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5쪽-
이미 인생에 있어서 중요한 것은 미래가 아니라 과거라고 한 당신의 말은 옳았습니다.


 icaru ㅣ 2004-05-31 처음 읽음


기록을 하는 것은 기억하기 위해서일까? 아니다. 기록을 하는 건 나를 기억하기 위해서가 아니다. 그건 망각의 고통을 이기기 위해서이다. 아무것도 자기를 이겨낼 수 없다고 주장하는 그 고통을. 돌연 ˝흔적도 없이 사라져버리고 마는˝ 그 어디에도, 그 누구에게도 없는 그런 것.
------ 롤랑 바르트의 애도일기 중에서

11년전 나는 정말로 이 책을 읽었던 것일까 아니면 내가 그 속으로 미끄러져 들어간 다른 사람의 리뷰였을까?

참으로 아름다웠던 문장들과 살아간다는 것은 그저 희미한 흔적들만 남기는 연약한 무엇일 뿐이지 않은가 하는 느낌을 가졌었다. 그러니까 허무한 느낌말이다.

참으로 온전하지 않은 삶이고 독서인데, 산다는 것의 실체이기도 할지 모르겠다.

다음은 그 때 썼던. .....

------------------###

‘어두운 상점들의 거리’는 결국 어디를 말하는 것일까를 생각하며 이 책을 읽었다.

무슨 일인지 이 글 속의 `나`인 롤랑 기는 자신의 과거를 전혀 알지 못했다.  최근에는 흥신소에서 위트라는 사내를 도와 일을 했다는 것이 그가 알고 있는 자신의 신상의 전부다. 하지만 위트도 흥신소 일을 그만두고 자신의 남은 여생을 행복하게 보내기 위해 고향인 니스로 떠난다. 이제 기 그가 자신의 과거를 찾아나선다. 

그가 ‘나’ 자신의 과거를 찾아가는 과정을 - 한 사람의 일생으로부터 남은 것과 남겼던 것이 무언지를 생각해 보면서 - 조용히 따라가 보았다. 그 과정에서 만났던 몇몇 사람들이 건넨 과자통이나 낡은 상자 속에 담겨 있는 사진에는, 낯선 사람들에 둘러싸여 ‘나’로 추정되는 인물의 모습이 있었다.

‘나’는 물었다.“이 사진 속에 보이는 남자는 나와 닮은 것 같지 않습니까?”“아뇨, 꼭 그렇다고 말하기는 어렵겠는데요. 그렇지만 어쩌면......”

과거를 모두 기억하지 못하는 ‘기’의 삶의 목적은 무엇인가? 그러나 살지 않는다면 추억해서 무엇하나? 지금 이 순간을 찬란한 감동으로 사랑하지 않는다면, 지금 이 순간은 그저 무심히 흘러 망각의 무(無 )로 변해갈 것이다. 

파트릭 모디아노의 이 작품은 마치 푸르스트의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처럼 언뜻 지나쳐본 장면, 창에서 내려다본 낯익은 거리의 풍경, 어렴풋이 들리는 소리에서 포착하는 과거 한 때의 체험, 끊어진 한 토막의 대화들이 무채색의 그림처럼 사람을 매료시킨다. 신문지상에 나왔던 모 작가의 말처럼, 참 매혹적인 소설이다.

 “과연 이것은 나의 인생일까요?아니면 내가 그 속에 미끄러져 들어간 어떤 다른 사람의 인생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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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발머리 2015-01-31 19: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11년 전의 리뷰가 이렇게도 근사하다니요.
저는 이 소설이 좋았지만, 무언가 말로 표현하기가 참 어려웠어요.
좋았는데, 참 어려웠어요.
˝저를 아시나요?˝에서 웃기만 했을 뿐이구요.
icaru님~~ 예전 리뷰 카테고리 하나 만드셔야겠는데요.^^

icaru 2015-02-02 10: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단발머리 님 감사해욧!! 지금은 저렇게 공들여 못쓰겠어요.. 왜 그렇게 되어버린 건지, 퇴보인지 진보인지도 모르겠고 ㅎㅎ
허나.. 그런 고민들은 해 보네요~
지금은 절판된 도서에 붙은 옛날 리뷰들을 긁어다 다시 개정판 책에 붙이는 작업을 할까... 하능~

