이중적인 성에 대한 잣대가 측은해 보이기도 한다. 집에서는 ‘신사임당’처럼 정결한 아내를 쳐다보고 싶어하고 길거릴 나서는 순간은 다 집만 지키고 있어야 할 신사임당들이 ‘어우동’으 로 변해서 판을 치고 있는 세상. 그들은 그 어우동들과 걸출하게 놀 아나면서도 신사임당 단속하기에 급급해야 하니, 대체 누굴 믿어야겠는가.

르네 마그리트가 그린 강간에서는, 눈요깃감으로 변해버린 거리에 쏟 아져 나온 여자들에 대한 남성들의 무의식이 고스란히 엿보인다.

생각해 보라, 당신들은 얼마나 많은 여자들의 얼굴을 쳐다보면서 머릿 속으로 그녀의 가슴과 배꼽과 잘록한 허리에서 이어진 성기를 떠올렸 는지를.

그리고 그렇게 은밀한 시선으로 강간해 왔는지? 한 번도 그 런 적 없다고?

당신 말이 사실이길 바랄 뿐이다.


2007-02-28 11:18   URL
비밀 댓글입니다.

icaru 2007-03-01 15: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고맙습니다~ 다시 오셔서 반가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