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라인 강의

줌을 이용한 온라인 강의는 처음이었다. 강의 내용은 작년에 했던 강의를 그대로 해달라고 요청받았는데, 물어보니 작년에 이 교육 프로그램에 참여했던 분들이 이번에도 몇 분 계시다고 했다. 그때 강의 내용을 그대로 기억할 수도 없고, 어차피 새로 준비를 해야하니 작년에 만든 강의안을 바탕으로 내용을 추가해 보완했다. 급하게 청탁을 받았고, 나도 중요한 행사를 앞두고 엄청 바쁜 기간이어서 매일 밤마다 야근을 하면서 강의 전날 밤에야 겨우 강의안을 완성했다. 주최측이 강의 장소로 지정한 곳은 강남쪽의 어느 작은 스튜디오였다. 가보니 이 교육프로그램 전체 진행을 도와주시는 강사님이 계셨다. 줌 사용법을 알려주시고, 간단히 분위기를 설명하고 도움이 될만한 팁을 알려주셨다. 그래도 이 분이 옆에 계셔서 큰 도움이 되었다. 만약 혼자 그 방에서 떠들어야 하는 상황이었다면 훨씬 더 힘들었을 것이다. 3시간 연강이었는데, 휴식 후 다시 강의를 시작할 때마다 마이크 연결상태에 문제가 생기거나 카메라가 말썽이거나 하는 등 사소한 문제들이 계속 발생했다. 이래저래 시간을 제법 뺏겨서 내 강의 시간도 줄어들 수 밖에 없었고, 나는 이번에도 또 시간 배분에 실패해서 막판에 엄청 시간에 쫓겼다. 말이 빨라졌고, 발음이 잘 되지 않아 버벅거렸다. 강의를 다시 하는 것도 너무 오랜만이라 3시간째에는 목이 아프기 시작했다. 오래전 학원에서 일할 때는 하루에 7시간씩 강의를 했는데, 이젠 고작 3시간 강의도 못 버티는구나 싶은 생각이 들었다.

일단 적응이 안 되었던 게, 좌우와 정면에 3개씩이나 설치한 조명이었다. 너무 밝았고 내 얼굴이 너무 적나라하게 화면에 드러나는 것이 아닌가 싶어서 부끄럽기도 했다. 흉터가 잘 보이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에 일부러 수염을 길렀고, 이 못난 얼굴을 좀 가리고 살았으면 싶어서 머리카락을 기르고 있긴 한데, 이렇게 준비되지 않은 상태에서 여러 사람들 앞에서 강의를 한다는 것, 게다가 강의실이 아닌 온라인 강의라는 것이 내게는 부담이었다. 지인들의 조언에 따라 머리칼을 묶고, 모자를 쓴 상태로 강의를 하러 갔다. 그나마 지저분해 보이는 머리의 상태를 보완할 수 있었다. 서른개가 넘는 작은 화면들을 보면서 말을 해야한다는 것도 어색했고, 시선을 어디에 둬야 할지도 잘 모르겠더라. 비록 악필이지만, 칠판이나 화이트보드에 글씨를 쓰거나 그림을 그리면서 설명을 하는 편이고, 계속 몸을 움직이고, 걸어다니면서 말을 해야 설명이 잘 되는 편이다. 매번 강의실에서 내가 움직일 수 있는 동선을 충분히 확보해야 원활하게 강의를 할 수 있는 편인데, 가만히 책상에 앉아 강의안을 넘기면서 입으로만 설명을 하는 건 너무 어려운 일이었다. 다행히 강의안에다 마우스로 그림이나 글씨를 쓸 수는 있던데, 이게 익숙치 않은 사람에게는 너무 삐뚤빼뚤 엉망으로 글씨나 그림이 그려져서 쉽지 않더라. 모든 게 내가 생각하는대로 잘 되지 않으니 자꾸만 핀트가 어긋나고, 말이 자꾸만 헛 나오고, 발음이 자꾸만 뭉개졌다. 아! 결국 최악의 강의 중 하나가 되어버렸다. 이 절망감!

정말 다행히도 옆에 계신 강사님께서 계속 이것저것 도움 말씀을 주시기도 하고, 휴식 시간에는 강의 내용에 대한 질문들을 해주면서 계속 말을 걸어주셔서 절망감에 침잠되지 않고 빠져나와서 다시 강의에 집중할 수 있었다. 나중에 생각해보니 일부러 내 자신감을 올려주려고 계속 그렇게 말을 걸어주신 게 아닌가 싶기도 했다. 만약 작년처럼 강의실에서 할 수 있었다면 훨씬 더 효과적으로 설명할 수 있었을 텐데, 여러모로 아쉬움이 많이 남는 강의였다. 일을 쉬고 있는 동안 감도 많이 무뎌졌고, 구체적인 수치나 조항들도 많이 잊어버렸다는 걸 깨닫기도 했다. 질문이 들어올 때마다 이렇게 간단한 것도 바로 답이 생각이 안 난단 말이지 생각이 들면서 머뭇거리고 있는 나 자신이 한심하게 느껴졌다. 강의가 끝나고 나서는 정말 어디 쥐구멍에라도 숨고 싶은 심정이었다.

접촉을 통한 충전

지하철을 타고 돌아오면서는 일부러 강의에 대한 생각을 빨리 머리에서 지워버렸다. 이 바쁜 날에 이미 지나간 일에 대해 자꾸 미련을 가지면 준비해야 할 일들에 실수가 생길 수도 있으니. 음악을 들으려고 무선 헤드폰을 착용했는데, 전원이 켜지지 않았다. 아침에 이동할 때 듣고 분명 전원을 꺼뒀을텐데, 그때 전원이 꺼지지 않고 계속 켜져 있다가 방전된 것일까? 무선 이어폰이나 헤드폰의 가장 큰 단점은 꼭 필요한 순간 예상치 못하게 배터리가 방전된 것이다. 가방 안에 무선 이어폰이 하나 더 있었는데, 꺼내기가 귀찮아 헤드폰을 목에 걸고 그냥 사무실에 도착하자마자 처리해야 할 업무들을 머리속에서 미리 하나씩 해보는 것으로 시간을 보냈다.

아이들을 만나는 날이라 미리 아이들과 시간 약속을 정해뒀다. 큰 아이가 리조또가 먹고 싶다고 하길래, 동네에 있는 파스타 가게에서 만나기로 했다. 시간 상 무리가 없을 것으로 예상했는데, 중요한 순간 예상이 빗나가곤 하는 일은 생각보다 자주 일어난다. 예상치 못한 변수가 발생해 시간이 늦어졌고, 아이들은 이미 파스타 가게로 출발했는데, 나는 아직 사무실을 벗어나지 못했다. 마음이 급하니 자꾸만 손이 엉뚱한 동작을 했고, 머리가 집중을 못했다. 일터 동료가 내 허둥대는 모습을 보면서 ˝국장님, 제가 마무리 할테니까 먼저 출발하세요.˝ 라고 말해줬다. 그 친구는 이미 아이들이 기다릴까봐 허둥대는 내 상황을 간파한 것이다. 고맙다고 잘 준비해달라고 말하고 급히 사무실을 나왔다. 아이들은 이미 가게에 도착했고, 먼저 주문해서 음식이 나오면 먹고 있으라고 했다. 내가 먹을 음식도 미리 주문하라고 했다.

