햇빛이 주는 급여
코로나19로 다들 어려움을 많이 겪고 있다. 지인들 중에 학교 방과후 교실 강의가 주 수입원인 분들이 있는데, 올해 코로나 상황으로 이분들은 전혀 수입을 얻지 못하고 있다. 긴급재난지원금이 풀리기 전에 많은 영세 상인들이 마찬가지 입장이었을 것이다. 앞으로 코로나 상황이 얼마나 더 길어질지 알 수 없고, 전세계적인 유행이 계속 되고 있는 상황에서 수많은 사람들이 계속 경제적 어려움을 겪을 수 밖에 없을 것이다.
2018년 2월쯤 정보공개센터에서 회원들에게 설문조사를 하면서 회원들의 직업을 묻는 질문을 이렇게 적었었다. "당신의 수입은 어디로부터 나오나요?" 그리고 객관식 보기가 여러개 있었는데, 사장에게서(회사원), 국민에게서(공무원), 독자의 구독료 및 시청료(언론인), 학생들의 등록금(교원), 고객, 손님, 소비자(자영업), 시민의 후원(활동가), 그때 그때 달라요(프리랜서), 누가 수입 좀 줬으면(백수, 구직자) 이런 식이었다. 여기서 프리랜서와 백수의 답변 문구가 재밌다고 생각했다. 나는 오랫동안 활동가로 살았고, 한동안 출판사 사장에게 월급 받는 회사원이기도 했지만, 지금은 협동조합 실무 활동가로 살고 있어서 내가 고를 답은 보기에 없었다. 그래서 기타 란에 체크하고 직접 답을 적었다. "햇빛에게서(에너지협동조합 활동가)" 라고.
작년 봄에 신입활동가로 들어와서 최근 1년을 조금 넘긴 동료 활동가와 최근에 술을 마시다가 남들은 다들 수업이 줄어들어서 어려워하는데, 우리 조합은 매출 걱정이 없어서 다행이라는 대화를 나눴다. 지금 하고 있는 일은 여러모로 스트레스도 많고, 이런저런 어려움들이 많지만, 그래도 가장 좋은 점은 월급 걱정이 없다는 점일 것이다. 햇빛만 비치면 매출을 걱정할 필요가 없다. 아침에 해가 잘 나면 "오늘도 우리 발전소들이 열심히 돈 벌어주겠구나." 싶어서 기분이 좋아진다. 어쩌다 흐린 날들이 이어지면 흐린 날씨 때문에도 우울해지지만, 발전소가 안 돌아가서 더욱 슬퍼진다. 코로나 상황에도 해는 쨍쨍 잘 뜨므로 매출 걱정은 없다. 그래서 내 월급 걱정을 안해도 좋다.
어찌보면 세상에서 제일 안정적이고 멋진 직업이 아닌가 싶다. 해만 뜨면 돈을 버는 직업. 나에 비해 한창 젊은 동료 활동가에게 나랑 같이 오래 일하자고. 이 분야가 점점 성장하는 만큼 당신에게 더 큰 기회가 열릴거라고 했다. 일 잘하고 성격 좋은 젊은 친구가 금방 다른 일로 눈을 돌려버리지 않을까 조금 걱정이 되었기 때문이다. 다행히 그 친구도 이 일에 관심이 있고, 일도 재밌어하는 듯 보인다.
일식
시간이 참 빨리 간다. 6월 21일 일요일 오후에는 부분 일식을 볼 수 있다는 소식을 듣고 계속 그날을 기다렸다. 주말이라 아이들과 같이 볼 수 있겠다 싶었는데, 아쉽게도 애들 엄마가 아이들과 동해안으로 놀러간다고 했다. 아이들 없이 맞는 주말은 오랜만이었다. 토요일 저녁에 ㄹ동네 술꾼들과 오랜만에 술을 진탕 마시고, 일요일 오전은 잠으로 보냈다. 오후에 일어나 세탁기를 돌리고, 책을 읽으며 일식을 기다렸다.
눈 손상을 피하기 위해 미리 셀로판지로 색안경을 만들어두라는 얘길 듣고도, 그냥 썬글라스로 보면 안 되려나 라는 매우 안일안 태도로 기다렸는데, 썬글라스로는 눈이 아파서 볼 수 없었다. 다시 검색해보니 과자 봉지 등 비닐 포장재로 봐도 잘 보인다고 했다. 그래서 비닐 쓰레기 봉투를 뒤졌는데, 과자 봉투는 없었고, 그나마 깨끗한 상태의 포장재는 일회용 마스크 포장재였다. 이걸 잘라서 눈에 대고 보니, 오! 잘 보였다. 신기했다. 비록 부분 일식이고 달이 해를 가린 부위가 많지 않아서 조금 아쉽긴 했지만, 그 신기한 느낌은 무척 강하게 나를 흔들었다.
