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 오빠 돈 없다. 

취한 걸음이었다. 갈 지()자 까지는 아니더라도 비틀거리고 있음을 느낄 수 있었다. 취해서 뭔가 중얼거리고 있었던 것 같다. 뭐라고 했는지는 기억나지 않는다. 그냥 누군가의 따뜻한 손길이. 포근히 감싸줄 수 있는 마음이 그리웠다. 누군가 내 손을 잡아줬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바램이 현실이 되었다. 그것은 기적이었을까. 누군가가 내 팔은 감으며 달라붙었다. 짙은 화장을 한 여성이었다. '오빠, 관심있어?'하고 물어왔다. 그제서야 정신이 번쩍 들었다. 새벽 2시가 조금 넘은 시간. 인적이 드문 길이었지만 그래도 차가 다니는 도로 곁이었다. 어디 용산이나 청량리 같은 곳도 당연히 아니었고, 우리집으로 가는 길이었다. 정신을 차리고 보니 내 팔을 감은 여성의 몇 발짝 뒤에 남자 하나가 무언가에 걸터앉아 있었다. 이건 대체 무슨 일이야? 취한 머리가 잘 돌아가지는 않았지만, 분명 저 남자와 이 여성이 나에게 좋은 상황을 만들어주지 않을 거라는 건 확실했다. 내가 별다른 반응이 없자, 여자는 다시 물었다. '오빠, 우리 저기 가서 한잔 할까? 오빠가 사줄거지?'라고 물었다. 나는 최대한 기분나쁜 웃음을 보여주고, 팔을 빼냈다. '오빠 너한테 관심없다. 비켜라!' 그러자 여자는 애교섞인 웃음을 던지며 다시 내 팔을 끌어안았다. '에이, 오빠 좋으면서, 왜그래? 한번 팅겨보는거야?' 나는 좀더 완강하게 팔을 빼내고 비틀 한 걸음을 내딛으며 '오빠 지금 취해서 너랑 놀 정신이 아니니까, 그만 비켜라' 라고 말했다. 그제서야 여자도 더 상대할 마음이 사라졌는지 한발 뒤로 물러났다. '뭐야, 마음은 있는 거 같은데, 왜 망설여? 술 한잔 사달라니까.' 라고 비교적 작은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나는 비틀비틀 걸으며 왼손을 어깨 위로 들어올려 흔들어주고 한마디 덧붙였다. '오빠 돈 없다!' 

둘. 책을 읽어야 해! 

아무리 생각해도 욕심이 지나쳤다. 한꺼번에 책 7권을 붙들고 있다. 하나라도 다 읽어내고 다른 책으로 넘어갔으면 좋았을텐데, 이거 조금 읽다가, 또 저거 조금 읽다가 하려니까 진도가 더 안나가는 것 같다. 하필 이번주 금요일과 다음주 월요일에 각각 독서모임이 잡히다니. 한 달에 두 개의 독서모임을 나가는 건 역시 너무 무리가 아닌가 싶다. 요즘처럼 일주일이 술, 육아, 술, 술, 육아 이렇게 반복되는 날이면 더더욱 책읽을 여유가 별로 없다. 게다가 최근에 스마트 폰으로 바꾼 후로는 지하철에서도 책을 안읽고, 메일 확인을 하거나, 인터넷 서점을 들락거리며 책을 검색하며 시간을 보내게 되었다. 일단 다른 생각할 여유가 별로 없다. 무조건 읽어야 한다!  

 

 표지가 참 예쁘다!   
 어릴 때부터 고래라는 거대한 생명체에 매료되곤 했다. 
 우리가 잘 알지 못하는 고래의 삶에 대해  
 여성 특유의 섬세하고 포근한 문체로 조근조근 알려준다.
 좋다!
 저 바다속 깊은 곳에 사는 신비한 세계를
 조금씩 조금씩 알아가는 맛이 좋다!

 

 

 
 테스를 읽었던 게 언제쯤이었던가.
 문고판으로 나온 세계문학전집을 통해서였을텐데,
 아마 중학생때였을까.
 좀 묘한 기분으로 책을 읽어내려가던 기억이 난다. 
 이번에 다시 읽으면서 내용이 하나도 기억나지 않는다는 
 사실을 새삼 깨달으며 놀랐다! 

 전라도 사투리를 쓰는 테스라니!
 뭔가 안어울리는 느낌이 들었는데,
 읽다보니 또 나름의 맛이 있는 것 같다.
  

 

     

 오강남 선생의 <세계종교 둘러보기>를 읽다 말고,
 방치해두고 있었다.
 종교에 대한 책들을 몇 권 읽다가, 자연스럽게 옮겨왔는데, 
 읽는 도중에 갑자기 관심사가 다른 주제로 바뀌는 바람에
 한동안 눈길을 주지 못했다.

 종교를 믿지 않는 탓에(주위에서는 빨갱이라서 그렇다고 하는데,
 사실 아주 어릴때부터 나는 신의 존재를 믿지 않았다!)
 종교라는 단어 자체에 별 관심이 없었는데,
 어느날 한국 사회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종교에 대해 알아야 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책은 워낙 주위 분들의 평이 좋아서 선택했다.
 이 책과 함께 <세계종교 둘러보기>도 얼른 마저 읽어야겠다.  

 

 책읽기 모임에서 선택한 책.
 사실 현대 자본주의 사회에서 모든 정치, 사회 문제는
 결국 돈의 문제로 귀결된다고 여겼다.
 
 돈이라는 존재를 좀 더 근본적으로 살펴보고 싶었다.
 이 책을 다 읽고 나면, 좀 더 잘 알게 될지 어떨지 모르겠다

 

 

 

   

 또 다른 책읽기 모임에서 선택한 책.
 처음에 책을 선택할 때는 몰랐는데,
 좀 살펴보니, 예전에 주욱 훑어보고 내려놓았던 책이다.
 사회를 변화시키기 위한 혁신적 아이디어들의 모음집이다. 
 이른바 '지구 입양 프로젝트'라는 것인데,
 무려 180여개의 아이디어를 모아놓았다.
 어떤 것은 흥미롭고, 
 또 어떤 것은 그냥 그렇다.
 한번에 다 읽자니 조금 귀찮아서,
 생각날때마다 하나씩 듬성듬성 건너뛰며 읽고 있다.  

