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너
존 윌리엄스 지음, 김승욱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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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간 후 50년이 지나서야 기적처럼 부활해 많은 독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는 이 소설의 홍보 문구를 보고 처음에는 '다소 과장 섞인 찬사가 아닐까' 하는 의구심을 품었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대체 어떤 소설이길래' 싶었기에 '어디 한 번 보자' 하는 마음으로 책장을 넘기다가 나도 모르게 빨려들어가듯이 이야기에 몰입했다. 담담하게, 그리고 때로는 휘몰아치듯이 이어지는 이야기에 몇 번씩 답답함에 가슴을 치면서도 자꾸만 '내가 스토너였다면' 하고 이야기에 빠져들었다.

  사실 <스토너>는 독창적인 이야기는 아니다. 그저 한 남자의 삶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윌리엄 스토너는 1910년, 열아홉의 나이로 미주리 대학에 입학했다. 8년 뒤, 제1차 세계대전이 한창일 때 그는 박사학위를 받고 같은 대학의 강사가 되어 1956년 세상을 떠날 때까지 강단에 섰다. 그는 조교수 이상 올라가지 못했으며, 그의 강의를 들은 학생들 중에도 그를 조금이라도 선명하게 기억하는 사람은 거의 없었다"라는 소설의 시작처럼 스토너는 전쟁이라는 혼란 속에서도 일상을 견디어가는 삶을 택해 눈에 띄지 않게 '살아가는' 남자다. 하지만 이 이야기가 50년이 지난 뒤 독자의 마음을 사로잡은 것은 이러한 개략적인 줄거리 때문이 아니다. 스토너라는 한 남자의 모습에서 고독한 인간의 뒷모습이 엿볼 수 있기 때문이다.

  어린 시절부터 부모의 농사일을 도우며 묵묵히 살아온 스토너는 아버지의 제안으로 농과대학에 진학하나 2학년 때 영문학 개론 강의를 듣고 책을 읽고 급기야 "넌 교육자가 될 사람"이라는 타과 교수의 말을 듣고 생각지도 못한 인생의 길에 들어선다. 그는 결국 아버지의 뒤를 잇는 농부가 아닌 공부를 하고, 학생들을 가르치는 학자의 길로 들어서 한눈팔지 않고 그 길을 걷는다. 공부를 하고, 한 여자의 남편이 되고, 한 아이의 아버지가 되고, 스토너의 삶은 그렇게 특별한 굴곡 없이 '평범하게' 흘러간다. 히스테릭한 아내의 모습에도, 동료 교수와의 트러블에도, 아이와의 관계가 자신의 의지와 상관 없이 어긋나도 스토너는 적극적으로 자신의 목소리를 내기보다는 때로는 그 감정을 속으로 삭이며, 때로는 애써 무시하며 살아간다. 타인을 대하는 자신의 서투름을 받아들이고, 때로는 학생들을 향한 애정이나 연구에 대한 열정에 스스로 놀라기도 하지만 그의 인생은 흔들림 없이 이어진다. 하지만 "앞날에는 즐겁게 여길 만한 것이 전혀 보이지 않았고, 뒤를 돌아보아도 굳이 기억하고 싶은 것이 별로 없었"던 그의 삶에도 사랑이라는 반짝이는 순간은 찾아온다. 반짝이는 빛이 사라지는 순간, 그의 등은 더욱 굽어들고, 굽어진 몸만큼 그는 내면으로 침잠한다.

  "이 소설을 읽은 많은 사람들이 스토너의 삶을 슬프고 불행한 것으로 봅니다. 하지만 내가 보기에 그의 삶은 아주 훌륭한 것이었습니다. 그가 대부분의 사람들보다 나은 삶을 살았던 것은 분명합니다.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그 일에 어느 정도 애정을 갖고 있었고, 그 일에 의미가 있다는 생각도 했으니까요"라는 작가의 인터뷰처럼 스토너는 종신교수라는 직책도 얻었고, 고독하긴 하지만 마음을 터놓을 수 있는 친구도 있으며, 삶을 뒤흔든 사랑에도 빠져봤으니 그럭저럭 괜찮은 삶을 살았다고 볼 수도 있다. 하지만 책을 읽으면서 그에게 연민을 느끼는 것은, 그의 이야기에 눈물짓는 것은 그가 '슬프고 불행한' 삶을 살기 때문이 아니다. 스토너가 그랬듯 우리의 삶도, 아니 나의 삶도 그렇게 고독하게 흘러가고 있어서였다.