택시를 타면 그리 오래 걸리지 않을 거리인데, 퇴근시간이라 차가 막혔다. 이 서울이란 도시는 이 외곽에서조차 늘 교통체증에 시달려야 하는 곳이다. 급해서 택시를 탔는데, 기사님은 너무나도 느림보처럼 차를 몰았다. 앞 차에 바짝 붙어서 갔으면 충분히 신호가 바뀌기 전에 지나갔을 것 같은데, 거리를 한참 두고 있다가 신호가 바뀔 즈음에야 천천히 움직이더니 신호가 바뀌니 그냥 그 자리에 멈춰섰다. 하! 나도 모르게 한숨이 나왔다. 내가 운전석에 앉았다면 벌써 도착했을 것 같은데. 자꾸만 급해지는 마음을 심호흡을 하며 가라앉히려 애썼다. 우회전해도 되는 상황에서도 멈춰서 기다리고, 미리 차선을 바꾸면 좋을 곳에서도 깜빡이만 켜고 쉽게 들어가지 못하는 모습을 보면서 택시 기사가 왜이렇게 운전을 못 하는지 따지고 싶은 마음을 참고 참고 또 참았다. 결국 내가 주문한 음식이 나왔다는 큰 아이의 문자에 근처인데 차가 밀려서 조금 더 걸린다고 답장을 보내고 뒷좌석에 등을 기대버렸다. 이 기사님 정말. 마지막에 내릴 때조차도 차를 횡단보도 한 가운데 세우는 어이없는 짓을 저지른다. 뭐라고 한 마디 해야 할 상황이었지만, 기다리는 아이들 때문에 참았다.

아이들을 만나자마자 내가 원하는대로 강의를 못한 것에 대한 아쉬운 마음과 일이 꼬여서 늦어진 것에 대한 스트레스와 택시 기사에 대한 화가 모두 눈 녹듯이 사라졌다. 늦어서 미안하긴 했지만, 아이들이 별 것도 아닌 일로 투닥거리며 파스타를 먹고 있는 모습을 보는 것 만으로 세상 모든 근심과 걱정이 사라졌다. 애들 먹는 모습을 보고 있으면 먹지 않아도 배가 부르다는 말. 믿기 어렵지만 정말 사실이다. 강의 장소로 이동하는 시간이 애매해서 제대로 점심도 먹지 못했고, 택시를 타고 오는 동안 허기를 느꼈지만, 나는 눈 앞에 음식 보다는 애들 맛있게 먹는 모습을 보는 것이 더 급했고, 더 좋았다.

인간이라는 건 어쩌면 타인과 접촉이 없으면 살 수 없는 존재인지도 모르겠다. 나는 평소 다른 누군가와 신체 접촉을 할 일이 거의 없다. 코로나-19 사태로 너무나도 당연했던 악수조차 하지 못하게 된 마당이니 더욱 그렇다. 그나마 일터 동료의 어깨를 툭 건드리거나, 오랜만에 만난 친한 후배들과 악수 대신 주먹을 마주치거나, 팔을 건드리는 등의 행위들이 가끔 일어나는 접촉이다.

그러다 아이들을 만나면 나도 모르게 손이 자꾸만 나간다. 머리를 쓰다듬고, 뺨을 손등으로 문지르고, 귓불을 만지고, 손을 꼭 붙잡게 된다. 특히 아직도 내 무릎에 앉는 걸 좋아하는 작은 아이는 꼭 껴안고 있게 된다. 이건 내가 생각하고 일부러 하는 행동이 아닌 마치 본능처럼 저절로 일어나는 일들이다. 방전되어 버린 배터리를 다시 충전해야 하듯이, 일상에 지친 내 마음을 아이들의 손을 붙잡고 있는 동안, 아이들을 꼭 껴안고 있는 동안 충전하는 것처럼 느껴진다. 만약 아이들이 없었다면 나는 누구를 통해 충전할 수 있을까? 충전 없이 계속 방전만 일어나는 삶은 상상하기도 싫다. 끔찍하다.

어떤 죽음

인간은 누구나 죽는다. 이 당연한 진실을 받아들이는 일은 언제나 어렵고 힘겹다. 최근 김기홍 활동가와 변희수 전 하사의 소식 때문에 마음이 많이 흔들렸다. 오랜만에 다시 죽음에 대해 생각해본다. 오래 전 노동당 박은지 부 대표의 선택 이후로 꽤 오랜만이긴 하다. 사회학자 에밀 뒤르껨은 자살이 전염되는 사회적 현상이라고 밝혔다. 그 의견에 동의한다. 신기하게도 자살은 전염된다. 나는 청소년기부터 여러 번 자살충동에 시달렸는데, 매번 마지막 행동을 실행할 용기가 없어서 실패했고, 지금까지 그 실패가 반복된 결과를 살아내고 있다.

코로나19 판데믹과 아프리카 돼지 열병과 조류 독감의 유행, 점점 심각하고 다양해지는 전세계의 이상 기후 현상들(기후 위기의 증거들) 때문에 점점 삶이라는 것에 대해 회의가 생길 수 밖에 없는 시대를 살고 있다. 어차피 단 한번도 오래 살고 싶다고 생각한 적은 없었다. 늙고 병든 몸으로 사는 것보다는, 사회를 바로 보지 못하고 기득권과 언론이 가르키는 대로만 바라보는 사람들(그토록 경멸했던 사람들)처럼 늙어갈 바에야 날카롭고 예민한 정신을 갖고 있는 상태로 죽고 싶다는 생각은 어렸을 때부터 지금까지 변함 없다.

다만 아이들이 태어나고 아이를 키우는 입장에서 지금은 적당한 시기가 아니라는 것은 머리로 알고 있었다. 지금도 여전히 그 생각은 변함없다. 언제가 될지는 모르겠지만, 아이들이 제 힘으로 사회를 견딜 수 있고, 제 삶을 찾아 내 품에서 벗어날 때까지는 아이들 곁에 머물러 줘야 하는 것을 의무라고 여긴다. 그 이후에 대해서는 지금은 생각하지 않으려고 한다.

박은지 부 대표의 선택이 내게 충격적이었던 것은 그의 아이가 아직 어렸기 때문이다. 아이가 아직 어린데도 그런 선택을 할 수 있었던 것이 무엇인지 궁금했다. 그걸 용기라고 해야할지, 절망이라고 해야할지, 뭐라 불러야 할지 모르겠지만, 그 마지막 실행을 할 수 있는 어떤 것이 그에게는 있었고, 나에게는 없었다.

지금은 잃어버린 MP3 플레이어 폴더 중 하나에는 다양한 버전의 [글루미 썬데이]가 수십곡 들어있었다. 문득 며칠 연속 오로지 그 곡만 반복해서 들으며 지냈던 어떤 시절들이 떠올랐다. 그 곡을 그렇게 다양한 버전으로 다시 들어보기는 이제 어려울 것 같다. 암튼 다시 그 노래를 들어보고 싶어졌다. 이왕이면 영화 [글루미 썬데이]의 주인공 에리카 마로잔의 목소리로, 헝가리어 버전으로. 독일어 버전은 검색해서 찾았는데, 헝가리어 버전은 못 찾겠다. 오전 동안만이라도 노래를 들으며 가만히 내 속으로 침잠하는 시간을 가져야겠다. 오후부터는 다시 바빠질테니.