 

  

 전재산이 29만원 밖에 없다던 전두환을 생각하면,
 정말 저런 쓰레기 같은 자식과 같은 땅에 살고 있다는게
 치가 떨리도록 싫다!
 강풀의 <26년>이 현실이 되면 좋겠다는 '나쁜'생각을 하곤 했다.
 29만원을 생각하면 나는 늘 '시공사'가 생각난다.
 그리고 '리브로'가 생각난다. 
 인터넷서점은 지금 '대교'로 넘어갔지만,
 대형서점으로서는 여전히 건재하지 않은가.
 아무리 좋은 책이라도 절대 '시공사'책은 사지 않겠다고
 마음먹은지 꽤 오래되었다.
 그래도 시공사는 나날이 몸집을 불려가고 있다.
 이 책은 읽으며 다시 한번 분노를 불태워야겠다.

  

 <희망을 찾는가>, <그라민 은행이야기>에서 자연스레 넘어온 책.
 책이름은 '착한 돈'이고, 출판사 이름은 '착한 책가게'라니,
 왠지 꼭 읽어줘야 할 것 같은 기분이 든다. 

 <세계에서 빈곤을 없애는 30가지 방법>을 쓴 '다나카 유'가 썼다.
 위에 소개한 <돈의 인문학>과 함께 읽고 있다.
 이번 달에는 돈에 대해 제대로 파헤쳐보게 될 것 같다. 

 

 

  

 

 

주욱 나열해놓고 보니, 참 많다! 어쩌자고 저 책들을 한꺼번에 읽겠다고 덤벼든 건지.
넋두리는 그만! 어서 읽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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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ella.K 2011-06-16 12: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충청돈데요? 왜 그랬냐고 물어보니 번역자가 충청도가 고향이시랍니다.
알지님도 전라도라고 하는 걸 보면 두 분 다 서울분인 것 같습니다.
실은 나도 서울인데...ㅋ

감은빛 2011-06-17 10:18   좋아요 0 | URL
앗! 충청도였군요!
집에 가서 다시 한번 살펴봐야겠네요.
저는 서울 아니고 갱상돈데요. ^^

무해한모리군 2011-06-16 13: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정말 거인을 바라보다는 너무 예뻐요.

저도 네권을 한꺼번에 읽고 있어요 이 페이퍼가 왠지 위안이 되네요 ㅋㄷㅋㄷ

감은빛 2011-06-17 10:19   좋아요 0 | URL
모리님께 위안이 되었다니, 다행입니다! ^^
표지가 참 예쁜데, 책 안에 사진이 거의 없어서 좀 아쉽죠.
표지만큼의 사진이 여럿 있었다면, 훨씬 더 대박이었을텐데요.


무해한모리군 2011-06-17 12:42   좋아요 0 | URL
아니 이런 책안에는 사진이 거의 없군요...
정말 아쉽네요.

마녀고양이 2011-06-16 14: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감은빛님, 술 마니 드시는군요?
사람도 많이 만나시나봐요. 거기다 독서 모임도 두개나.
부럽기도 하고, 힘들겠다 어떻게 저걸 다 하시지 싶기도 하고.

천천히, 하늘 보고, 바다 보고, 별 보고, 우주 보고... 그렇게 하고픈 한낮입니다.
음, 오빠, 돈 없으셨어요? 홍홍.

감은빛 2011-06-17 10:21   좋아요 0 | URL
네, 술도 많이 마시고, 사람도 많이 만나는 편입니다.
예전에 시민운동단체에 있을때에도 그렇고,
지금 하고 있는 영업일도 그렇고,
술도 많이 마셔야 되고, 사람도 많이 만나야 하는 일이더라구요.

하고 싶은 건 참 많은데,
뭐하나 제대로 해내지 못하는 것 같은 기분을 늘 느낍니다.
더 많은 노력이 필요하지 않나 싶습니다.

흠흠 저 요즘 돈이 좀 없어요! ㅠ.ㅠ

아이리시스 2011-06-17 01: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빠 돈 없다]는 꿈얘기 같아요. 씁쓸하면서 우스운. 마음이 쟁하고 내려앉는 장면이예요. 저는 [그라민 은행 이야기]랑 [굿머니]를 찜할 겁니다. 감은빛님 서재에서 저는 늘 제가 못보는 책을 찜해요. 그런데 책읽기 모임 두 개는 너무 벅찰 것 같아요. 항상 바쁘신 것 같았는데 그래서인가 봐요.^^

감은빛 2011-06-17 10:25   좋아요 0 | URL
꿈이었다면 오히려 더 좋았겠다 싶어요.
사실 당시에는 취해서 잘 몰랐지만,
나중에 생각해보니,
자칫 잘못했으면 그 남녀 한쌍에게 무슨 짓을 당했을지도 모르겠다 싶었어요.

책읽기 모임이 두 개가 된 건 한달 전부터입니다.
제가 늘 바쁜 이유는 조기 위에 글에도 써놓았지만,
술, 육아, 술, 술, 육아 이렇게 무한 반복되는
일상때문입니다.

아이리시스님께 좋은 책을 소개해드려서 저도 기쁘네요! ^^

양철나무꾼 2011-06-20 17: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러니까, 감은빛님은 소설을 쓰셔야 합니다.
뒷 얘기가 엄청 궁금하다니까요~^^

요번엔, 오강남 님 것만 가지고 있네요~

감은빛 2011-06-23 12:09   좋아요 0 | URL
늘 칭찬해주셔서 고맙습니다!

요번에는 하나 밖에 안 겹쳤군요. ^^

루쉰P 2011-06-22 22: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시공사 책 저도 절대 안 사요. ^^ 완전 불매죠. 아무리 좋은 책이 출판됐다고 하더라도 말이죠.
흠..양철댁님 의견에 찬성의 한 표를 던집니다.

전 돈도 없고, 미모도 없어요. 크흑...

감은빛 2011-06-23 12:10   좋아요 0 | URL
그럼요! 시공사 책은 절대 사지 말아야 합니다.
어린이, 청소년 책은 제법 좋은 책이 많아서, 안타깝긴 합니다.

돈도, 미모도 없을지 몰라도, 루쉰님은 충분히 멋진 분입니다! ^^
 

배가 고프다. 삼일째 굶고 있다. 아니 삼일동안 죽 한 그릇과 밥 반그릇을 넘겼으니, 엄밀히 말하면 굶은 건 아닌건가? 언젠가 새로나온 매뉴라서 궁금해서 시켰던 '특매운짜장면'을 먹고 속에 탈이나서 삼일을 굶은 적이 있었는데, 이번에도 배탈이 났다. 토요일 저녁에 뭔가를 잘 못 먹었는지 배탈이 났다. 월요일인 어제는 일터에서 꽤 중요한 날이었는데, 도저히 나갈 수가 없어서 하루를 쉬었다. 오늘 아침에도 마음 같아서는 하루만 더 쉬고 싶었지만, 억지로 몸을 움직여 출근 준비를 했다. 거울을 보니 얼굴살이 쏙 빠졌다.(근데 왜 뱃살은 큰 변화가 없는 걸까나?) 속이 비어서 그런건지, 온 몸에 힘이 없고, 정신이 멍하다. 평소보다 더 오래 걸려서 출근을 하고, 급한 일을 처리하고, 동료들이 밥을 먹으러 나간 동안 혼자 사무실을 지켰다. 배는 고프지만, 도저히 밥을 넘길 수 없을 것 같아서다. 