  스토너가 인생의 마지막에 그랬듯 나 또한 책을 놓으며 "넌 무엇을 기대했나?"라고 자문했다. <스토너>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살아가야만 한다고 삶의 의욕을 불러일으키는 책은 아니다. 그렇게 살아갈 수밖에 없다고, 어쩔 수 없지 않느냐고 한바탕 울음을 터트리게, 그리고 조금은 어깨에 힘을 뺄 수 있게 도와주는 책이다. 결국 고독하고 상처받은 우리를 치유해주는 건 사람임을, 문학임을 <스토너>를 통해 다시 한 번 느꼈다. 스토너라는 이름을 오랫동안 기억하게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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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돌이 2015-01-07 00: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스토너처럼 사는거 쉽지 않은 일 아닐까요? 그라는 개인으로 보면 행복했을 것 같은데요. ^^
문학에서 다루기 힘든 저런 삶을 어떤 식으로 그렸을까 궁금해져서 보관함에 가져갑니다. ^^
앗 이매지님 잘 지내셨죠?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

이매지 2015-01-07 08:58   좋아요 0 | URL
싫은 소리 들어도 참아내고, 그냥 묵묵히 살아가는 건 쉽지 않은 일이죠. ㅎㅎ
작가의 말처럼 그는 훌륭한 삶을 살아냈을지도, 행복했을지도 모르겠어요.
담담하게 삶을 그려간다는 점에서 저는 <올리브 키터리지>도 많이 생각나더라구요.
오랜만에 빼꼼히 등장해도 반겨주셔서 감사합니다. ㅎㅎ
바람돌이님도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무해한모리군 2015-01-07 08: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매지님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의지를 가지고 살아낸 모두가 대단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이매지 2015-01-07 08:58   좋아요 0 | URL
요새 들어 그런 생각이 많이 들더라구요.
우리는 살아간다는 것만으로도 대단하다는 생각이요. ㅎㅎ
휘모리님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
 
박쥐 형사 해리 홀레 시리즈 1
요 네스뵈 지음, 문희경 옮김 / 비채 / 201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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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해리 홀레 시리즈의 중간 권에 해당하는 <스노우맨>으로 해리 홀레 시리즈를 처음 접했던 터라 <스노우맨>을 재미있게 읽으면서도 뭔가 아쉬움이 남았었다. 자세한 과거사는 알 수 없지만, 뭔가 사연이 있는 이 남자. 고독하지만 고립되지는 않는, 끊임없이 알코올의 유혹에 시달리는 이 남자에 대해 더 알고 싶었다. <스노우맨>의 흥행 덕분인지 요 네스뵈의 해리 홀레 시리즈는 역주행하듯 출간되기 시작했고, 그 덕에 시리즈의 첫 권인 <박쥐>를 손에 잡을 수 있었다. 이번에도 북유럽의 날씨만큼이나 서늘한 이야기가 그려지리라 기대했지만, 의외로 <박쥐>는 무더운 계절의 오스트레일리아를 배경으로 그려진다.


  한 노르웨이인 여성이 오스트레일리아에서 목이 졸려 살해된 채 발견된다. 이에 수사를 위해 지구 반대편으로 날아간 해리 홀레. <스노우맨>에서는 반장님이었지만, <박쥐>에서는 아직 혈기왕성한 풋내기 형사일 뿐이다. 처음에는 오스트레일리아 경찰과 형식적으로 공조 조사를 시작하지만, 어디까지나 형식적인 수사일 뿐 누구도 해리 홀레가 적극적으로 나서는 상황을 기대하지 않는다. 아무런 증거도, 그 어떤 증인도 남아 있지 않은 상황이었기에 범인의 검거하는 데 집중하기보다는 적당히 시간이나 때우며 주변인 조사 정도를 마치고 돌아가라고 하지만, 탐문 과정에서 한두 가지 의심스러운 점이 눈에 들어오면서 해리 홀레는 사건에 점점 발을 들이게 된다.

