좀전까지 장장 5시간 넘게 지금까지 알라딘 서재에 적은 어떤 글보다 긴 글을 쓰고 있었다. 평소에도 긴 글을 좋아하고 올리는 글 다수가 긴 편이지만, 이번 글은 상상을 초월하는 긴 글이었다. 그럴 수밖에 없는게 지금껐 긴 글을 써도 대체로 2시간을 넘기는 경우가 없었는데, 이번엔 같은 속도로 아니 오래 생각했던 거라서 오히려 평소보다 더 빨리 타자를 드드렸는데도 5시간을 훨씬 넘겼다.

막판에 너무 졸려서 급 일차 마무리를 하고 다음 편 예고를 적어주고 등록 버튼으로 눌렀다. 너무 피곤한 나머지 알라딘 글쓰기 창에 직접 두드려놓은 내용을 따로 저장할 생각까지는 못했다. 그런데 등록 버튼을 누르는 순간 로그인 페이지로 넘어갔고 로그인을 한 다음 순간 5시간 넘게 쓴 내 글이 사라져버렸다. 피씨버전에서 쓴 거였다.

너무나도 허탈하고 어이 없어서 화도 못 내고 설마 아니겠지? 6시간 가까운 내 노동이 없어진 것은 아니겠지? 라고 생각하며 뒤로가기, 취소하기, 불러오기 등 가능할 것처럼 보이는 몇가지 방법을 미친듯이 써보다가 깨달았다. 예전에도 이런 오류 때문에 한 시간이나 두 시간 가량 쓴 글을 날려먹은 적이 여러 번 있어서 아예 처음부터 메모장에 글을 쓰거나, 알라딘 글쓰기 창에 다 써놓고 등록버튼을 누르기 전에 꼭 백업을 해놓는 습관을 들었었다는 사실을 뒤늦게 깨달았다. 완전 소 잃고 마굿간 고치는 기분이다.

아악! 알라딘 책임져라. 이 오류를 어떡할거냐? 내 6시간 가까운 노동이 날아가버린 걸 어떻게 책임질거나? 흑흑

도저히 복구할 방법이 없다는 걸 깨달은 순간 정신이 번쩍들고, 오기가 생겨서 지금부터 다시 메모장에 5시간동안 글을 써서 올리고 나서야 잠을 자겠다는 생각을 잠시 했다가 포기했다.

꼭 이렇게 공들었던 글이 날아가버리면 다시는 같은 내용을 쓰고 싶은 마음이 들지 않는다. 어쩌면 그 글은 앞으로 나시 쓰지 않을지도 모르겠다. 근데 너무너무 아깝다 정말 집중해서 쓴 글인데, 이제껏 이렇게 집중했던 적이 없는데 말이다. ㅠㅠ

모르겠다. 잠이나 자야겠다. 내일 맑은 정신으로 다시 생각하자. 그래도 알라딘 서재에 쓴 글이어서 다행이긴 하다. 돈 받고 써야하는 원고를 이렿게 어이없게 날렸으면 진짜 죽고싶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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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돌이 2020-08-12 23: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감은빛님 오랫만에 인사드려요. 그런데 이런 통곡할 일이... ㅠㅠ 제 좋아요는 안타까움의 표현입니다. 사실 저도 오늘 북플에서 30분가량 썼던 글을 날리고 허탈해하고 있는데 저는 정말 아무것도 아니었군요. ㅠㅠ

감은빛 2020-08-21 19:20   좋아요 0 | URL
안녕하세요. 바람돌이님. 저 뿐 아니라 많은 분들이 저처럼 허탈하고 억울한 일을 같이 겪고 계셨군요. 그래서 저도 알라딘에 자주 글쓰던 시절에는 항상 메모장에 글을 먼저 쓴 뒤에 붙여넣었던 기억이 나네요.

안타까움과 공감의 표현을 남겨주셔서 고맙습니다!

라로 2020-08-13 00: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 좋아요는 동병상련의 공감의 좋아요입니다. 저도 얼마 전에 정말 맘 잡고 멋진 페이퍼를 쓰겠다며 리포트 쓰는 것처럼 자료까지 찾고(저 그런 사람 아이거든요. 즉흥적인 사람;;;ㅎㅎㅎㅎ) 사진에 등등.....그런데 저도 님과 거의 비슷한 일로 3시간이 넘게 아마도 4시간? 정말 오래 작업한 글이 날라갔어요.ㅠㅠ 그런데 보통으로 알라딘에 임시저장된 글 뭐 어쩌고 하는 기능이 있어서 저장이 되는 줄 알았는데 열어보니 고작 두 단락 정도와 사진 몇 가지 정도였어요. ˝너무나도 허탈하고 어이 없어서 화도 못 내고 설마 아니겠지?˝ 그 심정 저 경험자로서 잘 알아요!!!ㅠㅠ 저는 제 자신을 얼마나 혼을 내고 저주하고 그랬는지,,,그런데 돈 받고 써야하는 것이라도 죽고 싶은 마음은 먹지 마세요...우리 그러지 않기로 해요. ^^;; 그냥 반성하고 다음엔 그러지 말자,,,뭐 그런 결심해요, 우리. ^^;;;

감은빛 2020-08-21 19:27   좋아요 0 | URL
안녕하세요. 라로님. 저랑 비슷한 시간에 비슷한 일을 겪었군요. ㅠㅠ

우리의 아까운 시간을 어떻게 보상받나요? 우리의 이 허탈한 마음을 어찌해야 할까요?

댓글 창을 닫아두시고 당분간 공부에 집중하신다는 내용의 글을 읽었습니다. 부디 좋은 성과 있으시길 바랍니다! 항상 건강하시구요. 다시 알라딘에 소식 남겨주실 날을 기다릴게요.

다락방 2020-08-13 09: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기가 생겨서 지금부터 다시 메모장에 5시간동안 글을 써서 올리고 나서야 잠을 자겠다는 생각을‘ 포기하셔서 정말 다행입니다. 허탈한 건 사실이지만(저도 압니다 ㅠㅠ) 그렇지만 에너지를 아끼세요, 감은빛 님.

감은빛 2020-08-21 19:28   좋아요 0 | URL
네, 다락방님. 오기가 생겨 그렇게 쓰긴 했지만, 사실 그럴 체력도 남아있지 않았어요. 애초에 너무 졸려서 급하게 글을 올리려다가 이런 일이 생겼던 거구요.

