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은 탑 동서 미스터리 북스 13
P.D. 제임스 지음, 황종호 옮김 / 동서문화동판(동서문화사) / 200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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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중충한 영국의 날씨와 끊임없이 파도소리가 들리는 해변가 절벽의 검은 탑을 떠올리게 되는 소설이다. 그리고 이 소설은 추리물이라기보다는 진지하고 성실한 소설이라는 느낌이 더 강하게 들었다.

무기력하고 신앙심이 깊은 병약한 요양소 사람들과 약간 왜곡된 박애 정신의 소유자, 요양소 안에서의 무기력한 죽음의 냄새에서 탈출하고자 악을 쓰는 신체 건강한 인간 군상. 사고나 자살을 위장한 환자들의 죽음. 그러나 범인은 누구?

남자인지 여자인지 얼핏 알 수 없는 이름 P.D. 제임스는 작가의 필명이고 본명은 필리스 제임스이다. 그녀는 병원 관리 일을 하고 있었을 때 의사인 화이트와 결혼했다. 남편 화이트는 전쟁에서 신경장애에 걸려 귀환했다. 산 송장 같은 남편과 두 딸의 생계를 유지하기 위해 그녀는 미스터리를 쓰기 시작한 것이다.

그녀는 그렇게 해서 전업 작가가 된 것은 아니었다. 작중 주인공 경감 달글리시가 취미로 시를 써 책을 냈듯이, 그는 내무성에서 일하며 이른 아침과 주말에 ‘취미로서’ 미스터리를 썼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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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aho 2004-05-01 17: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읽어봐야 겠네요...전 이 책 첨 들어 봤네요
 
[수입] Non Stop / Friedrich Gulda
Friedrich Gulda 연주 / 소니뮤직(SonyMusic) / 1997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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굴다는 고전 음악을 전공한 피아니스트였다. 하지만 1960년대 초반에 이미, '현대는 재즈의 시대이지, 죽은 작곡가들의 시대가 아니'라며 자신은 '과거에 속하는 음악을 담당하는 박물관 안내원이 될 생각은 추호도 없다'고 선언했다. 그러나 그는 이러한 선언을 한 이후로도 재즈와 고전 음악 사이를 왔다갔다 하는 유연성을 보여 준다. 이는 고전 음악 애호가들에게는 다행한 일임에 틀림없다. 그는 다양한 양식의 음악에 통달하고, 장르와 장르 사이의 장벽을 초월하며, 작곡가 겸 해석자로도 눈부신 활동을 하였다. 그리고 동시대의 음악 동료들에게도 따끔한 비평을 피하지 않는 것으로 유명한 굴다였는데, 그럼에도 주변 음악 비평계의 일인자인 카이저와 같은 이는 그를 '동시대인 가운데 가장 뛰어난 베토벤 해석자'라 평하고 있다.

허나 안타깝게도 이 실황 앨범에는 베토벤의 작품은 없다. 그렇지만 이 앨범이 아니면 듣기 어려운 굴다 그 자신이 작곡한 아리아(4번 트랙)가 있다. 이 곡은 쇼팽의 연약한 낭만주의에 대한 자신의 정신적 친화력을 표출한 것으로 감미롭고 편안한 분위기의 곡이다.

또한 듣는 이의 마음을 비감하게 만드는 연주곡이 하나 있는데 그것은 8번 트랙 쇼팽의 에뛰드 C마이너 Op.25 No.7 이다. 슬픔의 격정과 그 심연은 어디까지인가를 보여 주는 것 같은 그러면서도 격한 감정의 분출은 배제한 듯한 참으로 절제된 연주를 한다. 앞뒤의 모순 된 말 같지만 이 곡을 들으면 사실 그런 느낌이다.

