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 있는 동안 꼭 해야 할 49가지
탄줘잉 엮음, 김명은 옮김 / 위즈덤하우스 / 2004년 12월
평점 :
품절


 사실 대개 이런 류의 책들은 비슷비슷한 감을 가지고 있다. 감동적인 이야기를 통해 독자에게 '아 나도 이렇게 해야지...'라고 생각할 수 있게 해준다. 예전에도 내 영혼의 닭고기 스프와 같은 책이 한참 흥행했던 것도 비슷한 영향이리라. 이 책은 제목대로 49가지의 일들에 대해서 보여주고 있다. 소제목에서 제시되고 있는 것들을 하나의 일화를 통해서 제시해주고 그것을 통해 간단히 지은이의 제안을 적고 있다고 할까나. 이 책 속에 등장하는 이야기들은 마치 속에 나올 법한 이야기이다. 몇 가지 이야기들은 익히 알고 있었던 이야기이기도 하고...
 이런 류의 책은 곱씹어볼 수 있는 여지를 많이 남겨준다. 그리고 또 한가지, 그저 보고 실천을 하지 않는다면 아무 것도 아닌 것이다. 그저 '아. 이런 책도 있구나...'하고 생각하고 넘긴다는 것도 독자의 자유이겠지만 어찌되었건 저자가 제시한 49가지의 일들 중에서 49가지를 모두 실천한다는 것보다는 자신이 정말 실천하고자 했던 것들을 해보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개인적으로 몇 가지 것들을 실천하겠노라고 생각을 했고, 제시된 이야기를 통해서 내 삶에 대해서 반성을 해볼 수도 있었으니 그런 면에서는 고마움을 표해야 할 책이었다. 물론, 어느정도는 이 책도 시대에 편승해서 흥행하고 있는 것 같지만...어찌되었건 내 삶을 돌아볼 수 있는 기회를, 그리고 잔잔한 감동을, 그리고 삶에 대한 새로운 다짐을 해줄 수 있었기에 고마운 책.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새들은 페루에 가서 죽다 (특별판)
로맹 가리 지음, 김남주 옮김 / 문학동네 / 2007년 10월
평점 :
품절


 이 책은 로맹 가리의 단편들을 모아놓은 책이다. 얼마전 읽었던 <자기 앞의 생>과 같은 작가이기때문에 같은 작가의 책을 연달아 읽으면 왠지 편견에 빠질 것 같아서 잠시 쟁겨뒀다가 결국에 손에 잡고 읽기 시작했다. 사실 이 작품은 워낙 좋다는 호평을 많이 들어왔었고, <자기 앞의 생>에서 미리 만나본 작가의 실력도 나쁘지 않아서 은근히 기대를 많이 했던 것인지 몰라도 나는 왜 그다지 좋다는 생각이 안 들었을까.

 이 책에 실린 단편들에는 냉소와 유머, 그리고 나름의 반전이 깔려있다. 표제작인 <새들은 페루에 가서 죽다>에서는 새들이 귀환하여 죽음을 맞이하는 바닷가를 배경으로 하여 그 곳에서 죽으려고 했던 한 여자와 그녀를 구한 사람의 이야기가 그려진다. 왜 그녀는 죽으려고 했을까? 새들은 왜 그 곳으로 돌아와 죽으려고 했을까? 책에서도 나타나듯이 무언가 이유가 있었겠지.

 어찌보면 이야기들은 갑자기 끝나버린다. 무대위에 갑자기 불이 나가버린 것처럼. 그리고 그 갑작스러운 결말은 나름대로의 충격을 갖게 한다. 대체 무대위의 그들은 어떻게 된 것이었을까?

