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책을 좋아하는 편이라서 한국사람 독서량의 평균치를 조금 웃돌 만큼은 책을 읽는 것 같다. 그래서 책 좀 읽어볼까 하는 마음이 들어 책을 고를 때는 비교적 어려움을 겪지 않고, 전에 좋게 읽었던 작가의 신간이나 인터넷 서점에서 제공하는 미리보기를 통해서 앞부분을 살펴보고 고르는 편이다. 새로운 책을 고를 때, 책에 달린 인터넷서평을 읽어보지는 않는 것 같다. 본디 서평이라는 것은 고른 책을 다 읽은 후에 이 책에 대해서 다른 사람들의 감상은 어떠했는가를 살펴보고 싶을 때 읽는다. 책에 달린 리뷰들을 어떤 것들은 꼼꼼하게까지ㅎㅎ 찾아 읽는 축이다. 김영하의 말하다에서처럼, 나도 책 고를 때 출판사도 본다.
최근에는 읽은 책들을 쭈욱 살펴보았더니, 문학동네가 많았다. 에코리브르책도 양철북 책도 다산북스 책도 보인.... (이야기가 삼천포로 빠지려고 폼잡는 중인듯,,,)
그런데, 영화는 다르다. 나는 영화를 많이 보는 사람은 아닌 것이다. 적어도 지금은 그렇게 많이 보지 않는 것이다. 돌아보면 이십대 초반, 남아도는 시간을 주체하지 못할 때는 기호가 비슷한 친구와 비디오방에서 영화 한두편을 보는 것을 큰 즐거움으로 알고 살았던 시절이 내게도 있었는데 지금에 와서는 생각해보면, 진짜 다행한 일이지. 싶다...... 김영하식으로 말하자면, 나는 아마 그시절에 감성 근육을 조금 단련시킬 수 있지 않았을까 싶다.
역사상 위대한 책이나 음악과 달리 영화라는 매체는 역사가 짧고 평준화되어 있는 편이라, 사람들이 말하는 혹은 권위자가 추린 역사상 위대한 영화 리스트 같은 것을 실체 감상 섭렵하는 것은 시간만 많다면, 도전 가치가 있는 듯하고, 상대적으로 (문학이나 음악 보다는) 어렵지 않은 듯도 하다. (그러나 그러나, 우리에겐 도전못할 이유가 도전할 이유보다 백가지 이상 더 된다. )
여기 작가 듀나는 어린시절부터 엄청나게 영화를 봐 온 사람인 듯하고, 지금도 열심히 영화를 보겠지. 영화 감상 분기별 행사 같은 게 되어버린 인생을 사는 나로써는 가끔 보는 그 어떤 영화들의 경우 듀나의 평이 궁금해서 찾아도 보게 되는 것이다. 이 사람이 세운 맥락과 디테일을 따라가는 일은 지적 쾌감이 있으니까는.
여성인지 남성인지 1인인지 1인 이상인지 신상을 노출시키지 않고 글을 쓴다는 듀나 이영수는 이 책을 보니, 여성이 확실한 듯하다. 영화 건축학 개론을 이야기하는 부분에서 심증이 확증으로 ㅎㅎ
듀나는 <실미도>나 <친구>같은 영화는 처음부터 끝까지 본적이 없다고 한다. <에반겔리온>도 안 봤다고 한다. 이이의 무관심 영역을 짐작할 수 있다. ㅎㅎ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