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바른 마음 - 나의 옳음과 그들의 옳음은 왜 다른가
조너선 하이트 지음, 왕수민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14년 4월
평점 :
이 책 참,,, 물건이다.. 감탄사 연발!!!
진화 심리학이라고 하던가,, 생물학과 심리학을 통섭한 장르의 책이라고 할 수 있을텐데... ㅎ
역대 학자들의 이야기를 정리해주고, 이성의 반대가 직관(혹은 감정??)이 아니고, 이성은 직관의 충직한 수행인 혹은 변호인 같은 거라고,,
직관의 반대쪽에 자리잡은 개념은 다름 아닌 추론이고, 추론또한 직관이 먼저 있은 다음에 전략적 추론이 직관의 판단에 따라 그 다음에 수행된다는 뭐... (이게 달리 말하면 이렇다. 직관 즉, 우리는 상황만 모면할 수 있다면 곧잘 거짓말을 하고, 남을 속이며, 또 윤리적 원칙 가은 것은 대충 무시하고 넘어간다. 그런 다음 도덕적 사고를 가지고 평판을 관리하고 내 입장을 정당화한다. 이런 식의 사후 추론이 잘못되리라고는 추호 의심하지 않게 되면, 결국 자신이 하늘을 우러러 한점 부끄러움이 없는 사람이라고 여긴다,,, 물론 현명한 이기심의 관점에서 적용하면 이해가능..)
또한 저자의 정치적 성향은 진보이다. 그런데 진보진영이 왜 다수로부터 지지를 끌어내기 어려운지 보수층과의 도덕기반 차이를 중심으로 이유를 찾아낸다. 보수(공화당) 진영은 진보(민주당) 진영보다 사회적 직관주의자 모델을 더 잘 이해하고 있다고.
보수층은 6가지 도덕 기반을 판단 근거로 삼지만, 진보 진영은 세 가지만 사용하는,,, (어떻게 보면, 적을 알고 나를 알아야 백전백승,,,) 이라는 말을 에둘러 하고 싶었는지도 모른다...
도덕심리학을 토대로 전부터 궁금했던 것에 대한 이해의 단초를 마련할 수 있었다. 일전에 <왜 가난한 사람들은 부자를 위해 투표하는가> 라는 책이 있었다. 미국의 시골 주민과 노동 계층은 일반적으로 공화당에 표를 던지는 경향이 있는데, 왜 그런가 하는 내용이었다. 재분배를 통해 국민들에게 좀더 공평하게 돈을 나누어주고자 하는 쪽은 오히려 민주당인데도 말이다. <왜 가난한 사람들은~>이라는 책에서는 이들이 이렇게 자신의 경제적 이해에 반하는 식으로 투표하는 것은 공화당의 농락에 넘어간 때문이라는 요지의 말을 하는데, 이 책 즉 '도덕성 기반 이론'에서 보면, 시골 지역과 노동자 계층 유권자들은 사실 자신의 도덕적 이해에 따라 투표하고 있는 것이라고. 자신의 나라가 피해자들을 돌보고 사회의 정의를 실현시키는 데만 매달리는 것은 원치 않는 것이란다.
이 책 1부는 도덕심리학의 첫번째 원칙을 중심으로 논했다. "직관이 먼저이고, 전략적 추론은 그다음이다"라는 것이다. 2부에서는 그러한 직관들 하나하나를 세세히 설명해나갔고, 그 과정에서 두번째 원칙 "도덕성은 단순히 피해와 공평성 차원에만 국한되지 않는다는 것, 3부에서는 이 다양한 도덕성 때문에 좋은 사람들 사이에 너무도 쉽게 편이 갈리는 모습을 살펴보고 있다. 이렇게 편이 갈라지면 사람들은 서로를 이해하려고 하지는 않고 적대적으로 싸우기만 한다. "도덕은 사람들을 뭉치게도 하고 눈멀게도 한다"라는 것. 3부는 뭉치면 살고, 흩어지면 죽는다는 이승만 박사의 목소리를 떠올리게 하는 내용으로 시작한다.
223~225
공감 능력을 잃은 바른 마음
자폐증은 정신병 분류가를 수십년 동안 애먹여 온 질병이다. 한 가지의 별개 병증으로 콕 집어지지가 않기 때문이다.
