니 부모 얼굴이 보고싶다 무대 위의 문학 1
하타사와 세이고.구도 치나쓰 지음, 추지나 옮김 / 다른 / 201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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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렸을 때는 조용한 아이였다. 목소리도 작았고, 늘 구석에 가만히 앉아 있어서 눈에 띄지 않는 아이였다. 그래서였을까? 친구가 별로 없었다. 쉬는 시간과 점심시간에는 혼자 책상에 앉아 학급문고를 열심히 읽었다. 당시 남자아이들은 운동장에 나가 뛰어놀지 않는 내가 참 이상하다 여겼던 듯하다. 지금도 기억나는 편지가 하나 있다. 아마 초등학교 4학년 혹은 5학년 때쯤이었던 걸로 기억한다. 반에서 가장 활달하고, 싸움도 잘하고, 운동도 잘하는 아이가 보낸 편지였다. 아니 편지라기보단 쪽지에 더 가까웠다. 겨울방학에 들어가기 직전 마지막으로 반 아이들과 서로 편지를 주고받았는데, 내가 보낸 편지에 대한 답장으로 받은 쪽지였을 것이다. 거기에는 이런 말들이 삐뚤빼뚤 적혀있었다. “너는 왜 피구를 같이 하지 않니? 너를 처음 봤을 때 피구를 잘 할 거 같았는데” 정확한 표현은 아니겠지만, 대략 저런 얘기였다.

 

암튼 나는 그닥 친구들과 잘 어울리지 못하는 편이었다. 그런 상태를 요새 말로 하면 ‘왕따’라고 부를 수 있을까? 내가 처음 ‘왕따’라는 말을 들었을 때, 떠올린 건 어릴 때 내 모습이었다. 그런데 사실 나는 친구들과 어울리고 싶은 맘이 별로 없었다. 그러니까 달리 말하면 친구들이 나를 ‘따’시킨 것이 아니라, 내가 다른 친구들 모두를 ‘따’시켰다고 볼 수 있다. 나는 오히려 친구들이 말을 시키거나 귀찮게 해서 책 읽는 시간이 줄어드는 것이 아까웠다.

 

그러니까 친구들 사이에서 따돌림당하는 것 자체는 그리 큰 문제는 아니라고 생각했다. 그 나이 때 나름의 괴로움과 고민이 있겠지만, 그런 과정은 그냥 성장통이라고 여길 수 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 단계가 단순한 따돌림만으로 머무는 것이 아니라 폭력이 동반된 괴롭힘으로 이어진다면 그건 매우 심각한 문제가 될 수 있다. 나를 폭력의 길로 이끈 것도 그런 과정들이었다. 앞서 말한 것처럼 어려서부터 조용한 아이였지만, 누가 나를 건드리는 것을 매우 싫어했다. 키도 작고 덩치도 작았지만, 깡다구만은 누구에게도 지지 않는 편이었다. 내가 다녔던 중학교는 주위에서 소문난 깡패학교였다. 일부 덩치 큰 아이들이 매일 키 작은 아이들에게 푼돈을 뺐거나, 도시락 반찬을 뺏어 먹거나, 학용품을 빼앗았다.

 

중학교 1학년 때 1년 동안 나는 반에서 가장 싸움을 많이 한 아이가 되어 있었는데, 도시락 반찬을 뺐거나, 누군가 툭 건드리거나, 욕하거나 놀리는 것을 참지 못하고 그때그때마다 맞대응을 했기 때문이었다. 결국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면 그런 녀석들도 내 성질을 알게 되어 더는 건드리지 않았는데, 학년이 바뀌면 또 새로운 녀석들이 또 나타나서 같은 과정을 되풀이해야 했다. 그래서 중학교 3년 내내 나는 반에서 가장 싸움을 많이 한 아이가 되어 있었다. 그나마 3학년 때는 싸움의 횟수가 확실히 줄긴 했는데, 1ㆍ2학년 때 같은 반이었던 아이들이 안 건드렸던 것도 있었고, 나의 일화를 소문내줬기 때문이기도 했고, 초기에 태권도부에 속한 한 놈을 박살 내버렸기 때문이기도 했다. (당시 우리 학교 태권도부는 전국대회에서 늘 상위권에 오르는 나름 실력 있는 운동부였다.) 아, 그리고 늘 작았던 키가 중2 때 확 크면서 신체적인 조건이 좋아졌던 것도 이유일 수 있겠다.

 

나는 이렇게 폭력에 맞서 폭력을 사용하는 방식으로 학창시절은 보냈지만, 내 주위 키가 작았던 아이들 중에는 상습적으로 돈을 뺏기고, 온갖 괴롭힘을 당하는 아이들도 분명히 있었다. 이때는 아직 왕따나 빵셔틀 따위의 말도 없었고, 그런 개념도 없었는데, 일상적으로 괴롭힘을 당하는 아이들은 분명히 있었다. 그 아이들은 그 시절을 어떻게 견뎠을까? 작은 놀림과 푼돈을 뺏기는 정도는 큰 문제가 아닐 수도 있었겠다 싶다가도, 나처럼 예민하지만, 나처럼 폭력으로 맞서지 못하는 아이도 있었겠다는 생각이 들면 그 시절을 버티기가 참 어려웠으리라는 생각이 든다.

 

학교 폭력 중에는 교사들이 휘두르는 폭력도 비중이 높았다. 몇몇 교사들은 깡패가 알면 친구 먹자고 할 정도로 폭력적이었다. 남자교사들뿐만 아니라 여자교사들도 마찬가지였다. 한 여자교사는 양손으로 동시에 학생들의 뺨을 사정없이 빠르게 때리는 체벌을 매일 했는데, 그것을 아주 즐기는 것처럼 보였다. 또 나이 많은 한 여교사는 남학생의 생식기를 쥐고 손톱으로 힘껏 누르는 체벌을 주기도 했다. 남자 교사들이 각목이나 야구배트를 휘두르는 것은 거의 매일 볼 수 있는 아주 일상적인 일이었다. 학교 자체가 거의 변태와 깡패들의 소굴이었다. 그런 교사들을 견디는 것도 사실 매우 힘든 일이었다.

