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날 노래가 너무 좋으니, 나도 나이를...

 

향이 아주 좋은 커피를 마실 적에 가끔 신형원의 노래 중, '커피향 가득한 거리 벤치에서 해가 지는 저녁 보낸 기억 있나요?' 를 떠올린다. 이 노래가 언제 나왔나. 8090시절 노래일텐데, 그때도 테이크아웃커피가 있었단 말인가?

내가 일전에 어느 자리에선가 이 이야기를 했더니, 한 친구는 그 당시면 자판기 커피일거라고 했고, 어느 이는 마호병에 탄 커피일지도 라며.

 

커피향 가득한 거리 벤치에서 당신은 해가 지는 저녁 보낸 기억 있나요? 그런 기억이 있다면, 이 노래가 얼마나 아름답게 들릴텐가... 그 다음 소절은 더 절절하다. 꽃내음 가득한 들녘 언덕에서 쏟아지는 비를 맞을 기억 있나요? 아...이런 기억이 없어서 체험이 아니라 상상에 의지하면서 노래를 감상해야 하다니,,, 나는 왜 이렇게 경험이 일천한 것일까??

 

'유리벽' 같은 단조의 노래도 참 좋고, 뭐 개똥벌레 같은 노래는 유년시절 같이 이 노래를 불렀던 친구들 얼굴 하나하나 다 떠오를 만큼 아련하고,,, 그렇게 신형원 노래도 좋지만, 요즘에는 이상우의 노래 다시 듣기를 하고 있다.

'이슬에 물든 제비꽃처럼/기다리는 꽃으로 피어나네' 라니,,,

(바람에 옷깃이 날리듯) 

알 수 없는 너를, 하룻밤 꿈같은 너를, 언제고 다시는 찾지 않으리,,,,라니..

(하룻밤의 꿈)

 

멜로디는 또 얼마나 클라이막스를 치달으며 마음을 쥐고 흔드는지...

 

하룻밤의 꿈같은 사랑을 해보았던 것은 아닌듯도 그런듯도 한데, 마그랬던 적이 없다 한들, 마음으로 누군들 만리장성을 쌓았다 부쉈다 하는 일 해보지 않은 사람 있으리??  뭐~

 

이상우 노래 너무 좋다. 아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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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02-06 17:2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5-02-09 17:24   URL
비밀 댓글입니다.

hnine 2015-02-06 19: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상우 요즘 TV 어느 드라마에서 아저씨로 나오더라고요 ㅠㅠ
신형원 노래 저도 참 좋아했는데...신형원의 <외사랑>이라는 노래 아세요? 그것도 좋아요. <예기치 않은 바람> 이것도 좋고요.
<커피향 가득한 거리> 이 노래는 전주부터 가슴 찡...

icaru 2015-02-06 22:05   좋아요 0 | URL
어우 좋네요.. 외사랑~~
이상우 노래나 신형원 노래나 듣고 싶을 때 실컷 듣고 이러지 못할 것 같어요... 상념으로 빠져빠져~~ 마구깔아지는데여 허우.. 주의보 내려야!!!!
이상우는 몇년전에 봤던 인간극장도 참 인상적이었더랬죠..

라로 2015-02-07 01: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경험이 일천해서 그런가 이카루님이 경험이 일천해서라는 말씀을 하시기 전에 벌써 ˝그런 경험 없어요;;˝라고 생각했었어요~~~.ㅠㅠ노래를 못하는 제 노래방 18번은 개똥벌레랍니다~~~.ㅋㅎㅎㅎㅎㅎㅎ 이상우는 그 ˝청바지를 즐겨 입는 여자,,,뭐 그노래의 가수인가요???˝ 추억 돋내요~~~.^^

icaru 2015-02-07 15:08   좋아요 0 | URL
오오@ 개똥벌레가 18번이신거예요~~ 뭔가 의기투합할 때 함께 부르면 안성맞춤인 곡... 청바지를 즐겨 입는 여자 ㅎㅎㅎㅎㅎㅎ
진짜 님 그런 유머인듯 유머아닌 유머같은 말 ..웃지 않을 수..
변진섭 말씀하시는거죠?? ^

