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 쥐

이틀 전 새벽이었다. 잠결에 발을 뻗다가 극심한 고통에 잠을 깼다. 왼발 종아리에 쥐가 났다. 무릎 아래가 마비 된 느낌이다. 종아리가 아파서 미칠 것 같은데, 혼자 어떻게 하지도 못하고, 애들이 깰까봐 소리를 내지도 못하고, 끙끙대며 몸을 뒤틀었다. 아내가 도와주면 좋을 것 같은데, 깊은 잠에 빠져서 도와줄 기미는 보이지 않았다. 다리를 쭉 뻗어서 발을 몸쪽으로 당겨주면, 빨리 낫는데, 아프니까 혼자 하질 못하고 계속 끙끙댄다. 종아리가 돌처럼 딱딱하게 굳어있다. 얼마나 지났을까 조금 고통이 줄어들기 시작했을 때에야 다리를 쭉 뻗고, 발을 당겼다. 한참 후에 거의 고통이 사라졌다. 땀을 닦고 다시 누워 잠을 청했다.

 

아침에 깨보니 종아리에 힘이 줄때마다 다시 아팠다. 걸음을 옮기기가 어려웠다. 어쩔 수 없이 절뚝절뚝 다리를 절게 되었다. 고작 쥐가 난 정도로 제대로 걷지도 못하다니. 그놈의 쥐 때문에 정말 환장할 노릇이다. 출근하려고 집을 나서는데 여전히 아파서 힘을 주기가 어려웠다. 다시 절뚝절뚝 다리를 절면서 출근했다. 종아리의 고통은 오후가 되어서야 많이 좋아졌다. 그렇지만 완전히 없어지지는 않았다. 다음날 아침에도 여전히 발을 내디딜때마다 약하지만 아픔이 느껴졌다. 자다가 새벽에 쥐가 나서 고통을 느낀 적은 많았지만, 그것 때문에 이렇게 오래 고통을 느끼고, 다리를 절면서 걷기는 처음이었다. 뭔가 이유가 있을 텐데, 그게 뭔지는 잘 모르겠다.

 

둘. 쥐

작년 가을 G20 포스터에 쥐 그림을 그린 두사람에게 실형이 선고되었다. 징역 10개월과 8개월 그리고 벌금으로 각 200만원과 100만원을 물렸다. 웃자고 한 짓에 죽자고 덤벼드는 꼴이다. 그들이 그린 쥐 그림의 원 작가인 영국의 그래피티 작가 뱅크시의 팬사이트에도 '한국의 쥐에게 자유를!' 이란 비판이 올라왔다고 한다. 참 나라꼴이 우습다. 쥐 그림을 그린 박정수씨는 영화평론가 황진미씨의 남편이라고 한다. 황진미씨가 이번에 3차 공판을 보고 와서 쓴 글을 보니, 우리나라는 법정에서도 코메디를 다 하는구나 라는 새로운 사실을 깨달았다. 그래 정부기관과 사법기관과 입법기관이 서로 앞다투어 국민들을 웃겨주시는 나라에서 개그맨이란 직업은 참 어렵겠구나 라는 생각을 해봤다. 뉴스만 보고 있어도 어이없는 실소가 픽픽 터지는데, 굳이 개그 프로그램까지 찾아서 볼 이유가 없잖은가.

 

이 일의 여파로 쥐그림 티셔츠가 제작되어 판매된다고 하고, 출판계에서는 이벤트를 기획하기도 했다. 알라딘과 인사회(인문사회과학출판인협의회)는 '어떤 쥐에게도 자유를'이란 제목으로 5월 30일부터 6월 20일까지 참가도서가 판매될 때마다 500원을 적립하여 지지기금을 마련하기로 했다. 뭐 큰 도움은 안되겠지만, 티셔츠도 하나 사고, 책도 살 생각이다.

 

쥐 그래피티3차 공판기 – 와우 개콘 돋는 밤! 황진미


어떤 쥐에게도 자유를 - 알라딘 이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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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녀고양이 2011-06-02 12: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티셔츠 구매도 못 했는데,
한줄 지지글이라도 남길 수 있게 되어 정보를 주신 감은빛님께 감사드려요~ ^^

감은빛 2011-06-03 10:37   좋아요 0 | URL
티셔츠는 트위터에서 살 수 있더라구요.
아직 판매하고 있습니다.

공감해주시고, 지지댓글도 남겨주셨으니,
오히려 제가 감사할 일이죠! ^^

cyrus 2011-06-02 23: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 쥐20과 관련된 쥐 나는 에피소드가 공감이 갑니다. 요즘은 안 그러는데
예전에는 저도 잘 자다가 갑자기 쥐나는 경우가 종종 있었거든요,
참 그 때의 고통은,, ㅎㅎ 숙면을 취하다 갑자기 잠을 깨어버리는 바람에
짜증하는 것도 있지만 무엇보다도 소리를 지를 수 밖에 없는 종아리의 고통이 생각이 나네요 ^^;;

감은빛 2011-06-03 10:39   좋아요 0 | URL
시루스님도 생생한 고통을 기억하시는군요.
한번 쥐가 나기 시작하면 좀 자주 그렇게 되더라구요.
뭔가 이유가 있을 것 같은데, 한번 찾아봐야겠습니다.

공감해주셔서 고맙습니다!

2011-06-03 08:3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1-06-03 10:41   URL
비밀 댓글입니다.