 

왕따와 아이들의 자살과 학교 폭력과 교실 붕괴에 대한 소식들을 들으면 양가감정이 든다. 이렇게 말도 안 되는 교육환경과 현실을 겪게 해서 미안하고 같이 아프다가도, 내 학창시절과 비교해가면서 그 정도도 이겨내지 못하나 싶은 생각도 드는 것이다. 뭐 어쨌거나 아프다. 우리 아이들이 곧 자라서 같은 일을 겪을지도 모른다 생각하면 더욱 아프고 답답하다.

 

이 이야기는 처음에 연극대본으로 세상에 나왔다. 일본에서 문제작으로 떠올랐던 작품이라고 한다. 우리나라에 처음 들어올 때는 먼저 낭독회를 열었다. 연극 공연으로 올린 것이 아니라 단지 낭독회를 열었을 뿐인데, 많은 관심을 모았다고 들었다. 그리고 일본에서 극본을 소설로 다시 쓰는 작업이 이어졌다. 그래서 탄생한 책이라고 한다. 일련의 과정이 흥미롭다. 그만큼 일본이나 우리나라나 청소년들의 왕따 문제가 심각하다고 볼 수 있다.

 

이 이야기는 아주 강력한 인상을 심어주는 제목만큼이나 충격적이다! 뒤표지에도 적혀있듯이 설마 이런 일이 실제로 벌어질까 싶은 의심이 들다가도, 현실은 이보다 더 충격적일 수 있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이미 언론이 시끄럽게 떠들어댔던 몇몇 사례들도 그럴 수도 있겠다 싶은 생각에 힘을 실어주었다.

 

짧은 이야기이고, 등장인물도 몇 안 되고, 장소는 단지 방 하나뿐이다. 그러나 이 작가는 과연 천재가 아닐까 싶을 정도로 흡인력 있는 이야기가 펼쳐진다. 이 짧은 내용 속에서 이렇게 효과적으로 사람들의 심리를 드러낼 수 있나 싶다. 애초에 소설이 아니라 연극 대본으로 만들어졌기 때문에 더욱 사람들의 갈등구조가 더 잘 드러난 게 아닌가 싶다.

 

사실 이 책을 소개하는 글을 쓰고 싶지는 않았다. 별로 내키지 않았다. 그러나 이런 책이 있다는 것을 알려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지금도 어딘가에서 홀로 괴로워하고 있을 아이들 그리고 아이의 고통과 고민을 덜어주고 싶지만 어떻게 해야 할 지 모를 부모들이 한 번쯤 읽어보고 이 문제에 대해 좀 더 본질적인 고민을 해보면 좋겠다 싶다. 이 책이 어떤 해결책을 내주기 때문에 권하는 것은 아니다. 근본적으로 이 문제는 딱 이거다 선언할 해결책은 없다! 정부와 교육 당국이 제시하는 해결책만 바라보기보다는 왜 이런 일이 벌어지는지에 대해 좀 더 다각적인 고민이 우선 필요하고, 현실을 개선하기 위해 실제로 노력하려는 적극적인 움직임이 필요한 것이다. 아이들이 스스로 원해서 친구를 왕따시키고, 괴롭히는 것이 아니다. 아이들은 그저 그런 현실에 내몰리는 것이다. 그리고 그런 현실에 내몰고 있는 것은 바로 우리 부모들이고, 교사들이라는 것을 먼저 깨달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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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nine 2012-12-27 19: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재미있게 읽었네요. 이 책이 아니라 앞부분의 이야기요 ^^ 제가 소설가라면 한번쯤 주인공으로 써보고 싶은.
이 책도 재미있을까요?

감은빛 2012-12-28 11:56   좋아요 0 | URL
오! 영광입니다.
소설의 주인공으로 찍어주셨으니, 이제 쓰시기만 하면 되겠네요! ^^
이 책은 흥미롭지만, 솔직히 재밌다고 하기는 어렵네요.
내용이 너무 충격적이니까요.
이런 일이 절대 생기지 말았으면 좋겠습니다.

수이 2012-12-28 10: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관심이 가는데요.
분명 저도 문제가 꽤 많았던 청소년기를 보냈건만 어른이 되고보니 무심하네요;;
그때의 어른들처럼, 반성해야겠어요.

감은빛 2012-12-28 13:03   좋아요 0 | URL
정도의 차가 있겠지만,
대부분 사춘기에 조금씩 반항을 하지 않나 싶어요.
하필 그 중요한 시기에 학교에 갇혀서 압박을 받아야 하니 말예요.
이 심각한 문제를 어찌 풀어야 할지 막막하네요.

마녀고양이 2012-12-28 17: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늘 책 주문했는데, 그 전에 이 리뷰를 읽었으면 좋았을 것을.
읽고 싶네요...

감은빛님, 편안한 연말되시고 즐거운 일 듬뿍 생기는 새해 되셔요.

감은빛 2013-01-02 11:36   좋아요 0 | URL
답글이 늦었네요.
어느새 새해가 되었어요.

달여우님, 올해 좋은 일이 가득가득 몰려오기를 바랍니다!

뽀로롱 2013-01-31 19: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사실 저도 학창시절에 교우관계 때문에 많은 고민이 있었지요. 다른 사람들이 아무리 학창시절이 좋았고 돌아가고 싶다는 말들을 하지만, 아니요 저는 그러고 싶지 않아요 지금이 좋아요.
동지를 만난 기분입니다.

감은빛 2013-02-04 10:14   좋아요 0 | URL
안녕하세요. 뽀로롱님.
동지를 만난 기분이라니, 무척 반가운 말씀이셔요! ^^
먼저 인사 남겨주셨으니, 저도 종종 찾아뵙겠습니다.
고맙습니다!

아리랑 2013-03-18 15: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리뷰 잘보았습니다. 저는 학창시절 말도 없으면서 동시에 힘도 없어 일상적으로 괴롭힘을 당하는 아이중 한명이었습니다.ㅠ 님의 글을 보니 학창시절의 어려웠던 기억이 좀 나네요^^ 하지만 그래도 학창시절 추억할수있는 리뷰인것 같습니다. 그리고 저역시 당시 선생님의 체벌도 심했었는데 저희 학교에도 양손으로 동시에 학생들의 뺨을 사정없이 빠르게 때리는 체벌을 하면서 즐기는 여자선생님이 계셨습니다.^^ 영어선생님이었는데 매일 스무명 이상씩은 1인당 3대 이상씩 맞았던 것 같은데 맞으면서 중간중간 눈떠보면 선생님이 환하게 웃고있어 충격적이었던 기억이 납니다.^^; 혹시 감은빛님과 제가 같은 선생님을 만났던것은 아닐지 모르겠네요.