생각해보니, 포크레인에 쇠사슬로 몸을 묶어서 자물쇠를 채워버린다던가. 중장비 밑에 기어들어가서 버틴다던가 등등 과격한 투쟁은 몇 번 해봤으나, 단식투쟁은 한번도 못해봤다. 나는 먹는 걸 너무 좋아해서 단식을 하면서 싸우는 건 상상할 수 없다. 가끔 단식투쟁에 들어간 선배들이 힘들어하는 걸 보면서, 아무리 주위에서 등을 떠밀어도 단식은 하지 말아야지 했던 생각이 난다. 

동료들이 밥을 먹고 돌아와서 각자 컴퓨터 앞에 앉았다. 누군가는 외근을 나가고, 누군가는 졸기 시작했다. 나도 졸린다. 새벽에 3번이나 깨서 화장실을 다녀왔다. 그런데 속이 비어서 잠도 안온다. 속이 비어서 머리가 멍하다. 도저히 일을 못하겠다. 일하는 척 하면서 여기저기 돌아다니며 평소 못읽었던 글을 읽는다. 뭐라고 댓글도 남겨본다. 과연 이 글에 어울리는 말을 남기는 건지 어떤지는 모르겠다. 그냥 아무 생각이 없다. 

언젠가 어느 선배가 말했다. 단식투쟁을 하는 사람은 딱 단식만 해야한다. 그 사람이 전략에 관여하고 협상테이블까지 앉으려고 하면 안된다. 단식을 하면 아무래도 생각이 원활하지 못할 수도 있기 때문에 그렇다고 했다. 그런데 나는 아주 중요한 국면에서 단식에 들어간 선배가 전략에 관여하는 모습을 여러번 보았다. 그때의 전략이 과연 옳았는지, 잘못된 것이었는지는 잘 모르겠다. 그러나 다른 선택을 했다면 결과적으로 다른 결과를 불러오지 않았을까 아쉬움이 남기는 한다. 

멍한 머리로, 자꾸만 오타를 내면서 이렇게 자판을 두드리는 이유는? 나도 모르겠다. 그냥 빨리 집으로 돌아가서 밥을 끓여서 한 그릇을 목으로 넘기고, 아이들과 잠시 놀아주다가 자고 싶다. 그때까지 일하는 척 하기 위해서 이렇게 자판을 두드리는 걸까? 뭐 그렇다고 해두자. 

전화를 한 통 받았다. 며칠째 매달렸던 일과 관련된 매우 중요한 전화였다. 예전에 한번 컨택했다가 잘 진행이 안되었던 곳이었는데, 오늘 한번 더 메일을 보내서 조금 양보한 조건을 제시했었다. 상대방은 전화로 거기서 조금만 더 양보하면 안되겠냐고 물었다. 이미 많이 양보한 조건이었는데, 더 양보하기는 곤란했다. 어떻게 설득해야 할까. 이 일을 성사시키지 못하면 상당히 곤란해지는데, 자칫 고집을 부리다가 일을 그르칠 수도 있었다. 그렇지만 여기서 더 양보하면 그것도 곤란한 상황인데...... 머리가 멍했지만 열심히 입을 놀렸다. 뭐라고 말했는지는 모르겠지만, 한참 후에 상대방은 일단 한발 물러섰다. 구체적인 사항은 만나서 얘기하고, 일단 거래를 하는 방향으로 대화를 마무리했다. 

아, 오늘은 몸도 안좋고, 머리도 멍해서 왠만하면 중요한 일은 미루고 있었는데, 얼떨결에 중요한 거래를 하나 성사시켰다. 덕분에 한동안 일 안하고 딴짓 했던 것도 하나도 안 미안해도 되겠다. 오늘 밥값은 충분히 했다. 그럼 맘놓고 좀 더 딴짓을 해볼까나~~~~! 아~ 배고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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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쉰P 2011-06-14 16: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휴...탈이 나신데다가 일까지 하시다니..이중고가 겹치셨네요. 저도 예전에 장염으로 입으로는 먹고 밑으로는 바로 내려버리는 일을 당한 적이 있는데 거의 기절할 뻔 했어요. ^^ 이럴 때는 쉬시는 것이 제일입니다.
과격한 투쟁도 여러 번 하셨군요. ^^ 근데 단식 투쟁이라니 거기까지는 너무 무리하시면 안 된다고 봅니다. 힘 내시고 오늘 푹 좀 쉬세요.

감은빛 2011-06-15 18:17   좋아요 0 | URL
결국 퇴근 시간을 넘겨서 돌아갔습니다.
아이들 밥먹이면서 밥을 먹었어요.
어제 낮까지 굶었던 게 효과가 있었는지,
저녁에는 한결 낫더라구요.

오늘 아침엔 완전히 나은 것 같습니다.
염려해주신 덕분입니다! ^^

책을사랑하는현맘 2011-06-14 19: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먹는거 좋아하는 사람에게 체하거나 탈이 나는건 엄청난 고문인데요... 어서 완쾌하세요~
몸도 안 좋으신데 일을 성사시키셨다니... 그냥 몇일 푹 쉬셨음 좋겠네요 ㅎㅎ

감은빛 2011-06-15 18:19   좋아요 0 | URL
한창 바쁠때라서, 오히려 평소보다 더 열심히 일하고 있습니다.
며칠 안에 중요한 거래 세 건을 더 성사시켜야 합니다.

현맘님께서 마음써주셔서 다 나았습니다.
고맙습니다!

blanca 2011-06-14 21: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배탈이 나면 온 몸에 힘이 쭉 빠지더라구요. 저도 지난 주 아이스 커피를 많이 마셨다가 고생 좀 했답니다. 배가 너무 아파서 순간 무섭기까지 하더라구요. 아무쪼록 빨리 회복하셔서 맛난 것 맘껏 드시기 바랍니다.

감은빛 2011-06-15 18:20   좋아요 0 | URL
저도 얼음이 가득한 수정과를 거푸 몇 잔 들이켰는데,
그 때문이 아닌가 의심이 되기도 합니다.
사흘간 정말 힘들었습니다!

