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릭 사티의 고독과 투명한 피아노 - Hakon Austbo Piano
Hakon Austbo 연주 / SSK / 200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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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얼마 전에 선물로 줄려고 산 베르나르베르베르의 <나무>에 클래식음반 한 장이 사은품으로 딸려 왔다. 베르나르가 <개미>, <여행의 책>, <아버지들의 아버지>와 같은 기타 등등의 장편을 쓰면서 들었던 곡들 중에서 선별한 것이라고 했다. 그 중에 에릭 사티의 ‘세 개의 짐노페디’가 있었다. ‘짐노페디’는 사티의 음악 중에서 대중에게 가장 잘 알려진 곡이다. 달리 말하면 가장 듣기에 불안, 불편하지 않은 편안한 곡이라고 해야 겠다.

사티는 박영욱이라는 사람의 책을 통해서 알게된 음악가다. 그의 책에서 묘사한 것 만큼이나 정확한 사티의 음악에 대한 표현을 일찌기 본 일이 없다.

“그의 음악을 듣는다. ‘시간의 간격’에 대한 강렬한 인식 위에 구축된 음들이 공간 속에 툭툭 던져진다. 그 음들은 언제나 표현의 문턱에서 아슬아슬하게 멈춰 선다. 화려한 색채도 떨리는 격정도 없고, 차이코프스키 식의 감상성도 바그너식의 감각의 극단적 표현도 없다 ” 박명욱, ‘너무 낡은 시대에 너무 젊게 세상에 오다.’ 중에서 '에릭사티' 편

사티는 20세기 음악계에 이단아와 같은 존재였다. 그는 끊임없는 음악적 실험과 기행과 떠들썩한 스캔들에 가리워진 내부에는 끔찍한 고독이 있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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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09-17 11:46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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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무새 죽이기
하퍼 리 지음, 김욱동 옮김 / 문예출판사 / 201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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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에 있는 오래 된 책들을 하나 둘 읽고 있는 중이다. 맨 처음에는 “오만과 편견”을 펼쳐들었으나 “~하지 않는 것이 좋지 않다고 생각되지 않겠어요.” 투의 대화체 번역에 인내심이 바닥나고, 다른 책을 고르던 중 발견한 이 책. <앵무새 죽이기>를 훌훌 넘겨보다가 다음과 같은 단락이 내 눈에 들어왔다.

“고양이 여사가 식료품 가게에서 생쥐를 넣은 초콜릿을 주문하려는 대목에 이러자, 반아이들이 한 양동이의 누에처럼 꼼지락대기 시작했다.”라는 구절이다. 너무나 재치있고 참신한 표현이다. 산만한 초등학교 1학년 꼬마들이 지루해서 몸을 움찔대는 표현을 양동이 안에 담긴 살아있는 누에로 표현하다니!

이 책에는 감동과 교훈이 있었다.
스카웃의 아버지가 흑인 톰의 변호를 맡게 된 일을 어린 딸 스카웃에게 “사람은 다른 사람과 잘 살 수 있기 전에 자기 자신과 잘 살아야 한다. 다수의 원칙에 지속되지 않는 것이 있다면 바로 인간의 의식이라는 거지”라고 말하는 부분이 있다. 이것을 시작으로, 차이와 관용의 문제를 나긋나긋한 자애로운 아버지의 음성으로 듣는 것 같은 기분이 들다.
그래서 나에게는 주인공 스카웃의 아버지가 톰을 변호하는 공판이 나오는 중간 부분이 가장 감동적이었다.

10년 전이나 요즘이나 서점가의 스테디 셀러 코너에는 꼭 이 책이 있다. 문학 수업의 교과서로 미국에서 사용되고 있고, 영어를 쓰는 어느 나라의 책방에서나 이 책은 가장 좋은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고, 요는 이 책이 문학성과 보편성을 두루 겸비했다는 얘기일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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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르는 부동산을 사들이는 100가지 방법
김명규 지음 / 아라크네 / 200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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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귀에 딱지 얹을 만큼 주변 사람들이 주택 부금 청약 통장 하나 정도는 들어놔야 한다고 재테크 코치를 해 주었었는데 나는 최근까지도 그런 말들을 그저 콧등으로 들었었다. 청약 통장으로 아파트 당첨이 된다는 것은 낙타가 바늘귀 통과하는 것만큼이나 어렵다는 말 또한 무수히 들어왔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주택법이 바꾸어 청약 통장의 1순위자들 중에서 무주택자가 아파트를 당첨할 확률 높아졌다. 그런 와중에 요즘 부동산 시장의 거품이 좀 빠져서 부동산 관련 뉴스를 보면 2004년 서울 1차 동시 분양 무주택 청약 경쟁률이 사상최저 수준을 기록했다는 등의 소식이 들리곤 한다. 이 책에서 시장이 바닥을 쳤다고 할 때가 투자를 할 좋을 시기라고 했으므로 아마 진짜로 돈을 벌려는 알짜배기들을 이 시기를 예의 주시하고 있을 것이다.