감은빛 2013-03-28 13:55   좋아요 0 | URL
안녕하세요. 글 남겨주셔서 고맙습니다!

제 글 때문에 그리 유쾌하지 않은 기억이 떠오른 것은 아닌지,
조금은 죄송한 마음이 드네요.
양손으로 뺨을 사정없이 빠르게 때렸던 여 선생님이
아마 수학이거나 생물이었던 것 같습니다.
분명히 영어는 아니었어요.
같은 선생님은 아니니, 그 시절 그런 식의 체벌을 '즐겼던(!)'
여선생님이 한 명은 아니었다는 사실이 밝혀졌군요.
스트레스를 아이들 뺨에다 풀었던 그 여선생님은 잘 지내시나 모르겠네요.
이젠 많이 늙었겠네요.
 
임박한 파국 - 슬라보예 지젝의 특별한 강의
이택광.홍세화.임민욱 지음 / 꾸리에 / 201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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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라보예 지젝의 책을 처음 읽었다. 그가 직접 쓴 글을 번역한 책은 아니다. 올해 6월 일주일간 한국을 다녀갔을 때 지젝의 강연과 대담 등을 엮은 책이다. 그래서일까 누군가에게 지젝에 대한 입문서로서 가장 적합하다는 추천을 받고 읽었다. 지젝의 책을 직접 읽어보지 않아서 모르지만, 왠지 그의 책은 어려울 것 같다는 선입견이 있었다. 그런데 이 책은 확실히 잘 읽히고 쉽게 이해할 수 있었다.

 

책을 읽으면서 나는 자주 김종철 선생의 말씀들을 떠올렸다. 지젝이 ‘자본주의의 종말’을 말하고, ‘환경의 위기’, ‘지적재산권 문제’, ‘생명공학의 문제’ 등을 여러 번 지적할 때마다 계속 김종철 선생이 생각났다. [녹색평론]을 읽으면서 접하거나, 직접 강연을 통해 들은 김종철 선생의 말씀들도 대개는 비슷한 내용이었다. 일찍부터 “난파 직전의 배에서 내리기를 두려워하지 마라.”는 말씀을 하셨고, 그 진단에는 환경의 위기를 비롯한 자본주의의 문제가 핵심으로 자리 잡고 있었다.

 

물론 지젝과 김종철 선생의 생각이 완벽히 같을 수는 없겠지만, 적어도 이 책을 통해 이해한 바로는 매우 비슷한 면들이 많음을 알 수 있었다. 지젝은 주로 일상생활이나 영화 등을 통해 이데올로기가 우리에게 어떻게 작동하는가를 강조하고 있었다. 이런 면들은 김종철 선생도 종종 지적했던 부분으로 자본주의와 국가주의 등이 우리에게 작동하는 지점들을 짚어주곤 했다. 지젝이 ‘스타벅스’를 강조했다면, 김종철 선생은 ‘학교 교육’을 강조하곤 했다.

 

지젝이 임박한 파국에 맞서 우리에게 들려주고 싶은 내용은 주로 이데올로기의 작동방식에 대한 것이다. 여러 가지를 설명했지만 그 중에서도 ‘믿지 않지만, 마치 믿는 것처럼 행동하는 것’에 대한 부분이 가장 공감이 간다. 예로 든 것이 ‘건물에 13층이 없는 것’이나 ‘산타클로스’ 등이다. 우리나라에도 4층이 없거나, 13층이 없는 건물이 대부분이다. 특히 산타클로스에 대한 부분은 나도 평소에 참 우습다고 여겼던 점이라 특히 공감이 간다. 빨간 옷을 입고, 길고 흰 수염을 붙인 가짜 산타가 아이들에게 선물을 나눠주는 설정은 과연 어디서 온 것일까? 왜 사람들은 아이들에게 산타라는 거짓 이미지를 강요할까? 동심을 지켜야한다는 말로 그런 우스운 연출을 정당화하는 현실이 한편의 거대한 코미디 같다. 어차피 아이들은 곧 산타는 없다는 사실을 스스로 깨닫는다. 하지만 어른들의 우스꽝스러운 연극에 맞춰 아이도 속아주는 것처럼 연극을 계속한다. 이것이 바로 이데올로기의 작동방식이며, 바로 어제 박근혜가 대통령에 당선된 결정적인 이유가 아닐까싶다. 이해할 수도 없고 믿는 것도 아니지만, 당연하다는 듯이 따르고 또 행동하는 많은 일들이 바로 이데올로기 때문에 나타나는 현상이다.

 

또 하나의 인상적인 부분은 도널드 럼즈펠드 전 미국 국방장관의 말을 빌어 설명한 철학적 명제이다. 약간 표현이 다르지만 내가 이해한 방식으로 나열해보자. 하나, 우리가 (무언가를)알고 있고, 그 알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는 것이 있다. 둘, 우리가 모르지만, 그 모르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는 것도 있다. 셋, 우리가 모르고, 그 모른다는 사실조차 모르는 것도 있다. 이 마지막이 럼즈펠드가 이라크를 침공하기 위한 변명이었다. 그리고 지젝은 여기서 럼즈펠드가 누락시킨 한 가지를 더 지적한다. 바로 네 번째 명제로 우리가 알고 있지만, 그 알고 있다는 사실을 모르는 것도 있다는 것을 말이다. 그리고 바로 그것이 이데올로기가 작동하는 방식이다. 이데올로기의 벽에 갇힌 채, 갇혔다는 사실조차 깨닫지 못하는 상태가 지젝이 지적하는 우리의 모습이다.

 

이 책을 추천해준 이에게 감사한다. 덕분에 지젝이라는 새로운 세계를 만났다. 앞으로 지젝의 다른 책들을 통해 더 그의 세계를 탐험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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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크pek0501 2012-12-22 22: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데올로기의 벽에 갇힌 채, 갇혔다는 사실조차 깨닫지 못하는 상태가 지젝이 지적하는 우리의 모습이다."

저는 <불가능한 것의 가능성>을 읽고 있는데, 지젝 인터뷰를 실은 거랍니다. 쇼킹한 부분이 있어서 책을 읽는 재미가 있어요. (나중에 페이퍼로 올릴 예정이에요.)

