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렌 굴드, 피아노 솔로 동문선 현대신서 102
미셸 슈나이더 지음, 이창실 옮김 / 동문선 / 2002년 3월
평점 :
구판절판


 

나같은 사람에게도 스타일이라는 게 있다면, 그 중에서도 리뷰를 쓰는 스타일이라는 게 있다면, 그 중에서도 내가 정말 써낼 수 없는, 그러니까 책이 뿜어내는 내공에 깔려버려, 쉽게 리뷰 형식으로 쓰지 못하는, 억지로라도 서평으로 옮겼을 땐 그저 변죽만 울리고 마는 꼴이 될 거 같아 저어하게 되는 책이 있다면, 그런 독서를 위한 책이 아니라, 책 자체를 위한 책을 꼽으라면, 나는 너무나 절박하게 '글렌 굴드, 피아노 솔로'라고 말할 것이다.

어느 지인의 말씀처럼, 이 책은 ‘새끼를 치는’ 책이다. 책이 책을 부르고, 음악 앨범을 불러들이는 책이다. 굴드라는 한 사람을 비로소 이해하려면, 그와 힘든 사랑에 빠지지 않으면 안 된다는 것을 알게 하는 책이다.

 

아름다움은 견딜 수 없고 냉혹하다. 그것은 무자비하게 우리의 눈길을 후려친다. 굴드는 특히 피아노 테크닉의 견딜 수 없는 순수성으로 우리의 제압한다. 페달을 사용하고 낭만주의적인 프레이징을 만들어 나가는 호로비츠의 연주와는 절대 닮지 않은 굴드의 연주. 굴드의 음색은 겸손한 자, 헐벗은 사물, 집착하지 않는 낮은 상태의 음색이다.

 

미셸 슈나이더가 표현한 굴드와 피아노의 다음과 같은 대화를 보면


굴드는 피아노가 다음과 같이 말한다고 본다. “네가 정확히 무엇을 원하는지 너는 아주 분명한 분석적인 개념을 가지고 내게 접근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나는 더없이 추잡한 것이 되어 버릴 것이다.” 피아노는 대답하지 않고 질문한다. “이것이 정말 네가 바라는 것인가?” 라고 물으면서 그 너머로 나아가도록 다그친다. 굴드는 피아노의 이 같은 점을 좋아했다. 그의 방해물은 바로 자기 자신이었던 것이다.


그 너머로 나아가도록 다그치는 것. 그 때 번번히 방해물이 되는 바로 자기 자신. 이 자신을 극복하는 과정이 굴드의 음악가로서의, 피아니스트로서의 삶의 과정이 아니었을까. 라고 말해본다. 음악이 도대체 무엇이길래.

굴드는 자주 이런 이야기를 했다고 한다. ‘인간이라는 종의 야만성 광증을 용서할 수 있는 단 한 가지 사실은 인간이 존재하지 않는 것에 대한 개념을 발명했다는 점이다.’라고 존재하지 않는 것이란 바로 ‘음악’을 말하는 것이다. 음악은 두려움의 원천이고 과학 중에 가장 덜 과학적인 것 실체 중에 가장 실체를 지니지 않은 것이다. 이처럼 과학적이지도 못하고 실체를 지니지도 못한, 이 음악에 우리가 이토록 감동하는 것, 음악이 우리에게 깊은 영향을 주는 것을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


우리는 흔히 그렇게 하듯이 사람이 죽으면 그 사람의 주머니를 뒤집어보고, 책상의 서랍을 열어본다. ‘왜 죽었을까’에서 ‘그 사람의 성생활을 어땠을까’에 이르기까지 숱한 질문들을 채워 넣는다. 그 괴팍한 음악가 굴드가 죽었을 때도 그랬을 것이다. 그리고 그의 일생에 대해 너무 깊이 조명하고, 상품화시키고 과장하며, 높이 기리려 들었을 것이다. 거기엔 분명 잘못된 것이 있다. (일례로 굴드는 평생 홀과 콘서트의 적이었다. 그런데 사람들은 연주홀에 그의 이름을 붙이고, 굴드는 더없이 과격한 말로 ‘음악 경연대회’를 비난했는데, 사람들은 글렌 굴드 피아노 콩쿠르를 제정해 놓고 있다.) 그래서 그의 오로지 뒷이야기에만 관심이 있는 미디어들은 우리의 머릿속에 굴드에 대한 여러 명상들은 심어 주었는데, 분명히 말할 수 있는 것은 이 글의 작가 미셸 슈나이더는 그 부류가 명명백백 아니라는 것이다. 그는 뒤집어 굴드를 낭만적인 이야기의 인물로 여겼던 것 같다.


미셸 슈나이더를 전기 작가로 보는게 맞을까. 글쎄. 미셸 슈나이더는 전기의 정확성과 지식 전달의 측면에서 굴드를 구출해 내어, 허구의 질서, 진실의 질서로 들어가도록 했던 사람 같다.


누가 진실 속에 있는 것일까? 누가 알겠는가? 그걸 알아야 할까? 사랑하려면 알아야 할까? 물론 그렇지 않다. 사랑에는 아니면 단지 귀기울이는 데에는 전기적인 앎과는 다른 앎이 있다. 설령 안다는 것이 사랑을 확장시키고 활력을 줄 수 있다손 치더라도 절대로 사랑을 따라잡을 수는 없다. 이해하려면 사랑에 빠지지 않으면 안 된다. 결국 우리들 각자와 마찬가지로 굴드 역시 전기로는 씌어질 수 없는 무엇을 위해 살았을 뿐이다.

 

 

우리의 가슴을 찢어 놓는 어떤 하늘, 우리를 바꾸어 놓는 한 권의 책, 선물처럼 주어지는 어떤 미소. 그리고 아무데도 없는 곳을 되뇌면서 음악으로서 사라져서 다른 무엇이 되는 시벨리우스의 음악, 어떤 빈터, 어떤 눈길, 어떤 생각. 전기는 있는 그대로의 인간에 대해 거의 가르쳐 주는 바가 없으며 창조자에 대해선 더더욱 입을 굳게 다문다. 각자는 자신만의 광기와 비밀스럽거나 눈에 띄는 편집증들, 기록된 삶의 페이지들 사이에서만 찾아지는 광범위한, 혹은 미미한 균열들만을 소유할 따름이다. 