많은 사람들이 알다시피 저축을 하여 내 집을 빠르게 마련하려면 은행에다 저축을 하는 것이 아니라 강제 저축, 즉 내 집을 빚으로 마련해 놓고 갚아나가야 한다. 단 부동산 회복기 초에는 대출을 받아 집을 구입하고, 부동산 호황이 진행 중일 때는 무리하게 집을 사려고 대출을 받는 것은 어리석은 일이 될 터이다.

다른 재테크 서적에서 나온 팁을 이 책에서도 반복한다. 어떤 거냐면, 당장 내 집 마련해야 하는 실수요자들이야 인기 지역에 청약하려는 생각을 접고 비인기 지역에 청약하여 분양가가 많이 오르기 전에 내 집을 마련하는 것이 현명하지만 그렇지 않은 즉, 투자가 목적일 경우에는 강남과 같은 인기 지역에 청약을 하는 것이 제일 현명하다는 이야기. 즉 모든 알짜배기는 강남에서 시작해서 강남에서 끝난다는 것이며, 부동산의 시세는 강남이 기준이라는 이야기일터다.

저자가 말하는 앞으로의 아파는 분양권 투자는?

분당, 일산, 평촌, 중동과 같은 신도시가 아니라 서울에 투자해야 돈을 번다. 5개 신도시가 이제는 중고 아파트다. 그러다 보니 과거처럼 서울과 맞먹는 아파트 가격대로 형성되지 않는다.

서울 어디에 남는 땅이 있다고 개발을 하나?

평면적으로 보면 개발할 곳이 없지만 입체적으로 보면 서울이야말로 지금부터 개발 붐이 일어난다. 마포지구, 사당지구, 관악지구, 봉천지구처럼 2천!3천 세대 이상의 대단위 재건축 단지나 재개발 지구가 개발되기 때문에 서울의 여기저기에 신도시가 탄생될 것이다.

이 책이 유익한 책임에는 분명하나, 이 책을 읽어야 할 시기는 따로 있는 듯하다. 일테면 퇴직 후 목돈이 생겨서 투자처를 찾는다거나 아파트 청약에 당첨된 경우나 분양권을 사려하는 경우에 이 책을 읽고 지식을 겸비한 후 부동산 시장에서의 매물을 직접 발로 뛰어 물색한다면 좋을 테지만, 나의 경우에는 이제 막 가입한 청약 부금 통장은 3년 정도가 지나야 1순위가 될 것이므로.

3년 전, 조기 퇴직 후 퇴직금으로 주식 투자에 손을 대고 재미 하나도 보지 못하고 쓴맛을 보신 우리 아버지가 이런 류의 책을 퇴직 즈음 재빨리 읽으셨으면 좋았을 걸 싶다. 주식 투자가 최신 최신 1급 정보 싸움이라면 부동산 투자는 2, 3급 정보 싸움인 데다가 미래에 대한 투명성도 주식보다 쉽게 확보할 수 있기 때문에 조그만 관심만 있으면 재미를 볼 수 있으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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빵굽는 타자기 - 젊은 날 닥치는 대로 글쓰기
폴 오스터 지음, 김석희 옮김 / 열린책들 / 200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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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이 책의 표지를 자세히 들여다보고 있었다. 그런데 가만보자, 폴 오스터라는 영문 철자 아래 이런 관용구가 있다. hand to mouth 이 책의 원제이겠지. 얼씨구 책 제목이 딱 내꼬라지로구나. ( 자기 연민은 여기까지.) 어찌되었건 두툼한 빵 한 토막처럼 생긴 이 책hand to mouth을 한국어로 ‘빵굽는 타자기’라고 번역하여 제목을 붙인 것은 참 기가 막히게 잘 한 것 같다.

이 책은 폴 오스터와 그의 작품 세계로 가는 관문처럼 보인다.

삼 년 전쯤 이 책을 읽었던 건 폴 오스터라는 인간을 좀 알아보기 위해서였다. 이 책은 소설도 아니고 일종의 자서전이랄까, 폴 오스터가 지금까지 살아온 것의 기록이므로.
그리고 최근에 이 책을 다시 찾아 읽은 건 백수의 자기 위안 주는 심정에서였다. 버는 족족 써야 했고, 하는 것마다 망하는 그를 보면서 힘 좀 얻고 싶어서....

빵굽는 타자기를 다시 읽으면서 3년 전에는 알지 못했던 그의 소설 <뉴욕 삼 부작>, <거대한 괴물> 등등에 나왔던 인물들을 다시 보는 재미가 있다. 그러니까 그의 소설 속에 인물들은 대개가 그가 젊은 날 실제로 만난 적이 있던 사람이나 인물됨을 모델로 했다는 것.