카타유 2015-02-02 09: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지금 읽고 있는데, 11년전에 읽으셨다니. 반갑네요.

icaru 2015-02-02 10:35   좋아요 0 | URL
아ㅡ, 지금 읽고 계시는군요~~ 제가 프랑스 문학에는 문외한인데, 이 작품을 읽고는 내가 불문학의 정수를 맛보고 있는 걸게라고 생각했던 듯해요~ 원래 아름다운 것은 손에 잡히질 않으니,,,
뭐라 구체적으로 말하긴 힘들지만요~
 
하류지향 - 배움을 흥정하는 아이들, 일에서 도피하는 청년들 성장 거부 세대에 대한 사회학적 통찰
우치다 타츠루 지음, 김경옥 옮김 / 민들레 / 201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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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에게는 센세이셔널한 책이었다.

다분히 이분법적이기도 하다는 생각도 들었고, 일본판 김봉곤 훈장을 보는 것인가 하는 생각도 들었다. 어렸을 때부터 집에서 가사일을 돕거나 노동에 참여함으로써 인정을 받고 자란 아이들은 일에 대한 보상이 주는 기쁨을 알고 있어서 결코 니트가 되지 않는 말도 그렇고 말이다.

파랑새 증후군이라 하여, "나는 정말 어떤 인간인가?", "나는 정말 무엇을 하고 싶은가?"와 같은 자기 찾기 여행 같은 것의 폐해를 말하는 부분도 있다. 이런 질문이 사람을 성장시키지는 못한다 라는 것이다. 만약 자기가 어떤 사람인지 정말로 알고 싶다면 자기를 잘 아는 사람들, 예컨대 부모라던가 친구들을 상대로 긴 인터뷰를 하는 것이 낫다고. (글쎄다,,, 갈 길 가다가 가끔 해보는 나를 찾는 딴짓이, 인생을 건설적으로 만드는 데 큰 도움이 안 될지는 몰라도, 인생을 풍요롭게 만드는 데는 도움이 된다.)

 

정말로 이상하게 들리는 말들을 많이 한다고도 생각했다. 일례로, 다음과 같은 것.

리스크 사회에서 생존 경쟁에 유리한 위치를 차지하는 사람들은 이 사회가 노력에 반드시 보상이 따르지 않는 리스크 사회라는 기본 사실을 거스르고 의연하게 노력하는 사람들. 이라고 하는 부분이 특히 그렇다. 이 세상이 그렇게 돌아간다고 생각하는 것은 상당히 나이브한 생각이 아니던가. 되려 불평등을 단단히 지지해주는 뼈대 같은 역할을 하지 않던가? 라고 생각하던 나에게는 고개를 갸웃하게 만드는 내용인 것이다.

그는 역으로 미래의 전망이 어둡고 노력이 수포로 돌아갈 가능성이 높은 리스크 사회의 실상을 현실적으로 바라보는 사람들이 오히려 선택적으로 사회의 빈곤층으로 내려가게 된다는 뜻의 말을 한다. 참으로 석연치 않다고 생각했다. 이것은 해법도 되지 못한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계속 읽다보니, 이 저자는 다음과 같은 해법을 제시하는 사람이었다.

 

" 조직 안에서 눈에 띄게 이익을 얻는사람이 없는 해법이 오히려 조직을 와해시키지 않는 해법이 될 수 있다."

 

그래, 그럼에도 불구하고 낙관적으로 살아야겠다. 쳇바퀴 같은 일상을 깨고 분노를 되찾았을 때, 희망 그래, 좋다 희망과 더불어 분노의 힘으로 내 생각을 실천하며 살 수 있는 날이 올 것이라고, 그러면서 세상은 조금씩 변해갈 것이다.

 

174쪽~175쪽

 

산다는 것은 이른바 하나의 곡을 일생 동안 연주하는 것입니다. 어떤 사람이 살아가면서 행한 갖가지 행동과 말의 진짜 의미는 그 곡을 마지막까지 듣지 않으면 확정할 수 없습니다. 관 뚜껑을 덮은 후에야 그 사람의 진가를 알 수 있다는 말이 있듯이, 사람은 죽은 후에 비로소 그 사람이 태어나서 지금까지 한 모든 행동의 의미를 알 수 있습니다. 육예의 하나로 '음악'을 들었던 이유는 '시간 의식을 갖기', '인간은 시간 속의 존재임을 아는 것'이 지성의 기초라는 것을 그 먼 옛날 성현은 숙지하고 있었기 때문이 아닐까요?