굴드는 어떤 사람이었지. 그는  대단한 심기증 환자였다. 가벼운 스침을 부딪침과 혼동하고 건드리기만 해도 고통스러워할 만큼 예민했고, 마치 타인의 몸이 그에겐 오로지 상처나 감염의 원인에 불과한 것처럼-- 이것이 뭐 그리 대단할까? 그렇다면 이 예술가의 이같은 별난 행동들을 기인의 전설로 치부해버리고 용서해 주어야 한다고 말할 것인가?


미셸 슈나이더는 굴드의 육신의 병, 이 공포가 음악가에게 기계의 작동에 대한 극도의 예민함과 섬세한 조음 감각 그리고 그의 세련된 연주를 가능하게 했다고 믿었다.


굴드는 20세기 피아노의 신동 호로비츠처럼 굴드 역시 비행기를 몹시 싫어했으며, 파이노 앞에서 팔꿈치가 건반 아래로 내려가도록 매우 낮은 자세로 연주를 했고, 아주 엄격한 식이요법을 따랐다. 또한 다른 이들로부터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자주 은거했으며, 감염을 두려워했고, 타성적으로 연주회를 갖는 걸 싫어해서 자주 연주회 일정을 취소하고 연주회를 멀리한 경력이 있었던 것이다. 우울증, 자기 혐오, 타인들로부터의 시달림. 


굴드는 청중은 이미 무시했던지라 연주회에선 종종 청중에게 등을 돌린 모습이었다. 청중들은 굴드가 ‘나를 위해 연주하고 있다. 나를 감동시키기 원한다’라고는 절대로 생각할 수 없다. 그는 그 누구도 아닌 자기 자신을 위해 연주했으며, 이 사실은 그가 선택한 음향에서도 분명히 드러난다.  이따금 ‘불시에 사로잡는 듯한’ 음향, 먼 데서 오는 이 소리는 우리에게 건넨 소리가 아닌 듯이 들린다. 그의 연주를 들으면서 정신이 혼미해지는 일은 절대로 없다.


굴드는 왜 콘서트를 꺼리고 비난했을까. 미셸 슈나이더는그 이유를 다음과 같이 표현하고 있다.

 

 

자신을 벗어나는 두 가지 방법이 있다. 기분 전환과 황홀경. 굴드가 콘서트를 비난했던 가장 큰 이유는 청중의 존재로 인해 그의 연주가 왜곡된다는 점이었다. 연주자는 바흐의 다성 음악의 고전적인 절제를 어쩔 수 없이 변형시켜 과장된 웅변이 되도록 한다. 물론 그도 예술가는 대중을 필요로 한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문제는 음악가의 강력한 요구들을 기분 전환을 요구하는 사회의 요구와 어떻게 조화시킬 수 있는지, 그리고 가장 사적인 영역, 창조의 영역 안에서 예술이 그것의 수신자들의 접촉을 통해 변질되는 것을 어떻게 막을 수 있을지 아는 것이다. 급속하고 화려한 악구를 늘이고, 자신을 투사하고, 자신을 상실하는 것. 이렇게 될 때 자신으로부터의 박탈감을 느끼게 된다고 그는 말했다.

그는 적어도 이런 방식으로 자신 밖으로 추방되는 것을 혐오했다. 자신의 자아가 사랑스럽다고 믿어서도, 혹은 기분 전환을 완전히 피하려 했기 때문도 아니다. 하지만 우리가 자기 자신이 되지 않고 보내는 시간들이 그처럼 달콤한 것일까?


황홀경은 다른 이들에 의해서가 아닌 ‘타자’에 의해 자신 밖으로 내쫓기는 것이다. 그것은 기분 전환이 되는 장소에서 볼거리를 만나는 게 아니고, 명명백백한 증거와의 만남이다.

어떤 이들에겐 고독이 하나 혹은 여러 개의 얼굴을 가졌으며, 어떤 이들에겐 얼굴도 형체도 없는 무엇이다. 고독 속에서 “나는 혼자이다”라고 말할 수 있는 ‘나’가 없으며, 그 말을 들어줄 상대방도 없다. 설령 착각으로 그가 상대방에게서 독자성을 끌어내더라도 상대방 역시 그런 독자적인 존재가 아니다. 그는 동공 속에 말하자면 끝도 없이 떠도는.......


기분 전환은 자신으로부터 스스로를 떼어 놓지만, 황홀경은 반대로 자신에게로 돌아가게 한다. 신들의 열망에 의해 쫓겨난 자를 ‘나 자신’으로부터 탈취하여 환희에 넘겨 줌으로써라고 그리스인들은 말했다.


‘전기를 쓰면서 할 수 있는 유일한 변명은, 그가 누구인가를 이야기하는 데 실패함으로써 우리가 누구인가를 찾도록 만든다는 것’이라고, 미셜 슈나이더는 말한다. 미셸 슈나이더의 말을 빌려 이 리뷰 쓰기를 표현하자면, ‘미셸 슈나이더가 말한 굴드를 이야기하는 데 실패함으로써, 나는 누구인가를 찾게 된’ 셈이었다고 말하고 싶다.

 

훗날 이 책을 다시 읽고, 굳이 또 리뷰라는 걸 쓰게 된다면 나는 지금의 것과는 또 다른 리뷰를 쓰게 될 것이다. 그렇게 책은 매번 나에게 다르게 읽혀질 것이고, 나는 매번 다른 리뷰를 쓰게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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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03-01 11:0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5-03-01 13:27   URL
비밀 댓글입니다.