개기일식을 쫓아 세계를 돌아다닌다는 사람 이야기를 들었다. 몇 해 전에 미국에서 개기일식을 본 것이 살면서 가장 좋았다는 지인의 이야기도 들었다. 그 이야기를 들으면서도 그냥 신기하다 라고 생각하고 말았는데, 부분 일식을 한 번 보고 나서 그럴 수 있겠구나 싶었다.
우리나라에 개기일식은 2035년 9월 2일에 볼 수 있다. 다만 전국에서 볼 수 있는 건 아니고 평양을 지나서 강원도 고성의 통일전망대 근처를 지나간다고 한다. 그때까지 통일이 되거나, 자유롭게 여행이 가능해져서 평양에 여행을 가거나, 정 안되면 고성 통일전망대에 놀러라도 가서 꼭 개기일식을 보고 싶다.
부분 일식을 보고 그 신기한 광경을 아이들에게도 보라고 전화를 했다. 깨끗한 비닐 포장재를 찾아서 보라고 했다. 큰 아이는 한참 후에 본인도 봤다고 너무 신기하다고 전화를 걸어왔다. 나중에 2035년 개기일식 이야기를 해 줬더니, 그때는 꼭 아빠랑 같이 볼거야 라고 답했다. 글쎄 그때가 되면 아이의 나이가 서른쯤일텐데, 그럼 내 나이는. 음. 과연 아이가 나같은 늙은이랑 어울려줄지 모르겠다.
책모임
지난 주에는 한 달에 한 번씩 모이는 책모임에 참석했다. 이상하게 책모임이 있는 날마다 다른 일정들이 자꾸 생겨서 한동안 못 나갔는데, 최근에는 가능하면 빠지지 않으려고 애쓰고 있다. 그나마 이렇게라도 책을 읽고, 탈당 후에 자주 보지 못하는 옛 녹색당 동지들을 정기적으로 만나기 위해서다. 당시 지역 녹색당 핵심 멤버들이 대거 탈당하면서 그들이 오랫동안 정기적으로 해왔던 책모임과 등산모임 등은 탈당 후에도 그대로 이어가고 있다. 나는 위에 언급한 이유로 다른 일보다 이 모임들을 우선해 가능하면 빠지지 않으려고 애쓰고 있다.
이번 책모임에서 접한 신간 소식 중에 [1분 과학 읽기]가 있다. 일간지 기자인 저자가 긴 시간 과학 소식을 연재한 글을 엮었다. 원래 과학에는 전혀 관심없던 내가 생태학과 환경 문제에 관심 가지면서 생물학을 들여다보기 시작했고, 에너지협동조합 일을 하면서 물리학과 전자기학 등을 공부하기 시작했다.
한번 과학에 관심을 갖기 시작하니 과학이 생각보다 재밌다는 걸 깨달았다. 열역학, 양자물리학, 천문학 등으로 점점 관심이 확장되었다.
이 책에도 흥미로운 내용들이 많다. 어서 읽자
한편 그날 원래 다루기로 했던 책은 대실망이었다. 이렇게 적어서 미안하지만, 솔직히 만화로서의 장점을 전혀 살리지 못한 책이었다. 대체 왜 만화로 만들었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 그날 참가자들은 실제로 채식을 하거나, 부분적으로 채식을 실천하거나, 채식에 대해 오랫동안 접해 온 사람들이 대다수여서 기초적인 내용들을 다루는 책 내용에 대해서는 별로 할 말이 없었다. 다만 앞서 언급했듯이 만화로서의 장점을 잘 살릴 수 있었다면 훨씬 더 매력적이었을텐데, 오히려 만화여서 더 전달력이 떨어지는 모양새가 되어서 매우 유감이라는 입장에 대해 대다수가 동의했다.
따로 리뷰를 쓰지 않을테니, 매우 아쉽고 안타깝다는 평을 여기 남긴다.
김종철 선생님 별세
지난 목요일 처음 소식을 접했을 때 믿을 수가 없었다. 설마! 아니겠지. 가짜 뉴스와 잘못된 상식이 넘쳐나는 시대에 누군가 실수로 잘못 전달한 내용이 퍼진 거겠지. 라고 믿고 싶었다.
그런데 아니었다. 그날 저녁에 지인들 다수가 조문을 다녀온다고 갔다. 나도 따라 조문을 가고 싶었지만, 그날 저녁에 포럼에서 발표를 맡았다. 내가 한창 사람들 앞에서 발표하고 있을 무렵 지인들은 장례식장으로 갔다.
포럼을 무사히 마치고, 장례식장을 다녀온 지인들과 밤 늦게 만나 술잔을 기울였다. 마음이 무너지는 느낌이었다. 어찌 이렇게 허망하게 가시나요?
유감스럽게도 선생님과는 서로 썩 유쾌하지 못한 기억이 둘 있는데, 그보다 좋은 기억들을 더 많이 만들었어야 했는데, 언젠가 녹색당이 의회에 진출해 제대로 녹색정치를 펼치면 선생님과 함께 기뻐해야지 생각했는데. 정말 마음이 무너진다. 선생님의 별세도. 지금의 녹색당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