마음 써주셔서 고맙습니다! 다락방님.

페크pek0501 2020-08-17 12: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똑같은 경험이 있어요. 저 역시 다시 같은 글을 쓰게 되지 않더군요. 당장은. 화가 나서. ㅋ
그러나 언젠가 다시 쓸 날이 올 겁니다. 머릿속에서 생각했던 것들은 언젠가 토해져 나오더라고요. 그러니 너무 속상해 하지 마시길...

저는 그래서 아예 폴더를 바탕화면에 만들어 놨어요. 알라딘 걸로.
거기다 글을 쓰고 그 글을 복사 붙이기 해서 메모장에 들어갔다가 다시 메모장의 글을 복사 붙이기 해서 알라딘에 옮기면 됩니다. 아주 안전한 방법이죠. 강추합니다.

감은빛 2020-08-21 19:32   좋아요 0 | URL
네, 페크님. 저도 알라딘에 자주 글쓰던 시절에는 항상 메모장에 먼저 글을 써서 복사해오곤 했다는 사실을 뒤늦게 기억했어요. ㅠㅠ

조금만 일찍 떠올렸어도 좋았을텐데요. 이런 게 인생인가봐요. 항상 예측할 수 없는 일이 벌어지는 것. 어쩌면 허탈하기도 하고, 또 어쩌면 어이없기도 한 일들이 벌어지는 것.

말씀 남겨주셔서 고맙습니다! 페크님.
 

길 안내 + 외국어

아마 6월 중순 경이었던 걸로 기억한다. 버스 정류장에서 도착시간이 얼마 남지 않은 버스를 기다리고 있었다. 일정이 있어서 급히 가야할 상황이었다. 갑자기 덩치가 큰 남성이 커다란 캐리어를 끌고 다가왔다. 아마 동남아쪽에서 오신 분일거라고 짐작했다. 이 동네는 관광지와 거리가 먼데, 어쩌다 혼자 여기서 저 무거운 캐리어를 끌고 다니나 싶었다.

그는 내게 ˝익스큐즈미˝ 라고 말을 걸었다. 길을 물으려는 것 같아서 친절을 가장한 웃음을 머금고 그에게 다가섰다. 그의 한글 지명 발음은 서툴렀다. 두어번을 다시 물어본 후에야 인천의 어딘가 숙소를 묻고 있다는 걸 깨달았다. 그런데 나는 인천에 대해서는 거의 아는 게 없었다. 동인천의 몇군데 근대문화유산과 월미도 등을 제외하면 거의 가본적이 없었다. 게다가 대중교통으로 인천을 가는 법을 얼른 떠올리지 못했다. 어쩔수없이 나는 인천이 여기서 아주 먼 곳이며, 거기까지 가는 법을 모른다고 말할 수 밖에 없었다.

그러는 동안 내가 타야할 버스가 왔다. 나는 미안한 표정으로 가봐야 한다고 말하고 버스에 올랐다. 조금 더 시간 여유가 있었다면 도움이 될 수 있었을까? 앱으로 검색해서 방법을 알려줄 수도 있었을지 모른다. 약간의 미안함을 느끼며, 그가 택시를 타거나 누군가 다른 친절한 사람을 만나서 무사히 숙소를 찾아갔기를 바란다.

떠올려보면 부산에 살 때 외국인들에게 길안내를 많이 했다. 영어회화 학원을 다니면서 자신감이 붙기도 했고, 주로 놀았던 곳이 해운대라 외국인 관광객들이 많이 만났다. 가끔은 그들과 친해져서 함께 해변에서 술을 마시기도 했다.

이런 것들도 다 경험이라고 외국인이 영어로 말을 걸어와도 당황하지 않고 친절을 가장한 웃음을 보이며 다가갈 수 있다. 그때 만난 분으로서는 날 만난 것까지는 행운이었을 수 있는데, 너무 엉뚱한 장소에서 만났다. 아니 내게 시간 여유가 좀 있었다면, 좋았을텐데 결과적으론 운이 나빴다.

과거 오늘 쓴 글들

페이스북처럼 북플도 과거 오늘 내가 쓴 글들을 알려준다. 예전에도 그랬고 지금도 나는 글을 자주 쓰는 편은 아닌데, 신기하게 그게 같은 날짜인 경우가 가끔 있더라.

오늘 알려준 글은 2개인데, 8년전 쓴 글과 3년전 쓴 글이다. 8년전에는 사람을 잘 알아보지 못해 일어난 일들을 쓰면서 그 증상을 난치병 혹은 불치병이라고 했다. 사람을 잘 알아보지 못하고, 기억하지 못하는 현상은 아주 오래된 것이고 난치 혹은 불치라고 표현했듯이 여전히 이로 인한 해프닝이 생기곤한다. 이제는 이걸로 생긴 각종 곤란하고 난처했던 이야기들을 모아 책 하나를 낼만한 분량이 될 것 같다. 오래전에 엄마를 못 알아보고, 여동생도 못 알아본 적이 있는데, 그런 내용이 뷰티 인사이드 라는 드라마에 나오더라.(물론 나는 단 한번씩이었지만, 드라마에선 아예 다른 사람들을 전혀 못 알아본다는 설정으로 항상 못 알아봄) 또 언젠가 전유성 씨의 딸이 띠비에 나와서 ˝아빠가 길에서 마주치면 나를 못 알아본다.˝ 고 말했던 걸 봤는데, 막상 화장하고 다니는 큰 아이를 길에서 마주쳤다가 못 알아볼 뻔 했다. 언젠가 우리 딸들이 ˝아빠는 길에서 마주치면 나를 못 알아봐요.˝ 라고 말할까봐 겁난다. 제발 그런 일이 일어나지 않기를 바란다.

3년전에 쓴 글은 독립운동가 김단야, 박헌영, 주세죽 세 분에 대한 이야기로 이 분들의 삶에 대해 처음 들었던 것도 이젠 제법 오래전 일이다. 이 이야기가 무척 인상적이었기에 딸들의 이름을 지을 때에도 반영했고, 나중에 언젠가 시간이 나면 자료 조사를 철저히 해서 소설로 써야지 하는 생각을 늘 품고 있었다. 그런데 그 이야기가 3년전에 소설로 나왔다. 내가 구상했던 것과는 살짝 촛점이 다르긴하지만.