 

육아 얘기로 돌아와 생각해보면, 자식을 기르는 일은 음악을 듣는 경험과 어떤 의미에서 깊은 연관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아이가 내지르는 소음도 어떤 '문맥' 안에 있으면 비로소 '음악'으로 들리게 되니까. 앞에서 말한 '소음이 신호가 되는' 과정은 이런 맥락입니다. 시간을 두고 기다리지 않으면 멜로디 구조를 알기까지 개개의 음이 무어을 의미하는지 알 수 없습니다. 마찬가지로 아이가 내지르는 해독 불가능한 기호도 어떤 문맥 속에 놓이면 단번에 알아듣게 되는 일이 일어납니다. 그래서 부모에게 요구되는 것과 교향악을 주의 깊게 듣는 청취자에게 요구되는 것이 같습니다. 어느 음절의 아름다움을 그 소절을 다 듣기 전까지는 알 수 없듯이, 아이가 내는 소음을 신호로 변환하기 위해서는 한 마디라도 소홀히 넘기지 않도록 끝까지 경의감과 인내심을 갖고 조용히 귀 기울여야 합니다.

 

222쪽

 

진정한 '다문화 공생'이란 한 사람 한 사람 안에  복수의 가치관, 복수의 언어, 복수의 미의식이 혼재해 있어, 그것이 느슨하게 통합되어 가는 과정을 통해서만 실현 가능하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다문화 공생이 실현된 사회는 아직 어디에도 없지만요.

 

이 책은 니트[ not in education, employment or training ]- 일하지 않고 일할 의지도 없는 청년 무직자를 뜻하는 신조어. Not in Education, Employment or Training의 줄임말이다. 보통 15∼34세 사이의 취업인구 가운데 미혼으로 학교에 다니지 않으면서 가사일도 하지 않는 사람을 가리킴. -족에 대해 조명하고 있는 내용이 흥미롭다. 영국이나 프랑스의 경우 전형적인 계급 사회여서, 하층계급 사람들은 취학 기회나 취업 훈련 기회에서 불이익을 받고 있어, 사회 계층화에 있어 병폐 같은 것이다. 그러니까 직업을 통해 사회적 상승 욕구가 있어도 원천적으로 좌절되는 경우가 빈번한 것. 그러나 일본의 경우 사회적 약자가 자진해서 차별적인 사회 구조를 강화하는데 가담하는 방법으로 이러한 니트 양산이 가속화되었다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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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02-02 15:38   URL
비밀 댓글입니다.
 

전쟁기념관.. 에서
1관에서 5관까지 있었는데 4관이 가장 인상적..
배경음악으로 단조의 단조로운 곡이 시종일관 깔리고 있어, 어두웠다. 그의 그림처럼.

고흐는 목회자가 되기를 희망했으나 좌절하고 그림을 그렸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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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caru 2015-03-17 01:2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고흐가 목회자가 되었더라면 좀더 장수했을텐디..

서니데이 2015-03-17 01:30   좋아요 0 | URL
만약 겸직했더라면 고흐 그림이 더 많았을지도요, 예술가는 피카소 처럼 장수하는 사람이 많지 않은 것 같아요, icaru님, 편안한 밤 되세요^^

icaru 2015-03-18 09:04   좋아요 1 | URL
그러고 보니,, 아이러니하네요... 겸직이 아녔더라면, 작품활동에 매진하지는 않았을테고요,, 목회자의 길만 걸었더라면 작품 세계에 몰두하지는 않았을테고..
성직자와 음악가가 가장 오래 살고, 작가나 기자 야구선수의 수명이 짧다는 무슨 통계 결과를 보고 퍼뜩 고흐가 생각났어요. 서른 언저리에 삶을 마감한 고흐가...
 