자폐증에 보통 ‘스펙트럼’ 장애라는 설명이 붙는 것도, 자폐증은 사람마다 더하고 덜한 차이가 날 수 있기 때문이다. 더구나 어디까지가 심각한 정신병이고 어디까지가 그저 타인의 마음을 잘 읽지 못하는 수준인지 그 경계도 명확하지가 않다. 다만 이 스펙트럼의 가장 끝에 있는 자폐증 환자들의 경우는 마음 자체를 볼 줄 모른다고 여겨진다. 보통 사람들이 타인의 의도나 욕구를 파악할 때 사용하는 사회적 인지 소프트웨어를 이들은 갖고 있지 못하다. 사람의 성향 파악에 이용할 수 있는 스펙트럼에는 사실 두 가지가 있다고 한다. 바로 공감 능력과 체계화 능력이다. 공감 능력이란 “상대방이 어떤 감정과 생각을 가졌는지 알아내고 나아가 거기에 적절한 감정을 반응하려는 힘”을 말한다. 만일 여러분이 논픽션보다 픽션을 더 좋아하고, 모르는 사람과도 즐겁게 얘기를 나누는 경우가 많다면 아마도 여러분은 공감 능력이 평균 이상인 사람일 것이다. 한편 체계화 능력은 “체계 안에 들어 있는 변수를 분석해내려는 힘, 나아가 어떤 체계에서 행동이 나타날 때 그것을 지배하는 숨은 규칙을 분석해내려는 힘”을 말한다. 지도와 기기 사용 매뉴얼을 잘 읽어내고 기계가 어떻게 돌아가는지 알아내기를 좋아한다면, 아마도 여러분은 체계화 능력이 평균 이상인 사람일 것이다.
.... 유전자와 태아기의 인자가 특정 방식을 조합될 경우 공감 능력은 지극히 낮고 체계화 능력은 지극히 높은 뇌가 만들어질 수 있는데, 이러한 뇌를 가진 사람에게서 나타나는 것이 바로 자폐증이다. 즉, 아스페르거 증후군(고기능 자폐의 하위 형태)를 비롯한 일군의 자폐증은 별개의 병이라기보다는 인성 공간의 특정 구역으로 보는 편이 더 바람직하다. 서양철학에서 누가의 선구적 윤라힉 이론을 세운 인물들 역시 체계화 능력은 그 누구보다 뛰어났으나 공감 능력은 다소 떨어지는 이들(공리주의 창시자 벤담도 아스페르거 증후군였음)이었다.
246~247
얼마 전까지만 해도 과학자는 함부로 인간 행동의 어떤 특징이 선천적이라고 주장하고 나서지 못했다. 그러한 주장을 했다간 해당 특성이 인간 안에 미리 내장되어 있고, 그것이 경험으로도 바뀌지 않으며, 더불어 그 특성이 모든 문화에 다 나타나고 있음을 입증해내야 했기 때문이다. 이런 식의 정의에 따르면, 우리 인간이 선천적으로 타고나는 특성은 몇 가지 되지 않는다. 고작해야 갓난아기들의 그 고사리 같은 손에 손가락을 집어넣을 때 보이는 앙증맞은 반사 반응 몇 가지가 다일 뿐이다. 옛날에는 이런 행동보다 복잡한 무엇(특히 성별에 따라 차이나는 특성)을 선천적으로 제시하면, 지구상 어디엔가는 그렇지 않은 부족도 있으니 그 특징은 선천적인 것이 아니라는 반응이 나오기 일쑤였다.
... 마커스는 한결 나은 비유를 제시한다. 즉, 인간의 뇌는 한권의 책과 같고, 엄마의 배 속에 있는 동안 유전자가 그 초고를 쓴다는 것이다. 따라서 태어날 당시 책에는 어느 장도 완성되어 있지 않으며, 일부는 아예 개요만 대략 정해져 있어서 아동기를 거치며 그 내용을 채워야 한다. 그러나 각 장(성욕, 언어, 음식 취향, 도덕성에 관한 내용이라고 하자)은 또한 완전히 빈 여백은 아니어서 사회가 생각나는 대로 아무 말이나 써넣을 수 있는 것도 아니다.
자연이 초고를 주면, 경험이 그것에 수정을 가한다. ....'내장'이라는 말은 변할 수 없다는 의미가 아니다. 그저 경험 이전에 구조화되어 있다는 의미이다.