추신) 성폭력으로 공석이 된 서울시장을 선출할 재보궐선거 판이 너무 엉망이라 보고 있기가 괴로워 신경을 끄고 지냈다. 투표소에도 가지 않을 생각이었다. 지금까지는 아무리 표를 줄 사람이 없어도 투표장에 가서 당당히 무효표를 제출하는 것이 내 권리이자 의무라고 여겼도, 투표권을 얻은 후 단 한번도 투표소에 가지 않은 적은 없었는데, 이제는 귀찮다고, 지쳤다고 생각했다. 부산 시장 자리에 눈이 멀어 가덕도 신공항이라는 미친 선택을 한 민주당과 정권에 대한 분노와 역겨움을 어떻게 풀어야 할지 몰라 괴롭고 힘들었다. 그렇게 노무현도 문재인도 환경운동가의 눈으로 보면 노태우, 이명박, 박근혜와 별로 다르지 않다고 평소에 떠들고 다닌 내 주장을 증명해줘서 고맙다고 해야할까?

암튼 이제 그 분노를 쏟아낼 수 있는 방법이 생겼다. 신지예 여성정치네트워크 대표가 서울시장 후보로 출마할 것을 선언했다. 투표소에서 내 한 표를 던지는 것 외에 도움이 된다면 뭐든 그를 돕는 것이 이 국면에서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이라고 확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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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넬로페 2021-03-06 11:34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줌으로 강의하시느라 수고 많으셨어요.
줌으로 참가해서 말하는것 만으로도 쑥스러운데 조명이 있는데서 강의까지 하려면 더 힘드셨겠어요.
개학을 해서도 딸아아는 여전히 사강을 듣는데 1년이 지나서인지 이제는 교수님들도 줌강의를 다들 편하게 하시더라구요~~
애들이 맛있게 먹는걸 보고 있는것도,
안기는 것도 참 좋죠^^
그리고 마지막 구절의 선거에 대한 말씀도 공감합니다.**

감은빛 2021-03-17 18:54   좋아요 0 | URL
답이 많이 늦었네요. 페넬로페님.
정말 조명이 너무 환하게 저를 비추고 있어서 처음에는 너무 어색했어요.
여러 모로 공감해주셔서 무척 고맙습니다!

코로나19 덕분에 교육 분야에 계신 분들은 온라인 강의 전문가가
되어가고 계신 것 같아요.
제 친구도 대학에서 강의를 하는데,
본인이 지난 학기 온라인 강의 평가에서 가장 좋은 평가를 받았다고 자랑하더라구요.

저는 작년에 중,고등학교에 보낼 강의 영상을 촬영했는데,
나중에 그 영상을 보니 너무 산만해서 보고 있기 힘들더라구요.
교실에서 수업하는 것과 가만히 앉아서 수업하는 건 너무 다른 일이라서
훈련되지 않은 저 같은 사람에게는 힘든 일인 것 같아요.

:Dora 2021-03-06 11:4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도 얼마전 첨으로 줌회의를 진행했는데 너무 서툴고 민망해서 창피했습니다 쩔쩔매는 모습을 보이는 게 아무렇지 않은 뻔뻔함을 기르고 싶어요 ><

감은빛 2021-03-17 21:16   좋아요 0 | URL
그렇죠. 도라님.
서툴고 민망하고 창피하구요.
저만 그런 것이 아니라 서로 그러니까 더욱 민망하더라구요.
시간이 지날 수록 점점 우리가 공부하고 익숙해져야 할 일들이 많아지네요.

samadhi(眞我) 2021-03-06 12:29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저는 어제 요가 첫 강의를 했습니다. 준비되지 않은 상태에서 원장님이 그냥 맡겨버려서 당황하고 끊임없이 어버버어버버... 하면서. 다음주부터 저도 줌요가 수업을 하기로 했습니다. 저는 오히려 줌이 더 편할 것 같아요^^ 제가 서툴러서 그런지.

언니들이 아는 사람들을 열심히 섭외(?)해와서 다행스레 시작은 할 수 있게 됐네요. 제 요가 수업이 맞으면 계속 듣고 아니면 그만두겠지 하고 그냥 편하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강사도 초보, 수련생도 초보 괜찮은 조합이라고 봅니다^^ 일방으로 제가 가르친다는 헛된 생각은 전혀 하지 않고 함께 해나가려 합니다. 함께니까 어떻게든 될거라고 낙관하면서 밀어부칩니다.

아이들을 향한 애틋한 부정(父情)에 뭉클하네요. 아이들에게 무언가를 해주려고 했는데 도리어 힘을 얻었다는 얘기들이 와닿아요.

감은빛 2021-03-17 21:18   좋아요 0 | URL
와! 요가 첫 강의!!
진아님, 요가 강사님이셨군요. ^^
저 아주 오래 전에 잠시 요가했었는데, 몸이 참 뻣뻣하더라구요.
다시 요가 배우고 싶은 생각은 있지만, 시간도 마음의 여유도 없네요.

진아님의 낙관의 힘을 저도 믿으며 응원합니다!
늘 고맙습니다!

바람돌이 2021-03-06 13:30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온라인 강의 참 힘들죠. 기계는 뜻대로 안먹어주고 내 목소리 내 표정 몸짓 다 어색하고 아무도 없는 허공에 떠드는 내가 너무 이상하고... ㅎㅎ 근데 인간은 적응의 동물이라고 그것도 하다보니 그냥 일상이 되더라구요. 저는 요새 온라인 수업하면서도 평소랑 똑같이 농담하고 욕도하고 딴짓도 하고 할어 다합니다. ㅎㅎ
감은빛님 아이들과의 시간 얘기를 읽으면서는 또 그래 이 시간이 얼마나 소중한 시간인데 이제 애들이 컸으니 정말 얼마 안남았다싶어 저도 맘이 뭉클해지네요.

요즘 신문기사를 보는건 여전히 맘이 싱숭생숭합니다. 안타까운 두분의 죽음에 미얀마에.... 뭔가 할수 있는게 없을까 뒤적뒤적하고 있습니다

감은빛 2021-03-17 21:23   좋아요 1 | URL
와! 이렇게 공감해주시니, 눈물이 다 나려고 하네요. ㅎㅎ
이미 온라인 수업에 익숙해지셔서 소위 말해 도가 튼 단계에 이르셨군요.
부럽기도 하고 왠지 노하우 전수를 부탁드려야 할 것도 같습니다.
작년에 신청하는 학교에 배포하기위해 2교시 강의 내용을
1교시(50분)으로 줄여서 강의 영상을 찍었고,
나중에 각 학교에 배포했다고 들었어요.
사고에서 회복되는 과정에, 아주 나중에 제 강의 영상을 봤는데,
가만히 앉아서 설명하는 것에 익숙지 않아서 너무 산만하더라구요.
제 목소리를 듣는 것도 너무 괴롭고, 여러모로 충격이었습니다.

코로나19가 참 별의별 경험을 다 하게 만든다는 생각이 들어요.