우리나라는 독립과 건국 과정에서 아주 많은 역사를 잃어버렸다. 미군정에 의해 제대로 독립을 이루지 못하고 친일파들이 그대로 득세하고, 독립운동가들이 오히려 계속 쫓기고 탄압받는, 독립이 아닌 일본과 미국이 바통 터치만 한 것 같은 시절을 보냈다. 그래서 수많은 훌륭한 독립운동가들의 삶이 묻히고 잊혀졌고, 수많은 친일파들이 많은 권력과 재산을 유지하며 지금까지 그것을 누리고 있다.

역사를 잊은 이들에게는 미래가 없다. 더 늦기전에 잃어버린 독립운동가들의 역사를 복원하고, 친일파들의 실체를 드러내야 할 것이다. 더 많은 김단야, 박헌영, 주세죽들이 발굴되기를 바란다.

폰으로 글을 쓰다보니 어제 완성하지 못하고 하루를 넘겨버렸다. 그래서 여기 소개한 글들은 8년전과 3년전 어제 썼던 글들로 정정한다.

오늘도 기분좋은 근육통으로 시작하는 토요일 아침이다. 재미있고 즐거운 하루를 보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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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yo 2020-07-12 11: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근육통으로 시작하는‘과 ‘기분좋은‘을 병치하는 사람들 사이에서 콜라를 마셨더니 콜라만 먹고 취하던데요? ㅎㅎㅎ

덕분에 잘 먹고 좋은 시간 보냈습니다. 다음 번에는 제가 한 턱...

감은빛 2020-08-21 19:02   좋아요 0 | URL
답이 많이 늦었네요. 약 한 달 전에 사고를 당해 그간 답을 달 수가 없었음을 양해해주세요. 지난 번에는 아직 회복 중이라 연락을 받고도 못 나갔음을 또 양해 부탁드립니다. 다 낫고 나면 꼭 뵈어요.

페크pek0501 2020-07-17 22: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폰으로 글쓰기 불편해서 어떻게 쓰십니까? 짧은 글도 아닌데 말이죠.

몸과 마음은 하나라고 합니다. 근육통도 날려 버릴 마음으로 사시기 바랍니다...

감은빛 2020-08-21 19:08   좋아요 0 | URL
폰으로 글쓰기가 불편하죠. 그런데 많이 쓰다보면 조금은 익숙해지더라구요. 폰으로 회의록도 남기고, 메일도 보내고, 간단한 문서도 작성하고, 어지간한 글의 초안도 쓰는 등 자주 쓰게 되어서요.

답이 아주 많이 늦었어요. 그 중 약 한 달은 교통사고로 인해 답을 남기기 어려웠어요. 양해 부탁드립니다.
 

실수1


지난 주였다. 아침에 겨우 피곤을 물리치고 일어나 힘겹게 씻으러 갔다. 급하게 서둘러 씻고, 이제 면도를 하는 중이었는데 전화가 왔다. 급한 연락이라 씻다 말고 한참을 통화하고 급하게 옷을 입고 나갔다. 회의 시간이 간당간당해서 뛰었다. 간신히 회의 시작 시간에 맞춰 도착해 회의를 했고, 회의를 다 마치고서야 겨우 숨을 돌리고 화장실에 갔다.


거울을 보는 순간, 깜짝 놀랐다. 뺨과 턱과 양쪽 입술 옆의 수염은 다 밀었는데, 콧수염을 덜 밀었다. 아예 안 깎은 것은 아니고, 위에서 내리는 방향으로 한 번은 밀었는데, 밑에서 올리는 방향으로 다시 여러번 조심조심 밀어야 하는데, 그때 하필 전화가 왔고, 전화를 끊자마자 이러다 늦겠다 싶어서 허둥주둥 나왔다.


이러고 뛰고, 버스를 타고, 또 뛰어서 회의 장소로 왔구나. 아! 그때까지는 마스크를 써서 사람들이 몰랐을 수도 있겠구나. 회의 장소에서는 서로 충분이 거리를 두고 떨어져 앉아 있었기에 마스크를 벗고 있었다. 회의에 참여했던 사람들이 나를 보고 '왜 면도를 하다 말고 왔지? 혹시 수염을 기르려고 그러나?' 라고 생각하지 않았을까? 분명 이상하게 생각했을 것 같은데, 아무도 내게 그 사실을 말해준 이는 없었다.


그래서 화장실에서 거울을 보고 깜짝 놀랐던 것이다. 회의를 마치고 사무실로 돌아와 예비용으로 사무실에 놓아둔 면도기로 남은 수염을 밀었다. 참! 살다보니 별 실수를 다 하는 구나.


실수2


일요일 저녁이었다. 작은 아이를 데려다주고 사무실에 나가 일할 생각이었다. 지난 금요일에 다 마치지 못한 일을 다 마치고 월요일을 맞이할 생각이었다. 어차피 금요일 저녁에 보내도 월요일 아침에 확인할테고, 일요일 밤에 보내도 월요일 아침에 확인할테니.


아이 손을 잡고 걸어서 애들 엄마 집으로 가서, 아이랑 작별 인사를 나누고 돌아섰다. 천천히 할일들을 정리하면서 사무실로 걸었다. 미리 머리속으로 정리해 둔 내용들을 도착하자마자 다다다다 두드리기만 하면 빨리 끝나겠지. 빨리 끝내고 집에 돌아와 운동하고 자야지 생각했다.


그렇게 한참을 걸어서 사무실까지 약 5분 남았을 때, 문득 깨달았다. 사무실 열쇠가 어디 있었지? 주머니를 뒤져보니 없었다. 기억을 더듬어보니 열쇠는 금요일에 출근할 때 입었던 바지 주머니에 있었다. 사무실에 나가서 일할 생각이었으면 당연히 열쇠부터 챙겼어야 했는데, 열쇠도 없이 사무실에 어찌 들어간단 말이냐!


달리 방법이 없으니 그냥 집으로 돌아갈 수 밖에 없었다. 터덜터덜. 갑자기 힘이 확 빠져서 걸을 힘도 없었다. 여태 걸어오면서 정리해 놓은 내용들도 문득 머릿속에서 휙 사라져갔다.