라로 2015-02-08 13:08   좋아요 0 | URL
변.진.섭~~^^;; 그럼 이상우는 200미터 그노래 인가요????^^;;;;;,가요 모르는 거 여기서 다 뽀록나네요~~~~ㅎㅎㅎㅎㅎㅎㅎ

icaru 2015-02-08 13: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네네네 100미터요~~
우하하 단어를 대체하는 능력이 탁월하신 나비모리님이랑까요!!! ♡
 

이 책 소개글에서 '살짝 관심을 가져보라고, 천문학을 만나는 것은 작은 관심'이면 된다는 말이, 마음의 장벽을 허무네요. 평소에 우주나 천문학에 대해 관심이 없었던 것은 아니에요. 무한하다는 것,어찌 관심 안 쏟을 수가 있을,,,

물론 수학적으로 이야기하면 잘 못알아듣기는 하는데, 어쩐지 이 책은 그냥 망망대해 일 거 같은 우주와 세상에 관해 쉽게 그리고 부드럽게 가르쳐 줄 거 같아서, 신청하고자 합니다!!

 

 

 

http://blog.aladin.co.kr/banni/7357927

 

 

 

 

 

 

 

 

[서평 이벤트]


1. 모집 기간: 1월 30일(금) ~ 2월 5일(목)

당첨자 발표 : 2월 6일(금)

서평단에 선정되신 분은 2월 10일(화)까지 개인정보를 비밀 댓글로 적어주세요!

2월 10일(화)까지 확인이 되지 않으면 선정이 자동 취소됩니다.

서평 기간 : 2월 11일(수) ~ 2월 24일(화)


2. 인원: 5명 (최종 응모자 수에 따라, 추첨 인원이 달라질 수 있습니다.)


3. 참여 방법

- 응모 방법: 이 책을 읽고 싶은 이유와 스크랩 주소를 댓글로 남겨주세요.

- 서평 방법 : 서평 기간 동안 알라딘 계정으로 서평을 작성 후, <우주, 일상을 만나다> 서평단 발표 포스팅에 알라딘 개인 블로그와 그 외 블로그, 외부 채널에 남기신 서평 링크를 댓글로 달아주셔야 완료됩니다.


 


 

우리 곁에서 만나는 우주!

 

독일의 인기 천문학자가 들려주는

 

별과 우주에 관한 매혹적인 이야기들

 

 

 

★ 독일 2014 올해의 과학도서상 수상작 ★

 

 

 

우주 저 먼 곳에서 벌어지는 일들은 우리의 일상과 어떤 관련이 있을까?

 

지구의 물은 어디에서, 어떻게 오게 되었나?

 

냄비요리 안에는 어떤 우주원리가 담겨 있을까?

 

지구와 소행성이 충돌할 가능성은 얼마나 될까?

 

너와 나의 시간이 다르게 흐르는 건 무엇 때문일까?

 

 

 

 

 

▼ 일상에서 즐길 수 있는 천문학 입문서

 

저 멀리 우주에서 벌어지는 사건은 우리의 삶과 도대체 무슨 상관이 있을까? 지구가 생긴 지는 46억년이나 지났고 우리가 살고 있는 우주가 하나도 둘도 아닌 데다, 가장 가까운 행성인 금성까지의 거리만도 4,500만 킬로미터나 될 정도라니, 어마어마한 숫자들에 오히려 무감각해지곤 한다. 그러나 이 책의 저자, 플로리안 프라이슈테터는 우주가 그렇게 먼 세상의 일만은 아니라고 말한다. 네온사인이 번쩍이는 거리에서도 우주를 만날 수 있으며, 소박한 한 끼의 밥상과 이제는 필수품이 된 내비게이션에도 어김없이 우주의 원리는 작동하고 있단다. 그러니 살짝 관심을 가져보라고. 천문학을 만나는 건 작은 관심이면 된다고 설득한다.

 

사실, 오래전부터 사람들은 하늘과 지구에 대해 끊임없는 호기심을 가져왔다. 최근 국내 개봉되었던 영화 <인터스텔라Interstellar>(2014,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의 흥행만 보아도 우리가 직접 경험하지 못한 우주에 대해 마음 한켠에 호기심을 가지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과연 우주의 끝은 어디이며, 우리는 우주를 얼마나 이해할 수 있는 것일까?