루쉰P 2011-06-05 04: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쥐와 쥐의 평행 이론 잘 보고 가요. 육체와 정신은 둘이 아니요. 하나라는 학설이 의학계를 지배한다고 합니다. 정신적으로 쥐에 대한 스트레스가 몸으로 와서 다리에 발병을 한 것은 아닌지 과감하게 추측을 합니다. ^^
열성적인 활동가이다 보니 더 마음에 크게 쥐들의 역겨움이 느껴지실 거에요. 휴~ 정말 많이 보고 배워요. ^^

감은빛 2011-06-07 13:11   좋아요 0 | URL
호~ 그래서 쥐가 난 거였군요.
왜 그런지 아무리 생각해도 이유를 몰랐는데,
루쉰님의 설명을 듣고나니 이해가 갑니다! ^^
 
왜 인간은 전쟁을 하는가
히로세 다카시 지음, 위정훈 옮김 / 프로메테우스 / 201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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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어려서부터 전쟁놀이를 많이 했다. 우리 동네엔 낮은 동산이 하나 있었다.(지금은 그 자리에 지방법원과 경찰청이 들어섰다.) 그 동산에서 뛰어 놀며 어린 시절을 보냈다. 편을 갈라서 나뭇가지를 휘두르며 전쟁놀이를 하기도 했고, 돌을 던지며 싸움을 하기도 했다. 어떤 경우든 피가 나기 마련이었다. 특히 돌싸움을 하다가 두 번은 머리통에서 피를 질질 흘리며 돌아갔고, 한번은 눈두덩에 돌을 맞아서 얼굴 반쪽이 피투성이가 된 채 돌아가기도 했다. 전쟁놀이에는 딱히 목적이나 이유는 없었다. 그냥 심심하기 때문에 우리는 피를 흘리며 싸웠다. 멋지게 나뭇가지를 휘두르고, 발로 차서 상대방을 쓰러뜨리거나, 내가 던진 돌에 상대편 누군가가 맞아서 비명을 지르면 그저 좋아할 뿐이었다. 왜 우리는 그렇게 열심히 전쟁놀이를 했던 걸까? 이 책의 제목을 보자마자 떠오른 질문이다.

 

요즘도 아이들은 전쟁놀이를 한다. 다만 이제는 직접 몸으로 싸워서 피를 흘리는 것이 아니라, 컴퓨터나 게임기 앞에 앉아서 손가락만 움직여서 전쟁놀이를 한다. 직접 피를 흘리지도 않는다. 화면 속의 캐릭터들이 피를 흘리거나 죽어갈 뿐이다. 아이들이 게임을 통해 입는 가장 큰 부상은 아마도(장시간 손가락을 놀리느라) 손가락에 물집이 잡히는 정도이거나, 손목이 아픈 정도가 아닐까 싶다. 실제로 몸을 다치지 않는다는 장점이 있는 반면, 단점도 분명히 있다. 내 경우에는 해가 지고나면 함께 놀던 아이들이 모두 집으로 돌아가버리기 때문에 더 놀고 싶어도 돌아올 수 밖에 없었지만, 요즘 아이들은 컴퓨터(혹은 게임기)만 있으면 게임이 가능하므로 오랫동안 이 놀이에 매달리게 된다. 부모의 눈만 피할 수 있다면, 늦은 시간까지 게임을 붙들고 있는 아이들의 모습은 이제 일상적인 풍경이 되어버렸다.

 

이 아이들은 왜 전쟁 게임을 하는 걸까? 몇 해전 학원에 몸담고 있던 때에, 우리 반이었던 아이들에게 물어본 적이 있었다. 왜 게임을 하냐고? 아이들은 아무런 망설임 없이 그냥. 재미있으니까! 라고 답했다. 뭐가 재밌냐고 물었더니. 선생님도 해보면 안다는 답이 돌아왔다. 물론 나도 해봤다. 정말 재밌었다.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매달렸으니까.

 

왜 인간은 전쟁을 하는 걸까? 이 책이 근본적인 답을 제시해주지는 않는다. 다만 <전쟁론>을 쓴 클라우제비츠 유형의 인간들 때문이라고 말한다. 클라우제비츠처럼 전쟁을 원하는 사람들의 ‘의지’ 때문에 전쟁이 일어나는 것이다. 아이들이 전쟁 게임을 열심히 하는 이유는 바로 그런 게임을 만드는 사람이 있고, 또 파는 사람이 있기 때문일 것이다. 내가 어렸을 때 열심히 전쟁놀이를 했던 이유는 어른들의 전쟁을 따라하는 놀이가 있었기 때문일 것이다. 즉 전쟁 놀이를 가르쳐준 누군가가 있었기 때문이다. 그것은 티비이거나 만화책이거나 오락실이거나 어른들 중 누군가였을 것이다.

 

그것이 비록 간접경험일지라도 전쟁을 일상적으로 접하는 사회. 이것은 무서운 사회일 것이다. 티비나 만화책이나 컴퓨터 게임을 통해 일상적으로 전쟁을 접하는 사람들에게는 전쟁(혹은 폭력)이란 매우 친밀한 어떤 개념이자, 수단이 될 것이다.

 

이 책에서 가장 인상적인 부분은 당연히 분쟁지도가 될 것이다. 1945년부터 1991년까지(그리고 뒤쪽에 1995년까지 4장의 지도가 더 있다.) 연속적으로 보여주는 분쟁지도를 들여다보면 깜짝 놀라게 될 것이다. 이렇게 많은 전쟁이 세계적으로 일어나고 있었던가!