반 정도 읽은 책이 네 권인데, 이번 해에 다 끝내고 싶었는데,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아 내년으로 넘어가게 되었어요. 시간은 빠르게 달려 가는 것만 같습니다. 계획 실천의 발걸음은 느리기만 하고요.

좋은 리뷰, 잘 읽고 갑니다.

감은빛 2012-12-27 16:01   좋아요 0 | URL
쇼킹한 부분이 뭔지 궁금하네요.
방금 다녀왔는데 아직은 안 올리셨네요.
어서 올려주시와요! ^^
 

내가 나고 자란 도시에서는 눈을 구경하기 어려웠다. 기록적인 폭설 때를 제외하면 눈을 본 기억은 거의 없다. 군대에서 평생 본 눈보다 훨씬 더 많은 눈을 단 몇 시간 만에 치우면서, 정말 고향이 그리웠다. 그리고 철없이 '화이트 크리스마스' 따위를 동경하곤 했던 시절을 후회했다. 눈이란 정말 보는 것만 좋을 뿐, 생활인들에겐 치가 떨리도록 싫은 존재라는 것을 알기 시작했다.

 

 

 

서울에 산지 이제 제법 되었건만, 해마다 겨울 추위는 적응되지 않는다. 고향에선 분명 추위에 강한 편이었다. 내가 이런 말을 하면 듣는 이들은 나이 때문이라고, 이제 너도 그런 때가 된 거라고 말들을 하지만, 갓 서울에 올라온 아직 젊었을 당시에도 난 추위에 적응하지 못했다.

 

 

 

2010년 1월 첫 출근날(아마 4일이었던가?)의 폭설을 잊을 수 없다. 당시 우리 집도 경사가 급한 언덕길 위쪽에 있었고, 일터도 역시 비탈길을 한참 올라가야 하는 곳에 있었다. 게다가 둘 다 햇빛이 잘 들지 않는 골목길 안에 있었다. 눈이 한번 내리면 큰길의 눈은 곧 치워지고 또 녹아 없어지지만, 그런 골목길은 금세 빙판길이 되어서 여러 날이 지나도록 얼음이 녹지 않는다. 연탄재를 뿌리고, 흙을 갖다 뿌려도 미끄러운 길을 걸어 오르거나 내려가는 일은 쉽지 않다.

 

 

 

그때 가파른 빙판길을 기어서 오르내리다가(심지어 기어 다녔음에도) 여러 차례 미끄러져 넘어졌다. 허리와 엉덩이에 멍이 들었고, 발목을 다쳐서 한동안 쩔뚝이며 걸어야 했다. 점심시간에 한의원에서 침 맞고, 저주파와 찜질 치료를 받고 나면 막상 밥 먹을 시간이 없어서 쩔뚝쩔뚝 걸으며 김밥을 씹기도 했다. 

 

 

지금 우리 집은 당시보다는 조금 더 언덕 아래쪽으로 이사를 왔지만, 여전히 가파른 비탈길을 오르내려야 한다. 겨울에 눈이 내리면 누군가는 낭만적인 데이트를 떠올리며 행복해하고, 누군가는 소리 없이 눈 내리는 풍경이 멋있다고 감탄하고, 누군가는 술친구를 불러내겠지만, 나는 제일 먼저 걱정부터 하게 된다. 아직 어린 아이들이 빙판길에 넘어질까 봐 겁난다. 아침저녁으로 아이들을 학교와 어린이집에 데려다 주고 또 데려오는 그 길이 두렵다.

 

 

 

어제 나는 동네 작은 도서관에서 '글쓰기 강의'를 듣기로 약속되어 있었다. 아내는 갑자기 약속이 하나 생겼다고 했다. 그리고 큰아이는 생협 소모임에 나가고 싶어 했다. 아내가 아이들 저녁을 먹이고 큰아이를 소모임 장소에 데려다 주면, 거기서 나는 작은아이를 맡아서 글쓰기 강의를 갈 생각이었다. 큰아이가 모임을 하는 동안 나는 작은아이와 강의를 듣다가 시간 맞춰 다시 큰아이를 데리러 올 생각이었다. 7시가 조금 넘어 아내와 만나면 되겠다고 예상했다. 그때까지 나는 일터에서 좀 더 일을 하고 있었다. 

 

 

출발할 때 연락을 주겠다던 아내로부터 연락이 없어서, 나는 7시 반쯤 일터에서 출발했다. 이미 글쓰기 강의는 시작되었을 시간이다. 큰아이의 소모임 장소는 집과 글쓰기 강의가 있는 장소 사이에 거의 중간쯤 되는 위치다. 거기 도착해서 전화했더니, 아내와 아이들은 출발은 했으나, 버스도 안 오고 택시도 잡히지 않는다고 했다. 8시가 거의 다 된 시간이었다. 집 앞 도로 상황이 어떨지는 뻔히 그려졌다. 평소에도 잘 안 오는 택시가 이런 날 거기까지 들어올 리는 없을 테고, 버스 역시 얼어붙은 도로 사정으로 늦을 게 뻔했다.

 

 

 

결국 아내와 아이들은 8시 반이 넘어서야 버스에서 내렸다고 전화가 왔다. 서둘러 버스 정류장으로 달려갔다. 작은아이를 안고, 큰아이 손을 잡은 아내가 조심스럽게 걸어오고 있었다. 작은아이를 넘겨받고 큰아이는 소모임 장소로 보냈다. 아내는 늦어서 미안하다고 했다. 글쓰기 강의는 9시에서 9시 반 사이에 마칠 것이다. 지금 가도 이미 늦었기 때문에 결국 포기했다. 큰아이의 소모임 역시 얼마 지나지 않아 끝날 것이다. 나는 아직 저녁도 못 먹었기 때문에 근처 중국 음식점에 들어가 배를 채웠다.