내가없는 이 안 2005-03-02 01: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미셸 슈나이더는 참으로 묘한 방식으로 굴드를 이야기한 듯해요. 굴드를 말하고 있으나 굴드의 이야기를 읽는 독자가 스스로 자신을 꿰뚫어보게 하는 방식을 쓰고 있으니. 복순이언니님 버전 리뷰, 역시 책 전반을 아우르는 상냥한 글이에요. ^^

icaru 2005-03-02 17: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안 님.. 님이 표현이 딱 맞습니다..
"굴드를 말하고 있으나 굴드의 이야기를 읽는 독자가 스스로 자신을 꿰뚫어보게 하는 방식"이요..
삼일절 아침에 일어나 저 리뷰를 쓰고 났는데... 정말 쓰고 나서...척. 하고 늘어졌었어요...
님처럼 멋지게 소화해 쓸려면 한참 멀었지만... ^^
그래도... 쓰고 나니, 이상하죠... 마음 한켠이 홀가분해지더라고요...
그리고 고맙습니다...다시한번 꾸벅..

michelle 2005-03-14 21: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님의 리뷰를 읽고 있으면 막 책을 읽고 쓰시는게 아닐까 생각해요. 바로 읽고 난 후의 감동이나 생생함이 느껴지거든요.

icaru 2005-03-16 11: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맞아요~ 책을 읽고 일주일 안에 리뷰를 쓰려고 하거든요~ 게다가 책 내용을 인용을 많이 하니까...(말 지어내는 재주가 없는 사람들의 특징 아닐지...^^;;) 더 그렇게 느껴지셨나봐요~ 생생함...이 말은 칭찬이지요? michelle 님?

 
오프라 윈프리 - 신화가 된 여자
자넷 로우 지음, 신리나 옮김 / 청년정신 / 2002년 3월
평점 :
절판


몇 년 전인데 미국에서 어떤 책의 저자가 오프라에게 소송을 걸었던 기사를 읽은 적이 있습니다. 이 사람은 오프라 윈프리의 북클럽이라는 코너를 비난한 것이었죠. 발단인즉슨 오프라 윈프리의 북클럽을 통해 소개된 책은 그 내용의 수준과 장르를 막론하고 출판계에 강력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양상을 보이는 것에 있었습니다. 그야말로 오프라가 먼지 덮인 책표지에 재채기를 해서 먼지를 벗겨내면 그 결과를 전 출판계가 주목한다니. 국민들의 전체적인 독서량 증진하는 효과를 불러왔다고는 하지만. 좀 석연치 않다는 생각은 들기도 했답니다.

그리고 최근에, 오프라 윈프리의 토크쇼를 채널 돌리다가 얼핏 본 적이 있습니다. 마침 내가 보았을 때는, 영화와 드라마 홍보차 어떤 쌍둥이 어린 여배우 둘이 나와서 그들의 신변잡기적인 이야기를 늘어놓고 있었죠. 글쎄요. 그 쇼는 미국에 흔하게 있는 그런 넌덜머리나게 영양가 없는 쇼 프로,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닌 듯 보여졌습니다. 물론 한 번만 보고 전체를 판단하는 것은 이만저만 무리가 아닐껍니다. 게다가 오프라 윈프리 쇼가 80년대 후반에 시작해서 지금까지 진행되고 있는 장수 프로인 것을 감안한다면, 그리고 이 프로는 2002년까지 30회나 ‘에미상’을 수상했다고 합니다.

각설하고 오프라 윈프리는 여러 가지 이유로 호기심이 동하는 사람입니다. 백인들이 득세하는 보이지 않는 인종 차별이 판을 치는 미국에서 흑인으로, 게다가 15세에 미숙아를 낳았으며, 한때 몸무게가 100킬로그램에 육박했을 만큼 뚱보 시절도 있었던 그녀이기에, 지금의 놀랄 만한 위치에 점하기까지 뒷이야기들이 궁금하지 않을 수가 없었고요,

이 책의 필자는 ‘이 시대 가장 성공한 미국인들’이라는 시리즈 연재물 중에 네 번째 인물로 오프라를 다루었습니다. 첫 번째는 미국의 가장 성공한 투자가인 워렌 버펫을 다루었고, 그 다음은 GM사의 회장이자 세계에서 가장 혁신적이 경영인의 한 사람인 잭 웰치, 그리고 마이크로소프트사의 회장인 빌 게이츠를 다뤘다고 합니다. 어떤 사람들은 이 세 사람의 반열 속에 오프라를 둔 것에 대해 의아해하기도 한다고 합니다. 하지만 그녀는 버펫, 웰치나 게이츠처럼 자신이 하는 일을 다시 정의하도록 만들었고, 자신의 이미지로 재구성한 사람임에 분명하지요.

이 책에서 본 오프라는 자뭇 인간적이었습니다. 똑똑했고, 처세에 능했지만, 솔직하고 눈물이 많고, 방송에서 실언도 종종하고, 소송도 많이 걸렸더군요. 옐로 페이퍼에도 그녀를 향한 비난 기사가 빗발친 때도 많았고요. 동성애자라는 둥, 과거지사가 어떻다는둥 일반 유명인들이 그렇듯 혹독한 유명세말입니다. 항상 좋지만은 않았어요. 

이렇듯 오프라 윈프리 만큼 상반되는 평가를 동시에 받고 있는 사람도 흔치 않아 보이더랍니다. 모두가 좋아하는 유명인이란 있을 수 없겠지만요. 어떤 사람은 그녀에 대해 촌스럽다고 하고 어떤 사람들은 교묘하게 잘 한다고 하고, 모방의 천재라고도 하며, 혁신적인 일을 하는 사람으로 추켜 세우기도 합니다. 그녀의 사회적 가치와 의미에 대해 의견이 모두 같지 않지요. 하지만 오프라가 재미있고 항상 재미있을 것이라는 점에는 모두들 동의하는 눈치입니다.