이 앨범은 저 유명한 뭔헨에서 열린 '논 스톱' 연주회 실황 앨범이다. 그래서 연주 사이사이 박수 소리는 물론, 굴다가 피아노 연주를 하며 내는 콧노래도 살짝살짝 귀에 포착된다.(처음에 나는 이것이 웬 구렁이 우는 소리인가 깜짝 놀랐다.) 그는 연주회 때에 자유 분방한 태도로도 유명하다. 일테면 연주회의 일방적인 관행을 깨뜨리는 진행 방식이 그것인데, 곡들이 서로 유사해서 아무런 구별도 없이 부드럽게 이어지는 곡을 연주할 때면, 굴다는 장난스럽게 의자에서 몸을 일으켜 청중들의 박수를 유도하고 감사의 뜻을 표시한 다음, 청중들의 환호가 가라앉을 기미가 안 보이고 계속 이어지는 가운데 아무렇지도 않은 표정으로 잠시 뭔가를 골똘히 생각하다가 갑자기 미친 사람처럼 다음 곡을 연주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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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ao Sasaki - Missing You - 재발매
Isao Sasaki 연주 / 엔티움 (구 만월당) / 200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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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이 사랑하고 한국을 사랑하는 이라는 타이틀이 붙는 피아니스트이다. 한참 우울모드에서 벗어나지 못했던 어느 시기에 지인의 선물로 짠~! 하고 내 인생에 개입해, 밝은 모드로 나를 체질 개선시켜 준 앨범 가운데 하나이다. 그 산뜻함은 Sky Walker가 가장 최상이다. 이 곡을 듣고 있으면 저절로 내 몸이 햇볕 한 가운데로 나아가고 있음이 느껴진다. 특히 피아노와 어우러진 바이올린 선율이 매우 섬세하고 아름답다.
그렇다. 이사오 사사키는 피아노를 주로 하는 뉴에이지 뮤지션이지만 그의 음악에서 가장 돋보이게 하는 것은 바이올린 연주이다. 두 번째로 귀를 사로잡는 곡은 단연 Jo-Jo이다. 이 곡을 듣고 있으면...따뜻한 차 한 잔을 마시며 천천히 인생을 관조하고 싶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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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caru 2004-12-12 09: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조조는 이사오 사사키가 어릴 적에 키웠던 고양이 이름이라고 한다. 음...조조...
 
내가 그린 기린 그림은
이병우 연주 / 명음레코드 / 200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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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리 이야기’나 ‘스캔들’의 영화 음악을 맡은 것으로 이젠 더 많이 알려진 기타리스트 이병우.

이병우의 기타곡을 처음 들은 게 고등학교 다닐 때지 싶다. 사실 그 때는 누구의 곡인지도 연주자는 어느 나라 사람인지도 몰랐고 여하간 사전 지식 하나 없이 그저 ‘새’라는 곡 하나만 내 귀에 콱 박혀 들어왔다.(제목이 ‘새’라는 것도 당시는 몰랐고,)

그리고는 이 곡의 제목과 수록 앨범을 수소문하고자 일단 동네 음반 가게를, 여기에 없으면 더 큰 시내(읍내라고 해야나)에 나가 음반 가게 주인 아저씨에게 얼마 안 되는 서푼짜리의 단서만 가지고 꼬치꼬치 귀찮게 캐물으며 음반을 찾아보던 여정들을 생각하면 아....! 그렇다. 아련한 추억인 것만 같다. 컴퓨터로 쉽게 검색하고 찾아내는 스피디한 요즘과 같은 시대에는 정말이지 쉽게 느끼기 어려운 체험이지 싶다.

이 곡 ‘새’는 생동하는 아침의 이미지가 강하다. 특히나 클래식 기타의 플랫과 플랫을 바꿀 때의 찌찍하는 음이 마치 새의 지저귐 같다는 느낌을 준다.

이 앨범에서 ‘새’ 다음으로 좋은 곡은 ‘비’와 ‘머폴리와 나는 하루종일 바닷가에서’이다.
‘비’는 사실 계속 듣고 있으면 슬픈 느낌이 많이 난다. 단조로 시작하니까, 하지만 중간에 장조로 바꾸어 약간의 분위기 전환을 시도하기도 하지만 다시 단조로 끝난다. 그리고 이것의 반복이다. 그러고 보니 그런 생각이 든다. 이병우의 음반의 매력은 반복에 있는 게 아닐까. 새도 그렇고 반복을 통해 곡을 친근하게 만든달까.

‘머플리와 나는 하루종일 바닷가에서’는 아무래도 머플리라는 이병우의 애완 멍멍이와 바닷가를 달리면서 떠올랐던 영감을 음악으로 만든 게 아닐까 싶다. 강아지와 장난치며 바닷가를 달리는 모습이 눈앞에 그려진다. 곡 중간에 자연스럽게 삽입된 남성의 허밍도 그렇고, 정말 사랑스러운 곡이다. 하지만 곡 끝부분에 가면 템포가 느려지면서 힘없게 끝난다는 것이 아쉽다. (머플리가 너무 달려서 어디가 아픈 게 아닐까 싶은 염려가 들 만큼)