 가짜에 대한 이야기, 나치에 대한 이야기, 그리고 과학과 이성에 대한 이야기 등의 이야기들은 허무하기도, 고독하기도, 그리고 날카롭기도 하다. 개인적으로 이 책보다는 <자기앞의 생>이 좀 더 매력적인 것 같다. 어느쪽이던 나름대로 충격적인 것은 마찬가지지만. 그리고 여담이지만 왜 책의 제목이 <새들은 페루에 가서 죽'는'다>가 아닐까? 책을 읽기 전부터 내내 궁금했던 점.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삶의 한가운데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28
루이제 린저 지음, 박찬일 옮김 / 민음사 / 1999년 6월
장바구니담기


나는 이것을 당신한테만은 말할 수 있습니다. 내 속에 있는 무언가가 <너는 무언가를 이룰 수 있어>하고 나에게 말하고 있다는 것을. 나는 이 <무언가를>이 무엇인지 모릅니다만 그것을 느낄 수는 있습니다. 그리고 또 나는 그 무언가를 상실할까봐 불안합니다. 영원히 말입니다. 그것은 너무나 끔찍한 일입니다. 그러나 이 모든 것은 불안의 가장자리, 아직 포착 가능한 불안의 제일 바깥 가장자리에 불과합니다. 실체는 뭔지 모릅니다-21쪽

만약 어떤 사람이 인생의 의미에 대해 묻는다면 그는 그 의미를 결코 알게 되지 못할 거예요. 그것을 묻지 않는 자만이 해답을 알아요.-27쪽

우리가 처음 만난 이후 당신은 내 삶과 떼어놓을 수 없게 되었습니다. 당신은 내 삶에 새로운 방향을 제시했습니다. 당신은 내 본질 중 굳어있는 부분을 용해시켰습니다. 당신은 나에게 좋은 일을 베풀고도 그 사실을 모르고 있습니다. 그러나 당신의 일은 끝나지 않았습니다. 나는 마치 숨쉬는 공기처럼 당신이 필요합니다. -54쪽

이 세상에는 거짓 우울도 있는 법이야. 니나는 계속했다. 언니는 사람들의 눈을 보아야만 해. 많은 사람들에게 우울은 겉으로만 그럴 뿐이고 어떤 의도 내지 센티멘털리즘의 표시일 뿐이야. 정말로 우울이 깃들인 눈에는 활기, 집중, 분주함 같은 것들이 있지. 그러나 이것은 무대의 막일 뿐이야. 그 뒤에 무대가 있는데 사람들은 그것을 보지 못해. 그런데 간혹가다 막이 올려지면 사람들은 뒤가 어둡다는 것과, 거기에 한 사람이 아무 희망도 아무 분노도 없이 앉아 있고, 누군가 그에게 다가가서 그를 좀 더 좋은 세계로 데려가려 하면 그가 그것을 믿지 않는다는 것을 체험할 수 있을 거야. 그는 좀 더 좋은 세계가 있다는 것을 믿지 않는거야. 그는 이미 우울에 중독된 거야. 그가 언니에게 웃고, 마치 언니를 믿는 것처럼 행동하지만 언니와 같이 가기 위해 일어서지는 않아-65~6쪽

아. 때때로 모든 것을 걸 만한 위험이 없는 삶이란 아무 가치가 없어.-66쪽

우리는 자기 자신을 변화시킬 수 있고 자기 자신과 게임을 할 수 있어. 책을 읽으면서 책 속에 있는 이런저런 인물과 자기가 비슷하다는 것을 느끼는 경우가 있잖아? 다른 책을 읽으면 또 다른 모습이 보이고, 끝없이 이런 일이 반복되는 거야. 자기 자신의 내부를 들여다보면 수백 개의 서로 다른 자아가 보여. 어느 것도 진정한 자아가 아닌 것 같기도 하고, 수백 개의 자아를 다 합친 것이 진정한 자아인 것 같기도 하고, 모든 게 미정이야. 우리는 우리가 원하는 것이 될 수 있어. 사실은 이 여러 자아 가운데 하나만을, 미리 정해져 있는 특정한 하나의 자아만을 선택할 수 있을 뿐이지만.-77~8쪽

사람은 자기 자신에 대해 이야기해서는 안 됩니다. 순전한 이기심에서 나온 것이라 해도 안 됩니다. 왜냐하면 마음을 쏟아버리고 나면 우리는 이전보다 더욱 비참하고 두 배나 더 고독하게 되기 때문입니다. 사람이 자기 속을 보이면 보일수록 타인과 더욱 가까워진다고 믿는 것은 환상입니다. 가까워지기 위해서는 말없는 공감이 제일입니다. -127쪽