 

독일어권에서 큰 인기를 얻고 있는 저자는, 유명한 과학 블로거이자 팟캐스트 진행자답게 쉽고 재미있게 우주 이야기를 들려준다. 이른 아침 불어오는 바람에서 시작해 도시에서 흔히 접할 수 있는 사물들을 탐색하며 일상에 숨겨진 우주의 흔적을 찾아낸다. 천문학자가 들려주는 이야기를 따라 산책하듯이 걷다보면 누구나 우주가 간직한 아름다움과 그 원리에 감탄하게 될 것이다.

 

 

 

▼ 우리가 먹고, 걷고, 머무는 도시에서 우주를 만나다

 

우주는 어디에 있는 걸까? 우리는 어디서 우주를 발견할 수 있을까? 멀리서 찾을 필요는 없다. 집집마다 갖추고 있는 텔레비전의 위성 안테나는 인공위성의 원리와 역할을 알려준다. 특별한 날에 비싸게 주고 산 귀금속에 소행성 충돌의 역사가 남겨져 있다. 아이들이 뛰노는 공원 땅바닥에는 우주에서부터 날아와 먼지가 되어 내려앉은 별의 흔적에 있고, 꽃들을 헤집으며 꿀을 채취하는 벌의 눈동자에는 항성들의 빛이 담겨있다. 이뿐 아니다. 우리가 삼시 세끼 먹고 마시는 음식에는 오래전 태양에서 시작된 에너지가 숨겨져 있고 낯선 길을 안내해주는 내비게이션에는 우주에 떠 있는 위성들과의 교류가, 사계절의 순환에는 기울어진 지구와 달의 만유인력이 존재한다. 그렇다. 느끼면 느낄수록 우리의 일상은 참으로 우주적이다! 이 책은 이처럼 일상 곳곳에 숨어 있는 우주의 원리를 찾아내고 그것을 과학적으로 설명함으로써 독자들이 일상에서, 도시에서 우주를 만날 수 있게 한다.

 

 

 

▼ 왜 우리는 여전히 별을 사랑하는가

 

우주는 수천 년 동안 사람들의 시와 노래 그리고 과학적 탐구의 대상이 되어왔다. 고대 그리스의 아낙사고라스는 당대를 지배하던 종교적 교리를 벗어나 태양은 신의 행사가 아니라고 주장함으로써 고향에서 추방당했고, 니콜라우스 코페르니쿠스는 우주의 중심에 지구를 두지 않았다고 해서 미치광이 취급을 당했다. 갈릴레오 갈릴레이는 최초로 망원경으로 우주를 관찰하는 데는 성공했으나 당시의 사람들은 그를 믿어주지 않았다. 요하네스 케플러는 그의 스승 티코 브라헤의 지적 유산을 바탕으로 우주의 법칙을 밝히기 위한 ‘전쟁’을 치렀고, 아이작 뉴턴은 공식을 사용해 물체간의 만유인력을 계산해냈다. 그리고 마침내 알베르트 아인슈타인은 우주의 시공간이 갖는 근본적 구조를 밝혀 상대성이론을 발견했다.

 

높고 푸른 밤하늘이 주는 낭만과 철학적 사색은 과학과 만나 더 넓은 세상으로 나아간다. 별 한줌 보이지 않는 도시에서도 우리는 별을 꿈꾸고, 단순히 감상하는 것을 넘어 그 존재를 진실로 알고자 탐구한다. 지나간 역사에서 우주를 탐구함으로써 학문적 발전을 이루고 세상에 대한 인식의 틀을 바꾸었듯이, 앞으로도 우리 또한 팽창하는 우주를 향해 나아갈 몫이 많이 남아있다. 저자는 이 책을 넘어 각자의 책꽂이에서 관련된 책을 찾고 더 깊게 생각하며, 더 깊은 우주로 나아가기를 독려한다. 이제 독자들이 이 책을 시작으로 거인의 어깨를 밟고 서서 더 앞으로 나아갈 차례다.