그렇게 집에서 애들엄마 집으로, 거기서 다시 사무실까지 5분 거리에 있는 어느 골목길로, 거기서 다시 집으로 한시간 하고도 20분 가량을 걸었다. 저녁 산책이라 치기에도 제법 먼 거리였다. 집에 도착해서 땀에 젖은 옷을 벗으며 고민했다.


1. 샤워를 하고 열쇠를 챙겨 사무실을 향한다. / 이미 너무 지쳤다.

2. 샤워를 하고 그냥 잔다. 일은 새벽에 일찍 일어나서 한다. / 이미 마음은 누웠다.

3. 이왕 땀을 흘렸으니 샤워하기 전에 운동을 조금 하고 샤워한다. / 지쳤지만 일단 운동은 조금 하자.


땀에 젖은 옷은 다 벗어버리고 맨몸으로 운동을 시작했다. 그런데 막상 운동을 시작하니 관절도 하나도 안 아프고 평소 잘 안 되던 동작들도 너무 잘 되고, 새로 산 케틀벨과 불가리안백을 휘두르는 일이 너무 재밌다. 시간 가는 줄도 모르고 평소보다 훨씬 오래 운동을 하고서야 몸을 씻었다.


운동을 하고 나니 갑자기 배가 고팠다. 냉장고를 뒤져 가볍게 먹을 것을 장만했다. 다 먹고 배를 두들기며 시간을 보니 이미 12시가 넘어서 월요일이 되어버렸다. 이 시간에 잠들어서 새벽에 일어나기는 글렀다. 특히 많이 걷기도 했고, 운동으로 지친 몸이 과연 일찍 일어날 수 있을까를 걱정하며 잠들었다.


실수3


그리고 그 월요일 아침인 어제였다. 아침 일찍부터 저녁때까지 하루종일 강의가 있었다. 다행히 새벽에 깨서 노트북을 켜고 일을 했다. 그러나 일의 효율이 떨어져서 생각했던 일을 다 마치지 못하고 강의장소로 이동해야 했다.


오전 강의가 무려 3시간 연강이었고, 오후에도 4시간 연강이었지만, 오후엔 현장 견학 프로그램이라 이동시간이 있었다.


오전 강의 2시간을 마치고 쉬는 시간에 화장실을 다녀왔다. 이어서 3시간째 강의를 시작했고, 강의를 다 마친 후에는 점심 식사를 위해 식당으로 이동했다. 점심을 다 먹고 화장실에 갔다가 깜짝 놀랐다! 헉! 바지 지퍼가 열려있었다. 아마 2시간째 마치고 쉬는 시간에 화장실에서 볼일을 보고 나오면서 깜빡했던 것 같다. 깜빡할 일이 따로있지! 그럼 셋째 시간 강의 내내 열려있었다는 얘긴데, 강의장에 있던 삼십여명이 모두 봤다는 얘긴데. 앞에서 강의하는 내 전신을 보면서 이걸 못 봤을 리는 없을텐데, 그런데 왜 아무도 얘길 안 해줬지?


다행히 바지의 구조 상 속옷일 보이진 않았을 것 같고, 그저 열린 상태의 지퍼만 살짝 보였을 것 같은데, 그래도 부끄러운 건 어쩔 수 없는 일이다. 다시 안 볼 사람들이라면 차라리 좋았을텐데, 오후에도 내내 붙어 있어야 했고, 심지어 다음날인 화요일(글을 쓰는 오늘이다.) 오전에도 3시간을 같이 있어야 할 사람들이다.


뭐, 지난 일을 어쩌겠나? 정말 오늘 둘째날 강의를 마칠 때까지 아무도 그 얘기를 안 해줘서 오히려 다행이었던 것 같다.


요즘 왜 이리 실수가 많나! 나 정말 머리가 어떻게 된 거 아닌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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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yrus 2020-07-08 16: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요즘 사람들이 외출할 때 많이 하는 실수가 마스크를 안 쓰는 거래요. 예전에 저도 한 번 마스크를 안 쓰고 외출한 적이 있었는데 버스정거장에 와서야 그 사실을 알았어요. 버스에 탈 때 알았으면 버스 승차 거부당했을 거예요.. ㅎㅎㅎ

감은빛 2020-08-21 19:13   좋아요 0 | URL
매번 답을 남겨야지 생각하고도 나중에 깨닫고 보면 한참 지난 후네요. 이번엔 교통사고로 약 한 달 넘게 답을 남기기 어려웠으니 이해해주시길.

요즘은 그래도 익숙해졌는데, 이 글 썼던 시점의 저는 매일 마스크 안 쓰고 나왔다가 버스정류장에서 다시 집까지 돌아가곤 했어요. ㅎㅎ
 

홈 짐(Home gym)

여름이라 운동 강도를 높이고 싶었는데, 여러 이유로 자꾸 일정 수준에서 운동을 멈추고 더 나아가지를 못하고 있다. 이런 정체기를 좀 극복해보려고 큰 맘 먹고 새 운동기구를 3개나 질렀다. 며칠 전 저녁 회의를 마치고 맥주 한 잔 하자는 말을 거절 못 하고 딱 두 잔을 걸치고 12시 무렵 돌아오니, 현관 문앞에 운동기구 3개를 포함한 택배 상자 4개가 놓여 있었다.

술도 한 잔 걸쳤고, 걸어오느라 조금은 지친 상태였는데, 그 밤에 운동기구들이 도착한 걸 보고 갑자기 신이 나서 포장을 풀었다. 케틀벨을 꺼내다가 실수로 쿵 떨어뜨리고는 너무 놀랐고 아랫집에 죄송한 마음이 들어, 이후로는 들뜬 마음을 가라앉히고 조심조심 움직였다.

내친 김에 이번에 장만한 12킬로그램 케틀벨과 17킬로그램 불가리안백으로 가볍게 운동도 했다. 그리고 부피가 큰 불가리안백을 놓기 위해 운동공간을 조금 정리했다. 걸어온 후에 무게를 들었더니 땀으로 온 몸이 젖었다.

샤워를 하고 나와보니 이 정도면 홈 짐으로 어느 정도 구색이 맞겠다 싶었다. 비록 공간이 협소해 계속 원하는 벤치프레스용 거치대가 달린 벤치는 사지 못하고 있지만, 그 외에 내가 필요로 하는 것들은 대체로 갖췄다.