 

이 책을 읽으며 저자인 히로세 다카시에 대해 주목하게 되었다. ‘일인 대안언론’이라고 불린다는 저자의 다른 저작에도 관심이 생겼다. <원전을 멈춰라>는 읽다 말다를 반복하고 있었는데, 어서 읽어야 할 것 같고, <체르노빌의 아이들>에도 관심이 생긴다. 훌륭한 저자를 만나게 되어 기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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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녀고양이 2011-05-30 21: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러게요, 젠장. 왜 전쟁을 하는겁니까!
그런 말 있잖아요.. 남자들이 넘쳐나면 전쟁이 난다는...
그런데 정말 여자들만 사는 세상이라면 전쟁이 나지 않을려나요? 음.

잘 모르겠네요. 왜 전쟁을 하는지, 무엇을 원하여 하는건지.

감은빛 2011-06-02 11:29   좋아요 0 | URL
저도 궁금해지네요.
여자들만 사는 세상에서는 전쟁이 없으려나요.
여자들 중에서 좀 더 공격적인 성향이 강한 사람이나,
전쟁(혹은 폭력)을 통해 뭔가를 이루려는 사람도 분명히 있을 것 같아요.

역사적으로 보면 언제나 위정자들이 문제가 되는 것 같습니다.
그들은 실제로 전쟁으로 인해 고통을 겪을 민중들에 대해서는
전혀 고려하지 않으니까요.

루쉰P 2011-06-05 04: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여자들만 있는 세상은 전쟁이 나지 않은 확률이 상당히 높다고 하네요. 여자들의 본성은 아이들을 키우는 마음이 있기에 소프트 파워가 강하다고 하더라구요. 예를 들어 아이가 잘못을 했을 때 어머니가 강하게 혼내도 아이들은 자신을 품어서 낳아준 어머니와의 생명적 끈 때문에 그 마음을 이해하는데 아버지가 어머니처럼 혼내면 아이들에게는 상처로 남는다고 하더라구요. 전 항상 여자가 위대하고 어머니가 위대하다는 마음으로 살고 있어요.
전쟁 반대에 열성적인 것도 어머니들이 많아요. ^^

감은빛 2011-06-07 13:14   좋아요 0 | URL
그렇군요.
대개 군대 문제로 고민할 때도 어머니와 아버지의 태도는 달라지죠.
아버지는 군대는 꼭 갔다 와야 하는 곳으로 인식하고,
이왕 갈거라면 해병대를 갔다 와라~ 이런 식이더라구요.
어머니는 물론 아들이 행여 다치기라도 할까봐 걱정하시구요.
 
독단과 퇴행, 이명박 정부 3년 백서
민주화를 위한 전국교수협의회.전국교수노동조합.학술단체협의회 엮음 / 메이데이 / 201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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촛불이 맺어준 인연

지난 주말 예전 일터 동료의 결혼식에 갔다가, 아주 오랜만에 반가운 얼굴을 만났다. 한동안 못 만났던 터라 나는 곧바로 알아보지 못하고, 약간 낯이 익다는 느낌만 받았는데, 그쪽에서는 먼저 알아보고, 큰 애에게 말을 걸어왔다. 그새 많이 컸다고 말을 건네며 웃는 그 얼굴을 보고, 그제서야 생각났다. 그날 촛불의 기억들도 함께 따라왔다.

2008년 봄 촛불집회는 개인적으로 무척 독특한 경험이었다. 바로 작년까지만해도 늘 집회나 시위의 주최측이었다. 특히 ‘광우병 수입 쇠고기 반대’라는 같은 주제를 놓고 벌어졌던, ‘한미FTA 반대 촛불 집회’의 경우 주최측으로서 음향장비를 옮기고, 설치하고, 참여자들을 섭외하거나, 홍보하고, 현장에서 여러 가지 돌발사항에 대비하여 늘 자리를 지켜야했다. 그런데 직업활동가를 그만두고 첫 해에 자발적인 시민들의 참여로 촛불집회가 벌어진다고 하니, 부담없이 편안한 마음으로 집회에 참여하기 시작했다.

당시에 4살이었던 아이와 아내와 함께 참여했던 촛불집회 초기에 그 분들을 만났다. 주말에 결혼했던 동료의 선배부부라고 했다. 정성스레 싸오신 김밥을 나눠주시기도 하고, 거리행진때는 함께 걷기도 하고, 집회를 마치고 함께 늦은 식사를 하기도 했다. 처음에는 그 동료를 통해 소개받았지만, 나중에는 우리끼리 촛불집회에서 만나게 되었다. 그렇게 자주 만났는데, 점점 경찰의 진압이 과격해지기 시작하면서 거의 만나지 못하게 되었다. 아내와 아이는 더 이상 나오지 못하게 하고, 주로 나 혼자 나갔다가 밤을 새고 곧바로 사무실로 출근하여, 책상에 엎드려 잠시 눈을 붙이곤 했다. 그리고 다시는 만나지 못할 줄 알았는데, 결혼식장에서 마주친 것이다.

결혼식장에서 돌아오면서 우리가 인연을 맺게 된 건 전적으로 이명박 정권 덕분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2008년의 촛불집회가 없었다면, 아마 만나지 못했을테니까 말이다. 자연스레 요즘 읽고 있는 책 『독단과 퇴행, 이명박 정부 3년 백서』에 대한 생각으로 이어졌다. 
 