여러 모로 공감해주셔서 무척 고맙습니다! 바람돌이님. ^^

붕붕툐툐 2021-03-06 21: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급한 상황에서 운전 답답하게 하는 기사님을 만났을 때의 감은빛님 마음이 너무 고스라니 느껴지는데요~ 안을 수 있는 아이들이 있어 너무 좋으시겠다, 부러움을 느낍니다~
강의하느라 고생 많으셨어요. 생의 마침표는 언제든 찍을 수 있으니 지금은 그냥 행복하게 살아요!!^^

감은빛 2021-03-17 21:25   좋아요 1 | URL
붕붕툐툐님. 아이를 매일 안을 수 없는 것이 저는 가끔 매우 슬프고 힘들더라구요.
또 아이들이 점점 자랄수록 예전과 다름을 깨닫습니다.
딸들은 자라면서 엄마랑 더 친해지고, 아빠랑은 조금씩 멀어진다는 생각이 들기도 하구요. ㅠㅠ

언제나 말씀 남겨주셔서 고맙습니다! ^^

희선 2021-03-07 02:36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잘 모르지만 온라인 강의 처음 할 때는 꽤 힘든가 봐요 지난해에 많은 사람이 그런 말을 하더군요 감은빛 님도 처음이었으니 쉽지 않았을 듯합니다 그래도 끝까지 하셨군요 그렇게 했다는 것만으로도 다행입니다 감은빛 님이 강의를 잘하셔서 그렇게 부탁했나 봅니다

여러 가지 안 좋은 기분을 아이들 만나고 푸셨군요 그것도 다행입니다 그런 일이 없었다면 한동안 기분이 안 좋았을 거 아니예요

사람은 다 언젠가 죽겠지만, 스스로 목숨을 끊으면 안타깝기도 합니다 사는 게 더 힘들기는 해요 앞으로도 살 아주 작은 힘이라도 있으면 좋을 텐데 그런 게 다 사라진 사람도 있네요


희선

감은빛 2021-03-17 21:27   좋아요 1 | URL
네, 희선님. 처음은 뭐든 다 조금씩은 힘든 것 같아요.
저는 나름 강의를 잘 하는 편이라고 자신(혹은 자만?)하는데,
막상 온라인 강의가 제 맘대로 잘 되지 않아서 더 당황했어요.

자주 그런 생각을 합니다.
죽을 용기로 살라는 말은 맞는 말이기도 하고 틀린 말이기도 하죠.
저는 사람으로서 죽음을 선택할 자유도 분명 있다고 생각하는 편입니다.

말씀 고맙습니다!
 


아침에 눈을 뜨자마자 성전환수술 이후 강제전역 당했던 변희수 전 하사의 소식을 접했다. 얼마전 녹색당에서 성소수자 운동을 펼치던 김기홍 씨의 부고를 들었던 터라 더욱 참담함을 느낀다. 이 사회가 과연 제대로 된 곳인가? 안타까운 목숨들이 차별로 인해 생을 달리하는 모습이 정상인가?

이틀 연속 야근으로 몸도 무거운데, 마음까지 무너져내린다. 이런 세상을 위해 뭔가를 하고 싶지는 않다는 생각이 든다. 사회를 바꿔보려고 이렇게 애쓰는 것이 무슨 소용인가 싶다.

아! 오늘 같은 날은 낮술이라도 마시고 뻗어버리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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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연 2021-03-04 18: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안타까울 뿐입니다.................................

2021-03-04 19:02   URL
비밀 댓글입니다.
 


계단 오르기


1월 말부터 다시 운동을 시작할 수 있어서 너무 기분이 좋았었다. 운동 후 곧바로 느낄 수 있는 그 성취감. 샤워 후 느낄 수 있는 시원한 쾌감. 운동 후 이틀 뒤 느낄 수 있는 기분 좋은 뻐근함 등을 다시 느낄 수 있어서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2월부터 일터에 다시 출근하면서부터 업무와 업무 스트레스를 몸이 버티지 못하는 것 같았다. 일단 출근을 시작했으니, 매일 일정 시간을 걷고, 계단을 오르면서 가볍게 하는 운동을 매일 지속하되, 일주일에 3번은 제대로 운동해야지 생각했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날수록 가볍게라도 운동하는 날이 점점 줄어들었다. 제대로 운동하는 날은 더 심각하게 줄었다. 집에 오면 그냥 기절한 것처럼 쓰러져 잠들었고, 아침엔 며칠씩 연속으로 코피를 흘리며 힘들어했다. 주말에 푹 쉬면 조금 나아졌다가도 월요일이 되면 다시 피곤에 치이는 일이 반복되었다.


다시 열심히 휘두르고 싶었던 불가리안 백에 다시 먼지가 쌓이기 시작했고, 자주 원판을 갈아 끼우게 되리라 생각했던 바벨도 며칠째 그 자리에 그대로 놓여있었다. 심지어 며칠 전에 마무리 운동으로 사용하고 아무렇게나 놓아 둔 케틀벨은 홀로 엉뚱한 장소에 놓여 있다. 다른 케틀벨 옆에 가지런히 놓아줄 여유조차 없이 살고 있는 건가.


그나마 사무실이 9층이라 다행이다. 아침 출근길에 집에서 일터까지 걷는 것에 더해 9층을 오른느 것으로 최소한의 운동을 대신할 수 있어서다. 계단 오르기는 아무리 생각해도 좋은 운동이다. 우리 집이 겨우 2층 밖에 되지 않는 것이 너무 아쉽다. 한 10층 정도 살면 매일 운동량으로 꽤 괜찮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해본다.


얼마 전 글에 대학 시절 알바로 쌀배달 일을 했던 일을 썼었는데, 계단 오르기 얘길 하다보니 당시 정말 힘들었던 주문 한 건이 기억난다. 그날은 아파트 단지에서 몇 개의 동 엘리베이터가 일제히 점검으로 멈춰 있었다. 보통 쌀을 주문하는 사람들은 20kg 짜리를 시키는 경우가 많지만, 간혹 40kg 짜리를 주문하는 사람들도 있다. 그리고 하필 그날 18층(시간이 많이 지나서 층수가 정확히 기억나지는 않지만, 15층 보다는 높았고, 20층 보다는 낮았다.) 정도에 사는 분이 40kg 짜리 쌀 포대를 주문했다. 이미 다른 동에서 10층 내외의 집 몇 곳에 쌀을 배달하고 돌아온 탓에 조금 지쳐있긴 했지만, 가게에서 에어컨 바람을 쐬면서 땀도 말렸고, 가볍게 간식과 음료수를 마셔서 체력도 보충했기 때문에 가벼운 발걸음으로 쌀을 어깨에 메고 출발했다. 햇빛이 쨍쨍 내리쬐는 무척 더운 여름 날이었다. 해당 동까지 가기도 전에 이미 반팔 티셔츠는 땀으로 젖었다. 그리고 계단을 마주했다. 엘리베이터를 흘끔 쳐다보았지만, 여전히 '점검 중'이라는 종이가 붙어 있었다. 쌀을 내려놓고 한참을 쉬었다. 허리도 돌려보고, 제자리 뛰기도 해보고. 다시 쌀 포대를 메고 계단을 오르기 시작했다. 헉헉 숨이 차오르기 시작하고 점점 다리가 무거워지기 시작하고, 허벅지와 장단지의 근육에서 감각이 잘 안 느껴지기 시작할 때쯤, 허리에도 부담이 더해지기 시작한다. 어깨는 이미 계단을 몇 발짝 올라선 순간부터 무너져 내릴 것 같았다. 쌀 포대를 내려놓았다가 다시 올리는 것도 힘든 일이라 어깨를 바꿔 메면서 잠시 벽에 기대어 쉬다가 다시 계단을 올랐다. 죽을 것처럼 힘들다고 생각하며 몇 층인지를 봤는데, 아직 7층 정도였다. 도저히 안 되겠다 싶어서 9층 정도에서 한참을 다시 쉬었다. 그리고 다시 출발. 15층에서 거의 쓰러지는 것처럼 앉으며, 털썩 쌀 포대를 바닥에 내팽개쳤다. 이제 고지가 멀지 않았다고 생각했지만, 정말 다리가 후들후들 떨려서 못 올라갈 것 같았다. 한참 동안을, 아주 오래 쉬다가 겨우 일어나 다시 걷기 시작했다. 이제 층마다 벽에 기대 쉬었다. 시간이 얼마나 지났을까? 한 몇 시간은 계단에 갇혀 있는 기분이었다. 간신히 주문하신 분의 집에 도착했다. 30대 중후반의 여성이 땀에 흠뻑 젖은 내 몰골을 보시고 시원한 물 한 잔을 주셨다. 마치 사막에서 며칠을 헤마다 오아시스를 만난 느낌이었다. 그리고 이제는 맨 몸으로 터덜터덜 다시 계단을 내려갔다. 어깨에서 40kg 이 없이지고 나니 날아가는 것 같았다.