1. 실내철봉
가장 부피가 큰 건 바로 이 철봉이다. 일단 높이가 약 2미터 더 높여서 쓰고 싶지만 집 천장이 낮아서 이 정도로 맞출 수 밖에 없다. 양 쪽에 풀업을 위한 바가 달려있고, 한 쪽엔 딥스 바와 레그레이즈를 위한 쿠션도 달려있다. 거의 쓸 일이 없지만 다리 한 쪽엔 푸쉬업을 위한 손잡이도 달려있다. 아, 다양한 당기기 동작을 할 수 있는 튜빙밴드도 달려있다. 그야말로 다양한 동작들을 수행할 수 있고, 생각보다 무게중심도 잘 잡혀있어 안정적으로 매달려 풀업을 할 수 있다.

이전 집에 있을 때 망설이고 망설이고 또 망설이다가 구매했는데, 지금 생각해보면 그때 이걸 사길 정말 잘했다고 생각한다. 물론 부피로보나 무게로보나 엄청난 짐이 하나 늘었기에 이 집으로 이사올 때 도와주던 후배가 엄청 투덜거렸던 기억이 난다.

아이들도 가끔 저것 때문에 방이 좁다고 잔소리를 하기도 하는데, 나로서는 이제 방안에 철봉이 없는 삶을 상상하기 힘들다. 아침에 씻기 전에 한 번 매달리고, 저녁에 씻기 전에 또 한 번 매달리고, 매일 두 번씩 매달리면 정말 기분이 좋다.

2. 덤벨들
내가 가진 운동기구들 중에 가장 오래된 것들. 언제 구매했는지 기억도 안 난다. 아마 고등학교 시절이거나, 대학시절이었을 것 같다. 약 20년전 무일푼으로 부산에서 서울로 올라올 때 내 커다란 짐 가방에는 무게가 같은 한 쌍의 아령과 무게가 다른 두 개의 아령이 들어있었다. 당시 내 짐을 함께 들어주기위해 서울역까지 마중나왔던 후배는 내 가방에서 아령들이 나오자 기겁하는 모습을 보였다.

가장 기본적인 운동이 가능해 여러모로 쓰임이 많지만, 최근에는 다른 걸 주로 활용하느라 별로 손을 안 대고 있다. 가끔씩이라도 이용해줘야지.

3. 바벨
바로 앞에 살던 집에서 실내철봉과 함께 구매했다. 술자리와 야근으로 피트니스클럽에 매일 가지도 못하는데, 비싼 돈을 갖다 바치는 게 아까워 차라리 그 돈으로 집에서 운동하자는 마음이었다.

20킬로그램 대봉을 사고 싶었으나 집이 좁아서 15킬로그램중봉을 산 것이 지금까지도 아쉽다. 원판은 처음에는 내 몸무게에 살짝 못 미치게 구매했고, 이후에 한 번 더 구매해서 몸무게 이상을 들 수 있도록 갖췄다.

초기에는 무게를 많이 드는 데드리프트와 백스쿼트 위주로 운동했으나, 스쿼트 랙 없이 백스쿼트는 위험해서 낮은 무게로만 시도하게 되었고, 스내치를 열심히 연습했으나, 어느날 무릎을 다친 이후로는 푸쉬프레스와 오버헤드 스쿼트 위주로만 운동한다. 벤치프레스를 못 한다는 점이 늘 아쉽다. 언젠가 좀 더 넓은 집으로 이사간다면 제일 먼저 벤치프레스용 벤치를 들여놓을테다.

4. 완력기
이건 아마도 서울살이 중 가장 먼저 구매한 운동기구일 듯. 일자형 완력기로 원래 용도 외에도 봉으로 활용해 야구배트처럼 휘두르거나, 마치 광선검인양 스타워즈 놀이를 할 때 사용한다. 가끔 기억을 더듬어 총검술을 해보기도 하는데, 길이가 좀 짧아서 아쉽다.

5. 악력기
평택 농사짓는 마을에 살면서 환경단체에 일할 때 구매했다. 당시에 비교적 쉽게 쥘 수 있는 것 말고 힘이 많이 드는 고급자용을 구매했는데, 지금도 그 선택이 옳았다고 생각한다. 그때 나는 오른손에 비해 왼속 악력이 형편없이 약했다. 오른손으로는 쉽게 쥘 수 있는 이 악력기를 왼손으로는 몇 개 쥐지 못했다. 이걸로 꾸준히 연습한 결과 이젠 왼손도 어느 정도 능숙해졌다.

나중에 여유가되면 무지개 악력기에 도전해보고 싶은데, 그거 색깔별로 7개 구매하는 것도 돈이 제법 들 것 같다. 물론 내 악력이 상위 단계까지 도전할 정도는 아닐거라서 당장 모든 색깔을 다 구매할 필요는 없겠지만.

6. 벤치
결혼 후 꽤 오랫동안 운동을 안 하다가 애들 엄마가 둘째를 임신했을 때 같이 많이 먹어서 ˝니가 임신했냐?˝ 혹은 ˝몸매보고 결혼했는데, 속았다.˝ 등등 구박을 듣다가 도저히 안 되겠다 싶어서 다시 운동을 해야지 마음 먹었을 때 구매했다.

벤치프레스가 가능한 벤치를 정말 사고 싶었으나 당시에는 바벨까지 구매할 엄두가 안나서 그냥 평벤치를 구매했다. 운이 나빠서 발걸이가 불량인 벤치를 받았는데, 교환하기가 귀찮아 그냥 발걸이를 활용하지 않고 다른 운동을 중심으로 했다.

몇 년 전부터는 운동에는 거의 활용하지 않고 그냥 의자 용도로 쓰거나 물건들(특히 작은 아이 장난감) 놓는 받침대로 쓰이고 있다.

7. 케틀벨
케틀벨 운동을 처음 배운게 10여년 전이었다. 어려서 역기를 배웠기에(꾸준히 하지는 않았고, 그냥 배우기만 했다.) 무조건 역도가 최고의 운동이라 여겼는데, 케틀벨을 배우고 나니 좁은 공간에서 손쉽게 운동하기에 최고라 생각했다.

특히 케틀벨 스윙은 마무리운동으로 이만한 게 없다 싶은 최고의 운동이다. 데드리프트도 바벨보다 훨씬 쉽고 안정적이며 스내치는 또 얼마나 리듬감이 있고 재밌는 지 모른다.