독단과 퇴행 


이 정부를 설명하는 단어로 ‘독단’과 ‘퇴행’만큼 적절한 단어도 없어 보인다. 촛불에서 흔히 부르짖었던 ‘독재’는 솔직히 너무 오버였고, ‘폭력’은 노무현 정권때도 덜하지 않았으니, 그리 변별력이 없다. 아! 가장 적절한 단어를 뽑으라면 아마 ‘아둔함’이 아닐까도 싶은데. 뇌 용량이 2메가 밖에 안되어서 그렇다는 2MB는 그런 의미에서 너무나도 적절한 표현이라 생각된다.

이 책은 제목 그대로 지난 3년간의 이명박 정권에서 있었던 숱한 일들을 총 정리한 책이다. 무려 18명의 교수님들이 공동저자로 이름을 올렸다.(아, 문화연대 최준영 사무처장은 교수가 아니구나!) 개인적으로 아는 사람이 몇 명 있어서 반가운 마음에 읽었지만, 역시 교수님들이 쓴 글이라 쉽게 읽히지는 않는다. 하긴 누가 쓰더라도 이 주제에 대한 글은 쉽게 읽히지는 않을 것 같다.

강정구 선생님의 글을 읽으며서 새삼 이 땅의 전쟁 발발 가능성에 대해 생각해보았고, 경제에 대한 글들은 솔직히 이해못하고 넘어가는 부분이 많았다. 노동 분야에서는 김성희 선생님의 글을 읽으며 비정규직에 대한 몇몇 지표들을 통해 심각성을 다시 한번 깨달았고, 정치분야 배성인 선생님의 글을 읽으며 이 정권의 일관적인 비민주적 태도에 대해 기억을 더듬어 볼 수 있었다. 인권, 언론, 교육 분야 글들을 분개해가며 읽었고, 여성과 문화 분야는 조금 어렵게 읽었다. 마지막으로 가장 관심을 가지고 보았던 환경 분야. 4대강 사업에 대한 비판이어서 대부분은 알고 있던 내용을 머릿속에서 정리해가며 읽었다. ‘일괄수주방식(일명 턴키 방식)’에 대한 내용은 잘 몰랐던 부분이라 자세히 살펴봤다. 물론 대충은 그러한 사정이었을거라고 당연하게 생각했던 부분이지만, 새삼 확인하고 나니, 열이 오른다!

사실 그래서 자꾸만 뉴스를 외면하게 되고(얼굴만 봐도 욕이 나온다!), 일부러 신경을 안쓰게 되었던 것 같다. 욕하기 싫어서, 열받기 싫어서 일부러 우리가 외면하고 있는 사이에, 저들은 더욱 신이 나서 저들만의 세상을 만들고, 배를 불려가는게 아닌가 싶다!

책을 다 읽고 한가지 결심을 한다. 이제부터는 일부러 신문, 뉴스를 외면하지는 말아야겠다. 그리고 하나하나 다 꼭꼭 머릿속에 기억해두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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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녀고양이 2011-05-18 08: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흐흐흐, 이제 MB 정부 1년 반 남았습니다.
요즘 들어 레임덕 현상 나타나는 것에, 나라야 어찌 흘러가든 간에,
고소해 죽겠습니다........... 아아핫!
국민들이 사랑하는 전직 대통령 두분이나 떠나게 한 MB가
대통령 좌를 떠난 이후 어찌 되는지 똑똑히 보고 싶습니다.

오늘 뉴스에요,
세금 안 내고 버티는 전두환 씨에게 드는 1년 보안 비용이 8억이라네요.
그걸 왜 해줘야 한답니까? 정말 이해가 안 갑니다.

감은빛 2011-05-19 17:11   좋아요 0 | URL
아직도 그만큼이나 남았네요! 에휴!
따로 코메디 프로를 보지 않아도,
저들이 늘 보여주는 상황이 언제까지 계속되어야 하는지....
분명 웃을 상황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웃음밖에 나오지 않는 세상이죠!

5.18을 북한군의 소행이라고 우기는 사람들.
오늘 또 벌어진 농협 전산 장해(4시간)도 역시 북한 소행이겠죠?

양철나무꾼 2011-05-21 12: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쥐벽서 티셔츠도 사야하고...
앞으로 남은 1년반 동안...이런 코미디 같은 일은 고만 하고 싶은데 말이죠~^^

이명박 정부에서 있었던 숱한 일들이 책 한권으로 정리가 된단 말입니까???


감은빛 2011-05-23 12:48   좋아요 0 | URL
그 티셔츠 대박 날 것 같던데요.
아마도 계속 코미디가 될 것 같은 예감입니다.

물론 누락된 사항들도 있을 겁니다.
그래도 큰 줄기는 대체로 꿰고 있는 것 같습니다.

루쉰P 2011-05-25 23: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 이 책 좋네요. 그리고 감은빛님이 자신의 신념으로 활동하는 분이란 사실을 확실하게 알았네요. 감은빛님처럼 현장에서 직접 자신의 소리를 외치시는 분을 저는 존경합니다. 진짜에요. ^^ 전 촛불집회 때 근처에만 갔다가 소심하게 모금함에 돈만 내고 오는 그런 행동을 했어요. 뭐랄까? 진보적이지 못한 소시민이라 할까요?
감은빛이 촛불집회에 데려가 아이들이 분명 감은빛님의 마음을 알고 같이 싸워줄 공동전선을 펼칠 것이라 확신해요. 흠..부러워요.
저도 기억하려고 합니다. 평화는 망각과의 싸움이라는 고르바초프의 말을 좋아하거든요. ^^

감은빛 2011-06-02 11:32   좋아요 0 | URL
아휴, 저는 그저 촛불집회에 참가했던 수많은 시민들 중 한 사람일 뿐입니다.
이 사회에는 부당한 일을 겪는 선량한 피해자가 너무나도 많아요.
그런 사람들이 받은 피해를 바로 잡아줄 수 있는 사회가 되길 바랍니다.

