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 이 사회가 혹은 이 시대가 참 위험하다는 생각이 들 때가 있다. 사람 목숨이 순식간에 사라져버리는 것이 일상인 세상. 누군가는 교통사고로, 누군가는 병으로, 누군가는 의료사고로, 누군가는 실족으로, 누군가는 폭력에 의해 죽는다. 당연히 사람은 죽을 수 밖에 없는 존재이지만, 그 죽음이 이처럼 쉽게 일어나는 일이라는 사실이 무섭다. 내 의지와 상관없이 어느 순간 금방 죽을지도 모른다는 사실이 새삼 두려워지는 날이다.
1. 기억에 취하다
운전을 하다보면 돌발 상황을 자주 접한다. 무리하게 끼어 들어오는 차들. 갑자기 멈춰서는 차들 등 위험한 경우가 가끔 있다. 며칠 전 거래처를 다녀올 때의 일이다. 속도위반 구간단속 구역이어서 느긋하게 운전대를 붙잡고 있었다. 규정속도보다 살짝 아래였다. 라디오에서 들려오는 노래를 듣다가 문득 한 사람이 떠올랐다. 그 사람의 이름과 얼굴이 떠오르자 뒤이어 그와의 기억들이 물밀듯이 밀려들었다. 함께 나누었던 얘기들. 함께 거닐었던 길. 함께 술잔을 기울였던 술집의 원형테이블과 간이의자까지 생각났다. 그런 기억들을 하나 하나 곱씹고 있는 동안 차는 일정한 속도로 계속 앞으로 나아갔다. 얼마나 시간이 지났을까? 급하게 나를 추월해가는 차를 보고 벌써 구간단속 구역이 끝났구나 생각이 들었는데, 이정표를 보는 순간 생각보다 훨씬 더 멀리 온 것을 깨달았다.
곧 자유로를 벗어나 외관순환도로로 갈아타야 하는 지점이었다. 그런데 내 차는 중앙에 가까운 2차로를 달리고 있었다. 오른쪽으로 3개의 차선을 이동해야 도로를 바꾸는 램프에 오를 수 있었다. 정신이 번쩍 들었다! 순간적인 판단으로 속도를 확 줄이고, 룸미러와 사이드미러를 통해 우측 도로 상황을 살폈다. 뒷차가 조금 여유있게 따라오고 있었다. 오른쪽 방향지시등을 켜고 급하게 엑셀을 밟아 속도를 높였다. 여유있게 오른쪽으로 한 칸 이동하고 다시 사이드미러를 봤다. 뒷차가 빠른 속도로 달려오고 있었다. 이 차를 보내고 들어가기에도, 먼저 들어가기에도 애매한 속도와 거리였다. 생각보다 행동이 더 빨랐다. 오른발이 엑셀을 더 힘껏 밟았다. 속도를 높여 다소 위험하게 그 차 앞으로 들어섰다. 나머지 한 차선을 남겨둔 시점 램프는 거의 눈 앞에 와 있었다. 사이드미러와 룸미러를 동시에 살피며 빠른 속도로 차선을 가로질러 램프로 들어섰다. 외곽순환도로로 진입하는 곡선주로를 속도를 늦춰 달리면서 호흡을 가다듬었다. 긴장했던 탓인지 호흡이 무척 빨라 있었다. 심장 박동도 무척 빨랐다. 잔뜩 긴장한 탓에 어깨가 결렸다. 가만 생각해보니 거의 미친짓이었다. 그 짧은 구간에 그렇게 빠른 속도로 3개 차선을 가로질러 질주하다니! 혹 뒷차와의 거리와 속도 계산이 조금이라도 틀렸다면 대형 사고로 이어졌을지도 모를 일이었다.
왜 이런 미친 짓을 했을까? 가만 생각해보니 노래를 듣고 누군가를 떠올린 후 잠시 넋을 놓고 있었다. 기억에 취했다고 할까? 술에만 취하는 것이 아니구나! 기억에도 취하는구나!
2. 국가 폭력
20일(월) 한전이 밀양에서 송전탑 공사를 재개했다. 작년에 주민들과의 갈들을 조정하기 위해 잠시 멈춘 지 8개월 만이었다. 60대, 70대, 80대 어르신들이 맨몸으로 이를 저지했다. 나뭇가지에 목줄을 매어놓고, 넘어오면 목을 매겠다고 한 할아버지는 아마 진심이었을 것이다. 이미 작년 1월 70대 중반의 이치우 어르신께서 분신자살을 했던 터였다. 이래 죽으나, 저래 죽으나 마찬가지 상황이다. 평생 농사지어 온 땅을 빼앗는 것이 죽으란는 말과 뭐가 다르나? 한전은 경찰 병력의 보호하에 공사를 강행하려 했고, 공사를 막으려는 어르신들은 경찰 병력에 의헤 차단당했다. 포크레인에 몸을 묶거나, 포크레인 아래로 들어가 계시던 할머니들은 모두 한전 직원들과 경찰들에 의해 끌려나왔다. 그 과정에서 격렬하게 몸싸움이 벌어졌고, 할머니들은 다치고, 쓰러졌다. 또 어느 할머니들은 상의를 벗어 나체시위를 하기도 했다는데, 이런 황당한 일이 또 있을까 싶다! 누가 이 나라를 동방예의지국이라 불렀던가? 저러다 또 어르신들께 불상사가 생기지 않을까 조마조마해 미치겠다!