블랑카님께서 염려해주신 덕분에 다 나았습니다.
이제 맛난거 먹을 일만 남았네요. ^^

양철나무꾼 2011-06-15 02: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얼마전 다리에 쥐가 난다고 하시더니, 요번엔 배탈이...
어여, 쾌차하세요~

단잠 주무시고 계실까요?
난 배가 고프면 잠이 안 오던데...^^

감은빛 2011-06-15 18:22   좋아요 0 | URL
네, 덕분에 다 나았습니다. ^^

어제 저녁을 조심해서 꼭꼭 씹어먹고,
아이들과 조금 놀아주다가 곯아 떨어졌습니다.
아침에 일어나니 한결 몸이 가뿐하네요!


마녀고양이 2011-06-15 18: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감은빛님.. 요즘 자주 아프신데요.
기억에 허리인가도 아프셨고 쥐도 난다 하시고 배탈에....
스트레스 받고 계신거 아니신가요? 몸이 먼저
나 변하고 싶어 라고 계속 신호를 보내는거 아닐까 걱정되네요. ㅠㅠ

하기사 감은빛님의 많은 관심을 본다면, 그렇겠다고 생각도 들구요..
항상 감사한 마음도 들구요... 여하간 건강 챙기시기 바랍니다.

감은빛 2011-06-16 10:39   좋아요 0 | URL
그러네요. 올해 초에 꽤 오랫동안 골반과 허리 통증으로 고생했었죠.
스트레스는 늘 받고 살고 있습니다.
그 스트레스를 해소할 길이 별로 없어서,
늘 술로 달래고 있구요.
그래서 몸을 잘 못 챙기고 살고 있네요.

지금부터라도 내 몸도 좀 신경쓰고 살아야겠네요.
마음써주셔서 고맙습니다!
 

하나. 너 사람 차별하니? 

아내가 머리를 짧게 잘랐다. 맨 처음 만났을 때 그렇게 짧은 커트 머리를 하고 있었다. 그땐 참 귀여웠는데....(지금은? 어라~ 나도 모르게 한숨이......) 지난 주 내가 갑자기 머리를 짧게 자른 덕분에 둘째 녀석이 아빠를 못 알아보고 한참을 울었는데, 이번에 엄마의 머리 스타일이 확 변했는데, 과연 어떤 반응을 보였을까? 결론은 아무런 반응이 없었다. 그냥 평소처럼 엄마를 열심히 찾으며, 웃고 좋아라 하고 놀았다. 

요 쪼그만 녀석이, 너 벌써 사람 차별하니? 그러면 안되는거야! 괜히 나만 억울한 마음이 든다. 

둘. 등록금과 촛불 

요즘 가장 이슈는 등록금 반값 투쟁인 것 같다. 여전히 진행중인 4대강 사업이나, 일본 원전 방사능 유출문제나, 제주도 강정마을 해군기지 건설 문제는 이제 조금씩 잊혀져가는 느낌이다. 다행히 이틀쯤 전에 홍대 두리반은 합의서를 체결했다. 제2의 용산이라 불리던 두리반이 그래도 괜찮은 조건으로 합의를 봤다고 들었다. 이를 선례로 삼아 앞으로도 철거문제에서 좀 더 바람직한 사례들이 많아지기를 바란다. 암튼 꽤 오랫동안 영향력이 없던 학생운동이 이제 다시 불이 붙는 듯한 느낌이다. 기왕 불을 지폈으니, 좀 더 활활 타올라서, 반값 등록금 꼭 쟁취하기를 바라며, 조금이라도 힘을 보태고 싶다. 

그래서 오늘 저녁에 열리는 촛불집회에 참여할 생각인다. 오늘은 6. 10항쟁 기념일이기도 하니까. 그래도 혼자 참여하기는 좀 쑥쓰러우니까 누군가를 불러내야겠다. 

참, 돌베게에서 <분노하라>가 출간되었다. 작년에 프랑스에서 출간되자마자 엄청난 열풍을 일으킨, 레지스탕스 출신의 90대 저자가 쓴 소책자이다. 그때 프랑스가 참 부러웠다. 저런 책이 저렇게 많이 팔리는구나! 우리나라에는 저런 책이 없을까 하는 생각을 했다. 어쨌거나 번역되어 나왔다니 반갑다. 알라딘에서는 댓글달기 이벤트도 하는 모양이다. 과연 우리나라에서도 선풍적인 인기를 끌 수 있을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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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쉰P 2011-06-10 17: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이 책을 샀어요. ^^ 분노의 댓글도 달았구요. 항상 분노할 것은 너무 많은데 참여하지 못하는 자신이 부끄럽다는 생각을 해요. 촛불집회에 가시나 봐요. ^^ 정말 그곳에서 감은빛님의 멋진 활동을 기대하고 있을께요.
홍대 두리반에 대해서는 전혀 몰랐는데, 한 번 알아봐야 겠네요. ^^

감은빛 2011-06-14 11:50   좋아요 0 | URL
저도 지금 밀린 책들 어느정도 읽고나서, 구매예정입니다.
금요일 촛불집회에 오랫만에 꽤 많은 사람들이 모였더라구요.
사람들이 모여서 자기 목소리를 내는 모습을 보니 반가웠습니다.

루쉰P 2011-06-14 16:32   좋아요 0 | URL
아! 다녀오셨군요. '분노하라'는 책의 저자가 하는 말대로 행동하시는 감은빛님의 모습에 감동해요. ^^ 전 정말 부끄러울 따름입니다. -.-

감은빛 2011-06-15 18:15   좋아요 0 | URL
겨우 촛불집회 참여한 걸 갖고 그러시면 어떡해요?
저야말로 부끄럽네요.
루쉰님도 나름의 자리에서 제 역할을 하고 계시잖아요! ^^
 
몬산토 - 죽음을 생산하는 기업
마리- 모니크 로뱅 지음, 이선혜 옮김 / 이레 / 2009년 11월
평점 :
절판


 '몬산토'라는 단어를 처음 들었을 때, 나는 어이없게도 어린시절 문고판으로 읽었던 '몬테크리스토 백작'이란 책을 떠올렸다. 그리고 이 책의 부제가 '죽음을 생산하는 기업'이란 단어를 듣고서야 다시 정신을 차렸다. 읽기 전에는 크게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았다. GMO가 나쁘다는 건 귓동냥으로 여러차례 들어왔던 터였고, 세계 최대의 종자회사이자, 세계에서 가장 많은 GMO 특허권을 쥐고 있다는 얘기도 얼핏 들었었다. 어디 얼마나 나쁜 놈들인지 한번 보자 하는 마음에 책을 집어들었는데, 치가 떨리도록 화가 날 줄은 미처 몰랐다. 

앞서 어이없게도 '몬테크리스토 백작'을 떠올린 얘길 했는데, 책을 읽으며 '몬산토'가 무슨 뜻인지 무척 궁금했다. 다행히도 앞부분에서 그 궁금증을 해소시켜줄만한 얘기가 나온다.  