 이 책을 읽으면서 오프라가 특별히 마음에 들었던 부분은 그녀의 돈을 쓰는 방식이었습니다. 그녀는 누구보다 선량한 방식으로 돈을 쓰는 사람이더라고요. 가난한 흑인 학생들을 위한 장학 재단에 열성을 보이는 것, 자기가 CEO로 있는 회사의 사람들에게 파격적인 선물을 하는 방식같은 것(아랫 사람을 부리기 위한 노하우일지언정).

하지만 이 책을 읽으면서 오프라 윈프리에게 작은 동정이 가기도 했습니다. 역동적으로 사는 대단한 사람이기는 하지만, 시키고의 가장 전망 좋은 아파트에서 살면서 자기 집에서 유유자적 전망을 바라볼 시간도 없는 바쁜 여자이기도 했지요. 이 책에 보면 오프라는 자신이 어항 속에서 물고기를 쳐다보고 있는 시간이 늘고 있다고 말을 하는 부분이 나옵니다. 물고기를 쳐다보며 시간을 보내다니,,,, 왜? 물고기가 자신과 같다고 느껴진 거겠죠. 투명한 유리를 통해 자신의 일거수일투족을 노출당하는 운명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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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leinsusun 2005-02-23 22: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프라 윈프리의 <다이어트> 강추!!!
오프라 윈프리가 "어떻게 살을 뺐나" 하는 내용이 아니라
오프라 윈프리가 "어떻게 자아를 찾았나", "자신을 사랑하게 되었나" 하는 내용이예요.
오프라 윈프리는 40번째 생일에 마라톤 풀코스를 완주했어요.멋있죠? 저도 그러고 싶어요. 복순이 언니님이 좋아하실꺼 같아요.
근데....존댓말로 쓴 리뷰 상큼하네요. 헤어 스타일을 바꾼 것 같은 느낌!

줄리 2005-02-24 00: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두 오프라윈프리가 정말 대단한 여자인가 보다 라는 생각을 하긴 하는데 그녀가 사장인 O 라는 잡지의 매달 표지모델이 매번 오프라 윈프리 일때는 이거 너무 좀 너무 하는거 아닐까 라는 생각이 드는건 어쩔수가 없습니다.

내가없는 이 안 2005-02-24 07: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러게요. 리뷰를 참 재밌게 쓰셨네요. 복순이언니님의 다른 면을 본 것 같군요. 얼마 전 뉴스에서 오프라 윈프리 쇼에 참석한 방청객에게 모두 새로 출시된 차를 선물했다는 걸 본 적 있는데... 눈물을 흘려가며 엄청 좋아하더군요. 저도 그 자리에 있었으면? ^^

미네르바 2005-02-24 17: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유명인이라면 어디나 그렇게 혹독한 유명세를 치르는가 보군요. 전 그 유명세 치를 자신이 없어서 유명인이 못 되고 있어요^^ ㅎㅎ<투명한 유리를 통해 자신의 일거수일투족을 노출당하는 운명>.. 숨막힐 것 같아요. 새로운 문체의 리뷰, 정말 맛깔스럽네요. 저도 다음엔 이렇게 써 보아야겠어요. (후후~ 따라쟁이^^)

icaru 2005-02-24 21: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수선 님 그렇잖아도... 오프라 윈프리 본인이 쓴 책을 함 보고 싶다 하는 생각을 했었는데.... 님이 추천하시는 <다이어트>란 책이 그런 책이겠네요~
그나저나...제가 정말 바꾸고 싶은 건 헤어스타일이라는 걸....님께서 아시고서 하시는 말씀 같아요..하하...

dsx 님.. 그러게요....그녀에게는 다소간의 배우끼가 있는 것 같습니다... <컬러 퍼플>이라는 영화를 찍었을 때가 인생에서 꼽는 행복한 순간이었다고 말했거든요... 카메라 앞에 서는 게 그렇게그렇게 좋은가봐요~

여울효주 님...반가워요!!! 조악한 글인데...좋게 보아 주셨어요... 잘 읽었다고 말씀하시니...너무 기분 좋아지는 거 있죠! 님 오프라 윈프리에게 관심이 있으시군요~ 아하.. 오프라 윈프리는 정말 괜찮은 역할 모델 중 하나인 거 같아요...

이안 님.. 헤헤... 존댓말 체를 썼을 뿐인데... 좋게들 말씀해 주셔서...^^;; ....토크쇼에 참석한 모든 이에게 신차를 선물로...... 정말 통이 큰 사람입니다... 저도 그 자리에 있었으면... 입이 찢어졌을 거 같네요 ^^장롱면허지만...모,...다른 사람 운전시키면 되겠죠..ㅋㅋ

미네르바 님... 그죠오... 제가 유명인을 안 하는 이유도 바로 그거라니깐요... ! 하하하....
저 책은 후딱 읽어 치울 수 있어서... 좋았답니다... 어떤 땐 빨리빨리 읽히는 책이 사랑스럽게 여겨질 때가 있고요... 요즘처럼 성격만 급해지는 나날에는 더욱요...


로드무비 2005-02-25 08: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흠, 그렇군요.
그녀에게 호감이 갑니다.
조금 늦게 봤죠?
추천하고 가요.^^
(존대말 리뷰 상큼해요. 묘한 맛이 있군요.^^)

로드무비 2005-02-25 08: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수선님, 오프라 윈프리의 <다이어트> 강추라고요?
책임지실 거죠?^^

icaru 2005-02-25 10: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켈님..그러게요~ 힘들게 성공하면 주머니를 움켜쥐지 않는 오프라 윈프리 같은 사람,,, 보기 힘들어요.... 이건 좀 다른 이야긴데...저만 해도, 오프라 윈프리 처럼되겠단 싶단 생각은 가히 못하고..아는 사람 중에 오프라 윈프리 같은 사람 있었음좋겠다는 이런 안일한 생각을 하네요...흐흐음..

로드무비 님!! 요리왕 등극 축하해요!!!!

2005-02-26 22:33   URL
비밀 댓글입니다.
 