지금 밀양에서 송전탑을 막고 있는 어르신들은 약자 중에서도 가장 약자라고 할 수 있는 분들이다. 시골에 살고, 나이가 많고, 육체적인 힘이 없고, 돈과 권력이 없다. 그저 평생 농사 지으며 자신이 땀흘려 일한만큼 수확해서 먹으며, 정직한 삶을 살아오신 분들이다. 그런 분들에게 지금 국가가 저지르는 폭력은 너무나도 무자비하고 몰상식한 짓이다! 일부 언론에선 님비현상으로 몰아세운다고 소식이 들리는데, 한번 생각해보자. 좁은 땅(5개면)에 초고압 송전탑 약 70여개를 꽂는다고 하는데, 송전탑이 논밭 한 가운데 들어서면 그 땅에서 더이상 농사를 지을 수 없다. 앞서도 말했듯이 농부가 평생 농사지어온 땅을 빼앗기는 것은 생존권의 문제다. 또한 초고압 송전탑은 주위 마을 사람들의 건강을 치명적으로 해친다. 게다가 사람들의 건강만 해치겠는가? 산과 들에서 살아가던 수많은 생물들에게도 피해를 줄 것이다. 아름다운 산과 들을 파헤쳐지고 파괴되는 것은 더 말할 것도 없다. 5개면에 위치한 모든 마을 사람들의 삶이 하루 아침에 부서지는 것이다. 게다가 밀양은 그 송전탑과는 아무런 이해관계가 없다. 송전탑은 고리 핵발전소에서 만든 전기를 수도권으로 옮기기 위해 짓는 것이다. 이래도 님비라고 말할 건가? 송전탑을 짓지 말고 차라리 서울시 한 복판에 핵발전소를 만들어라! 청정 에너지라고 떠들면서! 절대 안전하다고 말하면서 왜 서울에는 짓지 않는 거냐? 한가지 더 말하자면, 현재 송전탑을 짓지 않고, 지중화해서 전력을 옮겨올 수 있는 기술을 갖고 있다. 다만 돈이 좀 더 많이 들 것이다. 정부와 한전이 전력 공급에 필요한 돈을 아끼기 위해 힘없는 농민들의 삶을 파괴하는 것이 정당한 일인가?
새만금 방조제 위에서, 평택 대추리에서, 용산 철거민 참사 현장에서, 제주 강정마을에서 수없이 많은 국가 폭력을 보았다. 1천672억원 추징금을 미납하고, 약 4천여만원에 이르는 세금을 내지 않은 범죄자 전두환은 경찰과 사설 경호원까지 동원해 보호하면서, 세금 꼬박꼬박 내는 선량한 시민들에게는 군대와 경찰 그리고 용역깡패들까지 동원하여 폭력을 휘두르는 것이 말이 되는가? 정부와 한전 그리고 경찰은 잘 들어라! 그 사람들 주머니에서 나온 돈으로 니들 월급 주는 거다. 니들 먹여 살려주는 사람들에게 폭력을 휘두르는 멍청한 짓은 이제 제발 그만두거라!
3. 산 책 그리고 읽는 책
책 읽을 시간이 절대적으로 부족해 몇 달 째 사놓고 손도 못댄 책들이 수두룩 한데, 또 책을 고르고 주문하기 버튼을 누르는 나를 발견한다.
단 하루 반값 할일이라는 소식에 얼른 질렀다.
8년 전쯤 조금 읽던 책을 후배에게 선물한 후,
언젠가는 다시 읽어야지라고 늘 생각만 해왔다.
지금도 읽을 여력은 없지만,
반값이란 단어에 혹 해서
가격을 확인한 다음 순간
내 손가락은 주문하기 버튼을 누르고 있었다.
녹색당 하승수 운영위원장님 추천으로,
공부모임에서 생태주의와 환경에 대해 공부할 교재로
선정한 책이다.
현재의 지구환경 위기를 가장 잘 진단한 책이라고 한다.
열심히 읽고 공부해야겠다!
봄이 되면 역시 화사하고 예쁜 꽃들이 시선을 사로잡는다.
도시 콘크리트 틈새에서,
동네 뒷산 올라가는 샛길 옆에서,
산으로, 강으로 놀러가는 길마다 피어있는 꽃들을 보면
순간 일상의 시름과 걱정을 잠시 잊게 된다.
그저 "예쁘다!" 단 하나의 생각만이 자리잡는다.
어지러운 시절에 예쁜 꽃 보면서 마음을 좀 가라앉혀야겠다.
웃는돌고래 깃대종 시리즈는 녹색연합과 함께 만드는 시리즈다.
작년에 점박이물범 이야기가 첫 책으로 나왔는데,
이번에 두번째로 산양 이야기가 나왔다.
내용도 훌륭하지만, 그림도 참 마음에 든다.
색감도 정말 좋다!
이런 책은 아이들에게 꼭 읽혀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