   
 

 독학으로 화학자가 된 존 프랜시스 퀸은 1901년, 5,000달러의 대출을 받아 자그마한 회사를 설립하면서 자신의 아내 올가 멘데즈 몬산토를 기리기 위해 상호를 몬산토로 정했다. 몬산토 케미컬스 컴퍼니는 최초의 인공감미료인 사카린을 제조하여 조지아에 위치한 신흥기어인 코카콜라에 전량 판매했으며......                     30p

 
   

그러니까 몬산토는 창립자의 아내 가족의 성이었던 것이다. 그 이름이 지금 전 세계에서 가장 악독한 회사, 죽음을 생산하는 기업의 이름이 되었으니, '몬산토'라는 성을 쓰는 가족들은 과연 어떻게 생각할지 궁금하다. 

이 책을 다 읽고 나서 계속 어떻게 해서든지 소개 글을 잘 써서 많은 사람들에게 알리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그런데 도무지 어떻게 써야할지 알 수 없었다. 몬산토의 추악한 면을 아주 자세하게 또 아주 효율적으로 잘 그려내고 있는 이 책을 첫 글자부터 마지막 글자까지 모조리 옮겨 적고 싶은 충동에 휩싸였다. 방대한 분량에도 불구하고 이 책은 그것 자체로 몬산토라는 악랄한 이름의 요약본이라고 할 수 있다. 

책을 펼치자마자 만나게 되는 프랑스 녹색당 총수 니콜라 윌로라는 분이 쓴 추천의 글을 보면, 이 책을 읽은 후 '어떻게 이런 일이 있을 수 있나?' 라는 하나의 질문으로 모든 감정이 요약된다고 했다. 내 경우에는 조금 말을 바꿔서 '어떻게 사람이 이런 짓을 할 수 있나?'로 이 책을 요약하고 싶다. 그만큼 충격적인 책이다. 아니 더 충격적인 사실이 또 있다. '회사의 영업실적에 방해가 되는 소송에 대처하기 위해 막대한 예산을 따로 마련해두고 있는' 몬산토 조차도 철저하게 사실로만 기록된 이 책이 프랑스에서 출간되자 마자 10만부가 팔려나가고, 저자인 마리 모니크 로뱅이 '레이첼 카슨 상'을 받는동안 아무런 대응을 못했다는 것이다. 즉 이 책은 몬산토가 철저하게 숨기고 싶은 추악한 면들을 파헤치고 있지만, 몬산토가 전혀 문제제기를 못할 정도로 사실만을 담고 있다는 것이 첫번째 충격이고, 이 뛰어난 저자가 미처 파헤치지 못한 더욱 추악한 이면이 숨겨져 있을 지도 모른다는 것이 두번째 충격이다. 

앞서 인용했듯이 '사카린'을 만들어 '코카콜라'에 팔아서 돈을 벌던 몬산토는 '폴리염화페비닐(PCB)'이라는 강력한 발암물질이 함유된 윤활액을 팔아서 어마어마한 돈을 번다. 이때 몬산토가 PCB의 유해성을 잘 알면서도, 이를 은폐하기 위해 저지른 행동들을 보면 정말 치가 떨린 정도로 화가난다. 사람 목숨 따위는 안중에도 없는 짓들을 서슴없이 저지른다. 몬산토를 가장 유명하게 만든건 바로 '에이전트 오렌지(고엽제)' 일 것이다. 베트남 전에서 아주 대단한 악명을 떨친 바가 있다. 얼마전에는 미군기지에 고엽제를 불법 매립한 사실이 드러나면서 며칠동안 언론의 탑뉴스를 차지하기도 했다. 이후에는 '소 성장호르몬(rBGH)'을 제조하여 인간을 위험에 빠뜨렸고, '라운드업(Roundup)이란 제초제로 역시 우리의 건강을 위협하고 있다. 

그러나 가장 위험한 건 역시 몬산토가 만들어서 팔고 있는 GMO일 것이다. 그리고 몬산토가 이 GMO를 갖고 남미의 여러나라들과 인도 등 흔히 제3세계라고 말하는 나라의 농민들에게 저지른 결코 용납될 수 없는 행동들이 이 책에 적나라하게 드러나있다. 화가 나고 또 화가 나고 또 화가 나지만, 이 책을 끝내 손에서 놓을 수 없었던 이유는 몬산토에 대항하기 위한 힘을 갖고 싶어서였다. 죽음을 생산하는 기업이 호시탐탐 노리고 있는 이 땅을 지키기 위해, 우리 아이들을 지키기 위해서는 조금이라도 더 알아야 하기 때문이다. 책의 말미에 박상표 선생의 글을 읽으며 헛웃음이 나왔다. '몬산토 코리아는 2007년까지 국내 종자시장 점유율 1위를 차지하다가 중국과 인도 등 아시아 신흥시장에 주력하는 바람에 지난해 간발의 차이로 2위로 밀려난 상태'라고 했다.(이 책이 2009년 출간되었으니, 지난해는 2008년이다.) 

최근에 아무생각없이 본 영화에서 또 GMO 얘기가 나왔다. <언노운>이란 영화는 결국 식량과 종자의 문제를 두고 갈등을 빚은 두 세력의 이야기다. 한쪽은 몬산토와 같은 거대한 국제종자기업이다. 다른 한 쪽은 NGO와 민중들의 편에 선 선량한 과학자이다. 이 영화를 보고 한가지 확인 할 수 있었던 건 역시 거대종자기업과 과학자 그룹과 국가가 한 편에 서서 그들의 이권을 보호하기 위해서는 무슨 짓이든 할 수 있다는 사실이었다. 재미로 본 영화 한편이 다시 한번 냉혹한 자본의 위력을 느끼게 해주었다. 영화에서 처럼 전 세계 농민들을 구원해줄 과학자가 어디 없을까? 만약 있다면 이 한몸 바쳐 암살자들로 부터 구해줄 용의가 있는데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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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쉰P 2011-06-08 00: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감은빛님이 격노하실 정도의 책이라고 하니 장바구니로 담아서 사서 읽어야 겠네요. 상상할 수 없을 정도의 일을 벌이는 놈들에 대한 책이라니 리뷰만 읽어도 화가 치미는 저의 감수성!!

결국은 민중이 우매하다고 비웃으며 이런 일을 벌이는 집단이 한 두 집단이겠습니까? 감은빛님처럼 민중의 집단지성이 발달하며 계속적인 움직임을 벌일 때 반드시 격퇴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악의 집단에 대해 개인적으로 관심이 많은지라 저도 꼭 읽어보겠습니다!!