Kitaro - Best Of Silk Road
키타로 (Kitaro) 연주 / 티엔터테인먼트/코너스톤 / 2004년 11월
평점 :
품절


초등 학교 고학년 때였던 걸로 기억한다. 텔레비전에서 시리즈물로 실크로드 다큐멘터리를 방영해 주었던 것이.... 아이들이 보기에는 좀 늦은 밤 시간에 방영을 했었고, 기타 등등의 여러 가지 이유로 그 프로를 진득하니 앉아서 제대로 보지는 않았지만, 장엄했던 테마 음악만큼은 뚜렷이 기억한다. 그러다가 중학교 3학년 때, 키타로의 실크로드 음반 테잎을 샀고, 정신 몽롱해지고, 테잎이 느슨해질만큼 자주 들었다. 그 당시에 소지로의 대황하나, 기타로의 실크로드처럼 오카리나 소리에 신디사이저 음이 더해진 것 같은 음반들이 인기였었다.
키타로의 실크로드는 새벽에 듣고 있으면 딱 유치환의 '생명의 서'라는 시가 생각났다.

 
생명의 서(書)       유 치 환


나의 지식이 독한 회의를 구하지 못하고
내 또한 삶의 애증을 다 짐지지 못하여
병든 나무처럼 생명이 부대낄 때
저 머나먼 아라비아의 사막으로 나는 가자

거기는 한 번 뜬 백일이 불사신같이 작열하고
일체가 모래 속에 사멸한 영겁의 허적(虛寂)에
오직 알라 ㅡ의 신만이
밤마다 고민하고 방황하는 열사(熱沙)의 끝

그 열렬한 고독 가운데
옷자락을 나부기고 호올로 서면
운명처럼 반드시 '나'와 대면케 될지니
하여 '나'란 나의 생명이란
그 원시의 본연한 자태를 다시 배우지 못하거든
차라리 나는 어느 사구(沙丘)에 회한 없는 백골을 쪼이리라.
 
먼지가 일어나는 실크로드 사막에서 운명처럼 본연의 ‘나’와 만나는 느낌. 칡흙처럼 짙게 조용한 동굴 속에 혼자 들어 앉아, 동굴 천장에서 물방울이 떨어지는 소리를 듣고 앉아 있는 것과 같은 느낌. 모두가 잠든 새벽에 실크로드를 듣고 있으면, 어떤 땐 무서워지기도 했다. 끝 간 데 모를 명상의 자리가 그리고 뼈가 시리도록 고독해지는 듯한 이 느낌이, 결코 가벼울 수 없지 않겠나. 

어느덧 15년의 세월이 흘러 다시 만난 실크로드. 이 앨범은 22년만의 오리지널 실크로드와 , 그 출발점인 서안에서의 음악 봉납시의 연주를 수록하였다고 한다. 그래서인지 와호장룡이나 영웅과 같은 중국물 영화에서 오리지날 사운드 트랙으로 쓰였을 법한 중국풍의 새로운 음악도 몇 개 들어 있고, 나머지는 기존의 실크로드를 리마스터링하여 새로운 느낌을 주고 있다. 하지만 사람의 심금을 울리는 싸아~함이 예전 것만 못한 것도 같고, 그런 대신에 화려한 기교와 스케일 때문에 더 세련되어진 것도 같고 여러 느낌이다.

 

특정 버섯 속에 들어 있다는 실로시빈이라는 환각제. 예전에 심리학자 매슬로가 대조군 실험을 신학생 20명을 대상으로 했었는데, 25년 후 도블린이 이 실험에 참가했던 19명을 수소문하여 인터뷰를 했다. 결론은

“실로시빈 복용자들은 이휘의 장기간 후속 연구에 참가했을 때에도 하나같이 잣니들의 애초 경험에는 진정 신비한 부분이 있었으며, 그것이 자신의 영적 삶에 그 무엇과도 견줄 수 없는 소중한 기여를 해주었다고 여겼단다. 다음은 한 참가자의 그 때 경험담.


“어느 순간 갑자기 제가 몸에서 쓱 빠져나와 무한 속으로 들어가는 느낌이었습니다. 그러자 순식간에 제 마음과의 고리가 툭 끊어져 버렸어요. 저는 삼라만상의 광대한 세계 속에 들어와 있었습니다. ... 때로 기도를 하러 갔다가 고개를 들어 제단 위의 불빛을 올려다보면, 거기서 뿜어져 나오는 빛에 눈이 멀어버리는 듯한 순간이 있잖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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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란여우 2005-02-22 22: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오카리나는 소지로의 대황하로 알게 되었어요. 그 당시엔 거의 환장했죠. 고 작은 물체에서 영혼을 울리는 듯한 소리가 난다는 것에 금방 매료 되었는데, 키타로도 거의 마찬가지였습니다. 님도 좋아하신다니 괜히 제가 흐뭇합니다.^^

잉크냄새 2005-02-23 09: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 다큐멘타리 저도 기억나네요. 역동하는 대황하를 떠올리면 소지로의 오카리나 소리는 자연스럽게 떠오릅니다. 참, 유치환의 < 생명의 서 > 오랫만에 읽는데, 예전에는 단락의 마지막 구절만을 외웠던 기억이 나네요.

2005-02-23 10:25   URL
비밀 댓글입니다.

icaru 2005-02-23 11: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파란여우 님 님도 음악 실크로드 좋아하셨다니... 우째 이리 반갑습니까...으쓱으쓱... 바로 그 현장에 가서 ... 이 음악을 들을 수 있다면...원이 없겠다...라고 생각하고 있어요...~

잉크냄새 님..생명의 서, 이 시는 마지막 구절이 결정체 같아요...그런 마지막 구절만이라도 우짠튼 외우셨다니..역시 방랑자 김 삿갓이셨던게야..
...사실...전...한 줄도 외우는 구절은 없고...이미지만 뭉뜽그려 생각나...적어와 봤다지요...