그래요. 나는 방안을 왔다갔다하면서 말했다. 그래요, 당신은 다시 나에게서 떠나려고 하고 있어요. 당신은 지조가 없고, 당신이 그것을 알리가 없죠, 나의 사랑에는 마치 열매 속에 씨가 담겨 있듯 지조가 담겨 있소. 당신은, 당신은, 사랑하다가, 떠나고, 또 사랑하다가, 또 떠날 수 있는 사람이오. 나를 지나가고, 다른 사람을 지나가고, 모든 이들을 지나갈 수 있는 사람이오-218쪽

니나가 그를 사랑하느냐고 물을 적이 있었지. 나는 그를 사랑한다. 나의 집을 사랑하는 것처럼, 나의 달콤한 습관들을 사랑하는 것처럼. 그는 나의 습관이다.-235쪽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삶의 한가운데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28
루이제 린저 지음, 박찬일 옮김 / 민음사 / 1999년 6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이 책을 접하게 된 데에는 전혜린의 영향이 크다고 할 수 있다. 그녀의 에세이집에서 언급된 이 책의 제목과 주인공인 니나에 관한 내용에 과연 이 책이 어떤 책이길래. 하는 생각이 들어서 읽어보게 되었다.

 이 책은 니나의 언니가 연락이 끊어졌었던 동생인 니나를 우연히 만나게 되고 니나의 요청으로 그녀의 집에 찾아가게 되고, 그 곳에서 슈타인이라는 남자의 일기 및 편지들을 읽음으로써 니나에 대한 슈타인의 사랑, 그리고 니나의 삶에 대해서 보여주고 있다. 슈타인은 니나를 만나기전까지만 하더라도 이성적이고 합리적이고 게다가 의사이면서 대학 교수라는 제도권 속에 있는 인물이다. 그런 그가 우연히 환자로 온 니나에게 걷잡을 수 없이 빠지게 되고, 이 후 그녀는 그의 삶을 지배하게 된다. 그녀가 의도하였건, 아니면 그렇지 않았건간에 말이다.

 화자의 동생인 니나는 자유분방한 여자다. 어느 한 곳에 얽매여있지 않고, 자유롭고 싶어하는 여자. 모험에 자신의 목숨까지 걸 수 있는 여자. 자신이 의도하지 않아도 주변 사람들에게 영향을 끼칠 수 밖에 없는 그런 여자다. 끊임없이 니나를 가지고 싶어하지만 결국 그녀를 갖지 못한 채 죽게 되는 슈타인의 모습은 애처롭기까지 하다. 스스로도 그녀가 부를 때 아무런 생각없이 달려감을 일컫어 주인이 부를 때면 언제든지 달려가는 개와 같다고 했으니...

 이 책 속에는 단순히 슈타인의 사랑이야기만이 담겨 있지는 않다. 나치에 관한 이야기라던지, 삶에 대한 이야기, 더불어 안락사에 대한 이야기 등등의 이야기들이 함께 보여지고 있다.

 어찌보면 제 3자라고 할 수 있는 니나의 언니의 관점은 니나와 슈타인을 객관적으로 볼 수 있게 해줬다. 물론, 니나의 감정에 대해서는 니나가 말하는 것이나 슈타인의 글을 통해서만 나타날 뿐 그녀가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 것인지는 베일에 쌓여 있다. 니나의 언니, 그리고 글을 통해 자신의 생각을 보여주는 슈타인의 감정이 우선시 되고 있다. 니나는 자신에 대한 편견을 변명하고 싶지 않는다면 굳이 설명할 필요도 없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니나라는 여자가 더 매력적으로 다가온 것일지도 모르겠지만.
 