감은빛 2011-06-09 13:26   좋아요 0 | URL
인간의 목숨을 돈보다 하찮게 여기는 놈들이라서, 화가났습니다.
잘 몰랐는데 '몬산토'를 다루는 책들이 여럿 있더라구요.
하나 하나 찾아서 읽어볼 생각입니다.

blanca 2011-06-08 10: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안그래도 환경 관련 책에 하도 이 몬산토 얘기가 많이 나와 고유명사에 젬병인 저도 기억하고 있는 아주 악독한 기업이에요. 저는 GMO가 그냥 건강한 일반 옥수수 종자도 오염시킨다는 얘기를 듣고 놀랐어요. 번식력이 대단하다고 하더라구요. 감은빛님, 좋은 리뷰 잘 읽고 갑니다.

감은빛 2011-06-09 13:30   좋아요 0 | URL
옥수수 뿐 아니라 대부분의 GMO들이 일반 종자를 오염시키며,
그뿐 아니라 토양에도 영향을 미쳐서
전혀 상관없는 다른 종의 유전자에도 영향을 미친다고 들었습니다.
섭취했을 때, 인체에도 영향을 준다지요.

중요한 건 과학자들이 제대로 검증을 안하고,
그냥 특허를 내준다는 거예요.
이 부분을 지적했다가, 나중에 보복을 당하기도 하구요.

귀를기울이면 2011-06-08 11: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영화 매트릭스의 영향인데, 전 가끔 이런 상상을 합니다. 이 세상은 6번째 세상이고 저런 인간들은 세상의 버그이고, 버그때문에 인류(또는 자연)는 멸망할 것이고 다시 박테리아나 원시인 상태에서 제7세계가 시작하지는 않을까... 하는 엉뚱한 생각이죠.(피라미드는 제5세계의 흔적? ㅋ) 아내를 기념하는 순정이 어떻게 인류를 위협하는 탐욕이 되는지 알다가도 모를 일입니다.

얼마전 '제1권력'이란 책을 읽었는데 그때 느낌이 지금 감은빛님 느낌같았습니다. 아마 이 책을 읽으면 비슷한 느낌을 받을 것같아 많이 관심이 가네요. 리뷰 고맙습니다~

감은빛 2011-06-09 13:36   좋아요 0 | URL
네오는 그럼 언제 나타나나요? ^^

<제1권력>이란 책, 저도 한번 찾아봐야겠네요.
어제 도서관 갔다가 <나쁜 기업>을 훑어보는데,
거기에 온갖 나쁜 짓을 일삼는 기업들이 엄청 많이 나오더라구요.
당연히 '몬산토'도 한 면을 차지하고 있었습니다.

양철나무꾼 2011-06-08 17: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몬산토를 읽으면서 잠시 결의를 다졌었는데...그러고 까먹고 말았었네요.
그랬었죠, 언노운도 몬산토스러웠었죠~^^

감은빛 2011-06-09 13:38   좋아요 0 | URL
전여농 사무국장의 말씀을 들어보니,
이미 '몬산토 코리아'가 잠식해 들어와서 하는 짓들이 많더라구요.
남의 일이라고 방심하고 있을 때가 아닌 것 같습니다.

비로그인 2011-06-08 20: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몬산토.

언젠가 이 책 읽고 좀 분노하면서 페이퍼를 남겼던 기억이 떠오릅니다. 슈거 블루스, 패스트푸드의 제국.. 그런 책들 읽으면서 흥분하던 스물 몇의 시절로 돌아가는 기분이었습니다.

돈에 의해 쫒겨나는 농부들, 토종 식물들. 어떤 해가 될지도 모를 그런 먹을거리가 이 땅에도 쏟아지고 있는 건 아닐까.. 하는 걱정도 들더라고요..

감은빛 2011-06-09 13:40   좋아요 0 | URL
아, 바람결님이 분노하면서 남긴 페이퍼, 읽고 싶어집니다.
나중에 시간날 때, 꼭 찾아보겠습니다.
'몬산토 코리아'의 행태로 보아, 조만간 그런 일들이 벌어질 것 같더라구요.
한미 FTA가 체결되면 더 가속화되겠지요.

비로그인 2013-06-05 00: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제서야 이 책을 읽어보려고 하는데 감은빛님의 리뷰가 보이니 반가워요^^*

감은빛 2013-06-12 10:51   좋아요 0 | URL
안녕하세요. 아른님.
저는 이 책 읽다가 홧병날 뻔 했습니다.
지금쯤 다 읽으셨나요?
화를 잘 조절하시면서 읽으셨기를 바랍니다.

반갑게 인사해주셔서 고맙습니다! ^^

얄라알라 2021-11-13 23: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 예전에 써주신 리뷰인데 오늘 저 알라딘 마법사가 추천해주었어요. 감은빛 님께서 자세하게 써주신 덕분에 ~^^

감은빛 2021-11-23 15:33   좋아요 1 | URL
안녕하세요. 북사랑님. 아주 오래전에 쓴 글에 댓글이 달려서 의아했는데, 추천 마법사 덕분이군요. ^^

북사랑님 덕분에 저도 이 부족한 글을 다시 한 번 읽었습니다.
 

하나. 낮술 그리고 술 

화요일, 그러니까 5월의 마지막 날 아침, 페이스북에 이런 글을 남겼다.     

아침부터 비는 내리고,
늦게까지 마신 술은 아직 깨지 않은 듯.
멍하니 창 밖을 바라본다.

바람에 묻어오는 비 냄새가 좋다.
빗물 받이에 똑똑 빗방울이 떨어지는 소리가 좋다.
비를 맞고 서 있는 저 나무처럼 흠뻑 젖어보고 싶다.

5월의 마지막 날.
돈 나갈 일은 많은데,
들어올 돈은 없다.

좋았던 기분이 금새 우울해진다.
걱정해봐야 답은 없다.
그냥 계속 기분만 가라앉을 뿐.

이런 날엔 낮술이나 한잔 하고 싶다!

마침 그날 저녁에 술 약속을 해놓았던 한 선배가 이 글을 보았다. 그 선배는 '점심 맛난거 먹고, 저녁에 일찍 만나서, 많이 마시자'는 댓글을 남겨주셨다. 평소 아무도 신경안쓰는 내 페이스북인데, 마침 그 선배가 이 글을 읽은 건 좀 신기한 일이다. 

솔직히 진짜 낮술이 마시고 싶었다기 보다는 그냥 기분이 그랬다는 뜻이었다. 전날 마신 술이 아직 덜 깨서 머리가 멍한 탓도 있었고, 여러모로 기분이 그랬다. 비와 통장잔고와 일터의 상황 등이 이 글을 쓰게 만들었다. 그런데 실제로 낮술을 한잔(정말 딱 한잔!) 마시게 되었다. 