처음부터 25킬로그램을 사고 싶었으나 너무 비싸서 당시 애들 엄마가 용인해줄 수준인 16킬로그램을 샀다. 요 무게가 참 애매했다. 스윙을 하기엔 적절하거나 가벼웠고, 데드리프트로는 많이 가볍고, 한 손 스윙이나 스내치를 하긴엔 또 무거웠다. 그래서 몇 년 전부터 12킬로그램과 25킬로그램을 사고 싶었는데, 계속 망설이고 미루다가 이번에 12킬로그램을 샀다. 나중에 언젠가 25킬로그램도 사야지.

8. 추감기 봉
배우 장혁이 몸 만들때 전완근 단련을 위해 사용했다는 바로 그 기구다. 나는 몸통 근육에 비해 팔 다리 근육은 상대적으로 크기가 작은 편이다. 특히 운동 좀 했다는 분들은 상완과 전완의 크기가 큰 편인데, 나는 크기를 키우는 방식의 운동을 좋아하지 않아서 팔만 보면 운동을 오래한 표시가 나지 않는다.

그래도 남들 이두나 삼두 크기를 보면 가끔 부럽다는 생각이 들기도 하고, 특히 전완은 키우기가 쉽지 않은데, 전완이 잘 발달된 사람을 보면 특히나 멋있어보인다.

어느날 온라인 쇼핑몰에서 이러저런 운동기구들을 구경하다가 발견하고 바로 주문했다. 고립운동은 내 운동 철학에 맞지 않지만, 그래도 전완이 발달된 사람은 부럽다. 일단 열심히 해보자.

9. 중량벨트와 모래주머니
발목에 감을 수 있는 1킬로그램짜리 모래주머니는 어느날 마트에서 발견하고 구매했다. 발목에 차고 다양한 하체 운동과 풀업과 딥스 등을 할 때 조금의 무게를 주는 용도로 잘 쓰고 있다. 특히 무릎을 높이 올려 제자리 달리기 동작을 할 때 유용하다.

중학교 때 같이 운동하던 친구는 늘 발목에 2킬로그램짜리 추를 차고 다녔다. 그 녀석은 평소 늘 그걸 차다가 달리기 할 때 풀면 훨씬 가볍게 달릴수 있다고 했다. 그래서 나도 발목에 달고 다닐 추를 검색해보려다가 관절 통증으로 제대로 걷지도 못하는 날이 많아지면서, 그건 포기했다.

대신 맨몸운동에서 무게로 부하를 주고, 특히 풀업과 딥스에 활용하기 위해 중량벨트를 구매했다. 중량조끼를 살지, 벨트를 살지 고민했으나, 조끼는 아무래도 갑갑하고 불편할 것 같았고, 집에 있는 다양한 크기의 원판을 활용하기 좋아서 벨트로 결정했다.

10. 불가리안백
운동은 하고 싶은데, 관절통증으로 못 하는 날엔 다양한 운동 동영상을 찾아본다. 어느날 불가리안백 운동을 보고 재미있겠다 싶어 관심을 두게 되었다. 이거 하나로 정말 다양한 동작이 가능하다는 점, 주로 코어를 활용하고 온 몸의 협응력이 중요하다는 점에서 내 운동 원칙에 딱 맞았다.

그래도 구매를 결정하기까지 많이 망설였다. 일단 집이 좁아서 부피가 큰 이 아이를 막 돌릴 운동 공간이 아쉬웠다. 지금 운동공간은 큰 방의 한쪽 구석에 운동기구들을 몰아놓고 전신 거울 하나를 걸어놓은 곳인데, 이 아이를 돌리려면 방 중앙으로 나와야 하는데, 거긴 거울이 없어 동작을 제대로 익히고 체크하기가 어렵다.

게다가 가격도 만만치않았다. 정품이라고 인증받은 제품을 사려면 너무 비싸서 이것저것 많이 검색해보고 고민하다가 중국산 저렴한 제품을 구매했다. 잘은 모르지만 일단은 만족스럽다.

다만 무게에 대한 욕심 때문에 처음부터 17킬로그램을 샀는데, 확실히 초보자에겐 무리인 것 같다. 사실 불가리안백을 시작할 때 남성은 12킬로, 여성은 8킬로가 적당하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고, 처음엔 12킬로를 사려고 했다가, 막판에 마음을 바꿔 무게를 늘렸다.

지금은 일단 이 아이에게 익숙해지기 위해 노력하고, 고중량에 적합한 동작 중심으로 익히고, 나중에 조금 시간을 두고 12킬로그램을 하나 더 구매해야겠다.

11. 기타 운동 보조용품들
관절통증에 시달리게 된 이후로 각종 보호대들(발목, 종아리, 무릎, 손목)과 장갑은 필수가 되었다. 이외에도 맨몸운동에서 다양하게 활용하는 밴드들이 있고, 스트레칭 할 때와 버피를 할 때 바닥에 까는 요가 매트 등이 있다.

또 자주 하지 않는 스트레칭 동작할 때 참고하려고 사놓은 스트레칭 책이 3권이나 아령들 옆에 놓여있다.


이렇게 적어놓고나니 의외로 운동기구가 많고 여기에 들인 돈도 많구나 싶다. 여기서 더 갖추고 싶은 것들은 ① 벤치프레스용 벤치 ② 샌드백 ③ 대봉(올림픽 규격) ④ 짐볼 등이 있다. 욕심을 부리자면 끝이 없겠지. 무엇보다 더 넓은 집이 필요할 것이고, 층간소음 걱정 없이 운동하려면 바닥 매트 시공도 꼭 필요할 것이다.

가끔 하루종일 먹고, 운동하고, 쉬고 또 먹고, 운동하고, 쉬고 이렇게 반복하고 살았으면 좋겠다 싶을 때가 있다. 불가리안백을 받고 요 며칠의 내가 그렇다. 일터에서도 계속 운동 동작에 대한 생각 뿐이었다.