댓글이 많이 늦었네요. 이해해주실거죠? ^^

루쉰P 2011-06-02 15:04   좋아요 0 | URL
전 항상 이해를 합니다. 행동하는 지식인은 이해합니다. ^^
 
숨 쉬러 나가다
조지 오웰 지음, 이한중 옮김 / 한겨레출판 / 2011년 4월
평점 :
절판


 

시놉시스 

늙은 돼지 메이저가 그 생각을 떠올린 건 새 틀니를 받던 날이었다. 얼굴에 드러난 세월의 흔적만큼 현명한 돼지 메이저는 아침에 거울을 보다가 문득 그 돈이 떠올랐다. 메이저는 입이 귀에 걸릴만큼 큼지막한 웃음을 지으며 화장실을 나섰다. 그 시각 늙은 돼지 메이저의 옆집 이웃인 조지 볼링 역시 거울을 쳐다보며 새 틀니를 받을 생각을 하고 있었다. 조지 볼링은 뚱뚱한 외모 탓에 터비(나무통 tub를 연상시키는 외모탓에)라고 불리는 인간이었다. 그는 얼마 전에 경마를 통해 부인 몰래 비자금을 마련해두었는데, 그 돈을 자신의 정원 나무 아래 감추는 장면을 늙은 돼지 메이저에게 들키고 말았지만, 본인은 그 사실을 깨닫지 못했다. 터비는 그날 아침 새 틀니를 받을 생각에 들떠있었다. 들뜬 마음은 곧이어 자신이 감춰놓은 돈을 어떻게 쓸 것인가에 대한 생각으로 이어졌다. 값비싼 식당에서 예쁜 여성과 식사를 할까? 내 주위에 그렇게 예쁜 여성이 없었지! 그럼 그렇게 예쁜 여성을 꼬시기 위한 뭔가 방법을 마련해야 할텐데. 뭐가 있을까? 향과 맛이 좋은 와인? 값비싼 자동차? 뭐가 되었든 숨겨둔 돈만으로는 무리다!


터비가 사치스러운 고민을 이어가고 있을 즈음 메이저는 일찌감치 집을 나서 이웃 터비의 차고 앞을 서성거렸다. 분명히 터비는 오늘 숨겨둔 돈을 찾을 것이다. 왜냐하면 터비도 오늘 새 틀니를 찾기로 되어 있기 때문이다. 새 틀니를 찾은 터비는 숨겨둔 돈을 찾아 어디론가 떠날 것이고, 메이저는 그를 따라 어디든 따라나설 생각이었다.


터비는 힐다의 무성의한 배웅을 무시하고 집 현관을 나섰다. 발걸음을 차고로 옮겨, 낡은 자동차의 시동을 걸었다. 차가 출발하자 메이저는 쾌액 소리를 지르며 황급히 몸을 피했다. 계산된 동작이었다. 터비는 당연히 차를 멈추었고, 키 낮은 관목들을 뭉개고 누운 메이저를 내려다보며 사과하고, 손을 뻗어 일으켜 주었다. 이때 한 블록 옆에 살고 있는 나폴레옹이 자전거를 타고 자나가다가 이 장면을 보았다. 젊고 튼튼한 돼지 나폴레옹은 늙은 돼지 메이저에 대한 인종차별이라고 생각했다. 나폴레옹은 곧바로 터비를 쏘아붙였고, 터비는 더 할말을 잊은채, 그의 말을 다 인정했다. 메이저는 합의금과 치료비를 요구했다. 나폴레옹은 거기서 일정부분은 자신의 몫으로 요구했다. 그리고 터비는 그 요구를 모두 받아들였다. 그 금액은 정확히 터비가 숨겨둔 돈의 액수와 같았다.


터비는 결국 나폴레옹과 메이저에게 설득당해 숨겨둔 비자금을 모두 내주고 말았다. 오랫동안 잊고 있었던 고향을 방문할 계획이었지만, 모두 수포로 돌아갔다. 그리고 메이저는 그 돈을 오랫동안 계획해왔던 거사를 준비하는 자금으로 썼다. 나폴레옹은 그 돈의 일부를 거사를 준비하기 위해 사용했지만, 나머지 돈은 자신의 사욕을 위해 사용했다. 인간과 동물의 권리가 동등하다는 이른바 ‘동물권리선언’이 채택된지 백여년이 지났지만, 동물들 중에서 그 조항의 실질적인 혜택을 받지 못하는 이가 대부분이다. 그리고 나폴레옹처럼 중간에서 착취를 일삼는 친인간파 돼지들이 있으리라고는 대부분 상상도 하지 못했다.


