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은 어떻게 내 삶을 구했는가
데이비드 실즈 지음, 김명남 옮김 / 책세상 / 201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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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서의 괴로움에서, ‘진정한 독서가는 서너 번 다시 읽는 책을 한 권이라도 많이 가진 사람이다.’라고 했다. 이 책도 내 속에는 희박한, ‘독서가의 본능’을 깨우는 책인 듯하다. 저자의 이야기에 구구절절 공감해서가 아니고, 재독을 하게 되면, 처음 읽었을 때와는 다르게 읽힐 여지가 많아서. 그리고 다소 솔직하고 야시시한 매력도 있고, 이 듣보잡인 독자에게 미국소설 작품에 대한 날렵 촌철살인의 비평을 해댈 때면, 당최 무슨 소리하고 있는 건지는 모르겠는데, 미지의 그 작품을 번역되어 국내에 유통되고 있는지 조차 파악할 수 없는 그 작가의 작품을 읽어보고, 데이비드 실즈와 같은 느낌을 확인하고 싶어서 안달나게 하는 부분조차 있다.

그럼에도 내가 소리내서 웃을 수 있는(그러니까 웃으라고 쓴 글이라는 파악했던) 부분은 부시 대통령과 자신의 공통점을 말하는 부분 중 일부.

“그는(부시) 가난이 어떤 것인지 상상이 잘 안 된다고 말한 적이 있다. 나는 감수성이 나와 지나치게 다른 사람의 책을 잘 못 읽는 편이다.”

두 사람은 모두 응당 그 직함이라면 알아야 할 적어도 아는 척 해야 할 부분에 대해, 잘 모르고 있음 솔직하는 말하는 사람. 남에게서 보는 경멸스러운 모든 특징이 스스로에게서 경멸하는 특징임을 말하는 부분.

진정, 세상에서 무엇이 잘못되었다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나요’ 라고 답하는 부류의 사람이다.

자신이 브라운 대학을 나왔는데, 학교에서 그렇게 배웠다고 한다. 자신의 내면이나 외면에 집중하는 쉬운 방법보다는 안팎을 뒤집는 방법을 택하라고, 자신을 조롱하라고, 자신을 진지하게 여기면서도 그런 자신을 허물어뜨리라고. 같은 맥락인 듯하다.

그러면서 그는 

"글을 쓰는 방법은 화살이 바닥났을 때 자기 몸을 과녁에 던지는 것이다."(_에머슨) 라는 말을 인용한다. 에드먼드 윌슨의 '상처와 활'이라는 개념이 있다. 그리스신화에 나오는 영웅 필록테테스 이야기. 뱀에 물린 상처 때문에 버림받았던 그는 결국 뛰어난 활 솜씨로 복권된다. 월슨은 작가들이 성장기에 겪었던 심리적 상처가 훗날 훌륭한 글을 남기는 요소로 작용하는 현상을 분석하면서 이 비유를 끌어다 썼다. 


 “내가 저널리스트 부모에게 가한 사소한 반항은 픽션 작가가 되는 것이었다. 더 나중에는, 별스러운 논픽션을 쓰는 작가가 되는 것이었다.”


“저명한 에세이스트이자 소설가인 딘티 무어는 <그린진스 씨의 아들>에서 아이를 낳는 것에 대한 양가감정을 극복한다. 그러면서도 그는 절실히 딸을 원한다. "남자아이는 조상의 형질을 물려받을 가능성이 더 높기" 때문이다.

 

누구에게나 선행의 동기가 쉽사리 악행의 동기로 바뀔 수 있다는 사실, 우리를 위대하게 만드는 것이 결국에는 우리를 끔찍한 곤란에 빠뜨린다는 사실.