 

  <박쥐>의 중심에는 오스트레일리아 원주민인 애버리진이 놓인다. "애버리진은 다 비슷하게 생겨서 구분이 잘 안 가서요"라는 목격자의 증언에서 엿볼 수 있듯이 오스트레일리아 사회에서 애버리진은 원래 이 땅에서 살았음에도 불구하고 소외당한 이들이다. 해리 홀레와 콤비로 수사에 나서는 앤드류 형사 역시 애버리진이라 홀레에게 호주 원주민의 비극적인 역사나 왈라-무라-버버로 이어지는 애버리진의 전설, 그들의 애환에 대해 직간접적으로 이야기를 건넨다. 해리 홀레라는 캐릭터가 오스트레일리아라는 자연에, 애버리진이라는 집단에 압도당하고 있다고 느껴질 정도로 <박쥐>에서 애버리진의 존재감은 상당하다. 특히나 인상적이었던 부분은, 애버리진에 대한 국가 정책. 가난한 부모에게서 떼어내 더 나는 조건에서 양육하겠다는 명목으로 원주민의 부모에게서 아이를 강제로 빼앗아 백인 가정에 보내게 한 정책 등은 놀랍다 못해 무서울 정도였다. 사건 자체의 치밀함보다는 그들의 검은 피부처럼 어둡게 그림자를 드리운 애버리진에 대한 이야기에 더 눈이 갔다.


  해리 홀레 시리즈의 첫 권이기 때문에 <박쥐>에는 캐릭터를 구축하는 과정이 담겨 있다. 하지만 요 네스뵈의 작가로서의 데뷔작이기도 해서일까. 다소 아쉽기도 했다. 작가는 이 작품이 날것 그대로의 느낌이라 유일하게 반복해서 읽는다지만, 서술의 얼개를 생각한다면 <스노우맨>보다는 미흡하다. "뭔가 잘못됐다"라는 소설의 첫 문장은 독자를 끌어들였지만, 이후 전개에서 해리 홀레가 본인의 입으로 너무 친절히 자신에 대해 소개해준다랄까. <스노우맨>의 해리 홀레가 매력적으로 느껴졌던 것은 그에게 '뭔가 사연이 있어 보였기 때문'이지 그의 사연에 몰입을 해서가 아니었다. 물론 그가 겪은 일련의 사고와 그후의 행로에는 눈길이 갔고, 오스트레일리아에서 겪는 사건이 그의 삶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도 궁금해진 했지만 말이다. 작가도, 캐릭터도 아직은 성숙하지 못한 시기였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쨌거나 요 네스뵈의 이야기꾼으로서의 자질이 엿보이는 작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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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ENT 2014-12-16 19: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요 네스뵈의 「스노우맨」은 게눈감추듯 읽어치웠는데, 「박쥐」는 뭔가 꾸역꾸역 읽어나갔던 기억이 있습니다. 때문에 바로 「레드 브레스트」로 건너뛰어버렸었죠ㅎㅎ 결과적으로 해리 홀레시리즈에서 벗어나질 못하고 있습니다. 문체나 분위기나 너무 제 타입에 쏙 맞는 작가더라구요.

이매지 2014-12-24 11:26   좋아요 0 | URL
저도 <박쥐>는 이상하게 잘 안 읽히더라구요. ㅎㅎㅎ
<레드 브레스트>는 조금 괜찮은가봐요. 저도 얼른 해리 홀레 시리즈에 다시 빠져봐야겠어요~ ㅎㅎ
 

 

스페인에서 만난 서점에 뒤이어...

맥주 없이 볼 수 없는 본격 먹페이퍼를 하나 더 올리기로 한다. (응?!)

(D님께 이 페이퍼를 헌정합니다.)