토요일 아침 기분좋은 근육통을 느끼며, 오후에 할 동작들을 떠올려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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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yo 2020-07-04 12: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나중에 한번 지도 편달 받아야겠다 ㅎㅎ 😎

감은빛 2020-07-07 19:40   좋아요 0 | URL
제가 감히 지도 편달까지 할 입장은 안 되겠지만,
궁금하신 점이 있다면 소인이 아는 만큼 최선을 다해 말씀드리겠나이다. ㅎㅎ

다락방 2020-07-04 14: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감은빛님의 운동을 언제나 응원합니다. 뽜샤! 전완근 홧팅!! 💪

감은빛 2020-07-07 19:42   좋아요 0 | URL
다락방님의 응원 덕분에 일요일엔 오버트레이닝을 해버렸나봐요.
저는 정확히 이틀 후 아침에 근육통이 오는 편인데,
오늘 아침에 근육통으로 꽤나 힘들었습니다. ㅎㅎ

비연 2020-07-05 02: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 홈트 완전체를 가지고 계신 듯!

감은빛 2020-07-07 19:44   좋아요 0 | URL
인간은 늘 욕심이 앞서나봐요. 비연님.
철봉만 사면 좋겠다 싶다가 철봉을 사면, 바벨을 사고 싶고,
바벨을 사면 좋겠다 하다가 바벨을 사면 또 케틀벨을 사고 싶고,
케틀벨을 갖고 나면 불가리안백을 갖고 싶고.
이거 무한 반복인 것 같아요. ㅠㅠ

stdms2869 2023-08-30 13: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 이야기인 줄 알았네요
 

햇빛이 주는 급여


코로나19로 다들 어려움을 많이 겪고 있다. 지인들 중에 학교 방과후 교실 강의가 주 수입원인 분들이 있는데, 올해 코로나 상황으로 이분들은 전혀 수입을 얻지 못하고 있다. 긴급재난지원금이 풀리기 전에 많은 영세 상인들이 마찬가지 입장이었을 것이다. 앞으로 코로나 상황이 얼마나 더 길어질지 알 수 없고, 전세계적인 유행이 계속 되고 있는 상황에서 수많은 사람들이 계속 경제적 어려움을 겪을 수 밖에 없을 것이다.


2018년 2월쯤 정보공개센터에서 회원들에게 설문조사를 하면서 회원들의 직업을 묻는 질문을 이렇게 적었었다. "당신의 수입은 어디로부터 나오나요?" 그리고 객관식 보기가 여러개 있었는데, 사장에게서(회사원), 국민에게서(공무원), 독자의 구독료 및 시청료(언론인), 학생들의 등록금(교원), 고객, 손님, 소비자(자영업), 시민의 후원(활동가), 그때 그때 달라요(프리랜서), 누가 수입 좀 줬으면(백수, 구직자) 이런 식이었다. 여기서 프리랜서와 백수의 답변 문구가 재밌다고 생각했다. 나는 오랫동안 활동가로 살았고, 한동안 출판사 사장에게 월급 받는 회사원이기도 했지만, 지금은 협동조합 실무 활동가로 살고 있어서 내가 고를 답은 보기에 없었다. 그래서 기타 란에 체크하고 직접 답을 적었다. "햇빛에게서(에너지협동조합 활동가)" 라고.


작년 봄에 신입활동가로 들어와서 최근 1년을 조금 넘긴 동료 활동가와 최근에 술을 마시다가 남들은 다들 수업이 줄어들어서 어려워하는데, 우리 조합은 매출 걱정이 없어서 다행이라는 대화를 나눴다. 지금 하고 있는 일은 여러모로 스트레스도 많고, 이런저런 어려움들이 많지만, 그래도 가장 좋은 점은 월급 걱정이 없다는 점일 것이다. 햇빛만 비치면 매출을 걱정할 필요가 없다. 아침에 해가 잘 나면 "오늘도 우리 발전소들이 열심히 돈 벌어주겠구나." 싶어서 기분이 좋아진다. 어쩌다 흐린 날들이 이어지면 흐린 날씨 때문에도 우울해지지만, 발전소가 안 돌아가서 더욱 슬퍼진다. 코로나 상황에도 해는 쨍쨍 잘 뜨므로 매출 걱정은 없다. 그래서 내 월급 걱정을 안해도 좋다. 


어찌보면 세상에서 제일 안정적이고 멋진 직업이 아닌가 싶다. 해만 뜨면 돈을 버는 직업. 나에 비해 한창 젊은 동료 활동가에게 나랑 같이 오래 일하자고. 이 분야가 점점 성장하는 만큼 당신에게 더 큰 기회가 열릴거라고 했다. 일 잘하고 성격 좋은 젊은 친구가 금방 다른 일로 눈을 돌려버리지 않을까 조금 걱정이 되었기 때문이다. 다행히 그 친구도 이 일에 관심이 있고, 일도 재밌어하는 듯 보인다.


일식


시간이 참 빨리 간다. 6월 21일 일요일 오후에는 부분 일식을 볼 수 있다는 소식을 듣고 계속 그날을 기다렸다. 주말이라 아이들과 같이 볼 수 있겠다 싶었는데, 아쉽게도 애들 엄마가 아이들과 동해안으로 놀러간다고 했다. 아이들 없이 맞는 주말은 오랜만이었다. 토요일 저녁에 ㄹ동네 술꾼들과 오랜만에 술을 진탕 마시고, 일요일 오전은 잠으로 보냈다. 오후에 일어나 세탁기를 돌리고, 책을 읽으며 일식을 기다렸다.


눈 손상을 피하기 위해 미리 셀로판지로 색안경을 만들어두라는 얘길 듣고도, 그냥 썬글라스로 보면 안 되려나 라는 매우 안일안 태도로 기다렸는데, 썬글라스로는 눈이 아파서 볼 수 없었다. 다시 검색해보니 과자 봉지 등 비닐 포장재로 봐도 잘 보인다고 했다. 그래서 비닐 쓰레기 봉투를 뒤졌는데, 과자 봉투는 없었고, 그나마 깨끗한 상태의 포장재는 일회용 마스크 포장재였다. 이걸 잘라서 눈에 대고 보니, 오! 잘 보였다. 신기했다. 비록 부분 일식이고 달이 해를 가린 부위가 많지 않아서 조금 아쉽긴 했지만, 그 신기한 느낌은 무척 강하게 나를 흔들었다.


개기일식을 쫓아 세계를 돌아다닌다는 사람 이야기를 들었다. 몇 해 전에 미국에서 개기일식을 본 것이 살면서 가장 좋았다는 지인의 이야기도 들었다. 그 이야기를 들으면서도 그냥 신기하다 라고 생각하고 말았는데, 부분 일식을 한 번 보고 나서 그럴 수 있겠구나 싶었다.