음, 계단 오르기 덕분에 최소한의 운동을 할 수 있어서 다행이다는 얘기를 하다가 잠시 먼 과거로 다녀와버렸다. 암튼 아침에 9층까지 계단을 올라 사무실에 들어서면 숨이 차고, 온 몸에 땀이 난다. 찬 물을 벌컥벌컥 들이켜고 잠시 숨을 고르다보면 한참 후에 땀이 마른다. 집에서 운동할 때처럼 바로 씻을 수 없어서 아쉽다. 


바쁠 때일수록 딴 짓


지난 번에 마감을 맞이한 주말에 미루고 미루고 미루다가 겨우 글을 써서 보냈다는 글을 썼는데, 이번 주말과 삼일절을 포함한 연휴도 비슷했다. 중요한 행사를 앞두고 준비해야 할 일이 많은 상태로 토요일을 맞았다. 일단 계획은 이랬다. 토요일과 일요일을 푹 쉬면서 잘 놀고, 월요일에 사무실에 나가서 일을 해야지. 그런데 막상 토요일부터 일요일까지 밀려있는 일 생각에 마음 편히 잘 쉬지는 못한 것 같다. 물론 평소보다 잠을 많이 자기는 했다. 아침마다 계속 나오던 코피도 월요일 아침에는 멈췄다.


삼일절이자 월요일이었던 어제, 마침 큰아이가 학교에 제출할 과제를 출력해야 한다길래 아이들을 데리고 사무실에 나왔다. 아이들에게 잠시 놀라고 하고, 나는 최대한 빨리 급한 것만 처리하고 나가려고 했다. 나는 늘 시간에 쫓길수록 업무 효율은 극도로 좋아진다. 짧은 시간에 엄청난 속도로 계속 마음에 걸렸던 급한 건들을 처리하고, 이제 내일 아침에 출근해서 처리해도 괜찮겠다 싶은 정도가 되어서 아이들을 데리고 나왔다.


그리고 화요일인 오늘, 오전에 회의를 하고, 점심을 먹은 후 무지 급한 일 두 개를 처리하느라 오후 늦게까지 정신이 없다가, 발등의 불을 끄고 나서 아직도 할 일이 쌓여있는데, 딴 짓을 시작했다. SNS를 확인하고, 알라딘 서재를 돌아다니고, 흥미로운 기사 몇 개를 읽고 그러는 와중에 또 몇 건의 일을 처리하고 또 딴 짓을 하기를 반복했다.


이번 주말에 토, 일 연속 무척 중요한 일정을 앞두고, 금요일 오후에 강의 요청을 받았다. 그것도 딱 강의 일주일을 남긴 지난 목요일에. 강의를 요청한 공무원은 "이렇게 촉박하게 부탁을 드리는 것이 예의가 아닌 줄을 알지만, 국장님 밖에 요청드릴 분이 안 계셔서" 라고 말을 시작하더니, "작년에 교육에 참여했던 강사님들 중 강의 평가 결과가 가장 좋게 나와서" 라고 나를 추켜세워줬다. 일단 이 바닥에서 해당 주제의 강의를 잘 할 수 있는 사람이 별로 없다는 점은 나도 잘 알고 있는 사실이다. 만약 내가 거절하면 해당 공무원은 대안이 별로 없을 것이다. 그럼에도 나는 강의 준비할 여유가 너무 없다고 불평하며 시간을 끌었다. 공무원은 다시 "작년 강의 자료를 보니 그냥 작년에 하셨던 그대로 하셔도 될 것 같다."고 말했다. 물론 그대로 해도 괜찮겠지. 그 사이에 판이 크게 변하지는 않았으니까. 다만 작년에 했던 강의 내용이 하나도 기억이 안 난다는 것이 문제다. 작년에도 코로나19 상황이 심각했지만, 그래도 대면 강의를 강행했었는데, 올해는 온라인 강의로 해달라고 했다. 작년에 학교에 보낼 강의를 녹화하자고 제안을 받아, 100분짜리 강의를 50분으로 압축해 강의 영상 하나를 찍어보긴 했는데, 실시간 온라인 강의는 아직 해보지 못했다. 이번이 첫 경험이 될 것 같다. 하필 이 바쁜 시기에 강의를 맡아 준비를 할 여유가 별로 없다. 작년 강의 자료를 열어보니 보완해야 할 것들이 눈에 띄던데, 언제 다시 강의자료를 만들고, 강의 준비를 하나. 에휴 이번 주는 정말 죽을만큼 힘들겠구나.


아, 강의 요청을 했던 공무원에게 미리 지금 내 외모 상태에 대한 경고를 전했다. 아무래도 관공서에서 주최하는 강의이다보니 나 스스로 외모까지 먼저 검열하게 되는구나. 수염을 길렀고, 머리도 덮수룩하게 기른 상태라 상당히 지저분해 보일 수 있음을 미리 경고했다. 이번 교육생 중에 작년에 내 강의를 들었던 분들이 몇 분 계시다고 하던데, 분명히 나를 못 알아볼 것이다. 요즘 거울을 볼 때마다 강의하러 갈 때 머리를 묶을까? 모자를 써도 되려나? 온라인 강의라면 마스크는 쓰고 하나 벗고 하나 생각이 꼬리를 문다. 사고 이후 많은 사람들 앞에 서는 것이 처음이라 그런 것 같다.


오늘의 반응


직속상관: 머리는 계속 기를 건가? (마스크 위로 보이는 표정이 다소 좋지 않음)

나: 네, 이번이 아니면 앞으로 평생 머리를 길러보지 못할 것 같아서요. (마스크 안으로 생글생글 웃으며 말했는데, 상대가 볼 수 있었는지는 모르겠음)

직속상관: 수염도 계속 기를 건가? (아까보다 더 좋지 않은 표정으로)

나: 네, 당분간은요. (이번에도 생글생글 웃음)

직속상관: 그래도 마스크 덕분에 수염은 눈에 안 띄어 다행이군


공동사무실을 함께 쓰는 다른 단체 활동가

: 어머! 쌤. 머리가 엄청 길었네요. 멋있어요.

(아마 사고 후 처음 마주친 것일텐데, 다행히 내 사고 소식을 모르는 것 같음. 아마 알았다면 그 얘길 먼저 하고 머리 얘기는 뒤에 했을텐데. 이렇게 가볍게 인사하고 지나가 주는 일이 지금은 너무 고마움. 만나는 사람마다 얼마나 걱정했는지 모른다고 하니 이젠 사람 만나는 일이 겁이 남)


전화로 조언을 구한 선배 활동가

: 살아 있었네요? 죽을 뻔 했다고 듣고 얼마나 걱정했는지 몰라요. 이젠 좀 괜찮아요?