 

스페인은 삼면이 바다인데다가 기후가 끝장나게 좋아서

싱싱한 식재료를 다양하게 만날 수 있었다.

일단 재료가 좋다보니 뭘 먹어도 맛있어...

아아... 너무 맛있어... ;ㅁ;

 

일단 스페인 하면 떠오르는 음식부터.

빠에야.

 

빠에야는 기본 2인분을 파는 데가 많아 혼자 여행한 여행 후반에는 거의 못 먹어서 아쉬웠다.

(1인분씩 파는 집도 있으나 냉동 빠에야를 쓰는 경우가 많다고.)

특히나 세비야에서는 동행과 마지막 식사를 위해 선배가 꼭 가라고 추천추천추천한 집에 겨우 찾아갔더니

시에스타라서 못 먹고 돌아섰다. (그 집은 기본 2인분이고 혼자 가서 2인분 시키면 주문을 안 받아준다고..)

 

아무튼 바르셀로나에서 빠에야 맛집으로 유명한 엘그롭이라는 데에 두 차례 가서 먹었다.

일단 오징어 먹물 빠에야.

오징어 먹물 빠에야는 아무리 맛있어도 비주얼이 못 따라간다. (한숨)

 

 

이건 해산물 빠에야.

둘 다 2인분이었고 1인분에 8유로 전후해서 16유로 정도였다.

(당시 환율로 치면 2만 2천원 정도.)

 

 

스페인 하면 또 하나 유명한 것이 타파스일 것이다.

작은 접시에 나오는 음식인데 간단히 먹기도 좋고,

혼자 먹기도 좋고,

게다가 맥주가 미친듯이 싸서 맥주에 곁들여 먹기도 좋아서

거의 하루에 두세끼는 타파스를 먹으며 보낸 것 같다.

 

바르셀로나에 도착해서 첫 끼로 먹은 타파스 24의 비키니란 메뉴(와 맥주).

타파스24의 대표메뉴 비키니를 주문해서 먹었는데,

치즈가 적당히 짭쪼름해서 맥주 안주로 딱이었다. (이거 점심이었는데...)

 

 

작정하고 일부러 찾아간 바르셀로나의 맛집 키멧키멧의 타파스.

서서 먹어야 하고 주문도 요령껏(그러니까 주인 아주머니랑 눈 마주치면 얼른 얘기) 해야 하는

다소 전쟁터 같은 타파스바였지만 그 난관을 뚫고 세 개나 주문해 먹을 정도로 맛있었다.

 

 

특히나 이거!

연어+요거트+꿀이 올라간 타파였는데... 아아...

 

 

 

그라나다에서는 호스텔 주인 아주머니에게 추천받은 집에 가서 먹었는데,

관광객 맛집 이런 데가 아니라 가게 직원도, 가게 손님들도 동양 여자애들 둘이서 마셔대니 신기해했다.

이 집은 놀랍게도(!) 3유로(4천원 정도) 남짓한 맥주를 시키면 타파스 한 접시가 따라나왔다. ;ㅁ;

이게 기본 안주라니 믿어지는가.

시킬 때마다 안주가 달라지니 신이 나서 여기서만 맥주 4잔을 마시는 기염을 토했다.

 

 

 

 

앞서 말한 세비야의 빠에야 집에서 퇴짜를 맞고서 배고파 헤매다가 들어간 세비야의 타파스집.

여기도 로컬집인 듯 메뉴도 죄다 스페인어고 사람도 엄청 북적거려

뭘 먹지 하고 고민하다가 가게 점원 아저씨에게 추천해달라고 해서 메뉴 세 개를 받았다.

조개 스프는 좀 짜긴 했지만, 나머지 메뉴는 눈 돌아가게 맛있어서 왜 이렇게 사람이 많았는지 이해가 갔다.

이렇게 배불리 먹고도 1만원 남짓 지불하고 유유히 퇴장.

이게 친구랑 먹은 마지막 끼니였으나, 나는 이후 세비야에 머무는 4일 동안 이 집에 3번 더 갔다.