 

 

 

책 속으로

 

지구는 우주의 일부이고, 우주에서 움직이는 행성 중 하나다. 행성이란 항성 주위를 맴도는 천체를 말한다. 지구는 태양 주위를 돈다. 태양은 항상 중 하나로, 다른 수천억 개의 다른 항성과 함께 우리 은하를 이루고 있다. 이러한 우리 은하마저도 우주를 가득 채우고 있는 수천억 개의 은하 중 하나일 뿐이니, 우리 존재란 상상도 할 수 없을 만큼 거대한 우주의 아주 작은 구성 성분이다. 그럼에도 우리는 전 우주에서 일어나는 모든 사건들을 일상에서 아주 또렷하게 맞닥뜨리고 있다. -8쪽

 

 

 

‘낯선’ 생명체는 말 그대로 낯설다. 그 생명체가 어떤 상태인지 알지 못하면 결국 무엇을 기준으로 탐색을 해야 하는지도 알 수 없다. 원칙상 존재할 수 있지만 그것이 어떤 종류의 생명체인지를 근본적으로 밝혀내지 못하는 한, 그 생명체를 찾을 수도, 설령 찾았다 하더라도 알아볼 수 없다. 하지만 언젠가 지금껏 찾아낸 843개의 행성에 우리가 인식 가능한 종류의 생명체가 존재한다면, 수십 년 이내로 그 생명체를 찾아내고야 말 것이다! 나뭇잎들이 자신이 존재한다는 신호를 전 우주로 내보내고 있는 것처럼, 다른 행성의 식물 또한 존재의 신호를 내보낼 테니 말이다. -95쪽

 

 

 

한 숟가락에 담긴 음식물 안에도 상상할 수 없을 만큼 많은 양의 탄소가 들어 있다. 그중 대부분은 평범한 탄소-12고, 그 외 일부가 탄소-13이다. 하지만 아주 조금일지라도, 방사성인 탄소-14가 존재한다. 음식을 섭취하면서 방사능 물질이 우리 몸에 들어가고 있다는 말이다! 그렇다고 겁먹을 필요는 없다. 인체에 해를 끼치기에는 너무도 적은 양이니. 방사성은 특정 정도 이상일 경우에만 신체에 손상을 입힐 수 있고, 경우에 따라서 작은 손상 정도는 저절로 치유되기도 한다. 어찌됐든 아주 미약한 정도일지라도 전 세계 도처에 방사성 원소가 존재하는 것이다. -146쪽

 

 

 

지은이와 옮긴이, 감수자

 

 

 

지은이 플로리안 프라이슈테터 Florian Freistetter

 

오스트리아 빈 대학에서 천문학 연구소에서 소행성에 관한 논문으로 박사 논문으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예나의 프리드리히-쉴러 대학 천문물리학 연구소, 하이델베르크 루프레흐트-카를스 대학 천문학 연구소에서 근무했다. 2008년에 개설한 우주과학 블로그는 매달 수십만 명이 방문할 정도로 인기를 누리고 있다. 《지금 지구에 소행성이 돌진해 온다면》 외 여러 권의 천문학 책을 썼으며, 팟캐스트를 운영하면서 일반인들에게 우주의 신비와 천문학의 즐거움을 알리는 데 힘쓰고 있다. 《우주, 일상을 만나다》로 ‘2014 올해의 과학도서상’을 수상했다.

 

블로그 : www.scienceblogs.de/astrodicticum-simplex

 

 

 

옮긴이 최성웅

 

프랑스 파리 3대학에서 불문학과 독문학을 공부했다. 프랑스어와 독일어 통번역가로 일하며, 학습협동조합 ‘가장자리’에서 프랑스어를 가르쳤다. <KBS 스페셜>의 프랑스어 영상을 번역한 바 있고, 옮긴 책으로 《단단한 독서》, 《창조적 사진 전략》, 《폴, 행복을 찾아서》, 《돌아온 검은 고양이 네로》 등이 있다. 누구나 무료로 배울 수 있는 프랑스어 학습 카페(cafe.naver.com/pasdequoi)를 운영 중이다.

