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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본성의 선한 천사 - 인간은 폭력성과 어떻게 싸워 왔는가 ㅣ 사이언스 클래식 24
스티븐 핑커 지음, 김명남 옮김 / 사이언스북스 / 2014년 8월
평점 :
이 책은 인류의 지난 역사가 얼마나 잔인극악무도했던가를 아주 소상히 1180쪽 여에 걸쳐 밝힌 책이다.
86~87쪽
홉스의 [리바이어던](1651)의 주목할 만한 대목에서 불과 100단어로 폭력의 동기를 분석했는데, 현대의 어떤 분석에도 뒤지지 않는 통찰이다.
"인간의 본성이 이러하니, 싸움에는 세 가지 주된 원인이 있다고 할 것이다. 첫째는 경쟁, 둘째는 불신, 셋째는 영광이다. 첫째는 이득을 노려 침입하는 것이고, 둘째는 안전을, 셋째는 평판을 노린다. 쳇째는 남에게 딸린 일꾼, 아내, 아이, 가축을 자신이 갖기 위해서 폭력을 쓰는 것이다. 둘째는 그것들을 보호하기 위해서 폭력을 쓰는 것이다. 셋째는 말, 웃음, 다른 의견, 기타 자신에게 직접 가해졌거나 친척, 친구, 나라, 직업, 이름에 간접적으로 가해진 멸시의 신호 따위 사소한 것 때문에 폭력을 쓰는 것이다. "
여기서 둘째 불신에 주목하게 되었다. 불신은 오늘날 표현으로 하자면, '두려움'이다. 상대방이 나를 공격할 계획이 없다 하더라도, 내가 상대방에게 제압될지도 모른다는 걱정, 근심. 따라서 나에게는 그를 먼저 제압해야 하는 동기가 생기게 된다.
지적 행위자들은 어떻게 홉스의 함정에서 벗어날까? 제일 확실한 방법은 억제 정책이다. 먼저 공격하지는 말 것. 첫 공격을 버텨낼 만큼 강할 것. 공격자에게는 같은 방법으로 보복할 것. 신뢰성 있는 억제 정책은 상대에게서 이득을 노려 침략할 동기를 제거한다. 보복으로 치를 대가가 노획물의 기대 가치를 상쇄하기 때문이다. 상대는 두려움 때문에 침략할 동기도 느끼지 않는다. 당신이 선제 공격을 하지 않기로 했으니까. 게다가 억제 정책은 선제 공격의 필요성을 낮추므로, 당신도 선제공격의 동기를 덜 느끼게 된다. 하지만 이런 억제 정책은 보복하겠다는 위협이 신뢰성이 있을 때에만 유효하다. 상대가 보기에 당신이 첫 공격에서 쓰러질 만큼 나약하다면, 상대는 보복을 두려워할 이유가 없다. 상대가 보기에 당신이 공격을당해도 합리적 판단에 따라 보복을 억제할 것 같다면, 달리 말해 이미 늦었으니 보복해봐야 소용없다고 판단할 것 같다면, 상대는 당신의 합리성을 이용하여 안전하게 당신을 공격할 것이다.
이와 같다면, 홉스의 리바이어던에 나온 셋째 항목, 말, 웃음, 다른 의견, 기타 자신에게 직접 가해졌거나 간접 가해진 멸시의 신호 때문에 폭력을 쓰는 이유도 설명이 된다. 리바이어던 이론을 한마디로 정의하면 법이 전쟁보다 낫다는 것인데, 모두가 겁내는 공통의 힘이 없을 때(문명 이전)의 삶이 무력자가 모두에게 평화를 강요하는 상황보다 비참하다는 것. 이러한 홉스 이론에 대항마는 장자크 루소였다고. 많은 인류학자들이 루소의 낭만 이론 편에 섰던 것은, 홉스의 이론대로 하자면, 전쟁은 불가피하거나 혹은 바람직한 것이 되어버리기 때문.
그러나 저자는 홉스나 루소 모두 국가 이전 상태의 폭력이 어떠했고, 삶이 어떠했는지 모르고 한 소리들이라고 말하면서, 이어지는 내용에서 무정부주의적 부족 국가 대 정착 국가의 삶이 어떠했는지 사망자의 수치로 비교하고, 문명화된 삶의 장단점을 살펴보겠다고 한다.
어쩌면 선사시대에 식인이 하도 흔하게 벌어져서 우리의 진화에까지 영향을 미쳤을지도 모른다. 우리 게놈에는 식인 행위로 감염되는 프리온 병에 대한 방어 기제로 보이는 유전자들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괴짜 경제학 이론(스티븐 레빗)은 여자들이 원치 않는 임신을 하는 비율이 1973년 전후로 비슷했다고 가정한다. 아이가 태어나느냐 마느냐만 달랐는다는 것이다. 그러나 낙태가 합법화되었을 때, 연인들은 그것을 산아제한에 대한 보완책으로 여겨 피임 조치 없는 섹스를 더 많이 했을지도 모른다. 만일 여자들이 원치 않는 임신을 더 많이 하게 되었다면, 낙태를 더 많이 하더라도 원치 않는 아이의 출생 비율은 일정했을 수도 있다. 오히려 더 늘었을수도 있다. 낙태라는 선택지에 대담해진 여자들이 순간의 열기에 휩쓸려 피임없는 섹스를 더 많이 한 뒤, 임신 후에는 꾸물거리며 낙태를 미루거나 결국은 낙태할 마음을 고쳐먹었다면 말이다.
20세기는 정말 최악의 세기였을까?
이 의문을 망상으로 볼 수 있는 두 가지 견해
첫째, 20세기 인구 자체가 많았다는 점을 감안해야 함
둘째, 역사적 근시안 즉, 가용성 휴리스틱이라함. 사람들은 구체적 사례를 떠올리기 쉬운 사건일수록 그 사건의 확률을 높게 판단한다. 비행기 추락, 상어 습격, 폭탄 테러처럼 크게 보도되는 사고는 과대평가. 감전, 추락, 익사처럼 숱하게 쌓이지만 언급되지 않는 사건들의 확률 과소평가.
긴 평화는 핵 평화인가
핵 공포로 인해 구축된 균형이 그들을 억제하여, 인류 전체는 아니더라도 문명을 절멸시킬 홀로코스트로 격화할지도 모르는 전쟁을 막았다.
* 매끄러운 번역이 빛이 난다고 생각하는 몇 안 되는 책 가운데 하나에 들 것입니다. 그럼에도, 한 가지만 (천의무봉 번역의 완성도를 위해 먼지하나 치우는 심정입니다~)
120쪽 둘째줄
시체를 찾으러 온 헬리콥터에게도 화살 시위를~ 시체를 찾으러 온 헬리콥터에도 화살 시위를
228쪽 9째줄
아프리카계 미국 사회에게 불평등하게 돌아가고 있다~ 아프리카계 미국 사회에 불평등하게 돌아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