 

 

 

 

 

 

 

 

 

 

 

세비야에서 한국인에게 유명한 '미망인의 집'이라는 식당.

대구요리로 미슐렝가이드에 올랐다고 해서 가봤는데,

내 주문을 씹어먹는 바람에 한참 기다리다가 항의해서 재주문해 받아 먹었다.

아무리 음식이 맛있어도 서비스가 개판이면 다 필요없다는 교훈을 얻었음.

 

 

 

 

 

마드리드에서 홀로 외로이 먹은 맥주와 미트볼.

 

 

 

이 또한 마드리드 호스텔 근처에서 먹은 타파스.

생선튀김과 고로케.  

매번 여기 지나갈 때마다 사람들이 밖에서도 서서 먹길래 궁금해서 가봤는데 이후 이 집에 두 번 더 갔다.

 

 

 

 

너무 길어지니 그 외 먹은 음식 짤만 몇 개 더 투척...

 

바르셀로나에서 먹은 생선튀김들.

 

 

 

그라나다에서 먹은 가스파초. (토마토냉수프)

 

 

 

 

코르도바에서 먹은 소꼬리찜.

 

 

 

마드리드 시장에서 판매하는 치즈로 두른 타파스.

 

 

 

 

멜론+하몽. (그리고 맥주)

 

 

 

 

마드리드 100년 전통의 추러스 집에서 핫초코와 함께.

 

 

 

 

<꽃보다 할배>에도 나왔던, 세고비아의 명물 새끼돼지통구이. (중 다리만 먹음)

 

 

 

2주간 잔뜩 먹부림을 하면서 이렇게 먹어도 되는 건가 싶었는데,

하도 걸어서 그런지 배불리 먹고도 되려 살이 빠졌다. 하하하.

작년에 런던에 가서 1주일 동안 쓴 경비와 이번에 스페인에서 2주일 동안 쓴 경비가 별 차이가 안 날 정도로,

물가가 저렴해서 더 좋았던 스페인 여행.

어지간하면 혼자 다니는 편을 좋아하지만 스페인만큼은 맛있는 음식이 너무 많아서

꼭 다음에도 동행을 만들어서 가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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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14-11-28 10: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루시아] 라는 19금 영화가 있는데요, 배경이 스페인이거든요. 여자 주인공이 이별을 한 후에 식당에 가서 빠에야를 시키려고 하는데요, 빠에야는 2인분밖에 안된다고 하는거에요. 그래서 여자가 되게 슬퍼하면서 안시키고 그냥 나오거든요. 그 장면이 되게 인상적이었는데 이매지님 페이퍼로 그 영화가 또 생각나네요. 이별 후에 먹으면 안되는 음식인 것 같아요, 빠에야는.

맨 마지막 돼지다리.. 히융 -
지난번에 그냥 하몽을 먹어보니 왜 메론하고 먹어야 되는지 알겠더라고요. 너무 짜. 그치만 메론하고 먹으면 진짜 맛있을 것 같아요. 아님 따뜻한 밥을 싸먹거나. 아..침나와 ㅠㅠ
치즈 두른 타파스 좋네요. 생선 튀김은 안땡겨..

시킬때마다 안주가 달라지는 집 가보고 싶네요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이매지 2014-11-28 15:20   좋아요 0 | URL
오. 스페인 영화에 음식이 얽힌 건 <하몽하몽>만이 아니었군요. 정말 다락방님 말씀처럼 빠에야는 이별 후에 먹으면 안 되는 음식인가봐요. ;ㅁ; 어쩐지 급 슬퍼지네요.
시장에 걸린 하몽 사진도 있는데 그거 올리는 건 깜빡했네요. 수정하기도 귀찮고. ㅋㅋㅋ
하몽 샌드위치로도 먹었는데 그것도 짭쪼름하니 맛있더라구요.
따뜻한 밥을 싸먹는 방법은 제가 시도해보겠습니다! (아직도 하몽 남았어요...)
시킬 때마다 안주가 달라지는 저 집은 심지어 가게 점원도 귀요미였...