그리고 재밌다고 생각하는 곡은 ‘내가 그린 기린 그림은’이다. ‘간장 공장 공장장은’처럼 재밌고 긴 제목(제목도 길지만 곡도 길다, 약 8분 연주)이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곡의 시작과 끝이 완연히 다르다는 점 때문에. 일렉 기타의 주멜로디에 어쿠스틱 기타의 반주를 넣은 이 곡의 도입 부분은 상당히 몽상적이다. 그런데 끝부분에 가서 뽕짝처럼 얼렁뚱땅스럽게 바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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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ulkitchen 2004-04-25 17: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맞어요, 요즘엔 정말 곡 찾기가 쉬워졌죠. 저는 뒤늦게 음악을, 그것도 책을 통해 접하기 시작했는데, 책을 읽고 아..이건 정말이지 들어보고 싶다, 싶은 것들만 음반으로 사고 그랬어요. 그래도 돈이 얼마나 많이 들었다구요ㅠ,,ㅠ 저도 님처럼 못 부르는 노래 불러 가면서 찾은 음반 하나가 있었는데, 김종서 in 카리스마. 하하..사고 보니까, 내가 알던 그 곡만 좋더라구요 -_-a

비로그인 2004-04-26 17: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그런 앨범 하나 있는데..유희열 4집 앨범. 이름이 뭐더라. [거짓말 같은 시간]하고 [여전히 아름다운지]그거 빼곤 좀 그저 그런.. 암턴, 복순 아짐 맴에 적극 공감하는 이유가 찾고 싶은 음반을 차지 못할 때의 안타까움이란 것이 상다히 커서 말이죠. 아, 머플리..전 이병우님을 '우리'라는 곡으로 첨 알았거덩요. 밤에 잠들려고 불 끄고 누웠는데 심야 라디오에서 들려 주더라고요. 마음속 근저, 잊혀졌던 무언가를 건드리는 기타 선율..정겹고 좋더만요.
 
패닉 - 2집 밑 [재발매]
패닉 노래 / 뮤직앤뉴 / 199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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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팽이’를 통해 유명세를 얻은 ‘패닉’. 달팽이가 그렇듯 이 팀은 발라드 류의 음악을 계속 만들어 선 보일 것으로 여겨졌다. 하지만 그렇다 하더라도, 세간에서 보기에는 그 음악적 성공 여부와 나아갈 방향성 같은 딱이 장담할 무엇이 없는 것 같았다. 그룹이라고 할 만한 밴드(기타나 드럼 등) 라인이 구성된 것도 아니고 보컬의 화음의 조화를 보여 주는 그룹의 특성을 가진 것도 아니라고 생각되었기 때문이다.

그러던 차에 지인이 권해 준 이 음반을 사서 듣고 아주 깜짝 놀라고 말았다. 음악적인 여러 실험(서정적인 발라드도 있고, 흉폭한 랩이 담긴 거친 일렉 사운드의 곡도 있고, 이것저것 짬뽕한, 성향을 정의하기 어려운 곡들이 주를 이루니...) 도 것이지만, 직설적이고 고발성 짙은 가사도 지금 들어도 정신 번쩍 뜨이게 한다. 음반이 발매된 것은 지금으로부터 수년 전이지만 지금 들어도 하나도 모자랄 게 없고 퇴색된 느낌도 없다.

특히 이 앨범에는 여러 다른 뮤지션의 참여가 이 앨범을 더 빛나게 하는 요소이기도 하다. ‘벌레’와 ‘불면증’에서의 남궁연의 드럼 연주, 불면증에서 예전 삐빼밴드 여성 보컬의 노래. 이 여자의 음색은 진짜 특이하다. 뭐랄까. 나이를 짐작할 수 없는 목소리, 꼬마여자아이와 성인여자 사이의 단계에서 낼 수 있는 있는 그런 나른하게 ‘나 졸려’라고 잠투정하는 투의 이 보컬은 들을 때마다 가슴을 손톱으로 후비고 가는 것 마냥 짜릿하고, 곡의 끝부분에서는 마치 알코올을 다량 섭취하고 술주정이라도 호기롭게 하는 것처럼 부르는 이 여성 보컬은 정말 끔찍할 만큼 깜찍하다.

그리고 김진표의 랩으로 구성된 아홉 번째 트랙의 'mama'는 그 가사가 세간의 도마 위에 올라 칼질을 당할 여지가 많긴 하다. ‘당신의 허영과 욕심 때문에 난 바보가 되었다, 나는 받아만 먹는 개가 아니잖아 그러니 나를 놓아 줘’라는 요지가 마마에게 보내는 전언이라니.... 김진표와 이적의 엄마가 자식들이 만든 이 음반을 기대에 차 듣곤, 적잖이 마음 아팠을 듯도 하다.

하지만, 의미를 두고 주의 깊게 말고, 그냥 전체적으로 편하게 들으면, 꽤 발칙하고 시원한 맛이 있는 그런 앨범인 듯 하다. 그리고 패닉이 작업한 가장 훌륭한 음반인 것 같다는 생각도 아울러 밝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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