속삭이신 님... 너무 반가워요... ㅠ.ㅡ* 이 시가 한때 님의 키우셨다니...갑자기 생명의 서가...더 사랑스러워지려 합니다.... 요즘 글렌 굴드의 책 때문에... 가슴앓이를 하고 있습니다... 만만찮은 내공을 뿜어내는 책입니다...자켓 위에 뽀얗게 먼지만 싸여 가던 ...굴드의 골드베르크를 먼지를 싹 걷어내고... 요즘...집에서 한참을 넋을 팔고...듣고 있는 저를 보게 되네요...!

2005-02-24 17:28   URL
비밀 댓글입니다.

icaru 2005-07-22 14: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주변 사람들에게 ... 내가 실크로드를 좋아하게 된 사연을 이야기해 주면...곧잘들 이런다...
"너는 조그만할 때부터 애늙은이 같았구나!"

조용히살자 2006-03-14 00: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린시절 추억으로 실크로드 다큐를 기억하시는 분들이 저말고도 많은 것 같아 기쁩니다. 늦은 밤 뭐에 끌렸길래 드라마, 코메디도 아닌 프로를 어린 제가 그리 손꼽아 기다려가며 봤을까요... 장엄한 목소리의 남자 나레이터의 나레이션 아래 흘러나오는 오카리나의 선율이 지금도 귀에 선합니다.

icaru 2006-03-16 16: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조용히 사시는 님이시군요~
아! 맞아요맞아요~
근데 요전날에도...한참... 신 실크로드라고 해서... 3개국 방송사(우리나라 일본 중국) 합작 다큐를 해 주는 거 같던데... 제가 또 일찍 잠자리에 드느라 챙겨 보진 못했었어요..
 
초콜릿 우체국 - 황경신의 한뼘스토리
황경신 지음 / 북하우스 / 2004년 6월
평점 :
절판


황경신이 그가 편집장으로 있는 잡지 <페이퍼>에 연재했던 글들을 모은 책이다. 수필집은 아니고, 시집도 아니고, 한편 한편이 너무 짧아서 소설이라 하기도 뭣하고, 동화라고 하기엔 음,,, 군더더기가 너무 많은 동화 아닐까 싶다. 미사여구로 조금은 사치스럽게 소녀 취향으로 꾸민 구석들이 느껴지는 문장들이 많다.  (음, 내가 느끼기에는....)

그리고 페이퍼 잡지처럼 책 봄, 여름, 가을, 겨울 사계절에 따라 색깔이 파스텔톤으로 되어 있어 참 예쁘다.

음, 이 책을 대하면서 자뭇 나는 슬퍼지기까지 했다. 이 책에 나왔던 비 오는 평일에 동물원에서 혼자 서성거리고 싶은 사람, 서른 개의 종이컵에 서른 송이의 장미를 꽂아두고 싶은 사람. 그런 사람, 나는 이미 그런 사람이 아니며, ‘이미’가 아니라 과거에도 아니었다는 것을 아프게 깨달았다.
지금 내게서 여운이나 감상 따위가 그 자취도 없이 스스르 사라졌다는 것을 쓸쓸하게 감지한 것이다.

생각해 보니까, 나는 밥을 먹을 때도 급하게 먹고, 컴퓨터 자판을 누를 때도, 자판이 부서질 듯, 피아노교본 하농의 십육분음표짜리 스타카토 연습하듯... 요란스럽게 때리고, 사탕도 오래 빨아먹지 못하고, 입에 넣는 순간 씹어버리는 사람이었다. 음식도 두어번 씹고, 삼켜버리기 급급한 사람이었다.
나는 급한 사람이다. 오래 음미하는 법을 잘 모른다. 나는 본래 이렇게 급한 사람이었는지, 살다보니 이렇게 바뀌어 버렸는지 알 수가 없다.

이토록 급한 사람이 이렇게 여운을 두어야 하는 책을 만나니, 속에서 답답증이 일렁이는 것도 무리는 아니지.

‘먹고 살기도 죽겠는데, 이렇게 폼 잡을 시간이 없어, 사과나무가 뭐 어떻다고, 레인 샤워 라는 맥주를 사줬던 그 남자가 지갑도둑이라는 거야, 아니면 언젠가 만났던 첫사랑이라는 거야, 그래, 나에겐 낭만이 없어. 무슨 이야기가 하고 싶은 건지, 단도직입적으로 말해 줬음 좋겠다.’ 나는 지금 이런 식으로 작가에게 초조함을 내색하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정작 심각한 것은, 이런 내색을 비치는 내 자신에게 연민이 생긴다는 것이다. 뭐에 그리 쫒겨 살아가는가. 무엇을 위해서 조바심을 떠는가. 그래,작가가 곳곳에 심어놓은 알레고리를 풀지 못하는, 풀 시간이 없다고 정색을 하는 삭막한 내가...안타깝다.  
 
이 책은 봄 여름 가을 겨울의 챕터가 있다. 봄편에서 <곰스크로 가는 기차> 이야기, 그리고 가을편에서 <완벽한 룸메이트> 이야기는 베스트 극장에서 보았던 내용이다. 두 편 모두 베스트 극장에 방영되는 내용치고는 참으로 럭셔리하다고 생각했었다. 고풍스러운 집, 와인바구니, 오래된 하드 커버가 빼곡히 꽂힌 서재가 나오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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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02-16 22:03   URL
비밀 댓글입니다.

내가없는 이 안 2005-02-17 07: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님 리뷰를 읽다 보니 이거 내가 쓴 것 같다, 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저랑 비슷하시네요. 쫓겨 살고 있는 건 분명한데 정작 무엇에 쫓기는지도 모르고 있는 게 바로 저군요. 그런데 참 님 글이 콕콕 찔러대는 게 아파죽겠는데 예쁘고 고맙고 웃음도 비질 나오고... 책이야 어떻든 님 리뷰는 참 훌륭하군요. ^^

2005-02-17 07:26   URL
비밀 댓글입니다.