건조기후 2014-11-28 12: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이고야... ㅠㅠㅠㅠㅠ (눈물이 아니라..;)

이매지 2014-11-28 15:17   좋아요 0 | URL
저도 같이 웁니다... 이미 다 제 뱃속에서 사라진 음식들... ;ㅁ;

레와 2014-11-28 15: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스페인을 가야겠어요. (불끈)



이매지 2014-11-28 15:17   좋아요 0 | URL
다락방님 손 잡고 가세여...
혼자 가시면 절대 안 됩니다. 즐거움이 반이 되어요. ;ㅁ;

유부만두 2014-12-21 12: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아아아아아아앙...... 이런 포스팅 절대 좋습니다만....
스페인에 가야겠어요. 남편과 둘이서 삼인분 같은 이인분 빠에야를 그리고 맥주 맥주 그리고 안주안주...

방금 맛없는 배달 짜장면 먹고 양치를 해도 남는 느끼함을 머금고 컴퓨터 앞에 앉았지만
다시 식욕이 돋는건 매지님의 멋진 포스팅 탓이겠지요
제가 식충....만두는 아니겠지요...

이매지 2014-12-24 11:27   좋아요 0 | URL
스페인에 가세요. 정말 추천합니다.
맛있는 음식, 그리고 맥주맥주맥주!!
 

 

10월 1일부터 2주간 스페인으로 근속휴가를 다녀왔다.

(2주나 휴가를 가면 업무가 얼마나 꼬이는지, 얼마나 민폐를 끼쳐야 하는지 절감했다.)


스페인어라고는 올라, 그라시아스밖에 모르는데 괜찮으려나 걱정했는데,
피차 영어도 안 되고 스페인어도 안 되니

포기하고 손발짓으로 해결하니 어찌저찌 됐다. (먼 산) 

여행 첫날부터 어디 서점 없나 눈을 부릅뜨고 다녔는데도
기껏 찾았다 하면 시에스타 때문에 닫힌 문.

심지어 바르셀로나에서는 한인 민박 주인 언니에게 서점을 물었지만 "글쎄"라는 대답이 돌아왔었다.   

뭐 아무튼, 여행한 지 일주일이 지나 세비야에 도착했을 무렵, 
소나기를 피할 곳을 찾아 두리번거리는데
저 멀리서 오아시스처럼 짜잔(!)하고 나타난 서점.

카사 델 리브로.
스페인에서 가장 오래된 서점 체인이라고 한다.

 

입구 쪽에는 켄 폴릿의 책이 진열.

시에스타 때문에 문이 닫힌 서점에서도 늘 바깥에 이 책이 진열되어 있었다.
블랙펜클럽으로 나왔던 <대지의 기둥>을 재미있게 읽었는데,
이렇게 만나니 반가웠다.




들어가면 한 켠에 베스트셀러 진열대가.
1위는 켄 폴릿, 3위는 <불륜>, 4위는 영화 <메이즈러너>의 원작소설, 6위는 밀란 쿤데라의 <무의미의 축제>.
스페인어는 까막눈이지만 일단 국내판과 표지가 같으니 알아보기가 쉬웠다.



외국소설 매대.
우리나라 서점의 매대처럼 외국소설, 국내소설, 에세이, 인문 등으로 매대가 분류되어 있었다.



일본 소설이 여기저기에 많이 보여 신기했다.
마쓰모토 세이초의 <점과 선>은 <도쿄행 급행열차> 정도의 제목으로 바뀌어 출간.
욱일승천기를 배경으로 깔아 눈에는 확 들어오지만

확실히 한국에서 이런 표지로 나오긴 좀;



미시마 유키오, 유메노 규사쿠와 헨리 제임스.


 
1층은 문학 쪽으로 다양한 매대가 갖춰져 있었다.





코엘료의 문장을 넣어 만든 듯한 다이어리도 눈에 들어왔다.
뭔가 커버부터 영적인(?) 느낌.
내지는 뭐 별 거 없고, 중간중간 코엘료의 문장이 들어간 듯.