(전화 통화여서 다행이었음. 목소리에서 벌써 걱정하는 티가 역력함. 고맙고 또 죄송하다고 열심히 사과와 감사의 말씀을 전하고 나서야 궁금했던 용건을 물어볼 수 있었음)


전화로 고향 선배이자 대학 선배인 활동가

선배: 야, 니 @@학번 아니었어? 오늘 오랜만에 너거 과 선배 만나서 얘기하다가 전화했다.

나: 형, 나 @@학번이잖아. 여태까지 후배 나이도 몰랐어?

선배: 아, 그랬나? 알았다. 담에 밥 한끼 하자.

(아, 이건 오늘 아니고 일요일 저녁이었다. 아마 술자리에서 내 이야기가 나왔던 모양인데, 정작 누구를 만났던 건지는 말해주지 않고 끊었다. 과연 그가 만났던 우리 과 선배라는 사람이 누구였을지 궁금하지만, 물어보지는 않을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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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아 2021-03-02 23:21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재밌게 읽었어요! 저도 다시 스쿼트랑 플랭크를 시작해야겠네요😄(불끈)ㅋㅋ

다락방 2021-03-03 13:34   좋아요 3 | URL
미미님 이 댓글에 저 포함 좋아요가 세 개에요. ㅋㅋㅋㅋ 스쿼트랑 플랭크 완전 응원합니다. 빠샤!!

청아 2021-03-03 13:42   좋아요 1 | URL
오 감사해요!! 한때는 스쿼트 전도사였는데 요즘 안해서 그런지 여기저기 문제가ㅠ 다시 욜히미 해볼께요ㅋㅋ빠샤!!

감은빛 2021-03-03 16:18   좋아요 2 | URL
미미님께서 스쿼트랑 플랭크 다시 시작하신다니 기뻐요!
한때 스쿼트 전도사였다니! 대단하세요.
최근에는 운동처방사들을 중심으로 스쿼트 보다는 런지를 권하는 경우가 많아요.
인체의 기능적인 측면에서 본다면 스쿼트 보다 런지가 훨씬 좋은 운동이거든요.

미미님의 운동을 응원합니다!

감은빛 2021-03-03 16:19   좋아요 2 | URL
아, 그리고 다락방님의 운동도 함께 응원합니다! ^^

다락방 2021-03-03 16:31   좋아요 1 | URL
저는 운동한다고 안그랬는데요?

=3=3=3=3=3=3=3=3=3

붕붕툐툐 2021-03-02 23:39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저희집은 계단 없는 아파트의 5층이라 무조건 계단 걷기가 돼요~
하.. 엘리베이터 고장이 너무 야속하게 느껴지네요~ 은빛님 몸 진짜 좋았던 듯!!
서두르지 말고 천천히 꾸준히 하시면 예전보다 더 좋은 몸 되실 거예요~
바쁜 일정에 코피를 자주 흘리신다니 좀 걱정이 되네요~ 뭐든 맘편히~ 몸이 제일 중요하다!!

감은빛 2021-03-03 16:23   좋아요 1 | URL
저층 아파트와 다가구 빌라들은 무조건 계단을 이용할 수 밖에 없죠.
저도 늘 그런 집들에만 살았어요.
한번도 엘리베이터가 있는 건물에 살아본 적이 없네요.

그땐 젊었으니까 저런 일이 가능했죠.
염려해주시고, 응원해주셔서 무척 고맙습니다!
일단 이번 주말이 지나면 아주 조금은 여유가 생겨요.
몸의 여유도 필요하지만, 마음의 여유가 절실한 요즘입니다.

바람돌이 2021-03-02 23:51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아니 아무리 젊을 때라도 그렇지 40kg짜리 쌀 포대를 들고 18층이라니요. 아 정말 그 때는 배달을 포기하고 엘베되면 간다거 하셔야죠. 골병들어요.

저희집이 8층인데요. 내일부터 한달간 엘베 교체공사 들어갑니다. 강제로 계단 오르락 내리락해야 해요. ㅠㅠ 전 쌀도 아직 많이 남았는데 혹시 해서 미리 다 사놨어요. 앞으로 한달간은 택배 없습니다. 계단 오르락 내리락 하는 것보다 택배 없이 살게 더 슬프다는....ㅠㅠ😭😭😭

감은빛 2021-03-03 16:26   좋아요 1 | URL
바람돌이님.
하필 제가 이 글을 쓴 시점이 엘리베이터 교체 공사 직전이라니! ㅠㅠ
게다가 무려 한 달이나!
많이 불편하고 힘드시겠어요.
8층은 오르내리기 제법 힘들죠.
저희 사무실이 9층인데, 저는 정확히 7층부터 힘들더라구요.

무사히 한 달을 나시길 바라며,
더불어 그 한 달간 계단을 오르내리며 체력이 부쩍 좋아지시기를 바랍니다. ^^

라로 2021-03-03 01:39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바람돌이 님의 말씀에 전적으로 동감!! 더구나 아직도 몸 회복하시는 중이시잖아요. 그리고 아직 젊으시니 넘 마음 급하게 먹지 마세요!!
제가 대전에 살앗을 때 10층에 살게 되었는데 엘레베이터 공사 한다고 했을 때 그때는 반가운 소식(?)이었는데 지금 그렇다고 하면 나가 떨어질 것 같아요.ㅎㅎㅎㅎㅎㅎㅎㅎ 여긴느 대부분 단층이라 좋습니다요. ㅋㅋ

감은빛 2021-03-03 16:29   좋아요 1 | URL
라로님. 아직 젊다고 해주셔서 고맙습니다!
안타깝지만, 매일 매일 몸이 예전 같이 않음을 느껴요.
물론 말씀처럼 아직은 회복중이라 그런 것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며,
비관하지 않으려 애쓰고 있어요. ^^

희선 2021-03-03 02:38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쌀을 40킬로그램을 메고 높은 층에 가야 했다니, 정말 힘들었겠습니다 엘리베이터 점검 끝나면 가시지... 벌써 지난 일이지만... 계단으로 다니기 운동이 되겠지요 저는 어디에 가면 엘리베이터 타기보다 계단으로 가요 높은 곳이 아니어서 그렇기는 합니다 어떻게든 운동을 하시는군요 그런 거 보니 저는 걷기라도 해야 할 텐데 하는 생각이 듭니다


희선

감은빛 2021-03-03 16:39   좋아요 2 | URL
희선님. 그땐 젊었으니 잠시 힘들고 말았지만,
아마 지금 저런 일이 생긴다면 몸살과 근육통으로 며칠을 고생할 것 같아요.
아니, 어쩌면 관절들이 버티지 못해 불가능할 것 같아요.

걷는 것도 계단을 오르는 것도 모두 몸의 건강에 도움이 되지만,
기능적으로 뇌를 활성화시키는 역할을 한다고 들었어요.

하고 싶은 운동을 할 정도의 체력이 받쳐주지 못하니,
계단이라도 올라야 조금의 성취감을 얻을 수 있어요.

samadhi(眞我) 2021-03-03 10:24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9층에 사는 우리부부도 몇 달 전부터 계단오르기를 시작했어요. 처음엔 제 무릎 재활(달리기가 하고 싶어서 ㅠㅠ)을 위한 거였는데 저는 집 밖을 잘 안나가고 담배 피러 나가는 남편이 더 자주 계단오르기를 합니다.

제가 어쩌다 운동이라도 하면 엄청나지? 막 이러고 없는 근육을 만져보라고. 하곤 했는데 요즘 그걸 남편이 써먹습니다. 계단오르기 열심히 해서 다리가 짱짱해졌다고 허벅지 보라고. 다리에 잔뜩 힘을 주고는 만져보라고.
그러면 또 둘이 웃음이 터집니다. 아, 내가 그랬을 때 이런 기분이었어? 뭐 이런 식으로 살아요.

