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쿠지로의 여름 - O.S.T.
히사이시 조 (Joe Hisaishi) 작곡 / 유니버설(Universal) / 200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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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을 만든 히사이시조.  이이는 천재이다. 천재는 천재다.

 

좋은 영화와 좋은 음악의 만남은 이런 것이라고 생각한다. 기타노 다케시는 히사히시조에게 영화 음악을 부탁하면서 ‘상쾌하고 밝은 음악’을 주문했다고 한다.
부탁은 단 한마디로 이루어졌을 뿐인데, 히사이시 조는?

엄마를 만났지만 이미 다른 가족을 이루어 살고 있는 모습을 보는 멀리서 지켜 보는 꼬마의 슬픈 마음을 보여 주는 The Rain과 Mother. 슬플 때 흔들면 수호 천사가 나타날 거라며 아저씨가 천사 종을 줄 때 나오는 음악 Angel Bell.

엄마가 있어도 엄마를 만나지 못하는 마사오의 잠든 모습을 보며 '너도 나와 같은 처지구나'라고 기쿠지로가 중얼대는 장면에서 흐르던 Two Hearts.

무엇보다 좋은 음악은 이 영화의 메인 테마이기도 한 Summer 이다. 그리고 이 Summer에 첼로의 베이스 음을 깔아 쿵짝쿵짝하는 음을 넣고 징과 북소리로 실로폰을 어우러지게 하여 흥겨운 느낌을 주는 Mad Summer도 좋다.

 

-- 히사이시 조는 주로 영화의 두 거장과 작업을 했다고 한다. 두 거장은 미야자키 하야오, 이 영화의 감독 주연이기도 한 기타노 다케시.

미야자키 하자오 음악은 그 애니메이션이 그러하듯, 동심이 뭍어나고 듣고 있으면, 어쩐지 입꼬리가 올라가는 스타일이었다면, 기타노 다케시와 작업한 영화음악들은 그 영화가 폭력과 죽음 절망 가운데 음악으로 구원을 추구하는 형식이라, 신디사이저, 반복적 미니멀리즘, 심플한 멜로디의 반복이 주를 이룬다. 영화 하나비나 소나티네에서 보여주는 음악...

그런데, 어쩐지 이 영화 기쿠지로의 여름에서는 기존 기타노 다케시의 음악색이 아니라, 미야자키 하야오와 작업할 때 그 스타일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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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쿠지로의 여름 - 할인행사
기타노 다케시 감독, 기타노 다케시 외 출연 / 씨넥서스 / 2006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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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타노 다케시와 나카타(축구 선수)는 모두 한국계 일본인이라고 들은 적이 있다. 꼭 그 이유가 먼저는 아니고 나는 두 사람의 팬이다. 나가타가 그런 말을 했다지, 자기는 조국을 위해 뛰지 않고 나를 위해 뛴다고, 얼마나 맹랑한 사람인가? 마찬가지로 기타노 다케시 역시 자기가 만들려는 작품의 스타일이 분명한 사람이라서 참 멋지다는 생각이 든다.
그의 이 영화는 내게 무척 깊은 인상을 주었다. 첨에 별로 귀엽지는 않은 그저 차분한 꼬마 아이가 주인공으로 나왔을 때는 글쎄, 이 영화가 어떻게 갈까? 싶었다. 그런데 이 꼬마에게 점점 정감이 가면서 아주 귀엽게 느껴지는 거다. 기타노 다케시는 이 dvd에 수록된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한다. 꼬마 배우를 뽑는 공개 오디션에 1000명 가까운 아이들이 왔다고, 그 중에 귀엽고 예쁘게 생긴 일테면 혼혈아 같은 아이들이 많이 왔지만, 그래도 이 꼬마를 뽑은 것은, 평범해 보이는 한 꼬마를 영화가 끝날 때쯤에는 아주 사랑스럽게 느껴지도록 만드는 것이 자기의 실력이라고 생각했다고.

엄마 있는 사람은 엄마 없는 쓸쓸함을 당연히 모를 것이다. 즐거운 여름 방학이 시작되었지만 우리 주인공 꼬마 마사오는 숙제를 봐줄 사람도 함께 놀아줄 사람도 없다. 친구는 엄마아빠와 가족 여행을 떠났고 늘 가서 공차고 놀던 축구교실도 방학을 맞이했다. 함께 사는 단 한명뿐인 가족 할머니는 가게 나가 일하시느라 바쁘고. 그래서 마사오 멀리 다른 지방에 살고 있다는 엄마를 찾아가기로 하고 작은 배낭을 꾸린다. 얼마 되지 않는 용돈을 챙겨들고 집을 뛰어 나온다. 걱정스러운 이웃 아줌마는 남편 기쿠지로(기타노 다케시)에게 마사오를 엄마 있는 데까지 데려다 주라고 명령한다. 그러나 근본부터 자유인인 철없는 아저씨 기쿠지로는 길을 떠나자 마자 경마장에서 여비를 다 써버리고, 마사오의 용돈까지도 다 경마에 투자해 날려버린다. 이렇게 해서 둘 만의 무전 여행이 시작된다.