 

 

 

큰아이가 모임을 마치고 나와서 손을 잡고 버스 정류장으로 향했다. 작은아이를 안은 팔이 무겁다. 녀석 그새 또 많이 자란 모양이다. 인도에 쌓였던 눈이 녹다가 얼어붙어서 아주 미끄러운 상태였다. 한쪽 팔에 아이를 안고, 다른 쪽에 아이 손을 붙잡고 조심조심 천천히 걸었다. 간신히 버스정류장에 도착했을 때, 마주 오던 중년의 아주머니가 꽈당 큰 소리를 내며 넘어졌다. 엉덩방아를 아주 크게 찧었다. 옆에 서 있던 한 아저씨가 그 자리에서 사람들이 계속 넘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오늘 아침 큰아이를 학교로 데려가는 골목길도 완전 빙판길이었다. 아이의 손을 꼭 잡고 걸었으나, 아이도 나도 여러 번 미끄러져 균형을 잃었다. 거의 학교에 다 왔을 무렵 결국 아이가 미끄러지며 무릎을 찧었다. 내가 반사적으로 아이를 잡은 손을 끌어올려 넘어지지 않도록 했건만, 이미 아이가 무릎을 찧은 후였다. 우는 녀석을 간신히 달래어 학교로 들여보내고 나서 시계를 보니 평소보다 3배는 더 걸렸다. 저 골목길 얼음이 금방 녹을 일은 없을 테니, 내일부터는 훨씬 더 빨리 집에서 나서야겠다. 이게 다 눈 때문이다! 나는 눈이 정말 싫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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맥거핀 2012-12-06 18: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2010년 첫 출근날 저도 기억이 생생합니다. 정말 상당했죠.

감은빛 2012-12-07 15:32   좋아요 0 | URL
그날 정말 대단했죠!
하필 그날 저는 파주로 외근을 꼭 나가야 할 상황이라 고생을 좀 했어요.
파주는 서울보다 더 많은 눈이 쌓였더라구요. ㅠ.ㅠ

한숨에 2012-12-07 07: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이고, 고난의 행군이었군요..저도요..눈이 싫어요...눈이 싫다는 건 나이를 좀 먹은 거라고들 하던데...

감은빛 2012-12-07 15:34   좋아요 0 | URL
아, 저는 군대 있을때부터 눈을 싫어했어요.
보통 이 땅의 남성들은 대부분 그렇지 않나 싶은대요. ^^

oren 2012-12-07 12: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2010년 첫 출근하던 날 폭설은 대단했죠. 그 당시 일화 하나가 떠오릅니다.

일산에 사는 제 친구는 주말을 맞아 근무지(영월, 동강시스타)에서 일산으로 올라왔다가, 새해 첫 출근하던 날 새벽 일찍 일산을 나섰는데, 얼마 못가 폭설을 만났고 별의별 '위험한 고비'를 숱하게 넘기고 간신히 저녁 늦게 영월에 닿을 수 있었다고 하더라구요. (그 친구는 지금 바그다드의 '현장'에서 일하고 있는데 '한국의 눈'을 몹시 그리워하고 있을지도 모르겠군요. ㅎㅎ)

폭설이 내리면 제게 떠오르는 영화가 '투모로우'인데, 그 영화에서 여주인공 애미 로섬이 뉴욕의 도서관에 갇혀 맹추위에 떨면서도 '니체의 책'은 차마 불태울 수 없겠다는 '개념있는 대사'를 내놓던 기억도 떠오르네요. ㅎㅎ

감은빛 2012-12-07 15:40   좋아요 0 | URL
새벽에 출근해서 저녁에 닿으셨군요!
정말 별의별 고비를 숱하게 넘기셨겠어요.
그때 고생한 일화들이 상당히 많죠.
전철 중앙선에서는 역과 역 사이가 상당히 멀잖아요.
하필 딱 중간쯤에서 전철 차량 이상으로 승객들을 전부 내려서,
다들 눈 쌓인 벌판을 헤치며 걸었다는 일화도 있더라구요.

저도 [투모루우]에서 말씀하신 그 장면 기억이 납니다.
아무리 추워도 책을 태울 수는 없죠! 그럼요! ^^

blanca 2012-12-08 15: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린이가 참석할 수 있는 생협 소모임도 있군요! 고군분투하시는 감은빛님 정경이 떠올라 안타깝기도 하고 그렇네요. 저는 다행히도 아이 유치원이 바로 집 앞에 있어요. 하지만 저는 저대로 또 미끄러질려다 전신주 잡고 버티고 그랫습니다.^^; 다음에는 글쓰기 강의를 들으실 수 있기를 바랍니다.^^

감은빛 2012-12-13 14:56   좋아요 0 | URL
방송댄스 소모임이라고 TV에 자주 나오는 댄스음악을
틀어놓고 춤추는 소모임이예요.
생협에서 크고작은 행사가 있을때 공연을 하곤 했는데,
우리 큰아이는 초기멤버였고, 벌써 3차례나 공연을 했어요.
어린이가 4명, 어른들이 너댓명 정도 되는 듯 해요.

어젠 글쓰기 강의를 무사히 들었습니다.
(그런데 마지막 강의였어요.)
 
실존주의자로 사는 법
게리 콕스 지음, 지여울 옮김 / 황소걸음 / 2012년 10월
평점 :
구판절판


 

 

한 달쯤 전 일이다. 혼자 식당에 들어가서 밥을 먹는데, 뒤이어 들어온 젊은 남자 둘이 내 옆 탁자에 앉았다. 둘이 계속 대화를 주고받는데, 바로 옆이다 보니 듣고 싶지 않아도 자꾸만 들렸다. 밥 먹기에 집중해보기도 하고, 딴생각을 열심히 해보기도 했는데, 그들의 대화는 자꾸만 내 공상을 비집고 들어왔다. 음악을 하는 친구들 같았다. 한쪽은 20대 중후반, 한쪽은 20대 초반 같았다. 나이 차가 별로 안나 보이는데, 어린 쪽이 다른 쪽을 굉장히 깍듯하게 대했다. 좀 더 나이 많은 쪽이 이런저런 경험담과 조언을 들려주는 듯했다.

 

 

 

그러다 한 문장이 내 마음을 파고들어 왔다. "단 한 번의 후회도 하지 않을 자신 있어?" 아직 대학을 다니고 있는 친구가 공부보다는 음악을 선택하려 한다고 말했을 때, 선배로 보이는 친구가 했던 말이다. 그 친구는 후배가 이 어렵고, 배고픈 길을 선택한 것이 안타까운 것일까? 아니면 그만큼 확실한 각오를 하고 시작하길 바라는 것일까? 표현은 달랐지만, 가끔 후배 활동가들과 상담을 하게 되면 나도 그런 말을 자주 했다. "진정으로 네가 원하는 것이 뭔지 고민하고, 네 의지가 확고하다면 그 길로 가라!" 그리고 내 경험담을 들려주곤 했다.