 

 

 

감수 김찬현

 

경기과학고등학교 졸업 후 오사카대학교 이학부를 거쳐 도쿄대학교 대학원 이학계 연구과에서 물리학을 공부했다. 반물질의 최소 단위인 반수소원자 합성에 관한 논문으로 석사학위를 받았다. 유럽원자핵공동연구소(CERN)에서 진행중인 국제공동연구 프로젝트 ASACUSA에 참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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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
베르나르 베르베르 지음, 이세욱 옮김, 뫼비우스 그림 / 열린책들 / 2008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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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씩이나 쓴다는 사람들은 어떤 종류의 사람들일까? 김연수는 소설가의 일에서 소설가가 쓰는 초고 원고를 음식 쓰레기에 비유했었다. 그리고 북회귀선의 작가 헨리 밀러는 소설 쓰기의 11개명에서 새 비료를 뿌리기보다는 매일 조금씩 땅을 다져라, 라는 말을 했다.

그런데 베르나르는 이 책의 '이야기를 시작하며'를 보면, 그런 말을 한다. 세상살이가 너무 어려운 것으로 보일 때마다 짤막한 이야기를 짓곤 했다고. 자신이 겪는 문제의 요소들을 무대에 등장시켜 이야기를 짓고 나면 이내 마음이 평안해진단다. 아마도 <개미>나, <뇌>와 같은 장편을 쓰면서, 두꺼운 소설 짓기가 주는 부담감이나 긴장감을 풀려했나 보다.

작가는 이 이야기의 소재를 꿈이나, 친구들을 만나 이야기를 나누면서나, 산책을 하면서 보고 떠오른 것들에서 찾았다고 하는데, 정말 천재이다. 아니면, 창작의 고뇌의 흔적은 차치해 두기로 하고, 쉽고 간결하게 모티브를 프롤로그로 풀어 주는 것이거나.  

우리는 작가도 예술가도 뭣도 아니지만, 때때로 이런 공상을 해보지 않나?
'투명한 피부껍질을 가진 사람이 있다면' 아마 음식물이 식도로 넘어가 어떻게 소화되어 배설되는지 한눈에 알 수 있을거고, 몸의 어딘가가 절단나고, 이상한 종양 같은 게 마구마구 자라더라도 투명한 피부껍질의 소유자라면, MRI같은 비싼 의료기기를 굳이 동원하지 않아도 병의 원인을 금방 알 수 있을거고 대책도 빨리 되겠지.
'17세기나 18세기의 조선으로 타임머신 여행을 할 수 있다면' 기록되어진 역사에서는 상상할 수 없는 특이한 체험들을 할 수 있을테고.....
그렇지만 이는 어쩌다 하릴없어 심심할 때 한번쯤 해보는 공상이고, 이에서 더도덜도 생각을 진전시키지는 않는 것이 보통이다.

하지만 부지런하고 똑똑한 작가는 이걸 기발한 소설로 써먹었다. 하나하나의 일련의 '가정'을 두고, 이 '가정'에 '세태의 만상'과 조금은 황당한 '과학적 지식'과 사람들의 '허영과 모순'을 양념처럼 버무려서 극단까지 몰고 갔을 때의 결과를 생각해 본 것이다. 그리고 이것이 하나하나의 이야기가 되었다.

그리고 이야기들은 시사하는 바가 적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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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 비채 모던 앤 클래식 문학 Modern & Classic
마이클 커닝햄 지음, 정명진 옮김 / 비채 / 201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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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23년의 어느 하루, 아침에 눈을 뜨면서 버지니아의 이야기가 시작된다. 버지니아는 펜을 잡고, 델러웨이 부인에 대한 글을 시작한다.

1949년의 남편 생일날 아침, 로라는 읽던 버지니아 울프의 '델러웨이 부인'의 책을 접어두면서 침대 맡에서 일어나 하루를 시작한다. 남편의 생일 준비나 하는 평범한 일상이 그녀를 기다린다.

1999년의 클라리사는 소설 속의 델러웨이 부인처럼, 직접 꽃을 사겠다고 말한 다음, 한아름의 꽃을 안고 거리를 나선다. 클라리사는 세 인물 중, 가장 현실적으로 강하고(생활력이 있고, 경제적으로 독립한), 일견 평범해 보이는 주인공이다.