 

우리가 품은 야망에는 반드시 비극적 결함이 따라 붙는다. 우리는 누구나 스스로의 몰락을 가져오는 데 이끌리고야 만다. 실즈는 <달라일러>-이게 작품인지, 뭔지 알 수 없는데, 앞뒤 문맥으로 봤을 때는 라디오 프로그램 이름인듯-를 언급한다. 진행자 달라일라에게 어떤 남자에게 끌리냐고 묻자, 이렇게 대답한다. " 눈치 빠르고, 영리하고, 재미있어야 해요. 그리고 연쇄살인범이어야 하고요. 나는 십대 때부터 결국에 내 가슴을 찢어놓을 남자만 고르곤 했죠." (달라일러의 자식들 세명은 직접 낳았고, 아홉명은 입양했다. 그들은 대부분 아프리카계 미국인이거나, 아프리카 출신이거나, 히스패닉 혈통이고, 그녀는 세번 이혼했다고 한다. ) -우리는 스스로 자신의 무덤을 판다. 우리를 살게 하는 것은 필연적으로 우리를 병들게 한다. 성공은 자기 탐닉을 낳는다. 효과적으로 달콤쌉쌀했던 것이 독으로 변한다. 경계해야 해.

 

관련 명구

프로이트 : " 살아 있는 것은 다시 죽기를 바란다. 그들에게는 삶 충동도 있지만, 죽음 충동도 있다."

쿤데라 : "누구든 더 높은 것을 추구하는 사람은 언젠가 현기증을 느끼게 된다. 현기증이란 무엇일까? 추락을 두려워하는 마음? 아니다. 현기증은 추락을 두려워하는 마음과는 다르다. 그것은 우리 발밑에서 우리를 우혹하고 꾀는 공허의 목소리다. 그것은 추락하고자 하는 욕망이고, 우리는 그  욕망에 대해 겁이 나서 스스로를 보호한다. "

 

자기 눈에 끔찍한 것들 때문에 오히려 남들 눈에 뻔히 보이는 곳에 숨어 있어야 한다고 회상한다.

 

"결혼, 아이, 집, 친구, 경력. 나 같은 사람에게 이런 것은 썩어가는 잔교에 붙은 따개비와 같다. 비밀을 간직한 사람에게는 비밀의 힘이 어떻게든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쳐서 그가 누리는 인생의 가치를 결정하는 게 아닐까. 삶에서 사랑하는 사람이 많을수록, 감정적 자산이 많을수록, 비밀을 들켰을 때 잃을 것이 더 많다."

 

작가들은 상대적으로 적은 수의 낱말을 결합하여 문장과 단락과 시와 이야기와 책을 만들어내는 마술을 부린다고 할 수 있다. 어쩌면 그들은 자신들의 다양한 경험으로부터 패턴들을 생성해냄을써 글의 구조를 만든다고 말할 수도 있다. 예를 들어 버니지아 울프가 장면과 인물을 구상할 때, 그녀는 다음과 같이 패턴을 인식했다.

"따로 떨어져 있는 어떤 것들을 결합하고 있다는것을 강하게 느꼈으며... 쓰면서 나는 내가, 무엇이 무엇에 속하고 있는지 발견하고 있는 것처럼 느꼈다.... 이런 느낌으로부터나는 철학이라고 부를 만한 개념에 도달할 수 있었다. 어쨌든 그것은 내가 소유하게 된 항구적인 관념이 되었다. 무의식적으로 영위하는 일상사에도 어떤 패턴이 숨겨져 있다는 것을 말이다."

“그리고 나는, 미안하지만, 신경 말단을 노출시키지 않는 책은 전혀 읽지 못한다. "

 

"책의 모든 단어가 저자의 '창작물'이 아니라 인용일 수도 있다는 가능성이 떠올랐을 것이다. 그런 형태의 책으로 내가 주장하려는 바는 '현실'에 사중으로 인용부호를 치는 것이다.

 

* 앞에서 길게 주저리주저리했지만, 각설하고 강조하면, 이 책은 내 인생의 책에 속할 것이라는 점이다. 그런 의미에서 후에 재인쇄되는 책이 천의무봉이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내 눈에 걸려 들었던 오타 두 개. 기록한다.

 

136쪽 맨아랫줄     캐나가 출신의 문예 비평가.-> 캐나다 출신의 문예 비평가

165쪽 5째줄      모든 뒤, 각각의 파편이 -> 모은 뒤, 각각의 파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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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12-23 23:28   URL
비밀 댓글입니다.
 