쓰레기가 되는 삶들 - 모더니티와 그 추방자들 What's Up 4
지그문트 바우만 지음, 정일준 옮김 / 새물결 / 200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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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쪽

 

X세대(1970년의 언저리 그러니까 플러스 마이너스 5~6년 출생자들쯤 이지 않을까? )는 바로 직전 세대보다 훨씬 더 극심하게 양극화되었는데, ... 당혹스러울 정도로 쉽게 변하는 사회적 위치, 어두운 전망, 지속적으로 또는 적어도 좀더 오래 자리 잡을 만한 확실한 기회도 없이 근근이 꾸려가는 생활, 살아남기 위해 배우고 익혀야 하는 모호한 규칙들-- 이러한 것들이 모든 이 세대를 무차별로 괴롭히면서 불안감을 조장하고 이 세대의 또는 거의 모든 성원의 자기 확신과 자좀심을 박탈하고 있다. 그러나 이 모든 질병을 치료하기 위한 진입 장벽- 과거만 해도 지금보다는 낮았다-은 점점 더 높아져 대다수가 넘어설 수 없는 것이 되었다. 이제 품위 있는 안정된 삶을 누릴 수 있는 불확실한 기회나마 잡기 위해서는 최소한 고등 교육 학위가 필요하다.(그렇다고 해서 그러한 학위가 순조로운 인생 여정을 보장한다는 의미는 아니다. 단지 학위가 소수의 특권으로 남아 있기 때문에 그렇게 보일 뿐이다.) 세상은 또 한 번 도약을 했고ㅡ 그러한 속도를 견디지 못한 승객들은 점점 속도를 높여가는 차량에서 점점 더 많이 떨어져 나가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 한편 아직 탑승하지 못한 사람들 중 재빨리 달려가서 따라잡아 올라타는 데 실패하는 사람들도 점점 더 늘어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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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갈빵중국요리이다. 중국식 호떡이라고도 한다. 겉으로 볼 때는 크지만 속은 비어 있기 때문에 '공갈'빵이라고 부른다. 인천 차이나타운 일대와 전통 시장에서 공갈빵을 판매하는 곳이 있다.

      ----위키백과사전..

 

공갈협박죄 라는 게 있기도 하고, 어쩐지 '공갈'이라는 어휘가 들어가면, 법 관련해서 대단히 악의적인 느낌이 나곤 한다. 그런데, '공갈'이 '빵'과 결합을 하니, 애교철철이다.

 

바싹 하게 씹는 맛에 중독을 부르는

한 광주리 오도독 거려도 간에 기별조차 못 주는

공.갈.빵.

 

가끔 나 자신도 공갈빵 같은 인간이 아닐까 싶지만, 속이 비기가 저처럼 철두철미하지는 못하니, 비한다면 나 이도저도 아닌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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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니데이 2015-01-22 21: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 빵은 속이 비었고 바삭하고 달달한 맛이 좋았어요. 잘 부풀어서 맛있게 보여요.

icaru 2015-01-23 11:09   좋아요 1 | URL
네ㅡ 딱 맞는 정의예요! 바삭하고 달달한, 물론 너무 달지도 않구요..
공갈빵 사면서 포춘쿠키도 샀는데, 딱! 소리 나게 과자를 쪼개어 점괘를 확인하는 재미. 누구에게나의 예언이 될 법한 두루뭉수리 광범위한 그러나 꽤 신통한 점괘를 받는 재미요~~ ㅎㅎ

유지연 2018-03-24 17: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안녕하세요~ 글 너무 잘 읽었습니다! 제가 공갈빵 사진이 필요한데 직접 찍으신 거라면 글에 올리신 공갈빵 사진을 공모전 같은 곳에 사용하고 싶은데 괜찮을까요??

icaru 2018-03-28 15:54   좋아요 0 | URL
좋은 말씀 주셔서 감사합니다. ^^ 사진은 제가 찍은 것이고, 출처 표시해 주시면 사용하셔도 괜찮은데, 공모전이라시면, 그게 가능한지 의문이 드네요 ^^;; 제가 이해가 부족한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지원자 본인의 작성물을 올리셔야 가능한 것이 아닌가 싶은데요~

유지연 2018-04-01 02: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네!! 제가 포스터 공모전에 나갈 예정인데 포스터 안에 사진으로 사용하려고 합니다! 그럼 출처 밝히면 사용가능한건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