2층에서 바라본 1층의 모습.
서점은 총 4층이었는데,
폐점 시간이 임박해서 갔던 터라 3층까지만 둘러보고 쫓겨났다. ;ㅁ;



2층에는 청소년 소설, 장르 소설 위주의 진열이 돋보였습니다.
여기도 켄 폴릿...



서가에 꽂힌 책을 보다가 PKD의 <유빅>도 보여서 한 컷.



스페인 여행에 챙겨간 책 중 하나인 카를로스 루이스 사폰의 <바람의 그림자>.
그리고 옆에 놓인 책은 <천사의 게임>인 듯.
예전 문지판 <바람의 그림자>는 원서 표지였구나.



댄 브라운은 스페인에서도 인기인 듯.
러브크래프트와 <드라큘라>도 평면 매대에 놓여 있어서 신기했던.



하지만 역시 가장 놀란 건 켄 폴릿의 인기.
그의 책이 놓인 매대를 몇 개나 본지 모르겠다.



이후 다른 서점에서도 봤지만, 조지 오웰의 책도 눈에 많이 들어왔다.
스페인 내전을 다룬 <카탈로니아 찬가> 때문이 아닐까 싶지만
<1984> <동물농장> 같은 책도 쉽게 만날 수 있었다.



그냥 기념품으로 살까말까 망설였던 세비야의 건축물을 일러스트로 담은 책. 
 




한국 작가의 책은 없나 두리번거렸는데,
<피로사회> 등으로 한국에도 소개된 한병철 교수의 책만 발견.



한국작가의 작품은 찾을 수 없었지만 <1Q84>의 스페인어판.
2권도 통일된 디자인으로 있을 것 같은데 일단 이 서가에는 없어서 짬뽕으로.



SIN COLOR라니 <색채가 없는 다자키 쓰쿠루와 그가 순례를 떠난 해>이겠거니...



<알랭 드 보통의 영혼의 미술관>은 영국판과 표지가 같아서 쉽게 알아볼 수 있었다.



두번째로 찾은 서점은 마드리드 솔 광장 한편에 위치한 엘 꼬르떼 잉글레스 백화점의 서점.
스페인 유일의 백화점이라고 하는데 우리처럼 한 건물에 모든 매장이 입점해 있는 것이 아니라
다른 건물로 여러 채 되어 있어서 신기했다.
서점 건물 하나, 스포츠의류 건물 하나, 식품점+화장품+의류 건물 하나 뭐 이런 식.

선물용으로도 좋을 것 같은 <돈키호테>.
성경 같은 느낌마저 든다.



여기서도 하루키의 인기는!



미시마 유키오의 책도 제법 번역되어 있었다.



세비야에서 그렇게 찾아 헤맬 때는 안 보이더니. 
드디어 만난 신경숙 선생님의 소설! 
뭐 잘은 모르겠지만 띠지에 COREANA, 200만 어쩌고 있길래 <엄마를 부탁해>인가 했는데, 
찾아봤더니 <어디선가 나를 찾는 전화벨이 울리고>. 
원제가 시적이라서인지 번역판 제목도 바꾼 듯.



노벨문학상 발표 이후에 찾은 서점이라 관련 매대가 있지 않을까 했는데,
세비야에서도 마드리드에서도 노벨상 특별 매대(?)는 찾을 수 없었다.
런던에 갔을 때는 여기저기서 책 읽는 사람을 많이 봤는데,
스페인에서는 우리나라만큼이나 책 읽는 사람이 드물어 여러모로 비슷하구나 싶었던.
(그 외에, 평일에는 1~2시, 주말에는 거의 밤새 술 마시며 떠드는 분위기도 비슷...) 