파란여우 2005-02-17 23: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추천이 다섯개나 되는군요. 지난번 발렌타이때도 초코렛을 하나밖에 못 먹은 저는 이 리뷰를 보면서 추천이 다섯개인게 아주 거시기합니다. 이젠 추천까지 님 혼자 다 드시겠다니요..흑..그래도 또 하나의 추천이 느는군요...정말로..흑

호밀밭 2005-02-19 00: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책은 안 읽었지만 님의 리뷰는 공감이에요. 저도 점점 성격이 급하게 변하는 것 같아요. 행동은 아직도 재빠르지 않은데 생각이나 화가 나는 속도가 빠른 편이지요. 표지가 예쁜 페이퍼 잡지 가끔 사고 싶다는 생각도 들었지만 정작 한 권도 사 보지 못했네요. 잘 읽고 가요. 정말 빛나는 글이에요.

humpty 2005-02-18 14: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여러 사람이 공감을... 저도 거기에 한 공감을 더하고~
책 놓고 별로 안 좋은 소리 못하는 편인데(제가 이해가 더뎌서리), 이거 보면서 그런 느낌도 받았어요. 스스로에게 많이 취해 있는 게 아닌가 싶은...
그래도 이야기 중 하나, '거짓말'에 관한 거 보면서, 싸했드랬죠. 사랑한다는 사람이 하는 말도 거짓말이라고 하고, 나중에는 내 마음도 거짓말처럼 느껴지고, 이 마음이 과연 내 마음이 맞나... 하던. 읽을 때 마음이 좀 그랬나봐요. 마음이 휑할 땐 붙잡아 맬 말뚝이라도 있으면 좋겠다던, 김형경 글에서 본 그런 비스무레한 귀절이 문득 떠오르네요.
왜 이렇게 횡설수설하고 있는 거지? ^^;;

icaru 2005-02-18 17: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속삭이신 님... 전 정말 낭만도 뭣도 모르는 것 같아요~ 이 책 보면서...잠깐 여유 좀 갖어보자했는데..그 마저도 안 되더라고요 ...허걱이어요... 님이 말씀하신 그 호수... 가 보고 싶어요... 겨울 호수를 보고 있으면 마음이 이상하게도 차분해지더라고요....겨울바닷바람보다야 약하지만... 호수에서 부는 바람을 맞으면서 이런저런 생각에 잠기고프네요.. 거기엔 뽑아먹는 따뜻한 커피를 후후불며 서서 마시면 딱!!!일듯해요 ^^...

이안 님...히히... 님도 저처럼, 쫓기는 그 정체모를 느낌은 안고 사신다니, 참참참..절 보세요...이 순간 안도하는 저를요.. ‘아 님도 그러시구나...’함서요...
근데...제가요... 푸념조 비슷하게 리뷰를 써서...책을 나쁘게 말한 것 같은 느낌도 들어요... ‘내 취향이 아니었다고 해서, 함부로 말할 수 없는 무언가’가 이 책 속엔 있더라구요~

파란여우 님... 저 책 제목 이쁘죠..초콜렛 우체국~ !! 님...저도 마음 속의 초콜렛 말고요오~ 입으로 들어가는 초콜렛은 주지도 받지도 않은 나날이었답니다.. 삭막시럽죠? 히히.....초콜렛은 아니지만...추천은 님께 해 드릴께요.... 드리러 지금 갑니다...슝슝...

호밀밭 님은 어떤 분일까~? 가끔 저 혼자 해보는 상상입니다. 님의 글을 통해, 조각조각 퍼즐을 맞추듯 재현해 보기도 합니다. 히히.... “행동은 아직도 재빠르지 않은데”라는 님의 말씀에 친근함이 한 움큼 묻어납니다. 그리고 칭찬해 주셔서 고마워요~!

humpty님 ^^
님은 ‘거짓말’에 관한 것...그 이야기에 싸~~~했군요. ^^ 전...사과나무 이야기요... 지구가 한 달 후에 멸망한다는 사실을 알고 사람들은 더 이상 도시에 있지 않고, 자기가 원하는 곳으로 가지요... 지구가 한 달 후에 멸망한다면... 나는 어떻게 그 한달을 보낼까 생각함서...좀 싸했어요.. 마음이 휑할 땐 붙잡아 맬 말뚝이라도 있으면 좋겠다던, 하하... 이 책은 언제 어떤 상황에서 읽느냐에 따라...그 느낌이 확연히 달라질 것 같아요..제대로 읽기 위해 명심해야 할 것은 천천히....천천히...읽어야 한다는 것이구요..

 
도시의 흉년 - 상 박완서 소설전집 2
박완서 지음 / 세계사 / 2002년 11월
평점 :
품절


화제작! 문제작! ... 아마 이 소설이 발표될 당시의 카피가 그런 것 아녔을까. 