글쟁이를 꿈꾸는 그가 '액션 베이스볼' 카드 게임을 발명해서 장난감 회사에 아이디어를 팔아보려고 승산이 없어 보이는 시간과 노력을 투자하는 부분은 3년 전이나 지금이나 나로하여금 동병상련같은 그런 연민어린 쓴 웃음을 자아낸다. 그 기분 안다. 해보는 데까지 해보자 싶은 것, 게다가 금전적으로 상당히 궁하기까지 하니까. 하지만 그는 게임 사업에서의 처참한 실패를 인정해야 했다. 그는 다시 옛날의 자리로 돌아왔다. 하지만 전보다 사정은 더 나빠졌고 기진맥진해 있었다. 그러던 와중에 난데없이 뉴욕 주 예술협회에서 3천 5백달러의 지원금을 받게 된다. 그리고 그것을 깃점으로 상황이 점차 달라진다.

막다른 곳에 다다랐다고 생각했을 때, 그래서 포기할까 말까 고민할 때, 그 순간 난데없이 다시 걸을 수 있는 길의 앞자락을 희미하게 보여 주는 것이 바로 조물주가 우리를 길들이는 방식인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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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그인 2004-04-03 09: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폴 오스터...전 외국 작가들의 작품을 많이 읽어 보질 못 해서요.
그런데 요 몇 년 사이, 하루키와 함께 가장 대중적인 사랑을 받고 있는 작가 중 한 명으로 오스터가 눈에 띄더군요.
그래서 그의 몇몇 작품들을 읽어 봤다죠. <달의 궁전>, <뉴욕 삼부작>, <공중 곡예사>...
그런데 이상하더라구요. 전 오스터의 소설이 썩 맘에 와닿지 않았는데도, 그의 신간이나 그의 책에 관한 리뷰가 보이면 꼭꼭 챙겨 읽게 되니....
<빵 굽는 타자기>라~ ^^

icaru 2004-04-09 00: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뭐랄까요,..하루키는 잘 모르겠고.. 폴 오스터의 스타일이 참 좋더라구요...헤헤..그의 작품을 다 찾아 읽은 건 아니구요,,,아니..부러 그렇게는 안 하고 있습니다...그에 대해.그의 작품에 대해..빠삭해지면...정말 재미없을 거 같아서요...실은 아껴 읽고 있어요...님이 말씀 하신 책 중엔 공중 곡예사...는 아직입니다...ㅋㅋ
 
영국, 바꾸지 않아도 행복한 나라 타산지석 1
이식.전원경 지음 / 리수 / 200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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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하면 떠오르는 것들이 많다. 오만과 편견, 러브 엑츄얼리, 헤리포터, 반지의 제왕, BBC 다큐멘터리, 그리고 셜록홈즈. 하루 중에도 사계절을 경험할 수 있다는 영국의 날씨 때문인지 사람들은 집에 일찌감치 들어앉아 탐정소설 읽기에 골몰하는 것도 당연한 것 같다.

이 책을 통해서 만난 영국인의 삶의 모습은 가난해 보일 정도로 검소하지만 삶의 향기가 베어 있는 듯하다. 그리고 '빨리'보다 '제대로'가 훨씬 중요하다고 깊이 느끼며 산다. 식당에서 차 한잔을 시켜 놓고 두세 시간씩 앉아 있어도 아무도 뭐라 하지 않는다. 그리고 '최고급 스포츠카보다도 예쁜 정원과 오후의 차 한 잔에 더 큰 가치를 둔다'는 영국 사람들은 전국민이 휴일만 되면 정원을 가꾸느라 구슬땀을 흘린단다.

모든 제도와 관습의 변화를 거부하고 하루 일과는 정해진 순서에 맞춰 돌아가며, 물건은 한번 사면 망가지기 전까지는 아니 망가진 후에도 쓴다는 영국 사람들은 자칫 그 옛것을 고수하려는 고집스러움 때문에, 우리의 관습상으로는 이해가 쉽지 않다. 그러나 어쩌면 우리가 항상 본받을 나라로 꼽꼰 하는 미국이나 일본보다 영국에서 배울 것이 더 많을지도 모른다. 미국의 지나친 자본제일주의와 일본의 경직된 관료주의에 비해 영국은 합리적이고 성숙한 사회로 비춰진다. 영국에서 정작 중요한 것은 산업이나 자본이 아니라 올바르게 구성된 사회와 그 사회를 이끌어가는 합리성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지금 당장 모든 산업들이 다 외국에 팔리고 아무것도 남지 않는다 해도 영국은 끄떡없이 잘 굴러가리라 보인다. 저자 부부 또한 유학 생활을 하면서 보고 겪은 영국 사회의 가장 큰 장점은 ‘사람을 존중하는 사회’라는 점과 ‘합리적인 사화’라는 점이라고 하니까.

별 기대 없이 만난, 그러나 아주 좋은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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