메이저는 나이를 이기지 못하고 곧 영원히 잠이 들었지만, 나폴레옹은 그동안 쌓아왔던 혁명적 기반을 바탕으로 마침내 동물 혁명을 일으킨다. 오랜 세월을 공고히 이어져왔던 인간의 동물에 대한 지배권이 무너지고, 서류상의 평등이 아닌 실 생활에서의 평등이 정착되는 데 큰 영향을 미친 사건이다. 마침내 동물은 인간과 평등한 삶을 살아갈 수 있는 것처럼 생각될 수도 있었으나, 혁명 직후의 오랜 혼란기를 거치면서 각 동물들은 다양한 입장을 바탕으로 한 다양한 분파로 이루어진 혁명 2세대를 통해 새로운 시대를 맞게 된다.



제목 : 혁명기의 동물들
감독 : 감은빛

각본 : 감은빛

원작 : 조지오웰

주연 : 메이저, 조지 볼링, 나폴레옹

조연 : 힐다. 복서, 스노볼, 스퀼러 등


조지 오웰이 본격적으로 정치적 입장을 강하게 드러낸 ‘동물농장’이나 ‘1984’ 등의 소설을 쓰기 직전에 발표한 소설이다. 국내에는 아직까지 발표된 적이 없는 미지의 작품. 조지 오웰 특유의 섬세하면서도 현실을 꿰뚫는 시선이 드러나는 숨은 걸작이다.


‘동물농장’과 ‘1984’를 재미있게 읽은 독자라면 반드시 읽어야 할 책. 전쟁의 기운이 만연한 시대에 자본주의와 국가주의의 불안과 개인의 소외를 드러낸 문제작이다. 역시 조지 오웰이란 말이 절로 나오는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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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jy 2011-05-11 09: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굉장히 신랄한 우화설정이군요~
옛날엔 이랬지만 요즘은 그나마 세상 좋아졌어,,,라고 말하기 민망한 현실이 참 그렇습니다--;

감은빛 2011-05-11 13:10   좋아요 0 | URL
글이 비약이 좀 심하죠? ^^
현실을 생각하면 참 한숨만 나옵니다.

굿바이 2011-05-11 10: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런 반가운 책을 여기서 보네요. 좋은 책 소개 잘 읽었습니다 ^^

감은빛 2011-05-11 13:11   좋아요 0 | URL
부족한 글 읽어주시고, 말씀 남겨주셔서 고맙습니다! ^^

루쉰P 2011-05-11 12: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흠..조지 오웰의 매니아로서 안 읽을 수가 없는 책인데 감은빛님의 리뷰를 읽으니 더욱 댕끼는 이 마음 ㅋㅋ 역시 조지 오웰처럼 역시 감은빛님이란 말이 절로 나오네요.

감은빛 2011-05-11 13:15   좋아요 0 | URL
역시 루쉰님도 조지 오웰 마니아였군요.
요즘 계속해서 조지 오웰 책들이 꾸준히 나와서 좋네요!

루쉰님 자꾸 그렇게 비행기를 태우시면,
나중에 떨어질 때는 어떻게 하나요?
찢어진 낙하산이라도 하나 챙겨주실거죠? ^^

루쉰P 2011-05-11 15:37   좋아요 0 | URL
전 은근히 냉정해서 낙하산 따위는 챙기지 않습니다. 다만 떨어지지 않게 계속 띄울 뿐이죠. ㅋㅋㅋ

그리고 오해 하실까봐 얘기드려요. 전 칭찬에 인색해요. 푸훗.

감은빛 2011-05-12 01:20   좋아요 0 | URL
앗! 찢어진 낙하산도 안되나요? ^^
제 서재에 남긴 댓글로 보아 인색하다는 말씀은 믿기 어렵사옵니다!
떨어지지 않게 계속 띄워주신다는 말씀만 믿겠습니다! ^^

루쉰P 2011-05-15 08:21   좋아요 0 | URL
네 믿어주세요. ㅋㅋ 아 누군가에 믿음을 주다니 저도 교주의 끼가 있나봐요. 헤헤헤

마녀고양이 2011-05-11 16: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동물 농장을 하두 오래전에 읽어서
순간적으로 동물 농장인가 하고 다시 읽었어요.
아, 읽고 싶은 소설인데요. 청년 시절 조지 오웰에 한번쯤 다들 심취하잖아요.
정말 신랄하고 심란한 소설들이었죠.
세상을 좀 더 알게 된 지금 더욱 심란하려나요?

감은빛 2011-05-12 01:24   좋아요 0 | URL
두 책을 섞어서 좀 재미있는 이야기를 만들어보고 싶었는데,
너무 졸리고, 급한 마음에 그만 허술한 이야기가 되어버렸네요.

이 책은 본격적인 조지 오웰의 소설보다는 조금 읽기 쉽습니다.
국내에 첫 소개된 소설이라니, 여러모로 의미가 있는 것 같아요.
마녀고양이님께는 취향에 맞으실 듯, 재미있게 읽으실 거예요.

양철나무꾼 2011-05-12 01: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와~진짜 재치발랄한 시놉인걸요, 저 아래 어딘가의 마늘밭이 생각나는 것이...
이 책 쟁여만 놓고 아직 못읽었어요.
숨쉬러 나가려 하지만, 마땅히 숨 쉴 곳을 찾지 못하는 얘기라고 하여...
좀 숨쉴만 할 때 읽어보려구요~^^

감은빛 2011-05-12 01:29   좋아요 0 | URL
앗! 마녀고양이님 댓글을 읽고 답을 하고 있었는데,
갑자기 '짠'하고 양철님 댓글이 나타났어요!
깜짝 놀랐습니다.