 

 

 

군대를 다녀와 복학생이 된 후, 선후배들의 요청에도 나는 학생회 활동을 중단했다. 운동권 집단 내부의 권력싸움, 패거리 문화 등이 지긋지긋했다. 그러자 갑자기 시간이 많아졌다. 늘 선후배들과 어울려 다녔는데, 이제 혼자 있는 때가 많아졌다. 읽고 싶었던 책들도 찾아 읽고, 공부도 많이 해야지 결의를 다졌다. 전부터 관심을 두고 있던 '실존주의' 철학에 대해서도 다시 공부를 시작했다. 나는 철학을 전공하지도 않았고, 어려운 철학책을 많이 읽은 것도 아니지만, 유독 실존주의 철학에 대해서만은 잘 알고 있는 듯한 착각이 들었다.

 

 

 

그냥 존재 그 자체를 인정하고 받아들이는 것. 당시에 내가 생각한 실존주의는 그런 것이었다. 사르트르의 [구토]에서 강에 집어 던지려고 집어든 돌멩이 하나가 자신의 존재를 주장한 것처럼, 자연의 모든 구성원은 그것이 생물이든 무생물이든 모두 거기에 이유가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인간이 자신의 이익을 위해 자연을 파괴하고 인공물로 채워가는 행위가 너무 부당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환경운동을 시작했고, 졸업 후에는 자연스럽게 활동가가 되었다.

 

 

 

과연 나는 단 한 번의 후회도 없었을까? 한때 내게 상담을 요청하곤 했던 후배 활동가들은 과연 이런저런 갈등과 고민들 속에서 자신의 선택을 후회했을까? 가족의 반대와 경제적인 어려움, 단체나 조직 내에서의 갈등, 진행하고 있는 일에 대한 두려움과 막막함, 개인이나 단체의 전망에 대한 생각들 등등 수많은 고민거리가 쉴 새 없이 던져졌다.

 

 

 

결국, 나는 직업활동가를 그만두고 직장인이 되는 선택을 했지만, 활동가의 삶을 살았던 것에 대해서는 단 한 번의 후회도 없었던 것 같다. 다만 활동했던 단체에 대해서는 후회와 아쉬움이 있었다. 내가 활동가를 그만둔 것도 사실 결혼이나 육아 그리고 경제적 어려움 등의 개인적인 사정이 아닌 단체 활동에서 전망을 찾지 못한 것이 원인이었다.

 

 

 

이야기가 좀 많이 옆으로 새버렸는데, 저 위에서 "단 한 번의 후회도 하지 않을 자신 있어?" 라는 질문이 내 마음을 파고들었을 무렵 나는 이 책을 읽기 시작했다. '실존주의 철학 안내서이자 진정한 의미의 자기 계발서'라는 부제를 달고 있는 이 책은 기존의 딱딱한 철학책과는 근본적으로 달랐다. 저자의 발랄하면서도 당돌한 어투는(이 책은 저자가 옆에서 말하는 것처럼 읽힌다.) 철학이라는 학문과는 어울리지 않지만, 그래서 오히려 쉽게 읽을 수 있다.

 

 

 

실존주의라는 조금은 무겁고, 조금은 어려운 주제에 쉽게 접근할 수 있다는 것 이 책의 가장 큰 장점이라 하겠다. 기존 철학책들처럼 선뜻 이해하기 어려운 개념들을 또 다른 어려운 단어들로 설명하는 것이 아니라, 실생활의 예를 들어가면서 이해하기 쉽게 설명한다. 물론 아무리 쉬운 설명이라 해도, 그 설명을 제대로 잘 이해하기 위해서는 좀 더 많은 생각과 고민이 필요하긴 하다. 어쨌거나 이 책 덕분에 오랜만에 실존주의에 대한 내 오랜 관심과 열정을 다시 한번 쏟아부을 수 있었다.

 

 

 

이 책을 거의 다 읽었을 무렵, 대학 후배가 서울로 찾아왔다. 오랜만의 만남이었지만 우린 그닥 많은 말을 하지는 않았다. 박사 과정을 수료하고 논문을 준비하고 있는 후배는 여러 어려운 상황으로 복잡한 심경이었다. 나 역시 몇 가지 어려운 상황과 고민으로 맘이 편치 않았다. 헤어질 때 후배 녀석이 말했다. "뭐, 사는 게 다 그런 거 아니겠소. 힘내이소!" 애써 웃음을 보이며 말하는 녀석에게 나도 비슷한 말을 돌려줬다.

 

 

 

실존주의는 삶을 있는 그대로 직시하는, 지독할 정도로 솔직한 철학이다. 이 책의 핵심은 바로 이 말인 듯하다. 실존주의자는 삶을 그대로 받아들이기에 허무주의자이기도 하지만, 반면에 자신의 삶의 가치를 잘 이해하고 있기 때문에 반허무주의자이기도 하다. 나 역시 실존주의자로서 어렵고 힘든 상황에 헛된 희망을 품지 않는다. 그래서 더 힘들어하고 또 괴로워하지만, 나 자신과 내가 처한 상황을 잘 알기 때문에 어떻게든 이 상황을 헤쳐나가리라 생각한다. 힘든 시기에 좋은 책 한 권을 만난 것이 참 고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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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11-28 13:1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2-11-28 13:2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2-11-28 14:3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2-11-28 18:59   URL
비밀 댓글입니다.

Mephistopheles 2012-11-28 17: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궁금합니다. 과연 식사는 제대로 하셨을지요. 식사중이셨으니까요.

감은빛 2012-11-28 19:01   좋아요 0 | URL
아, 시간이 좀 지나서 정확하게 기억은 안나지만,
좀 불편하게 먹었던 것 같아요.

제 식사를 염려해주셔서 고맙습니다! ^^

비로그인 2012-11-28 18: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존재 자체를 있는 그대로 인정하고 받아들이는 것'

점점 느끼게 되는거지만 세상에서 제일 어려운 일인 것 같습니다.

감은빛 2012-11-28 19:02   좋아요 0 | URL
그렇죠! 참 어려운 일입니다!
하지만 노력하는 태도를 갖는 것만으로도 제법 이룰 수 있을 것 같기도 하구요.

2012-11-29 01:0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2-11-29 10:52   URL
비밀 댓글입니다.

마녀고양이 2012-11-29 11: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후회하지 않으면 안 된다고 강하게 주장하고 싶어져요...
그 말을 했던 사람에게요. ^^

당연히 후회하고 반성하고 발전하고, 후회하지 않는 삶은 모험이 없는 삶인거 같고.
실존주의.... 현재를 나의 시선으로 바라보고 살아가는 것, 네 저도 실존주의자인지라.

