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1월 27일 현재 노원구청 뒤편 이면도로 한쪽에는 파란 천막이 씌워진 건축폐기물처럼 보이는 덩어리들이 방치되어 있다. 이는 지난해 11월에 철거된 방사능 오염 아스팔트 덩어리다. 이 아스팔트 덩어리는 중저준위방사성폐기물에 해당되어 방사능폐기물처리장(이하 방폐장)에 안전하게 격리하여 저장해야 하지만, 현재 방폐장은 경주에 짓고 있는 중이다. 한국원자력안전위원회(이하 원자력안전위)는 관할지자체인 노원구에 이 책임을 떠넘기려했다. 그러나 노원구로서는 아무런 해결방법이 없었다. 시간이 계속 지나자 원자력안전위는 이번에는 공릉동에 있는 한국전력연수원에 보관하려 했다. 그러나 어떤 이유에서인지 아직 방사능 오염 아스팔트는 옮겨지지 않고 있으며, 인근 주민들과 구청을 드나드는 공무원들과 구민들이 모두 방사능 오염에 방치되고 있다.
그럼 잠시 이 골칫덩어리 아스팔트가 발견된 경위부터 한번 살펴보자. 2011년 11월 1일 한 시민의 119 신고에 의해 월계동 주택가의 골목에서 자연 상태에서는 존재하지 않는 물질인 세슘137이 발견되었다. 최초 발견자는 ‘차일드세이브’라는 온라인카페에서 활동하는 시민이다. 그리고 곧이어 환경운동연합에서는 인근 고등학교 앞에서 더욱 심각한 방사능 오염을 확인했다. 그리고 11월 8일 원자력안전위는 모순되는 내용을 발표했다. 우선 조사 대상 2곳의 아스팔트에서 발견된 세슘137의 총량(각각 22.4-29.1Bq(베크렐)/g, 1.82~35.4 Bq/g)을 발표했는데, 이는 국내법상(10Bq/g이상) 중저준위방사성폐기물에 해당된다. 이어서 지역주민들이 받을 수 있는 연간 방사선량이 0.51~0.69 밀리시버트(mSV)로 기준치(연간1mSv이하)보다 낮으며, 자연 상태에서 일반인이 받는 연간 평균 방사선량보다 낮은 수치라는 근거를 들어 “인근주민의 안전에 문제가 없다”라고 주장했다.
이 과정에서 크게 두 가지의 문제점을 짚어볼 수 있다. 첫째는 국민의 안전을 책임지기 위해 만들어진 국가기관인 한국원자력안전위원회와 한국수력원자력 그리고 정부의 태도에 문제가 있다는 점이다. 사실 이번 월계동에서 방사능 오염이 발견되기 이전에 경주와 포항의 아스팔트에서도 세슘137이 발견되었다. 정부가 나서서 전국 아스팔트에 대한 조사를 벌였다면 더욱 빨리 발견되었을 수도 있었겠지만, 아무런 조치가 없었고 일반 시민이 우연히 발견할 때까지 아무도 몰랐던 것이다. 다음으로 발견된 후의 경과를 보면 더욱 큰 문제를 확인할 수 있다. 11월 2일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 관계자들이 나타나 정밀조사를 벌인 이후, 11월 8일에야 뒤늦게 안전하다는 발표를 한 것은 국민을 기만하는 행위이다. 사태의 심각성으로 보아 하루라도 빨리 검사결과를 공개하고, 해당 아스팔트를 철거했어야 했다. 지역 주민들이 매일 아침저녁으로 오가는 길이며, 아이들이 뛰어노는 골목길이라는 사실을 그들도 잘 알고 있었을 것이다. 만약 오염지역이 월계동이 아닌 논현동과 같은 동네라면 어땠을까? 쉽게 상상할 수 있을 것이다.