아유, 졸음을 참아가며 급하게 쓴 글이라,
허술하기만 한 글입니다.
뭔가 좀 더 흥미진진한 이야기를 생각하고 있었는데,
다 풀어내지 못해서 아쉽네요.

어서 밀린 책들을 읽어치우고!
양철님이 보내주신 두꺼운 책들을 펼쳐들어야 할텐데....

따라쟁이 2011-05-14 12: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나저나 갑자기 감은빛님은 비자금이 생기면 어따가 쓰실까.. 뭐 이런 궁금증이 생기네요.

아 발랄깜찍한 시놉에 이런 댓글을 다는게 좀 죄송하지만, 원래 본문과 상관없는 댓글 다는게.취미자 특기니까^-^

감은빛 2011-05-15 23:27   좋아요 0 | URL
저요? 요 글에 답이 있습니다.
비자금이 생기면 좋겠지만, 평생 그럴일은 없을 것 같은데요. ^^
 
우리나라 해양보호구역 답사기 - 아주 특별한 바다 여행
박희선 지음 / 자연과생태 / 201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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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기만 해도 아름다운 우리 바다 

가끔 힘든 일이 생길때마다 나도 모르게 바다가 보고 싶다는 생각을 먼저 하게 된다. 생각해보면 독립해서 집을 떠나 살기전까지, 나는 늘 바다 가까이에서 살아왔다. 멀리 해운대 바다가 보이는 장산 기슭에서 오랫동안 살았고, 독립하기전 유일하게 집을 떠나있던 시기였던 군생활도 바닷가에서 했다. 이렇게 글을 쓰면서 생각해보니, 지금껏 아름답고 유명한 바닷가 근처에서 살았었다. 해운대는 지금은 모래사장이 10분의 1도 채 남지 않아 그 명성이 무색해졌지만, 여전히 피서철이되면 수많은 인파로 발디딜틈이 없다. 어릴적 보았던 그 해운대 바다는 참 멋졌는데, 이제 다시는 그런 모습으로 되돌리지는 못할 것이다! 군대 생활을 했던 동해바다의 북쪽 끝자락도 참 아름다운 바다였다. 멀리 가고 싶어도 갈 수 없는 북측땅 해금강이 보이는 맑고 푸른 바다. 무엇보다 사람의 발길이 전혀 닿지 않았기에 물이 정말 맑았다. 딱 한번 청소하러 철책선 안으로 들어갔다가, 그 아름다운 바다 빛깔에 반해버려, 총이고 옷이고 다 벗어던지고 뛰어들고 싶은 맘을 참느라 힘들었다. 조금 남쪽으로 내려오면 유명한 화진포 해수욕장이 있다.(여기도 해안청소하러 두어번 갔었다.) 김일성과 이승만이 경쟁하듯 별장을 지어놓았을 정도로 아름다운 곳이다. 

어디 이 두 곳 뿐이겠는가. 운 좋게도 우리나라에는 이렇게 아름다운 바다가 많다! 그냥 바라보기만 해도 아름다운 바다에 어떤 인연이나 추억이 곁들여진다면, 그 바다가 더욱 각별해질 수 밖에 없다. 유명해지기 전이라 아직 인적이 드물었던 정동진이나, 곱디 고운 모래와 소나무의 멋이 기억에 남는 남해 송정해변 등도 각별한 기억으로 남아있는 곳들이다. 

지금껏 동해와 남해만 아름다운 바다인줄 알았는데, 이 책을 읽어보니 서해에도 아름다운 바다가 무척 많다! 신두리 해안 사구의 절경과 밀물때는 사라졌다가 썰물때 나타나는 신비한 모래섬을 볼 수 있는 대이작도는 그냥 사진으로만 봐도 정말 아름다웠다. 이외에도 이 책에 소개된 14곳의 바다는 모두 다 아름답기만하다.

바다는 언제나 마음의 휴식처 

모든 생명은 원래 바다에서 나왔다고 했던가. 맨 처음 말문을 열엇듯이, 힘들고 지칠때면 어김없이 바다가 보고 싶어진다. 엄마의 자궁으로 돌아가고 싶은 무의식 때문일까. 답답한 회색 건물틈을 벗어나 시원하게 열린 바다를 보고 싶은 마음 때문일까. 기억속에 남아있는 어떤 그리운 추억 때문일까. 어떤 이유 때문인지는 모르겠다. 그냥 문득 바다가 보고 싶어지는 그런 때가 있다. 

그러나 이 낯선 대도시에 살면서, 보고 싶다고 아무때나 바다를 보기는 쉽지 않다는 걸 깨달았다. 정말 힘들었을 때, 주위 친구에게 바다가 보고 싶다고 했더니 데려간 곳은 인천 월미도였다. 월미도도 나름 바다를 바라보며 사색할만한 곳이고, 나름의 풍경이 있는 곳이지만, 솔직히 내가 원한 바다의 모습은 아니었다. 데려다준 친구가 무척 고마웠기에 실망한 기색을 드러내지 않으려고 애썼다. 잘 몰랐기 때문에, 아무런 정보가 없었기 때문에, 이 대도시에서 손쉽게 갈 수 있는 바다는 월미도 뿐이구나 싶었다. 가끔 주말이 되어 가족 나들이를 가고 싶어도 어디가 좋은 곳인지, 비교적 가까이에 가볼만한 곳은 없는지 잘 몰라서 주저하게 되었다. 내가 아는 바다는 죄다 강원도, 경상도, 부산 뿐이었다. 

