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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해양보호구역 답사기 - 아주 특별한 바다 여행
박희선 지음 / 자연과생태 / 2011년 5월
평점 :
보기만 해도 아름다운 우리 바다
가끔 힘든 일이 생길때마다 나도 모르게 바다가 보고 싶다는 생각을 먼저 하게 된다. 생각해보면 독립해서 집을 떠나 살기전까지, 나는 늘 바다 가까이에서 살아왔다. 멀리 해운대 바다가 보이는 장산 기슭에서 오랫동안 살았고, 독립하기전 유일하게 집을 떠나있던 시기였던 군생활도 바닷가에서 했다. 이렇게 글을 쓰면서 생각해보니, 지금껏 아름답고 유명한 바닷가 근처에서 살았었다. 해운대는 지금은 모래사장이 10분의 1도 채 남지 않아 그 명성이 무색해졌지만, 여전히 피서철이되면 수많은 인파로 발디딜틈이 없다. 어릴적 보았던 그 해운대 바다는 참 멋졌는데, 이제 다시는 그런 모습으로 되돌리지는 못할 것이다! 군대 생활을 했던 동해바다의 북쪽 끝자락도 참 아름다운 바다였다. 멀리 가고 싶어도 갈 수 없는 북측땅 해금강이 보이는 맑고 푸른 바다. 무엇보다 사람의 발길이 전혀 닿지 않았기에 물이 정말 맑았다. 딱 한번 청소하러 철책선 안으로 들어갔다가, 그 아름다운 바다 빛깔에 반해버려, 총이고 옷이고 다 벗어던지고 뛰어들고 싶은 맘을 참느라 힘들었다. 조금 남쪽으로 내려오면 유명한 화진포 해수욕장이 있다.(여기도 해안청소하러 두어번 갔었다.) 김일성과 이승만이 경쟁하듯 별장을 지어놓았을 정도로 아름다운 곳이다.
어디 이 두 곳 뿐이겠는가. 운 좋게도 우리나라에는 이렇게 아름다운 바다가 많다! 그냥 바라보기만 해도 아름다운 바다에 어떤 인연이나 추억이 곁들여진다면, 그 바다가 더욱 각별해질 수 밖에 없다. 유명해지기 전이라 아직 인적이 드물었던 정동진이나, 곱디 고운 모래와 소나무의 멋이 기억에 남는 남해 송정해변 등도 각별한 기억으로 남아있는 곳들이다.
지금껏 동해와 남해만 아름다운 바다인줄 알았는데, 이 책을 읽어보니 서해에도 아름다운 바다가 무척 많다! 신두리 해안 사구의 절경과 밀물때는 사라졌다가 썰물때 나타나는 신비한 모래섬을 볼 수 있는 대이작도는 그냥 사진으로만 봐도 정말 아름다웠다. 이외에도 이 책에 소개된 14곳의 바다는 모두 다 아름답기만하다.
바다는 언제나 마음의 휴식처
모든 생명은 원래 바다에서 나왔다고 했던가. 맨 처음 말문을 열엇듯이, 힘들고 지칠때면 어김없이 바다가 보고 싶어진다. 엄마의 자궁으로 돌아가고 싶은 무의식 때문일까. 답답한 회색 건물틈을 벗어나 시원하게 열린 바다를 보고 싶은 마음 때문일까. 기억속에 남아있는 어떤 그리운 추억 때문일까. 어떤 이유 때문인지는 모르겠다. 그냥 문득 바다가 보고 싶어지는 그런 때가 있다.
그러나 이 낯선 대도시에 살면서, 보고 싶다고 아무때나 바다를 보기는 쉽지 않다는 걸 깨달았다. 정말 힘들었을 때, 주위 친구에게 바다가 보고 싶다고 했더니 데려간 곳은 인천 월미도였다. 월미도도 나름 바다를 바라보며 사색할만한 곳이고, 나름의 풍경이 있는 곳이지만, 솔직히 내가 원한 바다의 모습은 아니었다. 데려다준 친구가 무척 고마웠기에 실망한 기색을 드러내지 않으려고 애썼다. 잘 몰랐기 때문에, 아무런 정보가 없었기 때문에, 이 대도시에서 손쉽게 갈 수 있는 바다는 월미도 뿐이구나 싶었다. 가끔 주말이 되어 가족 나들이를 가고 싶어도 어디가 좋은 곳인지, 비교적 가까이에 가볼만한 곳은 없는지 잘 몰라서 주저하게 되었다. 내가 아는 바다는 죄다 강원도, 경상도, 부산 뿐이었다.
그런 의미에서 이 책은 나에게 '구원'이나 다름없다! 우리나라에 이처럼 멋진 바다가 이렇게 많다는 것을 알려주었을 뿐만 아니라 구체적인 위치와 찾아가는 방법까지 자세하게 설명해준다. 게다가 책 뒷부분을 보면 해변이나 갯벌 등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는 바다생물들에 대해서도 가르쳐준다. 저자가 추천하는 곳들을 부지런히 돌아보아도 좋을 것 같고, 아니면 그냥 한가로이 바닷가를 어슬렁거리다가 돌아오기만 해도 좋을 것 같다. 어쨌든 올해부터는 이 책을 가방에 넣고 여기저기 다녀보고 싶다.
아주 특별한 바다 여행
솔직히 제목만 들었을 때는 그냥 그런 여행책이라고 생각했다. '우리나라 해양보호구역 답사기'라는 부제는 조금 딱딱한 느낌이어서 오히려 부담스러웠다. 막상 책을 손에 쥐고 보니, 왜 제목에서 '특별하다'는 의미를 강조했는지 알 것 같다.
당장이라도 달려가고 싶게 만드는, 시원시원한 사진들이 일단 인상적이고, 부드럽게 읽히는 저자의 글도 괜찮은 느낌이다. 조곤조곤 풍경과 삶의 모습을 이야기하는 와중에, 가끔 던져지는 질문이나 문제제기도 맘에 든다. 마냥 들뜬 기분이었다가 툭 던져지는 한마디에 갑자기 숙연해지거나 심각해지기도 하는데, 덕분에 아주 가볍지도 무겁지도 않은 적정한 수준의 책이 된게 아닐까 싶다.
아쉬운 점을 들자면, 우선 글이 조금 모자란 느낌이다. 흔히 접하는 여행에세이 느낌으로 읽었는데, 다녀온 곳들마다 충분히 할말을 다 못한 느낌. 각각의 바다에 대해서 좀 더 여러가지 이야기들을 들려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본다. 그리고 뒤쪽에 '해양생물찾아보기' 부분도 설명이 모자란느낌이다.
이제 책을 다 읽었으니, 바다로 여행을 떠날 일만 남았다. 뭐 당장 여행을 떠날 형편이 못된다해도, 괜찮다. 생각날때마다 꺼내어 멋진 사진들을 펼쳐보는 것만으로도 조금은 위안이 될 것 같다. 아주 특별한 바다 여행이 될지 어떨지는 모르겠지만, 나만의 바다 여행을 떠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