설마설마하는 일들이 참 잘도 일어나고, (늘 그랬던가?)
그럼에도 조용하다는 게, 음, 절망적이네..;;

박근혜가 대통령 되고 나면,, 이정희부터 밟아버리려 하겠구나,  농반진반 이야기하던 게 대선토론방송 때였는데,,
기어이 뒷끝작렬해 주신다. 

정치가 망하기도, 이리 참 쉽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라가 망했다고 말하고 싶지는 않은 이 간절함은 뭘까? 정치만 망했어.  경제는 아직 희망이 있어...라고 말하기엔 1인당 부채율이 장난 아닌  나라, 정부의 빚은 4대강 사업 이후 급격하게 늘어나고 있는 중이라던데, 개인 빚은 그보다 훨씬 큰 규모 훨씬 빠른 속도로 커진단다. (의식주의 주,때문이다 ㅠ,ㅜ)
 

국가가 더 이상 개인을 도와주지 않을 것이라는 게 명확해진 순간,
사람들은 스스로 자신을 지키는 방법을 찾아 진화할 수밖에 없다..
정치가 망해서, 고스란히 개개인의 신산스러운 삶의 몫으로 부담지워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경제는 지켜내야 하는데,,, 그건 우리 몫 닿는 데까지 할 수 있지 않을까 뭐 그런 생각.
각종 카드사에서 앱설치하고, 결재하면 몇천원 할인해 준다고 경쟁적을 문자보내오고 있는데, 심지어 알라딘에서도 카카오톡뭐시기 결재하면 오천원 할인해 준다던데(돈 쓰기도 아주 쉬운 세상), 걍 몇만원 넣는 1년짜리 정기적금이나 알아볼까 보다. 경제학에서의 평생소득가설(예를 들어 도시민 가계평균소득을 대략 4,500만원이라 상정하고, 20대중반부터 50대 중반까지 대체적으로 30년간 돈을 번다고 쳤을때 평생 버는 돈이 대략 12억 정도. 이 돈 가지고 평생 치르는 게임)에 의거, 그러나 돈을 안 쓰겠다는 것은 아니고, 재무구조를 좀 생각해봐야겠다는 말이다.

 

참 막연한 생각들만 하고 있고, 한숨 나는 현실이다.

 

.............................

사회적 안전망 같은 게 부실한 사회에서는 자연스럽게 사회에 대한, 삶과 정치에 대한 고민보다는 나와 내 가족의 안위에 머물 수 밖에 없을터다. 속도감과 줄세우기 문화로 단정지어지는 요따구 시스템 안에서 시간이 걸리는 다른 부분을 발전시키기보단, 비싼 차, 비싼 핸드백으로 자신을 표현하는 것이 더 간편하고, 쉽게 살아가는 방법일런지도 그렇지만 그렇게 살지 않겠다는 것은 개인의 신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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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극곰 2014-12-22 17: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러니깐 말예요. 뒷끝작렬이죠. 휴......
저 지난주에 전세계약했는데, (아니 사실은,결국은,반전세지요. 덕분에 부채는 없어진 거? ㅠ,.ㅠ)전세난을 정말 몸으로 실감했습니다. 전세물건이 하도 없으니 한 달새 가볍게 3천만원이 또 올라가더라구요.

icaru 2014-12-23 08:44   좋아요 0 | URL
아..북극곰님~ 그러셨었군요,, 빚없이 살기 얼마나 힘든 세상인가요,,제아무리 연봉이 1억이라 해도, 하우스푸어면,, 의미없다,이죠.. 그런 편에서 현명하신 판단하신 거라 생각되어요!!
정치는 피부로 힘듦을 느끼는 것이, 복지 예산이나, 교육 예산 등이 굉장히 얇팍하게 책정이 되어서, 일테면, 출산휴가 들어간 교사의 빈 자리를 기간제 교사들로 대체하곤 했는데, 그 예산이 없어서,, 기존 선생님들이 조금더 시수를 가져가거나, 하다못해 교감 선생님일지라도 수업에 투입되어야 한다더라고요.. 그리고 기존에 예산이 책정되어 나오던 예를 들면, 영재 수업 운영비 같은 것이 사라져서, 영재반을 운영하려면 영재반에 뽑혀 수업듣는 아이들에게 그 비용이 고스란히 돌아가는데, 아이들 중 누구 하나, 비용 때문에 그만 하겠다는 친구들은 없다고 해요.
돈이 넘쳐서가 아니라, 우리 아이가 학교 영재반에 들어갔는데, 그거 지원은 없는 돈을 만들어서라도 대겠다는 부모들의 마음일거고...
요는 기존에 나오던 교육복지 예산이 15년부터는 전무해지니, 그 비용이 고스란히 학부모에게 돌아가는 시스템인가 보더라고요~