그런 의미에서 이 책은 나에게 '구원'이나 다름없다! 우리나라에 이처럼 멋진 바다가 이렇게 많다는 것을 알려주었을 뿐만 아니라 구체적인 위치와 찾아가는 방법까지 자세하게 설명해준다. 게다가 책 뒷부분을 보면 해변이나 갯벌 등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는 바다생물들에 대해서도 가르쳐준다. 저자가 추천하는 곳들을 부지런히 돌아보아도 좋을 것 같고, 아니면 그냥 한가로이 바닷가를 어슬렁거리다가 돌아오기만 해도 좋을 것 같다. 어쨌든 올해부터는 이 책을 가방에 넣고 여기저기 다녀보고 싶다. 

아주 특별한 바다 여행 

솔직히 제목만 들었을 때는 그냥 그런 여행책이라고 생각했다. '우리나라 해양보호구역 답사기'라는 부제는 조금 딱딱한 느낌이어서 오히려 부담스러웠다. 막상 책을 손에 쥐고 보니, 왜 제목에서 '특별하다'는 의미를 강조했는지 알 것 같다. 

당장이라도 달려가고 싶게 만드는, 시원시원한 사진들이 일단 인상적이고, 부드럽게 읽히는 저자의 글도 괜찮은 느낌이다. 조곤조곤 풍경과 삶의 모습을 이야기하는 와중에, 가끔 던져지는 질문이나 문제제기도 맘에 든다. 마냥 들뜬 기분이었다가 툭 던져지는 한마디에 갑자기 숙연해지거나 심각해지기도 하는데, 덕분에 아주 가볍지도 무겁지도 않은 적정한 수준의 책이 된게 아닐까 싶다. 

아쉬운 점을 들자면, 우선 글이 조금 모자란 느낌이다. 흔히 접하는 여행에세이 느낌으로 읽었는데, 다녀온 곳들마다 충분히 할말을 다 못한 느낌. 각각의 바다에 대해서 좀 더 여러가지 이야기들을 들려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본다. 그리고 뒤쪽에 '해양생물찾아보기' 부분도 설명이 모자란느낌이다. 

이제 책을 다 읽었으니, 바다로 여행을 떠날 일만 남았다. 뭐 당장 여행을 떠날 형편이 못된다해도, 괜찮다. 생각날때마다 꺼내어 멋진 사진들을 펼쳐보는 것만으로도 조금은 위안이 될 것 같다. 아주 특별한 바다 여행이 될지 어떨지는 모르겠지만, 나만의 바다 여행을 떠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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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잘라 2011-05-05 19: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까 낮에 TV로 「오션스」를 봤어요. 어린이날 특집으로 해준 모양인데 아무튼 넋을 잃고 봤어요. 바다, 시원시원한 사진들이 인상적이라고 하시니 우선 담아갑니다. ^ ^

감은빛 2011-05-06 13:40   좋아요 0 | URL
아, 저도 그 다큐멘터리 봤어요.
큰애가 좋아할줄알고 보여줬는데, 아이는 중반쯤 관심을 잃어버리고,
저는 점점 더 열중하게 되서,
나중에 정신을 차리고나니, 저 혼자 열심히 보고 있더라구요.
아이는 저기서 혼자 인형놀이 하고 있었어요. ^^

바다 속 사진은 조금 밖에 없어요.
대부분 해안 사진인데,
정말 우리나라에 저렇게 멋진 곳이 많구나~!
새삼 감탄하게 되었어요!

순오기 2011-05-07 14: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바다는 막힌 걸 확 뚫어줘서 좋더라고요,
저도 사는 게 답답하고 답이 안 나올 때 무조건 기차타고 바다를 보러 갑니다.
그러면 가슴이 뚫리고 다시 살아야겠단 생각이 들더군요.

감은빛 2011-05-11 13:05   좋아요 0 | URL
광주에서는 주로 어디로 가시나요?
기차를 타신다니, 남쪽으로?

네, 바다는 답답한 마음을 확 뚫어주는 존재죠.
공감해주셔서 고맙습니다!

따라쟁이 2011-05-09 14: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여러모로 이쁜 책이에요 ^^

감은빛 2011-05-11 13:06   좋아요 0 | URL
네, '이쁜 책'이란 단어가 어울리네요.
고맙습니다!

마녀고양이 2011-05-09 18: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처녀 시절, 권력을 제멋대로 휘두를만한 사람을 골라서 만나던 시절에 말이죠.
저는 바닷가 여행을 가면, 해변가에 주저앉아 하염없이 몇시간씩
바다만 바라보던게 특기였답니다. 물속에 들어갈 생각도 없이
바다와 햇살이 변화하는 모습을, 해가 지는 모습과 달이 뜨는 모습을 보는거죠.

그런데 결혼하여 한자리에 엉덩이 30분 이상 걸치지 못 하는
신랑을 만난 이후, 한번도 못 그랬어요. ㅠ. 그런데 머.. 그것도 나쁘지는 않네요. ^^

감은빛 2011-05-11 13:08   좋아요 0 | URL
바다를 가만히 바라보고 있는 거,
저도 결혼 전에는 혼자 겨울 바다를 찾아가서, 종종 하던 일이었어요.

결혼 후에는 그러질 못했죠.
신경써야 할 사람이 늘 옆에 있게 되었으니까요.
네, 그것도 뭐 나쁘지는 않은 것 같아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