모처럼이다. 주인공 지수연처럼, 위악적인 여자 주인공을 만난 것이. 가치관의 배반으로 미모와 성을 가해의 수단으로 삼는 공격형 지성.
시대는 1970년 중후반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그리고 배경은 도시 서울. 물질 중심주의와 여성 억압에 대한 비판 등 일상적 경험을 사회 비판과 연결지어 작품화하였다.
가족이라는 울타리 하면, 부모의 따뜻한 사랑과 온가족이 둘러앉아 먹는 따뜻한 밥상을 생각하지만, 이렇게 파편화된 가족도 있다.
지수연은 남녀 쌍둥이이다. 할머니는 지수연를 증오한다. 남매 쌍둥이는 쌍피붙는다는 옛말 때문이다. 그런 할머니를 지수연 또한 철저히 증오하리라 마음먹는다. 예전의 사회적 가치와 이데올로기를 오롯이 간직한 할머니.
1.4 후퇴 때 빈집을 털고 양공주를 거느려 돈을 모아 동대문 시장 포목점 골목에 거부로 부상한 어머니. 돈많은 아내 몰래 불구의 가난하고 못생긴 여자와 이중 생활을 하는 아버지.
어머니의 일류병과 허세와 사치, 금력의 꼭두각시로 맹목적 삶을 사는 법관의 부인인 수연의 언니 수희.
탈춤, 드럼 연주, 데모, 오랜 철장 생활 등, 어떤 것도 다 가능한가 하면, 어떤 것에도 매이지 않는 방랑자 지성. 수연의 애인인 구주현. 
형부이자 언니의 검사 남편인 서재호는 수희와 결혼전 수연을 강간하고도 모른척한다. 아버지는 어머니 몰래 돈을 빼돌려 불구의 여자와 그 사이에 낳은 아이를 먹여 살리고는 나중에 그 사실에 들통 났을 때, 되려 화를 내며 어머니를 구타하고 어머니는 불구의 몸이 된다. 아버지의 정부의 오빠이자, 집의 운전 기사로 있던 최기사는 어머니와 그렇고 그런 사이다. 모두들 비열하게 서로를 속이고 있는 가족 관계.
자식들에게 돈을 덕지덕지 처발라, 학교를 보내고, 아들과 가난한 여학생과의 교제를 쌍심지를 켜고 반대하고 나서는 어머니의 삐둘어진 모성.

있는 것은 돈 뿐이고 가족 관계는 헝클어진 정말 심난한 집안이다.

정상적인 일상의 질서 속에 사는 행복한 사람들은 알기나 알까. 이 도시의 맹장 속에서의 인간들의 끝나지 않는 기다림에 대해서, 끝나지 않는 수모와 원한에 대해서.

파국을 치닫는 이 가족에게 희미하게 나마 난국을 해결할 전망을 제시해 주는 인물이 쌍둥이 오빠의 여자 순정이다.

너무 간만이다. 이리도 적나라하고 파편화된 정도가 심각한 작품. 그것도 가부장제와 물질주의에 대한 고발이다. 이 소설은 실제로도 드라마 되었었다고 한다. 수연 역은 박순애가, 수연의 쌍둥이 오빠는 김주승이, 처제를 욕보인 검사 형부는 유인촌, 그리고 수연이 사랑한 남자 구주현은 김영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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잉크냄새 2005-02-15 12: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꼬고 돌리고 묶고....정말 복잡한 가정사네요.
요즘 박완서님의 작품에 완전히 몰두하신 모양입니다.^^

플레져 2005-02-15 13: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드라마로 얼핏, 본 것도 같아요. 박순애는 기억하는데...
복잡한 가정사가 없다면 세상이 꼬일 일이 없을 지도 모르겠어요...ㅎ

icaru 2005-02-15 16: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잉크냄새 님~ 예...오래전에 사 두었던 걸...읽었어요...삼백사십여페이지 짜리 두권이라...시간도 좀 걸렸고요...리뷰로 쓰지 말까 싶었다가, 공들인 시간도 있고 해서, 끄적였는데...밀린 숙제 해치운 거 같아 속이 시원타 싶기도 하고요...... 리뷰가 좀 많이 미진한 것도 같고...참...여러모로 뒤끝이 남는 작품인듯해요...
앞으로 한참동안은 박완서 님 작품 보는 거는 좀 미뤘다 해도 될성싶어요...

플레져 님... 저도 박순애가 나왔던 것만 어렴풋이 기억한답니다...나머지 인물들은...호밀밭 님이 알려 줬어요...ㅋㅋ

2005-02-15 20:1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5-02-15 20:22   URL
비밀 댓글입니다.

미네르바 2005-02-15 21: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도시의 흉년을 TV드라마로 봤었지요. 전 참 강렬한 인상을 남겼던 드라마였어요. 박순애와 김주승이 가장 기억에 남네요. 그 때, 박순애는 참 청순했었는데.. 얽히고 설킨 가정사에 푹 빠져 들었던 기억이 나네요. 님은 참 부지런하셔라. 궁금한 점... 잠은 몇시간 자나요?

icaru 2005-02-15 22: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속삭이신 님..좋으시겠당 ^____^
또 속삭이신 님.. 88혹은 89 그랬군요~ 저도 봄방학이나 겨울 그쯤에 해 주지 않았나 싶어요...유선 방송으로 낮에 몰아서 방영해 주었던 것 같은 기억도 나고요...그럼서...박순애 밖에 생각을 못하다니... 순정이 역은 누가 했을까나...ㅋㅋ 님 아세요?
미네르바 님~ 님도 이 드라마를 기억하시는군요... 아, 박순애는 인현왕후에서 전인화랑 같이 나오던 사극으로 보았던 게 마지막이던 듯 싶어요...그러고보니, 박순애는 지금 어떤 모습으로 살아가고 있을까 갑자기 그게 궁금해지네요~ 저요, 잠...전..십대 후반과 20대 전반을 못된 잠습관 때문에 그르친 사람 중에 하난 걸요~ 지금도 잠은 많아요..특히, 아침잠... 그래서 진짜...출근을 하는 매일 아침 죽을 것 같은 기분으로 일어나지요...아조...게으른 사람입니다...저,

내가없는 이 안 2005-02-17 07: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거참 이상하지요. 리뷰로 안 써놓으면 멀쩡한 기억력도 흐물거리니 말여요. 제게 흐물거리는 기억으로 남아 있는 책 무지 많은데 속 시원하려면 써야 할까요? ^^
복순이언니님, 박완서 소설 독파하시기로 작정한 모양입니다. 대단~ ^^

2005-02-18 00:04   URL
비밀 댓글입니다.

icaru 2005-02-18 14: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안 님~ 님도 읽으신 작품이군요... 정말...기록을 해 두지 않으면...흐물거리는 기억으로 밖엔 더 이상 남지가 않더라고요...시간이 지날수록 그 증상이 심해지는듯... 후음...
속삭이신 님... 아하...순정이 역은 견미리가 했고만요...오호라...견미리 현재의 모습으론 조금 매치가 안 되어요 하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