감은빛 2012-11-29 12:43   좋아요 0 | URL
음, 글쎄요.
후회라는 단어에 대한 체감이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저는 후회하지 않을 만큼의 결의를 갖고 시작해야 된다고 받아들였어요.
나중에 결국 후회할 날이 있을지라도 시작할 때만큼은,
그런 일은 없을거야 라는 각오를 가져야 하지 않을까.

달여우님도 실존주의자였군요.
언제 한 잔 기울이면서 실존주의에 대해 논해볼까요? ^^

마태우스 2012-12-03 22: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후회 얘기를 하시니 제 얘기가 하고 싶어지네요. 저는 기생충학을 택할 때 별다른 고민없이 선택을 했어요. 임상을 택한 친구들에 비하면 그리 넉넉한 삶을 살지 못할 거였지만, 그래도 기생충이 좋았답니다. 그로부터 20년이 지났네요 벌써... 그간 한번도 후회를 안했다면 거짓말 같지만, 진짜로 전 후회를 안했지요. 친구들보다 금전적으론 넉넉치 못하지만 그만큼 시간을 여유롭게 쓸 수 있어서 좋아요. 그리고 그 넉넉치 못하단 것도 우리 사회 기준으로 보면 상위에 있을 것 같아서 후회를 안한 측면도 있지요. 음악과 비교하기엔 적절치 않았네요 그러고보니깐.

감은빛 2012-12-04 11:25   좋아요 0 | URL
네, 마태우스님께서는 정말 후회 안하셨을 것 같아요.
음악, 미술, 체육 이런 쪽은 이 나라에서 정말 먹고 살기 힘들죠.
글쟁이도 그 못지않게 배고픈 쪽이구요.
저는 그보다 더 배고픈 사회운동 쪽에 있었구요. -_-;;

그치만 그런 비교보다는 각자의 인생에서 자신이 원하는 것에 대한 선택.
그 얘길 하고 싶었던 것이니
마태우스님의 말씀이 적절치 않은 것은 아니예요.
저는 마태우스님 이야기를 알게되어 좋네요! ^^

마태우스 2012-12-04 12:14   좋아요 0 | URL
직업활동가 정말 힘들죠. 일은 많고, 모든 게 돈으로 환산되는 요즘같은 시대에 그 바쁨이 제대로 보상을 받지 못하다보면 중간에 회의도 들 것 같습니다. 그럼에도 계속 꾸준히 일하시는 분들은 정말 대단하신 거죠. 많은 걸 생각하게 되는 글이네요

페크pek0501 2012-12-04 16: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언제부터인가 헛된 희망을 품지 않게 돼 버렸는데, 그게 좋은 일인지 아닌지는 잘 모르겠어요.
삶이란 그저 그런 시시한 것이란 생각이 들어요. 일상을 반복하다가 죽는 거죠.ㅋㅋ
그냥 인간이 삶에 특별한 의미를 부여하며 산다, 라고 생각해요.

"나 자신과 내가 처한 상황을 잘 알기 때문에 어떻게든 이 상황을 헤쳐나가리라 생각한다."
- 이 말이 꽂히는군요. 요즘 자기 자신을 정확히 아는 게 얼마나 중요한 일인지 실감하는
일이 있었거든요. ^^

저, 첫 방문이어요!!!!!!!!

페크pek0501 2012-12-04 16:59   좋아요 0 | URL
아니, 첫 방문이 아니라 첫 댓글이어요.ㅋ

감은빛 2012-12-05 13:50   좋아요 0 | URL
안녕하세요!
첫 댓글 영광으로 생각하고 기억해두겠습니다! ^^

'삶의 의미'에 대해 어려서부터 고민을 많이 했어요.
여전히 그 고민은 계속되고 있지만,
말씀하신 것처럼 삶은 그냥 반복되는 일상일 뿐이죠.
그것만 알게 되어도 큰 깨달음이 아닐까 싶어요.
그러니 페크님께서는 깨달음을 얻은 분이신 듯 해요! ^^
 

몇 살 때였는지는 모르지만 어릴 때 손자병법에 나오는 '배수의 진'에 대해 읽었다. 그 후 '배수의 진'은 내 생활태도 중 하나로 굳어졌다. 예전 글(http://blog.aladin.co.kr/idolovepink/4433998)에서도 짧게 쓴 적이 있었지만, 어려서부터 나는 중요한 일을 미루고 미루다가 막상 발등에 불이 떨어져서야 시작하곤 했다. 특히 시험공부를 그렇게 했는데, 친구들에게는 늘 '배수의 진'을 들먹이며, 그래서 오히려 성적이 더 좋다고 떠벌리곤 했다. 뒤는 강이고, 앞과 좌우는 모두 적으로 둘러싸인, 더는 도망갈 곳이 없는 상황에서 자신이 가진 최대한의 잠재력을 모두 끌어낸다는 것이 어린 마음에는 멋져 보였다. 그리고 평소 공부를 게을리하는 것도 정당화할 수 있었다.

 

 

대학 때는 심지어 시험기간에조차 공부를 하지 않았다. 평소에는 집회 가느라 수업도 자주 빠졌으면서, 시험기간에는 또 술집이 한가롭고 조용해서 술 마시기 딱 좋다고 남들 도서관에 있을 때 나는 술집에 있었다. 그러면서 시험은 평소 실력으로 치는 거라고, 시험 치기 1시간 전에 딱 핵심내용만 훑어볼 거라고 큰소리를 치곤 했다.

 

 

 

공부뿐만이 아니다. 일하면서도 기획안이나 보고서를 제출해야 할 때에도 미리 쓰지 않고, 늘 마감까지 미뤄뒀다가 막판에 집중해서 처리하곤 했다. 원고도 역시 마찬가지였다. 사실 이건 인쇄물로 남는 거라서 잘 쓰고 싶다는 욕심이 많고, 늘 보내놓고 나면 아쉬워하는 처지라서, 원고만큼은 '배수의 진' 전법을 쓰고 싶지 않은데, 달마다 마감일이 닥쳐서야 원고를 쓰기 시작하니, 세 살 버릇 여든까지 간다고 한번 굳어진 습관을 고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닌 듯하다.