오전 내내 일터의 좀 복잡한 상황을 놓고 논의가 있었는데, 쉽게 답이 나오지 않았다. 이야기는 길어져서 점심시간을 훌쩍 넘겼다. 결국 일단 논의를 마무리하고 밥을 먼저 먹기로 했는데, 비도 오고 뒤늦게 나가기도 귀찮아서 시켜먹기로 했다. 자주 먹는 중국음식점에 식사를 주문하면서 사장님이 '이과두주'를 한 병 시키셨다. 딱 한 잔씩만 먹을 분량. 배를 채우기 전에 먼저 독주를 부었더니, 캬~! 하는 탄성이 절로 나온다.  

오후 업무를 마치고 퇴근시간이 되기가 무섭게 선배를 만나러 갔다. 선배는 나를 배려하여 '컨디션'까지 챙겨놓고 계셨다. 그리고 열심히 또 즐겁게 술을 마셨다. 

둘. 전집 강매 

아마 두 달쯤 된 것 같다. 큰 애가 다니는 어린이집에서 일주일에 1권씩 그림책을 보내주기 시작했다. 대신 한 달에 만원을 내라고 했다. 대형 출판사에서 내는 전집 시리즈 였다. 아마 어린이집들과 출판사측의 모종의 거래가 있었을 것으로 보여지는 대목이다. 어린이집은 부모들에게 생색내기 좋고, 부모들은 싼 가격에 정기적으로 책을 받아서 좋고, 아이들은 일주일마다 새 책을 읽어서 좋을거라고 생각했을 게 뻔하다. 

문제는 책이 정말 별로라는 거다. 지금까지 아이가 받아온 책들을 하나하나 다 살펴봐도 아무런 내용이 없다. 대체 왜 이런 쓰레기 같은 책을 만들었을까? 나무가 아깝다는 생각이 절로 든다. 이런 쓰레기 같은 허접한 책을 한 달에 만원이나 주고 정기적으로 받아야 한다는 사실이 짜증이 났다. 나와 아내는 돈을 안내고, 책을 안받기로 합의를 했다. 그런데 문제는 큰 애였다. 다른 아이들은 모두 책을 받는데, 혼자 책을 받지 않는 상황을 견딜 수 없었던 것이다. 아이는 너무너무 책을 받고 싶다고 했다. 우리는 울며 겨자먹기로 돈을 냈고, 아이가 받아 오는 재미도 없고, 내용도 없는 책을 억지로 읽어줘야 했다. 

가장 화가 나는 건, 아직 어린 아이들이 전집 강매의 희생양이 된다는 사실이다. 어린이집 선생님들이 스스로 양식있는 교육자라면 이 점을 깨달아 줬으면 좋겠다.

셋. 우리 아빠 어딨어? 

해마다 봄, 가을이 짧아지는 느낌이다. 올해는 유난히 더 봄이 짧았던 것 같다. 5월이 채 지나기도 전에 마치 여름 날씨같은 더위가 이어졌다. 낮에 땀을 흘릴며 돌아다니다보니, 긴 머리가 거추장스럽게 느껴졌다. 게다가 머리가 예쁘게 길러지지 않고, 자꾸만 삐쳐나오는 모양새가 영 맘에 들지 않았다. 예전에도 몇 번이나 머리를 길러보려다가 이쯤에서 포기했던 것 같기도 하다. 어쨌든 덥수룩한 옆머리와 뒷머리가 영 거슬려서 동네 남성전용 미용실을 찾았다. 숫기 없고, 불친절한 젊은 남자가 운영하는 곳이다. 가위질 솜씨가 좀 있는 것 같고, 머리를 자르는 속도가 무척 빠르다. 약간의 친절함과 사교성만 갖추면 좋을텐데.... 

긴 머리가 좀 지겨웠고, 여름이라 시원하게 잘라달라는 표현을 썼다. 그런데 다 되었다는 남자의 말을 듣고 거울을 보니 앞머리와 윗머리가 너무 짧았고, 뒷머리는 그에 비해 또 별로 짧지 않았다. 아, 나는 이런 스타일을 굉장히 싫어하는데, 이미 짧게 잘라버린 머리를 다시 붙일 수도 없는 노릇이다. 머리를 감고 거울을 보니 무척 낯설다. 완전히 다른 사람 같은 느낌이다. 한 일주일쯤 면도를 하지 않고 수염을 길렀는데, 짧은 머리에 수염은 도무지 어울리지 않아서 깔끔하게 면도를 해버렸다.

그래도 시원하게 잘 잘랐다고 생각하고(아니 그렇게 스스로를 합리화시키고) 아이를 데리러 갔다. 아내는 큰 애를 데리고 친구를 만나러 갔기 때문에, 오늘 저녁엔 작은 애랑 놀아주면 된다. 어린이집에 가서 아이를 만났는데, 녀석이 평소와 달리 아빠를 보고도 별 반응이 없다. 평소에는 나만 보면 아주 좋다고 웃고, 온몸을 들썩이며 어서 안아달라고 보채곤 했는데, 오늘은 웃지도 않고 무표정한 얼굴로 나를 흘끔 한번 보고는 다시 고개를 돌린다. 선생님께 인사를 하고 유모차를 밀고 집으로 오는 길에 아이는 시무룩하게 앉아 있다. 

가파른 오르막길을 오르며 아이 이름을 불렀더니, 무표정한 얼굴로 돌아본다. 평소 잘치던 장난도 쳐보고, 이런 저런 말을 걸어봐도 계속 반응이 없다. 여전히 무표정한 얼굴로 곧바로 고개를 돌려버린다. 뭔가 이상하다는 생각을 하다가 문득 내 모습이 너무 달라져서 못 알아보는 건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덥수룩하게 긴 머리에 수염까지 길렀던 아빠가 갑자기 완전히 바뀐 모습으로 나타났으니, 못알아보는 것도 당연한건가. 

집 앞에서 아이를 안고, 유모차를 접어서 들고 계단을 올랐다. 평소엔 아이를 안으면, 녀석도 나를 껴안으며 손으로 내 어깨를 토닥토닥 하는데, 오늘은 그것도 없다. 집에 들어서서 가방을 벗고 옷을 갈아입는데, 녀석이 울음을 터트리기 시작한다. 낯선 사람과 단 둘이 있다는 사실때문인 것 같았다. 우는 아이를 안고 아무리 아빠라고 얘기해주고, 노래도 불러주고, 장난도 쳐보고 해봤지만 소용이 없었다. 