북극곰 2014-12-26 11:53   좋아요 0 | URL
우리 삶이랑 바로 닿아있는 것이 정치인데 따로라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는 것 같아요. 대한민국 현실에 대해서는 마구 욕하면서 정작 자신은 엄한데 표 던지고. 이카루님 덕에 불황 10년 읽었는데, 왠지 참 답답하고 슬퍼요 ㅎ
 
올 어바웃 러브
벨 훅스 지음, 이영기 옮김 / 책읽는수요일 / 201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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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으로부터 8년전  icaru ㅣ 2006-05-11 ㅣ에 알라딘에 리뷰 썼던 책이다. '사랑에 대한 모든 것'이라는 제목의 책.  

  이 책으로 읽고 리뷰 썼었다.  다음과 같이... 이 책이 지금은 절판이라는 것은 알겠는데, 그 때 쓴 리뷰가 상품으로 찾으면 뜨질 않아서, 이렇게 내가 따로 불러와 본다.내 서재에서 내가 찾으면 나오지만, 책 제목 넣고, 상품으로는 검색이 안 되는 책 리뷰. 이런 책이 많을 듯 하다. 알라딘은 허술한 데가 참 많다. 스스로 시정할밖에 ㅠ.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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꼭 읽어야 할 책 중에 하나지만, 쉽게 진도가 나가지 않는 자칫 지루할 수 있는 책이다. 책에 대한 아무런 사전 지식이 없을 때는 이 책에 대해 이런 반응이기 십상이다. “또 사랑이야? 무슨 이야기가 나올지 뻔한 게 아닐까?” 

물론 사랑에 관한 이야기는 진부할 정도로 넘쳐나는데, 이 책의 리뷰를 쓰는 이유는 이 책만큼은 다르다고 말하고 싶어서이지만, 좀 지루할 수도 있다는 것을 전제하고 싶다.

저자는 사랑이 지침을 따른다고 완성되는 전략적인 것이 아니라고 말한다. 그가 말하는 사랑이란 철저한 자기 반성 위에 싹튼 자기애의 확산이며, 사랑의 본질은 ‘윤리’에 있으며.  자기애에서 피어나 자신과 타인의 정신적인 성장을 돕는 의지라고.

인기 있는 자기 계발서 그레이의 <화성에서 온 남자 금성에서 온 여자>에 보면, '남성은 자기 굴 속에 들어가고 싶어하는 성향이 있다'면서, 남자가 혼자 있고 싶을 때 방해하는 여자가 벌을 받는 것은 당연하다고 말한다. 그레이는 변화가 필요한 것은 여성의 행동이라고 믿는다.  이런 언급의 상당수가 성차별을 정상적인 것으로 만든다.

흔히 선천적인 것으로 여겨지는 존재의 습관들을 남성 지배를 유지하고 지지하는 데 도움이 되는 것으로 만들 뿐이지 않을는지.

저자의 지적 중에 ‘낭만적인 사랑’은 환각제에 불과하다는 말 또한 인상적이다.“소설가 토니 모리슨은 그녀의 첫 번째 책 "가장 푸른 눈(The Bluest Eye)"에서 낭만적인 사랑에 대한 생각이야말로 '인간의 사상사에서 가장 파괴적인 생각' 가운데 하나라고 말한다. 그것이 파괴적인 것은 우리가 아무런 의지나 선택할 능력이 없어도 사랑하게 된다고 믿는 망상 때문이다. 수많은 낭만적인 사랑이야기 탓에 사라지지 않고 이어져 내려온 이런 환상은 우리가 사랑하는 법을 배우는 데 방해가 된다.”