이렇게 소설 속, 세 인물은 서로서로 연결 고리를 갖고 있다. 그리고 23년의 49년의, 20세기말의 각각 어느 하루에 대한 이야기를 하면서 '세월'이라는 기나긴 시간의 흐름을 이제 막 집약하여 보여 주려 한다.

1923년의 '버지니아'는 병을 앓고 있다는 이유로, 남편으로부터 지극한 간병을 받고 있었다. 사랑하는 남편이고, 누구보다도 그녀를 잘 이해한다는 편집자이다. 그런데, 어찌보면 그 간병은 사랑이라는 미명하에, 일견 버지니아의 자유롭고 활기찬 도시 생활에의 갈망을 저지하고 있는 무엇처럼 보인다. 그리고 집에서 일하는 가정부들은 그녀를 까탈스럽게만 여기며, 그녀의 행동들을 이해할 수 없어 한다. 게다가 어릴 적부터 많이 의지하고 자랐던 버지니아의 언니마저도 버지니아를 심정적으로 이해하는데 어려움을 느껴한다. 고로, 위대한 예술 작품을 쓰는 버지니아는, 사실 현실 속에서는 사랑하는 사람들의 이해를 완벽히 구하지 못하는 외로운 인물이었다.

1949년의 '로라'는 놓쳐버린 자신의 가능성에 대해서도, 탐험되지 못한 자신의 재능에 대해서도, 미련을 접고, 아들에게, 남편에게, 자신의 가정과 의무들에 헌신하려 했다. 하지만, 그녀는 그렇게 하기가 너무 힘들다.(그래서 그녀의 시선은 시종일관 주저하고 망설이고 있다. 영화 속에서 이 역을 맡은 줄리안 무어는 매우 인상적인 연기를 하였다.)

1999년 '댈러웨이 부인'이라는 별명으로 불리는 출판 편집자인 클래리사. 그녀는 지금 옛 애인인 리차드의 문학상 수상을 기념하는 파티를 준비한다. 그녀는 버지니아 쓴 소설 속의 델러웨이 부인처럼 '도시를 사랑하면서 자신의 삶의 평범한 즐거움을 계속 사랑하려 한다.

처음에는 스티븐 달드리 감독의 영화로 보고, 다시 마이클 커닝헴의 소설을 찾아 읽고, 다시 영화를 보았다. 그래서 머릿속에는 남아 있는 조각조각의 몽롱한 여운들이, 영화의 그것인지 책 속의 그것인지 경계가 모호하다. 하지만 이 감상의 근원지가 둘 중 어느 것인지 출처를 밝히는 것은 무의미하게 느껴진다. 같은 작품을 두고 영화 쪽이 전달하려는 이미지가 좀더 강렬하고 선명했다면, 원작인 소설 쪽은 독자마다 다양한 해석과 느낌을 담을 자리를 넉넉히 마련해 두고 있었다는 차이일 것이다. 한 작품에 대해 한번 이상 읽을 줄을 모르는, 인내심이라고는 쥐똥만큼도 없는 내가......왜 보고 또 읽고 또 보기를 마다하지 않았을까.

우리는 아침에 눈을 떠, 일어나 해야 할 일들을 하고 잠자리에 든다. 그것이 하루하루 반복되어 일상이 되고 세월이 된다. 그런데 아주 간혹 우리의 삶이 전혀 뜻밖에도 활짝 피어나면서 우리가 상상해 왔던 모든 것들을 한꺼번에 안겨 주는 그런 시간들이 있다. (물론 그 앞뒤에는 항상 더 암울하고 어려운 시간이 따르기도 하지만)

'세월'이라는 서사시를 통째로 읽는다는 건, 그저 목마를 타고 떠난 숙녀처럼'인생무상'한 행위가 아니라, '내일의 아침'을, '희망'을 품게 하는 것임을 이 소설은 보여 주려 한 것 같다. 그래서 이 소설 속의 자살을 생각했던 로라는 결국엔 죽지 않고, 집을 나와 자기가 희망하던 도서관 사서로서의 삶을 살았고, 클라리사는 옛애인의 죽음을 담담히 받아들이고, 또다른 내일을 희망하며 잠자리에 든다.