저 철없는 아저씨(애매한 부분에서 목소리에 힘을 주거나 땡깡으로 일관하거나 당장 필요한 걸 슬쩍 하거나) 기쿠지로와 슬프다 못해 순해 빠져 보이는 꼬마 마사오의 여행기는 상쾌발랄하면서도 애잔하다.

이 영화의 마지막 장면에서 꼬마 마사오가 “근데 아저씨 이름이 뭐예요?”하니까 다케시가 “기쿠지로다 이눔아!~” 하면서 한쪽 눈을 찡긋해 주는 장면이 너무 좋았다.....마사오가 극중에서 그렇게 물어봐 주지 않았다면, 나는 아마 영화 끝날 때까지 극중 다케시 이름이 뭐였는지 몰랐을거란 생각이 든다.

 



어느 잡지의 감독 인터뷰에서 보니 ‘기쿠지로’라는 이름은 본래 기타노 다케시의 아버지 이름이라고 한다. 아마도 아버지를 생각하면 영화 속의 ‘기쿠지로’라는 인물을 그려 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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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ulkitchen 2004-04-24 11: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하하, 맞아요. 그 마지막 장면, 빠가야로~하는 게 참 좋았어요. 욕도 어쩜 그렇게 맛깔스럽게 잘 하는지. 장면 바뀜이 마치 만화책을 넘기는 것처럼, 능청스럽고 재밌었다는 것도 기억나요.

icaru 2004-04-24 15: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하하... 님도 보셨군요...네...그랬죠~~! 전... 이 영화 보고 기타노 다케시가 더 좋아졌어요..
 
애크로이드 살인사건 애거서 크리스티 미스터리 Agatha Christie Mystery 8
애거서 크리스티 지음, 유명우 옮김 / 해문출판사 / 199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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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거서 크리스티 하면 그의 작품 <쥐덫>이 제일 먼저 생각난다. 추리 소설이 뭔지도 모르는 아주 어린 시절에 외화로 맨 처음 손에 땀을 쥐며 보았기 때문에. 물론 이 밖에도 그의 작품 중에 영화로 만들어진 것은 아주 많겠지만. 이 작품 애크로이드 살인 사건 또한 1930년 1931년 두 번이나 영화로 만들어진 작품이라고 했다.

이 책을 읽으면서 사건을 조사해 나가는 포와르의 행로를 따라가 보았다. 그가 예의 주시하는 사물들, 인물들, 상황들을 말이다. 특히, 포와르는 누누이 ‘모두 자기 만이 아는 비밀이 있다'는 진술을 반복하고 말해진 모든 것을 믿어서는 안 된다고 강조한다. 이는 범인을 추적하는 독자에게 계속적으로 던지는 단서 같은 것이다. 범인은 이 중에 있고 포와르는 범인을 알고 있다. 그렇다. 포와르의 매력은 ‘그저 나의 조그만 생각일 뿐입니다.’라는 겸손한 멘트를 앞자락에 깐 잘난 척에 있는 것 같다.

포와르에게 한수 진 범인은 ‘포와르가 일을 마친 후에 여기 와서 호박이나 기르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말로 끝맺음을 한다. 포와르는 처음에 이 마을에 새로 이사온 호박 기르는 것이 취미인 남자로 등장한 것이다.

이 책은 다른 추리물과 달리 두 번 읽는 재미가 있는 책일 것이다. 범인을 전혀 짐작할 수 없었던 처음 읽었던 것과 또 판이하게 다른 재미가 두번째에 읽을 때 분명 있을 것 같다. 내가 생각하기에 그러한 이유로 이 작품이 명작인 거 같다. 영화로 치자면 음, 일테면 나에겐 영화 '레옹'이 처음 한번 볼 때는 재미있는 매력적인 작품이긴 하지만 너무 좋다고 연달아 두번째 볼 때는, 스릴 있는 요소요소의 장치들이 어디서 어떤 모양새로 등장할지를 다 알기 때문에 너무 김새고 재미없었다. 하지만 이 작품과 마찬가지로'원스 어 판어 타임 인 아메리카'를 볼 때, 아무런 정보도 없이 처음 보는 것하고 결말을 알고 두번째 보는 것 하고는 그 감동의 정도는 처음이나 두번째나 비슷했지만, 재미면에서는 판이하게 다른 재미가 있었다. 명작은 그런 게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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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리가면 1 - 애장판
스즈에 미우치 지음 / 대원씨아이(만화) / 200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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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리가면의 에피소드 중 ‘기적의 사람’이 2월부터 4월까지 예정으로 연극 무대에 올려져 공연되고 있다고 한다. 유리 가면 애장판 4권에 나오는 '기적의 사람'은 가정 교사인 앤 설리반의 엄격한 애정으로 보이지도 않고, 말도 못하고 듣지도 못하는 헬렌을 인간으로서 눈뜨게 하는 데까지를 그린 작품이다.