우리는 우리의 환상을 지탱하기 위해 사랑을 로맨스로 대체한다. 로맨스가 프로젝트로 그려질 때, 또는 대중 매체, 특히 영화가 우리에게 그렇게 믿도록 하려 할 때, 기획을 하고 계획을 짜는 사람은 여성이다.

이 책은 그 환각에 속아 몇 차례 사랑의 허무함을 뼈저리게 느낀 사람들을 위한 책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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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ew 말괄량이 삐삐 (6disc)
올레 헬봄 감독, 잉거 닐손 외 출연 / 엠앤브이 / 201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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삐삐는, 말괄량이 삐삐는 내가 우리아이들 만할 적 그러니까 삼십여년 전에 티비시리즈로 애청했던 것이다. 누구나 뇌리에 각인되어 잊지 못하는 장면 한 두개씩 갖고 있을 것이다. 삐삐가 대못을 질겅질겅 마른멸치 씹듯 씹어대던 장면이랄지, 케익을 얼굴에 정통하고, 건포도로 눈코입을 던져 넣는다던지, 친구를 괴롭히는 못된 남자아이를 한손으로 들어 던져 나무 위에 얹어 놓는다던지...

 

이 시리즈는 구입한지가 좀 되는데, 최근에 아이들과 다시 보고 있다. 그 계기는 어그제인가 지난주엔가 애들과 함께 봤던 저녁뉴스 때문이다.

삐삐 시리즈의 내용에 인종차별적인 부분이 있어서, 스웨덴 방송국에서는 그 부분을 삭제 편집하는데, 그것에 대해서 여론은 원작을 훼손하는 것이라 의견을 모아 논란이 되고 있다는 뉴스.

 

'우리 아버지는 검둘이들의 왕' 에서 '검둥이들의'를 빼고, 삐삐가 눈꼬리를 추켜올리며 아시아인을 흉내내는 장면을 삭제하겠다고..

    

삭제를 옹호하는 측은 “삐삐는 많은 인종차별적인 장면을 담고 있다. 린드그렌의 시대에는 그런 부분이 ‘일반적인’ 것으로 간주됐지만, 오늘날에는 그렇지 않다”고 주장하고, 또 다른 측은 “사람들이 조금 쿨해질 필요가 있다. 역사적인 문서로 여겨져야 할 클래식 작품을 난도질 하는 대신 우리가 오늘날 큰 진전을 이뤘다는 점을 기쁘게 받아들일 필요가 있다”고 반박했다.

논란의 시시비비를 떠나서, 우리(애들과 나)는 오랜만에 삐삐 볼까? 하며, 티비 앞으로 헤쳐모여! 한다. 우리 아이들이 제일 좋아하는 에피소드는 9화 아빠 구출대작전이다. 여기서 삐삐가 남자 목소리를 흉내내는 장면(실제 더빙 남자 목소리)을 캭~ ㅎ (아이들을 웃기는데,, 최첨단 드라마 기술이 필요한 게 아닌듯,,;;)

 

삐죽 올라간 양갈래 머리, 짝짝이 양말, 기워입은 듯 하지만 비비드한 색감의 옷,,, 

 

"삐삐를 부르는 환한 목소리~ 삐삐를 부르는 상냥한 소리~,, 하고 내가 주제가를 부르면, 디비디에서 나오는 로고음악 삐삐더~ 롱스타킹 밤바라밤밤밤밤밤..하던 아이들이 신기하게 날 쳐다본다.

엄마 어릴 적엔 이 노래가 주제가였어. 나는 그래서 마저 불러준다. " 삐삐를 부르는 다정한 소리~ 삐삐를 부르는 산울림 소리~ 들쑥날쑥 오르락 내리락 요리저리 팔닥팔닥~ 산장을 뒤흔드는 개구쟁이들~ 귀여운 말괄량이 삐삐 귀여운 말괄량이 삐삐 ~어제도 말썽 그제도 말썽 ~오늘은 어떤 일을 할까요? ~귀여운 말괄량이 삐삐 귀여운 말괄량이 삐삐 삐삐"


이렇게 가끔 아이들과 삐삐 시청을 함으로써, 엄마도 니들만할 때가 있었노라고, 니들 못지 않게 삐삐 티비시리즈를 좋아했노라고, 엄마 어릴 적에는 말괄량이 '삐삐'는 남자고, 기구 촬영 중에 떨어져서 죽었다는 소문이 있었지만, 사실 삐삐는 남자도 아니고 죽지도 않았노라고. 30여년전 어린 엄마를 불러내 삐삐를 이야기하며 함께 추억을 공유한다.