두 번째는 기준치 이하라서 안전하다는 원자력안전위의 발표 내용 자체에 문제가 있다. 그들 스스로가 밝혔듯이 해당 아스팔트는 중저준위방사성폐기물이다. 2000년에 포장되었으므로 해당 주민들은 이미 10년 이상 방사능 오염에 노출되어 있었다. 방폐장에 안전하게 격리되어야할 오염물질 옆에서 이미 10년 이상 살아온 주민들이 안전하다는 발표를 과연 누가 믿을 수 있을까? 그들은 과연 스스로 모순된 발표를 했다는 사실을 깨닫고 있을지 궁금하다. 그리고 해당 아스팔트로 인한 방사능 오염수치가 기준치 이하라서 안전하다는 말은 스스로 무지를 드러내는 말이다. 우선 원자력안전위의 발표 이후에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이하 인의협)에서 발표한 성명서에 의하면 의학적으로 어떤 방사능도 안전하지 않으며, 안전한 피폭기준은 0이라고 주장했다. 인의협의 주장에 따르면 히로시마와나가사키의 원폭피해자 그리고 쓰리마일과 체르노빌 등의 핵사고 피해자들에 대한 의학연구가 충분히 진행되었으며 그 결과는 피폭량과 암 발병 위험도는 기준치 0에서 출발하여 정비례하는 직선을 나타낸다. “방사능은 피폭량에 비례하여 암을 발생시키며, 이는 기준치 이하라도 마찬가지이다.”라는 사실이 의학적 연구결과이다. 다음으로 그들은 국내에서 자연적으로 노출되는 연간방사선량이 이미 기준치에 육박한다는 사실과 여기에 아스팔트로 인한 방사능 오염수치를 더한다면 기준치를 넘어설 수밖에 없다는 사실을 간과하고 있다. 이미 세계적으로 수없이 벌어진 핵폭발실험과 쓰리마일과 체르노빌 사고 등의 영향으로 우리는 가만히 있어도 기준치에 가깝게 피폭되는 상태이다. 여기에 작년 3월 11일 일어난 후쿠시마 사고의 영향으로 연간방사선량은 더 늘어날 수밖에 없다. 건강상의 이유로 받아야 하는 각종 검사들(X레이, MRI, CT단층촬영 등)로 인한 피폭도 무시하지 못할 수치이다. 게다가 정부가 공개하지 않고 있는(혹은 조사조차 않고 있는) 다양한 경로로 인한 오염이 얼마인지 짐작하기 어렵다. 예를 들어 일본에서 수입되는 생선은 우려할만한 수치의 세슘이 검출되었지만, 기준치 인하라는 이유로 그대로 유통되고 있다. 그중 작년 7월 13일 일본산 냉장대구에서 97.9Bq/Kg 이라는 어마어마한 세슘이 검출되었지만, 기준치 이하라는 이유로 유통되었다. 이러한 상황에도 불구하고 소위 국민의 안전을 위한다는 원자력안전위가 기준치 이하라서 안전하다는 공식발표를 했다는 사실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노원구청 뒤편 이면도로 한쪽에 쌓여있는 방사능오염 아스팔트 / 사진 김슬기>
후쿠시마 사고 이후 독일과 벨기에는 핵발전에서 벗어나겠다는 ‘탈핵선언’을 했다. 우리나라에도 탈핵을 가장 시급한 과제로 삼고 있는 정당이 곧 탄생한다. 바로 작년 10월 30일 창당발기인대회를 마친 녹색당이다. 녹색당은 현재 정부를 상대로 ‘방사능 무대책에 대한 국민소송’을 준비 중이며, 현재 1,191명이 원고로 참여했다. 이번 소송은 말 그대로 국민의 안전을 지켜야 할 정부가 계속되는 방사능 피폭위험에도 불구하고 아무런 조치도 취하지 않는 태도에 대한 헌법소원이다. 이번 일을 계기로 원자력이 안전하다거나, 청정에너지라거나 값싼 에너지라는 정부의 거짓 주장이 널리 알려지기를 바란다. 원자력은 절대 안전하지도, 깨끗하지도 않고, 값이 싸지도 않다! 원자력이 안전하지 않다는 것은 쓰리마일, 체르노빌, 후쿠시마 등의 사고로 이미 증명되었고, 깨끗하지 않다는 것은 10만년동안 완전히 격리 보관되어야 하는 ‘사용 후 핵연료’로 증명할 수 있다. 값싼 에너지라는 주장 역시 원전건설과 폐기비용, 방폐장의 건설과 운영비용 등을 제대로 반영되지 않았기 때문에 가능한 얘기이다. 원자력은 폐기되어야 할 에너지다. 다른 건 다 떠나서 10만년이라는 상상하기도 어려운 긴 시간동안 우리 자손들에게 아주 위험한 쓰레기를 떠넘길 자격이 우리에게 없다. 이건 범죄행위다!