우리나라에 개기일식은 2035년 9월 2일에 볼 수 있다. 다만 전국에서 볼 수 있는 건 아니고 평양을 지나서 강원도 고성의 통일전망대 근처를 지나간다고 한다. 그때까지 통일이 되거나, 자유롭게 여행이 가능해져서 평양에 여행을 가거나, 정 안되면 고성 통일전망대에 놀러라도 가서 꼭 개기일식을 보고 싶다.


부분 일식을 보고 그 신기한 광경을 아이들에게도 보라고 전화를 했다. 깨끗한 비닐 포장재를 찾아서 보라고 했다. 큰 아이는 한참 후에 본인도 봤다고 너무 신기하다고 전화를 걸어왔다. 나중에 2035년 개기일식 이야기를 해 줬더니, 그때는 꼭 아빠랑 같이 볼거야 라고 답했다. 글쎄 그때가 되면 아이의 나이가 서른쯤일텐데, 그럼 내 나이는. 음. 과연 아이가 나같은 늙은이랑 어울려줄지 모르겠다.


책모임


지난 주에는 한 달에 한 번씩 모이는 책모임에 참석했다. 이상하게 책모임이 있는 날마다 다른 일정들이 자꾸 생겨서 한동안 못 나갔는데, 최근에는 가능하면 빠지지 않으려고 애쓰고 있다. 그나마 이렇게라도 책을 읽고, 탈당 후에 자주 보지 못하는 옛 녹색당 동지들을 정기적으로 만나기 위해서다. 당시 지역 녹색당 핵심 멤버들이 대거 탈당하면서 그들이 오랫동안 정기적으로 해왔던 책모임과 등산모임 등은 탈당 후에도 그대로 이어가고 있다. 나는 위에 언급한 이유로 다른 일보다 이 모임들을 우선해 가능하면 빠지지 않으려고 애쓰고 있다.




 이번 책모임에서 접한 신간 소식 중에 [1분 과학 읽기]가 있다. 일간지 기자인 저자가 긴 시간 과학 소식을 연재한 글을 엮었다. 원래 과학에는 전혀 관심없던 내가 생태학과 환경 문제에 관심 가지면서 생물학을 들여다보기 시작했고, 에너지협동조합 일을 하면서 물리학과 전자기학 등을 공부하기 시작했다.


한번 과학에 관심을 갖기 시작하니 과학이 생각보다 재밌다는 걸 깨달았다. 열역학, 양자물리학, 천문학 등으로 점점 관심이 확장되었다.


이 책에도 흥미로운 내용들이 많다. 어서 읽자



한편 그날 원래 다루기로 했던 책은 대실망이었다. 이렇게 적어서 미안하지만, 솔직히 만화로서의 장점을 전혀 살리지 못한 책이었다. 대체 왜 만화로 만들었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 그날 참가자들은 실제로 채식을 하거나, 부분적으로 채식을 실천하거나, 채식에 대해 오랫동안 접해 온 사람들이 대다수여서 기초적인 내용들을 다루는 책 내용에 대해서는 별로 할 말이 없었다. 다만 앞서 언급했듯이 만화로서의 장점을 잘 살릴 수 있었다면 훨씬 더 매력적이었을텐데, 오히려 만화여서 더 전달력이 떨어지는 모양새가 되어서 매우 유감이라는 입장에 대해 대다수가 동의했다.
















따로 리뷰를 쓰지 않을테니, 매우 아쉽고 안타깝다는 평을 여기 남긴다.


김종철 선생님 별세


지난 목요일 처음 소식을 접했을 때 믿을 수가 없었다. 설마! 아니겠지. 가짜 뉴스와 잘못된 상식이 넘쳐나는 시대에 누군가 실수로 잘못 전달한 내용이 퍼진 거겠지. 라고 믿고 싶었다.


그런데 아니었다. 그날 저녁에 지인들 다수가 조문을 다녀온다고 갔다. 나도 따라 조문을 가고 싶었지만, 그날 저녁에 포럼에서 발표를 맡았다. 내가 한창 사람들 앞에서 발표하고 있을 무렵 지인들은 장례식장으로 갔다.


포럼을 무사히 마치고, 장례식장을 다녀온 지인들과 밤 늦게 만나 술잔을 기울였다. 마음이 무너지는 느낌이었다. 어찌 이렇게 허망하게 가시나요? 


유감스럽게도 선생님과는 서로 썩 유쾌하지 못한 기억이 둘 있는데, 그보다 좋은 기억들을 더 많이 만들었어야 했는데, 언젠가 녹색당이 의회에 진출해 제대로 녹색정치를 펼치면 선생님과 함께 기뻐해야지 생각했는데. 정말 마음이 무너진다. 선생님의 별세도. 지금의 녹색당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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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yrus 2020-07-01 17: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코로나의 여파 때문인지 독서모임 분위기가 많이 죽었어요. 모임 참여자도 많지 않고요. 이번 주 금요일에 독서모임이 있는데, 모임 전날이나 당일에 불참한다고 말하는 사람들이 나오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

감은빛 2020-07-07 19:39   좋아요 0 | URL
코로나로 인해 전세계적으로 유래없는 상황이 벌이지고 있죠.
그리고 기후변화(위기)로 인해서도 온갖 재앙들이 벌어지고 있구요.
오늘 아침 중국과 일본의 홍수 소식을 듣고 마음이 많이 아팠습니다.

그나마 독서모임이라도 있어서 서로 얼굴 보고 위안을 삼을 수 있어 다행입니다!

바람돌이 2020-07-01 18: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햇빛이 주는 급여 좋네요. ^^
전 일식날 선글라스 두개 겹쳐서 봤어요. ㅎㅎ

감은빛 2020-07-07 19:40   좋아요 0 | URL
네, 바람돌이님.
해가 뜨는 한 저는 월급 걱정을 할 필요가 없어요.
물론 이 일을 그만둔다면 달라지겠지만. ㅎㅎ

선글라스 두 개를 겹치는 방법이 있군요.
아쉽게도 저는 선글라스가 하나 밖에 없네요.
다음 일식 전에 하나 더 장만해야 겠어요.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