아이는 마치 '우리 아빠 어딨어? 우리 아빠 내놔!' 라고 말하는 것처럼 뭐라고 옹알이를 해가면서 울었다. 얼굴을 안보면 조금 낫겠지. 이 더운날 아이를 등에 업고, 반찬을 만들었다. '제철 꾸러미'에서 보내준 아욱과 뽕잎을 씻고, 다듬어서 살짝 데친 후에 참기름 넣고 무쳤다. '제철 꾸러미'가 나물이나 야채를 보내줘서 좋긴 한데, 씻고 다듬는데 손이 많이 가서 조금 귀찮다. 나물을 맛있게 무치는 건 자신있는데, 나물을 씻어서 다듬는 건 정말 귀찮다. 등에 매달린 아이의 울음은 서서히 잦아들다가 멈췄다. 반찬 만드는데 집중하다가 문득 너무 조용해서 보니, 어느새 잠들어 있다. 대충 반찬 만들기를 끝내 놓으니 다시 아이가 깨서 울기 시작한다. 아이를 내려서 품에 안고 밥을 떠먹이면서, 부지런히 내 입에도 밥을 퍼넣었다. 아이는 울면서도 밥은 받아 먹었다. 먹으면서도 자꾸만 내 얼굴을 빤히 쳐다본다. 누군데 나한테 밥을 주나 하는 표정이다. 한참을 받아먹다가, 어느정도 배가 찬 모양인지 밥을 외면하고 다시 울기 시작한다. 평소라면 웃으면서 좀 더 먹었을텐데, 기분 탓에 더 안먹을 모양이다. 

자꾸 우는 아이를 달랠 길이 없어서 결국 아내에게 문자를 보냈다. '머리를 잘랐더니, 아기가 아빠를 못알아보고 자꾸 울어요' 한참 후에 예정보다 조금 일찍 출발한다는 답이 돌아왔다. 아이가 좋아하는 동요를 틀어주기도 하고, 안고 방안을 뱅글뱅글 돌기도 했다. 시간이 지날수록 조금은 이 상황에 익숙해진 듯 울음이 줄어들었다.  

아이는 엄마와 언니가 돌아오고 나서야 평소처럼 활발한 장난꾸러기로 돌아왔다. 그래도 여전히 나를 경계하고 낯설어하는 느낌은 남아있었다. 요 아빠도 못 알아보는 녀석아! 며칠이나 지나야 다시 아빠를 알아볼꺼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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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사랑하는현맘 2011-06-04 11: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린이집이 연계되어 전집을 제공한다니...좀 안타깝네요.
저도 아이들 책을 단행본으로 읽힌 이후부터 전집을 보면 얼마나 화가 나는지...
대량으로 묶어서 저리 내용도 없는 책들을 읽힌다는 것 자체가 어이없어요.
사실, 이런건 학부모의 권리로 요구하시는 것도 괜찮을 것 같은데...
아직도 전집이 좋다고 생각하는 많은 선생님과 학부모들이 있거든요.

그리고...
머리 잘랐다고 못알아 보고 우는 아이가 너무 귀엽네요..ㅎㅎ
그걸 어르고 달래는 감은빛 님도 수고하셨네요~ㅎㅎ

감은빛 2011-06-07 13:01   좋아요 0 | URL
전집도 어떤 건 그래도 좋아보이는 것도 있잖아요?
이번에 제가 언급한 건 정말 쓸모없는 전집이더라구요.
무슨 일관된 주제도 없고, 각 권마다 특성도 없고.
초기에 우리 아이는 안받기로 했을 때, 조금 얘기해봤지만,
어린이집 입장은 오히려 좋다고 생각하고 있더라구요.
좀 더 얘기하려면 서로 감정을 상하게 될 것 같아서,
어떻게 할까 고민중입니다.

설마 우리 아이가 머리모양 바뀌었다고 못알아볼줄이야~!
그래도 하루 지나니까 다시 알아보더라구요. ^^

따라쟁이 2011-06-04 12: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머리카락 짧은 남자는 반대 입니다. ㅎㅎㅎ
어깨에서 토닥토닥 하는 아이의 손이 자꾸 생각나서 씩 웃었어요.

뭐.. 건강히 잘 계시는건. 저의 똑똑한 스마트 폰 덕분에 확인했고. 여름에도, 일에도, 한숨에도 지지 마세요 ^^

감은빛 2011-06-07 13:02   좋아요 0 | URL
앞머리가 유난히 짧아져서 좀 기분이 상했었어요.
주위에서도 다들 너무 어려보인다고 한마디씩 하구요.
그래도 뭐 며칠 지나니까 조금은 익숙해지네요.
금방 길겠죠. ^^

루쉰P 2011-06-05 04: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낮술에 어린이집 전집 강매에 자신의 아이가 몰라보다니...이거 왠지 삼중고를 겪으신 듯해 마음이 짠한데요. 어린아이 책은 전집보다는 낱권으로 좋아하는 책들을 부모님들이 골라서 읽히는 편이 더 좋다고 생각해요. 헌책방에서 일을 할 적에 가장 많았던 책이 어린이 전집이에요. ^^;; 거의 다 비슷비슷한 내용의 판형은 커서 일할 때 얼마나 애를 먹였는지 모릅니다.
흠..하여튼 이 놈의 국가는 마음에 드는 구석이 없어요.
아이가 아빠를 못 알아 본다니 이거 염려가 많이 되는 데요. 저도 그래서 긴머리를 고수하고 있어요. 혹시나 우리 가족이 저 못 알아 볼까봐요. ^^

감은빛 2011-06-07 13:05   좋아요 0 | URL
전집은 정말로 아이들이 커버리고 나면 애물단지가 되곤하죠.
좋은 단행본은 두고두고 물려주거나, 아이가 커서도 볼 수 있지만,
전집은 딱 나이가 지나버리면 거들떠보지도 않거든요.

저도 왠만하면 긴 머리를 유지하려고 애씁니다만,
해마다 여름이면 짧은 스포츠 머리가 부럽기도 하더라구요.

비로그인 2011-06-05 15: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
저는 시력이 나쁜데 가끔 머리 다 깎고 안경 쓰면 ..ㅎ 이상하게 변해 있을 때가 있더라고요. 그래서 최대한 머리 깎기를 늦추기도 합니다.

아이가 참 귀엽습니다. 보채는 아이를 달래고, 반찬까지 만드시는 감은빛님은 좀 멋지게 느껴지네요~

감은빛 2011-06-07 13:10   좋아요 0 | URL
바람결님, 저두 그래요!
눈이 나빠서 안경을 벗고 있으면 잘 모르겠더라구요.
처음에 어떻게 깎을지 물어볼 때, 설명이라도 잘 해야하는데,
다른 데서는 말을 잘 하는데, 유독 머리 깎을 때는 어리버리하게 되더라구요.

저의 피곤한 일상을 멋지게 봐주셨네요. 고맙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