 

 

 

 

 

 

 

 

 

 

 

 

주인공인 '삐삐' 역을 맡았던 '잉거 닐슨(Inger Nilsson)'의 모습이다. 어머나 이름이 닐슨이다, 삐삐 어깨에 찰싹 올라앉아 다니는 원숭이 친구 이름도 닐슨 씨인데,,, 아 이사진도 딱 10년전 사진이네 ㅎㅎㅎ




다음은 네이버 지식인에 올라와 있는 잉거 닐슨 내용

스웨덴 동화작가 아스트리드 린드그렌이 1949년 쓴 동화가 바탕인 '삐삐'는 69년에 TV시리즈로 제작된 후 영화로도 만들어져 전세계 어린들에게 많은 사랑을 받았었다.
스웨덴 출신으로 '삐삐'역을 맡은 '잉거 닐슨'은 59년 생으로 69년에 '말괄량이 삐삐' TV시리즈인 'Pippi Longstocking'에 첫 출연했다. 그 이듬해인 70년에는 영화 '말괄량이 삐삐' 1편(Pippi In The South Seas)과 2편(Pippi On The Run)을 촬영했고 73년에는 '말괄량이 삐삐'의 3편인 'Har Kommer Pippi Langstrump'에 출연했다.
그 후 2000년에 '그림쇼름 성(Gripsholm)' 이라는 영화에서 안데르손 부인역으로 출연해 세간의 온갖 루머를 종식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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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극곰 2014-12-17 15: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앙, 삐삐! 주제가의 그 명랑한 목소리도 귓전을 울리네요.
아이들도 조아하나요? 저도 사고픈 생각이 훅 드네요!

icaru 2014-12-17 15:30   좋아요 0 | URL
일단 큰애가 잘 봐요 ㅎㅎ 둘째는 그닥~ ㅎ;;
린드그랜의 다른 책, 에밀은 말썽꾸러기인가,,, 뭐 그런 책을 읽었는데, 같은 작가라고 해줬더니 두 쥔공 성격이 비슷하니까요.. 그나저나 린드그랜은 우리나라 나이로 아흔여섯에 별세했네요~

icaru 2014-12-17 15:48   좋아요 0 | URL
아~ 주제가! ㅎ 귀가, 그러니까 몸이 고스란히 추억을 하는구나! 싶어요... ㅎ

2014-12-17 16:10   URL
비밀 댓글입니다.

책을사랑하는현맘 2014-12-18 23: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이게 출시되었었군요!
저도 삐삐시리즈 너무너무 좋아했어요. 아이들한테 막 말로 설명해 주었었는데 말로만 듣고는 별로 안좋아하더라구요 ㅎㅎ
반가운 얼굴이네요~너무 씩씩하고 너무 귀여웠었어요!

icaru 2014-12-18 23:34   좋아요 0 | URL
크크.. 저도 첨엔 저나 추억하며 보려고 들였는데 워낙 빨간머리앤도 같이 보는 아들이라 그런가 말이죠 ㅎㅎ 삐삐요즘말로 하면 과잉산만증후군?으로 분류될 어린이겠지만 어릴적이나 지금이나 너무 좋네요 하하..
그나저나 지혼자 현맘 님 서재 눈팅해왔었는데~~ 반가워요!!!! 느무!!&^

책을사랑하는현맘 2014-12-19 07:30   좋아요 0 | URL
아. 그러셨어요? 저도 가끔 놀러왔었는데 삐삐 때문에 댓글을 안 달 수가 없었어요^^
반갑습니다~자주 뵈요^^

icaru 2014-12-19 08:09   좋아요 0 | URL
네 특히 육아 교육 학습 쪽 카테고리는 정기구독 수준이었어요.. 한참 전에 올리신 글들일지라도 모아진 텍스트는ㅣ참 유용한거 같아요!! 진짜 반갑습니덩