 

어제 원고 마감을 두 개나 해야 했다. 하나는 어제까지였고, 또 하나는 벌써 마감이 지난 원고였다. 둘 다 대략 주제와 소재를 정해두긴 했지만 단 한 줄도 쓰지 못한 상태였다. 그 전날 저녁에 고민을 많이 했다. 약속을 취소하고 글을 쓸 것인가. 약속된 일정을 마치고 돌아와서 밤 새 글을 쓸 것인가. 그런데 결국 둘 다 이뤄지지 못했다. 약속을 갔다가 갑자기 다른 술자리로 이동했고, 거기서 늦게까지 술을 마시고 돌아왔다. 도저히 글을 쓸 상태가 아니어서 그냥 잠들어버렸던 것이다. 그래서 어제는 마음이 엄청 급했다. 고도의 집중력을 발휘하여 글을 써야 했다. 점심 먹은 후에 짬을 내어 하나를 완성하고, 퇴근 전에 시간을 내어 다른 하나를 완성했다. 두 글 모두 한 번 더 살펴보고 싶은 욕심은 있었으나, 시간은 없었다. 그냥 마음을 비우고 보내기 버튼을 눌렀다. 무척 힘들었다. 어쨌거나 해냈다는 성취감과 조금 더 잘 쓸 수도 있었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동시에 찾아왔다. 다음 달에는 꼭 미리 써놓고, 충분히 다시 살펴보고 보내야지 마음먹었지만, 과연 그럴 수 있을까 싶다.

 

※ 주말엔 따뜻한 아랫목에 배깔고 엎드려 하루종일 읽고 싶었던 소설책들 쌓아놓고 읽었으면 좋겠다!(그러나 집안 일들도 해야하고, 애들과도 놀아줘야하고, 나가야 할 일정도 있고......)

 

 

 

 

 요건 다락방님을 비롯한 몇몇 알라디너들의 글을 읽고 구매했는데, 아직 펼쳐보지도 못했다. 과연 언제 읽을 수 있을까?

 

 

 

 

 

 

 

 

 

 

 

 

 이것도 재밌다고 소문난 책이었는데, 벌써 시간이 많이 흘렀는데, 언제 읽을까?

 

 

 

 

 

 

 

 

흐 집에가서 책장을  살펴보면 읽고 싶어서 사모은, 그러나 아직 첫 장을 펼치지도 못한 소설들이 잔뜩 있을텐데, 겁이 나서 살펴볼 엄두가 안난다. 하나씩 천천히 읽어야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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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클 2012-11-23 14: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요즘은 '배수'의 진 보다 더 독하게 정신 차려야 한다는 '백수'의 진이 있더군요. 제 주변에는 이제 지쳐서 배수의 진은 커녕 아무런 진세도 안 펼치는 구직자도 있지만요.

감은빛 2012-11-23 17:37   좋아요 0 | URL
'백수의 진'이라!
그거 정말 비장함이 느껴지는 단어군요! ^^
저는 가끔 백수가 부럽다는 생각을 할 때가 있지만,
아이들을 생각하면 그러면 안되겠지요. -_-;;

다락방 2012-11-23 15: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 저도 이번 주말에는 작정하고 책을 좀 읽어야지 너무 안읽은 책들이 쌓여서 안되겠어요. 그런데 집에서 읽으면 전 자꾸 잠이 와요. 스르륵~

감은빛 2012-11-23 17:38   좋아요 0 | URL
다락방님, 저는 안 읽은 책이 정말정말 많답니다!
이젠 책 사놓고 한 두달 구석에 쳐박아 놓아도 죄책감도 별로 안듭니다. ㅠ.ㅠ

다락방 2012-11-23 17:39   좋아요 0 | URL
감은빛님, 저는 몇 년 된것도 많아요. ㅠㅠ
결국 못읽고 팔아먹은 책도 많답니다. ㅠㅠ

기억의집 2012-11-23 19:50   좋아요 0 | URL
다락방님 저도요^^

감은빛 2012-11-26 13:24   좋아요 0 | URL
다락방님, 기억의집님.
저도 당연히 몇 년 지난 책들도 많습니다!
안 읽은 책들이 자꾸만 쌓이니까요.
게다가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그 책들을 다시 펼치기가 어렵더라구요.
이젠 책장 정리가 두려워진답니다.

기억의집 2012-11-23 19: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기고 하시는 글들이 있으신가봐요. 감은빛님 서재엔 좋은 글이 많아 고민 그닥 하지 않으실 것 같은데~

감은빛님~ 이상하게 애들이 크면 시간이 남아 더 읽을 줄 알았는데, 진짜 못 읽어요. 애들이 어려도 같이 있어줘야하지만 커서도 같이 있어주어야 해서 애들이랑 거실에 같이 앉아 이야기 저 이야기 하다보면, 하루가 금방 가요. 저는 애들이 크면 지 방에서 안 나온다 하는데, 꼭 그런 것만은 아니더라구요. 그리고 애들이 성장할수록 밥 달란 말을 너무 자주 해서 전 거의 주방에서 밥 하다 시간 다 보내는 것 같아요. 흐흐.

감은빛 2012-11-26 13:27   좋아요 0 | URL
감사하게도 부족하기 짝이 없는 제 글을 받아주는 곳이 두 곳 있어서요.
감사한 마음으로 잘 써야지 하면서도
늘 마감때가 되면 급하게 쓴 형편없는 글을 보내게 되네요.

기억의집님, 애들과 거실에서 대화를 나누시다니!
제가 상상하는 이상적인 모습인데요!
아이들 다 키우고 나면 혼자 골방에서 책읽고 글쓰고 싶은데,
그게 언제쯤이나 가능한 일일지 모르겠네요.

루쉰P 2012-11-24 09: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후후 배수의 진, 백수의 진 등 흥미진진한 전략이군여 ㅋ 저도 백수의 진을 치고 정관정요를 읽은 적이 있었지요 ㅋ 저도 감은빛님처럼 막판에 몰아치는 습관이 있어요 책은 무지하게 쌓여 있구여 ㅋ 너무 고민하지 마세요 뭔가 전우애를 느끼는 페이퍼 였습니다 ㅋ

감은빛 2012-11-26 13:30   좋아요 0 | URL
루쉰님의 독서는 정말 대단해요!
그래서 그렇게 긴 글이 막힘없이 술술 나오는 거겠죠?

우리 교주님께서 전우애를 느끼셨다니,
열심히 성지순례를 했던 일개 평신도는 감격스럽나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