 

빌리 엘리어트의 감독 스티브 달드리가 만든 동명의 영화. 삽입된 피아노 음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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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것도 못 버리는 사람 - 풍수와 함께 하는 잡동사니 청소, 2008 원서개정판
캐런 킹스턴 지음, 최지현 옮김 / 도솔 / 2010년 8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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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변 사람들이 종종 하는 말 가운데 나는 잘 납득할 수 없었던 말이 하나 있다. 바로 이런 말, '이사다니는 데 큰 짐이 되기 때문에, 가급적 다 읽은(필요가 다한) 책은 다른 사람에게 줘 버린다.' 라는 말. 이 말엔 '소명을 다한 책은 이제 필요없는 짐짝 수준에 지나지 않는다'는 의미와 '내 인생 유전을 무겁게 하는 책들을 다른 사람에게 줘버림으로써 타인을 유용하게 만든다'는 홍익 인간 이념 같은 게 담겨 있다.

나에게 있어 책이란, 언제 어느 때고 필요하면 다시 들춰보고, 언제나 변치 않는 그 자리에서 오락거리와 지식과 영감을 주는 무엇, 소유하고 있으면 소중한 자산되는 것이었다. 그런데 이런 나의 고집스런 책 수집 계획에 약간의 수정 노선을 고려하게 만든 책이 이 책이다.

집안의 서가에 꽃혀 있는 책이란 기본적으로 자신이 갖고 있는 생각과 신념을 상징적으로 보여 준다. 즉, 책꽃이에 낡은 책들이 많이 꽃혀 있다면 나의 생각과 신념은 그 속에 갖힌 것이 되며, 나를 에워싸고 있는 케케묵은 낡은 책들처럼 나의 에너지도 케케묵은 낡은 에너지가 된다는 것이다. 만일 사실이 그렇다면, 나는 굳이 오래된 책들과 읽다가 접어 둔 책들에 집착하며 연연할 필요가 없다. 독서의 목적은 즐겁고 의미 있는 인생을 위한 것이었는데, 그것이 지나쳐 낡고 정체된 에너지에 품으려 하는 습관으로 꼴지워진다면 아니될 말이다.

자신이 사는 공간에 물건을 쌓아두는 걸 좋아하는 걸 취향 문제로 본다면 누가 뭐랄 사람없다. 그런데 문제는 정리가 되지 않은 방식으로 물건들이 뒤섞여 있어 그런 취향을 고수한 본인 스스로가 항상 허둥대며 살아야하는 불편함과 혼돈이 있다면 그건 재고해 봐야 할 것이다.

저자는 사람들이 자기 소유물을 잘 버리지 않는데는 여러 가지 다음과 같은 이유가 있다고 말한다. 다음에 그 물건이 필요할지 모르니까 보관의 차원에서, 혹은 물건의 일부분이 자신의 추억과 관련이 된 경우, (예를 들어 소중한 친구에게서 받았던 선물 같은 것.) 혹은 왠지 빈 공간은 허전하다는 생각 들어서, 혹은 주변에 나를 바쁘게 하고 혹은 자극하게 만드는 잡동사니들로 가득 채우고 나서야 마음의 안정을 얻는 경우 등등 말이다.

하지만 자세히 들여다 보면 사람들이 쓸모 없는 물건에 집착하는 것은 버리는 것이 두렵기 때문이다. 버리는 과정에서 그들이 부딪치게 될 감정이 두렵고, 나중에 후회하게 될까봐 두렵다. 그러나 그 물건들을 버려야만 더 많은 사랑이 햇살처럼 쏟아질 수 있다.

이 책을 읽고 나서, 물건을 쌓아두고 사는 나 자신이 현명하지 못하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그리고 잡동사니를 청소하면 삶의 목적이 좀더 분명해질 것처럼 느껴졌다. 인생은 끊임없이 변화한다. 특히, 자기 수양에 힘쓰는 사람이라면 정기적으로 자신의 환경을 주기적으로 새롭게 창조하고, 돌아볼 필요가 있다. 잡동사니를 버림으로써 나는 자유로운 내가 될 수 있는데 어찌 이를 주저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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