서니데이 2014-12-20 13: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어렸을때 삐삐 봤는데 오래되어서인지 기억이 많이 남아있지는 않아요, 사과 구어서 먹는 장면이 있었던 것 같은데, 확실히 잘 기억은 안나요, 예전에 소년이고 사고를 당했다고 하는 이야기 있었는데, 저 사진 신문에서 보고 어, 했었어요, 그 얼굴이 남아있어서요,
Icaru님, 좋은하루되세요

icaru 2014-12-20 23:12   좋아요 1 | URL
그죠... 삐삐 얼굴이 그대로인거 ㅎ..
전 진짜 어릴적 기억 중에 그닥 좋았던 건 없는데.. 이런 외화시리즈나 만화시리즈 참 재밌게 본거.. 그게 커서 자양분인것만 같구 그래서.. 우리 애들도 티비삼매경에 짜증 나면서도 동시에 그래 마니~ 봐두어라 싶기도 하구여 ㅎ;;,
 
불황 10년 - 불황이라는 거대한 사막을 건너는 당신을 위한 생활경제 안내서
우석훈 지음 / 새로운현재(메가스터디북스) / 201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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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저자는 아주 가까운 지인에게만 전수했던 '진짜' 노하우를 여기(책) 공개한다고 했다. 가슴 한켠에 영원히 지워지지 않을 상처를 남기기 전에, 약간의 창피함 정도는 감수하자는, 정치가 실패한 불황의 시기에 개인의 선택은 옹졸해지지만 어쨌든 살아남자는, 폼 안 나고 모양새 빠지는 일이 되더라도 그렇게 살아남아 보자는 이야기.

진정성 면에서는 대박이다.

 

 

불황 10년, '나쁜 교육'이 치료되는 시기

중고등학교 수학을 전체적으로 살펴보면, 기하학을 소개하고 기하학의 위상을 알려주는, 소위 수학 전반에 대한 오리엔테이션이 부족하다. 이 부분에 좀 더 많은 시간을 들여서, 예를 들면 수학사에 나오는 에피소드들을 들려주는 방식으로 오리엔테이션을 하면 수학이 좀 다른 식으로 받아들여질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대학입시에 맞춰 앞부분을 뭉뚱그려 가르치면, 유클리드 평면에서 생겨나는 자연수나 실수에 관한 개념은 학생들에게 그냥 암기과목이 되어버리고 만다. 실제 우리나라의 수학 교육 과정을 좀더 철학적이며 기본에 해당하는 이 앞부분을 '알 사람만 이해해라' 그러고는 후다닥 지나치고 응용편이나 실전편인 방정식으로 들어가버리니, 그게 정상적으로 이해될 리... 기하학이 수학의 중심이라는 것을 명확히 하고 나면, 뒷부분이 좀 더 체계적으로 이해가 될 수 있다.  암기나 응용 기법이 중요한 게 아니라 언어로서의 시스템에 대한 이해가 핵심인데, 이 앞부분을 대충 넘어가는 게 우리나라 수학교육이 부딪친 문제의 근본 이유일 것이다.

여기에 대해서 학생들이 스스로 이해할 수 있는 길을 생각해보자면, 나는 약간의 편법을 제시... 유클리드나 기하학을 아무리 이야기해도 사실 쉽고 편안하게 쓴 과학도서를 읽는 것이 오히려 도움이 될 것이다. 유클리드 우주관을 벗어나려고 했던 20세기 천문학에서 시작된 일련의 노력들, 예를 들면 빅뱅에 대한 이야기라거나 양자역학의 수많은 에피소드들을 즐겁게 읽다보면, 그와 연관된 유클리드 세계, 수학에 대해서 더 쉽게 이해할 가능성이 커진다. 다행히도 이 분야에서는 중고등학생들도 손에 잡을 수 있는 좋은 과학도서가 많다. 수학을 위해서 과학책을 먼저 읽는 게 좀 편법이기는 하지만, 다행히 수학책이나 과학책이나 다 양서들이라서, 어쨌든 읽어두면 평생 두고두고 도움이 된다. 이런 이야기의 기반이 튼튼하면, 하다못해 sf 등 장르 소설의 작가가 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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