바쁠수록 딴짓은 너무나 공감합니다. 오늘 정말 할 일 많은데 어디서부터 손대야 할 지 엄두가 안나 뒹굴거리고 있습니다. 미룰수록 더 쌓일 걸 알면서도 제겐 미룸이 본능(?)이라...

감은빛 2021-03-03 16:45   좋아요 0 | URL
와! 진아님.
저희 사무실도 9층인데, 저랑 같은 층을 매일 오르시는군요.

남편께서 작년에 다리를 다치셨다고 말씀하셨었죠?
이젠 열심히 운동하실 수 있어서 정말 다행입니다!
진아님께서도 무릎이 편찮으시군요.
적당한 운동과 스트레칭과 찜질, 맛사지 등으로 나아지시기를 바랍니다.
저도 몇 해전 무릎을 다친 이후로 계속 무릎 상태가 좋지 않네요.

이 댓글 읽으니 두 분의 사이 좋은 모습이 눈에 보이는 것 같아요.
부디 쭈욱 건강하시고 행복하시기를 바랍니다. ^^

syo 2021-03-03 12:24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40kg짜리 쌀포대를 ‘메고‘에서부터 벌써 저한테 이 글의 장르는 SF/판타지로 인식되었습니다....
부럽고 그렇게 되고 싶지만 그렇게 되기 위해서 뭔가를 하고 싶지는 않은 이 게으르니스트의 마음을 아시나요....

감은빛 2021-03-03 16:49   좋아요 0 | URL
아니, 이 글이 판타지가 되어버리다니!
이건 쌀 배달이라는 힘든 일로 내몰린 청춘의 아픔을 다룬
르포르타주라고 우겨보고 싶네요. ㅎㅎㅎㅎ

syo님 저도 물론 게으른 사람입니다.
제가 가끔 얼마나 게을러지는지 아마 짐작도 못 하실걸요.
 


아침부터 늦은 오후까지 줄곤 노래 한 곡을 반복해서 들었다. 올리비아 로드리고의 [Drivers license] 라는 노래. 평소에도 뭔가 꽂히는 노래가 생기면 계속 반복해서 듣는 편이긴한데, 이번처럼 쉬지 않고 계속 들었던 적은 거의 없었던 것 같다. 뭔가 특별한 이유가 있는 건 아니었다. 그냥 계속 이 노래가 땡겼다고 해야할까. 


처음에는 올리비아가 스튜디오에서 녹음했을 원곡인 뮤직비디오를 반복해서 봤고, 그 다음에는 라이브로 공연한 영상들을 봤다. 이어서 유튜브에서 쉽게 찾을 수 있는 다양한 유튜버들의 커버 영상들을 하나씩 차례로 봤다. 라이브 공연은 라이브로만 느낄 수 있는 묘미가 있어서 좋다. 커버 영상들은 라이브로 노래한 경우도 있고 그렇지 않은 경우도 있는 것 같다. 커버 영상들의 묘미는 다양한 자기 해석과 편곡 스타일이다. 각자의 음색들을 비교해보는 것도 재밌다.  



요즘은 유튜브 덕분에 최근 곡들 위주로 커버 영상들을 찾아서 비교해보는 재미에 푹 빠졌다. 어떤 경우는 원곡을 각자의 언어로 커버한 경우도 있는데, 이 경우에는 언어가 달라진 덕분에 곡의 느낌이 달라진 것을 느낄 수 있어서 훨씬 흥미롭다. 유명한 팝송들을 프랑스어로 부르는 유튜브 채널을 발견한 것은 무척 행운이었다. 어떤 유튜브 채널에서는 인도네시아 노래들을 영어로 커버해서 올리는데, 인도네시아 노래들에 흥미가 있는 나로서는 이것 역시 엄청 보물창고로 여겨졌다. 유명한 중국 드라마 주제곡을 일본어로 부른 곡이라던가, 중국 노래를 우리말로 바꾼 경우도 있었다. 지금까지 가장 많은 언어로 된 커버 곡을 발견한 노래는 루이스 폰시의 [Despacito] 였다. 몇 개의 언어로 커버 곡이 있는지 찾아보다가 포기할 정도로 많았다. 


암튼 거의 하루종일 [Drivers license] 를 듣다가 두 가지 이야기를 상상했다. 하나는 이제 막 운전면허증을 딸 나이가 된 10대 후반의 여성이 이별을 겪은 이야기로 가수 올리비아 로드리고가 실제 10대 후반이니 원곡의 이야기에 가깝다 볼 수 있겠다. 굳이 애써서 찾아보지 않아도 이 노래의 뒷 이야기로 알려진 그와 조슈아 바셋과의 연애. 그리고 사브리나 카펜터의 이야기가 구글의 알고리즘 덕분에 자꾸 눈에 들어오던데, 내가 상상한 이야기는 그렇게 유명인의 이야기가 아닌 훨씬 평범한 내용이다.


다른 이야기는 30대 중반이라는 비교적 늦게 운전면허증을 딴 여성의 이별 이야기로, 설정에 성별에 대한 약간의 편견이 담겨있기는 하지만, 이런 일이 실제로 비일비재하게 일어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실은 이야기를 머리 속에서 진행시키는 과정에서 어느 여성 작가의 단편 소설에서 약간의 모티브를 얻었다는 사실을 뒤늦게 깨달았다. 순수하게 처음부터 내가 상상한 것은 아니었다. 그렇다고 해도 핵심적인 내용을 가져온 것은 아니어서 표절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이 두 이야기는 나중에 글로 써서 보관해둬야지. 언젠가 자동차가 등장하는 다양한 사랑과 이별 이야기를 모아보면 재밌겠다는 생각이 든다. 이미 글로 써놓은 몇 개의 이야기가 있고, 머릿속에 이미지로 저장된 이야기도 몇 있다. 문제는 글로 써야 한다는 것인데, 오늘 떠올린 이야기를 포함해 구상만 해놓고 쓰지 않은 이야기들이 이미 많다. 이러다가 나중에 구상했던 세부 내용들을 잊어버릴지도 모른다. 오늘은 어쩌면 이 이야기들을 두드려서 저장해둬야 할까? 이 글을 두드리다 말고 오늘 저녁에 읽으려고 이미 [아이다 미네르바 타벨]을 찾아뒀는데, 오늘 남은 시간에 책을 읽을 것인가, 이야기를 써놓을 것인가. 모르겠다. 배가 고프니 일단 먹고 생각해봐야겠다. 이래놓고 밥을 먹은 후에는 그냥 잠들어버릴지도 모르겠다.


아, 밥을 먹기 전에 왜 하필 자동차가 등장하는 이야기를 생각했는지는 적어둬야겠지. 일단 오늘 위 두 개의 이야기를 상상하기 전까지는 전혀 떠올리지 못했는데, 자동차가 등장하는 이야기로 얽히면 두 이야기를 활용하기 좋겠다고 생각했다. 마침 아주 오래 전에 내가 겪었던 일을 모티브로 적어놓은 것이 떠올랐고, 잠시 후에 또 다른 이야기들도 생각났다.