요즘 사람들을 만날 때마다 ‘녹색당 당원’이라는 사실을 자랑스럽게 말하곤 한다. 나는 요즘 즐겁다. 우리 아이들의 미래를 위한 녹색당을 만드는 일이 즐겁기 때문이다. 이 글을 읽는 당신도 녹색당에서 이 즐거운 일을 함께 하기를 바란다. http://www.kgreens.org/
※ 뱀발
노원고의 한 지역 언론에 투고한 원고이나, 노원구가 1월 30일 오후 방사능 아스팔트를 분류하여 안전하게 처리하겠다는 입장 발표를 하면서, 노원구의 발표내용에 대한 기사만 나가고, 이 원고는 실리지 못하고 되돌아 왔다. 발표내용을 살펴보면 3개월간의 분류작업을 거쳐 안전한 곳으로 옮길 예정이고, 분류작업도 안전하게 진행된다고 강조하고 있지만, 실제 어디로 옮기는지는 언급되지 않았고, 분류작업이 과연 얼마나 안전하게 진행될지 여부에 대해서도 의문이 드는 것이 사실이다. 아래에 노원구와 한국원자력안전위원회의 발표내용을 바탕으로 한 기사의 일부를 옮긴다.
원자력안전위원회와 노원구는 분리 장소로 한전연수원(노원구 공릉동)을 검토했으나 연수원 측과 추가오염 피해를 우려하는 해당지역 주민들의 반대로 장소 선정이 무산됐다.
이에 노원구는 억지로는 인명피해가 생길 것을 우려 비상대책위원회와 제 3 지대를 찾기 위해 노력했다. 주민들의 불안을 해소하기 위해 노원 이외의 장소를 물색하느라 시간이 걸렸으나 결국 어떤 장소도 허가를 얻는 과정을 거치다 보면 같은 일이 반복될 수밖에 없다. 그래서 가설 건축물을 세워 빨리 분류작업을 하는 것이 최선이라는 결론을 내렸다. 다행히 국회의원과, 구의회의장, 시의원, 비상대책위원회, 상계 6동과 10동 주민자치 위원장, 동대표, 인근 학교의 교장선생님이 안전에 문제만 없다면 빠른 시일 내에 처리하는 것이 좋겠다는 것에 동의하여 노원구청 뒤의 주차장에 펜스를 치고 가건물 설치 작업을 시작했다.
분류작업장을 설치하고 나면 방사성물질과 일반폐기물을 분류하는 작업을 한다. 그리고나서 방사성폐기물을 전문 보관용기에 밀봉하고, 작업이 끝나는 대로 따로 보관하지 않고 국가에서 지정한 별도의 장소로 영구보관하게 된다. 이 작업이 전체적으로 3개월 정도 소요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으며, 조금이라도 빠른 시일내에 마무리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주민을 위한 안전대책으로는 4단계 분진제거 대책을 세워놓고 있다. 차단된 분류작업장 내부에서 분류작업을 하면서 건물에 의한 분진차단을 하고 부압장치로 작업중 생기는 미세먼지를 원천적으로 제거한다. 또 대형 진공청소기로 작업장 주변의 먼지를 흡수하고 분류작업장 내부에도 별도의 비닐차폐막을 설치하여 분류작업은 차폐막 안에서만 실시한다. 이러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불안해 하는 주민들을 위해 24시간 방사선 누출 여부를 확인할 수 있는 주변 자동감시기기를 설치할 것이고, 안전한 보안장치도 설치한다. 또 환경단체를 비롯한 비상대책위원회, 인근 주민이 참여하는 감시단을 만들어 누구나 원할 경우 작업현장을 공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