아무튼 손에 꼽을 정도였던, 책 읽는 사람의 사진을 끝으로 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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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14-11-21 10: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오오오오오오오오오오오오오오오오오오오오오오오
나는 이번에 홍콩 갔을 때도 서점에서 사진을 못찍게 해서...싱가폴에서도 서점 사진 못찍게 하고 ㅠㅠ
그런데 이렇게 여러장의 사진을 찍을 수 있었다니 좋다 좋다 ㅠㅠ
눈이 호강하고 갑니다 매지님.
아 오랜만에 뿅- 하고 나타나서 이런 페이퍼라니. 이런 양질페이퍼녀 같으니라구! ㅋㅋㅋㅋㅋ

>.<

이매지 2014-11-21 10:48   좋아요 0 | URL
사내 인트라넷에 올렸던 건데 거기만 올리기 아까워서 서재로 가져왔어요. ㅋㅋㅋ
잘했죠? 으하하하하하.
사진 찍어도 되냐고 더듬더듬 허락받고 찍었던 ㅎㅎ

레와 2014-11-21 13:47   좋아요 0 | URL
다락방이 이 페이퍼를 보면 당장 스페인 가고 싶다고 항공권 알아볼 줄 알았는데, 중요한 한가지가 빠졌네요.


술과 고기 사진이.. 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

이매지 2014-11-21 13:54   좋아요 0 | URL
스페인에서 마신 술과 먹은 음식만으로도 페이퍼를 하나 쓸까요...?
근데 잘생긴 남자가 없어서...후...;ㅁ;

레와 2014-11-21 14:33   좋아요 0 | URL
일단 써봐요!! ㅎㅎㅎㅎ
음식과 술만으로 이루어진 페이퍼라니.. 생각만해도 므찌다!

abi06 2014-11-21 11: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바르셀로나에 엘 코르테 잉글레스? 여튼 그 백화점에서부터 카사밀라 올라 가는 길에도 큰 서점이 하나 있어요. 작년 여행 중에 들어갔다가 저 역시 하루키의 인기만 확인하고 왔었지요.

이매지 2014-11-21 11:24   좋아요 0 | URL
오, 제가 반대편으로 걸었었나보네요. 거기 분명히 지나갔는데 왜 놓쳤지 ㅠㅠ
암스테르담에서 환승했는데 거기서도 하루키 책은 눈에 띄더라구요.

하늘바람 2014-11-21 11: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넘 멋져요

이매지 2014-11-21 13:54   좋아요 0 | URL
뭐 한 달쯤 지나니 저길 내가 가긴 했나 싶지만요. ㅋㅋ

세실 2014-11-21 15: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매지님 스페인 다녀오셨구나.. 2주나...부럽다요^^
서점 멋져요~~~ 책 표지들도 참 예쁘네요.

이매지 2014-11-22 23:41   좋아요 0 | URL
넹 가기 전에 몇 달 동안 주말도 없이 일하고 다녀와서도 그랬지만 ㅎㅎㅎ
그래도 2주나 휴가를 쓸 수 있었음에 이 자리를 빌어 회사에 감사를...(응?!)
좀 더 작고 아기자기한 서점들도 있엇는데 그놈의 시에스타 때문에 ㅠㅠ

책방꽃방 2014-11-21 18: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덕분에 스페인 서점 구경잘했네요,책 표지들이 정말 이쁜걸요^^

이매지 2014-11-22 23:41   좋아요 0 | URL
스페인어는 까막눈이라 정말 제목이 뭔지 몰라서 표지 구경만 했어요. ㅎㅎ

가넷 2014-11-21 22: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사진 잘 보았습니다..^^

이매지 2014-11-22 23:41   좋아요 0 | URL
가넷님 오랜만이네요. ㅎㅎ 잘 지내시죠?

유부만두 2014-12-21 12: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먹포스팅을 본 후라 서점 포스팅은 좀 덜 흥분되었어요;;;
미시마 유키오가 인기 라는건 좀 의외네요.
언어를 떠나 서점은 포근한 공간이네요. 멋져요.

이매지 2014-12-24 11:28   좋아요 0 | URL
언어는 몰라도 서점은 분위기만으로도 푸근한 것 같아요. ㅎㅎㅎ
 
가면무도회 1 긴다이치 고스케 시리즈
요코미조 세이시 지음, 정명원 옮김 / 시공사 / 201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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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면 아래 감춰진 얼굴을 마주하는 순간 살짝 오싹해졌다. 가루이자와를 휩쓸고 간 태풍처럼 지나간 모든 사람를 부수는 원념이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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