자동차는 이동수단으로서 자유를 의미한다. 대중교통이 없는 곳에서 차가 없으면 자유롭게 이동할 수 없다. 마치 갇혀있는 것 같은 상황에 놓인다. 나는 농사짓는 시골 마을에 살면서 그런 상황을 겪었다. 차는 또 떠남을 의미한다. 이별의 상징으로 쓰기 좋다. 한편 차는 온전한 나만의 공간을 의미하기도 한다. 누군가는 집이나 사무실보다 차에서 더 많은 시간을 보내기도 한다. 그런 이들에게 차는 보다 각별한 느낌일 것이다. 평생을 일해도 집 한 채 마련할 돈을 모으지 못하는 현실에서, 매달 엄청난 할부금을 갚아야 하지만, 그래도 자동차 안이라는 좁은 공간만이라도 내 소유로 만들 수 있는 경제적 상황을 소재로 쓸 수도 있다. 거기에 긴 시간 운전하는 것은 잊고 있던 어떤 기억을 떠오르게 하거나, 풀지 못하던 어떤 문제에 다가가는 단서를 깨닫게 만들수도 있다. 마지막으로 자동차 안에 홀로 앉아 휘황찬란하게 빛나는 도시의 야경을 바라보는 것은 고독한 주인공을 등장시키기에 너무나도 좋은 공간 설정이다. 


이야기는 언제나 쉽게 떠올릴 수 있다. 문제는 디테일이다. 얼마나 잘 묘사하는가, 얼마나 효과적으로 드러내는가, 얼마나 흥미롭게 풀어나가는가 등이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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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선 2021-03-03 02: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가끔 <세계음악기행>에서 잘 알려진 노래를 다른 나라 말로 하는 걸 들려주기도 하더군요 한국 노래도 다른 나라 말로 한 거 나온 적 있어요 그런 게 유튜브에도 있군요 저는 그저께 어떤 노래 알고 어제는 그 노래를 포켓몬스터 이름으로 부르는 거 들었어요 그거 들으니 조금 웃기더군요 그냥... 진지하게 불렀다고 했는데, 그래설지도... 어떤 노래가 좋으면 자꾸 듣기도 하죠


희선

감은빛 2021-03-03 16:15   좋아요 1 | URL
희선님께선 라디오를 자주 들으시나봐요.
저는 주로 운전할 때와 음식 할 때 라디오를 틀어놓아요.
한때 영업 일을 할 때는 회사 차로 운전을 많이 해서,
그 당시에 라디오를 엄청 들었어요.

꽤 오래 전부터 차도 없고, 운전할 일도 거의 없어서
라디오 들을 일이 확 줄었네요.
제가 주로 라디오를 듣는 시간은 토요일 오전에 음식 준비할 때와
평일 저녁에 음식 준비할 때인데,
요즘은 그 시간에도 그냥 유튜브 음악을 듣는 경우가 더 많아졌네요.
 
 전출처 : 감은빛 > 록펠러를 무너뜨린 한사람의 힘

요즘 북플이 내게 알려주는 과거 오늘 내가 쓴 글 중에 유난히 10년 전에 쓴 글이 많네. 2011년 초에 여기 알라딘 서재에 글을 자주 썼나보다. 북플이 알려주는 걸 매번 공유하는 건 아니고, 다시 읽어도 의미있다고 생각한 것들만 공유하는데, 특히 이 책 [아이다 미네르바 타벨]은 정말 책이라서 망설임 없이 다시 소개한다.

7년 전 쓴 글로 [커피의 역사] 퀴즈 당첨자 발표 글도 있던데, 내가 알라딘 서재에서 이런 이벤트도 했었구나 하고 새삼 그때 기억을 떠올려본다. 댓글을 보고 아직도 내 서재를 찾아주시는 분들의 댓글을 발견했다. 시간 내서 찾아주고 댓글을 남겨주시니 고마운 일이고 또 이런 재미없는 글들을 읽으러 와주시는 건 신기한 일이다.

10년 전 [아이다 미네르바 타벨]을 읽고 쓴 글을 다시 읽어보면서 당시 내가 이 책의 흥미로운 점과 뛰어난 점들을 제대로 소개하지 못했다는 생각이 든다. 만약 다시 읽고 쓴다면, 이것보다는 잘 쓸수 있을 것 같은데, 불행히도 다시 읽을 엄두가 안 난다.

그때 당시에 이 책을 읽으며 나도 시간이 흘러 뭔가 이름을 남길만한 일을 할 수 있을까 생각했던 기억이 난다. 그는 생물학자가 되고 싶었지만, 생물학에 대한 꿈을 펼치기 위해 노력한 과정이 언론인으로서 많은 업적을 이루는 발판이 되었다. 덕분에 그는 집요하게 체계적으로 독점재벌의 비리를 캐어나가 결국 거대한 자본을 무너뜨려 펜이 돈보다 강하다는 것을 보여줬다.

나도 어려서는 소설을 쓰고 싶었지만, 환경운동으로 시작해 다양한 사회운동으로 폭을 넓혔고 이런 저런 일들을 거치는 과정이라고 본다면, 언젠가 이 경험들을 바탕으로 뭔가 의미있는 일을 할 수도 있으리라. 보잘것 없는 한 인간이 그래도 살아가는 이유가 될 수도 있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어쩌면 내겐 타벨이 삶의 목표 같은 존재라 볼 수 있다.

타벨과 록펠러의 삶을 번갈아 소개하며 두 사람의 인생을 겹쳐 보여준다는 것이 이 책의 큰 특징인데, 장단점이 분명하다. 단점은 이 글에도 적었듯이, 한참 타벨에 집중하고 있는데 흐름이 끊어진다는 점이고, 장점은 한 쪽으로 치우치지 않고 둘을 입장을 모두 고려할 수 있다는 점과 또 훨씬 더 폭넓은 역사적 사실들을 알 수 있다는 점이다.

이렇게 쓰다보니 이 책을 다시 읽고 싶은 마음이 점점 커진다. 읽으려고 쌓아놓은 책 탑을 잠시 옆으로 밀쳐두고 이 책이 어디있는지 찾아봐야겠다. 다시 다 읽지는 못하더라도 부분 부분 발췌독이라도 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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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돌이 2021-02-28 19: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븍플의 그 기능 전 꽤 좋더라구요. 추억돋는다는.... ㅎㅎ 이렇게 다시 보고 싶은 책도 생기고요. 어떤 책은 내 리뷰를 다시 읽는데도 하나도 생각이 안나서 내가 진짜 이 책을 읽긴 읽은건가 싶기도 하고요.

감은빛 2021-03-03 16:09   좋아요 0 | URL
네, 바람돌이님.
저도 과거 오늘 기억들을 돌아볼 수 있어서 꽤 좋다고 생각해요.
그리고 저도 무척 공감해요!
이거 내가 읽은 책이었던가?
이 글을 내가 썼다고?
이런 경우가 가끔 있더라구요. ㅎㅎ

라로 2021-03-01 01: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북플의 그 기능 너무 좋아해요!! 특히 아이들에 대한 얘기 써 논 것을 읽으면 너무 좋더라구요. 다시 새록새록 기억도 나고. 다만 감은빛님처럼 소환할 수 없다는 단점이...아이폰은 안 되나봐요.ㅠㅠ

감은빛 2021-03-03 16:11   좋아요 0 | URL
아이폰은 공유 기능이 안 되다니!! ㅠㅠ

정말 공감해요!
아이들 어릴 때 적어놓은 글들 다시 읽으면,
그땐 이랬구나 새삼스럽게 기억을 되새겨보고,
다시 그 시절로 돌아가고 싶은 생각이 들기도 하고,
좀 더 부지런히 아이들 이야기를 써놓았다면 좋았겠다 싶기도 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