어느 날, 무협지와 만화 그 밖의 것들을 빌리러 대여점에 남편과 함께 갔다. 남편이 유리가면 애장판이 있는 데로 나를 불러, ‘대여점에 오면 다른 20~30대 여자들이 이 책을 잘 빌려 가는 것 같은데 이거 재밌냐’고 물었다.

소문은 익히 들었지만 사실 나도 아직 접하지 않았으니, 빌려서 같이 읽게 되었다.(우리가 빌린 수많은 만화책 중에, 같이 돌려 읽은 것은 ‘20세기 소년’과 ‘시마 과장(부장?)’ 밖에 없다.) 남편도 퍽 재미있게 음 아주 행복해하면서 읽었는데, 연신 ‘이 애들 눈이 엄청 반짝여!’ 하며 그림 기법을 무척 흥미로워한다.

이 책은 같은 시기에 나온 <캔디>나 <베르사이유의 장미>처럼 구태의연한 구조를 갖추고 있는 것도 사실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재미가 읽는 사람으로 하여금 놀랍도록 집중하게 만든다.(마야가 텔레비전 드라마 볼 때 혼을 빼놓고 보듯이) 이 책이 20년 동안 일본에서 연재 중이라고 하는데...... 이 애장판 14권은 사서 갖고 있어도 커다란 의미가 있는, 퍽 탐이 나는 작품이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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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없는 이 안 2004-08-05 20: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 오늘 서점에서 이 만화 보면서 괜찮겠다 하고 찜해놓고 왔었는데 별 다섯을 주셨으니 봐야겠어요. ^^ 그런데 훌륭한 만화 좀 추천해주세요... 만화에 관심을 둔 지 진짜로 얼마 되지 않아서 뭘 봐야 할지 모르겠어요. ㅠ.ㅠ

icaru 2004-08-06 15: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예 이 만화는 대작 축에 속할 거 같아요....
저도 읽은 게 많이 없고...만화는 남편이 보는 거 기웃거리면서 보는 정도인데요...으음....
간츠, 야와라, 꼭두각시 서커스 등등이 재밌고요...
사람들이 추천을 많이 해서..20세기소년도 읽었는데 볼만했어요...
시마과장이라는 것도 재밌는데...제가 읽고 있는데 남편 되는 사람이 옆에 와서 1권을 빼들어 읽고 나선...내가 야하고 유치한 것만 좋아한다고 쿠사리 주대요...후음... 재밌다고 해얄지 말아얄지..
 
Mission O.S.T.
엔니오 모리꼬네 (Ennio Morricone) 노래 / 이엠아이(EMI) / 1996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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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에 신문에 엔니오 모리코네 탄생 75주년 기념 음반이 출시된다는 기사를 보았다. 제법 사볼 가치가 있는 애장판이 될 것임에 틀림없지만, 특별히 그의 여러 앨범 중에서도 영화 '미션'의 음악들을 추천하고 싶다. 영화 '원스 어폰 어 타임 인 아메리카'에서 꼬마(누들스와 맥스의 어릴 적 친구)가 총에 맞아 죽으면서 “나 넘어졌어”라고 말하던 대사에서 함께 흐르던 팬플루트의 선율이 떠오른다. 그리고 꼬마가 잘 부르던 휘파람 소리도. 펜플루트의 선율은 마찬가지로 이 음반 '미션'에서도 오보에와 더불어 감동적이다.

이 영화 '미션'의 첫 장면은 거대한 폭포로 십자가에 묶인 시체 한구가 떠내려 가는 것이다. 이어지는 합창과 어우러진 오보에의 선율. 온몸에 소름이 돋는다. 제레미 아이언스로 분한 주인공 가브리엘의‘가브리엘의 오보에’는 어떻고. 이 앨범의 음악들은 마치 자연의 소리를 음악으로 표현한 것처럼 굉장히 아름답다. 또한 ‘FALLS’는 남미 원주민들의 토속 음악과 접목시킨 시도라고 하며 이것은 오보에의 청량한 음색은 영화의 공간적 배경과 완전히 일치된다. 영화의 마지막 장면에서 학살로부터 살아남은 원주민 소녀가 칼과 바이올린 중 바이올린을 선택해서 손에 쥐는 모습은 굉장한 여운과 함께 이 영화의 음악까지도 빛나게 하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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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05-19 00:02   URL
비밀 댓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