 그녀는 새로운 장소에서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서 좀 더 자유롭게 살아가리라. 그리고 그 순간에도 누군가를 사랑하며 정열적으로, 그리고 직설적으로 살아가리라. 삶에 대응하는 그녀의 모습은 멋지기도 하지만, 역시 난 니나의 언니처럼 삶에 순응해가는 모습을 가지고 있을 뿐. 그녀는 하나의 이상적 존재랄까...책을 보면서 전혜린의 모습과 작가인 루이제 린저, 그리고 니나의 모습이 오버랩되며 마음에 와닿았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파리대왕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19
윌리엄 골딩 지음, 유종호 옮김 / 민음사 / 2002년 3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어린 시절에 읽었던 이 책을 다시 읽은 데에는 드라마 <로스트>의 영향이 컸다. 한 편씩 볼 수록 섬에 관한 궁금증이 쌓이고 쌓였고, 그러던 중에 어찌보면 <로스트>와 비슷한 소재를 가지고 있다는 점에서 이 책이 읽히고 있었음을 알게 되었고, 오래 전에 읽어서 기억도 가물가물한 참에 '다시 읽어보자!'라는 생각에 읽게 됐는데, 책을 다 읽고 나서도 여전히 <로스트>의 수수께끼는 나를 괴롭히고 있다.

 <로스트>에서처럼 이 책에서도 '잭'이라는 소년이 등장한다. 드라마 속의 잭과는 다르게 <파리대왕>속의 잭은 대장으로 뽑힌 랠프와 대립하면서 결국 따로 나와서 사냥을 하면서 지낸다. 마치 야만인처럼 얼굴에는 색을 칠하고, 연기를 피워 구조 신호조차 보내지 않은 채 스스로 야만인의 삶을 택하고, 아직은 어린아이인 책 속의 생존자들은 잭을 따라 사냥을 하며 지내기로 한다. 한 편, 원래 대장이었던 랠프는 돼지와 몇 되지 않은 아이들을 데리고 살아가려고 하지만 그것조차 여의치 않는다. 결국 잭과 랠프의 대립으로 인하여 돼지는 죽게 되고, 랠프는 오랑캐들의 추적을 당하는 신세가 된다.

 실제로 책과 <로스트>는 몇 가지의 공통 분모를 가지고 있다. 잭이라는 이름을 가진 사람이 함께 등장하고 있다는 점, 책 속에서는 돼지라고 불리는 이의 지적 능력이 뛰어나고, 이러한 인물을 <로스트>에서 헐리의 모습으로 나온다는 점. 사냥을 하는 잭의 모습은 드라마 속에서의 로크의 모습을 떠오르게 한다. 하지만 이 책에는 드라마보다 좀 더 깊은 이야기가 있다. 드라마에 등장하는 사람들은 한 명만 제외하고 모두 어른이다. 그 때문에 그들은 이성적으로 생각하려고 하고, 법과 도적을 지키려고 한다. 즉, 소설 속에 등장하는 아이들처럼 야만적으로 변하지 않았다. 또한, 책 속에서처럼 적대적인 관계를 줄곧 유지하는 인물들도 없으니...

 서로의 머리 위에 서려고 하는 잭과 랠프의 모습은 현대 우리 사회의 모습과 그다지 다르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비단, 섬이라는 한정된 공간이 아니더라도 인간은 서로 상대방에 대한 주도권을 갖고자 한다. 그 때문에 희생을 당하는 것은 비단 둘뿐이 아니라는 점이 문제이지만...얼굴에 색칠을 하여 자신의 얼굴을 숨기고 거리낌없이 자신의 야만성을 뿜어내는 아이들의 모습은 인간의 본성에 대해서 한 번쯤은 생각해볼 수 있게 해준다. 섬에 오기전에 "네. 선생님"이라고 대답했을 소년들은 더이상 그 곳에 없는 것이다. 무엇이 그들을 그렇게 야만적으로 만들었던 것일까?

 책을 읽으면서 돼지는 자신이 돼지라고 불리는 것을 싫어함에도 불구하고 화자조차도 돼지라고 하여 끝내 그의 이름은 무엇인지 나오지 않는다. 그저 돼지로만 제시될 뿐. 그런 그의 호칭때문에 잭 일당이 사냥을 하는 것은 멧돼지라고 나오기도 했지만, 한 군데에서는 그저 돼지라고 나와서 헷갈리게 나온 것이 마음에 걸리기도 했지만, 어찌되었건 그보다는 작중 화자라도 돼지의 본명을 불러줬으면 좋았을 껄...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