248
파충류는 동물 중에서도 그 차가운 성격 때문에 욕을 많이 먹는다. 이들은 단순히 피만 차가운 게 아니라 가슴까지 차갑기 때문이다.
474
종교가 이루어내는 도덕적 선행과 확실하고 강하게 연관된 사실은 단 하나, 바로 사람들이 동료 종교인과의 관계에 얼마나 단단히 얽혀 있는가 하는 것이다. 도덕 매트릭스 안에서 맺어지고 이루어지는 우정과 집단 활동이 이타심을 강조하고 있었던 것이다. 사람들에게서 최선을 이끌어내는 힘도 바로 그것이었고 말이다. ...이웃을 사랑하는 데에서 중요한것은 종교적 믿음이 아니라, 바로 종교적 소속감이다.
476~477
군사점령이 일어난다고 그것이 자살 폭탄 테러까지이어지는 일은 대체로 없다. 자살 폭탄 테러까지 일어나려면 젊은이들이 몰려들 만한, 그래서 그들이 더 큰 대의를 위해 순교까지 감행할 만한 그런 이데올로기가 반드시 자리 잡고 있어야만 한다. 이러한 이데올로기는 비종교적일수도 있고(마르크스, 레닌주의를 지향하는 스리랑카의 과격파 단체 타밀 타이거즈의 경우처럼), 종교적일 수도 있다.( 시아파 이슬람교돋르의 경우가 그렇다. 이들은 1983년 자살 폭탄 테러를 일으켜 미국을 레바논에서 철수시킴으로써 이 전략이 효과적일 수 있음을 세상에 처음으로 입증해 보였다.) 즉, 어떤 것이든 사람들을 하나의 도덕 매트릭스로 엮을 수 있기만 하면, 그리하여 내부 집단은 미화하고 동시에 타 집단은 악으로 몰 수 있기만 하면, 거기에서 도덕ㅇ르 내새운 살인은 얼마든지 나올 수있다. ...종교는 잔혹행위의 방조자....
종교란 결국 도덕의 외골격이다. 만일 지금 여러분이 어떤 종교적 공동체 안에서 살아가고 있다면, 그곳에서는 일련의 규범 인간 관계, 제도 등 여러붐을 옭아매고 있을 것이다. 좀더 느슨하게 짜인 공동체 안에서 살고 있는 무신론자라면, 여러분은 아마 내면의 도덕 나침반에 의지해서 기수가 읽어주는 방향에 따라 살아가야만 할 것이다. 합리주의자의 눈에는 아마도 후자가 훨씬 매력적으로 비치겠지만, 후자는 곧 아노미로 이르는 지름길이기도 하다. 아노미는 뒤르켐이 고안해낸 말로, 사회가 더 이상 공통의 도덕 질서를 갖지 못할 때 나타나는 현상을 가리킨다. 우리 인간은 공통의 매트릭스 속에서 함께 살고, 거래하고 신뢰하도록 진화해왔다. 사회가 개인과 연결된 끈을 놓아버릴 경우 ...그 결과는 행복감의 저하와 자살의 증가이다.
495
새로운 경험에 노출되었을 때 즐거움을 덜(혹은 더) 느낀다. 이는 진보와 보수를 구별할 때 일관되게 발견되는 주된 성격적 요소에 해당한다. ..위협에 대한 민감성(이를 테면 보수주의자들은 죽음을 상기시키는 것에 더 강하게 반응하는 경향이 있다)아니면 경험에 대한 개방성(이를테면 진보주이자들은 질서, 구조, 폐쇄의 필요성을 덜 느끼는 경향이 있다.)과 관련되어 있음을 알 수있다.
496
한 연구에서 밝혀진 바에 따르면 여성이 성인이 되어 진보주의자를 자처할 경우 그들에게는 유치원 때부터 선생님들에게서 듣는 평가가 따로 있다고 한다. 즉, 이들은 대체로 자극에 그다지 예민하지 않고 새로운 것을 찾아 나서는 경향에 일치하는 특성들을 보인다. 나중에 커서 진보주의자가 되는 아이들은 호기심이 많고 언변이 좋으며 자립적이지만, 자기주장을 내세우고 공격적이며, 순종이나 단정함과는 약간 거리가 있는 것으로 묘사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